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여자사람이 내게 그런 말을 했었다. 자신은 진실한 사랑을 찾고 있는데 접근해 오는 남자들은 어떻게 한 번 자볼까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그게 눈에 보인다고. 그런 그녀에게 나는 꼭 그런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네가 대화가 통화는 진실한 사람을 원한다면 그 사람을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이고, 그런 사람은 분명히 있다, 라고 말했다. 그런 참에 만난 《죽어가는 짐승》의 '케페시' 교수는 딱 재수없는 스타일이었다. 생각하는 거라곤 오로지 '이 여자와 어떻게 섹스할까' 뿐이니까.



아이는 생각해, 나는 이 사람에게 내가 누구인지 말하고 있다고. 이 사람은 내가 누구인지 관심을 갖고 있다고. 그건 사실이지만, 난 아이와 씹을 하고 싶어서 그애가 어떤 아이인지 호기심을 느끼는 거야. 나한테는 카프카와 벨라스케스에 대한 이런 큰 관심 같은 건 필요하지 않아. 아이와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생각하고 있어, 내가 얼마나 더 계속 이래야 할까? 세 시간? 네 시간? 여덟 시간까지 가야 할까? 베일 씌우기에 들어간 지 이십 분인데 벌써 궁금해하고 있어, 이런 것들이 아이의 젖퉁이와 아이의 피부와 아이의 몸가짐과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을까? 남녀가 밀고 당기는 방식에 관한 프랑스식 기술에 나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 야만적인 강한 충동에만 관심이 있지. (……중략) 나는 이 아이와 씹을 하고 싶고, 그래, 그래서 어떤 베일 씌우기를 견뎌야 하지만, 그것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야. 이 가운데 얼마나 교활한 것일까? 나는 그 모두가 교활하다고 생각하는 쪽이야. (p.28-29)

















그가 그토록 씹을 하기를 원하는 아이, '콘수엘라'는 이제 고작 스물네 살이다. 그녀는 가장 아름다운 젖가슴을 가지고 있지만 그걸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잘 모르며, 그래서 그녀는 카프카를, 벨라스케스를 소개한 노교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수단'일 뿐이었는데. 뭐, 어쨌든 그는 그토록 원하는 그녀와 연인 사이가 된다. 연인 사이가 되어 서투른 그녀를 가르치려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녀에게 집착해버리고 만다. 이토록 아름답고 어린 여자에게. 상상할 수 없었던 행동, 거절했어야 했던 행위까지 해내면서 그는 자신이 얼마나 그녀에게 집착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는데, 와, 여기까지 읽는데 정말 힘들더라. 그가 그저 여자를 성적대상으로만 보는 것 같아서 힘든 게 아니라(그건 짜증스럽다), 그에게 섹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래서 섹스전과 섹스후를 계속 언급하기 때문에 힘들었다. 노골적인 유혹과 집착을 읽노라니 정신이 사나워지는 거다. 



아, 나는 그와 어떻게 처음에 키스하게 됐지? 부터 시작해서 육체적인 기억들이 진짜 쓰나미로 몰려들기 때문에 힘들었다. 어휴, 진짜 정신 사나워서, 지금 하던 모든 걸 때려치고 그저 야한 생각이나 하고 싶어지는 거다. 그래서 수시로 책장을 덮어야 했다. 자꾸만 불쑥불쑥 기억들이 튀어나와서 도무지 들어갈 생각을 안해. 이 기억이 여기있지, 이 기억은 여기있단다, 이 때 너는 어떤 느낌이었지? 아주 그냥 이것들이 나를 온통 휘어잡고 있더라. 


그래서 힘들었다. 이 책이 야해서가 아니라, 나의 야한 기억들을 불러 일으켜서. 아 정신 사나워. 다 읽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오래전에 '마이클 더글라스'와 결혼한 '캐서린 제타존스'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그녀는 자신은 항상 나이가 많은 남자에게 끌린다고 했다. 그래서 마이클 더글라스 전에 사귀었던 연인도 나이차이 많이 나는 남자였다고. 매력적인 콘수엘라는 스물네살, 케페시 교수는 예순두 살일 때 처음 만나 연인이 된다. 나이차이도 보통 나이차이가 아닌데, 케페시 교수는 이런 말을 한다.



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엄청난 나이 차에 경악하는데, 콘수엘라는 바로 그 점에 끌린 거야. 사람들 눈에는 그저 야릇한 에로티시즘으로만 보여. 또 그것을 혐오스러운 것, 혐오스러운 소극으로 받아들이지. 그러나 내가도달한 나이는 콘수엘라에게 커다란 의미가 있어. 노신사와 사귀는 여자아이들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러는 게 아니야-나이에 끌리는 것이고, 나이 때문에 그러는 거야. 왜냐고? 콘수엘라의 경우 그건 엄청난 나이 차 때문에 자신이 굴복하는 것을 스스로 허용할 수 있어서인 듯해. 내 나이와 내 지위가 아이에게, 합리적으로, 항복해도 좋다는 허가장을 주고, 그러면 침대에서 항복하는 게 불쾌한 감각이 아닌 거야. 동시에, 나이가 훨씬, 훨씬 많은 남자한테 친밀한 방식으로 자신을 내어줌으로써 이런 젊은 여자는 젊은 남자와 성적인 수작을 할 때는 얻을 수 없는 권위를 갖게 돼. 굴복의 쾌락과 더불어 정복의 쾌락을 누리는 거지. (p.46-47)



이 말이 어디까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대의 나이 때문에 끌린다는 게 어떤건지 알 것도 같다. 나만해도 이십대 어린 시절에는, 나보다 나이가 훌쩍 많은 남자어른이 좋았다. 그가 어른이라는 사실이 좋았고, 그렇게 어른스럽게 내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을 받아줄 것 같아서 좋았다. 기대도 되고 의지해도 된다는 생각을 그때는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나이가 나보다 훌쩍 많다고 해서 어른인 것도 아니고, 또 그렇게 훌쩍 많다고 해서 내가 의지할만한 대상이 되란 법도 없다. 이제는 나이랑 전혀 상관없이 어른이 되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기도 하다는 걸 알고 있다. 경험이 많은 만큼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그만큼 인격이 쌓이겠지, 하는 건 어마어마한 착각이다. 예순두 살이나 먹은 케페시 교수도 젊은 여자의 젖가슴에 반해서는 이런 몸은 환상적이라고 감탄하며 어떻게든 그녀를 침대로 끌고갈 생각만 하니까. 뭐, 결론이야 어찌됐든간에 말이다. 



끝까지 읽노라니, 이 책은 내가 일전에 보았던 영화와는 달랐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기억하고 있는 영화의 내용과는 달랐다. 제길 .. 뭐, 나도 늙어가니까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노년을 상상할 수 있어? 물론 못하겠지. 나는 하지 않았어. 할 수 없었어. 그게 어떤 건지 전혀 몰랐어. 잘못된 이미지조차 없었어- 아무런 이미지가 없었어. 사실 누구도 다른 것을 원하지 않아. 어쩔 수 없기 전까지는 아무도 이 가운데 어떤 것과도 직면하고 싶어하지 않아. 이 모든 게 나중에 어떻게 될까? 여기서는 둔감함이 관례야. (p.49)




콘수엘라는, 내 기억에서처럼 유방암에 걸렸다. 그리고 유방암에 걸린 채로 케페시 교수를 찾는다. 그녀와 그가 헤어진 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돌이켜보았을 때 자신의 몸을 그토록 좋아하고 아껴줬던 사람, 아름답게 보아준 사람은 케페시 교수였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케페시 교수는 그녀의 몸을 정말 좋아하고 정말 아름답게 느껴 그토록 찬탄해마지 않았지만, 콘수엘라가 암에 걸려 자신의 과거 연애사를 돌이켜보았을 때 가장 몸에 대한 칭찬을 많이 했던 남자를 떠올린만큼, 나 역시 사랑하는 사람에게 끝도없이 칭찬에 칭찬을 퍼부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와 헤어지지 않는다면 그토록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하는 것이니 그건 그대로 좋고, 설사 헤어진다면 나중에 오랜 시간이 흘러 돌이켜 봤을 때, 그녀는 내 몸을 가장 많이 사랑해준 사람이지, 하고 떠올릴 수 있을테니. 




콘수엘라의 몸이 절대적으로 아름다웠다면, 케페시 교수가 아닌 다른 남자들도 폭풍같은 칭찬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콘수엘라의 몸은, 그녀에게 흠뻑, 흐으으으으음뻑 빠진 케페시 교수에게야말로 참을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존재했을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간에, 아주 그냥 눅진눅진한 기억들 때문에 읽기 힘든 독서였다. 이토록 얇은 책 한 권을 읽는데 온갖 기억이 쏟아져나와 진짜 힘들었다.



책은 진짜 내용을 읽기전까지는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알 수가 없다니까...

내가 비록 그런 건 알 수 없겠지만, 어쨌든 오늘 점심 메뉴는 안다. 

이제, 먹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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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2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10-22 16:3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힝 ㅜㅜ

낭만인생 2015-10-22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유한 늙은 왕과 가난한 젊은 청년이 영혼을 바꾸고 서로 후회하고 제 자리로 돌아가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젊은이는 노년의 명예와 부, 성숙함을 탐하고, 노인은 젊은이의 젊음과 아직 꾸며지지 않는 삶의 생체기를 그리워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나이가 들었는가 봅니다. 젊은이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게....

다락방 2015-10-22 16:37   좋아요 0 | URL
저는 요즘 점점 더 나이가 들어가는 걸 실감해요. 올해 처음 새치가 생겼고요(우울 ㅠㅠ), 말씀하신 것처럼 젊음이 부러워요. 젊은 사람들을 보면 그냥 막 예쁘고 부럽고 그러더라고요. 그렇게 젊은이들이 예뻐보이고 부럽고 그런건 내가 늙어서겠지, 하고 혼자 생각하곤 했어요. 매일매일 늙어가고 있어요, 낭만인생님...

레와 2015-10-22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확하게 기억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위에 올려준 책내용과는 아주 다른 영화로 기억하고 있어요.


흠.. 필립로스 전작인 [에브리맨]과 [울분]과는 아주 다른 책인가봐요? .. ㅎㅎ;

다락방 2015-10-22 16:40   좋아요 0 | URL
책 읽다보니 얼핏얼핏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마지막이 좀 내가 기억하는 것과 달랐어요. 그래서 내가 영화를 잘못 기억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영화는 다르게 만들어졌나 싶기도 하고...

에브리맨, 울분과는 다른 이야기지만, 그래도 같은 지점이 있어요. 젊음과 늙음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하더라고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가 없었기 때문에 아버지를 증오하고 그러나 아버지를 의지하고 싶은 아들에 대한 얘기 라든가, 늙음과 젊음에 대한 끊임없는 이야기 같은 건 어쩐지 울분이나 에브리맨하고 맞닿아 있는 것도 같아요.

단발머리 2015-10-22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다 여러 번 덮은 사람으로서, 정말 이 책은 읽기 힘든 책입니다.
이 귀한 여정을 마치신 다락방님께 박수를...
아직도 반이나 남아있는 나에게는 용기를... 좀 주세요.

다락방 2015-10-27 12:22   좋아요 0 | URL
정말 읽기 힘든책이죠. 에로틱한 기억을 불러내는 것도 그렇지만 교수가 여제자를 보는 시선이 처음에 되게 짜증나더라고요. 지금쯤은 다 읽으셨나요, 단발머리님? ㅜㅜ

moonnight 2015-10-22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트노이의 불평도 읽기 힘들었어요-_-; 필립 로스씨 무섭-_-;;;;;

다락방 2015-10-27 12:22   좋아요 0 | URL
저도 포트노이의 불평 읽기 되게 힘들었어요. 가까스로 다 읽었는데 읽고나서 남는 게 없어요. 읽는다는 행위에만 집중한 것 같아요. 그래도 이 책은 포트노이의 불평 보다는 나아요...휴....

에이바 2015-10-23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의미로... 다니엘 페나크의 몸의 일기도 좋아요

다락방 2015-10-27 12:23   좋아요 0 | URL
크- 그 책 좋다는 말 들었어요. 보관함에 슝- 넣을게요.
그런데 왜 `다른 의미`일까요? 다른 의미란 어떤 의미일까요? 궁금하네요!
 

어떠한 경우든 역사에 관한 것은 정권이 재단해서는 안 된다, 라고 그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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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10-21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당과 북한의 주장이 같다 라고 주장하더군요.
새누리당 정치 정말 잘. 합니다. 잘해요....

레와 2015-10-21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경우가 처음이 아니라 놀랍지도 않고. ㅡ.ㅡㅋ

어쩜 저렇게 뻔뻔할수가 있죠.

테레사 2015-10-21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바닥이 어디까지일까를 날마다..생각하게 하는 요즘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우리의 평균적 수준이 이 정도일까요? 어쨌거나 저런 사람을 뽑은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고 호흡하고 살고 있으니까요..그동안 우리가 그래도 좀 나은 축에 속하는 나라라고 은연중에 생각했다면, 그건 정말이지 착시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transient-guest 2015-10-23 0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도 놀라고 있지 않습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보다 더한 지옥을 보여줄 능력과 의지가 충만한 그들이니까요.
 


며칠전에 텔레비전을 보다가 《하늘을 걷는 남자》란 영화의 예고편을 보게 됐다. 무역센터빌딩 꼭대기에서 저쪽 빌딩으로 줄을 연결해 그 위를 걷는 남자의 얘기였다. 그러자 어, 이것은 혹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인가? 하면서 내가 오래전에 사두고 아직 읽지 않았던 책, '칼럼 매캔'의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를 떠올렸다. 그렇다면 영화를 보기전에 책을 먼저 읽어야겠구나, 하고서는 정말이지 오만년만에 책장에서 책을 꺼내 들었다. 책이 나와 만날 때가 있는 법이라니깐...

















이 책이 이 영화의 원작인지 확인하고 싶었는데, 영화의 소개를 찾아봐도 또 알라딘에서 책을 검색해도 그런 말은 없더라. 흐음. 어쨌든 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 안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다가, 나는 다시 예고를 찾아 보았다. 예고편에서는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전혀 보이지 않고, 그저 줄을 타는 남자에 대해서만 다루더라. 그렇다면 이건 이 책에서 이 남자에 대한 것만 쏙 뺀건가? 아니면 그 부분만 소재로 삼은건가?



《하늘을 걷는 남자》 예고편 



책을 읽을수록 더더욱 영화랑 멀어지는 것 같아 영화정보를 다시 검색했더니, 이 영화속의 줄 타는 남자는 실존 인물이며, 줄을 탔던 것 역시 실화라고 한다. 아, 그렇다면 책에서 이 남자의 소재를 가져다 쓴거고, 영화도 이 남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건가? 그러니까, 이 책은 영화랑 별개인데 같은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는건가?



이 궁금증은 책을 다 읽고나서 풀렸다. 친절하게도 마지막에 <작가의 말>에 다 실려 있었던 것.



1974년 8월 7일, 필리프 프티는 세계무역센터 빌딩들 사이를 줄을 타고 건넜다. 나는 그 줄타기를 이 소설의 소재로 사용했지만 그 밖의 다른 사건들과 인물들은 모두 실재하지 않는다. 나는 필리프 프티의 줄타기를 상당 부분 내 자의적으로 바꾸었으나, 그 순간과 그 환경의 질감만은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p.591, 작가의 말)




100자평으로도 썼지만, 세상은 돌고 돌고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어떤 인연으로 얽히게 될지 모른다. 소설속의 재슬린의 말처럼, '우리가 처음에 알던 사람은 우리가 마지막에 아는 사람이 아니다.' (p.587)


공교롭게도 오늘 아침 친구와 그런 얘기를 했었다. 어릴 때 단짝친구가 지금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고, 우리는 앞으로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될거라는. 몇 년전에 내가 가장 친했던 친구와 나는 소원해졌고, 그럴 줄 몰랐던 친구와 가장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러니 지금 친한 사람들 중 누군가는 어느틈에 서서히 멀어질 수 있을 것이고, 또 그자리에 나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람을 채우게 될지도 모른다. 


소설속에서 사람들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는다. 그로 인해 가슴 아파하고 절망하지만, 다른 식의 인연이 그 옆자리를 대신한다. 대신 들어온 사람이 그전의 사람과 같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다른 식의 만남과 행복을 삶에 채워나갈 수 있는 것이다. 재즈가 사라지고 남은 아이들은 글로리아를 만나 아름답게 성장했다. 글로리아를 만난 아이들을 보며 틸리는 이제 재즈를 만나러 갈 준비를 한다. 재슬린은 비행기를 타려다가 근사한 이탈리아 남자를 만나고, 그리고 클레어와 이별할 준비를 한다. 코리건은 갔지만, 코리건과의 이별에 결정적 역할을 한 라라가 이제 키아란의 옆에 있다. 휘청거리는 라라였지만 이제는 자기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가야할 곳이, 만나야 할 사람이,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있는지도 모른다. 결정적 사건이 우리를 다른 사람이 되게 할 수도 있지만, 시간의 흐름이 우리를 여기에, 지금 이 자리에 데려다놓은 것일런지도 모른다. 자, 이제 네 인생의 이 시점에서, 너는 이 사람을 만나야 해. 그리고 그 사람은 네 삶을 단단하게 지탱하게 해줄 수 있을거야. 



우리는 누군가와 잡은 손을 놓을 때가 오지만, 또 누군가가 와서 그 손을 다시 잡아주기도 한다. 어느 여름밤에 잠이 든 순간에도 내 손을 쥐고 놓지 않던 사람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 단단하고 안정적이었던 느낌.



어떤 사람들은 살며시 내 손을 놓을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또 어떤 사람들은 살며시 내 손을 잡을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계속해서 여전히 내 손을 단단히 쥐고 있을 수도 있다. 내 손을 놓은 사람은 자신의 갈 길을 가서 자신의 삶을 살다가 또 어떤 식으로 어딘가에서 나와 마주치게 될런지도 모른다. 세상은 돌고 도니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 책의 마지막을 재슬린이 해줘서 고마웠다. 재슬린이 해주면서 키아란과 라라를 만나게 해주어 고마웠다. 그리고 재슬린에게 글로리아와 클레어가 있었단 사실이 고마웠다, 라고 쓰려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돈다. 그러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그토록 슬픈 일들이 그들에게 일어났었고, 그 아픔은 결코 극복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겠지만, 그들을 버티게 하기 위해 새로운 누군가가 그들의 손을 잡았다.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니까, 그래서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이야기, 아름다운 책이다.



참고로, 하늘을 걷는 남자의 실제모델인 '필리페 페티'는 《맨 온 와이어》란 영화에서 자기 자신을 연기하기도 했다. 몇 해전 이 영화의 예고를 보고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았는데, 이제는 이렇게 또 만나게 되는구나. 역시, 세상은 돌고 돈다. 내가 어딘가에서 누구를 어떤식으로 만나게 될지, 또 '다시' 만나게 될지는, 알 수가 없다.





《맨 온 와이어》 트레일러 





"난 그냥 갑자기 멈춰 섰어요. 완전히 길거리 한가운데서 말이에요. 청소차에 치일 뻔했답니다. 근데 난 그냥 거기 서 있었어요, 손을 무릎에 대고, 시선은 따응로 향한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이에요. 왜 그랬는지 알아요? 왜 그랬는지 말할게요."

다시 말을 멈춘다.

그들 모두 앞으로 몸을 기울인다.

"왜냐면, 그 불쌍한 아이가 떨어졌는지 알고 싶지 않아서였어요."

"네." 글로리아가 말했다.

"난 그저 그 아이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요, 네."

글로리아의 목소리, 마치 에배에 참석한 것 같았다.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벽난로 위 시계는 째깍째깍 가고 있었다.

"그 생각만으로도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럼요, 그렇죠."

"그리고 만일 그가 떨어지지 않았다면……."

"그가 떨어지지 않았다면, 떨어지지 않았어요?"

"알고 싶지 않았어요."

"네, 알 것 같아요."

"왜냐면, 어찌어찌 그곳에 머물렀고, 또 안전하게 내려왔다면, 그건 상관없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나는 멈춰 서서 발길을 돌려 지하철을 타고 이리로 올라 온 거예요. 두 번 다시 눈길도 돌리지 않고 말이에요."

"할렐루야."

"만약 살아 있다면 마이크 주니어일 리 없으니까요." (p.171-172) 

그녀는 다시 길게 한 모금 담배를 빤 후 연기가 폐 안에 머무르게 한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슬픔에는 담배가 좋다고 한다. 길고 깊게 한 모금 들이마시면 어떻게 우는 건지 잊게 된다. 몸이 그 독과 대응하느라 너무 바쁜 때문이다. 군인들에게 공짜로 나눠 주는 것도 다 그런 이유가 아닐까. 럭키 스트라이크. (p.142)

전쟁은 무의미한 겁니다, 아이가 말했다. 더 이상 거울을 들여다볼 수 없는 늙은이들이 젊은이들을 내보내 죽게 하는 것이 전쟁이다. 전쟁은 헛됨을 한데 모으는 일이다. 그들은 단순하게 만들고자 한다. 적을 증오하라, 적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 하지 마라.(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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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0-20 1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이 방에서 망각에 대한 짧은 소견을 나눈 차에 누군가 떠난 자리를 또 새인연들이 채우고 그런 삶이 삶이지...마냥 아파만 하는 건 스스로의 삶에 그다지 좋지만은 않은 걸거란 생각을 이젠 합니다.
망각도 숙제마냥 부지런히 비우고 채우는 술잔 같아야 하는지 모릅니다.

다락방 2015-10-21 08:35   좋아요 1 | URL
소중한 누군가와 잡았던 손을 놓게 된다는 건 정말 슬픈일이지만, 마냥 슬퍼만하면서 살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 슬픔을 가슴에 묻은채 또 새로 누군가 내미는 손을 잡아야겠지요. 누군가에게 내가 손을 내밀어도 좋을테고요.

살리미 2015-10-20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기다리고 있어요^^ 조토끼씨가 출연하잖아요 ㅎㅎ
이렇게 인연이 되어 잊었던 책도 만나고, 제가 기다리고 있던 영화 얘기도 듣게 되고! 역시 어떤 인연으로 얽히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건가봐요^^

다락방 2015-10-21 08:35   좋아요 1 | URL
네, 조토끼! ㅎㅎ
이 책은 읽어보셨어요, 오로라님? 이 책 좋더라고요. 영화를 보고싶어서 책을 본거였는데, 책 보길 잘했다 싶어요. 헷. 그러니까 진짜 타이밍인것 같아요. 이 책을 산 시점은 몇 년 전이지만 읽는 때는 이렇듯 지금이었어요. 흣.

단발머리 2015-10-21 0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나고 헤어지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 너무 공감되요.
주말 만남에 대해 짧은 글을 써놓았는데, 다락방님이랑 같은 걸 말하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 글이 더 좋았어요.
나랑 같은 마음이라서요. *^^*

2015-10-21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1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인 오스틴'의 《설득》에 대한 에이바님의 좋은 리뷰 를 읽고나니, 얼마전에 읽은 소설 《남자 없는 여름》이 생각난다. 


《남자 없는 여름》에서 75세 이상의 노인들이 북클럽을 하는데, 이번에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책이 '제인 오스틴'의 《설득》이라고 나온다. 주인공인 '미아'는 시창작 강사이며 글을 쓰고, 또한 자신의 어머니가 북클럽의 회원이기 때문에 독서클럽 모임에 참석하기로 한다. 모임에 참석한 부분을 일부 옮겨보겠다. 마침 에이바님이 리뷰에서 하빌대령과의 대화를 언급하며 '여성이 목소리를 낸 소설'이라고 한 부분에 대한 인용문이 될 것 같다. 


오스틴은 앤의 목소리를 빌려, 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여성’의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입장을 밝힐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기에, 남성들이 부여한 '변심하는 여성'이 되어야 했던 이들 말이다. (에이바님의 리뷰 中)

















방에는 나를 제외하곤 75세 이하의 여자가 한 명도 없었다. 교사 두 명과 전업주부 세 명, 시간제로 축하 카드 속지에 들어가는 재미난 문구를 지어내는 작가 한 명은 전부 '기회의 땅'에 태어난 사람들이었지만, 그 기회라는 것은 그들의 음부陰部에 심하게 좌우되는 것이었다. 언젠가 엄마가 내게 이런 말을 한 것이 기억났다. "학업을 계속해서 최소한 석사 학위는 따야지 하고 늘 생각했는데, 시간이 너무 없고 돈도 충분치 않았어." 주방 식탁에 프랑스어 문법 책을 펴놓고서 입술을 달싹거리며 소리 없이 동사 변화를 외우던 엄마의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다.

하빌 대령은, 아주 점잖은 태도이긴 하나, 앤의 이야기에 대한 반박으로 대포를 발사한다.



"…여자의 변덕에 대해서 한마디라도 언급하지 않은 책은 내 평생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노래 가사와 속담들도 다 여자의 변덕에 대해서 말하지요. 하지만 어떠면 당신은 그것들을 쓴 사람이 모두 남자들이라고 말하겠군요."

"아마 그럴 거예요. 네, 맞아요. 책에 나오는 예를 인용할 필요는 없겠어요. 남자들은 여자들이 누리지 못한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 자기들의 이야기를 해왔으니까요. 교육은 비교할 수도 없으리만치 거의 다 남자들의 소유였어요. 펜은 남자들의 손에 있었고요. 그러니 책으로는 그 무엇도 입증할 수 없을 거예요." (제인 오스틴, 《설득》) -시리 허스트베트, 《남자 없는 여름》p.232-233



설득은 오래전에 읽었고 마지막, 외출 직전에 앤이 편지를 써서 남자에게 건넸던(아니, 남자가 여자에게 써서 건넸던가..) 장면만이 기억나는데, 위와 같은 인용문이 나온다면 다시 읽어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집에 설득 책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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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4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5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이바 2015-10-14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득 후반부에 있어요. 저 대화를 듣고 웬트워스가 용기를 내어 앤에게 쪽지를 건네지요. 좀 짧긴 한데... 오스틴을 페미니즘 시각에서 바라본 논문들도 있어 흥미로워요.

다락방 2015-10-15 09:50   좋아요 0 | URL
지금 읽는 설득은 과거에 읽은 설득과 다르겠구나, 하는 생각을 [남자 없는 여름]을 읽으면서도 했는데 에이바님 리뷰로도 했어요. 그렇다면 저는 지금 설득을 다시 만나야할 때인가 봅니다. 아...저 설득 방출했었는데.. ㅠㅠ 다시 사야겠어요 ㅠㅠ
근데 저는 양장으로 사고싶은데 에이바님은 반양장으로 리뷰를 쓰셔서.. 제가 땡투를 못하겠네요? 음..고민해봐야겠어요. 반양장으로 살지.. ㅎㅎ

blanca 2015-10-14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75세 이상의 북클럽이라니...참관하고 싶어집니다. 제인 오스틴은 정말이지 북클럽을 부르는 작가인듯...주변에 제인 오스틴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ㅋ

다락방 2015-10-15 09:5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제인 오스틴은 북클럽을 부르는 작가인듯 해요. 제인 오스틴 북클럽 이란 책도 있을 지경이니까요. ㅎㅎ 나이든 여자들이 같은 작가의 같은 책을 읽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진짜 로망인 것 같아요, 블랑카님! 우리도 오래오래 책 읽은 얘기 하면서 알라딘에서 만나요!

기억의집 2015-10-14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5세에 책속의 글들이 제대로 보일까요? 노안이 오면 글 읽는 게 무척이나 힘들다 하던데요! 75세의 북클럽 설정은 무리지 않나 싶네요. 작가 맘이겠죠!
남자들은 자신들이 얼미나 많은 혜택을 받고 사는지 모르겠죠? 그러니 여자가 사회생활에 적극적이고 진출을 많이 하니 자기가 있어야할 자릴 여자들이 차지한다고 생각해서 김치녀 된장녀며 비하하는 거죠!

다락방 2015-10-15 09:54   좋아요 0 | URL
아마 안경을 껴도 힘들지 않을까요? ㅎㅎ 누가 읽어줘야 할지도...
나이들어서도 계속 책을 읽고 토론하고 하는 것이 작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로망이 아닐까 싶어요. 저도 노년에는 몇몇 사람들과 북클럽을 만들어 함께하고 싶은데, 조용조용 책 이야기 하고 싶은데, 노안으로 힘들겠죠? ㅜㅜ

이미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혜택이 익숙한터라 그걸 혜택이라 생각할줄 모르고, 여자들에게 주어지는 것들에 대해 `너네가 더 혜택받어, 여성상위시대야` 뭐 이런 소리들을 해대는 것 같아요. 게다가 남자들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죠. 이미 남성의 시선에 길들여져버린 많은 여성들 역시, 여성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하아- 답답할지경이죠. 애초에 자기들이 있어야할 자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받고있는 혜택에 길들여지란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요.

2015-10-15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10-16 11:44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원래 하드커버 싫어하는데요, 문동고전은 반양장이 표지랑 너무 너덜너덜 따로 놀더라고요 ㅠㅠ 너무 약하고요...그래서 문학동네 고전만 하드커버로 사요.. 그렇지만 이번엔 반양장으로 살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 그 책 두 권이나 있었는데 지금 집에 없는 이유는 뭔지... 아하하하하 ;;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을 재미있게 읽었고, 요 네스뵈의 다른 책들을 거의 다 가지고 있지만(박쥐는 없는듯?), 다른 많은 책들과 마찬가지로 읽지 않고 있었다. 뒤로 밀리고 밀리고 또 밀리고... 그런 요 네스뵈의 많은 책들중에서 굳이 이 책을 선택한 건, 슈퍼바이백 때문...이었는데(응?) 아아, 이 책은 한 번 들면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바로 그런 책이었고, 나는 이 책을 하필이면 일요일 밤에 시작해 버렸으므로, 월요일부터 지금까지 망치고 있다...큭- 지치고 피곤해서 매일 소주를 마셔.....그런채로 수요일이 되었어..... 됐고.



이 책 속의 '아들'은 어린시절 아버지를 무척 존경했었다. 아버지처럼 되고 싶어서 아버지가 했던 운동인 레슬링을 했고, 거기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아버지처럼 경찰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지냈는데, 그런 아버지가 부패한 경찰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난 후부터 자기 자신을 놓아버리고 만다. 그는 헤로인 중독자가 되었고, 헤로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죄에 대해 자백하고, 그렇게 감옥으로 들어가서 수감생활을 한다.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교도소 부소장과 교도소 담당 신부는 그에게 또다른 죄의 자백을 강요하고 헤로인을 건네준다. 그는 12년간이나 감옥에서 약에 중독되어 살아가고 있으며, 이제 서른살이 되었는데, 그제서야 자신의 아버지가 부패경찰이 아니었음을, 누명을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고 미워했던 마음이 너무나 죄스러워, 그는 탈옥을 결심하고, 탈옥한 뒤에는 자기가 알고 있는 범죄자들을 찾아가 범죄를 저지른 방식 그대로 복수한다. 감옥에서의 그는 다른 많은 죄인들의 고백을 들었고, 그래서 그 죄가 어떻게 저질러졌는지, 누가 어떻게 누명을 쓴건지, 진짜 죄인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악한 행동을 한 자들에게 바로 그대로 복수를 한다는 것은 그 나름의 통쾌함이 있다. 네가 당해서 괴로운 것, 그것을 너는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었지? 분명 어떤 죄에 대해서는 죗값을 치르라며 감옥에 가둬두는 것만으로는 용서가 안되기도 하니까. 법이 있고, 그 법을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 도리임을 알지만, 만약 '아들'같은 '응징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 역시 남몰래 그들을 응원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살인자'임과 동시에 '처벌자'이다. 그는 결코 선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니 이 책은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한편, 대체 이 '아들'은 왜 그토록 자신의 아버지에게 집착해 이토록 자신을 망치고 있는가, 에 대해서도 안타까웠다. 그러나 '집착'이란 자신만의 것, 그가 집착하는 대상에 대해 다른 이가 하지말라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몇 번이나 말했지만, 나는 자신이 살아가야 할 이유가 단 하나인 사람들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 하나의 이유가 사라지면, 그 다음 그들의 삶은 어떻게 진행될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 우리가 삶에서 재미를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 이유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단 하나만 정해두고 그 하나만을 위해 맹목적으로 살아가는 건 그 삶을 놓는 것 역시 한 순간에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들의 상처를 두고, 아들의 아픔을 두고 내가 그것을 극복하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에게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누군가의 말처럼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다. 다만, 나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집착하는 한 대상에게만 몰두하지 말고, 자신의 주변 역시 돌아보는 게 좋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어쨌든 그런 아들이 사랑에 빠진다. 18살 때부터 12년간 감옥에 있었던 그이니만큼, 사랑에 빠지는 것은 처음이다. 그러니 사랑에 빠진다는 게 어떤건지, 어떻게 알아챌 수 있는지 확신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그가 범죄자임을 알면서도 그의 옆에 있어주는 택시기사에게 누군가 날 사랑한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묻는다.



"누군가…… 누군가가 날 사랑한다는 걸 어떻게 아나요?"

"그냥 알지.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사소한 것들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어. 사랑은 마치 샤워할 때의 수증기처럼 우릴 감싸지. 물방울 하나하나를 볼 순 없지만 몸이 따뜻해져. 축축해지고 또 깨끗해지고." 펠레는 껄껄 웃었다. 자신의 표현이 부끄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약간 자랑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계속 그녀를 사랑으로 목욕시키면서 매일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가요?"

펠레는 소년의 질문이 즉흥적인 게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어보려고 작정한 질문이었다. 지난번 그의 택시를 탔을 때 그가 아내와 찍은 사진을 보고 이러는 게 분명했다.

"물론이지." 펠레는 무언가가 목에 달라붙은 느낌이었다. 부스러기 같은 것. 그는 큰 소리로 기침을 하고 라디오를 틀었다. (p.484)



음...요 네스뵈가 이 구절을 쓰고 어떤 기분이었을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스스로 뿌듯하지 않았을까 싶다. 요 네스뵈는 사랑에 대해 이렇게 정의 내린뒤 뿌듯했겠구먼...하는 생각이 들었달까. 그러나 이 구절을 읽는 나로서는, 읭? 스러웠다. 글쎄, 뭐랄까, .. 동의하거나 공감하기엔 좀... 샤워할 때의 수증기.....글쎄? 나는 나를 향한 누군가의 사랑이 한 번도 샤워할 때의 수증기처럼 느껴지질 않았고, 이 은유를 읽는다고 해서 '아 맞아!' 하게 되지도 않는 거다. 다른 사람들은 사랑을 샤워할 때의 수증기같다 느끼나...내가 인생을 좀 더 살아보면, 아, 사랑은 마치 샤워할 때의 수증기처럼 나를 감싸지, 하게 될까? 글쎄...사랑에 대한 공감하지 못할 표현... 킁.



그러나 저렇게 말하기 전에 펠레는 더 중요한, 더 크게 와닿는 말을 한다. 샤워할 때의 수증기 같은 것 말고, 정말 중요한 것.



"여자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했어?"

"아뇨. 해야 하나요?"

"늘, 밥 먹듯이 해야지. 그걸 산소라고 생각해봐. 그거 없이는 못산다고. 사랑해, 사랑해, 한번 말해봐. 그럼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거야." (p.484)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알리는 것,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니 펠레가 말한것처럼 밥 먹듯이 사랑한다 말하는 것은 좋다. 표현하지 않은 마음이 가 닿을 리가 없으니까. 말하지 않아도 알고, 샤워할 때의 수증기처럼 감싸려면, 그 전에 일단 확신이 있어야 하는 거다. 상대가 나를 사랑한다는 확신. 그것은 표현되어야 알 수 있는 것이고. 그러니 초코파이 광고에서처럼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저 바라보면~ 하는 게 적절하려면, 샤워할 때의 수증기처럼 상대의 사랑이 나를 감싸려면, 우선은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또 계속해 표현하는 게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산소 드립은 치지 말지... 산소 드립은 너무 흔해...

요 네스뵈는 사랑에 대한 은유에는 영 젬병인걸로...(  ")



그러나 이 책은 재미있고, 또 끊임없이 노르웨이의 부패한 현실을 일깨워준다. 그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일테다. 재미있는데, 할 말을 하고 있으니까. 누군가는 이천만원짜리 시계를 사는데 누군가는 한 시간에 6,030원의 시급을 받으며 일한다는 것은..어딘가 어색한 게 아닌가.



"하지만 자네가 모르는 사람이라니까 하는 말인데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이 갖는 건 옳지 않아. 저 집을 좀 보라고! 여긴 노르웨이지 미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니야. 우린 그저 끔찍하게 추운 북쪽의 척박한 나라에 불과해. 하지만 다른 나라에는 없는 한가지가 늘 있었지. 모종의 평등, 모종의 공정함 말이야. 그런데 이젠 우리 스스로가 그걸 무너뜨리고 있어." (p.485)



하아- 이게 어디 북쪽의 척박한 나라, 노르웨이에만 해당하는 말인가. 우리는 모종의 평등, 모종의 공정함으로부터도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제는 역사에서도 뒤로 가고 있지 않은가. 이 나라의 현저히 낮은 시급에 대해서, 이 나라의 역사 교과서가 나아가는 미친 방향에 대해서, 또한 술 마시고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라면 우라지게도 잘 이해해주는 병신같은 법에 대해서, 요 네스뵈 처럼 속시원히 말해주는 그런 소설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됐으면 좋겠다. 잠깐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가 생각났지만, 아니, 그건 부족하다. 부족해. 더 크게, 더 세게, 그리고 더 널리 읽힐만한 소설이 필요하다. 재미있으면서, 밤을 꼴딱 새워가면서 읽을만한, 그런 소설. 사람이 살아가는 데 빵만 필요한 게 아니라 장미도 필요하듯이, 예술은 이런 식으로 삶 곳곳에 스며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이 갖는 건 옳지 않아.



이건 너무나 명백하지 않은가. 


뭐, 그렇다는 거다.



요 네스뵈 재미있구나. 스노우맨 읽은지 오래되서 잘 기억이 안나는데, 집에 있는 요 네스뵈의 책들을 다 읽어봐야겠구나, 라고 생각하다가 언제? 하고 스스로 질문한 뒤 스스로 포기한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어제는 사두고 안읽은 책들을 리스트로 만들어 정리한 뒤, 그것들을 하나씩 읽어나가자, 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마이리스트>로 만들어두려고 작성을 했는데, 아 진짜 쌍욕 나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2권까지 하다가 빡쳐서 못하겠더라. 아니, 무슨, 아직 다 작성하려면 멀었는데 왜 벌써 112권이나 되냐 ㅠㅠ 그래서 중도에 포기 ㅠㅠㅠ 나중에 이 빡침이 진정되면 다시 작성하자, 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사고(!)싶은 책이 확- 눈에 들어온다. ㅠㅠ



아니야, 안돼. 일단 사둔 책들부터 좀 읽어....하나씩 재고를 처분하자...사는 건 좀 더 미루자. 지금 상황이라면 한 3년간 책을 한 권도 안사도 읽을 게 충분할 듯 ㅠㅠ 어쩌다 이렇게 된거야? 응?




마지막으로, 요 네스뵈의 사랑은 샤워..수증기...라는 표현을 보니 생각나는 노래가 있어 같이 들어보자고 올려둔다. 요 네스뵈도 이 노래에서 영감을 얻은걸까, 설마??


<shower me with your love>



(verse 1)

my heart is filled with so much love and i need
someone i can call my own
to fall in love, that's what everyone's dreaming of
i hold these feelings oh so strong
life is too short
to live alone
without someone
to call my own
i will care for you
you will care for me
our love will live forever...

(chorus)
shower me with your love
shower me with the love that i long for
shower me with your love
shower me with the love i've been waiting for

(verse 2)
i close my eyes and pray all my wishes come true
every night I go to sleep
until you're mine, i'll wait for you endlessly
can't you see
fairy tales, they do
sometimes come true
if you believe, it
could happen to you
like the stars that shine
way up in the sky
our love will live forever...

(chorus)

like the stars that shine
way up in the sky
our love will live forever
live forever...

(chorus) <~~repeat 2x



삶은 사랑하는 사람없이 혼자 살아가기엔 너무 짧아요...

당신의 사랑으로 샤워시켜 주세요...(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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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4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10-14 10:59   좋아요 0 | URL
벗어던져요!! ㅎㅎㅎㅎㅎ

에이바 2015-10-14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밥 먹듯이`라는 표현을 했을까요? 뜬금없는 의문... 아들은 재밌을 수 밖에 없는 책!

다락방 2015-10-14 14:39   좋아요 0 | URL
ㅎㅎ 글쎄요. 밥 먹듯이, 라고 했다면 그게 영어 표현으로는 뭐였을지, 에이바님의 댓글 덕에 궁금해졌어요!!

기억의집 2015-10-14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 뵈스네의 사랑정의는 좀....

사람이 사는 곳은 어느 곳이나 부정부패가 있긴 한가 봐요. 오베라는 남자에서도 보면 거기도 복지공무원이 비리를 저지르던데. 단지, 우리보단 조금 더 낫다는 정도...아, 박정부가 하도 거지같아서 뭐라 말할 수 조차 없어요. 어찌나 지저분한 인간들만 요직에 앉혀놓는지.

저는 이 작가의 자기파괴적인 캐릭터가 싫어서(시리즈로 읽으니깐 독자인 제가 지치더라구요. 그래서 뭘 어쩌라고? 라는 짜증스런 감정이 확 올라와서 더 이상 안 읽어요), 아들 출간되어도 아 그런가보다 했는데, 솔깃 하네요. 근데 이 작가 혹 마약 할까요? 매 작품마다 마약이야기가 나와서..

다락방 2015-10-14 16:16   좋아요 0 | URL
노르웨이가 마약 문제가 좀 심각한가 보더라고요. 그래서 그 문제를 얘기한다고 어딘가에서 본 것 같아요. 요 네스뵈의 시리즈 책들을 읽지 않았는데, 읽다보면 지칠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그러니 한 권씩,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어야겠어요.

지저분한 인간들만 요직에 앉혀놓는다는 기억의집님 댓글을 보니, 오늘 읽은 시사인에서의 한 구절이 생각나네요.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국정감사에서 망언을 쏟아낸 것에 대한 기사인데요, 좀 옮겨볼게요.


서울지방변호사회까지 나섰다. 10월6일 ˝법조인들은 얼굴을 들 수 없을 만큼 부끄럽다˝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의원총회에서 고 이사장에 대한 해임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10월8일 열린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야당 이사들은 고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같은 날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야당 추천 김재홍 부위원장이 `해임` 또는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반면 최성준 방통위 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위원들은 고이사장의 국감장 발언은 업무와 직결되지 않는다며 감싸기에 나섰다. 이사장을 비롯한 방문진 이사는 방통위에서 선임하고, 방통위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시사인 제422호, <`고카시`는 누구 위해 색깔론을 들이댈까> 中

기억의집 2015-10-14 16:38   좋아요 0 | URL
세상에....노르웨이가 마약청정지역 아니였어요?!!!!!!!!!

고영주뿐만 이겠어요? 박정권 인사들이 너무 지저분하고 더러워서 뭐라 할 말을 잃고 사는 국민입니다!

다락방 2015-10-14 16:35   좋아요 0 | URL
지금 보니 [아들] 작가 소개에 나오는 말이었네요.


<그의 작품 중 일부가 ‘오슬로 삼부작’으로 불릴 정도로 자신이 나고 자란 도시에 대한 애정을 작품을 통해 보여온 작가 네스뵈는 그러나 《아들》에서는 오슬로의 가장 어두운 면을 조명한다. 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히기도 했다. “《아들》에 등장하는 마약 문제는 사실 오늘날 오슬로의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다. 나는 지금이라도 당신을 데리고 오슬로 중앙역 앞에 가서 누가 마약상이며 누가 마약을 사려고 서성이는지 안내해줄 수도 있다. 그 어두움을 이번 소설의 킹핀king pin으로 삼았다. 소설의 90퍼센트는 실존하는 도시의 면면에 대한 묘사이지만 이야기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존재하지 않는 요소를 첨가하기도 했다.” 과연 《아들》의 주인공 소니가 바라본 오슬로는 범죄자들과 싸우면서도 경찰이기에 ‘선’을 넘지 않으려 애쓰는 해리 홀레가 바라본 오슬로와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비로그인 2015-10-14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네메시스를 처음 보고 뭐그닥이어서 두 번째 책으로 이어지지 않았는데 다락방님글을 보니 또 궁금해져요~

다락방 2015-10-14 16:50   좋아요 0 | URL
네메시스 별로에요? 저 박쥐 빼고 이 작가 책 다 갖고 있는 것 같은데 ㅋㅋㅋ 집에 무슨 책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ㅠㅠ

살리미 2015-10-14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산소는 정말 아닌데.....ㅋㅋ
근데 전 사랑이 샤워할 때 수증기 같은 것이란 말에는 초큼 공감가네요^^ 요즘 아침 저녁으론 추워서 새벽에 샤워하려고 욕실에 들어갔을 때, 따뜻한 물 틀어놓고 수증기가 욕실에 번지면 그 기분이 너무 좋거든요. 편안하고, 촉촉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나이가 들다보니 뭔가 강렬한 것보다도 이런 기분이 사랑인 것 같아요.
근데 다락방님 ㅎㅎ 우연인지 저도 요즘 책만 잔뜩 사놓고 안 읽은 게 많아서 핸드폰 노트 어플에다가 구매리스트를 작성하던 중이었는데, 안 읽은 책이 너무 많아서 이걸 언제 다 읽지? 하면서 리스트를 만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블랙 아웃 되더니 다 날아가고 없어졌어요 ㅠㅠ 망할 아이폰 ㅠㅠ

다락방 2015-10-15 10:04   좋아요 1 | URL
샤워할 때의 수증기는 알듯말듯해요. 알것도 같고 그런데 확 오지는 않는? 전 그보다는 예전에 `정미경`이 [아프리카의 별]에서 했던 말이 저는 더 와닿았었어요.

<˝그럼 누군가를 사랑하는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 수 있어?˝
˝보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아침에 눈을 뜨면 알 수 있지. 잠에서 깨어나 눈을 막 뜨기 전, 맨 처음 떠오르는 얼굴이라면 그를 사랑하는 거란다. 사랑이 내 전부를 가득 채워버린 거지.˝>


물론 정미경의 글은 사랑을 `하는`걸 말하고 요 네스뵈는 자신이 사랑 `받는`걸 말하는 거긴 하지만요. 오늘은 집에 가서 샤워할 때 한 번 잘 느껴볼게요. 힛.


저는 리스트를 알라딘에 만들고 있어요. 마이리스트에요. 112권하고 뭔가 토할것 같아서 그만뒀지만....다시...해야죠...그래야 있는 책 좀 읽겠죠? ㅜㅜ

hellas 2015-10-14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작가 책 몽땅 가지고 있는데 박쥐. 레오파드 등 세권쯤 읽고 쉬는중이에요. 진짜 안읽은 책 리스트. ㅋㅋㅋㅋ 저도 한 삼백권쯤 되나 아니 사백권쯤. 읽는 속도가 쳐져도 사들이는 속도는 안쳐지네요 ;ㅂ;

다락방 2015-10-15 10:05   좋아요 0 | URL
쉬엄쉬엄 읽어야겠어요. 안그러면 힘들것 같아요. ㅎㅎ

그나저나 삼백권, 사백권이라니..저는 막연하게 백권쯤 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작성하자마자 단숨에 112권이라 멘붕와서 그만뒀어요 ㅠㅠ 리스트 만들기 두려워요 ㅠㅠㅠ

건조기후 2015-10-17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정말 훅-하고 읽었네요. 스토리 흡입력 하나는 진짜 짱인데.. 로맨스를 쓰는 데는 정말 소질이 없는 거 같아요. 그의 모든 책을 다 읽었지만 사랑에 관해 조금이라도 달달한 말을 한 적이 없었는데 이제야 기껏 표현한다는 게 산소.. 수증기... ; 해리와 라켈의 연애도 얼마나 뚝뚝하고 밋밋한지 참.

근데 이 책에서 이 부분은 좋더라고요. 마르타가 결국 연인을 버리고 소니를 선택하고 와서 가장 위험한 순간에 나누었던 사랑.. 그 전에 나누었던 서툰 대화 중에 여기요.

게으르게 키스해봐요.
게으르게?
부드럽고 졸린 뱀처럼. 이렇게요.

연애 이야기 잘 못 쓰는 사람이 저런 표현을 하니까 엄청 찌릿하더라고요. 게으른 키스라니... ㅎ
음. 번역을 잘한 걸까요? 원서를 볼 길도 없고 보더라도 알 수가 없으니 ㅋ

다락방 2015-10-19 08:39   좋아요 0 | URL
아 저런 대사가 나왔었어요? ㅎㅎ 기억이 전무하네요. 그나저나 좋으네요. 게으른 키스. 크- 키스는 게을러야죠!(응?) 뭐 안게을러도 좋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한편 소니가 저지르는 범죄를 저도 적극적으로 말릴 수는 없을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말리기는커녕 내버려두고 싶은거죠. 법이 못해주는 거, 경찰이 못해주는 거 대신 해주니깐요. 이런 일들에 있어서는 뭐라 어떻게 말을 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소니에게 총 만들어줬던 친구..에 대해서라면 너무 안타까웠어요. ㅠㅠ 암튼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요네스뵈의 책들도 차근차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또 언제쯤이 될지..정말 쌓인책이 많아요, 정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