내 만남은 주로 술을 통해 이루어졌다. 술을 마시기 위한 만남이기도 했고 만나면 술 말고는 다른 걸 생각해볼 수도 없게 됐다. 그래서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멘붕이 찾아왔다. '음, 그럼 만나서 뭐하지?' 하고. 그렇다보니 친구도 연인도 술을 마셔야만, 술 마시는 걸 즐겨야만 만남이 즐거워졌다. 부담이 없어졌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나도 즐겁고 너도 즐거운 거, 그걸 함께 하자, 할 수 있으니. 간혹 술을 안마시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래도 그 앞에서 나는 술을 마셨다. 단순히 직장 동료와 퇴근길 저녁을 함께 먹는 간단한 만남 조차도 술이 있었다. 밥 먹으면서 술 한 잔. 뭐, 이런걸로.


좀전에, 월요일 아침은 커피의 힘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는 친구의 메신저를 보고, 훗 커피도 안마시던 사람이 직딩이 되니 별 수 없게 됐군, 하고 웃었는데, 그러다 불현듯 '커피를 마시는' 친구를 이제 만들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보고니 나는 약속을 잡을 때 '우리 언제 술이나 한 잔 하자' 라든가 '소주나 일 병 하자'라고 했었는데, '커피나 한 잔 할래?' 가 되어도 괜찮지 않겠는가, 싶은거다. 이것도 나름 낭만적인데? 뭐해요? 차나 한 잔 할래요? 하고는 자몽에이드를 앞에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해도 괜찮지 않겠는가 싶은거다. 물론 그 전에 밥은 꼭! 먹어야겠지만. 배고프면 난..힘드니까.......



앗. 이런 글을 쓰고 있었는데 마침 친구로부터 '아이스 까페라테' 기프티콘이 도착했다. 아니 뭐 이런 축복받은 우연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차 한 잔에 대한 얘기를 하는줄을 어떻게 알고! >.<


















이제부터는 이 책의 스포일러가 팡팡 쏟아질 것이다.



루이자는 거의 모르는 사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아이작 삭스의 죽음에 상실감과 고통을 느꼈다. 한편으로 두렵기도 했으나, 일에 집중함으로써 평소처럼 버텼다. (2권,p.272)


루이자는 거대 회사의 음모를 파헤치기로 결심하는 과정에서 아이작 삭스를 만나게 된다. 아이작 삭스와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고 호감을 갖게 된다. 그가 '나의 편'인지 '적'인지 처음엔 알지 못하는 채로 경계하며 대화를 나눴지만,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질 때쯤엔 상대의 호감도 느낄 수 있었고 루이자 본인도 호감을 갖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런 아이작 삭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모르는 사람의 사망 소식에도 가슴이 아픈건 당연한데, 한 번 보고 호감을 가졌던 사람의 죽음은 더한 고통을 주겠지. 게다가 그가 내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그 상실감은 더했을 것이다. 호감을 가진 상대를 상실한 그 기분, 그녀는 그야말로 '버틸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죽기전의 상태, 죽기전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독자인 나는 그의 마음을 알지만 루이자는 알 수 없는 이 상황. 죽기 바로 직전, 아이작 삭스는 노트북에 이런 문장을 적고 있었던 것이다.


진술: 나는 루이자 레이에게 반했다. (p.252)



아! 나는 이 문장을 읽을 때만 하더라도 아이작 삭스에게 죽음이 닥쳐올 줄은 몰랐다. 사실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그렇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아이작 삭스의 죽음으로 루이자가 상실감과 고통을 느끼는 바로 그 때, 펑펑 울고 싶은 마음이 되었다. 루이자, 그게 전부가 아니에요. 그는 당신에게 반했었다고요. 그걸 알려주고 싶었다. 


나는,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면, 그 사실을 내가 반드시 알았으면 좋겠다. 마찬가지로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상대가 그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누가 나를 미워하고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야 서로 몰라도 상관없지만, 그런건 알지 못해도 좋지만, 좋아하는 마음, 호감을 가지는 마음, 그리고 반했다는 것등은 반드시 아는 쪽이 낫다고 생각한다. 좋아하고 호감을 가지고 반했다고 해서 반드시 사귀거나 섹스를 하거나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그런 관계로 더 나아가지 않아도 좋다. 다만 이 지구상에 누군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아름다운 사실만큼은 알고 넘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아이작 삭스는 죽었고, 아이작 삭스가 루이자에게 반했다는 사실은 아이작 삭스 본인의 노트북 말고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루이자는, 아이작 삭스가 자신에게 반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아이작 삭스는 본인이 루이자에게 반했다는 사실을 전하지 못한채로 죽었고, 루이자는 그의 죽음으로 인해 상실감과 고통을 느꼈지만 '이 지구상에서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하나 잃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순 없다. 지금 현재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 점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래, 그래서 사랑은 고백해야 한다. 널 사랑해, 라고 고백해야 한다. 늦지 않게. 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말해야 한다. 좋아하니까 사귀자, 라는게 아니어도 좋아하니까 같이 자자, 라는게 아니어도,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사실 쯤은, 내가 당신에게 반했다는 사실쯤은 상대에게 기억시키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나 또한 내 마음을 전하지 못한채로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그것은 더한 슬픔이 아니겠는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운이 매우 크게 작용한다. '운 좋게도' 내가 어려울 때마다 누군가 도와주는 사람이 생긴다면 일이 잘 풀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운'이 과연 운이기만 할까. 몇해전 회사 동료중에 한 명이 서고에서 자료를 찾으려고 할 때 대부분의 직원들이 일어나서 무얼 찾냐, 도와주겠다, 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 동료는 도와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힘들다고 운 것도 아니었다. 다만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그 서고에서 자료를 찾는 일이 쉬워보이질 않아 동료들이 도와주려고 한 것 뿐이었다. 그렇다면 같은 상황에 놓인 모든 사람에게 같은 일이 벌어질까? 

루이자에게는 번번이 살해의 위협이 다가오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그녀를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곁에 나타난다. 위기의 순간에 극적으로 그녀가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운이 좋았던 때문이지만, 그 운이 좋은건 결국 그녀 자신 때문이었다. 그녀가 많은 사람을 살리는 쪽으로, 거짓을 드러내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거기에 맞게 옳고 바르게 가려고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나쁘게 대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내 운은 내가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이 책 속의 루이자 뿐만 아니라 처음과 끝에 등장하는 인물 '애덤 어윙'에게도 마찬가지. 그녀의 돈을 노리고 누군가는 그를 죽일 계획을 세우지만, 그를 필사적으로 구하려는 사람도 등장한다. 어윙은 일전에 두려운 상황에서도 누군가를 도와줬고, 그 일이 본인에게 돌아온 것이다. 만약 그 때 그가 누군가를 살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일이 그대로 자신에게 돌아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매순간, 우리는 옳은 방향쪽을 향해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옳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되, 옆의 사람들과 함께 나아가는 것, 함께 나아가고자 노력하는 것. 결국 그것이 내 '운'이 되어 돌아온다. '내가 너에게 착한일 했으니 너도 나에게 착한일을 해' 라는 식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다. 나는 너에게 선의를 베풀고 너는 그 기분으로 다른 사람에게 베풀고 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베풀고. 선의가 하나씩 늘어난다면, 그 중 어떤 것들은 내게 향하여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은 어윙의 입을 통하여 하고자 하는 말을 한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다들 잊고 사는 사실을.


무엇이 결과를 가져오는가? 악한 행동과 선한 행동이다.
무엇이 행동을 가져오는가? 믿음이다.
믿음은 정신과 정신의 거울이라 할 세계 안의 상(償)이자 전쟁터이다. 인류가 종족들로 이루어진 사다리이고, 대결이 벌어지는 콜로세움이고, 착취이자 짐승 같은 욕망이라고 믿는다면, 이러한 인류가 정말로 출현하고, 역사에 호록스, 보어하브, 구스 같은 인간들이 득세하게 된다. 행운이 계속 우리 편에 있느느 한, 돈과 특권을 지니고 행운을 누리는 당신과 나는 이 세상에서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양심이 좀 찔린들 그게 뭐 대수인가? 우리 종족, 우리 무기, 우리 전통과 유산의 지배를 왜 약화시킨단 말인가? 왜 '자연의'(아, 얼마나 교활한 단어인지!) 질서에 맞선단 말인가?
왜냐고? 그 이유는 바로 이렇다. 사정이 좋을 때는 순전히 약육강식이 판치는 세계라도 지탱해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뒤에 처진 자부터 잡아먹히다보면, 결국에는 제일 선두에 선 자가 맨 꼴찌가 되는 날이 온다. 한 개인의 경우를 보자면 이기심은 영혼을 추하게 만든다. 인류 전체로 보자면 이기심은 멸종을 가져온다.
우리 본성 안에 이러한 무질서와 혼돈이 새겨져 있는가?
인류가 약육강식의 세계를 넘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고아들이 쿠쿠이나무를 함께 타고 놀듯 다양한 종족과 신념이 평화롭게 이 세상을 공유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지도자들이 정의로워야 하고 폭력을 막아야 하고 권력은 책임을 져야 하고 땅과 바다의 자원을 공평하게 나누어야 한다고 믿는다면, 이러한 세계가 출현할 것이다. 나는 헛된 꿈을 꾸는 것이 아니다. 물론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세계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기는 하다. 여러 세대에 걸쳐 먼 길을 에둘러 이루어낸 진보가 근시안적인 대통령의 펜이나 자만심에 부품 장군이 휘두른 검 하나에 다 날아갈 수도 있다.
잭슨이 물려받을까 두려운 세계가 아니라, 잭슨에게 물려주고픈 세계를 만드는 데 평생을 바친다는 것, 이야말로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면 노예폐지운동의 대의에 몸을 바칠 것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자유의 몸이 된 노예에게 내 생명을 빚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디서부터든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장인어른께서 뭐라 하실지 귓가에 울리는 듯하다. "오호, 좋아, 민권주의적인 감상이군, 애덤. 하지만 내 앞에서 정의가 어쩌고 하는 소리는 말게! 당나귀를 타고 테네시 주로 가서 남부인들에게 당신들은 흰색으로 칠한 흑인이고 흑인은 검은 칠을 한 백인일 뿐이라고 설득해보게나! 유럽으로 배를 타고 가서 황제의 노예들의 권리도 벨기에 여왕의 권리와 마찬가지로 아무도 빼앗을 수 없다고 말해보게! 아, 목은 쉬고, 빈털터리가 되고, 얼굴은 핼쑥해질걸세! 모두 자네에게 침을 뱉고, 총을 겨누고, 린치를 가하고, 훈장으로 입막음을 하려 하고, 꽉 막힌 정치인들의 손을 빌어 자네를 내쫓을 걸세! 십자가에 매달리게 될걸! 자네는 순진하게도 꿈을 꾸고 있어. 수많은 머리가 달린 히드라와 같은 인간 본성과 싸우려는 자는 말 못할 고통을 대가로 치러야 하네. 그뿐 아니라 가족까지도 함께 대가를 치러야 하고! 죽음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숨을 몰아쉴 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삶이 끝없는 바다에서 한 방울의 물방울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될 걸세!"
하지만 바다 또한 무수히 많은 물방울이 모인 것이 아닌가? (p.434-436)


악은 힘이 세다. 악은 기술의 개발을 가져왔지만 인류의 멸망을 가져왔다. 세상은 암흑으로 변했지만, 그속에서도 탈출하고자 하고 분명 옳은것이 어떤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윙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 보다는 어윙에게 저런 충고를 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노예제는 폐지되어도 노예처럼 누군가를 부리려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 책속에서 세상은 끝까지 갔다왔다. 끝까지. 귓가에 악이 늘 속삭이고 있음도 보여준다. 악은 힘이 세다.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선은,

끈질기다. 끈질기게 살아남아 끝까지 그것이 아니라고 속삭이고 외치고 행동할 것이다. 끝까지 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건, 결국 그 선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내 곁에 항상 좋은 사람들이 있는 이유는 내가 좋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작은 일들에 감사할 수 있는 것, 내가 이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할 수 있는 것, 가끔은 감동까지 받는 그 모든 것들은, 다 내가 만들어낸 일이다. 삶이 소중하고 좋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갖는 내가 하는 일. 내가 이렇게 만든거다.


문명인과 야만인, 두 개의 단어 뒤에 숨은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요?
야만인은 법이 없지만, 문명인한테는 법이 있다고 대답했지.
그보다 더 깊은 의미예요. 야만인은 당장 자기 욕망을 채워요. 배가 고프면 먹어요. 화가 나면 싸우죠. 여자가 필요하면 덮쳐요. 욕망이 그의 주인이에요. 욕망이 죽이라고 명령하면 죽여요. 육식동물처럼 말이예요.
맞아, 코나 족이 바로 그렇지.
문명인한테도 똑같은 욕망이 있지만, 그들은 더 멀리 내다볼 줄 알아요. 먹을 것이 있으면 반만 먹고 반은 씨를 뿌릴 거예요. 그러면 다음에도 굶주리지 않겠지요. 화가 나면 멈춰서 왜 화가 나는지 생각해볼 거요. 그러면 다음에는 화를 낼 일이 없어지겠지요. 존경받아야 할 누이와 딸이 주변에 있어요. 그러니까 자기 형제들의 누이와 딸을 존중할 거예요. 그는 자기 욕망의 주인이에요. 의지가 "하지 마!" 라고 명령하면 하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나는 다시 물었어. 문명을 갖는 것이 야만인이 되는 것보다 나을까?
잘 들어요, 야만인과 문명인은 부족이나 믿음이나 산의 경계에 따라 나눠지는 것이 아니에요. 모든 인간이 문명과 야만, 두 가지를 동시에 다 갖고 있어요. 옛날 사람들은 신의 지혜를 갖고 있었지만 재칼 같은 야만성도 동시에 갖고 있었고, 바로 그 야만성이 대멸망을 불러온 거예요. 내가 만나본 야만인 중에는 가슴속에 아름다운 문명인의 마음이 고동치는 이도 있었어요. 어쩌면 코나 족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을지 몰라요. 자기네 부족 전체를 좌우할 만큼 많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언젠가는 말이에요.
'언젠가'라는 말이 우리에게 유일한 한 가닥 희망이었어.
메로님의 말을 기억해. 그래요, 하지만 아무리 미약하다 해도 버릴 수도 없지요. (p.113-114 볼드체는 책의 것을 그대로 따름)


이 좋은 문장을 읽으며 내가 생각하는 건, 내가 문명인보다 야만인에 더 가깝다는 거다. 나는 과연 반만 먹고 반은 씨를 뿌리는...그런 사람일까? 일단 눈 앞에 있는 걸 죄다 먹어치우는 그런 사람인 것 같은데...아, 나는 정녕 야만인인가. 나는 내 욕망의 주인인가 아니면 나의 욕망이 나의 주인인가....나는 욕망에 굴복하고 끌려가는 사람이 아닌가...아, 나는 야만인 ㅠㅠ






'헤르쯔 아날로그'가 새앨범을 발표했다. 사실 나는 그간 그(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트윗에서 신보 소식을 접하고 검색해봤는데, 하하하하하, 앨범의 목차를 보고 오옷 이게 뭐냐 했다. 내 주제 음반이라고 해도 좋겠잖아!!







  • 1-1. 어서오세요 다락방 (근데 지금 앨범 목차에 '여름밤' 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수정해주십시오!!)
  • 1-2. 애정결핍
  • 1-3. 상관없었을거야
  • 1-4. 연애상담인듯 
  • 1-5. 바다
  • 1-6. 위로마이셀프
  • 1-7. 밤골목탐험
  • 1-8. 지구를 떠나겠어
  • 1-9. 여름밤
  • 1-10. 애정결핍 Vocal by 성준(Demo ver.) (Bonus Track (Album Only))



어서오세요 다락방 이란다 ㅎㅎㅎㅎㅎ 그래서 어제 이 앨범에 실린 곡들을 들어봤고,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다락방에 놀러오는 사람과는 역시 술이나 한 잔 하는게 제격이다. 커피는 다음으로 미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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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7-0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무엇이 결과를 가져오는가? 악한 행동과 선한 행동이다.
무엇이 행동을 가져오는가? 믿음이다.>

요새 찌질이 모드가 급 심해져서 그런지, 이구절이 영...
내가 믿고 결행한 선한 행동이 반드시 선한 결과를 가져오진 않는거 같은데...
뭐 위대하고 거창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더 그러지 않나요. 종교전쟁같은 그런거...

2.차를 함께 마시는 사람보다 술을 함께 마시는 사람이
술기운 때문에 아무래도 더 친해지거나 더 멀어지거나 하게 될 가능성이 크죠?
그만그만한 거리유지를 하고 싶은 사람과는 차만 마시는걸로!

3.다락님은 알라딘에서 몇일동안 몇권의 책을 사들이셨나요?
저는 4년 5개월여동안 214권.. 생각보다 많네요.

4.어서오세요 다락방!
먼곳이지만 언젠가 한번 오시면 잘 모시겠습니다 *^^*


다락방 2014-07-01 13:32   좋아요 0 | URL
1.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듯이 선한 믿음이 선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그 선한 믿음이 정말 선한 믿음이었을까요? 그것은 그저 그릇된 믿음은 아니었을까요? 믿음이 행동을 불러오는 건 사실이죠. 나의 행동은 나의 믿음에 기반하고, 그 행동은 또 결과를 가져오죠. 그 결과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나의 믿음은 사실 옳은 것보다는 그른 쪽에 가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위대하고 거창한 믿음이라는 건 본인들의 생각이고, 그것이 나쁜 결과를 초래했다면 그 믿음 자체가 잘못된 거 아니었을까요? 저 책에서 말하는 '믿음'은 좋은 믿음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행동을 유발하는 '믿음' 그 자체니까요. '위대하고 거창한' 이라든가 '선한' 믿음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평가는 본인들의 것 아닌가요. 저는 제가 믿는 것에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믿는 대로 보이는 것이죠. 위에서 작가가 말한대로 나쁜 놈들이 판치는 세상이라 믿는다면 나쁜놈들만 수두룩하게 보일 것이고, 여전히 인류에게 희망은 있다고 믿는다면 희망을 주는 사람들이 자꾸 눈에 띌거고요. 귀신을 믿는 사람은 귀신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2. 그만그만한 거리유지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그런 사람과는 사실 그다지 만날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저만해도 만나는 사람은 한정적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좋은 사람들만 만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이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 같이 취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아요! 우정을 돈독히 해주고 사랑을 뜨겁게(응?) 해줍니다.


3. 크- 저는 10년간 1907권의 책을 샀대요. 그런데 지금 집에 오백권 정도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 책들은 다 어디갔을까요?
알라딘 중고샵에 책을 팔기전에는 알라딘 서재를 통해 책을 방출하곤 했었어요. 아주 오래전부터요. 책 목록을 올려두고 가져가고 싶은 사람이 얘기해주면 제가 보내주는 식이었죠. 오늘 1,400권 책의 행방에 대해 생각하다 초기에 알라딘에 열심히 방출했던 게 생각났고, 그러다가, 아주 오래전에, 그 방출을 통해 만났던 남자...가 생각났습니다. 그와 좋아지냈던 기억..같은거요. 안그래도 오늘 꿈에서 엘리베이터에 같이 타서 엄청 반가웠는데 이렇게 생각나려고 꿈을 꿨나봐요. 저는 제 꿈도 좀 믿는 편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다니. 아. 너무 좋아 ㅠㅠ 지금은 어디에서 잘 살고 있겠지.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있을까 아니면 다섯 아이의 아빠가 되어 있을까. 그냥 총각으로 있어줬으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4. 조만간 봅시다. 오늘은 회사를 뛰쳐나가고 싶어요. 어제처럼, 지난주처럼, 작년처럼 말이지요. ㅠㅠ

아무개 2014-07-01 14:43   좋아요 0 | URL
1. 썼다 지웠다 그러고 있음.
만나서 이야기해봅시다~

2.그만그만한 거리 유지를하고픈데 만나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을때가 있어요 ㅜ..ㅜ

3.가끔 책 방출하는거 봤는데 아시겠지만
제가 워낙에 소설을...... =..=

그런데 10년간 거의 2천권을 산거네요. 허허허허허
알라딘 보고 있나! 뭐 상이라도 줘야 한다구 알라딘!!!

4. 신입이 벌써 속썩입니까!!!???
이것도 만나서~

다락방 2014-07-01 14:46   좋아요 0 | URL
신입이 속을 썩일리가 있겠습니까. 오래된 사람이 속썩입니다 ㅠㅠ 늘 속썩이던 사람이요.
그리고 저 2천권을 사도 알라딘에서 900번째 넘어가던데요? 저보다 많이 산 사람이 제 앞으로 구백명 이상 있습니다, 아무개님!!!!!!!!!!!!!!!!!!!!!!!!!!!!!!!!!!!!!!!!!!!!!!!!!!!!!!900번이라니...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여태 받아본 등수증에 가장 뒤에 있는 등수가 아닌가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노아 2014-07-01 16:20   좋아요 0 | URL
등수도 나오는군요! 지금 댓글 보고서 스크롤 내려보니 숫자가 나오네요. 786번째랍니다. 800여 명의 사람이 3천권 이상 책을 사고 살았군요...;;;;;;

다락방 2014-07-01 16:26   좋아요 0 | URL
2천권이든 3천권이든..아니 대체 그 책들을 언제 그렇게 사댄걸까요? 맨날 돈없다 돈없다 그래놓고서는 책을 이천권이나 샀어요 전 ㅠㅠㅠㅠㅠ

2014-07-01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1 1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2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3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4-07-02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을 좋아하는 님들~~ 용기내서 말하시기 바랍니다.

"당신을 좋아해요."

"당신한테 반했어요."

다락방 2014-07-02 09:0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단발머리님도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은 분이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작나무 2014-07-02 19:30   좋아요 0 | URL
정말 용기내서 댓글 달아봅니다

"당신을 좋아해요."

"당신한테 반했어요."

"고기 사주세요. 네???"

다락방 2014-07-03 08:47   좋아요 0 | URL
고기를 사준다는 게 아니라 사달라고 해서 저는 자작나무님께 반하지 않았습니다. ㅋㅋ

자작나무 2014-07-03 09:33   좋아요 0 | URL
아....정말 용기내서 댓글 달았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14-07-03 10:1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안해요 자작나무님. 같이 반해주지 못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작나무 2014-07-03 11:44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이 시키는 대로 했다가 망했네요!
단발머리님이 책임지세요 !!!

단발머리 2014-07-08 13:22   좋아요 0 | URL
제가 하는 거 잘 보세요~~~

"당신을 좋아해요."

"당신한테 반했어요."

"우쭈쭈~~~~~~~~~~~~~~~~~~~~~~~~~~~~~~~~~~~"

다락방 2014-07-08 13:4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잉 좋앙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루쉰P 2014-07-02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사랑은 고백을 해야 해요. 저 역시도 그런 부분에서 후회를 하진 않습니다. 허허허허
사랑이 지나가면 사람은 강해지고, 사랑이 흩어져도 그건 제 마음에 있으니 또 누군가를 진정 사랑하게 되면 더욱더 좋은 마음으로 고백해 볼라구요 허허허허

그쵸? 선은 끈질겨요. 그게 간디 형이나 마틴 루터 형이나 루쉰 형이나 다 그렇게 해 왔던 거 같더라구요. 끈질기게 끈질기게 말이죠. ㅎㅎ 급진적인 것도 악이라 여겨요. 제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봐도 급진적으로 바꾸다는 것은 본질을 바꾸진 못하더라구요. 점진적으로 차근차근 그것이 진정 인생을 사는 길 같아요. ㅎ

다락방님 전 크게 깨달음을 열어가는 것 같아요.. 왠지 도봉산에서 절 하나 낼 것 같아요..ㅎㅎㅎ

전 술 보단 커피 ㅋ 수다를 많이 떠는 데 술 먹음 혀 꼬이더라구요 ㅎ

다락방 2014-07-02 11:02   좋아요 0 | URL
네. 꼭 연애나 결혼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도 좋아하는 마음을 감추고 숨기면서 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게 상대와 나, 모두를 위해서도 좋은 것 같습니다. 당장 죽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마음을 표현하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 저도 얼마만큼 잘 할지는 모르겠어요.

루쉰님 정말 큰 깨달음을 얻었나보네요. 점진적으로 차근차근, 그것이 진정 인생을 사는 길이다, 라니 말이지요. 도봉산에 절 하나 내면 내가 꼭 찾아갈게요. 루쉰님, 제 앞날에 빛이 비출까요? 라고 물어보러 말이지요. ㅎㅎ

저는 술을 많이 마셔도 그다지 혀가 꼬이진 않아서 주변 사람들이 제가 취한줄을 잘 몰라요. 다만...다음날 저는 필름이 끊겨있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0- 블랙아웃..제 뇌세포는 이미 알코올로 인해 파괴되어지고 만겁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며칠전에는 강동역에 내려 집까지 걸으면서 앞으로 내게 다가올 시간들에 대해 생각했다. 수많은 '만약'에 대해서 생각했다. 만약 내가 지금 회사를 그만둔다면, 나는 무얼 해서 먹고살 것인가. 만약 내가 대전으로 거주지를 옮긴다면 거기서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만약 대전으로 간다면.. 하고 생각하자 알라딘 중고샵이 떠올랐지만, 그건 이내 머릿속에서 지웠다. 나는 십오년 정도를 성실하게 일해왔으니 이젠 좀 쉬엄쉬엄 하고 싶은데, 알라딘 중고샵은 빡셀것이다. 그렇다면 작은 중소기업에 취직해 지금과 같은 일을 할것이냐, 라는 생각을 하자 그렇다면 지금보다 훨씬 적은 월급을 받을텐데, 그럴바에야 지금 하던 일을 계속 하는게 낫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영업을 하는건 어떨까, 도 생각해 보았지만 만약 내가 '내 가게'를 가지고 있게 된다면 나는 그 가게에 아무래도 온 신경을 쏟게 되지 않을까 싶어지는거다. 나는 저녁무렵엔 퇴근을 하는 삶, 노는 저녁을 갖고 싶은 사람인데, 자영업을 하게 되면 저녁에 가게에 올인하게 될 확률이 크잖아? 직원을 구한다고 해도 내 마음이 편할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건 어떨까..아냐 빡세다..나처럼 공부를 싫어하는 애가...역시 그냥 지금처럼 계속 사는 게 답인건가..난 결국 이걸 선택할 사람인건가..


물론 최근에 비행기를 타고 부산을 다녀오다가 승무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다. 승무원은 내가 넘볼 수 없는 직종..에 있는 것 같아 뭐 생각하자마자 포기하긴 했지만. 그러다보니 대학때 대한항공 승무원에 합격한 동기 언니도 생각나네. 이 언니는 재수를 해서 우리랑 같은 학년이었는데 우리들은 언니라고 불렀다. 그때나 지금이나 '언니'란 호칭은 진짜 딱 질색이다. 나를 언니로 부를 수 있고 그게 제일 잘 어울리며 짜증나지 않는 사람은 내 친여동생 말고는 없는 것 같다. 언니란 호칭은 왜이렇게 뭐랄까...여튼...그 언니는 언젠가 나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야 나는 다음세상에 너로 태어나면 그냥 죽을거야. 


라고. 나보다 키도 크고 얼굴도 예쁘고 영어도 잘하는 언니었는데, 다른 친구들도 있었고 또 웃으면서 한 얘기이니 나도 웃고 다른 사람들도 웃었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그 때 그 말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나쁜 의도가 아니었다는 건 알지만, 나쁜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서 나쁜 결과를 가져오지 말란 법은 없다. 나로 태어나면 죽고 싶어지는 사람도 있구나...이 얘길 몇년전에 남동생한테 했더니 남동생이 분노하며 그 여자 데려오라고 소리소리친 적이 있었더랬다...각설하고,


이런 고민들을 하다가 남자사람친구와 통화를 하게됐다. 그리고 나의 이런 일들에 대해 줄줄이 얘기하자 친구는 내 얘기를 잘 들어주더니 끝에 가서는 이렇게 말했다.


나한테 시집을 와.


아! 이렇게 쉬운 방법이. 친구는 나를 먹여살리는 것쯤은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할테니 시집 오라고...그래서 내가 물었다. 그런데 나 좀 .. 많이 먹잖아? 그러자 친구는 투잡을 뛰어서라도 다 먹이겠다고 했다. 음....휘청인다......나는 그냥 집에서 읽고 쓰기만 하라는데.....그런데...그게 내가 바라는 삶이었을까? 그리고 친구의 월급으로 우리 둘이 먹고 사는 게 정말 가능해질까? 만약 친구 혼자 지금처럼 일을 하며 돈을 번다면, 나는 그저 룰루랄라 하다가 친구가 한 달에 한 번 받는 월급으로 살아가야 한다면, 앞으로 내 모든 식사의 질은 지금보다 조금 낮아지게 되지 않을까? 지금도 높은 건 아니지만 한 사람의 월급으로 둘이 먹고 살려면, 아무래도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집에서 하루종일 띵까띵까 하는 삶을 내가 버텨낼 수 있을까? 나는 무언가 하고 싶어하지 않을까? 사람들 틈에 섞이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무언가를 '하는' 걸 원하게 될텐데... 


'결혼'이 방법이 될 수 있을까? 그러나 결혼이 '방법'이 된다면, 그건 딱히 현명한 선택이라고 볼 순 없을 것 같은데? 

어쨌든, 내일모레면 나이 마흔인데, 시집오라는 사람도 있고, 후훗, 곱게 늙어가고 있구나. 예순 살에도, 일흔 살에도 듣자. (응?) 가끔은 나도 하고. 킁킁.



이런 생각들을 하는 틈틈이 책을 읽고 있다. 그리고 이런 구절을 만났다.
















내려간 곳은 제법 큰 방 지붕에 매달린 다리 위였습니다. 멀리 끝은 경첩 문에 가려 보이지 않았고, 다리가 천장에 너무 바짝 붙어 있어 서 있을 공간이 없었습니다. 격자창으로 된 다리의 바닥을 통해 열두 개의 별을 모은 파파송 종업원 이백 명이 회전문으로 줄지어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모두 앞으로 쭉 나아갔습니다. 유나들, 화순들, 마루다들, 손미들, 내가 모르는 더 오래된 줄기세포 타입의 자매들이었습니다. 내 옛 자매들을 파파송 레스토랑의 돔 밖에서 보다니 현실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파파송의 찬가를 부르고 또 불렀습니다. 그 노랫소리는 배경에서 들려오는 수압 기계 소리와 뒤섞였습니다. 그들의 노랫소리는 기쁨에 들떠 있었습니다. 그들은 투자액을 다 갚았습니다. 이제 하와이로 여행을 떠나려는 참입니다. 환희의 나라에서 새로운 삶이 곧 시작될 것입니다.


미래가 확실히 정해져 있다는 것만은 부러웠습니다. (2권, p.174)



유나,화순,마루다,손미란 '복제인간'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이렇게 말하는 화자 역시 복지인간 '손미'이고. 그들은 태어날때부터 길들여지고 그들에 대한 투자액을 갚아야 하는 명목으로 하루에 다섯시간씩 자며 노동에 최선을 다한다. 한 해가 지날때마다 별을 하나씩 받게 되고 그렇게 별 열두 개를 모으면 환희의 나라인 하와이로 떠나 자유로운 삶을 찾게 된다. 그들의 목표는 얼른 투자액을 갚고 저 자유의 땅 하와이로 떠나는 것. 그들은 노동에 맞춰 세팅되어 있고, 고객에 대한 응대에 대해서도 당연히 세팅되어 있다. 그들의 지식은 그렇게 한정적인데, 혹여라도 만에 하나 그들이 더 나은, 혹은 더 높은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면, 그걸 '상승'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화자인 손미는 그 상승을 거친 복제인간인데, 상상을 하며 세상의 지식을 습득하다가 자신들 같은 복제인간이 얼마나 착취를 당하고 있었는지에 비로소 눈뜨게 된다. 그러나 세상 밖을 보지도 못하고 레스토랑에 갇혀 살면서 스무시간 가까이 일하는 삶을, 그 당시엔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다. 그들은 뼈와 살이 있고 피부가 있고 피도 흐르지만, 순혈인간들은 그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해주진 않는다.


어찌어찌 세상밖으로 나와 순혈인간과 섞여 지내던 화자인 손미는 도망자 신세가 되어 도망다니면서 복제인간들의 끝이 있는 삶, 그러니까 12년만 고생하면 환희의 세상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이 확실하게 보장되어 있는 삶을 부럽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바로 그 순간, 하필 출근길의 지하철 안이었기 때문일까, 나도 그 복제인간들의 삶이 부러웠다. 죽어라 12년만 고생해, 그러면 너에게는 자유와 환희의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질거야, 그곳으로, 그 낙원으로 갈 수 있게 될거야. 만약 누군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 삶이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12년간의 노동을 참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물론 손미들은, 유나들은 상승하지 못한 복제인간들이었으므로, 어느 누구도 '그곳에 다녀오니 좋았어' 라고 말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다. 그 세상이 반드시 좋을것이라는 확신만 가지고 있을 뿐, 의심이란 것 자체를 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이 의심을 떠나서 만약 정말로 그런 낙원이 보장되어 있다면, 그렇다면 12년간 나는 죽도록 고생할 수 있을것인가.


그것이 단순히 '노동'을 의미한다면, 그럴수도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노동에 들인 시간은 15년 이상이니까. 그것도 직장생활이 그렇다는 거지, 아르바이트까지 합친다면 나는 20년을 일하며 살고 있다. 복제인간들이 낙원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노동시간을 초과한 셈이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대답으로 그럴 수는 '없다'가 나올 수는 없다. 반드시 너에게 낙원이 보장되어 있어, 라는 확신을 그 누구도 내게 해주지 못했는데도 나는 노동을 하고 있으니까. 심지어 미래가 불안하기까지 한데, 이러고 있으니까. 지금의 노동은 내 스스로도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당장 지금 먹고사는 일을 해결하기 위함인데도 나는 이토록 오랜 시간 노동을 하고 있으니까. 오히려 고생끝에 정말로 낙이 있다니까! 라는 말을 듣는 것 자체가 판타지 아닌가. 그러니 이 책속의 복제인간들이 인간으로 취급받고 있지 못하는 걸 뻔히 보면서도 '십이년만 참으면 늬들은 낙원으로 갈 수 있잖아' 하고 부러워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부러움은 찰나의 것이지만, 낙원이 보장되어 있다니, 그렇다면 참을 수 있잖아? 하게 되는 것. 나는 낙원이 보장되어 있는 것도 아니라고!! 현실이 시궁창인데 미래가 낙원일 수 있다니. 이게 .. 가능한거냐고. 이거면 된 거 아니냐고. 



그러나.


나는 복제인간이 아니고 순혈인간이다. 하와이에 다녀와서 좋다고 자랑하는 복제인간들을 하나도 볼 수 없다는 현실을 나는 인지할 수 있고, 그러므로 고생끝에 낙이 정말로 오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할 수 있다. 설사 내가 하지 못하더라도 내 옆의 누군가는 속삭여줄 것이고 크게 부르짖어 줄 것이다. 여러분, 낙원이 정말로 온다고 생각하십니까? 하며. 깃발을 펄럭이며 이 시스템을 만든 자들에게 돌을 던지자고, 고함을 내지르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줄 것이고, 나는 그러한 말들을 들으며 내 무지를 깨닫게 되겠지. 아, 맞아. 낙원에 갔다 '돌아온' 사람이 하나도 없어! 이 시스템은 우리를 상대로 무슨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미래의 낙원을 꿈꾸는 대신, 우리가 진정 해야 할 일은 지금 현실을, 지금 이 땅을 인간이 살아갈 만한 곳으로 만들어야 하는게 아닌가. 낙원을 보장하는 미래를 주려는 게 아니라, 낙원을 꿈꿔야만 하는 현실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 



이 책의 문장은 내가 좋아하는 문장들이 아니지만, 이야기만은 놀랄만큼 재미있다. 흠뻑 빠져서 읽고 있는데 내 낮생활이 주로 회사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독서를 방해한다. 몹시. 매우. 아주 오래전의 항해일지부터 미래의 복제인간까지. 그들이 어떻게 얽히는지 몹시도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는 일이 즐겁다. 읽다가 이 책이 어떻게 영화화 됐는지 너무 궁금해져서 굿 다운로더가 되는지 검색해봤더니 단돈 2천원에 다운 받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예고편이 너무 엔지...예고편 보니 또 영화 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거다. 그래도 다시 책으로 돌아오면 또 영화가 보고싶어져!! 소설을 읽을 때 서사에 큰 비중을 두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단호히 추천할 수 있다. 이야기와 작가가 창조하는 세계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그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작가 '데이비드 미첼'은 영문학을 전공하고 비교문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는 데, 친구에게 '비교문학이 뭐냐' 라고 물었더니, '한 나라랑 다른 나라의 문학을 비교'하거나, '동서양의 문학을 비교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갑자기 훅- 미래 배경이 서울이 되기도 하는구나. 심지어 부산이 나오기도 해...세상엔 공부도 많이 하고 똑똑한 사람도 많구나. 아, 이 책의 남은 부분들이 너무나 궁금하다. 















신해철이다. 그의 새 앨범이 나왔다.  아직 예약판매중이고 시디를 판매하진 않는것 같은데, 음원으로 들어본 결과 앨범에 실린 네 곡 모두 좋다! 세월이 흐른후의 그의 노래는 어떨까 기대도 되면서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약간 있었는데, 경향신문에 실린 그의 새앨범 소식을 보고 유튭에서 찾아 듣고 본 그의 새 노래는 독특하고 좋았다. 피식- 웃음도 나왔다. 이 남자는 진짜 독특하다니깐!!





위의 곡이 타이틀곡인 '아따'인데 원맨 아카펠라 곡이란다. 쉽게 말하자면 혼자서 아카펠라를 모두 소화해 그것들을 겹치기 했다는 것. 그리고 앨범의 다른 곡들도 나는 마음에 드는데(역시 신해철이야!) <단 하나의 약속> 이 좋다. 이 곡은 그의 예전 노래중 하나인 <here i stand for you>와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를 떠올리게 한다.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혹은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인형의 기사> 같은 감성적인 노래를 하는 남자가 날카롭게 세상에 대한 욕을 퍼붓는 곡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 참 신기하고도 재미있다. 여튼 너무 좋다니깐. 오랜만의 신해철 노래가 역시나 좋다는 것 때문에 기분이 무척 좋다. 예전 노래들까지 흥얼거리며 막 신이나는거다. 최근에는 <나에게 쓰는 편지>도, <내 마음 깊은 곳의 너>도 흥얼거리게 됐다.














요즘엔 통 음악을 듣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더랬다. 아이튠즈 라디오나 가끔 듣다가 그도 멈추기 일쑤. 그런데 이렇게 즐겨 들을 수 있는 새로운 앨범이 나왔다니 너무 신나는거다. 게다가 제이슨 므라즈의 앨범도 곧 나올텐데!! >.<



금요일이라서일까. 좀 신난다. 물론 오전중에 너무 바쁘고 정신없이 일해서 지금 멘붕이긴 하지만..여튼 밥 먹고 와야겠다.

이따 퇴근하고 집에 갈 때 밸큐브 치즈 사가야징. 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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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6-27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투잡을 뛰어서라도 많이 먹는 너를 먹여살리겠다는
'결연한' 프로포즈 받으신거 축하드립니다.!

2. 아무일도 하지 않으면 못견디고
'무언갈 하려고 할것' 같다고 생각하는건
20여년간 노동을 계속적으로 해왔기때문 일껍니다.
마치 20여여년간 아무일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
'무언갈 해야할때' 느끼는 두려움처럼요.

3.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가능한 적게 일하고 사는 삶이
있지도 않은 낙원따위보다 훨~낫다고 생각합니다만~.

4.점심으로 비빔국수 곱배기를 먹었는데 아침부터 방금전까지 *사를 세번하고 나니
배가 하나도 안 부릅니다.
나도 많이 먹는데....나도 낼모레 마흔인데....
언제쯤 되야 프로포즈를... ?
아니...연애를....? =..=

다락방 2014-06-27 15:02   좋아요 0 | URL
1. 착한 친구죠 ㅎㅎㅎㅎㅎ

2. 저도 그 생각 했어요. 너무 일하는 거에 몸이 세팅되어 있어서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지요. 집에 하루종일 있게 된다면 전 무얼 할 수 있을까요? 그게 생각이 안나요.. 슬프죠 ㅠㅠ
저도 적게 일하고 돈 벌고 그걸로 먹고살고..그렇게 지내고 싶습니다.

4. 저는 무려 11,000원이나 하는 떡볶이를 먹었는데 배가 별로 안부르더라고요? 흐음. 식비에 저는 너무 많은 돈을 쓴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걸 어떻게 줄여나갈 수 있을까요? 프로포즈는 아무개님이 먼저 하시면 됩니다. 일단 상대를 찾고난 뒤에...( ")

푸른기침 2014-06-27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세월이 느껴집니다. (뭔 소리인지 모르실 듯해서 살짝 죄송)
좋은 나날요^^

다락방 2014-06-27 15:03   좋아요 0 | URL
ㅎㅎ 오랜만에 알라딘에 돌아오신 걸로 알고있는데, 그렇다면 그 전에도 저를 보셨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시는걸까요?

푸른기침 2014-06-27 15:34   좋아요 0 | URL
희미한 기억이긴 하나 2007년이나 2008년도에 종로에서 뵌 적이 있네요. 부끄~
세월이 참 빠르네요. 다락방님이 벌써 마흔을 바라본다니.....

다락방 2014-06-27 15:50   좋아요 0 | URL
저를...종로에서....누구시죠???????????

2014-06-27 16: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27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27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4-06-27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결혼관에는 ; 결혼을 도피처로 여겨서는 안 된다. 새로운 삶의 실현의 터다. 다락방 님이 결혼을 도피처로 이야기하는지, 아니면 결혼할 준비가 되신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전자라고면 말리고 싶고, 후자라면 축하드립니다.

나이 마흔 ; 준비된 결혼이라면 이때 결혼해도 늦지 않습니다.

다락방 2014-06-27 15:04   좋아요 0 | URL
아, 제가 결혼하겠다는건 아닙니다, 마립간님. 다만 친구와의 대화중에 저런게 있었고 혹했다 하는거죠.
저 역시 결혼이 도피처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저의 경우고요, 어떤 이들은 때로는 결혼을 도피처로 삼는다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혼만이 유일한 탈출구일 수도 있으니까요, 누군가에게는. 일단 어쨌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현재는 결혼하고 아무 상관 없습니다, 마립간님. 사람일은 모르는 거니 당장 일주일 뒤에 하겠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ㅎㅎ

세실 2014-06-27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정은 한 사람의 월급으로 꾸려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요. 마교수님처럼 쓰리잡 정도 해주면 모를까~~
가끔은 혼자 즐기며 살아도 좋았겠다는 생각해요^^

다락방 2014-06-27 16:04   좋아요 0 | URL
한 사람의 월급으로 꾸려가는 걸 할 수는 있겠지만 하고 싶은 많은 부분들을 포기해야 하겠죠.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같이 벌어야 하는...마흔 까지만 일하고나면 노후의 생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만큼의 충분한 돈이 모였으면 좋겠어요. ㅠㅠ

무해한모리군 2014-06-27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신해철은 꽃미남 이었군요!

열심히 먹여 살리는 입장에서, 나때문에 누군가의 인생이 조금펴진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의미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또 이 거친 세상에 온가족이 모두 나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구요... 가능하면 집에 있는 쪽이 저였으면 했지만 ㅋㄷㅋㄷㅋㄷ 내가 살면서 좋은 일을 해보면 얼마나 하겠어요... 나쁜일 거짓말은 매일하는데....

다락방 2014-06-27 16:07   좋아요 0 | URL
신해철은 꽃미남이었습니다. 한때 저는 그의 목소리에 가슴이 설레던 그런 소녀였고요! ㅎㅎ

음, 그렇게 생각해보진 못했는데, 나 때문에 누군가가 먹고 살 수 있게 된다면, 휘모리님의 말씀처럼 그것도 그것 나름의 의미가 있겠네요. 다만 그러려면 상대를 엄청 사랑해야겠네요. 노동이란 게 기쁜 마음으로 하기엔 좀 힘든 것인지라 커다란 사랑이 담보가 되지 않는다면...역시.......음......저도 둘 중 하나만 벌어서 유지될 수 있다면 하나만 나가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게 저여도 상관없고요. 사실 저는 직장생활도 싫지만 살림은 더 싫어하기 때문에..설거지는 진짜 싫어요 진짜. 역시 회사 다니는 게 답인듯.. ㅠㅠ

dreamout 2014-06-27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라우드 아틀라스. 사놓고 관심이 식었는데, 다시 살아나네요~!! ^^

다락방 2014-06-27 22:08   좋아요 0 | URL
재미있어요! 저도 마저 읽고 싶은데 지금 술에 취해서 읽지를 못하겠네요.
내일하고 모레, 주말엔 무슨 책 읽으실 거에요, 드림아웃님?
:)

dreamout 2014-06-29 12:24   좋아요 0 | URL
토요일은 회사 워크샵, 일요일은 근무!! ㅠㅠ

힘이 떨어져서인지 대단한 책들은 읽지 못하고 그냥 보통의 책을 읽고 싶어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 읽고 있어요... ㅋ

dreamout 2014-06-29 12:28   좋아요 0 | URL
그렇지만 이제...
존 버거, 밀란 쿤데라의 새 소설.
성석제나 이승우, 미헬 파버르의 소설 등과 7월을 보낼 생각예요~
계획대로 될진 모르지만요. ㅎㅎㅎ

다락방 2014-06-30 12:34   좋아요 0 | URL
전 오늘 출근길에 《마지막 강의》 시작했어요. 몇 장 안 읽었지만 어쩐지 엄마한테 권해주고 싶은 책이에요.
그나저나 주말이... ㅠㅠ 워크샵에 근무라니 ㅠㅠㅠㅠㅠㅠㅠㅠ 슬프다요.. ㅠㅠㅠ

존 버거와 밀란 쿤데라, 라니. 밀란 쿤데라 라는 이름에서 멋진 계획이란 확신이 드네요. 갑자기 그리 말씀하시니 저도 멋진 작가를 읽어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음..츠바이크로 할까요. 집에 츠바이크의 책을 사두고 안 읽은게 두 권쯤 되거든요. 꼭꼭 씹어먹을만한 문장으로 읽고싶네요. 헤헷
 















존 하트의 책은 내용은 추리,스릴러인데 문장이 참 좋다.

그런데 이 책, 《라스트 차일드》가 지금 4,000원이라는 걸 트윗으로 보고 알라딘 들어와보니 진짜 4천원에 판다. 


헐....


뭔가 사재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랄까.

사재기 해뒀다가 생일 맞은 친구들에게 한 권씩 주고 싶은...

이 책을 읽으면서 두어번쯤,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이 난다.

며칠전에는 회사 동료와 밥을 먹고 걸으면서 이 책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동료가 내 얘기를 듣다가 '소름돋네요' 라고 했더랬다. '왜 하필 내 여동생이어야 하느냐'는 오빠의 말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내가 왔었다고 꼭 말해주라'던 아버지의 말도. 나는 정확히 그 부분에서 눈물이 핑 돌았던듯.


사천원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꺅 >.<

이건 3천원이야.

나 이거 살려다가 아직 안사고 있었는데. 

으악!!!!!!!!!!!!!!!!!!!!!!!!!!!!!












아 어떡하지.. 이것들도 다... 딱 만원어치만 골라서 살까... 아침에도 책샀는데 ㅠㅠ 근데 나 《실종》은 있는것도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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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4-06-25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떤걸 가지고 있더라를 넘어서 저걸 읽었던가가 기억이 ㅎㅎㅎㅎ 어쩌죠~

다락방 2014-06-25 15:28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팅커스는 확실히 읽으셨습니다. ㅋㅋㅋㅋㅋ 팅커스 리뷰 좀 보려고 들어갔더니 휘모리님 페이퍼가 있더라고요!!
전 실종하고 블러드 워크가 있던가 없던가...잘 기억이..;;

느긋느긋 2014-06-25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사재기하고 싶다는 말에 대공감!!
뭘살까 고르고 있는데, 이러다가 그냥 다 사게될 듯한 가격들이에요 ㅠㅠ
문제는 이 책을 샀던가 안 샀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게, 쿨럭 ㅎㅎ

다락방 2014-06-25 16:5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일단 지르기전에 집에가서 책 좀 확인해봐야겠어요. 중고로 사기도 하기 때문에 필히 확인해봐야 합니다. ㅎㅎ

그렇게혜윰 2014-06-26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권 담아두었어요ㅋㅋ

다락방 2014-06-26 08:21   좋아요 0 | URL
7월말까지 하는 것 같은데, 저는 꾹 참았다가 7월에 살까해요. 아이 해브 노 머니..라서요. ㅎㅎ

자작나무 2014-06-26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샀어요 품절될 것 같아서.

다락방 2014-06-26 09:22   좋아요 0 | URL
뭘 사셨어요?

자작나무 2014-06-26 09:40   좋아요 0 | URL
다락방의 <독서공감>이요~! =3=3=3=3=3=3

다락방 2014-06-26 09:43   좋아요 0 | URL
아니, 그건 할인도 안하는데... ㅎㅎ

머큐리 2014-06-26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참고 있는데... 지름신을 부르는 영매가 여기에 잠복하고 계셨군요...ㅋㅋ

다락방 2014-06-26 09:22   좋아요 0 | URL
만 원이면 세 권을 살 수도 있다니, 좋지 않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4-06-26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려고 장바구니에 넣는데 이 책땜시 다른책까지 6월30일에 출고라고 해서
걍 빼버렸음요 ㅡ..ㅡ::::::::::::::::::::::::::::::::::::::::::::::::::::::::::::::::::

다락방 2014-06-26 11:4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책은 뭐 샀어요, 아무개님? 알려줘요!

루쉰P 2014-06-27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ㅋ 오랜만이네요 ㅎ
그래도 여전히 다락방님은 꾸준히 책을 사시네요 ㅎ
한결같은 모습 보기 좋습니다 푸하
전 책 안 산지 되게 오래된 듯 해요 ㅎ
저런 세일에 온 몸이 반응했을 텐데 책 세포가 죽었는지 ㅋ 요즘은 글 읽는 것도 참 힘들어요 ㅎ

다락방 2014-06-27 12:34   좋아요 0 | URL
전 꾸준히 책을 사고 꾸준히 책을 읽고 있습니다, 루쉰님. 뭐, 변한 게 없어요. 꾸준히 잘 먹고 있고요.
루쉰님 책 사는 건 멈췄다해도 알라딘엔 자주 좀 와서 글도 좀 써주고 그래요. ㅎㅎ

루쉰P 2014-06-27 19:37   좋아요 0 | URL
사긴 사요 ㅋ 한 세 달에 한권은 삽니다. ㅋ
네, 그럴께요. 쓰고 싶어요 ㅎ 근데 잘 안 써지더라구 ㅎ 노력할거에요 ㅎ

비로그인 2014-07-05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라인업 땡스투가 많이 들어와서 봤더니 3천원이더라구요 >.<
3천원이라니 ....진짜 3천원이어도 괜찮은 걸까요?
저도 5만원치 채워뒀어요~ㅎ

다락방 2014-07-07 08:28   좋아요 0 | URL
라인업 땡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라인업이 저렴해진 덕분에 아른님이 갑자기 돈을 막 버네요? 그 돈으로 집 사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만간 저도 조금이나마 일조할 생각입니다. 후훗
 

일하면서 내가 계속 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더라.


하지마안- 이미 그대는 다른 사랑에 빠져있다했지--





어느날 문득 나는 보았네 내 마음속의 사랑을
오직 친구로 알았던 그녀를 나는 사랑하고 있었네
바람이 불어와 허황한 거리에 나뭇잎만 흩어지던 날
그날 처음 느꼈던 내 속에 숨은 그대 그리움
지난 세월속에 천천히 커져왔던 나의 사랑을
하지만 이미 그대는 다른 사랑에 빠져있다 했지
못다한 나의 고백만 내귓가에서 바람따라 울고 있었지

바람이 불어와 허황한 거리에 나뭇잎만 흩어지던 날
그날 처음 느꼈던 내 속에 숨은 그대 그리움
지난 세월속에 천천히 커져왔던 나의 사랑을
하지만 이미 그대는 다른 사랑에 빠져있다 했지
못다한 나의 고백만 내귓가에서 바람따라 울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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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0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20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20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20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4-06-20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 노래 무지 오래된 노래인데! ^^
다락방님 덕분에 오랜만에 좋아하던 7080노래 듣고 갑니다.

'어느날 문득' 느끼게 되는 것이, 있더군요...

다락방 2014-06-20 14:40   좋아요 0 | URL
좋지요, 노래? 문득문득 옛날 노래들이 생각나고 그래요. 오늘은 유열의 노래네요. 어느날 문득~ 좋아서 흥얼거리고 있습니다. 하핫

2014-06-22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6-23 12:49   좋아요 0 | URL
이게 당시엔 몰랐는데 요즘 돌이켜보니 가사가 예술이에요 ㅠㅠ

자작나무 2014-06-23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노래를 알다니.

다락방 2014-06-23 12:48   좋아요 0 | URL
저 이 노래를 아는 세댑니다.

단발머리 2014-06-24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신난다~~ 저는 이 노래를 모릅니다람쥐~~~~

다락방 2014-06-24 11:53   좋아요 0 | URL
아니, 저랑 세대가 비슷한것 같은데 말이지요, 이 노래를 왜 모르신단 말입니까! ㅎㅎㅎㅎㅎ
 














토머스 쿡이 늘 염두에 두는 것은 '죄책감'인것 같다. 그 죄책감을 떨쳐내기 위해 감추고 살아보려 해도 잘 되지 않는 마음 깊은 곳의 불편한 그 느낌. 그래서 언제나 토머스 쿡의 책을 무겁게 읽을 수밖에 없는것 같다. 싸이코패스를 그리는 게 아니라, 토머스 쿡은 '우리'를 그린다. 나쁜 의도로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아니라, 나쁜 의도가 아니었는데 작은 실수-혹은 장난-를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커다란 상처를-혹은 죽음까지도-남기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그 잘못이나 실수 전과 후에도 그런 실수를 다시 하지는 않지만, 그 한 번의 실수가 불러온 것은 치명적이었던, 그런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작가인 줄리언 웰즈가 자살을 했고, 그의 친한 친구와 여동생은 도대체 왜 줄리언이 자살한건지 그간 그와 했던 대화들을 돌이켜보고, 그가 썼던 책들을 다시 읽어보고, 그가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보고, 그가 갔던 장소에 다시 가본다. 줄리언은 언제나 공포를 주는 사람, 잔인한 사람, 학살에 참여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써냈는데, 그 중에 《쿠엥카의 고문》이란 책의 이야기는 다른 책들의 이야기보다 더 아팠다. 아래 인용문은 쿠엥카의 고문을 다시 읽은 친구 필립이 요약한 줄거리이다.



사건 당일, 그리말도스는 가끔씩 일을 했던 프랑시스꼬 루리즈의 농장에서 자신의 초라한 집으로 이어지는 길에서 목격되었다. 그러나 그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그다음 날 여동생이 치안당국에 오빠의 미귀가 사실을 신고했다. 그녀는 실종 당일 오빠가 양 몇 마리를 팔았는데 오빠가 양을 팔고 받은 돈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적어도 두 남자가 알고 있었을 거라고 주장했다. 발레로와 산체스라는 남자였는데, 우연인지 몰라도 그들은 틈만 나면 그리말도스를 조롱하고 괴롭히고 학대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그리말도스의 돈을 빼앗고 살해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수사가 시작되었고, 다른 주민들도 수사관들에게 발레로와 산체스가 의심스럽다고 진술했지만, 그리말도스의 시신이나 직접적인 살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1911년 9월에 수사가 종료되었다. (p.58-59)



그리말도스의 가족들이 오빠를 찾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를 견뎌내며 얼마나 괴로웠을지는 충분히 짐작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서 잠깐 며칠전에 읽었던 《리뎀션》이 생각나는데, 그들은 발레로와 산체스로부터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점점 더 그들이 범인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들은 용의자들을 계속 주시하며 때를 기다렸고, 1913년 쿠엥카에 새 판사가 임명이 되자, 증거부족을 이유로 발레로와 산체스 사건을 기각한 전임 판사와는 달리 새 판사가 이를 번복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칼을 빼들었다.

새 판사는 젊고 시기심이 많은 사람이었고, 미해결 사건이라는 망령이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괴롭혔다.

발레로와 산체스는 다시 체포되었고, 이번에는 치안경비대가 호세 마리아 로뻬즈 그리말도스의 죽음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그 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에 대해서도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결심을 단단히 했다.

발레로와 산체스에게 끔찍한 고문이 가해졌다. (p.60)



이 책을 다시 읽는 줄리언의 친구 필립은, 여기에서 줄리언이 고문 장면을 고문 피해자의 입장에서 얼마나 자세하고 잔인하게 묘사했는지를 얘기한다. 고문자의 얼굴 표정이라든가 채찍 소리 같은것들. 그러나 나는 이 책 속의 책, 쿠엥카의 고문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했다. 끔찍한 결말이니 당연히 여기 이렇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고 짐작하면서도, 그러나 내 짐작이 틀리기를 바랐다. 



고문을 당한 발레로와 산체스는 호세 그리말도스를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했다고 자백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들은 시신을 유기한 장소를 말하지 못했다. 줄리언이 주목했듯이 이 사실은 자백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만들었어야 했지만, 오히려 그들의 유죄를 입증하는 추가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p.68)


그리고.


수많은 범죄 혐의에 대하여 검사는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은 스페인 사법부의 미로 같은 방들을 거치면서 질질 끌었고, 1918년이 되어서야 마침내 피고인들에게 각기 18년의 징역형이 선고되었다.

그들은 6년 후에 가석방 되었고, 그러부터 2년 후인 1926년 봄, 줄리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그토록 오랫동안 잔혹하게 살해된 것으로 추정됐던 가엾은 엘 세빠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

엘 세빠는 그 십수 년 동안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살고 있었다. (p.69)



아...나는 이 책을 책 속의 책으로 만났기에 다음 책장을 넘길 수 있는거란 생각을 했다. 만약 쿠엥카의 고문이란 책이 현실에 존재하고, 내가 지금 이자리에서 그 책을 읽었다면, 엘 세빠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 는 문장을 읽는 순간 책장을 덮어버리지 않았을까. 답답하고 또 답답해서 주먹을 불끈 쥐고 내 가슴을 몇 번이나 치지 않았을까. 이 이야기에서 내가 미워해야 할 대상은 과연 누구일까. 왜 엘 세빠는 다른 마을에 살면서 식구들에게 안부를 전하지 않았을까. 한 마디 안부만 전했던들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그들에겐 대체 무슨일이 있었기에, 어떻게 지냈었기에, 그들은 그간 어떤 시간을 함께 보냈기에 일이 이렇게 된걸까. 사랑하는 가족이 사라지고, 거기에 분명 그동안 그를 괴롭히던 사람이 연루되었을 거라는 느낌, 그것을 단순히 피해망상이라고 볼 수 있을까. 고통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당연히, 의심은 확신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그 확신, 그 확신은 얼마나 위험한가. 발레로와 산체스는 자신들이 벌이지도 않은 일 때문에 고문을 당하고, 자백을 하고, 수감된다. 그들의 그 고통의 시간들을, 이제와서 '판단을 잘못했구나' 라고 말한들 어떻게 돌이킬 수 있을까, 어떻게...



‥‥그 숨 막히는 작은 공간 안에서 생애의 마지막 몇 년 동안, 살해되지 않은 자 엘 세빠는 쿠엥카의 먼지 자욱한 거리들을 그리워하면서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부담이 가장 적은 운수 게임의 복권을 팔고 있었다. 이렇게 그는 죽지 않고 살아있었지만, 관 속 같은 공간에 갇혀 그 어둠 속에서 더운 입김을 내뿜으며 자신의 죄를 잊고 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p.69-70)



자신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그리고 오랜동안 아무에게도 자신이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단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걸 알게된 엘 세빠 역시, 편안한 삶을 살 수는 없었다. 줄리언 웰즈는 이런 소설을 쓰는 사람이었고, 그런 줄리언 웰즈가 자살을 했다. 철저한 고증을 거쳐 악에 가득찬 사람들을 혹은 고통스러운 피해자들을 책 속에 녹여냈던 줄리언 웰즈가 자살했다.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다뤘지만 정작 자신의 고통을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줄리언은 시간이 흐르고 또 흘러도, 책을 한 권 내고 또 내고 또 내도, 자신이 저지른 일, 그리고 그 일이 불러온 그 결과를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잘못한 것, 그리고 그 잘못이 가져온 치명적인 결과는 결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일일테니까.


나 역시 잘못 혹은 실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어제는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데 불현듯 초등학생때의 일이 떠올랐다. 그 때 내가 저질렀던 잘못. 내 변명을 하자면, 나는 그때 그게 잘못이란걸 알지 못했다는 것뿐인데, 지금은 그게 얼마나 잘못된 일이었는지를 안다. 그래서 고통스럽다. 혹여라도 그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누군가가 그 일을 살아오며 내내 잊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때문에. 아무리 어렸다고한들, 나는 왜그랬을까. 이 생각을 하면 끝도없이 벼랑 밑으로 떨어지는 기분이다. 떨어지고 떨어지고 계속 떨어지기만 하는 기분.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나는 추락하고 있는데, 아무도 내게 손을 내밀어 잡아주지 않는다. 애초에 추락의 길로 들어선 게 나였으므로.


줄리언은 세상에 일어났던 많은 악한 일들을, 그 일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책으로 알렸다. 그가 자신의 죄를 사하는 방법이었을런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꽤 고마운 대상이 되기도 하고 어떤 좋은 일을 한 사람이기도 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감동을 주기도 했을 것이고, 누군가의 인생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저지른 잘못이 기억에서 지워지지는 않는다. 좋은 일 하나에 나쁜 일 하나를 상쇄시키는 일 따위, 인간에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나는, 스스로 다독이는 방법을 찾을 수는 있다. 이것은 자기합리화에 불과하겠지만, 내가 그 실수를 저질렀고, 그 실수로 인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실감했기 때문에, '다시는' 그 일을 저지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줄리언 역시 마찬가지였을텐데, 줄리언에게도 이런 합리화가 있었다면 자살까지 이르지 않았을 수 있었을텐데,  줄리언이 가져온 결과는 지독하게 끔찍하였으므로, 그는 다시 일상에 발붙이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는 '일이 그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지만, 일이 그렇게까지 되었다. 이 책속에는 이런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아이들은 장난으로 개구리를 죽이지만 개구리는 정말 죽는다'는. 잔인한지 모르는 채 인간은 가장 잔인해질 수 있지 않은가.



그제 아침에 출근길에 길고양이를 만났다. 잽싸게 멈춰서서 가방을 뒤져 소세지를 꺼냈다. 소세지 껍질을 벗기고 소세지를 고양이 쪽으로 던졌는데, 고양이는 잠깐 경계하고 도망가더니 좀처럼 소세지 근처로 오지는 않고 쳐다보기만 하는거다. 내가 없어야 먹겠구나 싶어 나는 자리를 떴다. 그리고 어제 퇴근길. 또 고양이를 마주쳤고 나는 얼른 가방에서 소세지를 꺼냈는데, 이번 고양이는 경계하는 게 아니라 내가 얼른 먹을 걸 주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아니나다를까, 껍질을 까고 소세지를 던져주니 잽싸게 물고는 뛰어가는거다. 오호라. 소세지가 두 개 남았는데 하나는 내가 좀 먹어야겠다. 배가 고프네. 각설하고,



토마스 쿡은 이 책에서 인간의 잔인함이 비단 인간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투견장의 장면이 그것인데, 와, 나는 특별히 더 동물을 사랑하고 애착을 갖는 사람이 아니고, 집에서 동물을 기르거나 하지도 않고, 길고양이에게 소세지를 준 것도 이제 겨우 시작한 사람이지만, 와- 나같은 사람도 보기 힘든 이 장면을 동물에게 애착을 갖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굉장히 힘들겠구나 싶었다. 개들을 훈련시키고 싸움터에 내보내는 인간들, 그 싸움을 보며 즐거워하고 흥분하는 인간들. 그들이 대체 뭐가 다른가. 그러나 투견에 가장 능숙한 개인 '도고 코르도바'는 멸종이 됐다고 한다. 



"도고 코르도바는 이젠 멸종이 됐네." 개싸움에 대한 묘사를 마치면서 소보로프가 말했다. "투견장에서 죽기도 많이 죽었고, 살아남은 놈들도 아주 예민해져서 딴 놈들과 붙여만 놓으면 서로 물어뜯고 죽여버렸거든. 그래서 멸종된 거야." 그는 안타까운 미소를 지었다. "흉포성만 가지고는 삶이 유지될 수 없다는 말이 맞아." 그가 말했다. "어디서 들었는데 마음에 와 닿는 말이더구먼." (p.259)






흉포성만 가지고는 삶이 유지될 수 없다는 말이, 내게도 와 닿았다. 흉포성만 가지고는 삶이 유지될 수 없고, 먹을거리가 있다고 해도 삶이 유지될 수는 없다. 삶에는 그보다 좀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감정을 건드리는 것들이, 마음을 움직이는 것들이 끼어들어야만 한다. 얼마전에 조카와 함께 서점에 가서 보았던 그림책인 《프레드릭》이 떠올랐다. 모아놓은 식량이 없어지자 많은 쥐들이 프레드릭에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말하는 장면이. 







영화 《그레이트 뷰티》의 배경은 이탈리아 로마이고, 주인공인 '젭'은 65세의 노인이다. 어마어마하게 부자인 그는 파티를 즐겨하고 술을 떡이 되도록 마시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노년을 즐기고 있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첫사랑의 남편이 찾아와 첫사랑의 죽음을 알린다. 젭의 일상이 그 일을 계기로 갑자기 변하거나 하진 않지만, 그는 점점 생각이 많아지게 되고, 시간이 흘러 첫사랑의 집에 찾아가보니 첫사랑의 남편은 다른 여자를 만나 재혼을 했다며 자신의 아내를 소개시킨다.


젭은 그들과 헤어지기전, 그들에게 '이제 무얼할거냐' 라고 묻는다. 젭과는 형편이 많이 다른 그들은 별로 할 일이 없다는 듯' 아내가 다림질을 마치면 같이 와인을 한 잔 마실거고, 그 후엔 티브이를 보다 잘 거' 라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젭에게 되묻는다. 당신은 무얼할거냐고. 그러자 젭은 사람들과 어울려 파티를 할거고 술을 마실거라고 말한다. 아마 당신들이 일어날 때쯤 자신은 잠이 들게 될거라고.


이때, '다림질을 마치고 같이 와인을 마시고 티브이를 보다가 잠드는' 그 부부가 무척이나 행복해보였다.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요란한 파티가 아니어도, 사람들 틈에서 들썩이거나 화제가 되질 않아도, 밤이 새도록 술을 마시지 않아도, 그저 일상의 조용조용한 장면장면마다 누구와 평화롭게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그 일상은 딱히 누군가에게 강요받지도 또 강요하지도 않는 것이고, 누군가에게 자랑할 만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가장 행복한 장면은 가장 조용하게 찾아오고, 굳이 누군가에게 드러내지 않아도 좋은 것. 인생 최고의 순간은 그런 순간들이 주는 게 아닐까.




로레타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이 여행도 끝이 보이는 것 같으니까 미리 말해두는데, 오빠랑 함께 해서 즐거웠어. 오빠랑 함께 여행하고 이야기를 하고 오빠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즐거웠어."

"나도 그래, 로레타."

그녀가 소리 내어 웃었다. "지금 우리가 하는 대화를 책에서 읽는다면 손발이 오글거리는 장면이겠다, 그렇지?"

"그래, 그럴 것 같네." 내가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감상에 젖는 순간이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일 때가 많아." (p.272)



같이 일상을 공유하는 것, 사소하지만 조용한 시간들을 함께 하는 것이 '감상에 젖는 순간'으로 바로 직행하는 건 아니지만, 그 일상 틈틈이 나라면, 감상에 젖기엔 충분하다. 그래서 그 순간들을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마침 어제 꾸었던 꿈 생각도 난다.


어제 꿈에 나는 한 남자와 같은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무슨 학원인지는 모르겠는데 수강생이 엄청 많았고, 학원 근처에도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학원이 끝나고 그와 함께 나란히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시간이 무척 다정하게 느껴지는거다. 그 다정함에 힘입어 나는 슬쩍 그에게 팔짱을 꼈다. 이러지 말라고 말하면 어쩌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는 이러지 말라고 말하는 대신 조용히 내 팔짱을 빼면서 그대로 손을 잡았다. 나는 깜짝 놀랐다. 우리는, 손을 잡는 사이는 아닌데, 이렇게 손을 잡아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이래도 되는건가? 라는 생각. 그러나 그와 손을 잡은 게 무척 좋아서 모르는 척 손을 잡고 그 다정함을 한껏 즐기며 걷고 있는데 손에 너무 땀이 차는거다. 내 손이 아니라 그의 손에서 나는 땀 같았는데, 다한증인가, 하고 생각하며 나는 손을 살짝 놓고는 '땀' 이라고 작게 말한 뒤,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의 손을 닦아주었다. 닦아주고 나니 그는 잠깐 갈 데가 있다며 어딘가로 가버려서, 아이씨 땀 나도 그냥 잡고 있을걸, 하고 생각하다가 깼는데, 아침에 일어나 머리를 감으면서 으응, 이 꿈은 뭐지, 왜 이런 꿈을 꿨을까, 했다.



앗! 그러고보니 저 영화 그레이트 뷰티에 다한증으로 고생하는 수녀 얘기가 나오는데, 그래서 꿨나??????????????????????????????????????????????? 어쨌든.




토머스 쿡의 번역된 소설은 이제 《심문》을 빼놓고 다 읽었다. 처음 《붉은 낙엽》을 읽었을 때는 내가 이 작가의 책을 계속 읽게 될 줄은 몰랐는데, 《채텀 스쿨 어페어》가 좋아서-다른 말로 엄청 불편해서-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내 나름의 순위를 정해봤다. 《줄리언 웰즈의 죄》가 좋은데, 그럼에도불구하고 내 순위 안에서는 4위다. 이 정도가 4위라면, 앞으로 나올 그의 소설을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믿을만한 작가다.












며칠전에 만난 친구가 나더러 회사 그만두고 세계 곳곳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먹방을 해보는 게 어떠냐고 했는데, 흐음, 그거 하다보면 금세 200키로 찍을 것 같아 거절했다. 역시 나한테는 평범한 직장인이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밥이나 먹자.



마지막으로 어제 친구가 보내준 독특한 노래.









"줄리언은 소련 강제 노동 수용소의 죄수들이 감방벽에 다른 어떤 단어보다 더 많이 써놓은 단어가 있다고 했네. 우리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단어, 어머니나 아버지, 하느님 같은 단어가 아니라고 했지." 에두아르도는 또 내 오랜 친구와 함께 있으면서 그의 심각한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자쳄'이라는 단어였네."
"자쳄이 무슨 뜻이죠?"
"'왜'라는 뜻이지." 에두아르도가 대답했다. 당혹스럽고 침울한 표정이었다. "이 말이 줄리언의 마음에도 쓰여져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군. 배신이 적어놓은 단어라는 생각도 들고."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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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0 0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20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4-06-20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저는 지금 누구누구님들이 좋다고 강추했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절반 정도 읽었습니다.
참...특이한 소설이네요.

2.'왜?'라는 질문은 부조리한 세상속에서는 더욱더 절망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거 같아요.
아무리 왜냐고 자신에게.... 신에게.... 물어봐도
자신이 겪는 이 일이 이해가 될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라면
그저 뭐 내 팔자가 이렇지 뭐 자포자기 하고 사는것이 오히려 조금은
더 편하게 살수 있는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독교인들이 잘 쓰는 뭐라더라
그...지금의 시련은 하나님이 다 널 사랑해서 그런거다 뭐 이딴거 믿으면서요....

3.기분이 계속 우울하니까 댓글도 삐딱~~ =..=


다락방 2014-06-20 11:52   좋아요 0 | URL
1. 저는 지금 노명우의 <세상물정의 사회학>을 읽고 있습니다. 뜨끔한 문장들이 나올때마다 뜨끔뜨끔 합니다. 유권자와 소비자 부분에서 특히..

2. 지금의 시련은 하나님이 다 날 사랑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것을 이겨내야하는 거구나, 하며 내 몫인가보다, 체념하게 되는 경우가 저도 더러 있긴 합니다.
아니, 그래야 버텨지기도 하고 말이지요.
너무 싫잖아요, '너를 사랑해서 그래' 라는 말. 싫어요 진짜.

3. 저는 조울증인듯 우울했다 웃었다 합니다. 얼마전엔 다정한 남자사람 친구로부터 '요즘 나한테 왜이렇게 잘해줘?' 란 말을 들었어요. '며칠전엔 짜증냈잖아' 하면서요..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레와 2014-06-20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더욱 탄력붙은 다락방의 리뷰러쉬~ 좋아요!!! (엄지척!) 히히..

다락방 2014-06-20 11:52   좋아요 0 | URL
탄력붙었다는 말은 종종 듣고 있는데 댓글은 점점 줄어요...뭐징.. ㅎㅎ

자작나무 2014-06-23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