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캐롤]을 간단하게 요약한다면 '결국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이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간단해 보이지만, 보이는것만큼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내가 '내가'되는 일이 만만하지 않기 때문인데, 영화속 캐롤은 그러나, 결국은, 내 예상을 깨고,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한다. 나는 캐롤이 울면서, '나는 나를 부정하지 않을거야'라고 말할 때, 함께 울었다. 아, 그렇게 말하기까지, 그러니까, '내 자신을 부정하지 않을거야'라고 말하기까지, 당신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그녀에게 당신 자신이 되어도 된다고, 결국 그게 맞는 거라고, 일어나서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게 하지 못해 나는 눈물을 흘렸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 아니었을까. 내가 나 자신을 부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라서.

 

내가 나 자신이 되기도 힘이 들고, 비슷한 크기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힘이 든다. 그리고 그 사랑을 지켜내는 것은 어떠한가. 그러나 캐롤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그것이 자신의 선택임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한다. '나와 함께 살지 않을래요?'

 

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결국 이렇게 늙어가는가 보다. 이렇게 나이들어가는가 보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그들이 결국은 함께 살고 싶어한다는 걸 보면서, 아, 결국은 함께 살고 싶어하는거구나, 하는 걸 깨달으면서, 그렇게 깨달으면서 늙어가는구나. 나는 어쩐지 예전의 내가 아닌 것 같다.

 

'당신을 놓아줄게요' 라는 말에서는 엉엉 소리내서 울고 싶어졌다. 도저히 그 말을, 등장인물들만의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나는 사랑을 놓고야 마는, 아니 잃고야 마는 사람이 되어서, 나를 놓지 말아요, 라고 엉엉 소리내어 울고 싶어지는 것이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놓고 싶지도 않고,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놓아준다고 말할 때,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다. 나를 놓지 말아요, 라고 주저앉아 엉엉 울고 싶어지는 것이다. 왜 놓는다는 거야, 왜. 놓는다고 말하지마. 엉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친구랑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서 좋지, 참 좋지, 했다. 나는 나를 부정하지 않을거야,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친구 J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 친구라면 이 영화를 좋아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함께 사는 이야기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줄리언 반스가 자신의 아내와 오래 함께 살았던 것이라든가, 함께 살고 싶어서 결혼하기로 결심한 친구라든가, 그리고 함께 살자고 제안하는 남자가 나오는 수키 시리즈라든가.

 

 

 

 

우리는 함께 있으면 서로 즐거워해요. 나는 내 침대 안에서 당신을 보고 싶어요. 그런 마음이 너무 심해서 아플 지경이에요. 우리가 함께 더 지내고 나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당신은 지금 당장 살 곳이 필요하잖아요. 내게는 슈리브포트에 아파트가 하나 있어요. 당신이 나와 함께 머무는 것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214쪽

 

 

 

 

 

 

 

 

 

친구 한 명은 이 영화의 엔딩씬을 언급했는데, 나 역시 그렇다. 오래전에 '우마 써먼'이 나오는 영화 [프라임 러브]의 엔딩씬이 좋다고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 맞먹는 엔딩씬이다. 엔딩씬이 너무 완벽해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ㅜㅜ

아름다운 엔딩보다 더 아름다운 '나는 나 자신을 부정하지 않을 거에요' 때문에, 그 장면을 대체 어떻게 묘사했을지 궁금해서, 나는 책도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역시 2016년에 책 한 권도 사지 않기, 같은 계획은 다 무의미해..

인생...

 

 

 

 

 

 

 

 

 

 

 

 

 

 

 

 

 

작년에 툭 튀어나와서 나를 놀래켰던 새치 하나가, 늘 그자리에서 나를 신경쓰이게 만들었다. 저걸 뽑아 말어, 하고 내내 고민하다가 뽑지 않고 여태 두었었는데, 볼 때마다 고민하는 나를 두고 여동생이 그냥 뽑아 버려, 하고는 툭, 뽑아주었다. 뭔가 앓던 이 빠지는 기분이라, 좋았어! 나는 이제 새치 없는 여자사람이야! 라고 꺅꺅 거렸는데, 오늘 보니 그 자리에 다시 새치가 있더라.... 이건....... 뭐야? 이렇게 늙어가는거야? 아, 벌써 2016년 2월이구나.

 

 

일요일엔 친구를 만나 영화 캐롤을 보고, 충무로에서 합정까지 세 시간을 걸었다. 합정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는 와인 두 병을 마시고 피자와 스파게티, 피시앤칩스를 먹었다. 우리는 2016년에 우리의 계획들을 얘기했다. 이런 굵직한 계획들을 소화해내다 보면, 어느틈에 올해도 빨리 가게 될 것 같다고. 그 계획들 중에는 친구와 내가 함께 하는 것도 있었다. 3월달에 있을 결혼식엔 함께 참석할거라 2박3일로 강원도에 가기로 했고, 7월달엔 매튜본을 함께 보기로 했다. 그리고 각자의 굵직한 계획들을 얘기하다보니, 정말 빨리 가겠더라, 올해도. 그렇게 나이를 한 살 또 먹겠지. 나는 널 만나는 게 즐겁고 좋다, 라고 얘기하고 친구 역시 네가 즐거운만큼 나도 즐겁다, 라고 답했다. 다음날엔 다리통이 너무 아파서 미칠 것 같았지만, 우리가 걷는 내내 즐거웠으므로, 봄이 오면 또 여름이 오면 이 길을 이렇게 또 걷자, 라고 말했다. 여름엔 수건도 꼭 준비해서 수시로 땀 닦으면서 걷자고도 말했다. 그리고 나는 덧붙였다. 소매 바깥으로 나의 겨털이 뭉쳐 있어도 놀라지 말아....-0-

 

 

 

설 당일에는 우리집에 왔던 여동생네 가족을 따라 남동생과 내가 여동생네 집엘 갔다. 가는 길에 내가 쟁여둔 와인을 한 병 가져갔다. 평소에 여동생과 조카들이 잠들고 제부와 남동생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술자리를 갖다가 파하곤 했는데, 그날은 어찌된 일인지 술 마시던 제부가 첫째 조카를 데리고 들어가 잠들었고 여동생이 둘째조카를 데리고 들어가 재우고서는 혼자 나왔다. 아주 오랜만에 삼남매가 모여앉아 술자리를 갖게 된 것. 평소에 술을 잘 마시지 않는 여동생이지만, 그날은 잘도 마시더라. 내가 가져간 와인을 다 마시고 내가 지난번에 남겨둔 와인까지 꺼내와 다 마셨는데도 모자라, 제부가 우리엄마랑 마시려고 뒀던 와인까지 가져와 다 마셨다. 소주와 맥주는 냉장고에 있었지만, 1차로 소주를 마신 터라 계속 와인을 마시고 싶어, 이제는 없는 와인 대신 정종을 따서 마셨다. 우리는 작게 신해철의 음악을 틀어두었다. 여동생이 듣고 싶다던 신해철의 노래들을 듣다가, 에메랄드 캐슬의 노래를 듣다가,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를 들었다. 우리가 어릴적부터 함께 했었기에 같이 들었던 노래들이었고, 신해철에 대해서라면 우리 삼남매는 공통적 감정을 가진 터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좋았다. 조카들 이야기 그리고 직장 이야기, 우리 가족 이야기와 각자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사소하고도 사소한 이야기들을 자정이 넘어서까지 도란도란 나누다가, 각자 자러 들어갔는데, 여동생은 따라 들어와서는 내 다리며 어깨를 모두 안마해주었다. 덩치는 내 절반밖에 안되는데 손목 힘은 나의 두 배가 넘는 것 같다. 언니 그렇게 많이 걸어서 아픈 거 다 풀어야 해, 하면서는 아주 꾸욱꾸욱 주물러 줬다. 나는 괴성을 질렀다. 그 야밤에...

 

그 시간 내내,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아 이 시간이 정말 좋다, 오랜만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닌가보았다. 여동생은 다음날 우리가 돌아가고나서 단톡방에 메세지를 보냈다. 정말 좋더라, 라고.

 

 

 

아직 쟁여둔 와인이 세 병이나 남았고(후훗), 와인과 먹으려고 사둔 촉촉한 초코칩과 칙촉도 내 방 책장에 있다. 방금전에 남동생이 가지고 나가려는 걸 '그거 제자리에 둬' 라고 말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지켜냈다, 내 초코칩!!!!! 냉장고엔 체다치즈도 있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6-02-10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너무 좋아요~전부 다~ 마지막으로 체다치즈까지!!!

다락방 2016-02-11 12:10   좋아요 0 | URL
책장에 초코칩 쿠키가 있고 냉장고에 체다치즈가 있고, 와인도 있는 제 방에, 제 집에 너무나 가고 싶습니다! 회사 싫어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펠릭스 2016-02-10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

다락방 2016-02-11 12:10   좋아요 0 | URL
땡큐! ㅎㅎ

아무개 2016-02-10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엔딩장면에서 눈물콧물 찔찔ㅠㅠ

단발머리 2016-02-10 21:16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도 그 영화 보셨군요.@@

강동원 보러 가겠다, 설레이고 있는 본인으로서는 두 분의 코멘트에 심히 고민되는 상황이네요. ㅎㅎㅎ

아무개 2016-02-11 08:47   좋아요 0 | URL
단발님 검사외전은 나중에 걍 티비에서 공짜로 보셔도 무방하실듯 합니다만 ^^:::


단발머리 2016-02-11 08:50   좋아요 0 | URL
텔레비전 집에 없잖아요~~~
아흐.... 아시면서 ㅋㅎㅎㅎㅎㅎㅎㅎ

아무개 2016-02-11 08:52   좋아요 0 | URL
아...맞다...
ㅡ..ㅡ:::::::::::::::::

다락방 2016-02-11 12:11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굳이 한 편의 영화라면, 저는 검사외전을 보진 않았지만, 캐롤을 추천드립니다. (단호!)

단발머리 2016-02-11 12:13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검사외전과 캐롤을 두 개 다 보는걸로 하죠~~~ ㅎㅎㅎ

단발머리 2016-02-10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소한 이야기를 하는게 너무 좋아요
다락방님도 그런 순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좋네요, 진짜... ㅎㅎㅎ

다락방 2016-02-11 12:11   좋아요 0 | URL
그치요? 우걀걀걀.
사소한 이야기를 하고 함께 먹고 마시는 것만큼 행복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제일 좋아요, 최고 좋아요!! >.<

저도 단발머리님 좋아해요. 단발머리님은 어쩐지 그냥 좋아요. 아무것도 안해도 그냥 좋아요. 꺅 >.<

단발머리 2016-02-11 12:14   좋아요 0 | URL
앗싸라비요 콜롬비요 닭다리잡고 뜯어뜯어~~~!!!

나와같다면 2016-02-10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생에 단 한 번, 오직 그 사람만 보이는 순간이 있었어요..
오직 단 한번.. 축복같은 경험..

다락방 2016-02-11 12:12   좋아요 0 | URL
그런 경험을 해봤다면, 그건 정말 축복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와같다면 님.
:)

아무개 2016-02-11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다락님 캐롤 책은 번역이 개판도 그런 개판이 없다고.
캐롤을 남자 이성애자처럼 묘사해놓았다고 하더군요.
엄청 욕들어먹고 있다고 해요...

다락방 2016-02-11 12:13   좋아요 0 | URL
번역 얘기가 많은 것 같던데..그런가요 ㅠㅠ
그치만.. 읽어보고 싶은데 ㅠㅠ
제가 신뢰하는 리뷰어가 좋다고 해서 기대도 하고 있었는데 ㅠㅠㅠ
생각 좀 해볼게요. ㅜㅜㅜㅜ

2016-02-11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1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남동생은 언젠가 그런 말을 했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서 술을 마시는 시간이 일주일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덕분에 나도 <나는 자연인이다>를 즐겨보게 됐는데, 자꾸 보다보니 나도 자연인이 되고 싶어...


는 원래 하려고 했던 얘기가 아니고, 


나는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보면서 술을 마시는 시간이 일주일중에 가장 행복하다 느껴진다. 요즘처럼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집에 도착하면, <걸어서 세계속으로> 다시보기를 시청하는데, 회차 정보를 보면서 나라를 선택할 때부터 짜릿하다. 술과 안주를 준비해 작은 상에 딱 차려놓고는 리모콘을 눌러가며 어느 나라를 볼까, 하고 나라를 고른다. 며칠전에는 그렇게 호주의 시드니를 골랐는데, 호주에 대해 딱히 호감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넓고 푸른 공원을 보노라니, 아, 우리 조카들 데리고 저기 가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가서 저 넓은 잔디 위에 아이들 딱 놓고, 자, 마음대로 뛰어놀아, 하고 싶어지는 거다. 일전에 칠 살 조카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그러니까 네 살 때쯤, 올림픽공원에 데려갔는데, 진짜 완전 꺅꺅 거리면서 사방으로 뛰어다니는 거다. 그걸 보는 데 너무 좋았었다. 집에서는 밑에 층 시끄럽다고 뛰지 말라는 소리를 듣고, 밖에서는 어디에서 차가 튀어나올 지 몰라 뛰지 말라는 소리를 들을텐데, 이렇게 넓은 잔디 위에서는 그런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 게다가 막 뛰다가 넘어져도 아스팔트보다 다칠 위험이 적잖은가. 뛰는 자신이 신났는지 소리를 엄청 지르면서 뛰는데, 조카를 잡겠다고 따라 뛰면서 나도 신났더랬다. 아, 아이를 이렇게 뛰어놀게 하고 싶다, 라고 보면서 생각했다. 덕분에 넓고 푸른 잔디만 보면 조카들 생각이 난다. 나에게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뜨게 해준 나의 조카들. 호주 데려가고 싶다, 저기 잔디 위에 아이들 딱 데려다놓고, 자 마음대로 해, 라고 하고 싶다,



라고 생각했지만, 뭔가 음식 먹는 게 안나와서 재미가 없더라. 음..왜 먹는 걸 보여주지 않지? 여행의 백미는 음식 투어인데!




그렇게 호주 시드니 편을 다 보고났는데도 술이 남았다. 나는 다시 회차정보를 보다 이번에는 벨기에를 고른다. 아, 벨기에! 벨기에는 시작부터 좋았다. 시작부터 나를 빨아들였어. 초콜렛도 보여주고 먹자골목을 보여주는데, 아아, 나는 홍합을 싫어하지만 홍합에 정신이 나가버리고 마는 것이다.




본 영상은 여기로 ☞ http://travel.kbs.co.kr/info/info02/view.html?vid=8326



아아, 벨기에 가고 싶다. 브뤼셀 가고 싶다. 가서 초콜렛도 종류별로 다 먹고 싶다. 맥주가 이천가지 종류가 된다는 맥줏집은 딱히 가보고 싶진 않지만, 저 먹자골목에 가서 홍합이 가득 든 냄비를 앞에 두고는, 방송에서 청년이 그러듯이, 홍합 껍데기로 홍합을 먹고 싶다. 가고싶다 가고싶다... 가만있자, 벨기에는 내 인생에 어느 시점에 놓아둘까? 갸웃갸웃 하면서 후년은 너무 빠를까? 돈이 없겠지? 그럼 그 다음해로? 막 이런 생각하면서 신났다. 아, 나는 이런 거 너무 신나! 아직 갈 수 없는 곳, 그러나 가고 싶은 곳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그곳에 관련된 책을 읽는 거지. 다음날 나는 알라딘에 들어와 벨기에에 대한 책을 검색해본다. 재미있는, 실감나는 여행기가 읽고 싶었다. 그러나 벨기에 여행관련 책은 여행정보책자들만 수두룩하고, 그 외의 책은 내가 이미 읽은 책이었다. 한마디로 말해, 내가 읽고자 하는 벨기에 책이 없는 거다!



















하아- 어쩌면 이렇게 내가 읽고자 하는 벨기에 책은 없는가... 벨기에는 아직 여행기 쓸만한 사람들이 가보지 않은 곳이란 말인가. 별 수 없군. 내가 써야하나...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e 북으로 이런 걸 봤다.

















책소개를 보니 이 책이 내가 원하는 바로 그 책일 것 같은데, 이북이라... 흐음. 나는 종이책으로 보고 싶은데 종이책으론 없더라. 해서, 나는 일단 이 책을 구매하기로 한다. 지금은 말고...좀 이따가 ㅋㅋㅋㅋㅋ 만약 이 책도 내 마음에 안들면, 그냥 내가 쓰는 걸로... -0-





그리고 엊그제였나, 또 술상을 차려두고(그러니까 맨날 차려두고 -.-) 이번에는 스위스 편을 봤다. 스위스의 유명하다는 네 개의 산을 돌아다니는 내용이었는데, 아, 산이 너무나 웅장하다. 화면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고소공포증.. 아찔해. 저런 장관을 직접 보게 된다면 숨이 턱, 막힐 것 같았다. 한편 그 어마어마함에 압도되어 덜컥 겁이 날 것도 같았다. 살면서 내가 저런 산을 직접 보게 될 날이 올까? 라고 갸웃했지만, 그게 '꼭 보러 갈테다' 라고 연결되지는 않았다. 보면 좋을 것 같다, 라고는 생각했지만, 반드시 보러가겠어! 다짐하게 되지는 않았달까. 역시 나를 움직이는 건 음식...




얼마전에 칠봉이랑 대화하는데, 칠봉이가 내게 '혼자서도 너처럼 완벽한 사람은 드물다'는 뉘앙스로 얘기를 했더랬다. 그러니까 혼자 지내도 참 잘 지낸다는 요지의 얘기였는데, 혼자 술상 차려두고 보고 싶은 프로그램 보면서, 그거 보고 신나서 언제 가지? 막 이런 거 생각하고 그러는 게 너무 신나는 거다. 낮에 지쳤던 것, 그렇게 다 날려버리는 나를 보면서, 아, 정말 좋다, 생각했던 것. 내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스스로 깨닫고, 그렇게 함으로써 재미를 찾고, 또 어떻게 더 흥미롭고 행복하고 재미있게 지낼 수 있을까 생각하며 앞날의 계획을 짜는 게 참 좋았다. 어딘가에 언젠가 가고 싶어진다는 거, 그거 되게 좋지 않나. 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는 거, 닿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거, 가보고 싶은 곳이 생긴다는 건 인생을 한층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무언가 원하는 것이 생긴다면, 그것을 위해 내가 뭔가 액션을 취하고자 함이 스스로 무척 마음에 들었다. 어딘가에 가고 싶고 또 누군가 만나고 싶어 꿈틀꿈틀 대고 꼼지락꼼지락 하는 게 내 인생을 한층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나에게 그런 것들이 생긴다는 게 나로서는 기쁘다. 




지금은 베트남의 국수에 대한 책을 보고 있는데, 베트남을 향해 몸이 움직이려고 해서 미치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과 베트남과 국수에 대한 얘기는, 이 책을 다 읽으면 리뷰로 풀어내도록 해야겠다,

라고 지금은 일단 생각한다.




아, 맞다. 나 매튜본 발레단 공연도 예매완료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6-02-04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홍합을 좋아해요. 영상으로 보니까 벨기에의 홍합은 웬지 더 고급스러워 보이네요. ㅎ
국물을 먹을 때 조차도 홍합껍질을 이용해서 먹는다,에 혼자 크흐흑...

혼자서도 잘 지낸다는거 생각보다 어렵죠. 그냥저냥 혼자 지내거나 아니면 혼자 외롭게 지내거나, 하는데
다락방님은 혼자서 스트레스를 풀 줄 알고, 더 흥미롭고 행복하고 재미있게 지낼 방법을 궁리하는 모습이,
혼자, 지금 혼자 있는 저에게도 즐거움을 주네요.^^

점심 맛난거 드세요. 언젠가 우리, 점심을 같이 먹을 날도 있을거라 믿으며... ㅎㅎ

다락방 2016-02-04 09:48   좋아요 0 | URL
저는 홍합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정말 먹고 싶어지더라고요. 꼭 먹어보겠다고 결심했어요. 내가 벨기에에 가서, 꼭!! 저 요리를 먹어보리랏! ㅎㅎㅎㅎㅎ

저는 사주에서도 혼자 잘 지내는 팔자라고 나오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는 건, 부르면 대답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걸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오롯이 혼자다, 라는 느낌보다는, 조금 떨어진 곳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고, 그들이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 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란거죠. 이를테면, 제가 단발머리님을 부르고 말을 걸면, 단발머리님은 대답을 해주시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혼자 중얼대는 글을 써도 와서 읽어주시고요. 이런 것만으로도 삶은 풍요로워지는 것 같아요. 힛 :)

네, 언젠가 우리 같이 점심을 먹을 날도 오겠죠. 점심을 먹던가 풍성한 브런치를 먹어도 좋겠어요. 저는 단발머리님을 좋아하니까, 단발머리님과 뭐든 먹으면 좋을 거에요. ♡

책읽는나무 2016-02-04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을 읽으면서 똑같은 생각을 많이 한 것에 흠칫 놀랐네요

`혼자서도 잘 놀아요`
오늘 아이들 학교 보내면서 얼른 학교 가라고 떠밀듯이 보내니 딸들은 엄마 혼자서 안무섭느냐고? 엄마는 혼자 있으면 너무 재미있고 편하다고 말했는데 저도 혼자 있음 재밌고 시간도 금방 가버려 아쉬울때가 많아요ㅜ 물론 친한 사람들 만나 수다 떨때도 재밌지만요ㅋㅋ

`죽기 전에 저 곳을 가볼 수 있을까?`
저는 여행서를 읽으면 늘 달고 사는 말이라는~~ㅋ (걸어서 세계속으로도 자주 보는 프로에요^^)
꿈을 꾸고 싶어서 여행서를 찾아 읽곤 하는데 여행서책은 맘에 쏙 드는 책 만나기가 쉽진 않아요?그러니까 생각보다 여행서책들이 다양하지 않은 것이겠죠?다락방님은 이제 여행서책을 내셔야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ㅋ
재밌을 것 같아요^^

`홍합`
이건 공감대가 다르지만
저는 홍합 넘넘 좋아해요
홍합국물 벨기에 총각 곁에 앉아 홍합 껍데기로 같이 퍼먹고 싶네요쩝쩝~~
홍합껍질로 국물 퍼 먹고,껍질로 홍합살 꺼내 먹는 비법을 저 벨기에 청년이 어찌 알았을꼬??ㅋ
나는 울신랑한테 배웠거든요^^
근데 껍질을 포크에 끼워서 국물 떠 먹는건 첨 알았어요~~저것이 꿀팁이로군요 나중에 써먹어야겠어요^^

다락방 2016-02-04 11:10   좋아요 1 | URL
저는 가끔 `내가 혼자서도 너무 잘노나` 막 이런 생각도 하고 그래요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제가 아직 혼자서 시도해보지 못한 게 있어요. 삼겹살 집에 가서 삼겹살 구워가며 혼자 소주마시기! 스테이크랑 와인은 해봤는데 아직 삼겹살 도전이 어렵네요. 어제 너무 삼겹살 먹고 싶었고 먹으러 갈 사람도 없었는데, 이럴 때 삼겹살 혼자 먹기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말이죠.

여행기도 어떤 건 별로고 어떤 건 취향에 맞고 그러잖아요. 걸어서 세계속으로 프로그램도 피디가 누구냐에 따라 좋고 또 별로고 그런 것 같아요. 아, 좋다는 건 제 취향이란 말이죠. ㅋㅋ 피디 이름을 볼 때마다 찾아보는 건 아닌데, 저는 그 지역의 음식 문화 보여주고, 그 지역에 가서 가정식도 먹어보고 이러는 게 정말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여행기를 쓴다면 아마도 음식 여행이 될 거라... 책이 잘 안팔릴 것 같아요. 음식 볼라고 여행기 보는 사람은 저 같은 사람밖에 없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꼭 저렇게 먹어보고 싶어서 홍합을 먹고 싶어요. ㅎㅎ 청년이 너무 맛있게 먹지 않나요? 감자튀김도 옆에 시켜두고 먹을거에요! 아 점심시간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침돌아요, 입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토요일 오전이 되어 맥주 한 캔 까면서 걸어서 세계속으로 보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다시보기로 언제든 가능하지만 말예요. 술은 또 모닝 술이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케 2016-02-04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비록 일 때문이지만 벨기에 네번이나 다녀온 1인.
심지어 불과 다섯달전에는 스위스도 다녀왔어요

(자랑 자랑 ^^)

자랑할게 이것밖에 없네요..아 ㅜ



다락방 2016-02-04 13:45   좋아요 0 | URL
우우우우어어어어어어어어 완전 자랑하실만해요, 알케님. 제게는 너무나 부러운 일입니다. 꺅 >.<
벨기에도 모자라 스위스까지..맙소사 ㅠㅠ 부럽부럽 ㅠㅠ 저도 언젠가, 그리 멀지 않은 때에 꼭!! 다녀오겠습니다!! 불끈!!!!!

비연 2016-02-04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튜본 발레 좋아요^^ 다시 보고 싶었는데... 요즘 완전 일폭탄이라 엄두를 못내고 있네요 ㅜㅜ

다락방 2016-02-10 17:50   좋아요 0 | URL
저도 매튜본 보고 다시 보고 싶다고 계속 생각했었는데 제가 보고 나서는 다시 안 오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 이번 해에 잠자는 숲속의 공주로 찾아왔다기에 냉큼 예매했습니다. 신나요! >.<

몬스터 2016-02-05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운 얻고 갑니다. 글 쭉 따라 읽다보니 저까지 덩달아 신이 나네요.

다락방 2016-02-10 17:51   좋아요 0 | URL
네, 기운 얻으셨다니 다행이에요. 기운 빠지는 일 투성이라 기운 얻는 일이 필요해요. ㅠㅠ

몬스터님 계신 곳은 연휴가 아니었겠네요. 저는 이제 오늘로 연휴가 끝 ㅠㅠ 아쉬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몬스터님!

2016-02-06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0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컴퓨터를 켜고 이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포털에 접속한 순간 '출산후에도 여전한 미모' 어쩌고의 타이틀이 눈에 확 들어왔다. 한 여자연예인이 출산한지 얼마 안되었는데 여전히 날씬하고 아름답다.. 식의 기사인 듯했다. '출산후에도' , '여전한 미모' 에서 주는 압박에 확 짜증이 치밀었다. 왜? 왜 출산후에도 '여전한 미모'로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할까? 그리고 저렇게 저런 기사들이 보이면 어느틈에 출산후에도 날씬한 몸과 아름다운 얼굴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자꾸만 설득력이 생기게 되는 게 아닐까? 다들 그렇게 되려고 하지 않을까? 졸 폭력적인 기분이다. 출산한지 얼마 안 되었다면 몸은 여전히 부어있어야 하는 게 자연스럽다. 그 어마어마한 일을 한 몸으로 해내었는데, 그 후에 바로 다시 출산전의 몸을 만들어야 하나? 일전에 읽었던 '리사 랭킨'의 [마이 시크릿 닥터]속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부탁한다. 부디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앤젤리나, 케이티, 하이디, 니콜, 할리와 비교하지 마라. 우리 대부분은 애초에 그들처럼 예쁘게 생기지 않았다. 그런 우리가 아기를 낳은 뒤의 모습이란… 잊어버리자. 자신을 슈퍼스타와 비교하는 건 불안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슈퍼마켓 계산대에 `출산 후 몸매 관리`기사가 붙어 있는 걸 볼 때마다 나는 속이 메스꺼워진다. 이제 막 엄마가 된 여성들인데, 아직도 압력이 더 필요한가? 산후6주 검사를 받을 때쯤엔 슈퍼모델처럼 보이기라도 해야 한다는 건가? 이게 뭔 개소리야! (p.278-279) 


















일전에 여동생이 첫 출산을 한 후에, 처음으로 샤워를 하다가 울음을 터뜨렸다고 했었다. 거울을 보니 자신의 몸이 자신이 알던 몸과 지나치게 달라져 있었던 것. 이미 그 사실을 감당하기에도 벅찬데 거기에 몸매 관리까지 해야 된다고?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소개]

1945년, 종군 간호사 생활을 마치고 전쟁터에서 돌아와 남편과 함께 신혼생활을 맞이하는 클레어 랜들. 어느 날, 고대 돌기둥을 만져보던 그녀는 잉글랜드 사람들을 이방인 취급하는 200년 전, 서기 1743년의 시간 속으로 빠져들어 또 하나의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

그녀의 삶을 위협하는 지주의 음모와 정탐, 여기에 맹렬한 열정과 절대적인 사랑을 품고 그녀에게 다가오는 젊은 스코틀랜드인 용사, 제이미. 정절과 욕망,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클레어의 이중인생 속에서 펼쳐지는 역사와 로맨스, 그리고 모험. 




'다이애너 개벌든'의 유명한 소설 [아웃랜더] 시리즈에서, 여주인공 '클레어'는 어찌어찌 하여 과거의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남자 '제이미'를 만나 결혼도 하게 되는데, 하루는 제이미가 클레어에게 깜짝 놀라면서 묻는다. 당신 지금 뭐하는 거냐고. 클레어는 종아리 제모를 하는 중이라고 답하지만, 대체 왜 털을 미는거냐며 제이미는 충격을 받는 거다. 그러니까 이백년전 쯤에는 제모를 하는 게 굉장히 낯설고 자연스럽지 못한 것이었던 거다. 그 부분을 찾아서 올리고 싶었는데, 아웃랜더인지 호박속의 잠자리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집에는 아웃랜더 뿐이라 어제 자정 넘어 뒤적뒤적여 봤지만 못찾겠더라. 이럴 때 인용문을 딱- 올려야 멋진데... 잘 안찾아져. -0-




나는 연애할 때만 제모에 신경을 써왔다. 종아리털 같은 거는 연애를 하든말든 사실 그다지 관심도 없었고, 겨드랑이 털만을 연애할 때 밀었는데, 밀면서, 좀 짜증이 나긴 했었다. 왜 나는 이걸 밀어야 할까? 어쩐지 억울한 기분도 들었던 거다. 그리고 겨드랑이 털을 밀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귀찮다. 때론 아프다. 상대는 밀지 않는데 나는 이걸 밀어야 한다는 게 어쩐지 자존심도 좀 상했지만, 그래도 겨드랑이 털이 무성한 채로 상대 앞에서 옷을 벗고 팔을 들어올릴 순 없으니-왜?-, 밀긴 밀어야겠지, 근데 왜 그러면 안되지? 하는 생각들이 수시로 찾아들었고, 어떤 때는 '겨털 밀기 귀찮으니까 연애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실제로 이런 워딩으로 몇 년전에 페이퍼에 쓴 적도 있을 것이다. 

면도하기 귀찮으니 그렇다면 레이저로 털구멍을 아예 막아버릴까?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 그건 영 마뜩지 않았다.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지 못한 행위를 나는 하고 싶지 않았던 거다. 털이 거기에 난다면, 거기에 날 이유가 있어서일텐데, 그런데 내가 그걸 부러 없애러 병원에 간다는 건, 어딘가 좀 이상하잖아?



겨드랑이 털을 밀지 않고 연애를 한다면 신경쓰일 것 같았고, 그 신경쓰임은 자유롭지 못한 것 같아 싫었다. 신경 쓰이느니 그냥 밀고말지, 의 기분으로 겨드랑이 털을 밀어왔다고 보면 맞을텐데, 어제 겨드랑이 털에 대해 칠봉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겨드랑이 털에 대해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말했고, 칠봉이는 '너의 제모가 나를 위한 거라면 하지 말아라' 라고 했다. 아까 제모에 대해 검색을 하다 보니 '이성에게 환상을 무너뜨리는 요인'의 1위로 '상대의 정리되지 않은 겨드랑이 털' 같은 게 꼽혀 있더라. 어디서 설문조사를 한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의 털이 연애 상대에게 환상을 무너뜨리는 무엇이 되지 않을까 약간 염려되었던 마음에, 나의 무성한 털이 당신은 괜찮으냐, 라고 물었는데 칠봉이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도 겨드랑이에 털있지 않냐며. 또한 네 겨드랑이 털이 내 허락을 받아야 되는 부분이 아니다, 라고도 했다. 그 말은 맞다. 내 털을 어디서 누구에게 허락받아. 그래서 어쨌든 결과적으로 나는 앞으로 제모를 하지 않기로 했다. 겨드랑이 털을 무성하게 자라게 둔 채로 살기로 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너무 신나서 한참 웃었다. 한껏 자유로워진 느낌이랄까. 아침에 회사 동료와 인사를 나누자마자 '나는 겨드랑이 털을 무성하게 자라게 둘거야!'라고 선언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겨드랑이 털 만세!!!!!!!! 





(출처: 이코노믹리뷰 2015.07.25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255133 )




그렇지만 겨드랑이 털을 염색하는 것은 내가 하지 않을 것 같다. 귀찮아..머리 염색도 안하는데 무슨 겨털 염색을 -0-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자들이 싫어하겠지, 라는 생각을 했던 내가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물론 많은 남자들은 여자들의 매끈한 겨드랑이를 좋아하겠지만,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닐 터. 그간 연애 상대들에게 내가 '너 혹시 여자 겨드랑이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냐, 털 밀지 않으면 홀딱 깬다고 생각하냐, 정 떨어지냐' 라고 물었더라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일찍부터 들었을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들중 누군가가 '야, 겨털 밀어야지, 그걸 안밀으면 어떻게해' 라고 했다면 그와 나의 이별의 순간이 더 빨리 찾아왔을 수도 있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네 몸이고 네 털이잖아'라고 했다면 나에게 이 자유로움 역시 조금 더 일찍 찾아왔을 텐데. 그걸 묻지 않은 나도 편견과 고정관념에 막혀있었던 게 아닌가. 만약 물었다면, 그리고 상대가 어떤 대답을 했다면, 거기에 대해 내 의견을 말하는 게 훨씬 더 자연스럽고 또 좋았을텐데. 상대와 나의 의견이 다르다면, 그 다르다는 걸 알려주는 것 만으로도 소득이 있었을텐데. 나와 헤어진 그남자는 그 다음 연애에서 분명 '어떤 여자들은 겨드랑이 털 미는 걸 싫어한다'는 걸 학습한 채로 시작하게 될테니, 그게 모두에게 더 나았을텐데. '어차피 넌 그럴테니까' 라는 고정관념을 내가 가지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여름휴가 비행기 티켓을 10개월 할부로 끊어놨다. 그 말은 즉, 어딘가에서 나의 소비를 줄여야함을 뜻한다. 내가 소비 줄일 게 뭐가 있나. 책밖에. 그래서 나는 이제 그 할부가 끝날 때까지 책을 안사기로 결심했다. 신간이 나올 때마다 흔들릴 것이고, 중고책 알림 뜰 때마다 힘들겠지만, 그래도 이를 악물고 버텨내야 할부를 착실히 갚을 수 있다. 오늘 아침에도 출근준비 하다가 책장을 보니, 안 읽은 책이 진짜 많더라. 그래, 할 수 있어. 책 안 살 수 있어! 또한 너무나 고맙게도 며칠전에 o 님이 내게 읽고 싶었던 신간 한 권을 선물로 보내주셨다. 요즘 내가 과중한 업무로 스트레스 받는 탓에 위로하기 위함이라며, 기운내라며 책을 날려주셔서 ㅠㅠ 신간도 있다 ㅠㅠ 게다가 어제 잠깐 만난 다른 o 님도 내게 한창훈 님의 신간을 선물해주셨다. ㅠㅠ 그래서 나는 지금 신간을 사지 않아도 신간이 있는 상태. 그래, 7월달까지, 책 안 사고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당분간 책을 사지 않겠어요. 10개월 정도... 그렇다면 그냥 아싸리 2016년엔 책을 안사는 걸로 해야겠다. 2016년엔 책을 사지 않고 책을 내는 걸로...(응?) 뭐, 그렇다는 거다. 킁킁.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oonnight 2016-02-01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겨드랑이털염색이라니ㅠㅠ;
저도 안 읽은 책들 진짜진짜 많은데.. 어제 또 새책을 샀ㅠㅠ;orz;;;

다락방 2016-02-01 13:50   좋아요 0 | URL
염색은 아무리 생각해도 귀찮아서 못하겠어요. 핑크색으로 해볼까 싶기도 하지만 ㅋㅋㅋㅋㅋ
귀찮귀찮..

저는 2016년 책안사기 목표를 세워두고 달성하고자 합니다. 불끈!

건조기후 2016-02-01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무지 멋진 사람이랑 연애하시는구나 ^^

다락방 2016-02-01 13:51   좋아요 0 | URL
그게 다 제가 멋져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무개 2016-02-01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겨털을 일년에 두세번 정도 서너개쯤 뽑아요.
겨털이 안납니다 네네...
그래서 이렇게 여자분들이 고민을 해야하는 부분인걸 몰랐네요.
근데 왜 여자만 정리하죠? 왜 남자는 안해요? 왜지??

저도 책은 당분간 안사는 걸로...
안사기 시작하니까 또 딱히 사고 싶은것도 없더라구요.


그나저나 칠봉씨는 왜케 멋진건가요 *^^*

다락방 2016-02-01 13:52   좋아요 0 | URL
오, 겨털이 안나다니.. 어쩐지 부럽네요. 전 겨털 많아요. ㅋㅋㅋㅋㅋㅋㅋ 무성무성 ㅋㅋㅋㅋㅋㅋㅋ 리본으로 묶어가지고 다녀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
아무개님 잘 떠올려 보세요. 매끈한 겨드랑이를 위한 크림이나 면도기 등등 선전할 때 무조건 모델이 여자잖아요. 우리는 이런식으로 세뇌당한 것 같아요. 여자의 겨드랑이=매끈해야 한다, 하고 말이지요. 내 겨드랑이는 거칠것이다!

저는 사고싶은 거 많지만 진짜 읽어대기가 버거우므로 멈춰야겠어요. 힛.
칠봉씨가 멋진 이유는, 그러니까, 음, 저의 칠봉이라서? ㅋㅋㅋㅋㅋ

감은빛 2016-02-01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행에서 무지막지하게 오래 기다리는 동안 이 글을 읽었습니다.
역시 다락방님 다운 글입니다.
제가 연애할 때 만나본 여성들도 겨드랑이 제모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내는 결혼 후 평소에는 제모하지 않고,
여름에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을 경우에만 하는 듯합니다.

저도 왜 여성들만 제모 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드네요.
남성의 털은 괜찮고, 여성의 털은 왜 안 되는 걸까요? 이상하네요.

아무개 2016-02-01 14:59   좋아요 0 | URL
남성의 털은 남성성을 상징하므로 부끄러워 하지 않고 내세우기 까지 할 수도 있지만,
여성의 털은 여성성을 상징하다보니 부끄러워해야 하고 감추고 숨기는 것이 미덕이 된게 아닐까 하는
짧은 생각을 감은빛 님의 댓글을 읽다가 떠올렸습니다.....

다락방 2016-02-01 15:04   좋아요 0 | URL
저는 궁극적으로 노출이 심한 옷을 입어도 겨털을 밀지 않는 쪽으로 가고 싶어요. 지금 생각으론 그런데, 저 역시 그동안 살아온 게 있으니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지금은 일단 내가 편한 쪽,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행동하자,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까 검색도 살짝 해봤는데, 고대에는 남녀 모두 제모를 하기도 했었나봐요. 어쨌든 최근의 여성 제모가 일반화 된 것은 면도기 회사(질레트)의 상술인 것 같아요. 남성 면도기 시장의 포화로 인해서 여성 면도기를 팔기 위해 여성이라면 매끄러운 겨드랑이를 가져야 하고, 그걸 우리 질레트가 도와주겠다, 라는 식이 된 게 아닌가 싶어요(이게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어제 본 기사에서는 그렇더라고요. 하나의 `설`일지도 모르겠어요.). 자꾸 그렇게 광고해대니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된 것 같고요. 여성의 겨드랑이=매끄러워야 한다, 이렇게요.

꿈꾸는섬 2016-02-01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효진 하정우가 나왔던 영화(제목 생각 안나요) 공효진의 겨털이 생각나네요. 하정우가 공효진의 겨털에 놀라던......공효진은 겨털을 정리할 생각이 전혀 없었죠.ㅎㅎㅎ

꿈꾸는섬 2016-02-01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러브픽션 이네요. 공감되실만한 영화일 듯해요.^^

다락방 2016-02-01 15:05   좋아요 0 | URL
ㅎㅎ 네, 꿈섬님. 저 그 영화 봤습니다. 하정우가 채식주의자로 나오는 영화였지요. 하정우가 처음 공효진과 잠자리를 가질 때 약간 멘붕에 빠졌던 게 생각나요. 겨드랑이 털 있는 여자는 처음 봤는데, 그렇다고 딱히 `너 털 없애라` 라고 말할 당위성이 없잖아요. 그래서 `액모부인`이었나, 하는 소설을 연재하기도 하잖아요. ㅎㅎ 그 영화 봤습니다~

세실 2016-02-01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정말요? 여름휴가때 나시 입고도 안하실 수 있으려나용?
전 겨털이 몇가닥 없어서 표시는 잘 안나요. 헤~~ 언제 밀었더라?
여름휴가 비행기 티켓은 생각만으로도 얼마나 즐거우실까요^^

다락방 2016-02-01 17:54   좋아요 1 | URL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궁극적으로는 민소매 티를 입었을 때도 제모 하지 않는 게 제가 생각하는 바입니다. 제 몸이고 제 털이니까 제 마음대로 해도 되는건데, 그간 밀면서 환경에 적응했던 지라 이제와서 잘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제모하지 않는 게 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에요. 불끈! ㅎㅎㅎㅎㅎ

아무개 2016-02-01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부터 왼쪽 머리통이 송곳으로 찌르는듯이 아프네요.
동시에 왼쪽 귓속과 왼족 목안쪽까지 같이 통증이 느껴져요.
이런거 편두통인가?
흠...이래저래 컨디션 빵쩜이네요.
퇴근하고 걍 술이나 퍼마시고 잘까봐요............

겨털은 안나지만 다리털이 많고 두꺼워서 반바지 입고 다닐때
남자들에게 한소리씩 듣기는 했습니다만,
내다리털 내가 안밀겠다는데 지들이 뭐라고 췟, 킁 그러고 안밀었습니다....

다락방 2016-02-01 17:56   좋아요 0 | URL
저는 겨털도 많고요. 다리에도 털 있지만, 다리 털에 대해서는 일절 신경쓰지 않아요. 어째서 저는 다리털에는 신경쓰지 않을까요? 여름에 스타킹 안신고 치마 입고 다니면서 다리털에 대해서는 1도 신경쓰지 않았네요. 앞으로도 안써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씀하신 증상은, 글쎄요, 흐음, 그게 편두통인지 잘 모르겠네요. 그런데 머리통이 송곳으로 찌르듯 아픈 거면..편두통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흐음. 집에 가서 편히 쉬어요, 아무개님. 저는 와인을 마실까 합니다. 안주는 뭘로 하지... 안주 생각하며 집에 가야겠어요. -0-

네꼬 2016-02-02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오! 이 여유! 저는 근데 털이 제가 불편해요. 저 때문에 정리한다고 곤란함. -_- 영구 제모는 비싸기도 하고 왠지 무섭기도 하고요. 아무려나 염색은 하지 맙시다. (다락님 털이지만 염색에는 제가 반대)

다락방 2016-02-02 16:30   좋아요 0 | URL
ㅎㅎ 저는 면도하는 게 더 귀찮아요. -0- 귀차니즘..귀차니스트..
저는 염색할 거면 그냥 밀어버릴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 표지의 사진은 근사하지만 표지 자체는 좀 후졌다. 두꺼운 도화지 표지-이것도 아주 두껍지는 않아-에 종이 포장지로 한 겹 싼 느낌. 그래서 금세 구겨지고 낡기 쉽다. 전체적으로 약한 표지다. 흠.. 



나처럼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이든 소설가이든 시인이든, 그러니까 직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든 취미로 글을 쓰는 사람이든, '나는 이런 글을 쓸 순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그런 생각을 종종 하는 편인데, 우아한 글을 읽을 때도 그렇고 체계적인 글을 읽을 때도 그렇다. 아, 이런 글은 내가 쓸 수가 없겠어. 이렇게 우아하고 체계적인 글, 논리정연한 글을 쓸 순 없어, 이건 내 능력 밖의 일이야, 내가 할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있지.


그러면서 나는 내 글이 감성 떨어지는 글이라고 생각했다. 좋게 말하면 감성이 묻어나고 나쁘게 말하면 감성이 흘러넘치는 글이라고 생각해온 거다. 좀 더 차분하고 냉정한 글을 쓰고 싶은데 지나치게 기분파랄까.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한다. 뭔가 정리하고 쓰는 글이 아니라 쓰면서 정리가 되는 스타일이니까. 어쨌든 나는 내 글이 지나치게 감상적이라고 생각해왔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감성으로도 나는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 책의 서문에서 나는 이런 글을 본 것이다.




"네 이름을 발음하는 내 입술에 몇 개의 별들이 얼음처럼 부서진다."


오래전 이렇게 시작하는 메일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서문에서



아니, 네 이름을 발음하는 내 입술에 몇 개의 별들이 얼음처럼 부서진다......라니. 이야, 이건 내가 쓸 수 없는, 감히 생각해낼 수 없는 문장이다. 이런 아름다운 문장이라니. 그러나 사실 아름답다는 생각은 했으되, '좋다' 라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좋다 혹은 싫다 고 말하기에는 뭣한, 그 중간지점 어디의, 약간 멘탈에 붕괴를 가져오는 문장이랄까. 아, 나는 결코 이런 문장을 쓸 수가 없어. 시인은 다른 건가... 그러니까 박연준은 장석주로부터 저런 문장이 담긴 메일을 받았단 거였다. 그렇다면 우리의 박연준, 저런 메일을 받고 가만히 있었느냐, 하면, 그럴 리가!



먼 곳에서 나를 향해, 별들이 걸어오고 있는 것 같았어요.


저녁이 되자 슬퍼졌습니다.

무릎을 꿇고 '얼음을 주세요'란 제목으로 시를 썼지요.

그 시로 시인이 될 줄은 몰랐지만 시를 쓰던 순간,

파랗게 내가 곤두선 불꽃이 된 기분이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 서문에서



이래서 사람은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이 있나보다. 별들이 얼음처럼 부서진다, 라는 메일을 나한테 보냈다면 내가 감히 얼음을 주세요 란 제목으로 시를 쓸 수 있었겠는가. 파랗게 곤두선 불꽃...같은 기분을 내가 느꼈을 리 없잖아? 그래서 장석주는 박연준에게 저런 메일을 보낸 것이고, 그래서 박연준은 얼음을 주세요란 시를 쓴 것이다. 내가 아니라서. 그 어디에도 내가 없어서. 그들은 장석주고 박연준이라서. 아...내가 될 수 없는, 내가 어울릴 수 없는 그들이다. 사람은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이 좋게 쓰이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지만, 여기서는 진짜 그 말 밖에 생각이 안난다. 사람은 끼리끼리 어울린다. 그러니까 나로 말하자면,


먼 곳에서 나를 향해, 별들이 걸어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그 누구로부터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고, 당연히 별들이 부서진다는 식의 메일을 보낸 이도 한 명도 없었던 거다. 아마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까 싶고, 설사 앞으로 누군가 내게 네 이름을 발음하면 별들이 쏟아진다 는 식의 메일을 보낸다면, 음..... , 나는 답장 할 수 없을 것 같다. 당연히 시도 쓸 수 없을 것 같고.



국문과를 들어가 다시 공부할까,

하는 생각을 몇 년전부터 지금까지 쭉 해오고 있다.

물론,

생각만 하고 있다.

들어가봤자 어차피 공부 안할 나임을 알기에.. ♪ 잘 알기에~ ♬ 어머님 용서하세요 그녀에겐 저밖에 없는데 그녈 버릴 수가 없어요~ ♪ 너의 몸이 낫는대로 어디 멀리 떠나자~ 아무도 없는 곳으로~




사람은 궁극적으로 나에게 맞는 대화상대를 만나기 위하여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다. 인생이란 게 그런 거 아닐까.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 결국 잘 맞는 대화상대를 만나기 위해 우리는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게 아닐까. 잘 맞는 것 같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도 금세 헤어지게 되는 경우는, 잘 맞는 줄 '알았지만' 아니었거나 혹은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맞춰주려고 했던 경우가 아닐까. 결국 대화하지 못한다는 것은 지치게 한다는 거니까. 그래서 끊임없이 우리는 이 사람과 이별을 고하고 또 저 사람과 헤어지면서 자꾸만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게 되는 게 아닐까. 결국 내 옆에 지금 남아 있는 사람들은, 나와 대화가 가장 잘 통하는 사람인 것 같다. 


얼마전에 [꽃보다 청춘]이란 프로를 잠깐 봤는데, 그전부터 본 게 아니라 각자의 캐릭터 파악이라든가 그 프로그램의 분위기라든가 하는 걸 내가 알순 없었지만, 오로라를 보고 들어와 다같이 감흥에 젖어, 그 늦은 밤, 한잔더? 를 외치고 침대에 내 명이 함께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걸 보는 게 좋았다. 물론 '너는 뮤지컬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하는 질문은 뭔가 설정스러워서 별로였지만, 그것은 티븨 프로그램이 가진 한계일테고, 친근한 이와 함께 무려 오로라!! 를 보고 숙소로 돌아온다면, 그 침대 위에서 우리는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은 것이다. 그래서 말랑말랑 낭만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손을 잡고 누군가와 오로라를 보고 함께 숙소로 들어와 씻고 지친 몸을 침대에 철푸덕 얹어놓고서는, 준비되어 있는 술을 꺼내와서 홀짝이며, 긴긴밤 지쳐 잠들때까지 얘기를 하는 거다. 아, 너무 좋지 않은가! 그러고보면 나는 항상 이야기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좋아했던 것 같다.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서로의 눈을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정말 좋지 않은가. 게다가 우리가 좀전에 같은 경험을 했어! 그렇다면 우리에겐 같은 감정이 그리고 또 다른 감정이 쌓이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는 사랑하는 사람, 마음맞는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그려지는 아래 사진이 좋았다.



나란히 앉아 같은 방향을 보면서 이야기나누는 게 눈앞에 확 그려지지 않는가. 너무 좋은 거다. 이것은 내가 오래전에 한 번 페이퍼에도 언급했던 그 포치가 아닌가! 낮에도 밤에도 이른 아침에도 또 새벽에도, 저런 곳에 앉아 이야기나눌 수 있다면 뭐랄까, 삶이 굉장히 충족스런 느낌일 것 같다. 삶에 있어서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은 느낌? 

얼마전에 마음이 꽉 찬 느낌, 빈 틈이 없는 것 같은 충족한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만약 저런 곳에 사랑하는 이와 함께 앉아서 뭔가를 먹고 마시며(반드시!!) 이야기를 나눈다면, 그 때는 삶 자체가 완벽하게 느껴질 것 같다. 아, 아름다운 인생..


무엇보다 좋았던 건 아래 사진이다.



이런 사진은 그냥 내 스타일. 완전 사랑하는 사진. 스테이크를 구웠대...하아- 인생... 스파게티도 먹었대.. 아아. 와인과 맥주가 빠지지 않는 저녁이라니, 아, 도대체 이들은 얼마나 근사한 삶을 산거야! 저렇게 여러 병의 와인을 보노라니, 그들의 행복이 내게도 전해지는 것 같다. 뭐 실상 저 식탁에 마주앉아 서로 싸웠을지도 모르지만, 사진으로 보는 내게는 완벽하고 충족된 마음만이 전해진다. 내 로망이야. 술, 맛있는 안주,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그 사람과의 대화.


멋져...



그렇지만 이 책은 재미 없었다. 아하하하하. 지루했어 ㅠㅠ 박연준은 걸으면서 맞닥뜨리는 풍경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장석주는 걷는다는 행위 그 자체에 더 많은 의미를 둔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 둘의 글 스타일도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그 다른 스타일의 글 모두,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박연준은 앞으로 시로 만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연준과 장석주는 한 달간 시드니에서 살아보게 됐다. 호주에 집을 가지고 있는 지인이 오랜 시간 여행을 떠나면서 '여기서 늬들이 살아보지 않을래?'라고 제안했던 것. 그래서 훌쩍 그 먼 데로 날아가 그 집의 침실, 부엌, 욕실들을, 사용하던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 되게 편하겠다. 뭣보다 호텔이나 모텔이 아닌, '가정집'인데 거기에 우리 둘밖에 없고(꺅!!), 게다가 그런 집을 구하는 험난한 과정 역시 생략되어 있었으니. 아, 이 얼마나 땡보..(응?) 


나도 그렇게 한 번 지내보고 싶기는 했다. 먼 데서 한 달간 혹은 두 달간. 그냥 그 동네나 어슬렁어슬렁 산책하면서. 몇 시가 됐든 일어나서 푸짐한 아침(!)을 먹고 점심도 푸짐하게 먹고 저녁은 더 푸짐하게 먹고(!!), 술도 퍼마시고 랄라~


일단 회사를 때려쳐야해..


그리고 내가 그렇게 지낼거라면 나는 호텔이어도 좋겠다.


아, 저렇게 와인 쌓아두고 먹고싶다.. 저렇게 쌓아둔 와인병들의 사진을 볼 때마다 나는 와인 한 박스를 선물하며 청혼했다던 남녀가 떠오른다. 가장 이상적인 청혼방법인 것 같아...  그런데 그 책의 제목은 왜 맨날 생각이 안나지? 도리스와 .. 뭐였지? 찾아보고 와야겠다. 아, 힘들게 찾았다. [둘런과 모리스의 컬렉션] 이었다. 도리스는 개뿔..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_- 







이 영화를 지루하다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 보고난 후에는 가슴이 서늘해지더라. 그 웅장한 자연 앞에 숙연해지는 기분도 들고. 어휴, 자연이 얼마나 위대하고 무서울 수 있는지 정말 잘 보여준다고 할까. 양쪽으로는 절벽이며 가운데 길은 눈으로 가득 쌓였는데, 거기를 혼자 걸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이라니. 하아- 너무나 쓸쓸하고 고독해보여서, 아, 인간은 원래 이토록 외로운 존재인가, 하고 되게 추웠었다. 춥구나, 인생..


남자는 아들의 복수를 위해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는데, 그렇다면, 그 복수가 끝난 다음에는? 그 다음에는 그에게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목적이 있었으나 그 복적을 이룬 삶이라면, 그러면 그 후엔..무엇이 남는걸까? 



서늘하다.






얼마전에 동생네 가족이 와있었을 때 나의 고모가 나의 조카들과 놀겠다며 오셨더랬다. 그때 칠 살 조카가 고모의 손을 잡고는 내 방으로 들어가며 '고모할머니, 내가 도서관에 데려다줄게요' 했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 꼬마가 도서관에 가봤다고, 내 방을 도서관이라고 부르더라. 자기는 도서관이랑 책 파는 데 말고는 이렇게 책 많은 데는 본 적이 없다며. 친구들 집에 놀러가봤지만 이렇게 책이 많지 않았단다. 나는 칠 살 조카와 네 살 조카를 앞에 두고, 너희들 자라면 이 책 다 줄게, 다 읽어, 했었더랬다. 어쨌든 고모를 내 방으로 데리고가길래 우리 엄마가 '거긴 왜, 이모방인데, 이모 없을 때 들어가지마' 했더니 칠 살 조카가 그러더란다.



이모가 나는 언제든지 들어오랬어.



하하하하하하하. 사실 내가 그렇게 말한 기억은 진짜 1도 안나. 그렇지만 틀리지 않아. 그래, 언제든 들어가렴. 그렇게 고모를 데리고 내 방에 들어가서는, 고모할머니, 도서관이야, 하면서는, '우리 엄마는 이 책을 제일 좋아해' 하면서 책 한 권을 꺼내 고모를 보여줬단다. 그게 이 책이었다.





여동생이 와있는 동안 내 책장에서 책을 몇 권 꺼내 봤는데 이 책이 참 좋았던가 보다. 언니 이 책 좋더라, 다 먹고싶고. 그래서 내가 그랬다. 응 이거 내 힐링북이야, 이 책 들여다보면 막 힐링 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아름다운 음식 사진 보면 힐링힐링... 책은 [simply italian] 이다. 물론, 설명은 읽지 않는다. 영어니까. 나는 그저 사진만 본다. 충분히, 충분히 영혼에 쉼이 찾아온다. 



세상의 모든 음식들에게 축배를!


그리고 나, 여기 가보고 싶다.


록스The Rocks 거리를 먼저 둘러보았다. 금요일이라 'Friday foodie market'이 열리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했지만 브런치를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구경만 했다. 돌바닥으로 이루어진 고풍스러운 거리가 인상적이었다. 책을 찾아보니 록스는 이민자들이 시드니에서 가장 먼저 자리 잡은 유서 깊은 지역이라고 했다. (p.71, 박연준)


내 인생의 어느 한 시점에 록스 거리의 friday foodie market 에 가보는 걸 넣어야겠다. 아... 얼마나 많은 음식이 거기 있는걸까?



일요일 저녁부터 침을 삼킬때 목구멍이 아팠는데 어제는 점점 더 심해지더라. 그래서 아 일찍 자야겠어, 하고는 열시부터 잤는데, 오늘 아침에 남동생이 '목은 좀 어때?' 하고 안부를 물어주었다. 응, 어제보다는 좀 나은데 그래도 아프네, 라고 답하면서, 매일 보는데도 이렇게 안부를 물어주는 동생이라니, 나는 참 좋다, 생각했다. 그 무슨 시에 그런 구절이 있었는데.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것이다, 라는 구절.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것이다.




페이퍼를 적다보니 '널 만지고 널 느끼고' 하는 신해철 노래가 생각이 났다. 그런데 제목이 도무지 생각이 안나. 그래서 널 만지고 널 느끼고, 를 검색창에 넣어보니 김종국 이름만 나오더라. 아니야, 이거 신해철인데.. ㅠㅠ 그래서 남동생에게 물었다.


널 만지고 널 느끼고 

이 가사 노래 뭐지?


나는 신해철이란 부연 설명을 하지도 않았는데도 남동생으로부터 딩동- 답장이 날아들었다.


월광



아, 멋져 ㅠㅠ 감동 ㅠㅠ 넌 진짜 완벽해 ㅠㅠ 퍼펙트 ㅠㅠ


그렇지만 일전에 나도 똑같이 해준 적이 있다. 남동생이 회사에서 점심 먹고 어떻게 이야기가 팝송으로 흘러가서 얘기하다가 도중에 제목이 생각이 안나 나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본거다. 누나, 이 노래 뭐지?



따라 따라라라 따라라~



이놈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사도 몰라서 정말 저랬다. 그런데 내가 바로 답해주었다.



시카고. 하드 투 세이 아임 소리.



아, 고마워! 하고 끊고서는 집에서 만나서 누나 진짜 대단하다, 했더랬다. 그걸 어떻게 알아들었냐,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월광> 이었다.



너의 눈빛 너의 몸짓 너는 내게 항상 친절해
너를 만지고 너를 느끼고 너를 구겨버리고 싶어

걷잡을수 없는 소유욕 채워지지 않는 지배욕
암세포처럼 지긋 지긋 하게 내 몸을 좀 먹어드는 외로움

나의 인격의 뒷면을 이해할수 없는 어둠을
거길 봐줘 만져줘 치료할 수 없는 상처를

내 결점을 추악함을 나를 제발 혼자 두지마
아주 깊은 나락속으로 떨어져가고 있는 것 같아

나의 마음은 구르는 공위에 있는 것 같아
때론 살아 있는것 자체가 괴롭지
날 봐 이렇게 천천히 부숴지고 있는데 아주 천천히

끝없이 쉴곳을 찾아 헤메도는 내 영혼
난 그저 마음의 평화를 원했을 뿐인데

사랑은 천개의 날을 가진 날카로운 단검이 되어 
너의 마음을 베고 찌르고 또 찌르고

자 이제 날 저주 하겠니 술기운에 뱉은 단어들
장난처럼 스치는 약속들
나이가 들수록 예전같지 않은 행동들

돌고 도는 기억속에 선명하게 낙인찍힌 윤리 도덕 규범 교육 
그것들이 날 오려내고 색칠해서 맘대로 이상한걸 만들어 냈어

내 가죽을 벗겨줘 내 뱃살을 갈라줘
내 안에 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나도 궁금해

커튼 사이로 햇살이 비칠때 기억나지 않는 지난밤
내 마음을 언제나 감싸고 있는 이 어둠은 아직 날 놔주지 않고..





한 남자아이의 아버지는 작은 구슬 두 개에 `럭키`라는 이름을 붙이고는 수로에 부러 빠뜨렸다. 그는 아이가 두 개의 럭키를 찾을 수 있도록 응원하고 도와주었다. 얕은 물살에 흘러가는 두 개의 `럭키`를 찾는 것은 아이였지만 나 또한 눈으로 럭키를 쫓고 있었다. 아이는 지치지도 않고 구슬을 던지고 찾기를 반복했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럭키를 대신 찾아주기도 했다. 아이는 30분동안 럭키를 잃어버렸다, 다시 찾았는데 아이 아버지는 귀찮아하지도 않고 그 놀이에 동참했다. 보는 내가 다 귀찮았는데 말이다. 아이가 구슬을 찾을 때마다 외치는 "럭키!"라는 소리에 기분이 상쾌해졌다. 아이는 그날 아버지 덕분에 얼마나 많은 행운을 거머쥔 걸까?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가 자라면서 `행운을 능동적으로 찾는 사람`이 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때마다 옆에서 지켜주고, 응원해줄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p.63 박연준)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아 스튜와 빵, 샐러드와 베이컨 등 음식을 잔뜩 시켰다. 롱블랙도 두 잔 시켰다. 롱블랙은 에스프레소에 따뜻한 물을 섞어 마시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아메리카노와 비슷하다. 처음엔 이름이 근사해서 감탄했다. 내 멋대로 `긴 긴 밤` 이라고 의역도 해봤다. 긴 긴 밤 한 잔이요! 얼마나 멋진가? 밤을 한 잔 마시는 시간이라니. 커피 속에 기다란 검정도, 기다란 기차도, 기다란 밤도 넣어보며 홀짝였다. 이름이 중요한 법이다. 무엇이든 호명하고, 불러주고, 사랑해주는 순간 빛나게 된다. 완전히 달라진다. (p.70, 박연준)

"걷기는 `곳`안에서 무엇의 길을 트고, 시간 안에서 무엇을 구멍낸다." 파스칼 키냐르의 소설 『신비한 결속』에 나오는 구절이다. 『신비한 결속』은 사랑에 실패한 여자 주인공이 혼자 산과 바닷가를 하염없이 걷는 이야기가 나오는 소설이다. 최소한으로 먹고, 최대한으로 걷는 일이 삶의 전부인 여자. 몸에는 지방 한 점이 없고, 눈빛은 수도승처럼 깊어진 여자. 갈망이 깊어질수록 그녀는 걷고 또 걸었다. 목적 없이, 무작정 걸었다. 걷는 일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생각한 듯했다. (p.74)


댓글(23)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16-01-26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분이 있는 연예인들이 스피드퀴즈를 할때 어?하면 아~~하고 맞추는 광경같아요^^

남동생분과는 음악취향도 비슷한가 봅니다
영원한 볼매 남동생이어요
볼수록 매력적인^^

그나저나 이책은 그냥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까?로 마음속으로 노선변경이^^

기억의집 2016-01-26 20:49   좋아요 1 | URL
그게 나을 것 같아요. 사면 좀 아까울 것 같아요. 지루하다하니.... 전 여자분이 시인인 줄 몰랐어요.

책읽는나무 2016-01-26 22:01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 언능 희망도서신청 해야겠군요^^
여자분도 남자분도 둘 다 시인이어서 더 좀 특별해 보이는 책이었던 것 같아요

락방님 글을 읽어보니 시집을 사는 것이 더 나은가?싶긴 하네요^^

기억의집 2016-01-26 22:08   좋아요 0 | URL
두분이 결혼했다 하던데.. 나이차가 많이 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다락방 2016-01-27 10:43   좋아요 0 | URL
저는 지루해서 책장이 잘 안넘어가더라고요. 그런데 글의 분위기라는 게 저랑 안맞아서 그렇지 또 다른 분들께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조용조용히 잘 읽으시는 분들도 분명 있을테고요(밑에 건조기후님 댓글 참고하세요!). 음, 그렇지만 도서관가서 글의 분위기를 살펴보시고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ㅎㅎ

저는 박연준 시인의 시집을 좋게 읽었던 터라(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뭔가 아끼는 마음 같은 게 있어요. 이 책의 서문에서 김민정 시인도 `우리 연준이`라고 한다는데, 저는 `우리 연준이` 까진 아니지만, 어어 박연준, 하게 되는거죠. 신간 나오면 반갑고요. 그래서 산문집 [소란]도 내내 눈독 들이고 있었는데, 너무 감상적인 글들이 저랑 잘 맞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예전에 다른 시인도 그랬거든요. 시가 좋아서 에세이를 읽었는데 그냥 시만 읽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그 시인의 산문집을 읽고 들었더랬어요. ㅎㅎ

아, 오늘은 칠봉이랑 스피드 퀴즈 했어요. 리즈 위더스푼 나오는 영화 얘기하려는데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고, 그러니까 리즈 위더스푼 이름도 생각이 안나고, 영화 제목이 w 로 시작했다는 것밖에 생각이 안나는 거에요. 그래서

˝그 뭐지? 워크 였나?˝
하니까 칠봉이가
˝와일드거든?!˝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김요



기억의집님/ 네, 두 분이 결혼을 하셨고 결혼소식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쓰셨대요. 그래서 무척 관심이 가서 저도 읽게 되었답니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데 뭔가 알콩달콩한 러브스토리는 이 책에 거의 없어요. ㅎㅎㅎ 근데 둘 다 시인인만큼 어떤 식으로 살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뭐, 시인도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들과 똑같겠지만 ㅋㅋ

건조기후 2016-01-26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 표지 벗겨서 펼치면 안쪽에 그들이 지냈던 곳 지도가 있어요 ^^ 동선 떠올리며 천천히 훑어보는 것도 괜히 행복하더라고요, 내가 갔다 온 것처럼 ㅎㅎ

다락방 2016-01-27 09:57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뭔가 종이가 너무 약해서 벗겨볼 생각도 못했어요. 건조기후님 이 책 읽으셨군요! >.<

건조기후 2016-01-27 10:2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말씀하신 조용조용 잘 읽은 사람이 저예요 ㅎㅎ 저는 이 책을 다 읽고 너무너무너무 사랑스러워서 한번 꼭 안아보기까지 했답니다. 특별해보이는데 특별히 특별할 거 없이 그냥 조곤조곤한 분위기가 참 좋더라고요. 유난스럽지 않은 연인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것도. 저 역시 장석주보다는 박연준의 글이 더 좋았어요.. 소소하게 많이 웃었네요. 시집도 사보려고요! ㅎㅎㅎ

다락방 2016-01-27 21:45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 건조기후님은 박연준의 시보다는 이 산문을 더 좋아하실 것 같아요. 아, 제 생각이니까 제 말을 신뢰하진 마시고요. ㅎㅎㅎㅎㅎ
말씀하신 것처럼 유난스럽지 않은 연인의 모습을 보여준 건 저도 좋았어요. 유난스러운 거 싫거든요. 신형철의 공개 청혼같은... -0- 신형철의 그 서문 이후로 저는 신형철을 버렸습니다. -_-
그런데 장석주의 글을 읽어보니 사실 박연준을 좋아한다는 게 뭐랄까, 전혀 드러나지 않더라고요. 약간 서운하기도 했어요, 저는.

보물선 2016-01-26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결혼, 은근 멋짐~

다락방 2016-01-27 09:57   좋아요 0 | URL
그쵸 멋지죠? 좋은 방법이다, 저도 생각했어요. ㅎㅎ
그리고 뭔가 시인들의 만남인 것도 좋아요!

2016-01-26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1-27 09:58   좋아요 0 | URL
네, 두 분 결혼 축하는 결혼 축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미는 없었습니다. ㅎㅎㅎㅎㅎ

기억의집 2016-01-26 2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석주가 시인이자 예전에 청하츨판사 대표였죠?! 저렇게 살아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울 남편은 와인보다 소주를, 스테이크보다 찌개나 국이라서.... 한번도 저런 장면을 연출한 적이 없어요. ㅠㅠ.

다락방 2016-01-27 09:59   좋아요 0 | URL
제가 장석주를 이 책에서 처음 만났거든요. 다른 분들은 이미 장석주를 알고 또 좋아하고 계시던데 저에겐 사실 관심밖의 인물이었어요. 박연준을 좋아해서, 박연준한테 관심이 있어서 이번에 장석주한테도 관심을 갖게 된건데, 음, 저는 딱히 이 책으로 인해서 더 호감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더라고요.

기억의집님 남편하고 저런 장면 연출이 불가하다면, 그냥 혼자 연출하세요! 저는 혼자서 술상 잘 차려 먹어요. 사실 저렇게 근사하게는 못차리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고기 사다가 막 구워가지고 와인하고 먹고 그래요. 저도 남동생이 맥주,소주파라서 집에서 함께 먹을 때는 남동생은 소주나 맥주 마시고 저는 와인 마셔요. 각자가 좋아하는 술로 알아서 마신답니다. 다만 함께 마실 뿐이죠. 훗.

heima 2016-01-27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용조용 아껴가며 읽은 사람 중 한 명이에요. 난다 걸어본다 시리즈가 대체로 이렇게 조용조용한 것 같더라고요 (저도 세 권 밖에 안 읽어서 다른 책은 어떤지 모르지만 ㅎㅎ) 저 역시 박연준 글이 더 좋았답니다. 저 소란 있는데 보내드릴까요?

다락방님과 남동생분은 늘 사이가 참 좋아보여요. 이런 남동생이라면 저도 하나 있었음 좋겠네요 ㅋㅋㅋㅋ

다락방 2016-01-27 21:43   좋아요 0 | URL
헤이마님도 조용조용 잘 읽어주셨군요! 아니 그런데 박연준과 장석주 두 분에게 미안해지네요. 재미없게 읽은 사람만 포스팅을 하게 되어서 .. 하하하하하하하하핫. 저는 난다 걸어본다 시리즈 이 한 권 밖에 안읽었고요, 그 아내.. 생각하며 걷는 책인가? 그건 읽어보고 싶어서 보관함에 넣어두었어요. 흣. 저기.. 저 .. 소란 보내주셔도 돼요? 제가 덥썩 받아도 될까요? 히히히히히.

저도 제가 남동생과 친한 것, 여동생과 친한 게 너무 좋아요. 이렇게 지낼 수 있어서 정말 좋다, 다행이다 라고 늘 생각하고 있어요. 이게 제가 받은 큰 복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

2016-01-27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8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1-28 0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테이크와 와인이 있는 저녁` 다음번 대선공약이면 어떨까요?ㅎㅎㅎ 저도 요즘 이상하게 사서 읽고 후회하는 책이 종종 발견됩니다...-_-:: 자꾸 헛다리를 짚네요.

다락방 2016-01-28 09:14   좋아요 0 | URL
저 지금 읽고 있는 책도 완전 메롱이라서 짜증이 어마어마해요. ㅠㅠ 좋은 책 한 권 제대로 골라 읽어야겠다고, 이 구린 책 읽으면서 생각하고 있어요. 이건 구리다고 꼭 언급하고 가야할 책이에요. 흙 ㅜㅜ

노란곰 2016-02-03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버넌트는 보는 내내` 왜 안끝나지? 정말 끝까지 가는구나.` 란 생각으로 봤는데. 보고 나서도 별로였는데. 다음날부터 먼가 자꾸 마음속에서 울렁울렁하네요. 제겐 좋은 영화였어요^^

다락방 2016-02-03 11:09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 보면서도 괜찮았고요 보고나서 극장을 나서면서도 좋았어요. 그 좋았다는 게 즐겁다와 행복하다 같은 감정이 아니라 되게 서늘한 감정이었고요. 저 사람, 아들의 복수를 위해 저렇게 이를 악물고 삶을 버텨왔는데, 그게 사라져버린 앞으로는 어떻게 살게될까, 하는 생각에 되게 쓸쓸해지더라고요. 앞으로 그의 남은 삶이 참 고독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늘했어요..
 















대학시절 나는 공부를 못했다. 뭐 대학시절만 못했겠나. 고등학교때도 못했다. 음..잘했던 때가 있긴했는데, 남들 다 잘하는 초등학교때가 그랬다. 좋은 시절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이쁘고 성격도 활발해서 전교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던, 그런 시절이었다. 남자아이들은 곧잘 따라와서 집앞에서 크게 내 이름을 부르며 나오라고 하기도 했고, 다른 반 남자아이가 와서 나 좋다고 내 얼굴 보고 가기도 했다. 좋은 시절이었다. 선생님들은 나를 예뻐했고 나는 어디를 가나 인기만점의 똑똑하고 예쁜 학생이었다. 잘난 시절이었다. 음... 그러나 사람은 어떻게 성장할지 아무도 알 수 없어...중학교에 진학하고 나자 내 앞에 앉은 아이가 나를 돌아보며 '우리 학교에 너랑 이름 똑같은 애가 있었는데 걔는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달리기도 잘하고 남자애들한테 인기도 많은 애였어' 라더라. 그래서 나는 '그게 나야' 라고 했다. 그러자 그 아이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니가???????????????

고등학교 때는 교복 안에 초록색 체육복을 입고 왔다갔다하다가 아빠를 만났는데, '널 아는 척 하고 싶지가 않았다' 라고 고백하셨다. 


아빠...


좋은 시절이었다.


이십대 중반에 그 동창 찾아주는 사이트로 초등학교 동창 남자 아이를 한 번 만났는데 술 마시며 얘기를 하다가 그러더라. '너 남자애들한테 인기도 많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었는데.....'


응?

근데?

왜 그렇게 말을 끝내?



...................


그 후로 나는 동창찾기 사이트에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다. 과거는 과거대로 묻어두자...고 새삼 결심했다. 저녀석도 만나는 게 아니었는데..그간 다른 아이들이 만나자는 거 잘 피해왔는데 내가 미쳤지 왜 나갔었나....그 후론 연락도 씹었다. 아 나의 과거여...



이십대 중반에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어릴적 사진을 몇 장 보여준 적이 있었다. 다 본 후에 남자친구가 그러더라. "그 후에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거니?"



..................................

씨발...





아 나 이런 얘기 하려던 거 아니었는데, 공부 얘기 하다가 삼천포로 빠졌네. 그러니까 이게 그렇다. 나는 한글이나 워드 같은 데다가 써야할 글을 정리한 뒤에 옮기는 게 아니라 그냥 알라딘 페이퍼 쓰기 창을 열고 다다다다닥 쓰는 타입이라 그냥 머릿속에서 글이 막 나와가지고 원래 쓰려던 목적을 잊고 이렇게 자꾸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는 거다. 어쨌든, 나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었고, 대학시절에는 성적표에 한 번도 A를 받아본 적이 없는 거다. 그런데 그네누나의 성적표를 보노라니 우와- 싶어지는 거다. 저렇게 A 를 막 받다니...대단하구나!!!! 그런 한편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공부를 잘한다는 건....뭐지?



공부를 잘한다고 회사 일을 잘하는 게 아니고 공부를 잘한다고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확실히 알게 된 게, 공부를 잘한다고 정치를 잘하는 것도 아니라는 거다. 게다가 공부를 잘한다고해서 소통을 잘하느냐, 전혀 아니다. 공부는 단순히 머릿속에 지식을 넣는 일이다. 그 지식은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으면 누구나 넣을 수가 있다. 물론 집중력이라든가 아이큐라든가 하는 개인차에 의해서, 같은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누군가는 100점을 받고 누군가는 40점을 받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앉아서 머리에 넣으려고 하면 넣을 수 있는 게 지식이란 거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인데, 단순히 내 머릿속에 지식이 많다고 해서 그 지식을 꺼내서 더 빠른 속도로 일을 하고, 더 나은 해결방법을 찾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거다. 지식이 많다고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게 아니라는 거지. 




나는 1학년 1학기때 학사 경고를 받았고... 8과목 들었는데 F 가 다섯개 D 가 세 개 였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정말이지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성적표를 가지고 있다. 어제 시사인에서 저 성적표를 보는 순간 으응? 내 성적표와 나란히 놓고 싶어지는 거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공부는.. 뭐지?


여튼 나는 공부에는 전혀 소질이 없는 걸로. -0-

공부에 별로 소질이 없는데...나 안챙피하다!! 안챙피해!! 안부끄러워!!!

챙피해가 맞나요 창피해가 맞나요?


인생...




어제 술을 마셨기 때문인지, 오늘 아침 알람을 끄면서 '아웅, 오늘이 토요일이라 좋아, 안일어나도 돼' 했다. 그러다 갑자기 등골이 싸해지면서, 그렇지만 내 알람은 평일에만 설정해놨는데.....하고 차분하게 다시 생각해보니 금요일이더라. 아하하하하하하하. 인생..................인생은.. 뭐지? 



아, 인간은 왜 출퇴근을 반복하며 살아야 하나, 싶었다. 그냥 그렇게 살면 안되나. 자다가 먹다가 마시다가 음악 듣다가 섹스하다가 또 자다가 먹다가 섹스하다가 마시다가 노래도 부르다가... 그냥 그렇게만 살면 안되나.... 인생.......



그렇지만 그렇게 먹는 것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섹스하려면 콘돔 사야 하고, 마시려면 술 사야 하고, 호텔에 머물려면 호텔비 내야 하고...그러려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돈을 벌어야 되는거겠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 거 안하고는 누릴 수가 없는 거겠지.....



인생..................

달콤한 순간을 즐기기 위해 노동을 담보로 하는 것이 인생인가...

인생.......


댓글(31)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별족 2016-01-2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읽으셨을지 모르겠으나,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락방 2016-01-22 10:30   좋아요 0 | URL
오오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제가 잘 읽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요.
그런데 별족님, 그 책을 제게 왜 추천하고 싶으신거에요?

별족 2016-01-22 13:42   좋아요 0 | URL
이상적인 삶에,대한 묘사때문에,요.

감은빛 2016-01-2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대학시절 학사경고 받았죠. 선동렬 방어률과 학점을 비교해야할 상황이었어요.

전 단 한번도 공부를 잘 한적은 없는듯해요. 늘 평균 수준이었죠.

학창시절엔 자랑할만한 시절은 없으나, 운동하면서 칭찬도 많이 받고, 인정도 많이 받았죠.

이런 천상 운동권이란 소리군요. 썩 좋은 것 같진 않은데요.

다락방 2016-01-22 10:32   좋아요 0 | URL
전 고등학교랑 대학교 시절 그리고 이십대 시절이 `없었던` 시절이라고 생각해요. 제게는 말이지요. 그 때를 통째로 들어내도 아무런 변화를 못 느낄 것 같달까요. 뭔가 30대가 되고나서부터 제가 저 다워지기 시작한것 같은데, 그렇지만 그 때를 들어낸다면 저는 또 지금의 제가 아니기도 하겠죠. 아하핫.

그렇지만 공부를 못한 제가 부끄럽지 않습니다! (단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6-01-22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미녀는 공부와는 거리가 먼 겁니다.. 미녀 다락방님.

오거서 2016-01-22 09:58   좋아요 0 | URL
미녀는 잠꾸러기라잖아요 ^^

다락방 2016-01-22 10:33   좋아요 0 | URL
음.. 저는 미녀의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군요. 아하하하하

치니 2016-01-22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이제 약 8시간만 버티면, 2박3일의 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힘을 내어 보아요!

다락방 2016-01-22 10:35   좋아요 0 | URL
네, 힘을 내야지요. 일단 두 시간 버티면 점심시간... 점심시간이 기다려져요. 꺅 >.<

다락방 2016-01-2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칠봉이가 이 페이퍼 읽고 전화했다. 술이 아직 덜 깬 채 쓴 글 같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다 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고 말해놓고 두 줄 지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징가 2016-01-2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을 살아가는 건 삶에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짜로 얻는 행복은 노력해서 얻는 행복만큼에 기쁨을 안겨주지 못하며 앞으로 일어날 일들 모르는 불확실성이 우리를 힘들게 하여도 그 불확실성 때문에 인생이 한번 살아 볼만한 가치가 있진 않은건지

다락방 2016-01-22 12:38   좋아요 1 | URL
민정식 님의 댓글은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유명한 대사를 생각나게 하네요.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하기도 하지만 또 기대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 오늘을 살고 또 내일을 살기 위해 일정 부분의 힘겨움을 감수하는 거겠죠.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이라는 문장을 저는 아주 좋아합니다.

징가 2016-01-22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참고로 그네같은 저능아 때문에 기분상하지 않기를

다락방 2016-01-22 12:39   좋아요 0 | URL
그가 대통령이기 때문에 속상한 부분은 있죠, 분명히.

징가 2016-01-22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이다` 멋집니다 이 문장 ..

다락방 2016-01-23 17:35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저 만화책 읽고 기억나는 게 저 문장 뿐이네요. ㅎㅎ

초딩 2016-01-22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초딩이지만, 음 제 대학1년때 성적표랑 같으시네여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6-01-23 17:35   좋아요 0 | URL
아, 저랑 같은 성적을...받으셨던 겁니까? ㅋㅋㅋㅋㅋ 반갑습니다!

clavis 2016-01-22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대학4학년때 4.5만점에 4.43받았는데 어떤 얼굴도 이쁘고 얼굴도 이쁜애가 4.5를 받는바람에 전액을 못받았어요

고3때 불어를 가 받았는데
담학기에 만회하려고 수 받고

대학1학년때c 두개때매 계절학기 들었는데 생리학과 물리학 둘 다 f받았어요

성적잔혹사인가요?
아님 인생총고해?
우어ㅠ

다락방 2016-01-23 17:35   좋아요 0 | URL
오, 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점수를 받으셨군요! 저는 대학교 4학년 1,2 학기에 미친듯이 노력해서 결국 졸업할 때는 평점 2.0 으로 졸업했습니다.

인생...

clavis 2016-01-22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을 읽는 내내ㅡ특히 초반부에 혼자서 읇조리던 말이 드디어 와락 얼굴을 내미니 깜짝 놀라기도하고 반갑기도 하고.

뮈 보태준거 인냐고 ㅇㅇ
저도 인생의 황금기 초딩시절 저를 알던 사람들이 중학시절 저를 못알아봐서 그심정알아요

다락방 2016-01-23 17:37   좋아요 1 | URL
인생의 황금기가 초딩시절이라니.. 흑흑 저는 중학교때는 재미있게 보냈다고 생각하는데 고등학교때부터 이십대 후반까지가 없었던 시절이었어요. 그리고 삼십대부터 다시 나타나 심지어 이제는 빛난다고까지 생각해요. 각자가 빛나는 순간은 다를텐데, 좀 더 젊었을 때 빛났다면 그건 그대로 좋았을테지만 저는 지금 이렇게 살아있음을 느끼는 게 무척 좋아요! 힛.

초딩 2016-01-22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서 전 `초딩` 이라는 제 닉네임이 좋아요 ㅋㅋㅋㅋㅋㅋ 무척

다락방 2016-01-23 17:3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그 초딩에는 초딩님의 깊은 뜻이 담겨있는 것이로군요! 흐흐

clavis 2016-01-23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렇지요?
번쩍.하고 빛나는 순간^^

다락방 2016-01-28 12:04   좋아요 0 | URL
누구에게나 있지요. 힛 :)

뽈따구 2016-01-2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대학교때 학점 3.0 한 번 넘어보자하고 일년동안 엄청 달렸거든요?
근데 그 일년동안 학점이 2.99, 2.99가 나온거예요! ㅠㅠ 휴......
그 뒤로 그냥 학점은 학점인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6-01-28 12:04   좋아요 0 | URL
아 뽈따구님..그런 안타까운 일이 ㅠㅠ
저는 4년 내내 2.99도 한 번 받아본 적이 없네요. 제일 잘했을 때가 2.8이었던 것 같아요. 아하하하하.

transient-guest 2016-01-28 0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점만 잘 받는 인간들이 망쳐놓은게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그리고 평생 공부못한 저도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ㅎ 끝으로 애비가 독재자면 미국대학교를 가도 A받을 수 있었을겁니다...(저 말고, 그네가요)

다락방 2016-01-28 12:06   좋아요 0 | URL
네. 어떻게 사느냐는 공부와는 사실 별 상관 없는 것 같아요. 지식을 우겨넣는다고 그 사람이 지혜로워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지식을 우겨넣는다고 대화가 잘 통하는 것도 아니고요. 공부를 잘하면 물론 좋겠지만, 공부를 반드시 잘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요. 늘 A 를 받았던 누군가 때문에 공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됐네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