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자본주의의 노예이며 광고의 말을 잘 듣는 쉬운 인간인것 같다.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내려 8번 출구로 나오면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거기에 아주 크게 스톤헨지 목걸이 광고로 신민아가 클로즈업 되어 있다. 목걸이 착용컷인데, 와, 진짜 볼때마다 사고 싶어지는 거다.

너무 예뻐.




내가 본 건 이 사진은 아니고 눈 뜬 사진인데 ㅋㅋㅋ 여튼 이 사진 볼때마다 정신을 잃고 반해가지고, 나도 저 목걸이 사야겠다! 하고 불끈불끈 해지는거다. 그러다 광고 옆을 지나치고 나면, 내 쇄골도, 내 얼굴도 신민아가 아니지..착용컷이 저렇게 나올 수가 없을거야...하고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포기가 현명한 것 같다.


그렇지만..오늘은 출근하고 나서도 내내 생각나. 참을 수가 없다! 너는 도대체 얼마냐! 나는 스톤헨지란 브랜드를 들어본 적도 없지만, 인터넷에 넣어 검색을 해본다. 나처럼 신민아의 이 사진에 뻑간 사람이 많은지 대번에 스톤헨지 신민아 목걸이라고 뜨더라. 그렇게 상품명도 알게되었고, 스톤헨지 사이트에서 검색해봤다. 345,000 원 이란다.





아아....345,000원이란 금액이 작은 금액은 아니지만, 이, 나에게는, 신용카드란 것이 있으니 할부로 긁으면야 저걸 사는 건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다. 다만 저것이 일반인에게도 예쁠 것이냐가 관건. 신민아라 예쁜거냐, 누구에게나 예쁜거냐. 그래서 블로그를 검색해 일반인 착용컷을 봤는데, 한 명은 예쁘고 한 명은...아니더라. 흐음. 그렇다면 나는 그 중에 어떤 사람이 될 것이냐. 아니, 저 목걸이, 사이즈부터가 안맞으면 어떡하지? 이런 고민으로 지를까말까, 동료에게 얘기했더니, 백화점가서 착용을 해보고 사라는 거다. 그게 현명한듯 하지만, 아, 부끄럽잖아. 가서 뭐라 그래?



신민아 목걸이 한 번 해볼게요.



라고 하나?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부끄러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챙피하잖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냥 사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런데 ... 안예쁜 일반인이면 어떡하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신민아가 아니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남동생이 나한테 쇄골 좀 그리고 다니라고 했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럼 저거 안어울리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버스정류장 광고판에서 저 광고가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피할 수도 없는 것이, 5번 출구로 나와도 저 광고가 있더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사라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사라고 그러는 거야, 이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할부는 6개월...?? 10개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매장 있던데...



신민아라 예쁜가?

신만아만 예쁜가?

하아-



일을 못하겠다 진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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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omi 2015-04-08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망하자는 건가요? 저까지 악의 구렁텅이로 끌고 들어가시네요ㅜㅜ 스톤헨지 검색 중ㅋㅋ

다락방 2015-04-08 15:56   좋아요 1 | URL
친구가 글쎄 저더러 반지까지 세트로 사래요!! >.< ㅋㅋㅋㅋㅋ

앤의다락방 2015-04-08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님 넘 귀여우셔요!!! 그나저나 정말 이쁘게 나왔네요! 목걸이가 저렇게 잘어울리다니. 저도 사고 싶을 정도예요@.@

다락방 2015-04-08 16:16   좋아요 0 | URL
제가 저런 미모를 가지지 않은 건 목걸이 수집가가 되지 말라는 하늘의 뜻일까요? 목걸이 수집할까봐 저는 신민아가 아닌걸까요? 신민아 목걸이 착용컷 너무 예쁘죠 ㅠㅠ

앤의다락방 2015-04-08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이뻐요ㅠ 쇄골 목라인~ 아...전 왜 짧은 목으로 태어난건지...털썩!

다락방 2015-04-08 16:25   좋아요 0 | URL
저도 왜 짧고 굵은 목으로 태어나 쇄골 같은 건 갖고 있지도 않은건지.. ㅠㅠ

Mephistopheles 2015-04-08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목에 걸어 안이쁘다 싶으면 두번 돌려 팔찌로....도 좋은 방법이지요...

다락방 2015-04-08 16:2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애가 과격해서 팔찌로 사용할경우 금세 끊어질 거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장소] 2015-04-08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지갑 얇아지는 것이 궁금해서 저도 반지까지 사라고 악마처럼 속삭이고 갑니다...사악하죠?^^

다락방 2015-04-08 16:35   좋아요 1 | URL
제 지갑은 두꺼웠던 적이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장소] 2015-04-08 16:37   좋아요 0 | URL
그래도..사실거죠? 두꺼운게관건이 아닌..살거냐..사서 인증샷 보여줘...이것이 관건이라는!!!^^

아무개 2015-04-08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쇄골이여!

다락방 2015-04-09 10:10   좋아요 0 | URL
나는 없더라고요. ㅎㅎ

무스탕 2015-04-08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쇄골은 누구나 갖고 있는데 신민아는 왜 저렇게 이쁜걸로 장착한거죠? ㅠㅠ

다락방 2015-04-09 10:11   좋아요 0 | URL
누구나 갖고 있는거 맞아요, 무스탕님? ㅠㅠ

에이바 2015-04-08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목걸이 사시는 분위기ㅠㅠㅠㅠ 신민아 너무 이쁘네요. 분위기 진짜... 귀걸이 반지 목걸이 다 어울리고 세상 혼자 살아요...

다락방 2015-04-09 10:11   좋아요 0 | URL
어제 거울 보고 사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돈도 없지만 무엇보다 쇄골이 없어서요... ㅠㅠ

[그장소] 2015-04-09 0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쇄골하면 잉글리쉬 페이션트가 떠올라요.
오목하게 들어가는 부분이 예쁜 캐서린과
알마시가 서로 나란하게 누워 나른한 표정으로 열정을 감추고 알마시가 묻죠..이 부분을 뭐라 하느냐고..캐서린은 쇄골절흔 ㅡ이라 알려주고..알마시는 곧 아..쇄골절흔..이곳을 자신의 영지˝쯤..(?)이라고 칭하겠다고..선언하죠.

다락방 2015-04-09 10:12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은 책으로 읽으신건가요? 전 사두고 안읽었네요. 저는 아주 오래전에 영화로 봤는데, 그 장면에서 둘은 서서 대화를 나눴던 걸로 기억해요. 여자가 벽에 몸을 기대고 있었고 말이지요. 그 후에 쇄골 열풍이 불었던 것 같은데 ㅎㅎㅎㅎㅎ 네, 쇄골은 그때 그 영화에서 아주 인상깊게 다뤘죠.

보물선 2015-04-08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추!ㅋㅋㅋ

다락방 2015-04-09 10:12   좋아요 0 | URL
노 쇄골!! ㅎㅎㅎ

세실 2015-04-08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악 완전 제 스타일이예요~~~
저도 사고 싶네요.
다락방님도 충분히 예쁠듯요^^

다락방 2015-04-09 10:13   좋아요 0 | URL
아뇨, 쇄골이 없어요. 쇄골이 보이질 않아...하아- 목걸이`만` 예쁠 것 같아요..(시무룩)

blanca 2015-04-08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다락방님 느무 귀여워용. 근데 저는 귀걸이가 눈에 들어오네요. ^*

다락방 2015-04-09 10:13   좋아요 0 | URL
저는 목걸이 대신 반지를 노려볼까봐요. 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손가락이 뚱뚱해서... ㅠㅠ

transient-guest 2015-04-09 0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요, 여기서 나오네요. 저는 목걸이는 눈에 안 들어왔구요, 신민아의 맨살 어깨만 봤네요 -.-
근데 345000이면 책이 서른 권인데요...

아무개 2015-04-09 08:20   좋아요 0 | URL
근데 왜 저도
신민아의 쇄골에...
ㅡᆢㅡ;;;;;;;;

다락방 2015-04-09 10:14   좋아요 0 | URL
신민아의 맨살 어깨는 저도 눈에 확 들어와요. 저 맨살 어깨와 쇄골 때문에 목걸이가 빛나는 거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쇄골이 없으므로 저 목걸이를 살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거고요. 아흑흑 ㅠㅠ 서러움의 눈물이 ㅠㅠ

책이 서른 권...
그렇지만 책 서른 권 안 사도 집에 안 읽은 책의 서른 권의 세 배쯤 되니까...그 돈으로 목걸이 사도 되지 않을까요?
네, 물론 안삽니다. 돈이 없어서라는 이유는 두번째고 첫번째는 쇄골이 없어서...

nomadology 2015-04-10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기다려 봅니다. (목걸이쪽인지, 쇄골쪽인지 모르겠지만)

다락방 2015-04-13 11:35   좋아요 0 | URL
흑흑. 실망시켜드려 죄송합니다. 당분간 리뷰가 올라올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제게 쇄골이 생긴다면..쇄골이 드러나게 된다면...그땐 반드시 이 목걸이를 겟!! 하여 리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ㅠㅠ

nomadology 2015-04-13 13:27   좋아요 0 | URL
제가 잘은 모르지만 미리 사두셔야 단종되지 않을... (아 서두르시겠다는 의지? 응원합니다.)

다락방 2015-04-13 13:43   좋아요 0 | URL
음..그러니까 단종되기 전에 쇄골을 만들어야 되는...거네요? 흐으음...... 서두르겠다는 의지...는 있으되 의지만 있으면 될까요? ㅠㅠ

nomadology 2015-04-13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 게바라의 명언이 떠오르네요

다락방 2015-04-13 15:27   좋아요 0 | URL
어떤 명언이요? 네????????????

2015-04-13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13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케이트 초핀'의 [각성]은 국내에서는 '케이트 쇼팽'의 [각성] 이나 '케이트 쇼팽'의 [내 영혼이 깨어나는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나와있다. 작가의 이름이 Kate Chopin 이니 케이트 초핀으로 번역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각성의 원제목이 The Awakening 이니 지극히 문학적인 의역이긴 하지만 '내 영혼이 깨어나는 순간'으로 제목을 조금 바꿔 번역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뜻은 통하니까. 그런데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이 책, [빨래하는 페미니즘]에 대해서라면 얘기다 다르다. 아직 2/3 정도밖에 읽지 못했으니 끝까지 다 읽어봐야 더 확실해질지도 모르겠지만, 아니, 이쯤만 읽어도 충분할 것 같다. 대체 이 책의 제목이 왜 '빨래하는 페미니즘'이 됐을까? 이 책의 원제목은 [Reading Women: How the Great Books of Feminism Changed My Life] 인데 말이다. 이게 그러니까 번역하면, 책읽는 여자들: 어떻게 페미니즘에 대한 위대한 책이 내 삶을 변화시켰는가..쯤이 되는건가? 


이 책에서 작가는 자신의 일상과 자신이 들은 강의, 그 강의의 소재가 된 고전들을 예로 들어가며 페미니즘에 대한 얘기를 풀어 놓는다.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로 얘기하는 인문학 서적이지만, 딱딱하지도 않고 쉽게 읽힌다. 심지어 재미있다. 독립된 자아를 가지고 있는 개개인으로서의 한 '여자사람'이 엄마와 아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일상적으로 아주 잘 말해주고 있다. 쉽게 말해 일과 가정 양쪽을 다 잘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끝없는 논쟁에 대한 이야기랄까. 남편의 의식이 여느 남자들보다 더 깨어있고 실제로 양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해도 중심 축이 되는 것, '모유를 먹이는' 중요한 기본 부터 아이의 성장에 미치는 중요한 것들에 대한 기본 축을 '엄마'가 하고 있기 때문에 애초에 양육에 평등할 수가 없다는 걸 이 책의 작가 '스테파니 스탈'이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똑똑한 스테파니 스탈, 자신이 쓸 돈을 자신이 벌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는 스테퍼니 스탈은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하고 남편과 사이가 안좋아지기도 한다. 



실비아가 24개월 되었을 때 근처 유아원 반일반에 보내기 시작했다. 오전 시간이 자유로워지면서 집 밖으로 나가는 일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고립과 불안정성에 지친 나는 동지애에 굶주려 있었다. 집안에 틀어박혀 혼잣말하며 지내는 날이 계속되다 보니 동료와 하찮은 일로 옥신각신하는 사내 정치가 그리울 지경이었다. 게다가 통장 잔고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이제껏 열심히 기사를 써왔건만 받은 고료는 건강 보험료를 내고 나면 그다지 남는 게 없었다. 나는 성인이 된 이후 줄곧 스스로 벌어서 생활을 꾸려 왔다. 대학생일 때도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그런데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한 이후 찔끔찔끔 버는 돈은 가정 경제에 그다지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꾸준한 수입이 없다는 게 괴로웠다. 지금 상황이 계속되다 보면 내 몸 하나 부양하는 것도 힘에 부칠 날이 올지 몰랐다. 비록 남편일지라도 누군가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며 사는 것은 내게 끔직한 공포이자 수치였다. (p.245)





책은 재미있어서 책장이 잘도 넘어간다. 게다가 고전에서도 작가의 일상 속에서도 생각할 부분이 많아, 나는 이 책을 내가 아는 사람들 모두에게, 심지어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죄다 읽히고 싶어졌다. 내가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진짜 아는 사람들에게 죄다 한 권씩 보내보리고 싶다니까. 


회사에서 직원들이 생일을 맞으면 작년부터 나는 개인적으로 책을 한 권씩 선물해주고 있다. 앞으로 그래야겠다고 생각하고 작년부터 실천하고 있는데, 친한 직원들이야 따로 선물을 챙기곤 했었지만, 친하지 않은 직원들에게는 그저 생일 축하한다는 말만 전했던 거다. 고작 만원 넘는 돈으로 재미있고 의미도 있는 책을 선물한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 것. 책을 거의 안읽는 직원들에게는 흥미롭고 빠져들만한 소설을 선물하면 책에 대한 재미도 붙일 수 있지 않을까. 지난주 금요일에 생일을 맞은 K 대리는 그간 나로부터 빌려서 많은 소설책을 읽었던 터다. 그 직원은 평소에 나랑 친해 해마다 생일 선물을 챙겨주었는데, 이번에는 챙겨주면서 책 한 권을 더 준비했고, 그렇게 준비한 책은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 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책, 빨래하는 페미니즘을 읽으면서, 다음에 생일을 맞이할 직원들에게는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다. 실상 대부분의 책이 저마다의 의미를 지니기는 하지만, 뭐, 그렇다는 거다. 더불어 작가가 글을 참 잘쓴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상과 고전, 강의에서부터 자신이 하고자 말을 섞어서 한 권의 책으로 펼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해 보이는 거다. 그래서 이런 글쓰기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전하기 위해서 내 일상과 책들에서 소재를 가져오는 것. 그러면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피력할 수 있다면, 완성된 글쓰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던 거다. 이런 글쓰기를 할 수 있는 그녀의 능력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또한 공부하는 그녀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도 들었다. 아이를 낳고 살면서 자신이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여성이 되어 있었던 것에 대해 자각하고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하겠다는 생각을 해서 실천에 옮기는 것. 강의를 열심히 듣고 또 강의에서 정해주는 책을 열심히 읽고 생각해 보는 것.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 더 나아가 공부를 하는 것들이 무척 좋아보인 거다. 나는 공부를 못했고 또 공부하는 걸 싫어하기 때문인지, 공부를 하고자 하는 의욕을 가진 사람, 실제로 공부를 하는 사람을 보면 막 존경스럽고 대단한 느낌이 든다. 또한 마음으로 겁나 응원해주고 싶어지는 거다. 해보라고, 열심히 해보라고, 하고 싶은 공부 막 해보라고 하고 싶어지는 거다.



나로 말하자면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얼마나 쉬운 위치에 있는가, 하고 새삼 생각했다. 누군가 열심히 공부하고 글로 써놓은 것을, 그저 책 한 권의 값을 치르고 앉아서 읽기만 하면 되니.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좋겠지만, 나는 그런 능력까지는 안되고. 그저 여기에서 책을 읽고 책으로 대신 공부하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런 책이 있다, 좋더라, 하고 말해주는 일은 할 수 있으니 나는 그걸 하는 걸로.




그리고 다른 얘기인데, 저자가 뉴욕을 떠나 시골에 가서 살게 되기 전에 911 테러사건을 겪게 되는 걸 보면서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봤다. 누군가랑 함께 산다는 건, 저자의 표현대로 '이인삼각'이 되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할텐데, 서로가 서로의 다른 점들에 대해 인정하고 조율하면서 자기들만의 룰을 만들고, 그러면서 같은 경험을 하고 또 그렇게 두 사람만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는 걸 의미할테다. 일전에 여동생과 제부가 출산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보고 함께 공유하며 얘기할 수 있었던 것처럼, 하나의 사건을 같이 공유하게 된다는 건 그 자체로 특별할 것이다. 뭔지 모를 묵직함이 가슴 가득 차올랐다. '휴 그랜트'와 '사라 제시카 파커'가 나오는 영화 [들어는 봤니, 모건 부부?] 에서 이 부부는 사이가 안좋았는데, 여차저차 시골에서 며칠 같이 묵으면서, 그들이 함께 있었던 장소, 떠들썩한 도시의 소음을 함께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 장면이 있다. 내가 지금 이시간 눈 앞의 어떤 한 사건을 누군가와 함께 보고 있다는 것. 우리는 거기에 대해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서도 얘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에게 이런 일이 있었어, 라고 시작하는 얘기가 아니라 '우리 그때 거기에서 말이야'로 시작할 수 있는 얘기. 함께 산다는 건, '우리가 그때' 라고 시작할 수 있는 문장들이 더 많아진다는 걸 의미하겠지.




방송을 통해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비행기 충돌이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테러리즘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콕 들어와 박혔다. 그 단어는 쉽사리 떨쳐지지 않았다. 품 안에 평화롭게 안겨 있는 실비아를 내려다보았다. 숨 쉴때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과 둥글게 말려 있는 손이 보였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장면들로부터 실비아를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실비아를 꼭 안아 주었다.

그 사건 이후에야 테러리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히 깨달았다. 남편과 나는 침대 한가운데 안전하게 눕혀 놓은 실비아 양쪽에 웅크린 채 눈앞에서 펼쳐지는 참사의 물결을 지켜보았다. 나는 다시 일어나 앉아 양팔로 내 몸을 감싸 안고는 얼어붙어 있었다. 심장은 벌새의 날갯짓만큼이나 빠르게, 심장이 더는 나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뛰었다. 폭주하는 심장의 고동이 진정되기를 바라면서 실비아의 놀랍도록 앙증맞은 발가락을 하나부터 열까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반복해서 셌다. (p.80-81)




저자인 스페터니와 남편 존은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뉴욕을 떠나는 것을 앞당긴다. 그렇게 거주지를 옮긴 그들 부부의 사이는 최악으로 치닫고, 그러나 헤어지지 않은 채 그들은 다시 몇해를 시골에서 보낸 뒤 뉴욕으로 함께 돌아온다. 이들 부부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내가 알 수 없지만, 설사 헤어져서 각자의 삶을 살게 된다고 해도 저 시간들에 대해 가끔 돌이켜볼 거란 생각이 들었다. 공포스럽고 아픈 순간 눈물 흘렸던 것부터 시작해서, 갓 태어난 아이를 가운데 놓고 양쪽에 누워 있었던 시간, 순간 들을. 그것만큼은 앞으로 누굴 만나 어떤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결코 지울 수 없는 둘만의 역사가 되어있지 않을까. 사랑한다는 건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좋을, 둘만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일일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이 재미있어서 일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조용한 까페로 찾아가 책을 읽고 싶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의 저자 '스테퍼니 스탈'처럼 누군가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걸 끔찍하게 생각하는만큼, 내가 내 먹을 밥을 구하기 위해서는 사무실에 궁둥이 딱 붙이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 이 책을 마저 읽는 것은 다음으로 미뤄야겠지... 안타깝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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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5-04-06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렇게 재미있다고 하시니 원래 안 읽으려다가 보관함으로.

다락방 2015-04-06 12:08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어요, 치니님. 책 속 인물이나 작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서 재미있네요. 그런데 이 책 제목은 부끄러워요. 들고 다니기 좀 거시기함 ㅠㅠ 제목은 좀 바꿔줬으면 좋겠어요. ㅠㅠ

유부만두 2015-04-06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죠?? 그죠?

책 제목과 표지는 좀 아니지만요. ^^

다락방 2015-04-06 12:09   좋아요 0 | URL
네 좋아요. 전 뭣보다 제목 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아놔..Orz
어제 친구가 책 뭐 읽냐고 물어봐서 `빨래하는 페미니즘`이라고 대답하는데 좀 짜증났어요. 제목 구려요 ㅠㅠ

moonnight 2015-04-06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괴상해서-_- 관심을 안 뒀었는데 다락방님이 좋다 하시니 보관함으로 얼른 담습니다. 제목이 더욱 안타까워지네요. ㅠ_ㅠ;

다락방 2015-04-06 15:35   좋아요 0 | URL
읽을수록 빨래하는 페미니즘이란 제목이 마음에 안든다고 강하게 생각하게 돼요. 저도 그래서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읽어보니까 재미있어요!!! >.<

비로그인 2015-04-06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쓸 돈을 내가 벌고 싶은 욕망때문에 옆방의 셜록홈즈를 미워하는 거였.....
제가 다락방님 회사 직원이라면 저에겐 어떤 책을 추천해주실까요^^

다락방 2015-04-06 15:35   좋아요 0 | URL
만약 아른님이 저희 회사 직원이라면 아른님께는 이 책, 빨래하는 페미니즘을 추천해드렸을 것 같아요. 흐흣 :)

hellas 2015-04-06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출간때부터 저 ˝제목˝이 불편했어요. 원제와 다르다는 것 그것 말고도 육아와 살림을 전제한다는 느낌이라서일까요. 책은 매우 궁금했지만 그래서 안읽게된 책이죠. 제목에 대한 의견은 다락방님만 아니라 저 포함 많은 이들이 공감할만합니다. 아주 별로:(. 그건 그거고 다락방님 리뷰보니 저도 읽고싶어졌네요:)

다락방 2015-04-07 09:47   좋아요 0 | URL
페미니스트인 저자가 육아를 시작하고 나서 내가 생각했던 건 이게 아닌데, 하는 혼란을 느끼거든요. 물론 육아전에 동거를 시작하면서 남편과 빨래를 가지고 갈등이 팡- 터지게 되고요. 으윽, 이 부분 읽는데 너무 짜증나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 남편을 내쫓고 싶어지더라고요. 하하하하하. 실제 내가 주장하는 바, 생각하는 바가 내 생활과 맞물렸을 때 얼마나 같이 가기가 어려운지 이 책을 읽다보면 여실히 드러나요. 재미있게 읽었어요, hellas 님.
:)
 

늘 박스로만 받다가 봉투에 든 책을 받아본 건 오랜만인데, 아니, 봉투가 언제 이렇게 바뀌었지? 봉투가 북플 광고를 한닷!!







웃겨서 웃었는데, 뒤에 보니 여기도 마찬가지. 괜히 하릴없이 내 이름은 없나 찾아보았지만, 없더라. 그치..내가 북플 활동을 열심히 하는건 아니지. 나는 서재 활동을 열심히 하지. 하하하하하. 만약 북플을 모르던 사람이라면, 이 봉투 받고 읭? 북플? 하고 검색해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봉투 뭐지?







암튼, 누군지는 몰라도, 이 봉투 아이디어 낸 사람 천재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알라딘엔 쫌 천재가 많은 듯. 이른바 아이디어맨이라고 해야하나, 이벤트 상품 만드는 것도 보면 진짜 아이디어가 푱푱- 솟는듯 하다. 나로 말하자면 이런 아이디어 같은거 진짜 하나도 못내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이 봉투 천재천재.



그리고 봉투 안에 들어있던 책은 이것!








헤헷, 이 책 실물이 더 예쁘네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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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5-04-02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다락방님 팔뚝이 저렇게 얇.....이라고 말하려다가...그만..

다락방 2015-04-02 13:15   좋아요 0 | URL
저팔뚝이 제 팔뚝이라면 저는 이미 약속된 화보를 찍었............겠죠. 쿨럭.

Mephistopheles 2015-04-02 13:16   좋아요 0 | URL
분....발...하시길 바랄께요.....

다락방 2015-04-02 13:16   좋아요 0 | URL
네?....................네.......................................(*__)

에이바 2015-04-02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봉투 받고 감탄했었어요. 그리고 북플을 다시 깔았죠 ㅋㅋㅋ 진짜 알라딘엔 아이디어 뱅커가 많은 듯 해요.

다락방 2015-04-03 08:56   좋아요 0 | URL
그쵸? 봉투 보는데 웃기더라고요. 이게 뭐야 ㅋㅋㅋㅋ 하면서요 ㅋㅋㅋㅋㅋ

하이드 2015-04-02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봉투 안에 알라딘 직원분들 이름이네요. ㅎㅎ

다락방 2015-04-03 08:56   좋아요 0 | URL
아, 알라딘 직원분들 이름이었어요? 그랬군요! ㅎㅎ

그렇게혜윰 2015-04-02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고란 이런 것인가 봅니다!!!

다락방 2015-04-03 08:57   좋아요 0 | URL
네, 광고란 이런 것인가 봅니다. ㅋㅋ

레와 2015-04-02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프로 공감합니다! 알라딘엔 아이디어 천재들만 있나봐요

저 봉투, 저 책 갖고 싶다.... 하아.. 하악하악

다락방 2015-04-03 08:57   좋아요 0 | URL
봉투는 왜 갖고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책이라면 몰라도. 책 표지 이쁘다요. 후훗

느긋느긋 2015-04-02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은 이벤트 상품 사고 책 받는 쇼핑몰로 바꿔야할듯. 이번 파우치도 탐나서 미치겠어요 ㅎㅎ벌써 품절된 것들도 있다던데 다락방님른 벌써 몇 개나 재어놓으셨으려나 ㅎㅎ

다락방 2015-04-03 08:57   좋아요 0 | URL
저는 파우치 안탐나지롱요. 움화화화핫. 뭔가 승리한 듯한 이 느낌적 느낌은 뭐죠? ㅎㅎ
품절된 건 자꾸 채워질건가봐요.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지르셈, 버니님! ㅎㅎ

2015-04-02 2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03 0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5-04-02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 알라딘 정말 좋아요 :>
제 지갑은 얇아지겠지만 하하

다락방 2015-04-03 09:08   좋아요 0 | URL
우리 지갑을 잘 지킵시다!!!!! ㅎㅎ

마노아 2015-04-02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게 알라딘의 강점이죠. 아 사랑스럽네요.^^
그나저나 저 책! 표지가 예쁘네요. 장미와 주목 읽으려고 꺼내놨는데..^^

다락방 2015-04-03 09:08   좋아요 0 | URL
저 책 표지 너무 예쁘죠. 장미와 주목도 좋았고 다른 책들도 좋았으니 저 책도 좋을것 같아요. 헤헷. 기대가 됩니다.

blanca 2015-04-02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이 봉투 보구 한참 웃었어요 ㅋㅋ 센스쟁이들 같으니라고.

다락방 2015-04-03 10:17   좋아요 0 | URL
앞뒷면 모두 북플 광고라 웃었어요. ㅋㅋㅋㅋㅋ 광고 제대로 하는구나! 하는 느낌이었죠. ㅋㅋ

transient-guest 2015-04-03 0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번 책은 화보로 나오나요???? ㅎㅎㅎㅎ

다락방 2015-04-03 10:22   좋아요 0 | URL
그게 제 목표이긴 합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순오기 2015-04-03 0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알라딘 멋져요!!@@
내 책을 사면 박스로 오니까...봉투를 받으려면 달랑 한 권만 주문해볼까? 유혹받아요~^^

다락방 2015-04-03 10:23   좋아요 0 | URL
저도 봉투로 오랜만에 받아서 바뀐줄도 몰랐어요. 히히히히히. 가끔 한두권 주문도 해줘야겠어요. 봉투 디자인 좀 보게요. 하하하하하.

moonnight 2015-04-06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센스있는 봉투예요. 저도 늘 박스로 받으니까 봉투는 바뀐 줄도 몰랐네요. 창의력 제로인 인간이라 알라딘 이벤트 같은 거 보면 직원분들 굉장히 비상하구나 감탄해요. ^^

다락방 2015-04-06 15:3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저도 창의력 제로인지라 여기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전 알라딘에 들어갔으면 아이디어라는 건 내보지도 못하고 퇴사할듯요 ㅋㅋㅋㅋㅋ
 

4월

-이응준



내가 기차같이 별자리같이
느껴질 때
슬며시 잡은 빈손을 놓았다.


누군가 속삭였다. 어쩔 수 없을
거라고. 귀를 막은 나는
녹슨 피 속으로 가라앉으면서
너의
여러 얼굴들을 되뇌었다.


벚꽃 움트는 밤 아래
무릎 꿇었다.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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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 2015-04-01 0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쁜 꿈 꿨어요?
이 시간에 깨어있으시구.
저는 근무예요.
아침 맛있게 먹어요. 다락방님. ^o^

다락방 2015-04-01 09:05   좋아요 0 | URL
아뇨. 일찍 잤더니 새벽에 깼어요.
지금은 까페 모카 마시고 있습니다. 움화화핫. 좋은 하루 보내요!

Forgettable. 2015-04-01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우절보다 훨씬 좋은 4월의 시작이네요. 봄 공기는 여러가지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 외려 어떤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했는지 잊게끔 만들더라구요

다락방 2015-04-01 09:06   좋아요 0 | URL
내가 4월 시작하자마자 이 시를 사람들 읽게 하자고 2월달부턴가 마음먹었다고요. ㅋㅋㅋㅋ 오늘 새벽에 눈뜨자마자 4월이다, 이거 올리고 자자! 이랬는데, 뽀가 좋은 4월의 시작이라고 해줘서 내가 지금 참 행복합니다. 누군가 내 의도를 정확히 알아준 기분이랄까? 헤헷 :)

잘 지내고 있어요, 뽀?
난 요즘 행복합니다. 으흐흐흐흐

singri 2015-04-01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음~~ 좋네요~

다락방 2015-04-01 09:32   좋아요 0 | URL
좋죠! 헤헷 :)

수이 2015-04-01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이니까 역시~ 저도 카페모카 마시고파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5-04-01 10:14   좋아요 0 | URL
으응? 야나님이 내가 까페모카 마신걸 어떻게 알고 계시지? 하고 갸웃했다가 아, 댓글에 썼구나, 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와 2015-04-0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4월은 이응준이죠.
센스있는 여자!


여긴 벚꽃이 한창이에요.
문득
이렇게 날씨가 궂은날 벚꽃은 좀..
슬퍼.


다락방 2015-04-01 16:21   좋아요 0 | URL
여기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에요. 오늘 아침엔 제법 쌀쌀했는데 말이죠.
아직 벚꽃이 다 피질 않았어요. 이번주말이나 다음주쯤 만개하지 않을까.
심규선 앨범 가사집 첫머리에 써있는 말이 생각나네요.

개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나 2015-04-02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므흣~

다락방 2015-04-02 10:59   좋아요 0 | URL
:)
 

토요일에는 친구와 서울 성곽길을 걸었다. 걷기 코스로는 고작 두시간 정도밖에 안되는데, 대부분이 계단이라 다녀오고 난 뒤에는 종아리에 알이 박이더라. 두세시간 걷는 걸로는 사실 나는 다리에 그다지 무리가 가지 않는 사람인데, 계단은 좀 달랐다. 그리고 계단은..별로 재미없어. 여튼 성곽길 우리가 걸었던 코스에서는 산꼭대기에서 밑으로 내려다보면 광화문이 보이고 삼청동이 보이고 뭐 여튼 그랬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래쪽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고, 위를 향하는 사진은 찍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하늘은 찍어도 된단 거다. 곳곳에 초소가 있었는데, 나는 그게 같이간 친구가 초소라고 말해주기 전에는 초소인지 모르고, 더 높은 곳에서 전망을 보겠다며 별 생각 없이 계단을 오르다가, 친구는 거기 올라가면 안될걸? 이러는데 그냥 오르다가, 갑자기 여기 올라오시면 안됩니다, 하는 말에 고개를 들어보니 그 안에 사람이 있었고...총을...들고 있었.......그래서 죄송합니다, 하고는 다시 내려왔는데 친구 말을 들을 걸 그랬다. 여튼 그래서 내가 친구한테 '나 지금 총맞을 뻔 한거야?' 라고 했다. ㅎㅎㅎ 군데 군데 서있는 젊은 남자들이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고, 나는 그게 그냥 알바생들인줄 알았는데, 자기들끼리 얘기하는 걸 얼핏 들으니 군기가 뽝- 들어간거다. 예, 알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그래서 내가 너무 궁금해서 가다가 한 명에게 물어봤다.



저기, 그 옷 입고 계신 분들 모두 군인이신 거에요? 라고.



그러자 그는 내게 답했다.



그건 대답해드릴 수 없습니다.



나는 아 죄송합니다, 하고 돌아서 다시 가던 길을 갔다. 친구는 내가 물어본다고 할 때 '아마 안알랴줌 이럴걸?' 이라고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친구 말이 맞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는 경찰이든 군인이든 둘 중 하나일 거라고 했고, 나는..모르겠다. 그들이 뭔지. 여튼 알겠습니다, 대답해드릴 수 없습니다, 뭐 이런 말 듣는데 좀..짜릿...했다. 나는 상대가 반말 쓴다고 쌍욕하지는 않지만, 상대의 나이가 어떻든 친하지도 않은데 반말하는 사람은 싫다. 음식점 같은데서 점원에게 무조건 반말하는 손님도 재수없다. 잘 알지 못하는 상대라면, 무조건 존대를 해주는 쪽이 좋더라. 물론 이번 군인(혹은 경찰)의 경우에는 계급에서 온 것이겠지만, 나이가 어리든 말든 상대에게 일단 존대를 해주는 사람이 좋다. 뭐, 근본적으로는 존대말이나 반말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보지만.



암튼 종아리가 아파서 어제는 일자산에 가는 걸 포기하고 하루종일 방에 처박혀서 집 밖으로 한 걸음도 안나갔다. 그렇다고 집에서 뭔가 생산적인 일을 했느냐 하면 절대 아니고, 그냥 쳐묵쳐묵 하고 누워있었달까. 책이나 실컷 읽자 했지만 책을 펼쳤다가 다섯장쯤 읽으니 또 꾸벅꾸벅 졸게 되고....그래서 어젯밤 잠들 무렵엔, 하아, 오늘은 내가 한 게 뭔가,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하루를 보냈네, 이래도 되는건가, 하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뭐, 그런데 그런 날도 있어야지. 






[버드맨]을 봤다. 오, 키튼 마이 키튼. 나는 배트맨 에서의 마이클 키튼을 정말 좋아했다. 마이클 키튼을 볼라고 퍼시픽 하이츠 인가 하는 영화를 중딩때 극장가서 본 기억도 난다. 거기에선 악역이었지. 버드맨이란 배역으로 모두가 아는 유명한 배우였다가 이제는 어떻게든 재기할 것만 노리고 있는 극중 남자가, 배트맨을 맡았던 실제의 마이클 키튼과 겹쳐졌다. 마이클 키튼이 극중에서 레이먼드 카버의 책을 각색해 연극 무대에 올리고자 하는데, 카버라니, 연극 연습 하는 걸 지켜보면서, 아, 카버를 다시 읽고 싶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마침 어제 알라디너가 올린 카버 책의 리뷰를 보고는 장바구니에 담았다. 다음엔 이걸 사서 읽어봐야지.
















아, 그건 그렇고, 극중 마이클 키튼의 딸 역을 맡은 '엠마 스톤'은 일전에 [스파이더맨]에서도 만난 적이 있는 배우인데, 이번 영화에서는 유독 더 그 큰 눈이 도드라져 보여서, 극중 '에드워드 노튼'이 니 두개골에서 눈을 파내서 그 눈을 내게 달고 그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 고 말하는데, 어쩐지 그게 실제처럼 생생하게 눈앞에 그려지더라. 가능할 것 같달까.



극중 '에드워드 노튼'은 중간에 마이클 키튼이 각색한 연극에 출연하게 되는데, 그가 맡은 배역인 '마이크'는 엄청 당당하고 자신감 있고 건방진 캐릭터다. 정말 연기를 잘하기도 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데도 거리낌 없는 배우인데, 그는 그런 성격의 연장이랄까, 모두에게 불친절하다. 하다못해 그와 사귀는 여자에게조차 배려심이 부족하달까. 누구에게도 친절한 태도나 친절한 말을 하지 못하는 남자인데, 이 남자가 유독 마이클 키튼의 딸인 '샘'에게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나는 이게 무척 신기하고 그러면서도 당연하게 여겨졌는데, 샘 역시 자신의 자라온 시절에 '아버지가 없었다'는 생각을 하고 살면서 약물 중독에 걸리기도 하는등 문제아로 지냈던 바, 자신보다 나이도 훌쩍 많고 모두에게 불친절한 마이크에게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다 말하는 거다. 어쩌면 샘이 어려서 그랬을지, 어쩌면 샘이 예뻐서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샘을 대하는 마이크는 불친절하지 않다. 그들의 대화장면에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마이크에게도 이 세상에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도 좋을 상대가 있는데, 그게 샘이다, 라는 생각. 결혼하는 남녀의 궁합 같은게 꼭 아니더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로가 서로를 알아봐주고 알아채주고 들어줄 수 있는, 그런 궁합 맞는 상대. 마이크에겐 샘이 그랬고 샘에겐 마이크가 그런 상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그리고 자신을 알아봐주고 잘 맞는 샘을 만난 이상, 마이크도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쯤 더 여유롭고 친절한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내게는 마이크와 샘의 관계가 무척이나 이상적으로 보였다. 물론, 그 둘의 먼 미래까지 그려보지는 않았다. 그건 그 둘의 몫이니까. 



영화의 마지막 즈음에, 샘의 아버지인 '리건(마이클 키튼)'은 아내에게 그런 얘기를 한다. 샘이 태어날 때 동영상을 찍지 말 걸 그랬어, 동영상을 찍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순간에 내가 있어야 했어, 라고. 아, 이 말이 훅- 오더라. 그래, 사진을 찍는 모든 순간들, 그 순간들을 사진에 남길 수는 있지만,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사진을 찍기 보다는 그 순간에 내 눈으로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은 내 기억속에 남을거라고. 시간이 되고 추억이 될거라고. 그런 생각을 요즘 많이 했던 터라 리건의 그 말이 와닿았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내가 기억력이 나빠...때로는 사진이나 동영상 때문에 그 순간을 기억하게 될 때가 더러 있더란 말이지. 








[위플래쉬]의 '플레처'교수는 내 생각으로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천재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게 하기 위해서는 그(녀)를 한없이 몰아부쳐야 한다는 생각. 혹독하고 불쾌하게, 밑바닥에 숨겨진 자존심까지 다 건드리고 그 한계를 뛰어넘어야 모두에게 기억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 


간혹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얼마나 혹독하게 훈련해왔는 가를 얘기하는 걸 보게 된다. 만약 나였다면 그렇게 못했을 것이고, 내 부모나 내 스승이 나를 그렇게 다룬 적도 없다. 그렇지만 만약 누군가 나를 혹독히 다뤘다면, 미친듯이 훈련시켰다면, 그랬다면 나는 지금 어마어마한 세계 제일의 누군가가 혹은 무엇이 되어 있을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해도 나는 내가 그걸 원하지 않으므로 그렇게 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자리에 서게 되고, 또 오랜 시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거기에 해당하는 노력이 필요했을 터. 그걸 원하는 사람이 그걸 깨워주고 도와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난다면 아마도 시너지 효과로 그 자리에 오르게 되는 것이 가능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세계 제일을 만들고자 하는건 누구의 뜻일까? 본인의 뜻일까? 아니면 그 주변 사람의 뜻일까? 나는 언제나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피흘린 노력으로 정상에 선 사람들, 그 사람들이 정말 그자리에 오기까지, 행복했을까? 그 고통의 시간들과 세계 제일의 위치를 맞바꿀 수 있는 걸까? 나는 그자리에 있어본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내가 원하는 행복은 세계 제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나는 혹독하고 피나는 훈련을 겪지 않아도 되었으니 다행이다 싶다.



그런 혹독한 훈련 때문에 오히려 불안감과 절망 속에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 부작용일 터. 극중 앤드류가 그토록 손에서 피가 나게 연습한 것이 플레쳐 선생 덕이었을지는 몰라도, 나락으로 떨어진 것도 플레쳐 선생 때문일지도 모른다. 비슷한 욕망이 만나도 꼭 좋은 결과만 초래하는 건 아니니까. 앤드류는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자신이 늘 흠모하던 여자와 사귀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별을 말한다. 그렇게해서라도 그는 세계 최고가 되고 싶은 열망이 컸다. 그리고 나는 이런 점이 내게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단 하나의 목표, 단 하나의 열정을 쏟는 상대, 그것이 내게는 위험하게 느껴지고, 그러므로 나는 그렇게 되고 싶어지지 않는 거다. 내가 원하는 것 바라는 것, 방향을 설정하고 관심을 쏟는 것이 단 하나라면, 그 하나가 내게서 사라졌을 때 나는 무너질 수 밖에 없잖은가. 이래서 나는 세계 최고가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하나만 보다 무너지기 보다는 여러가지 행복의 요소들을 함께 가지고 가고 싶다. 드러머라면, 찰리 파커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돈 벌수 있을 만큼만 치면서, 내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이별을 말하지는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연주하고 웃고 돈을 벌고 이 남자를 만나 같이 피자를 먹는 시간을 충분히 낼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드럼 뿐만 아니라 그게 뭣이 됐든,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내가 좋아하지 않는데 그냥 드럼을 했다면, 아주 쉽게 포기했을 것이며 앤드류처럼 연습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간 드럼에 관심이 없어 몰랐는데, 하아-, 드럼 연습은..진짜 손에서 피터지게 하는거더라. 크- 얼마나 아플까. ㅠㅠ 아픈 거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좋아하지 않는데 드럼을 선택했다면, 그렇게 피터지게 연습하는 일은 없을 거다. 크- 역시..좋아하는 걸 해야해.. 그래도...너무 아플 것 같아. ㅠㅠ



그나저나 플레쳐 선생은..어디서 튀어나온 명배우인가. 저 정도 나이의 저정도 연기의 배우라면 그간 여러차례 봤을 법도 한데..본 기억은 안나고..진짜 연기 쩔더라. 뭐랄까. 카리스마와 똘기?? 를 고루 연기할 수 있는 배우랄까!! 똘끼라면 나도 자신있는데!!






며칠전에 읽은 '정희진'의 [정희진처럼 읽기]에서 이런 문장을 보았었다.


확실성의 볼모가 된다는 것. <기차는 슬프다>가 바로 그것이다. ˝단 하나의 목소리와 단 하나의 노선으로/정해진 시간에 떠나야 하는 기차보다/더 슬픈 게 있을까?/그 어떤 것들도 이보다는 더 슬프지 않다.˝ 이 구절을 읽을 때 내 시간이 멈췄다. 행복할 때, 정지했으면 하는 그 시간이 실현되었다. 우리는 기차역에 함께 앉아 있었다.
목적이 분명한 기차가 정시에 출발한다는 확실성. 기차역(삶)에 끌려온 사람들은 살아 있는 죽음을 산다. 죽음을 기다리는 동안 시를 쓰는 사람도 있지만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그를 이해하는 만큼 기차가 오기 전에 죽는 이들에게도 그런 마음을 품으면 안 될까. (p.275)



자살에 대한 언급을 하다 나온 말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최근에 읽은 책, '앤 엔라이트'의 [개더링]에서도 이런 구절을 만나게 된다. 극중 화자인 여자가, 자신의 오빠가 자살한 것에 대해 자신의 자녀들에게 설명하고자 했던 장면이다.

















에밀리가 고양이 눈을 내게 돌린다.

"리엄 삼촌은 어떻게 죽었어?" 에밀리가 묻는다.

"물에 빠져 죽었어." 내가 대답한다.

"어떻게 물에 빠져 죽었어?"

"물속에서 숨을 못 쉬어서."

"바닷물에서?"

"응."

그런 일에 대해서는 분명히 알려주는 게 좋다. 에밀리는 세상을 완전히 분해한 뒤 제 손으로 다시 짜 맞춰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니까. 레베카는 그렇게 분명하지가 못하고 불안감이 아이를 표류하게 만든다. 가끔 나는 그 아이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 줬으면 하지만 어떤 것이 더 나은 삶의 방식인지 누가 알겠는가?

"난 수영할 수 있는데." 에밀리가 말한다.

"그래, 넌 수영할 수 있지. 아주 잘하지."

"삼촌은 수영 못했어?"

"아가야, 삼촌은 수영하고 싶지 않았던 거야."

"아." (p.213-214)



나는 일주일 동안 내 아이들에게 들려줄 위대하고 시적인 연설을 준비한다. 마음속의 작은 생각들이 자라나서 마음 전체를 잠식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그 작은 생각들은 암세포와도 같아서 무엇이 유발시키는지, 누가 희생물이 될지, 왜 누구는 덫에 걸리고 누구는 피하게 되는지 알지 못한다. 

나는 슬픔에 대찬성이니 오해는 말기 바란다. 나는 뇌의 정상적인 삶에는 대찬성이다. 하지만 가끔 우리는 장대 위에 앉은 작은 나무 새처럼, 슬픔으로 가득 채워져 술 속으로 기운다. (p.215)



여기, 자신의 삶을 자신이 끝내기로 결정한 자들을 이해하는 아주 중요한 문장이 있다. 정희진의 것에서는 '죽음을 기다리는 동안 시를  쓰는 사람도 있지만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라는 문장이 그것이고, 앤 엔라이트의 문장에서는 '마음속의 작은 생각들이 자라나서 마음 전체를 잠식할 수도 있다'는 문장이 그것이다. 나는 이 두 문장이 자살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자살을 권하는 게 아니라, 자살이 왜 자살로 이를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해야 하는 문장이랄까. 나는 사람들이 자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사람들이 기차를 기다리며 시를 쓸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희진의 말처럼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렇지만 시 대신 다른 걸 찾아보고 다른 것에서 그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나갈 수 있기를 원한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행복할 수 있는 원인을 찾았으면 좋겠다. 같은 만남, 같은 웃음의 시간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도, 왜 누군가는 '이런 시간들이 있어서 삶이 행복해' 라고 생각하고 왜 누군가는 '삶은 힘겨워'라고 생각하게 될까. 세상 모두가, 각 개인이 저마다의 시를 쓰기를 원하지만, 혹여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경우, 바깥에서 보는 사람들이 무조건 그 사람이 용기 없었다고 말하기 보다는, '마음속의 작은 생각들이 마음 전체를 잠식했나보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기를 원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 왜 그랬을까, 하고 더 이해하고자 한다면, 어쩌면 시를 쓰는 사람은 점점 더 많아질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얘긴데, [개더링]의 인용문 215페이지의 작은 나무 새처럼, 이란 구절을 보니 어제 아빠랑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경비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가 주무시려는데 내 기침 소리에 다시 나오셔서는 내 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셨다. 너 기침이 아직 안나았냐며, 아빠 마음이 너무 아프다는 거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휴, 아빠 품을 떠난 아기참새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또 너무 웃겨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같이 점심을 먹을 때 '아빠가 아까 나더러 너무 안타까워서 아빠를 잃은 아기참새 같대' 라고 하자 아빠는 '아빠를 잃은 게 아니라 아빠 품을 떠난 참새 같다고 했지' 라고 정정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나 참새야? 이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짹짹.



아빠는 '하지마!' 하시며 또 빵터지시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병아리가 되었다가 참새가 되었다가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아침 밥상에 반찬이 진짜 끝내줬다. 깻잎볶음, 우엉조림, 콩나물무침, 무생채, 김치, 오징어꽈리고추조림 등이었는데, 와- 뭘 먹어도 겁나 맛있어. 아, (식탁에서) 일어나기 싫어, 하고 징징댔더니 남동생이 웃으면서 '맛있냐?' 물었다. ㅋㅋㅋㅋㅋㅋㅋ겁나 잘먹는다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식탁에 앉는 남동생에게 야 반찬 다 졸 맛있어 먹어봐 ㅋㅋㅋㅋㅋㅋㅋㅋ막 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래가지고 어디 내가 독립하겠냐 orz



그리고 출근해서 엄마랑 나눈 대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독립 따위 꺼져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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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5-03-30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치 출근길에 개그맨 박지선의 트위터를 본 듯한 느낌. ㅎㅎ


다락방 2015-03-30 10:44   좋아요 0 | URL
야클님, 굿모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15-03-30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은 생식이라(너무나 맛없어요ㅠㅠ) 다락방님댁의 아침밥상이 참 부럽네요^^ 플레처선생님은 클로저란 미드에서 여주인공과 과거 불륜관계였던 LAPD 국장?으로 나오지요. ^^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였는데 영화의 카리스마와는 동떨어진 캐릭터예요.^^;

다락방 2015-03-31 08:50   좋아요 0 | URL
아 생식...하아-
전 맛있게 먹는 것에 대한 기쁨이 엄청 큰 사람이라 생식은 생각도 못하겠어요. ㅠㅠ
플레처 선생님이 미드에서 무려 불륜관계의 국장으로 나왔었군요. ㅎㅎ 저 영화상에서는 카리스마가 진짜 대박인데 카리스마랑 동떨어진 캐릭터라니..와- 상상이 되질 않네요. 그정도의 연기력이라면 사실 어떤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겠지만 말예요. 헤헷

단발머리 2015-03-30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유머감각은 유전이었군요.
`아빠 품을 떠난 아기참새` 아버지와 `밥먹고간지얼마나됬다고벌써또계란을`의 어머니.
아. 그리고 `맛있냐?`의 남동생까지.

완전 환상 가족, 완전 궁합 가족이예요~~

다락방 2015-03-31 08:5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아빠도 웃기고 엄마도 웃겨요. 남동생은 세상에서 제일 웃겨요. 유머 궁합이 제일 잘 맞는 사람은 저한테는 제 남동생이에요. 최고죠! ㅎㅎㅎㅎㅎ

yamoo 2015-03-30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빵 터졌습니다...ㅋㅋㅋㅋㅋ

다락방 2015-03-31 08:5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nomadology 2015-03-31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제일은 아마도 재능과 노력과 관심과 육성이 결국에는 우연처럼 만나서 가능한 걸 거에요. 마지막 한 방울 마법은 우연이고... 공식으로 설명되는 부분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좌우하지 않을까.
그걸 운명이라도 부를 수도 있겠지만요.

다락방 2015-03-31 11:21   좋아요 0 | URL
그쵸. 세계제일은 그 모든게 다 만나야하는 거겠죠. 단순히 노력만 한다고 되는것도 아니고 단순히 재능이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지만 이런 플레처 선생이 거기에 과연 일조를 할까? 에 대한건 의문이에요. 어떤 이는 그런 스승에게 감사할 것이긴 하지만, 그러면서 잃는 것도 많을 것 같거든요.
(끄덕끄덕) 세계 제일은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자들의 운명일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