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잠깐 데이트하던 남자가 있었다. 주말이었고, 나와 그는 양평으로 드라이브를 가기로 해서 남자가 집앞으로 자신의 차를 끌고 왔다. 나는 그의 차에 타는 게 처음이라 약간 설레었고 약간 긴장했었다. 차 안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그는 내게 목이 마르니 뒷좌석에 있는 물을 좀 달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뒷좌석의 물을 가져왔고 그에게 건넸다. 그러자 그는 웃으며 내게 말했다. 자신의 애인은 자신이 차를 타면 언제쯤 물을 건네야 하는지 알았기 때문에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뚜껑을 따 자신에게 물을 건넸었노라고. 그러면서 내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그정도의 센스도 없냐고 내게 말했었다. 거기에는 분명 나를 불쾌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는 자신에게 익숙해지기를 바랐던 마음과 또 그보다 더 크게는 이런 사소한 해프닝으로 인해 그의 전(前)애인이 생각났었을 터다. 그는 자신의 오래된 애인과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었고(어쩌면 헤어지지 않았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와 막 데이트를 시작한 참이었다. 그런 내게 익숙한 걸 바라는 건 무리가 아닌가. 나는 그랬냐며 웃었지만 기분이 나빴다. 분명 그에게 호감이 있어서 만났지만, 그가 내게 무리한 걸 바란다는 생각이었다. 오래된 연인과 나를 비교하는 게 가당키나 한가. 나는 그와 데이트를 하며 새로운 우리만의 역사를 만들 수 있었을 거다. 이세상 모든 연인들이 그러했던것처럼, 그리 될 수 있었을 거다. 그러나 이미 그에게 쌓인 역사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그와 그의 애인이 쌓아온 그 오랜 역사, 그 오랜 이야기. 그걸 내가 그에게 똑같이 해줄 수는 없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상대를 만나 또다른 이야기를 써나가기 마련이니까. [내이름은 김삼순]이란 드라마에서 삼식이는 자신의 전(前)애인에게 말한다. 추억은 아무런 힘이 없다고. 그러나 그것은 어떤 이들에겐 사실이 아니다. 역사가 길고 단단한 연인들에게, 추억은 단지 과거의 기억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들에게 추억은 힘이 세며, 그 추억을 받아 바통터치해 그대로의 이야기를 써나갈 사람을 상대를 원한다. 그러나 그 전의 사람과 똑같은 이야기를 써줄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미아'는 30년간 자신과 함께 살아온 '보리스'로부터 결혼생활의 '일시정지' 통보를 받는다. 사연인즉슨, 보리스는 다른 여자에게 빠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아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그러므로 떠나겠다던가 끝났다던가 하는 게 아니라, '일시정지'를 선언한 것이다. 30년은 긴 세월이고, 그들은 부부로 함께 지내며 숱한 이야기들을 만들어왔다. 둘 사이엔 사랑스러운 딸이 있으며, 그들은 사랑만 나눈 것이 아니라 우정과 지성을 나누기도 했다. 그러므로 단단하게 결속됐다고 믿었던 남편으로부터 일시정지를 선언받게된 미아는 큰 혼란과 가슴아픔을 느껴 정신질환을 앓게 된다. 병원에 잠시간 입원하게 되고, 퇴원한 후에는 다음 학기 강의에 복귀하기로 직장과 약속한 뒤, 친정 엄마가 있는 자신의 고향으로 간다. 그 곳에서 여름동안 보리스도 그리고 딸 데이지도 없이, 그렇게 엄마 곁에 머물며, 그 마을에서 시창작 강의를 하기로 한다. 그녀 자신의 나이가 55세이니만큼 그녀의 엄마도 나이가 많았고, 엄마의 북클럽 회원들도 나이가 많았다. 그렇게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엄마와 엄마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시 창작 수업을 받는 사춘기 소녀들과도 알고 지내게 된다. 그런 한편 그녀는 보리스를 그리워한다. 보리스와 간혹 이메일을 주고받는 미아. 그녀는 어느 하루, 보리스에게 이렇게 써보낸다.




사랑하는 보리스에게

나는 욕조 안에서 시가를 피우던 당신을 떠올리고 있어. 버클리에서 당신의 지퍼가 고장 났던 날을 생각하고 있어. 어느 여름이었는데, 당신이 팬티를 입지 않은 날이었어. 그리고 강연을 해야 했기 때문에 당신은 셔츠 자락을 밖으로 끄집어내서 가리고는, 바람이 불어서 300면 넘는 청중에게 당신의 페니스, 일명 시드니가 드러나지 않기만을 바랐었지. 나는 지금 세월의 흐름, 우리가 싸우다가 휴전했던 일들을 돌아보는 중이야. 그리고 당신이 가끔가다 나더러 빨강 머리, 곱슬머리, 불난 머리라고 불렀던 일, 그리고 당신의 배가 좀 나오기 시작한 후로 내가 당신을 올리(올리비에 던레아의 그림책 《올리》에 나오는 주인공 알의 이름-옮긴이)라고 놀렸던 것, 침대에서는 벌거숭이 이즈코비치라고 했던 일도 생각나. 본든은 약간 활기가 부족하고 날씨가 뜨겁기는 해도 모든 것이 그리 나쁘지는 않아. 나는 베아, 그리고 그 다음엔 데이지가 방문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엄마는 건강하셔. 그리고 나는 슈테판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른 건 아니고 밝았던 시절, 그 웃음, 톰킨스 플레이스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에 있던 삼총사만을 생각했어. 이건 정말이야.

사랑해, 미아가 (p.134)



도대체 왜 팬티를 입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은 쓸데없으니 뒤로 제쳐두고, 이 메일 속, 미아가 말한 일화는 보리스와 미아, 둘 만의 것이다. 보리스가 지금 누구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든, 그걸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게다가 슈테판, 그는 보리스의 자살한 동생이다. 새로운 열정에 휩싸혀 자신보다 훌쩍 어린 여자를 앞에 앉혀두고 삼십년간 함께 해온 아내에게 일시정지를 선언한 보리스지만, 저 메일을 읽는 순간 미아가 말하는 장면이 머릿속에 자동재생 되었을 것이고, 또한 새로운 연인에게는 슈테판에 대해 말하지 않았을런지도 모른다. 그건 매우 깊고 은밀한 얘기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뭐랄까, 다시 그 속으로 들어가 다시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걸 의미하고, 그건 사실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자신의 깊은 상처를 이미 아는 누군가가 있는데, 새로운 누군가에게 '새로' 얘기한다고 하면, 그는 모든 것들, 그러니까 그 상처뒤에 있었던 수많은 기억들과 생각들과 느낌들을 많이 축약하게 될것이다. 함께 마트에 가는 것을, 함께 바닷가에 가는 것을 새로운 역사로 새로운 사람과 써나갈 수 있지만, 어떤 큰 경험에 대해서는 그 누구와도 새로 쓸 수가 없다. 어떤 것은 다른 누군가와 새로 쓰기에 너무나 깊고 거대하며 차마 건드릴 수도 없는 무엇이 되는 거니까.


이 메일을 받고 보리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했다. 새로운 연인의 옆에 있겠다며 아내에게 일시정지를 선언한 그이기에, 그녀에게 추억을 끄집어내는 일은 그만하라고 할지, 아니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을 할지, 아니면 나도 기억한다고 답을 할지.. 그로부터는 이런 답장이 도착한다.



나는 그 1988년 4월 23일에 시드니를 본 사람은 당신뿐이라는 걸 굳게 믿어.

보리스 (p.139)



이 메일을 보고 미아는 웃음 짓는다. 그가 날짜를 얘기했으므로. 그건 그가 그 사건을 또렷이 기억한다는 걸 의미했으니까. 물론 보리스는 새로운 사람과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중에는 아주 굵은 것들도 있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그 무엇과도 대체될 수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해도, 미아와 있었던 일들을 지워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 사이에는 무려 30년이란 시간이 함께했으니까. 만약 보리스가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가는 것보다 더 열심히 미아와의 추억들을 끄집어낸다면, 새로운 그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그 어떤 여자도 과거의 연인으로부터 빠져나오지 못하는 남자를 계속 사랑하기란 어려운 거니까. 수시로 그가 과거의 연인과의 상념에 잠긴다면, 새로운 사랑을 어떻게 단단하게 써나갈 수 있단 말인가. 30년은 매우 길다. 단순히 길기 때문에 그 기억들이 더 대단한 건 아니다. 그들 사이엔 굵직한 역사, 미아와 보리스만이 함께 공유하고 기억할 수 있는 굵직한 역사가 있다. 어떤 '단단한'관계는, 새로운 바람에 흔들리고 휘청일지언정 결코 뿌리뽑히지 못한다. 물론 그 새로운 바람은 상대에게 큰 상처를 남기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상처 조차도, 오래되고 단단한 연인들이라면 다독여줄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는 생각을, 나는 했다. 이 책에서도 그렇고 또한 얼마전에 읽은 '이언 매큐언'의 《칠드런 액트》에서도 보여줬으니까. 나는 어떤 관계는 특별히 더 단단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믿는다.





- 지난주의 어느날, 술을 함께 마시던 남동생과 나는 이번주 <무한도전> 못봤다며 티븨 다시보기를 재생했다. 멤버들이 몇 개의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내고 시청자들과 방송국 피디들의 투표를 통해 1위부터 3위를 선정해 그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멤버들이 낸 아이디어를 듣고 또 보다가 '하하'와 '광희'가 낸 <예고제 몰카>를 듣고는 잠깐 놀랐다. 예고제 몰카..라고? 몰카를...아이디어로 낸거야, 지금? 나는 좀 당황스러웠다. 아직도 몰카를 재미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예고제 몰카면 뭔가 달라지는건가? 나는 약간 불쾌한 마음이 되어서 저 아이디어는 어차피 표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지금 세상에 누가 몰카에게 표를 준단 말인가! 그러나 내 생각과는 달리 <예고제 몰카>는 1위에 뽑혔다. 다수의 시청자들이 그 프로그램이 재미있을 거라고 투표했다. 나는 정말 놀랐다. 나에게 몰카는 불쾌한 것인데 내가 아닌 다른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는 재미가 될 수도 있는거구나.. 당황스러웠다. 누구를 몰카의 대상으로 할지, 누가 그 '예고'를 받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그 대상이 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안도했다.  또한 그 대상이 될 누군가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티븨 프로그램의 재미 수단이 아닌, 다른 식의 몰카에 어떤 식으로 노출되었을런지도 모른다. 



- 개그 프로그램의 <남자끼리> 였던가, 하는 코너를 보고서도 괴리감을 느꼈다. 이 프로가 인기라는 말을 들은 터라, 나 역시도 그걸 보게됐는데, 처음 보고나서는 '이게 뭐가 재미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는 단순히 '재미없다'는 느낌이 처음에 왔다. 그래서 다른 편을 또 찾아 보았다. 어디에서 사람들이 웃는지를 알 수는 있었지만, 이 코너를 두번째 보고나니 불쾌해졌다. 불편하다는 게 더 맞는지도 모르겠다. 이 코너속의 여자는 남자친구에게 귀찮은 부탁을 떠맡기고, 남자친구의 돈을 쓰는 것에는 거리낌이 없는, 한마디로 개념 없고 억지스러운 여자였다. 그녀는 남자친구를 여러가지 의미로 골탕먹이고 난처하게 하는데, 이에 동병상련을 느낀 주변의 남자들은, 한마음이 되어 그 남자친구를 돕는다.



https://youtu.be/GQuYCmJPYMs


이것이 인기있는 코너라는 데서 나는 또한번 놀랐다. 내가 보는 세상, 내 주변에서 내가 아는 사람들과 말하여지는 세상은, 다수가 보는 세상과는 다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저 보고 웃자고 만든 것이라고 저들은 말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보고 웃을 수가 없더라.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내 트윗의 타임라인은, 동떨어진 세계를 걷고 있는거구나. 어차피 나와 어울리는 사람들, 내가 선택한 사람들이니 나와 생각이 비슷할 터. 나는 번번이 자꾸만 그게 세상의 전부라고 믿게 되는 것 같다. 그게 아닌데...

개그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여자는 데이트비용을 남자와 함께 부담하고, 자신이 불편한 건 상대도 불편하다는 걸 인식하는 여자일 순 없는걸까? 그런 여자가 등장하는 소재로는 도저히 '웃긴 걸' 만들어낼 수 없는걸까?



한편, 심상정의 영상을 트윗에서 보고는 울컥했다.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도 또 다수도 아닐지는 몰라도, 그래도 여전히 어딘가에서는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https://youtu.be/-6w0P1H82ME



이 영상을 보고 심상정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책을 샀다.
















다른 아주 많은 책들처럼 아직 읽기전인데, 어쩐지 두근두근 .. 한다. 이 두근거림이 벅참으로 바뀐다면 좋을것 같다.





- 엽서판매 는 드물지만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처음엔 상품으로 팔리는 게 아니라 지인들의 돈만 축내고 있는 게 아닌가 의기소침해졌지만, 그렇지 않은 주문들이 아주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 내가 찍은 사진으로,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로 하나의 상품을 만들고, 그것으로 적은 돈이지만 벌고 있다는 게 무척 신난다.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얼마만큼의 이익을 내는지 알고 싶어, 직접 구매한 이들에게 받은 돈도 통장에 그대로 이체시키고 있다. 직접 구매한 사람의 이름을 넣어서. 

지난주부터 입금한 사람에 한해서 엽서를 발송중이다. 헷 :)




아, 그리고 빼먹을 뻔 했네, 뷰티 인사이드!!



주변에서 이 영화를 본 사람들로부터 '좋다'는 평과 '별로다'라는 평을 동시에 들었는데, 나는 좋.았.다. 정말 좋았다. 이런 영화라면 사랑하는 사람과 나란히 앉아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다. 보고나서 할 이야기가 무척 많은 그런 영화였다. 물론 흠을 잡자면야 한 두개가 아니다. 매일 모습이 바뀌는 남자 주인공의 군대 문제라든가, 여권과 비자문제라든가 하는 것들. 게다가 마치 한효주의 뮤직비디오인냥 한효주는 이 영화 속에서 예쁘고 예쁘고 예쁘게 나온다. 크-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매일 바뀐다면, 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거라는 건 뻔한 일이다. 매일 다른 모습에 익숙해져야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한효주도 역시 힘들어한다. 매일 새로운 사람의 목소리와 모습 그리고 손길에 익숙해져야 하는 건 그녀에게 너무나 힘든 일이다. 낯선 사람들이 가득한 길 한복판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건, 도대체 어떤 기분인걸까. 그것이 어떤 기분이든간에, 나로서는 전혀 느끼고 싶지 않은 기분임이 분명하다. 한편 매일 모습이 바뀌는 '우진'으로서는 자신의 모습이 바뀐다는 당황스런 상황을 상대에게 이해시키고나서는, '내가 너를 알아볼게'로 일갈하며 그녀의 옆에 가 손을 잡는다. 그에게 그녀는 늘 한결같고 익숙한 모습이지만, 거기에 익숙해진 우진은, 자신 역시 상대에게 한결같고 익숙할 것이라 믿고 그녀와의 미래를 꿈꾼다. 


그러나 대부분의 '내가 이해하는 것'을 내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시킨다는 게 언제나 쉬운 게 아니다. 한효주가 우진을 받아들인다면, 그녀는 자신의 주변사람들에게 대체 어떻게 그의 존재를 이해시켜야 하나. 그는 매일 모습이 바뀌어, 라는 현실을 그녀가 이해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까지 이해하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그래서 그녀는 너무도 힘들었던 시간을 보낸 후, 우진으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사실은, 안도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 사람을 나는 여러가지 이유로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그의 많은 장점들을 포함해 그의 단점들까지 내 사랑속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의 외모가 내 사랑의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해도, 그가 그런 모습으로 언제나 그런 자리에 있어주는 것은, 사실 사랑이 가진 가장 큰 요소가 아닐까. 네가, 늘 그모습으로, 거기에 있어. 그렇기에 우리는 상대에게 사랑을 느끼고 안도하는 것일테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늘 바뀌어 내가 그 모습을 알아볼 수 없다면, 그가 나를 알아차리기 전까지 내가 그를 도무지 알아차릴 수가 없다면, 내가 사랑하는 게 그의 모습과 성격, 그의 장점과 단점들, 그 내면에 있는 것이라 해도, 나는 그 이유로 안정감을 얻을 수 있을까?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내 옆에 있어주기를 바란다. 그렇게 우리 사이에 아주 단단하고 굵직한 또 지극히 사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과 역사가 쌓이길 원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그 모습이 유연석 같으면 좋겠다.



킁.






문득 우리 인간이란 존재가 불쌍하게만 느껴졌다. 마치 내가 갑자기 하늘로 날아가, 19세기 소설에 등장하는 전지적 시점의 화자처럼, 결점 많은 인류가 만들어내는 광경을 내려다보면서 상황이 이와는 달랐으면 하고 바라는 것 같았다. 완전히 달라지기보다는, 우리 중 몇몇은 때로 고통을 조금은 피할 수 있을 만큼만이라도 상황이 바뀌었으면 하는. 이 정도면 물론 소박한 소원이라고 할 수 있다. 유토피아적 환상이 아니라, 몇 가닥 회색으로 센 붉은 머리를 설레설레 저으며 깊이 한탄하는, 온전한 정신의 화자가 바라는 소원. 비열함과 폭력과 옺올함과 상처가 끝없이 반복되는 것을 한탄하는 것은 옳은 일이기에. (남자없는 여름, p.20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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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5-10-12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언 맥큐언의 <칠드런 액트>를 출퇴근길에 읽으려고 오늘 아침 챙겨나왔는데. 내용에 나와서 기쁘네요^^

다락방 2015-10-12 16:30   좋아요 0 | URL
오! 다 읽고 나면 어떤 감상을 들려주실지 기대할게요, 비연님. 저는 굉장히 인상깊게 읽었어요!

무스탕 2015-10-12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뷰티 인사이드를 보면서 매일 변하는 우진보다 매일 우진이 먼저 손잡아 주기를 기다리는 이수가 안타까웠어요.
그럴일은 없겠지만 우진이 모른척 하면 자동해제되는 상황이 이수는 늘 불안했을거에요..
저두 참 좋게 본 영화에요 ^^

다락방 2015-10-13 09:31   좋아요 0 | URL
네, 무스탕님. 말씀하신대로 이수 역시 가서 손을 잡아주고 싶을 때가 있을텐데 마냥 기다려야만 하는거잖아요. 상대가 나를 찾아주기만을 바라면서요. 또, 한 쪽에서만 안녕, 하면 나로서는 그 사람을 다시 찾을 수도 없고요. 그러니 이수가 점점 더 아파지는 게 어쩔 수 없는 일 같더라고요. 저 같으면 지쳐서 진작에 포기했을 것 같아요.

정말 좋았어요, 무스탕님.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았던 영화에요.
:)

LAYLA 2015-10-12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통남 뭐죠...세상에 참 별 또라이가 많아요.

2015-10-13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ellas 2015-10-13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뷰티인사이드 저도 정말 괜찮은 영화! 라고 생각했는데:) 원작 광고 영상도 봤는데 역시 눈에 익은 배우들 나오는 영화가 훨씬 좋더라는:) 저도 비자 문제 괜히 고민하다가 급행으로 신청해서 계속 밤샘을 하다 출국하면 출국까지는 가능하지 않나라고 결론내렸어요 ㅋㅋㅋㅋ

다락방 2015-10-13 09:38   좋아요 0 | URL
저도 정말 좋게 본 영화에요. 정말 좋았어요. 두 번쯤인가는 눈물도 핑- 돌고요. 고백하자면, 유연석 나오는 장면에서 소리질렀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자도 그렇고 여권도 그렇죠, hellas 님. 말씀하신 것처럼 출국까지는 가능했다고 하면 입국 문제가 남죠. 돌아오지 않을 생각으로 간걸까요? 그러나 영화는 영화, 헛점을 잡기 시작하면 제대로 즐길 수 없겠죠. 아하하하하. 뭐, 이런 것들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영화였어요. 그리고 할 말이 많아지는 영화였고요. 애인하고 보게 됐다면 어쩐지 옆에서 같이 본 애인이 더 소중하게 느껴질, 그런 영화인것 같아요.

무해한모리군 2015-10-1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뷰티인사이드는 다운로드 사이트에 어서 4천원이 되길 목빠지게 기다리는데 제법 인기인가봐요. 비슷하게 개봉한 것중에 꽤오래 정가 유지중이예요 ㅎㅎㅎㅎ

기분 변화가 아주 많은 룸메이트와 살아봤는데 지옥이였어요. 그친구 얼굴이 조금만 흐려도 눈치보게 되고... 얼굴이 매일 바뀐다는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을 장애인데 그 장애로 인한 그 사람의 힘겨움을 내것으로 가져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다락방 2015-10-13 14:20   좋아요 0 | URL
저도 4천원 되길 기다렸다 보려고 했었는데 못기다리겠더라고요. ㅋㅋㅋ 결국 만 원에 봤어요. 물론 친구들과 함께 보긴 했지만요. ㅎㅎ


나와 함께 있어야 하는 사람이 그토록 기분 변화가 심하다면 정말 내가 지옥을 겪을 것 같아요. 그 사람의 감정 변화야 그 사람의 것이지만, 저는 그 사람으로 인한 게 되잖아요. 계속 눈치봐야 되는 상황은 또 얼마나 싫은가요... 예전에 [반짝반짝 빛나는] 이었나요, 그 드라마에서 김석훈이 김현주에게 내 짐을 나눠가질 수 있는 사람이 친구라는 말을 했었는데, 으으, 저는 그토록 감정변화가 심한 스트레스를 제 것으로 가져올 자신은 없네요. 영화에서처럼, 매일 얼굴이 바뀌는 애인이 내게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면, 저역시 안도하게 될 것 같아요.
 

오늘은 아주 먼 데 있는 친구로부터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 반가웠다. 그 친구가 그곳에서 사는 일상이 어쩐지 여유롭게 느껴져서 내가 다 행복했다. 이곳에서 하지 않았던 일을 하고, 이곳에서 하지 않던 공부를 하는 삶. 그러면서 새삼 '아, 나는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고 있는 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생각했다. 정말이지 너무 행복한거다!

평소 우리는 종종 서로의 소식을 전하곤 했었다. 나는 여기에서 친구는 그곳에서, 각자가 마시는 커피, 각자가 읽는 책에 대한 사진을 찍어 툭- 보내다가, 일상에 대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좌르륵 늘어놓기도 했다가, 며칠간 무심한듯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가, 지금 먹고 있는 것을 지금 있는 곳의 풍경을 찍어 또 툭- 보내다가. 그러다가 친구의 변화된 삶에 대한 이야길 들으니 정말 행복해지는 거다. 인간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칭찬을 들으면서 존재 가치를 스스로 극대화시키며 살아가기도 하지만, 이렇듯 애정을 가진 상대가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도 행복하게 지내기도 한다. 이 사실이 새삼 기쁘다.



어제는 자신의 애인과  결별한 친구의 소식을 들었다. 

갑작스레 어떤 사건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간 참고 참았던 것들이 더이상 눌러지지 않는 상황에서 온 결별이었다. 친구가 그간 받아온 느낌은 애인의 사랑이나 관심이라기보다는 무관심 혹은 무시였다. 그것을 애써 아닐거야 외면하며 지내다가 마지막에 폭발한 것. 내가 이 사람에게 고작 이정도의 취급을 받으며 지낼 수 없다, 라며 발로 차고 나온 것. 이별을 거친 친구에게 쓸쓸하냐 물으니, 이걸 참고있었던 것에 그의 그런 태도에 화가난다, 라고 답하더라.


친구는 자신의 애인을 좋아했다. 좋아했으므로 사귀었고 좋아했으므로 여태 지탱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수시로 '이건 아니지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의 좋아하는 마음으로 애써 들여다보지 않았던 것인데, 나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었다. '음, 이건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그사람을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그런 마음의 목소리를 애써 무시했었다. 음, 그런 게 아닐거야, 그럴 의도는 아니었겠지, 하면서 애써 스스로 합리화 했달까. 그렇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그간 내가 무시했던 것들이 또렷하게 보이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사실은 이때도, 이때도, 하면서 쑥쑥 치고 올라온달까.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그게 무척 커서, 그래서 좋게만 보려고 하고 좋게만 보고싶고 그런건데, 결국엔 알아채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좋아하는 마음은 힘이 세지만, 그렇다 해서 그 힘이 무한대는 아닌 것이다. 한계점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내가 너를 좋아하고 네가 나를 좋아하고 그래서 관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마음에 더해서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 관심, 배려, 예의가 필요한 거다. 




어차피 삶이란 것은 길게 봤자 백년이다. 내가 아무리 먹어봤자 백년 밖에 못먹고 내가 아무리 이리 뛰고 저리 뛰어봤자 인간관계도 백년이다. 백년 동안 내가 몇 명의 사람을 만나고, 사귀고, 옆에 둘 수 있게 될까. 알 수 없다. 다만 백년 이란 시간은 내게는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그중에서 이미 사십년을 살아오지 않았나. 남은 생을 나는 기쁘게 살고 싶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오늘은 한 친구로부터 '새삼 네가 좋다' 라는 말을 들었다. 아침부터 듣는 이런 말이라니! 친구는 덧붙였다. '너의 화법이 좋고, 너와 이야기하는 게 즐겁다' 고. 어차피 내 남은 인생이 육십년정도라면, 그 얼마 안되는 생을 쓸데없이 탕진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까, 좋지도 않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감정 상하면서 살고 싶지 않단 말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잘 살아내고 있는 친구들과, 너랑 얘기하는 게 즐겁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렇게 살고 싶다. 살다보면 즐거운 일도 있지만 즐겁지 않은 일도 수두룩한데, 적어도 내 주변의 사람들 때문에 즐겁지 않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내가 행복하게 해줄 수 있고 또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들과 남은 생을 함께 늙어가고 싶다. 게다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은 별 게 없다. 그냥 자기가 알아서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면 된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걸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사람이니까.




살다보면 또 나는 누군가와 연락이 뜸해지고 멀어지는 일들이 생길텐데, 여러번의 만남과 이별을 겪게 될텐데, 그 과정에서 물론 아프기도 하고 아니기도 할텐데, 그럼에도 주변에 언제나 좋은 사람이 있다면 단단히 서있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물론 이 모든 과정을 통틀어서 누군가는 나에게 '순전한 기쁨'이 되겠지. 순전한 기쁨이 되는 사람이 있다면, 아, 삶은 얼마나 살아볼만한가.



그는 엄마에게 처음이자 유일한, 순전한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내가 태어난 것도 엄마를 기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엄마에게 아빠와 결혼했다는 일종의 증거물이었고, 배운 대로 사는 삶이 낳은 예상된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프라납 삼촌은 달랐다. 삼촌은 엄마의 삶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즐거움이고 기쁨이었다.(p.85)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어차피 내가 아무리아무리 먹어봤자 백 년 밖에 못먹는다. 한끼한끼 소중히 대해야겠다. 나는 그래서 에리카를 사랑한다. 얼음공주의 에리카!


에리카는 한숨을 쉬며, 허리가 고무줄로 처리되어 있는 헐렁한 조깅바지와 간밤에 입고 잔 티셔츠를 그대로 입었다. 그녀는 월요일부터 다시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시작해 봐야 소용이 없었다. 오늘밤에 이미 세 코스짜리 저녁식사를 준비하려고 계획했던 데다, 요리로 남자를 매혹하려면 크림과 버터를 빼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월요일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에 안성맞춤인 날이다. 그녀는 월요일부터 운동을 시작하고 웨이트 와처스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따르겠다고 만 번째로 엄숙하게 다짐했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었다. (p.241)


















사!랑!해!요!에!리!카!

아니, 근데 이 좋은 책, '카밀라 레크베리'의 [얼음공주]는 왜때문에 품절이졍? 저 이책 좋아합니다. 제가 소장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중고샵에 내놓지 않을거에요. 왜냐하면 에리카는 제대로 먹는 걸 즐기는 사람이기 때문이졍. 이 좋은 책이 품절이라니, 아니, 우리가 살아봤자 백 년 살고, 읽어봤자 고작 백 년 읽을 뿐인데, 이렇게 품절 막 되고 그러지 말라요... ㅠㅠ




어제 오후에 다른 부서에 갔었는데, 나 주려고 다른 부서 직원이 롤케익을 잘라서 챙겨놓았더라. 그걸 받아들고 오면서 나는 그 직원에게 말했다.


사랑해, 고마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랑한다는 그 흔한 말, 한 번도 해주지 못하게 될 때도 있지만,

맛있는 걸 주면 사실 또 그 말을 하는 게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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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따구 2015-10-06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듣기 위해서!
맛난 먹거리들을 투척하기로 결심했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5-10-06 12:06   좋아요 0 | URL
현명한 방법을 선택하신겁니다!!!!!!!!!!!!!!!!!!!!!!!!!!!!!!!!!!!

hellas 2015-10-06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싶은데 품절인 책 특집한번해야겠네요. ;ㅁ; 읽고싶습니다!!!!

다락방 2015-10-07 13:23   좋아요 0 | URL
전 이 책의 에리카가 너무 좋아요. 맨날 다이어트 실패하거든요!! 그리고 먹는 걸 되게 좋아해요. ㅋㅋㅋㅋㅋ 그래서 이 책을 애정합니다. 그런데 품절이라니 속상해요 ㅠ
 

물을 많이 남긴 불닭볶음면과 맥주. 물을 많이 남긴 건 혹시라도 밥을 비벼먹고 싶어질까봐 그런건데, 먹다보니 너무 매워서 밥까지 비벼먹을 순 없을 것 같다. 다 먹고 서점가서 놀아야지.
참고로 저 옆에 책은, 비유하자면, 생맥주같다.
생맥주를 즐겨 마시긴 하지만 나는 딱히 생맥주를 좋아하는 술에 놓진 않는다. 나는 생맥주보다는 병맥주가, 병맥주보다는 소주가, 소주는 와인과 비슷하게 좋다.

이 책은 딱 그냥, 생맥주같다.

내 스타일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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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10-03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은 별로지만 내용은 괜찮을거라는 예상을 깨고, 내용도 별로군요. ㅎㅎ 다락방님은 맥주는 별로라 하시지만 배트맨 잔의 뽀글뽀글한 기포(?)가 아주 근사한대요. 좋은 주말 되세요^^

다락방 2015-10-04 10:16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토요일은 잘 보내셨어요? 저는 토요일 밤에는 와인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벌써 일요일이 되었다는 게 슬퍼요 흑흑 ㅠㅠ
오늘은 그렇다면 짜왕을 끓여먹어볼까, 생각하는 아침입니다. 히힛

transient-guest 2015-10-05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이 너무 고파요!!!ㅎㅎ 지난 2주간 매일 마셨는데도 그렇군요.ㅎㅎ 저는 기린은 별로에요, GMO옥수수로 만들었단 걸 읽고부터는 피하고 있습니다. 맥주는 참 여러 종류를 마셔보았고, 한 동안 선호하는 종이 생기지만, 사실 기분에 따라 그때 그때 다른 걸 마시게 됩니다.ㅎ 요즘은 SF에서 만들어 나오는 앵커스팀을 마시고 있습니다.

다락방 2015-10-05 09:10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주말 내내 낮이며 밤이며 마셨는데도 (어제도 마시고 잤어요!) 또 술을 마시고 싶네요. 술은 마실수록 좋은 것 같아요. ㅋㅋㅋㅋ 아, 기린 맥주가 그렇대요? 동네 편의점에서 수입맥주 네 캔에 만원에 팔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대충 이것저것 골라봤는데 그 중에 하나가 저거였어요. ㅎㅎ 하나만 사길 잘했네요.
저는 호가든이 너무 맛있어서 한동안 호가든만 엄청 마셨는데 요즘엔 호가든도 맛없게 느껴지더라고요. 이게 제조사가 국내로 바뀌었다는데, 사실은 그보다는 제가 요즘 맥주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 것 같아요. 엊그제는 포르투갈에서 사온 와인을 마셨는데, 와, 엄청 맛있었어요! ㅋㅋㅋㅋㅋ
 

중고샵에 팔려고 했는데 저기가 저렇게 벌어졌다고 반송되어 왔어요. 14-15페이지인데, 저기 한 부분 빼놓고 안은 깨끗합니다. 저런 상태의 책이지만 읽고싶다, 하시는 분께 보내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댓글 달아주시는 분께 드릴게요. 한 권뿐이라 이 글은 방출될때까지는 '친구공개'로 두겠습니다. 


책은 '미야베 미유키'의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입니다. ☞ 하늘바람님께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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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5-10-02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욧

하늘바람 2015-10-02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가려고 했는데 선착순의 유혹.
이런일은 제게 드물어서~~

다락방 2015-10-02 13:49   좋아요 0 | URL
네네, 하늘바람님.
주소삼종셋트 비댓으로 남겨주세요~ ㅎㅎ

2015-10-02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10-02 15:46   좋아요 0 | URL
곧 택배 보내드릴게요. 받으시면 알려주세요~

하늘바람 2015-10-02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천천히 보내주셔도 되어요

하이드 2015-10-02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알라딘 중고서점이 아니라 북스피어로 보내야 할 것 같은데요? ㅎㅎ 여튼 미미여사님 책이니 재미보장이죠. ~~

다락방 2015-10-04 11:33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읽은 책인데 북스피어에서 교환해줬을까요? 시도조차 생각해보지 못했네요...아...

하이드 2015-10-04 11:35   좋아요 0 | URL
당연 하죠. 저 정도면 완전 파본이잖아요. ㅎ 북스피어까지 갈것도 없이 알라딘에서 교환받아도 되구요. 담번에 책 저리 망가지면 교환 받으시는 옵션도 염두에 두세요. 판매처 상관없이 출판사교환, 아니면 구매처 교환.

다락방 2015-10-05 09:11   좋아요 0 | URL
크- 생각지도 못했던 유용한 팁이네요. 고맙습니다. ㅠㅠ
전 읽다가 저리된거라 제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아- 어리석은 나여.. ㅠㅠ

Clou:Do 2015-10-02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특템이네요. 부럽 ㅎㅎ

다락방 2015-10-04 11:33   좋아요 0 | URL
다음 기회를 노려보세요! ㅎㅎ

singri 2015-10-02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부럽

다락방 2015-10-04 11:33   좋아요 0 | URL
싱그리님도 다음 기회를.. ㅋㅋ

Clou:Do 2015-10-04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기회가 있군요 ㅎㅎ 집중해서 다락방님 글을 서치해야겠네요 ㅎㅎ

다락방 2015-10-05 09:10   좋아요 0 | URL
네, 집중! ㅎㅎㅎㅎㅎ

Clou:Do 2015-10-05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료가 똭!!! 집중 하고 있어요 ㅎㅎ

다락방 2015-10-05 10:1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부터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일어나 저울위로 올라가니 몸무게는 늘어있었고 아, 정말 지겹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뭐 요란을 떨며 다이어트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올라갔다 제자리 올라갔다 제자리 하는 건 정말 지겹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 몰라, 그냥 돼지가 되는 편을 택할래,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버스정류장으로 가 내가 타야 할 버스 130번을 기다렸다. 앱을 조회해보니 2분 후에 도착이었다. 그런데 저기, 내가 타야할 버스 130번이 오고 있다. 어? 2분 기다려야 하는데 벌써 왔네, 하면서 탔다. 어차피 몇정거장 안가고 내리기 때문에 내리는 문 쪽의 의자에 앉으려는데, 으음, 구조가 다르다. 으응? 왜 안이 마을버스처럼 생겼지? 그동안 탄 거랑 다르네.. 뭐 이런 버스도 있고 저런 버스도 있지,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잠깐 친구랑 메세지를 주고받다가 창밖을 내다봤는데 어...뭔가 낯설다...으응? 이런 데를 지나갔나, 원래? 하고 기웃거리는데 방송이 나온다. 지금 내려야 할 정류장은..아, 여긴 어디냐. 다음 정류장까지의 방송을 듣다가 벼락같은 깨달음! 나는 지하철 역을 가는 버스를 탄 게 아니라 지하철역으로부터 멀어지는 버스를 탔어...아......어떻게 이런 일이! 버스가 정차하자마자 부랴부랴 내려서는 무단횡단을 하고 택시를 잡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른다. 간신히 택시를 잡아타고는 강동역이요, 라고 외친다. 아아, 무슨 일어 일어난거냐. 내가 탄 버스는 3212 초록색 마을버스였다. 아니, 이걸 왜 나는 파란색 130번 버스라고 생각하고 막 타버린거지? 하아- 아침부터 의욕상실. 기운이 하나도 없다. 사실 어젯밤부터 기운이 없고 피곤해서 일찍 잤는데, 새벽에 여러차례 잠을 깼다. 자고 일어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엉망이야... 방금전에는 거울을 보다가 새치를 발견했어...



아침부터 나랑 수다를 떨던 친구는 나의 이런 저조한 컨디션에 대한 상황을 듣고는 오늘은 여유롭게 아무 생각말고 달달한 커피를 한 잔 마시라며 커피 쿠폰을 잽싸게 날려주더라. 진심으로 고맙다고 인사를 한 뒤에 회사 근처에서 마끼아또로 바꿔서 마셨다. 기분전환삼아 샷을 하나 더 추가했는데, 마끼아또는 오늘 내 생각만큼 나를 기분좋게 해주지는 않네?


그리고 어제 도착한 알라딘 택배박스. 어제는 바빠서 풀어보지도 못했기에 오늘 풀어봤는데, 내가 이런 책을 샀네, 하며 심드렁해진다. 삶은................뭘까? 




책을 읽고 있다. 최근에 조카 때문에 아이들이란 어떤 존재일까를 끊임없이 생각하던 차에 혹시나 도움이 될까 싶어서 고른 책이다.
















며칠전에 시사인에서 읽은 정헤신의 글에서처럼 '아이들은 스스로가 이미 강한 존재이다' 라는 걸 역시나 말해주고 있다. 아이들은 우리가 무조건 걱정하고 참견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스스로 자라나는 존재들이다, 어른과 같은 존재다 같은 것들. 그런데 저자가 말한 아이들에 대한 '지배욕'을 내가 갖고 있는 걸까, 저자의 말에 '아 정말 그렇구나!!'하고 큰 깨달음으로 다가온다기 보다는 '흐음, 그런가...'하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그래, 그렇긴 하지, 음, 그런가....하면서 적극적인 호응을 하게 되지는 않는달까. 아직 이 책의 90페이지까지 밖에 읽지 못했으니 더 읽어봐야 할 일이다. 



그러다 이런 구절을 읽게 됐다.



집안일을 도와주고 아이가 부모에게 돈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나는 이것에 위화감을 느긴다. 집안일은 가족 모두가 분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마침 그때 할 수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것이 공동생활일 게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쇼핑도 요리도 할 수 있다. 귀찮아 할 때도 있지만, 재미있어 할 때도 많다. '일을 도와주고' 돈을 받는다는 것은 집안일은 어른 일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게 아닐까. 하물며 '가사는 엄마 일'이라는 역할 분담의 고정관념에 매여서는 곤란하다. 일하고 적더라도 돈을 얻는다는 것은 집 바깥, 즉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다. (p.51)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고개가 끄덕여졌는데, 집안일이라는 것은 아이와 어른, 남자와 여자 모두가 살아가는 곳이니 '함께'해내가는 것이지 '엄마의 일'인데 '도와주는 것', '아내'가 할 일인데 '도와주는 것'이라는 생각은 자체가 틀렸다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공간에서 모두가 함께 화장실을 사용하고 밥을 먹고 있으니 청소를 함께 하고 설거지를 함께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우리가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맞다. 그러니 거기에 대해서 돈을 벌게 하는 것에 위화감을 느낀다는 것도 무슨 말인지 알겠다. '이 일을 했으니 돈을 줄게' 하는 것은, 그것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임을 암시하는 것일 게다. '당연히 너도 함께 해야 하는 일' 이 아니라. 그러니까 다 알겠는데,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자기의 용돈을 챙겨야 할까. 집안 일은 같이 하는대로 하고, 용돈은 용돈의 개념으로 줘야 하는걸까. 저자의 아이들은 어릴때부터 일을 하고 싶어해서 중학생 때 외갓댁 목장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음, 그래, 이건 분명 긍정적이고 좋은 효과를 주겠지만-내 몫의 일을 한 뒤에 거기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받는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일을 할 환경은 사실 조성되어 있기가 힘들지 않은가. 저자의 어머니(아이들의 할머니)가 목장을 했기에 청소 아르바이트라도 할 수 있었지, 다른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일을 할 환경 자체가 힘들텐데,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현명한걸까? 



그러다 아주 오래전에 본 '이반카 트럼프'의 일화가 떠올랐다. 아버지가 '도널드 트럼프'라는 어마어마한 부자인데다 그녀도 젊은 나이에 재벌이 되었는데-당연하겠지..-, 한 토크쇼에 그녀가 나와서 그런 얘길 하더라. 아버지는 어릴때부터 내게 그냥 돈을 주지 않았다, 반드시 심부름이라든가 집안 일에 대한 대가로 돈을 주었고, 나는 그렇게 내가 번 돈으로 내가 사고 싶은 걸 사야 했다, 라고.



........................................................................




아마 이반카 트럼프는 '나는 그렇게 앉아서 낼름낼름 돈을 받아먹은 게 아니다' 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게다. 어떤 의도로 그 말을 했는지는 알겠다. 그렇지만, 이반카 트럼프가 심부름하고 받은 돈은 내가 심부름하고 받은 돈과 같을까? 절대적인 면의 액수에서도 또한 상대적인 면의 액수에서도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지 않을까. 구체적으로 1달러를 줬다던가 100달러를 줬다던가 하는 얘기를 하진 않았지만, 분명 내가, 혹은 보통의 아이들이 받았던 100원 200원의 돈을 받았던 건 아니지 않을까. 어쩐지 빡쳐....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가지고 태어나야 돈이 많아지는 건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고, 내 돈은 내가 벌어야만 먹고 사는 것도 내게는 당연한 얘기이고, 모두가 다같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게 아님도 역시나 당연한 얘기인데, 이런 어마어마한 격차가 벌어지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대단히 빡치는 것이다.



일전에 집에 소파가 낡아 새로 사야할 일이 있었을 때, 아버지는 나와 남동생에게 10만원씩 보태라고 하셨더랬다. 너희들도 앉는 소파, 라는 게 아빠의 주장이었다. 그 전날 나는 2천만원짜리 시계를 한 방에 결제하고 사는 사람을 보았는데, 왜 나이가 비슷한 우리 아버지는 몇십만원짜리 소파를 혼자 사지도 못해 자식들에게 돈을 보태라하고, 왜 어떤 아버지는 2천만원짜리 시계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나...하고 대단히 빡쳐서 한 이틀간을 보냈던 경험이 있다.




...........................................




아...아이들에 대한 책을 읽다가 왜 나는 갑자기 빈부격차로 인해 빡치고 있지.....이반카 트럼프 때문이야....하아- 왜 하필 이반카 트럼프가 생각난거지..왜지......저리가,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 사라져버리란 말얏! 꺼졋!



아이는 필요한 것을 직감으로 안다. 훗카이도의 동생 부부 집은 나중에 둘째 아이도 혼자서 오랫동안 머무른 적이 있고, '반가출'할 곳으로 꽤 유용했다. 그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곳이 없을 만큼 고마운 장소였음에 틀림없다. 동생 부부는 그냥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아이들을 받아줬던 것이다. 어른들이 서로 자신의 아이 말고 다른 집 아이들의 가출처 노릇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p.64) 



위의 구절을 읽으면서 나도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반가출해서 찾아올 수 있는 곳. 찾아와 며칠 머무르다 갈 수 있는 곳. 혹여라도 나중에 내 조카들이 제 부모와 말다툼을 했다거나 서로가 서로를 이해시키지 못해 답답할 때, 어딘가로 잠깐 떠나있고 싶을 때, 그때 내 집을 찾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별 말은 하지 않아도 그냥 서로 맛있는 것 먹고 편히 자고 그러면서 아이의 마음이 한결 나아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머무르는 집이 내 조카들의 가출처 노릇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 그러려면 일단 내가 독립을 먼저 해야.... 킁.



그런데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어쩐지 동의할 수가 없다.


아이는 언제 어른이 될까? 어른과 아이는 다르다며 새삼스럽게 상하 관계로 등급을 매기는 것은 거북하다. 그렇다고 두루뭉술하게 똑같다고 생각하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신체적인 특성이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음 세대, 즉 아이를 세상에 보낼 수 있는 몸인지 아닌지 하는 큰 차이다.

이 변화는 신체에 반드시 찾아온다. 그래서 이것을 바탕으로 아이와 어른을 구분하면 매우 알기 쉽고 자연스럽다. 여자아이는 월경, 남자아이는 사정射精의 시작이라는 구분. 어른의 몸이 되는 명확한 변화이다. 나는 이 단순한 변화의 시기가 아이와 어른을 가르는 납득할 만한 유일한 구분이라고 생각한다. 달리 보면 세상은 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참 희한하다. (p.69)



아이와 어른을 구분하는 방법이 월경과 사정이라니, 이건 좀...납득이 되질 않아. 저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희한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어째서 그게 어른과 아이를 가르는 유일한 구분이라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되질 않는다. 월경하고 사정하면 .. 이제 '어른'이라는 건가. 암튼 나는 이 견해에 대해 매우 단호한 입장을 취하는 저자가 참 희한하다.  



그나저나 며칠전 책방출 받으신 분들은, 다들 제대로 받으셨는지요? 몇몇 분들은 잘 받았다고 해주셨는데 몇몇분들은 말씀이 없으셔서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받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회사 동료가 파인애플케이크 라는 걸 줬다. 연휴동안 동료의 엄마가 대만 여행을 가셨는데, 그때 사온 것이라고 한다. 배도 출출하고 하니 먹어봐야겠다. 먹고나면 컨디션이 좀 나아질까? 저녁에 육전에 소주나 마시러 갈까...



육전.....








지금 아이 역할을 한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이는 힘이 넘치는 어른들이 너무 강하게 아이를 지배하기 때문이라고 새삼 생각한다. 나 또한 그렇게 해왔다고 생각하고 뒤늦게나마 반성한다. 지나친 교육열과 지배 욕망을 극복하는 것, 바로 이것이 지금 아이가 가장 원하는 친절한 어른의 일일 것이다. 아이의 건강한 목소리를 듣고 해맑은 미소를 보기 위해서 말이다. (p.58)

아이를 야단친다는 것은 부모가 자기 자신을 보는 것이고, 자신을 아는 것이다. `나는 아이를 어떻게 하고 싶은가, 왜 그러고 싶은가, 나 자신은 어떻게 살고 싶은가, 그것이 아이에게는 어떤가`등이 그때그때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거리가 된다. 그래서 메뉴얼이 통하지 않는다. 복잡하고 까다로워도 부모 각자가 자신의 삶의 방식대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아이는 언제나 어른이 게으름 피우도록 놔두지 않는다. 매일 부모가 뭔가를 생각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게 한다. 그 덕분에 어른이 조금은 추락하지 않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각하는 것은 물론 귀찮은 일이긴 하지만 그 기회를 아이로부터 받는 것은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p.137)

"밭일은 공장 생산과 달라서 1년에 한 번밖에 경험할 수 없어. 실패하면 내년을 기다려야만 해. 10년의 경험도 열 번의 경험에 지나지 않아. 이게 참 괴로운 점이야." (p.163)

어른들로부터 "아이는 부모만으로 자라지 않는다"는 말도 자주 들었다. 식물이 안정된 상태로 크려면 잔뿌리가 많아야 하듯이 인간 가족의 삶도 사람들의 네트워크에서 지원을 받아야 한다. 현대 가족은 약하다는 말을 듣는데, 이는 식물이 땅에 내린 잔뿌리들을 시들게 하고 한두 개의 큰 뿌리로만 겨우 서 있는 위험한 상태와 비슷하다. 이런 상태로는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넘어지고 만다.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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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0-01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는 지금 비가 와서 육전에 소주.... 무척이나 땡기네요.
요즘 다락방님 책 읽고 있는데 이렇게 서재에서 만나니 엄청 친근하게 느껴지고 좋아요^^
얼른 컨디션 회복하시고 맛난 거 드셔요^^

다락방 2015-10-01 11:25   좋아요 0 | URL
여기도 지금 비가 많이 와요, 오로라님. 그래서 눈앞에 육전이 아른아른합니다. ㅋㅋㅋㅋㅋ

제 책 읽고 근사한 페이퍼 남겨주신 거 새벽에 보고 `좋아요` 눌렀어요. 왜냐하면, 좋아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로라님 덕에 어쩐지 컨디션 회복이 빨라질 것 같아요! >.<

개인주의 2015-10-01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스번호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요..저는 책도 제맘대로 읽힐 때가 있어요..-_-;;;
제멋대로 읽다가 보면.. 어머 제정신차리고 다시 읽고
어버버버..
흑...

다락방 2015-10-01 13:42   좋아요 0 | URL
두 가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1. 버스번호를 정말이지 타고 싶은 마음 그대로 봤다.
2. 사실 나는 무의식속에서 회사에 가기 싫었으므로 지하철역과 멀어지는 버스를 탔다.


2번이 더 마음이 끌리는군요... 하아-

비연 2015-10-0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전에 소주 ... 좋네요^^

다락방 2015-10-01 13:42   좋아요 0 | URL
당장 나가서 마시고 싶네요 ㅠㅠ

아무개 2015-10-01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르몬이상분비와 과다영양섭취로 아이들의 2차 성숙시기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 추세에,
사정과 월경으로 어른임을 결정짓는다구요? 이건 무슨 헛소리인지 참 희안하군요.

육전, 좋다 육전.
여긴 그런거 파는데도 없어.
저는 걍 뼈해장국이나 먹을까 생각중입니다.

댓글쓰는데 톡......보쓰 나빠!!!!!!!!!!!!!!!!!!!!!!!!!

다락방 2015-10-01 13:43   좋아요 0 | URL
저자는 아이들의 나이가 아무리 어려도 어른처럼 대우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저렇게 어른이다, 하고 일러주고 싶어 주장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해가 될듯하다가 뭐지 -_- 싶은 심정이랄까요..

뼈해장국도 소주 안주로는 그만이죠!
아 몰라 다 때려치고 나가서 소주나 마시고 싶어요. 엉엉 ㅜㅜ

2015-10-01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1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5-10-0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저도 기운내려고 아주 단 커피를 두잔이나 마셨어요.

부모가 할일이란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사랑해주는게 다라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내가 잘하는 걸까` `이러다 우리아이가 응석받이가 되진 않을까`하는 고민이 늘 들어요.
시월이 되니 당장 내년 아이 유치원도 또 고민이네요.

저는 성소수자인 청소년을 위한 쉼터에 매달 아주 조금 후원을 하고 있어요.
청소년 성매매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 스스로 일어설때까지 기다려줄 공간의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락방 2015-10-01 13:47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단 커피를 두 잔 마시고나니 기운이 좀 납니까? 저는 별로... ㅠㅠ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사랑해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듯 하지만, 그러다가도 순간순간 초조해지는 것 같아요. 저만해도 조카들과 함께 사는 게 아닌데, 눈에 보이지 않을 때도 또 눈에 보일때도 뭔가 되게 초조하고 걱정하고 그러거든요. 이건 아마 제 성격 탓이 크겠죠. 저는 제 이런 성격 때문에 출산과 양육은 제 인생에서 빼버려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ㅠㅠ 걱정이 너무 많고 겁이 너무 많아서요 ㅠㅠㅠ


저는 개인 후원은 마음에 부담이 되어서 유니세프에 조금 기부하고 있는데요, 휘모리님 댓글 읽으니, `공간의 문제`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저도 조금 더 고민해보고 후원하는 쪽으로 해봐야겠어요. 어쩐지 고마워요, 휘모리님.

2015-10-01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2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럭키언니 2015-10-02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경을 하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몸이 되니 나이는 어려도 어른으로 대우하고 존중해줘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싶기도...

결혼하면 어른이라 했으니까요

다락방 2015-10-02 10:49   좋아요 0 | URL
음..쪼꼬미뽀님 댓글 읽으니 아,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요. 음..그러니까 나이는 어려도 이미 어른으로 대우해줘야 하고 존중해줘야 한다, 뭐 그런 뜻인가 보네요. 끄덕끄덕. 제가 잘못이해하고 희한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럭키언니 2015-10-02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써놓고도...푸흡...결혼안하면 늘 아이 일까? 갑자기 꼬리를 물고늘어지는 아침...ㅋ

다락방 2015-10-02 10:5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결혼안한다고 아이는 아니지만 결혼하면 어른인걸로..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