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하고 내 남동생이 내 방문을 노크했을 때, 나는 양 손에 각각 4kg 짜리 덤벨을 들고 스쿼트 중이었다. 헉헉 숨이차가며 들어와, 라고 말했고 남동생은 들어와서 '엽기 떡볶이 주문할 건데 무슨 맛으로 할까' 물었다. 나는 보통맛 있으면 보통맛으로 하라고 간신히 말을 끝마친 뒤, 온 김에 나 자세 좀 봐줘, 라고 말했다. 그러자 스맛폰으로 메뉴판을 보고있던 남동생은 고개를 들어 나를 잠깐동안 보았고, 그러더니 말했다. '잘하고 있어, 그대로 해' 라고. 앗싸. 내 자세가 제대로 됐을 거라는 건 사실 하면서도 알고 있었지만, 잘하고 있다는 말이 필요했다. 대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일을 더 잘하게 된다. 잘한다는 칭찬을 받으면 그 일을 더 잘해내고 싶어지는 거다. 그래서 학창시절에도 국어를, 영어를, 일어를 잘했다. 선생님들이 칭찬해줬고, 칭찬해주면 나 이렇게 잘한다고 보여주고 싶어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못한다'고 생각하고 정말 못해서 혼났던 과목들은 점점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사, 세계사, 한국지리, 세계지리........씨양-



나는 영어를, 일어를, 국어를 앞으로도 내내 잘할 줄 알았다. 마스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자 나의 영어는 영어 축에도 끼지 못했다. 그저 교과서만 잘 했던 내가 무슨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겠는가. 대학에 가자 어학연수며 해외여행이며 어릴때 잠깐 살았던 경험을 가지고 있던 애들이 툭툭 튀어나왔고, 그 애들은 교수랑 영어로 대화를 하더라..왓츠 유어 네임? 에만 답할 수 있던 나로서는 멘탈에 충격이 왔고..그래서...어차피 여기서 내가 영어 공부 해봤자 '잘한다'는 칭찬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영어에 손을 놔버렸고, 그래서 지금은 영어멍충이가 되었다...일본어는 쓸 일이 없으니 이제 히라가나를 읽을 수도 없게 되고.... 역시 사람은, 특히 나는, 칭찬해줘야 더 잘하는 그런 단순한 인간인 것 같다. 하아-





주말에 영화 [나쁜 사랑]을 보았다. 일전에 친구랑 극장에 갔다가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게됐고, 보자보자 며 호들갑을 떨다가 찾았던 것. 포스터에 쓰인 '당신은 내 심장을 멎게 해'는 좀 오글거리지만, 영화를 다 보고나면 왜 저런 카피여야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심장이 멎는 걸 알수 있는 것과는 별개로 이 영화는 진짜 .. 병맛이었다. 하아-


다 보고나서 친구에게 짜증난다고 하자 친구도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 라고 했다. 하아- 결국 우리는 지하철 역까지 걸으며 이 영화에 대해 뒷담화를 해댔고, '다음에 좋은 영화를 봐서 이 기분을 만회하자'고 했다. 하아-


그러니까 여자는 우연히 늦은 밤 남자를 마주치게 된다. 그들은 밤새 같이 걷고 이야기하고 담배 피우며 '다음에 파리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진다. 서로에게 호감을 가졌던 이들은 그러나 엇갈린 채 파리에서 만나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여자는 남자친구랑 미국으로 떠나고 남자는 다른 여자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 그런데 남자가 결혼하게 되는 여자가 공교롭게도 여자의 친동생이다.


결혼 바로 직전에야 남자는 자신의 아내될 사람이 그녀의 여동생이란 사실을 알게되지만 번복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결혼식장에서는 그녀를 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도저히 아내에게 집중할 수가 없다. 결혼식에 참석한 그녀는, 참석한 후에야 동생의 남편이 '그'라는 것을 알게되고, 짧은 일정을 마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다.


남자는 아내와 함께 아이를 낳고 행복한 일상을 산다. 정말로 행복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가 자라고 시간이 지나, 아내의 엄마 생일이 되었고, 그 생일파티에 언니가 참석한다는 걸 알게 되자 또 흔들흔들한다. 그리고 엄마의 생일에 만나게 된 그와 그녀는 눈에 불꽃이 튀고 감정을 전달하고, 정원의 으슥한 창고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언니와 동생은 사이가 좋았다. 그래서 언니는 지금 이 일이 몹시 괴롭다. 괴로운데 이 남자를 사랑한다. 히융-



다같이 엄마의 집에 머무르던 중, 동생과 조카와 엄마가 잠깐동안 집을 비운 사이, 남자는 이 언니가 혼자 있는 방에 문을 열고 들어온다. 화들짝 놀란 그녀는 이러면 안돼, 라며 잽싸게 자기 방에서 도망치고, 그때 마침 나갔던 가족들이 돌아온다. 이 장면이 가장 빡치는 장면이었는데, 아니, 대체 왜, 언제 가족들이 돌아올지 모르는 이곳에서 저 남자는 저렇게 그녀의 방문을 연거지? 왜 그방으로 들어간거지? 하고 자꾸 신경질이 난거다. 친구도 이 장면에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고 했다. 게다가 모두 다같이 산책가게 되었을 때는 산속에 있는 동굴에서 둘이 또 만나 또 사랑을 확인하고..



결국 미국으로 돌아갈 일정을 늦추게 된 그녀는 그와 밀월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그러면서 그에게 말한다. 자신의 동생, 그러니까 그의 아내에게는 이 일을 결코 말하지 말아달라고, 동생이 알면 자기는 죽어버릴 거라고, 자기는 동생을 너무나 사랑한다고. 이 자매는 몹시 사이가 좋았고 서로를 끔찍이 생각하는 사이었는데, 게다가 동생은 언니를 크게 의지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동생의 남편과 사랑하는 자신이 얼마나 야속하고 또 이 상황이 얼마나 두려웠을까 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이런 모든 복합적인 감정으로 그녀는 그에게 묻는다. 


왜 하필 내 동생을 선택했어요?



라고. 그런데 하아- 내가 가장 싫어하는 답변을 그가 한다.



내가 당신 동생을 선택한 게 아니에요.



야! 이런 병맛... 이건 뭐야..허세야 뭐야. 니가 선택한 게 아니라니, 니가 선택해서 결혼했잖아, 병신아. 난 이 장면에서 짜증이 폭발했다. 그래서 내가 잘하는 '대입하기'를 해보았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동생의 남편이 되었다. 그것이 야속하고 서운해 그에게 묻는다. 너 왜 하필이면 내 동생을 택한거야? 그런데 남자가 '내가 그녀를 선택한 게 아니야, 그녀가 나를 선택한거지' 라고 대답한다..... 야, 이 씨방새를. 있던 정이 다 떨어질 것 같다. 내 여동생과 사는 남자가, 내 여동생을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니라 '걔가 하자고 해서 했어' 혹은 '걔가 나를 좋아해서 그랬어' 라고 한다면...나는 내 사랑도 식을 것 같고, 내 여동생을 위해서도 화가 날것같다. 겨우 이따위 놈이랑... Orz


하아- 너무 짜증이 나는 거다.



돌아오는 길, 곰곰 생각해봤다. 나는 이런 적이 없었던가?

있었다. 왜 그를 사귀냐는 물음에 '그가 나를 좋아해서' 라고 답한 적이 물론 있었다.

게다가 이성을 잃고 가족들이 다같이 머무르는 집에서 그녀의 방문을 두드리는 남자가 짜증났다고 했지만, 나 역시 사랑에 눈이 멀어 이성을 잃은 적이 있지 않던가. '그러지는 말았어야 했는데' 라고 뒤늦게 생각한 일이 내게도 있지 않은가. 

내가 스트레스 받고, 내가 짜증났던 영화속 상황들을, 내가 한 적도 있지 않은가. 후-



나는 내가 감성적인 사람이라는 걸 알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사람이란 걸 안다. 그래서 항상 사랑에 빠져 있을 때 이성을 끌어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잘 생각해봐, 침착해, 하고 스스로에게 정말이지 겁나게 많이 말한다. 내가 사랑에 빠져 둔하게 행동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다. 그렇다고 해도 언제나 냉정하고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었다. 이를 악물고 뒤로 물러서 생각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 때가 있었다. 아니, 많았다. 사랑에 빠져 간이고 쓸개고 내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주체적으로 사랑할 것이다...라지만 속절없이 끌려가기만 한 적도 있었다. 

영화속, 언니의 방문을 열던 남자도.... 이성이 없었던 건 아닐텐데...

그의 찌질하고 멍청한 모습들은, 전부 나였다.



그래도, 이 영화는 짜증나고 스트레스 이빠이 영화였다. 하아-








토요일에 만난 친구는 내게 꽃을 주었다. 눈 앞에서 꽃을 받다니. 아니, 이게 얼마만이야!!



기쁜 마음에 집에 가서는 꽃을 꽂았다. 마땅한 화병이 없어 생수병으로 대신했다.



이틀이 지난 오늘 아침엔, 꽃들이 더 활짝 피었더라!






어제는 문득, 우리집 저울이 고장난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3kg 이라고 쓰여진 덤벨을 저울 위에 올려놔 보았다. 그러자 정확히 3kg 라고 찍히더라. 저울은 고장나지 않았구나...



저울은 고장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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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5-04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영화보고 싶었는데~ 고민이 되기시작합니다~ㅎㅎ 처절한 사랑이 아니라 짜증나는 사랑인것 같아서 ㅎㅎ

내가 당신동생을 선택하지 않았어. 최고의 변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락방 2015-05-04 15:07   좋아요 0 | URL
저도 뭔가 처절한 사랑이라 감정이입 제대로 해서 막 안타까워하고 그럴거라 생각했는데 그다지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더라고요. 캐릭터가 어느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너무 싫죠, 내가 선택한 게 아니야, 라는 변명이요. 구질구질해요 진짜. -_-

2015-05-04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04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5-05-04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나쁘네요. 안 봐야할 것 같아요. 짜증 제대로일 듯

다락방 2015-05-04 15:09   좋아요 0 | URL
저도 실제 여동생이 있고 여동생과 사이가 좋아서인지 감정이입이 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해봤어요. 만약 저 둘이 `자매`가 아니라 `친구`였다면 다르게 느꼈을까? 하고요. 그래봤자 `내가 선택한 게 아니야` 에서는 어김없이 빡쳤을 것 같아요. -_-

붉은돼지 2015-05-04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좌절하지 마세요...
언젠가 한번은 고장나줄 거예요....아마도..^^;;;;

다락방 2015-05-04 15:10   좋아요 0 | URL
멀쩡한 저울에 올라가서도 씨익 웃을 수 있도록 제가 저를 어떻게 해봐야 겠지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치니 2015-05-06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를롯 갱스부르때문에 보고 싶었던 영환데, 흠. 별론가 봐요. 갱스부르가 동생이에요?

다락방 2015-05-06 10:35   좋아요 0 | URL
저도 갱스부르 때문에 보고 싶었던 거였어요. 갱스부르가 언니 입니다. ㅎㅎ 갱스부르는 진짜 쿨슄해요. 머리도 안빗는 것 같고 완전 씨쓰룩에 그냥 옷도 신경 안쓰는 느낌? 그런데 참 예쁘네요.
저는 엄청 별로였는데 치니님은 또 저랑 영화보는 게 다르시니까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어요. 치니님 보세요! 보시고 말씀 좀 해주세요!

비로그인 2015-05-06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덤벨이 3kg 가 아닐지도!?
모던클래식도 아름답네요♥.♥

다락방 2015-05-06 18:13   좋아요 0 | URL
덤벨이 고장난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 내가 요즘 아주 머리에 쥐가 날 것 같다. [페미니즘의 도전]과 [집 나간 책]을 같이 읽고 있어서 그런데, 페미니즘의 도전 읽기를 멈출 수가 없고, 그렇다고 집 나간 책 읽기를 뒤로 미룰 수도 없기 때문에(읽고싶어!!) 그렇다. 그렇지만 나에게 시간은 한정되어있고, 육체도 하나 뿐이라... 여튼, 


어제 퇴근길 지하철안에서 이런 부분을 읽었다.


사회운동 진영에서 여성 활동가가 동료 남성 활동가에게 성폭력/차별/무시당하는 것은, 기존의 진보 개념으로 치자면 사소한 문제이고 전체(=남성)를 위해 덮어두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여성이 겪는 차별과 억압도 정치적인 문제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이 문제는 당연히 심각한 모순이다. 마르크시스트든 파시스트든 집에서 설거지 안 하기는 마찬가지인 것처럼, 진보 진영 내부에도 남성 중심 논리가 관통한다. 성폭력도 발생할 수 있다. 나는 '운동권' 남성이 '일반' 남성보다 성폭력을 많이 저지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더 깊은 은폐 논리와 조직 보위를 강조하는 측면에서는 운동사회에서 성폭력이 빈발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p.136-137)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주 정확히, 줌파 라히리도 이 얘기를 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녀의 책, [저지대] 에서였다.


가우리는 그의 독립적인 생활이 고마웠다. 동시에 의아스러운 점이 있었다. 우다얀은 혁명을 원했지만 집에서는 남들이 해주기만을 기대했다. 식사 시간에 그가 하는 거라곤 자리에 앉아서 가우리나 어머니가 그 앞에 접시를 놓아주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203쪽

















혁명을 원하고, 이른바 '깨어있는' 의식을 가졌다고 한 남자지만, 집에서는 가만히 앉아 엄마가 밥 주기를 기다리는 우다얀 이었다. 우다얀이 혁명을 원한 부분은 어느 지점일까? 그가 원한 건 어떤걸까? 자기 생각에 확신을 가지고, 왜 형은 자신처럼 혁명가가 되지 않는지 의아해하면서, 그러나 자신이 늘 보내는 일상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았던 건, 왜일까? 우다얀은 혁명에 뛰어들지 않는 형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나도 이렇게 생각한다.



형, 문제가 있는데도 들고일어나지 않으면 그건 그 문제에 기여하는 게 돼.-53쪽



물론 사회적으로, 우다얀의 혁명, 우다얀이 바꾸고자 한 세상은 의미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작은 가정,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족으로 돌아왔을 때, 나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우다얀은 어땠을까? 우다얀은 문제가 있으면 들고일어나는 사람이지만, 그건 '자신이 보는 문제에 있어서만' 그랬던 것일테다. 누구나 그렇듯이.



우리 집에서 설거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특히나 내가 설거지를 싫어해서 그렇지, 그렇다고 내가 설거지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남동생도 설거지를 한다. 당연하다. 정확히 반으로 나눌 수 있는 건 아니고, 대체적으로는 내가 설거지를 더 많이 하긴 하지만, 나보다는 아빠가 더 설거지를 많이 한다. 나는 내 남동생이, '엄마가 접시 놓아주기만을 바라는' 그런 남자가 아니기를 원한다. 직장을 다니는 건 남동생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아빠도 그렇다. 최근엔 엄마도 그렇다. 물론 엄마는 타인들이 있는 곳에 출퇴근하는 건 아니고, 조카들을 돌보아 주시는 거지만, 어쨌든 엄마도 그 일을 함으로써 돈을 받는다. 집에서 뭔가 먹을 때, 우리는 분업화 되어 있다. 고기를 구워 먹을 때는 커다란 상을 펴는 것과 고기를 굽는 것을 남동생이 한다. 와인을 따는 것은 내 담당이다(응?). 소주는 아무나 다 딴다. 엄마는 야채를 준비하시고 다 먹은 후 설거지를 하신다. 청소를 할때면 내가 청소기를 돌리고 남동생이 걸레질을 한다. 내가 빨래를 널고 있을 때 남동생은 이불이나 카페트를 턴다. 가족들이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하면 나는 커피를 내리고, 남동생은 무거운 걸 나를 때 꼭 불려간다. 아침 출근때 내가 반찬을 꺼내놓고 밥을 먹으면 남동생이 다 먹고 반찬을 다시 냉장고에 집어 넣는다. 예전에 남동생과 밖에서 술을 마실 때면 거의 대부분 내가 돈을 냈지만, 이제는 1차는 내가 내고 2차는 네가 내고, 가 자연스러워져있다. 너도 벌고 나도 버니까. 남동생은 앞으로 혼자 살지 결혼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결혼하고 나서도 아내가 밥그릇을 앞에 놓아주기만을 기다리는 남자가 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같이 있는 내가 끊임없이 말해야 할 것이다. 이럴 땐 이렇게 하고, 저럴 땐 저렇게 해야 해, 하고. 뭐,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말이다. 내 친구중엔 아직도 아들만 귀하게 대하는 집에서 사는 친구가 있다. 딸들에겐 모난 과일을 주고 예쁜 과일을 골라서 아들을 준다고. 아들은 집안 일 중 어떤 것도 하지 않는다고..... 새삼 내가 '모두 다 같이' 집안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환경에서 자라나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환경이 아니었다면 언젠가 내가 혁명을 일으켜 모두 다같이 일하는 집으로 바꿔놨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윽. 갑자기 '에쿠니 가오리'가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 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에쿠니 가오리가 여행을 가려고 하자 남편이 그랬다고 한다. "그럼 내 밥은?"


아 병신...

됐고.



근무하는 엄마 얘기를 하자면, 

엄마는 평일 내내 여동생 집에서 아이들을 봐주신다. 둘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지라 오전의 일부는 엄마의 시간으로 뚝 떼어내 쓸 수 있다. 그 사이에 엄마는 핫요가를 다니신다. 여동생이 등록해줬는데, 거기 가는게 엄마는 그렇게나 좋다고 하신다. 몸을 움직이고 땀을 내는 게 아주 좋으시다고. 그리고 금요일 저녁, 우리가 있는 집으로 오셔서 주말을 보내시고 일요일 오후 다시 안산엘 가신다. 지난주 금요일엔 여동생이 심한 두통이 찾아왔는데, 그래서 엄마는 그런 동생을 두고 우리 집으로 오시기가 좀 저어되신 모양이다. 그래서 머뭇머뭇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으셨다는데, 여동생이 자꾸 가라고 해서 집에 오셨단다. 이 일에 대해 여동생과 다음날 통화를 했다. 그때 여동생이 내게 말했다.



언니, 내가 고용주로서 엄마를 빨리 퇴근시키고 싶었어. 얼마나 지쳤겠어, 아이들하고 평일 내내 씨름하느라. 빨리 퇴근시켜드려야지.



아, 정말 고마웠다. 그런 마인드를 가진 고용주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너 머리 아픈건? 했더니 두통약을 먹고 버텼지, 란다. 평일 내도록 자신의 집에 와있는 엄마가 아빠 도시락 반찬 만들 시간이 없을 거라며 엄마 편에 반찬도 해서 보냈더라. 예쁜 동생이다. 반찬은 나도 못하는데...내가 하면 모두 싫어하겠지만...(  ")



아까 줌파 라히리의 저 부분을 다시 읽으면서 갑자기 또, 원래도 좋아했지만, 줌파 라히리에 대한 애정이 뭉글뭉글 솟아올랐다. 말해야 하는 걸 말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섬세한 작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설거지, 라는 단어 때문에 얼마전에 읽은 [정희진처럼 읽기]의 이런 구절도 생각난다.















그녀가 이 책을 쓰게된 계기는 "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 만일 남자 요리사였다면 열광하는 추종자를 거느린 성인이 되어 그를 기념하는 축일이 생겼지 않았을까?" 였다. 물론 스타 요리사의 성별도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그 많은 설거지는 누가 했을까?' 이다. 


몇 쪽인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나서 친구에게 줘버린 터라 확인도 할 수 없엉..어쨌든 지금은 품절인 이 책에 대한 얘기였던 것 같다.



















오늘 아침 09:20에 <양재에서 술이나 마실까?>란 문자를 받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좋아서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침부터 술얘기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난 진짜 술이 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안주 플랜 짜야겠다. 뭐먹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다이어트...(시무룩)


왜 사람은 온전히 기쁠수만은 없는걸까? (시무룩*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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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4-29 2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너무 충격적인 병신이네요.....그럼 내 밥은? 이라니...하핫

다락방 2015-04-29 20:34   좋아요 0 | URL
아른님 사랑해요❤️ (취해서 이러는 거 아님)

비로그인 2015-04-29 21:47   좋아요 0 | URL
제맘은 이미 다락방님 곁에♥(절대 안주 때문이 아님)

무해한모리군 2015-04-30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은 살이 안찌지 않나요??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5-04-30 10:48   좋아요 0 | URL
제발 술은 살이 찌지 않는다고 얘기해줘요, 휘모리님.
어제 2차까지 먹었단 말이에요.
안주는 그저 거들뿐... ㅠㅠㅠㅠㅠ

clavis 2016-01-22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렇게 재밌는 글에 좋아요는 한번밖에 안되냐고요 시무륵

천국은 아마.말이야.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곳일거야.하고 말한적이
 

라고 하기엔 아직 <책을 내면서> 밖에 읽지 못했지만, 알라딘 이달의 마이리뷰 당첨 적립금은 2만원입니다. 4만원이 아니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꺅>.<

마태우스님의 서평집, 지금 시작합니다!
가 아니고 퇴근 하면...
(지금 근무시간이야.. 읽으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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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4-28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책이 나왔군요~~지난번에 예약 발송 걸려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ㅋ다락방님 리뷰 기다렸다가 살펴봐야 겠어요 ~^^

다락방 2015-04-29 10:30   좋아요 0 | URL
예약발송 걸리는 저자라니, 멋지지 않습니까? ㅋㅋㅋㅋㅋ
네네, 제가 읽는대로 리뷰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뿅-

transient-guest 2015-04-29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좀더 자주 받아봤으면 좋겠네요. 여기서 사는 한국책은 확실히 비싸요 -_-::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수가 없으니...

다락방 2015-04-29 10:31   좋아요 0 | URL
한국에 계셨으면 제가 그간의 정(응?)으로 기프티북으로 슝- 이 책을 보내드릴 수도 있을텐데 안타깝네요. ㅎㅎㅎㅎㅎ

transient-guest 2015-04-30 02:40   좋아요 0 | URL
말씀이라도 너무 고맙습니다.ㅎ

블랙겟타 2015-04-29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책 나온다고 해서 지난주에 구매해서 집에 있는데 지금 읽는책 다 읽고 얼른 이 책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다락방 2015-04-29 14:41   좋아요 1 | URL
네, 같이 읽어요, 블랙겟타님. 저도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벌써 이 책을 통해 읽고 싶은 책도 생겼지 뭡니까! ㅎㅎ
 














꽤 오래전와 이 영화, [몬스터 볼]을 보았다. 이 영화속에서 어떤 한 장면이 내내 잊혀지지 않고 뭐랄까, 복잡한 심정이 되게 했는데, 아직까지도 그 장면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져야할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그 장면은 이런 거다. 아버지 '빌리 밥 손튼'이 성매매 여성을 집으로 불러 섹스를 한다. 그런데 며칠뒤, 아들 '히스 레저'가 그 여성을 불러 섹스를 한다. 음.. 둘다 성매매 여성에게 돈을 지불했고, 둘 모두 성매매 여성과 '연인'관계이진 않았다. 성매매 여성은 돈을 받았으니 섹스를 했다. 고객1, 고객2 가 되었을 것이다. 


이 장면이 되게 복잡한 생각을 하게 하면서 결국 아무런 결론에도 이르지 못하게 했다. 아 뭔가..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 실상 내가 어떤 생각을 하든말든 뭐 아무도 신경쓰지 않겠지만, 되게 묘한 감정이 드는 거다. 아버지와 아들이 한 여성과 섹스를 했다. 이건 어떤 거부감을 확- 주는데, 그렇지만 그것이 성매매 고객1 성매매 고객2 라면...괜찮은건가? 뭔가 엄청 꼬여서 멘탈이 스톱 된 상태랄까. 붕괴도 아니고 그냥 스톱. 



이 장면이 생각난건, 오늘 지하철에서 이 책의 이런 구절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남성 권력의 징표 중 하나는 성이다. 남성에게 섹스는 그의 사회적 능력의 검증대이기 때문에 '다다익선'이지만, 여성에게 섹스는 적을수록 좋은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은 권력과 자원을 가질수록 많은 여성과 섹스를 한다('가질 수 있다'). 반면, 가난하고 권력이 없는 남성들은 한 여성을 다른 남성과 공유한다. 계급과 섹스의 관계는 성별에 따라 정반대로 나타난다. 여성은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한 명의 남성하고만 섹스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많은 남성을 상대해야 한다. 성매매와 성폭력은 이처럼 성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서로 다른 상황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적 현상들이다. (p.108)



'가난하고 권력이 없는 남성들은 한 여성을 다른 남성과 공유한다' 에서 바로 [몬스터볼]이 떠오른 것이다. 영화속에서 이 부자는 작은집에서 가난하게 살았으니까. 마찬가지로 사회적 지위가 높지 않은 여성은 '많은 남성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 역시 영화 [몬스터볼]과 일치한다. 영화속에서 성매매여성은 아들과 아버지를 상대해야 했으니까. 


나는 영화속 저 장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는데, 어쩌면 그 장면은 '가난하고 권력없는 남성'과 마찬가지로 '가난하고 권력없는 여성'의 성을 그대로 반영한듯 싶다. 그러니 그런 장면으로 나온거겠지... 



















며칠전에 텔레비젼 채널을 돌리다가 이 영화를 봤다.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본 건 아니고 한 5분 봤나.. 마침 내가 본 장면에서는 영화속 주인공인 '줄리아 로버츠'가 친구와 함께 피자를 먹고 있었다. 얇은 씬피자였지만 라지 사이즈였는데, 줄리아 로버츠랑 친구는 각자 앞에 한 판씩 시켜두고 먹더라. 친구는 배 나올까봐 못먹겠다고 했고 그런 친구에게 줄리아 로버츠는 뱃살 좀 나오면 어떠냐고 먹으라고 했다. 여튼 그리고나서 결론적으로는 행복하게 웃으면서 각자 앞에 놓인 피자 한 판씩을 먹는거다!!! 와!!! 얘네들은 한 판씩 시켜먹어!! 그 뭐지, 마리앙 꼬띠아르 나오는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 총 네 명의 가족 구성원이 저녁으로 피자를 먹자며 피자를 네 판 사가는 걸 봤는데....두 판은 라지, 두 판은 미디엄... 피자는 원래 한 판씩 먹는게 정석인가...나도 큰 피자 씬으로 하나 앞에 시켜놓고 혼자 다 먹고 싶다. 한 쪽씩 들어서 휙 접어가지고 입 안 가득 넣고 오물오물...






오늘 아침 출근길, 양재역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오는데 갑자기 며칠전에 본 이 영화의 피자 장면이 확- 떠오르는 거다. 그때부터 거침없이 피자 생각에 시달리고 있다. 피자피자피자피자...나도 피자피자피자피자....앞에 한 판 두고 혼자서 피자피자피자피자... 하아- 먹고싶다 간절히 먹고싶다 되게 먹고싶다 미치도록 먹고싶다.....



그렇지만 사실 나는 평소에 피자를 좋아하는 여자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잘하는 '나와 대화하기'를 시도해보았다.


넌 원래 피자를 안좋아하잖아.

그렇지.

그런데 왜이렇게 피자를 먹고 싶은거야?

글쎄.. 고칼로리가 필요한 것 같아.

어제도 쭈꾸미 볶음에 술을 마셨잖아. 그 볶음 안에는 순대랑 삼겹살도 들어 있었고..

아니 그런 고칼로리 말고 다른 고칼로리. 피자같은거..

그게 하필 왜 오늘 아침에 필요한거야?

음..아마도 꿈 때문인 것 같아.

꿈?

응. 겁나 야한 꿈을 꿨거등. 에너지를 엄청 소모했어. 고칼로리 필요해...

아...그럼 먹어.




아, 나와의 대화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피자를 먹는 것으로 끝났다. 겁나 명쾌하게 결론에 도달할 수 있으므로 나는 내적갈등을 겪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 자신과의 대화'를 권한다. 여튼 조만간 혼자 라지피자 시켜서 다 먹는 걸 반드시 해내리라. 이걸 하지 않으면 할 때까지 피자 계속 생각날 것 같다. 피자피자피자피자피자피자피자피자피자...




오늘 새벽에는 겁나 야한 꿈을 꿨다. 크- 내 머릿속에는 대체 뭐가 들어 있는 걸까. 어제 술을 초큼 마셨는데(읭?) .. 그리고 전날 잠을 못자서 너무 피곤했는데...그러니 꿈도 없이 푸욱- 자는게 자연스런 이치건만, 나는 왜 꿈에서 그리 격렬했던가. 그래서그런지 무척 피곤하다. 오늘은 퇴근하고 집에 일찍 가서 암것도 안하고 그냥 쓰러져 잘 것이다. 이토록 야한 꿈을 감당하기에 나는 젊지 않아....Orz



가만있자, 피자는 언제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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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04-28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피자는 안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겁나 좋아합니다.
한 판 먹을 수 있죠. 안 먹을 뿐입니다.^^ 게다가 얇은 씬피자라면.... 뭐, 게눈 감추듯...

요즘 이 책 <페미니즘의 도전>을 알라딘서재에서 자주 보게 되네요. 페미니즘에 도전할 때는, 파랑색이나 검은색, 아님 흰색으로 해야할 것 같은데, 분홍색으로 도전하니 더 근사한 것 같아요. 저도 이 책을 읽고 싶으나~~~
저는 <정희진처럼 읽기>를 읽고 있고, 그 다음에는 <빨래하는 페미니즘>도 읽어야해서, 이 책은 많이 밀리네요.
순서 무시하고 이 책을 먼저 읽어야하나, 뭐 이런 생각이 드는 아침이예요.
인용해주신 글들이 모두 괜찮아서, 책으로, 통으로 읽고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나저나 저, 일빠예요.
저는 뭐, 이런 거에 집착을..... 합니다, 집착. 피자 한 판 하시면 사진 올려주셔요^^

다락방 2015-04-28 14:34   좋아요 0 | URL
씬피자 한 판쯤은 거뜬할 것 같아요! 그동안 뚱땡이 피자만 먹어가지고요.. ㅎㅎㅎ 씬피자는 거의 먹어본 적이 없지만, 한 판..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음...와인하고 같이 먹고싶네요. ㅋㅋㅋㅋㅋ

정희진처럼 읽기는 제가 다 읽고 제가 읽은 책을 친구에게 선물했는데요, 요즘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다보니 [정희진처럼 읽기]를 다시 사야겠다는 생각이 또 막 드네요? ㅋㅋㅋㅋㅋ 여튼 [빨래하는 페미니즘]도 재미있어요. 책 얘기가 많이 나와서 좋더라고요.

일빠..에 많이 집착해주세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님이 아니면 또 누가 집착해주겠습니까. 네? ㅋㅋㅋㅋㅋ
무한감사 ♡

단발머리 2015-04-28 14:55   좋아요 0 | URL
와 사랑을 그대에게 : )

다락방 2015-04-28 15:05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의 사랑, 접수~

레와 2015-04-28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피자피자피자피자피자피자피자피자피자에 와인와인와인와인. 맥주는 배부르니깐. ㅎㅎㅎㅎㅎㅎㅎㅎ


난 내가 만든(?) 제조한(?) 피자가 제일 맛있어요. ㅎㅎㅎㅎ
토핑 치즈 마음대로 올려서 아주 기냥, 한입에 .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저녁엔 피자 먹을까..;;

웽스북스 2015-04-28 13:36   좋아요 0 | URL
능력자!!

다락방 2015-04-28 14:46   좋아요 0 | URL
대박이오, 레와님. 진짜 능력자.
나는 내가 만든 것 중에 뭐 하나 맛있는게 좀 있었으면 좋겠소.

피자 먹어, 피자! 와인하고 먹어요!
그리고 나한테 인증샷 보내줘요. 대리만족..Orz

nomadology 2015-04-28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인 1피자라면, 특별한 모양으로 잘라서 먹는걸 해보고 싶은데요. 씬피자라면 패밀리 사이즈도

다락방 2015-04-28 14:47   좋아요 0 | URL
음, 이 댓글을 읽고나니, 1인1피자라면, 굳이 잘라 먹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씬피자니까 걍 돌돌 말아서 입으로 잘라 먹어도 되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
아, 점심으로 돈까스 먹고 왔는데 그래도 피자 먹고 싶네요. ㅠㅠ

나와같다면 2015-04-28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대화할 수 있는 다락방님이 좋네요♡

다락방 2015-04-28 14:48   좋아요 0 | URL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다고 해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내면의 목소리에 아주 귀를 잘 기울이곤 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5-04-28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치부침개에 소주가 땡겨요. ㅋㅋㅋ

그런데 저기 좀 변한것도 있지 않나 싶은데요.
요새는 여자들도 경제적 능력있으면
섹스상대가 늘어나는 추세 같던데요.
뭐 `풍문으로 들었소`......

다락방 2015-04-28 14:49   좋아요 0 | URL
앗! 집에 김치부침개 있는데. 이번주말에도 엄마가 또 해줬숑-
우히히히히

여자들이 경제적 능력이 있으면 섹스상대가 늘어나는 건, 요새 들어서 바뀐 건 아닌 것 같고요,
예전에도 그랬겠죠. 다만 그 수가 지금보단 적었겠지만요.
그리고 섹스 상대가, 경제적 능력으로 늘어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지금은.
뭐랄까..그러니까...... 본인의 의식 변화와 에 또...그러니까...자유분방한 분위기가......에...그러니까.


뭐, 저도 잘 모르겠다요. ( ˝)

nomadology 2015-04-28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자르는 방법. https://twitter.com/hereradia/status/282858860157480960?s=09

다락방 2015-04-28 14:54   좋아요 0 | URL
어머. 둘둘 말아서 먹는 방법도 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nomadology 2015-04-28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문할때 미리 조각으로 자르지 말아달라고 얘기해야하겠죠?

다락방 2015-04-28 15:04   좋아요 0 | URL
네, 절대 안된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도 잘라가지고 오면 어떡하죠? 반품할 수도 없고....(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시무룩)

nomadology 2015-04-28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지댓글 : 자르지 말라고 했는데 잘랐으면 반품될걸요.


피자엔 맥주죠.

다락방 2015-04-28 15:45   좋아요 0 | URL
맥주를 마시면 피자를 많이 못먹을 것 같아요. 맥주로 배채울 듯. 저는 와인으로 하겠습니다!!!!!!!!! (단호)

Forgettable. 2015-04-28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자엔 소주. 피쏘를 두고 이사람들이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겨..

다락방 2015-04-28 18:02   좋아요 0 | URL
소주는 치킨이지 이 사람아!!

비로그인 2015-04-28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 꿈생각을 하면......그러면 안되는 사이인데 심지어 현실에서 생각조차 한 적 없는데.........피자먹어야겠어요!!!!!

다락방 2015-04-28 18:47   좋아요 0 | URL
피자 드시면 인증샷좀...
저도 야한 상상한 거 아닌데 야한 꿈 꿨어요!! >.<

nomadology 2015-04-28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쏘의 피는 코리안 핏자를 말씀하시나요? 이를테면 광장시장!

다락방 2015-04-28 18:48   좋아요 0 | URL
저분은 레알 핏자-우리가 말하는-를 말하는 게 아마도 맞을겁니다 ㅋㅋㅋㅋㅋ

nomadology 2015-04-28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주 근본주의자 쯤 되시나 봅니다. TPO에 맞는 주종 선택이 시급하네요.

다락방 2015-04-28 19:38   좋아요 0 | URL
은근 괜찮을것 같지 않아요? 치킨에 소주도 좋으니 피자에 소주도 은근 좋을듯 ㅋㅋㅋㅋㅋㅋㅌㅋㅋㅋ

hellas 2015-04-29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피자먹어야겠네요 :)

다락방 2015-04-29 10:14   좋아요 0 | URL
오오 인증샷 가능하시면 꼭 좀 ㅠㅠ

transient-guest 2015-04-29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요즘 피자를 자주 먹지는 않게 되네요. 이게 다 나이탓.. 채소와 과일섭취를 늘리려고 노력하는 바람에..근데 사실 술을 끊으면 아마도 금방 살이 빠진다는건 비극이죠..-_- 예전엔 피자에 맥주를 참 좋아했는데요, 치맥도 글쿠.. 근데 이게 또 통풍유발음식이라고 해서 살짝 겁을 먹었다능..ㅎ 이제 그런것들 다 조심해야하는 반으로 꺾어진 80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다락방 2015-04-29 10:27   좋아요 0 | URL
저도 피자를 제가 식사를 위해 사 먹은 게 아주 오래전의 일인것 같아요. 역시 나이탓..인가요. ㅎㅎㅎ
채소와 과일섭취를 늘리려고 제가 딱히 노력하지는 않는데, 피자는 언제부턴가 싫어지더라고요. 나이들면서 입맛이 확실히 변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술을 끊으면 금방..살이 빠지나요? 그렇다면 제가 살이 안빠지는 이유는 늘상 술과 벗하기 때문인가요?
전 요즘 치킨에 소주가 참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즐겨마셔요. 치맥이 진리인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치킨엔 소주!! ㅋㅋㅋㅋㅋ

그런데 댓글 읽으니, 님과 제가 아마도 같은 나이일것 같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중적 주체인 우리는 상황에 따라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사회적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과 어떻게 관계 맺고 대화할지에 대한 고민은, '강자의 과제'만은 아니다. (p.27)



나는 관념적으로 혹은 이론적으로 인간이 '다중적 주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는 기득권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혹은 실질적으로 어떤 경우에 기득권인지에 대해서는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다. 기득권은, 기득권의 입장으로 살아가는 한,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고 뭐가 잘못되어 있는지 인식하기 쉽지 않으니까. 그리고 이 책을 다시 읽기로 생각하고 책장을 넘기자마자, 내가 '서울에 살기' 때문에 이미 기득권에 놓여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가는 사람은 자기 경험과 거리 개념이 일치한다. 인식론적 혼란이 없다. 이때 사람들은 세상과 자신이 일치한다고 느낀다. 의문을 품을 필요가 없거나 의문을 제기하기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을 이해하기 힘든 위치에 서게 된다. 익숙하고 당연하니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 살면서 자기 경험이 보편이라고 여기기 쉽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근거는 그저 서울에 산다는 사실뿐이다. 우연히 얻은 기득권과 이 사실에 대한 무지와 둔감함이 몸과 생각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p.9)



대전에는 공항이 없기 때문에 제주에서 대전으로 이동하는 건 무척이나 불편한 일이라는 사실을 이 책에서 말해주고 있다. 제주에서 대전에 가기 위해서는 서울에 갔다가 KTX 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고. 거리상으로는 서울보다 더 가까운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보다 더 오랜 시간과 불편함을 수반해야 한다고. 나는 한 번도 제주에서 대전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생각해보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서울에 살며 대전까지 KTX로 한시간이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살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대전에 가끔 간다. 내가 다중적 주체이며 어느 부분에서는 가해자 혹은 기득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구체적 정황이 드러나는 것은 다르다. 다소 충격적이다. 나 역시 서울에 산다는 이유하나만으로 무지하며 둔감했다. 내가 무지하고 둔감하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채로 말이다.



이 우연히 얻은 기득권의 수많은 입장중에는 '남성'이라는 입장이 있을 것이다.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숱한 남자들을 만나왔다. 동료로서 친구로서 애인으로서 기타 여러가지 포지션으로. 학교에서 학원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 직장에서 블로그를 통해서, 친구를 통해서, 가족을 통해서.. 여러가지의 방법으로 아주 많은 남자사람들을 만나왔다. 그리고 그들중 어떤 사람들과는 유독 가까이 지내며 많은 대화를 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중 대부분이 자신이 기득권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기득권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많은 남자 사람들의 말과 글에서 그들은 결코 여자 사람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자사람들의 문제제기 조차 감정적이나 감상적이라는 이유로 무시하려고 하는 걸 많이 보았다. 남자로 살면서 자연스레 누렸던 모든 것들을 '여자도 그래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표했다. 게다가 그들의 가장 큰 특징은 본인이 기득권이라는 입장에 놓여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공평하고 객관적으로 세상을 본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객관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입장'에 놓여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채로.


나는 '남자는' 혹은 '여자는' 이라고 시작하는 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만나는 '남자' 혹은 '여자'가 이 세상의 모든 '남자들'의 대표 혹은 '여자들'의 대표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는 그 사람, 하나하나의 개인으로 존재할 따름이다. 자, 예를 들어보자.



내가 만난 남자1은 좀 힘든 일이 닥칠때마다 다른 사람에게 미루고 뒤로 빠진다. 그때마다 번번이 너는 왜 그렇게 얌체같이 뒤로 빠지냐고 나는 말하곤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나는 '남자는 얌체같다' 라는 결론에 이르지 않는다. 다만, 얌체같은 A 가 있을 뿐이다.


내가 만난 남자2는 다같이 돈을 걷는 자리에서도 더 조금 내기 위해 자꾸만 이 변명 저 변명을 가져다댄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남자는 짠돌이다' 라는 결론에 이르지 않는다. 짠돌이 같은 B 가 있을 뿐이다.


내가 만난 남자3은 함께 술을 마시다 금세 취하고 비틀거리고 헛소리를 했다. 그렇다고해서 나는 '남자는 술도 못마신다' 라는 결론에 이르지 않는다. 술을 못마시는 C 가 있을 뿐이다.


내가 만난 남자4는 자주 울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남자는 뻑하면 운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잘 우는 D 가 있을 뿐이다.


이 모든 사항은 여자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돈 내기 싫어하는 여자1이 있다면, 그건 돈내기 싫어하는 E 로 존재하는 것이다. 얌체같은 여자2가 있다면, 그건 얌체같은 F 로 존재하는 것이다. 술이 약한 여자 3이 있다면, 그건 술 약한 G 로 존재할 뿐이다. 잘 우는 여자4가 있다면, 그건 그저 잘 우는 H 일 뿐이다. 누군가의 어떤 성향이 '남자' 혹은 '여자'를 대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나타나는 성향들이, 유독 여성에게 나타났을 때, '여자들은~ '이라며 싸잡아 표현된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개인으로서 여성의 차이는 의미가 없다. 모든 여성은 어머니라는 생각 때문에 여성은 다 같다고 간주된다. 그래서 한 여성의 실수나 무능력은 언제나 전체 여성을 욕 먹이는 일이 된다. (p.59)



나는 한 번에 두가지 일에 집중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으며, 술 마시기를 즐겨하고, 고기를 좋아한다. 남자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기며, 걷는 것을 제외한 운동은 좋아하지 않는다. 눈이 오는 걸 싫어하고, 역사에 무지하다.


그러나 내 여자사람 친구들 중에는 한 번에 몇 가지의 일을 동시에 하며, 동물에 관심이 많고, 술 마시는 걸 싫어하고,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자에 관심이 없고 수영하기를 즐기며 눈이 오면 까르르 거리고 역사에 큰 관심을 가진 친구도 있다. 


그렇다면 여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정확히 나랑 대치지점에 있는 나의 여자친구들과 나, 어느 한쪽은 여자가 아닌 것인가? 왜 한 두명의 여자로 '여자들은~'이란 말을 함부로 내뱉는걸까?




'마리 루티'는 자신의 저서 [하버드 사랑학 수업]에서 이런 말을 했다.


연애지침서에서는 남녀가 크게 다를 뿐만 아니라 연애에서 성공하려면 남자의 심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내가 가장 먼저 풀고자 하는 오해입니다. 나는 '남성 심리'란 없다고 말하겠습니다. 남자를 유혹하는 불변의 테크닉이란 없습니다. 서점에 이런 테크닉을 가르치는 책들이 넘쳐난다고요? 그것은 이런 테크닉이 실제로 효과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가 새로운 질서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보다 남녀가 각기 다른 별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편이 훨씬 더 쉽기 때문입니다. (p.15)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남자와 여자가 다른 게 아니라, 너랑 내가 다른 거야' 라는 걸 주지시키는 게 무척이나 어렵다. 왜 개별적인 사람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일단 '여성'으로 인식할까? 왜 '일단 여자들은' 이라는 전제를 머릿속에서 지워내지 못할까.



경계를 만났을 때, 가장 정확한 표지는 감정이다. 사회적 약자들은 자신을 억압하는 상황이나 사람을 만났을 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쉬운데, 이건 너무도 당연하다. 감정은 정치의식의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감정이 없다는 것은 사유도 사랑도 없다는 것, 따라서 삶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정(e/motion)의 라틴어 어원은 자기로부터 떠나는 것, 나가는 것(moving out fo oneself) 즉, 여행이다. 근대의 발평품인 이성(理性)이 정적이고 따라서 위계적인 것이라면, 감정은 움직이는 것이고 세상과 대화하는 것이다. 감정의 부재, '쿨'함은 지배 규범과의 일치 속에서만 가능하다. 반응하는 것. 이것이 인간의 모든 느낌, 모든 즐거움, 모든 열정, 모든 생각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p.34-35)



반응은 사회적 약자로 존재할 때 나온다. 서울에 사는 나로서는 제주-대전 교통의 불편함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들이 말을 해야 비로소 '아 그랬구나' 라고 깨달을 뿐이다. 그러므로 남자사람들이 '여자는~'이라고 대화하는 것의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여자는' 이라는 성별로 우리를 모두 퉁치려고 하는 데서 오는 부당함을,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젯밤에는 이 책,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다가 몇 번이나 부르를 떨려서 도무지 잠이 오질 않았다. 밤에 잠이 오지 않을까봐 낮잠도 안잤는데 그랬다. 하아- 왜 오래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부르르 떨지 못했을까. 그때의 나와는 분명히 조금 더 달라진 것이리라. 또한 이 책의 34-35페이지 인용문대로, 나는 예전보다 지금 더, 세상과 대화하고 싶어진건지도 모르겠다. 아침 출근길에도 책장을 넘기면서 엄청 집중이 잘 돼 깜짝 놀랐다. 충동적으로 그 아침, 회사 동료에게도 이 책을 기프티북으로 선물 보냈다. 여동생에게도 이 책을 사줄테니 읽을래? 라고 문자를 넣으니 '나 아직 가방속에 언니책 넣고 다녀' 라고 하더라. 응? 아 그래~ 했다. 나중에 읽고 싶어지면 말하라고 했다.




지난 주말, 토요일에는 내 방을 청소했다. 침대도 쫙 밀어서 밑 먼지까지 삭삭 청소했고, 늘 방안을 답답하게 만들었던 옷걸이와 책상을 치웠다. 그러는 과정에서 여러권의 책들을 '새로' 발견했고 또 버리기도 했는데, 하아- 내가 마카오에 여행갔다 '포르투갈어'로 쓰여진 '오르한 파묵'의 책을 샀다는 걸, 이번에 책장을 정리하며 새삼 깨달았다. ㅠㅠ



하아- 너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냐. 너는 내 책장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느냐. 나는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하느냐. 나는 너와 언제까지 함께해야 하느냐. ㅠㅠ



고등학교시절 일본어 교과서도 책상에 그대로 꽂혀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오래오래 가지고 있었던 이유는, 고등학교때 일어 점수가 높았던 만큼, 언젠가 다시 공부해서 일어를 마스터해야지~ 라는 소박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데, 고등학교 졸업하고 벌써....20년이 지났...지만 나는 이 교과서를 한 번도 들춰보지 않았으므로.....그냥 내다 버렸다. 버리기전에 책을 펴보고 놀랐다. 아! 이토록 공부 잘하는 티가 나는 필기라니!! 





그렇지만 이젠 안녕~ 



주말에 오랜만에 만난 엄마와 아침 간식타임을 가졌다. 만두는 내가 구웠다. 너무 맛없어서 깜짝 놀랐다. 엄마는 맛없어서 못먹겠다 하셨다.




일요일 낮, 일자산을 찾았고 한 번도 내려가보지 않았던 곳으로 내려가 새로운 둘레길을 가보았다. 와- 좋더라.등장인물은 나와 동행한 남자사람. 허락 받아 올리는 그의 뒤태.




일요일 밤, 칠봉이와 나는 깔깔거리며 웃던 대화를 하던 중에 어찌저찌하다보니 여성의 낙태와 성폭행에 대한 무거운 이야기로 옮겨가게됐다. 대화가 끝나갈무렵, 칠봉이는 내게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이라며 그림 한 장을 전송해주었다.



나는 이 그림을 받고 '좋다'고 말했다. 뭐가 좋냐고 묻는 칠봉이에게, 이 그림도 좋지만 이 그림을 당신이 보내줘서 더 좋다고. '마야 안젤루'로 검색하니 몇 권의 책이 뜬다. 내가 아직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고, 그러므로 내가 읽어보야아 할 책이 또 생겼다.

















아침엔 이런 선물을 받았다.



안그래도 립스틱을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무려 세 개나 들어있는 립스틱이라니!! 꺅 >.< 완전 좋아서 헤죽헤죽거렸다. 그리고 당장 박스를 꺼내 하나하나 뚜껑을 열어보았다.



색이 다 다른데 내가 사진을 너무 못찍어서 뭔가 다 같은 색의 립스틱 같네 ㅋㅋㅋㅋㅋ 암튼 이거 받고 너무 신나서 이중에 하나를 발라보았다. 뭔가 발색된 입술의 인증샷을 찍어 올리고 싶었지만, 셀카를 찍으려고 보니 오늘은 너무 얼굴이 참....거시기하더라. 아마 어제 잠을 못자서 그런것 같다. (응? 정말?) 여튼 그러니 입술 인증샷은 생략.....




방청소를 했고, 그러다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책'의 책장칸을 옮겼다. 위치를 바꿔 책장 옆으로 위치한 화장대 바로 옆으로.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며, 사랑하고, 두고두고 읽을 책들이 놓인 책장. 최근에 이 책장에 [지평] 과 [스토너] 가 추가되었다.




옆에 빈 공간을 남겨두었다. 또 어떤 책들이 추가될지 모르니. 사실 '필립 베송'의 [이런 사랑]은 이 책장에서 뺄지 말지 고민중이다. [포기의 순간]처럼 좋진 않아서...

당연히 이 책장에 꽂혀야 할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는 지금 어디에 가있는지를 모르겠다. 내가 회사에 한 권, 집에 한 권 뒀었는데 그걸 다 어디에 뒀는지 몰라 다시 샀고, 그런데 다시 산 책들도 지금 어디로 가있는가.... 

줌파 라히리의 모든 책들, 올리브 키터리지,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곰스크로 가는 기차, 지평,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스토너, 포기의 순간. 그리고 사랑의 미래. 사랑의 미래는 사실 책도 책이지만, 이 품절된 책을 읽고 싶다는 나의 한마디 말 때문에 구해서 보내준 그 사연이 좋아서 소중한 책장에 꽂히게 됐다. 게다가 이 책엔 밑줄도 많이 그었지만, 누군가에게 읽어주기도 했던 사연이 담겨 있다. 책 자체로 특별한 사연이 담긴 그런 책이랄까.


나는 이제 매일, 출근준비 한다고 화장할 때마다 화장대 옆에 놓인 이 책들을 마주하게 될텐데, 오늘은 물끄러미 책들의 목록을 보면서, 아 이 책들을 다 읽은 사람이라면 나를 파악하는 게 정말 쉽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들에서의 공통점을 찾아냈다. 패턴이라고 해야하나.


포기의 순간, 지평,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자신이 가장 간절히 원하는 것에 닿으려고 하는 책, 그렇게 만드는 책들.

줌파라히리의 책들 그리고 올리브 키터리지, 곰스크로 가는 기차,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나의 일상을, 나의 생각을, 나의 사랑을 그 무엇보다 소중히 생각하게 만드는 책들, 나 자신을 들여다보라고 하는 책들. 그리고 우리가 늘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하는 책들.


출근길, 양재역에서 내려 5번 출구로 나와 회사를 향해 걸으면서, 이 책장에 [빨래하는 페미니즘]과 정희진의 책을 추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고추장을 넣고 밥을 비벼먹고 왔는데 방금 또 배가 고파서 삶은 달걀 하나를 깨먹었다. 점심때는 밥을 먹고나서 꽃을 몇 송이 사와 화병에 꽂아야겠다. 날씨가 좋다. 둘레길에 같이 가보자고 친구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이런 모든 내 일상을 사는 나는 그저 나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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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5-04-27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자못 미간에 주름을 세우면서 중반까지 읽다가 `너무 맛없어서 깜짝 놀랐다.` 여기서 빵 터졌네요. 이런 점이 다락방 님 글의 매력임을 새삼 깨닫는 아침. :)

다락방 2015-04-27 11:04   좋아요 0 | URL
고향만두였는데 제가 맛없게 구운건지 고향만두가 맛없는 건지 모르겠네요. 와 진짜 먹고 싶어서 구웠는데도 못먹겠는 맛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니 2015-04-27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페미니즘의 도전`을 20대에 읽었드랬어요. 아마도 반절도 이해 못했을 건데, 아무튼 내 인생의 책이구나 생각은 했던 기억이 나요. 개안을 도왔다고 할까...요즘 다시 주목받는 데는 시절의 영향이 있겠다 싶어서 못내 그게 쓸쓸하기도 하네요. 근 이십 년이 지나도 전혀 변하지 않은 이 사회의 견고한 보수성.

다락방 2015-04-27 11:06   좋아요 0 | URL
저는 20대에 읽었는지 30대에 읽었는지도 생각이 안나요. 책의 내용도 별로 기억나지 않았고요. 다만 기억하는 건 내가 그 책을 `읽었다`는 것뿐이었죠. 지금와서 읽으니 훅훅 오네요. 아마 제가 어릴적보다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넓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긍정적인 추측을 해봅니다. 물론 현실은 변하지 않고 여전히 기득권은 기득권임을 모르는채로 살고 있는 것 같고요. 저는 사실 혼불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된건데, 관심을 갖고보니 유독 요즘 눈에 띄는 일이 많네요.

마노아 2015-04-27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조으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고도 이 글이 참 와닿네요. 나한테 도착했어요. 다락님 글이...^^♥

다락방 2015-04-27 14:13   좋아요 0 | URL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스맛폰 보지마요, 마노아님. 멀미해요...
그렇지만 마노아님께 가 닿았다니 다행입니다. 글을 썼을 때 누군가 의미 있게 읽어주면 그것으로 참 좋죠. 헤헷
:)

붉은돼지 2015-04-27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르투칼어 오르한파묵 ㅎㅎㅎ 그래도 버리진 마셔요^^
항상 그 존재의 이유를 생각하며.. 오래오래 기념으로 간직하시길 바라옵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15-04-27 14:14   좋아요 0 | URL
오래오래 기념으로 간직할 수밖에 없을 것 같긴 한데..과연 쓸모가 있는 날이 있을까요? ㅋㅋㅋㅋㅋ
제가 무슨 짓을 한걸까요, 대체? 하아-
역시 사람은 앞을 내다보고 살아야해요. 그냥 기념이라고 그냥 사버리는 이런 일이.. ㅎㅎㅎㅎ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개 2015-04-27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군만두 너마저...!!! ㅋㅋㅋ

페미니즘의 도전은 아직 시작 안했어요.
지금은 `시인동주`를 읽고 있는데 역시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곰스크로 가는 기차와 스토너는 역시..읽어야겠어요 ^^


다락방 2015-04-27 14:15   좋아요 0 | URL
군만두가 맛없다는 말..들어 보셨습니까, 아무개님?
저는 그렇게 만들 수 있습니다!! ㅎㅎㅎㅎㅎ

아무개님이 읽을 페미니짐의 도전이 기대됩니다. 아마도 제 생각엔 스토너 보다는 곰스크를 곰스크 보다는 페미니짐의 도전을 아무개님은 더 뜻깊게 읽을 것 같습니다. 어쩐지 스토너는 아무개님에겐 아무런 감흥을 주지 않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Orz

2015-04-27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7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7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8 0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7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7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5-04-27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페이퍼는 특히 더 좋아 다락방!!!
아마 내가 책으로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었다면 몇장 못 읽고 덮어버렸을 것 같은데, 다락방글은 머리에 쏙쏙 들어오네요. ^-^


얼른 [지평]과 [스토너]를 읽어보고 싶당!




다락방 2015-04-28 08:25   좋아요 0 | URL
지평과 스토너, 레와님도 좋아할겁니다. 레와님은 아마도 스토너를 더 좋아할 것 같아요. 나의 추측 ㅋㅋㅋㅋ
아, 지평은 분량도 적어요. 슝슝-

느긋느긋 2015-04-27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늘 감정을 툭툭 건드려주는 다락방 누님 ㅠㅠ
웃었다가 울었다가 뭉클했다가 따스했다가
이런 글은 어찌 쓸 수 있는 것이옵니까 ㅠㅠ
천상 타고나는 것인가요 흐흑,
저 `소중하게 생각하는 책장`의 책 다 읽어내는 걸 올해 목표 중 하나로!
저 사진 고이 간직해도 괜찮으시겠습니까? ㅎㅎㅎ

다락방 2015-04-28 08:26   좋아요 0 | URL
아니, 버니님. 웃었다가 울면 ㄸㄱㅁ에 털나요..( ˝)
저 사진은 고이 간직하셔도 괜찮습니다. 혹여 저 책장의 책을 몽땅 다 읽게 되신다면, 그때 저에 대해 어떻게 파악을 하셨는지(!!) 말씀해주세요. ㅋㅋㅋㅋㅋ
아 근데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는 읽으셨나요, 버니님? (강제로 읽게하는중)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4-28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책장`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아직 제가 안 읽은 책이 많아요. 아직이요. 곧 읽습니다^^
어제 도서관에서 <지평>을 빌려와서, 무척 반갑네요.
반갑다, 지평아~~~~

다락방 2015-04-28 14:16   좋아요 0 | URL
지평은 진짜 끝까지 읽으면 더 좋은, 그런 책입니다, 단발머리님.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