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게는 십대의 딸이 있고 남자에게는 이십대의 아들이 있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일찍 아이를 낳았다면 아마 십대의 딸을, 어쩌면 이십대의 아들을 가질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그러니까 청춘시절을 보냈고 중년의 시기에 이른 사람들이다. 나보다 아주 조금 더 나이 들었을 뿐이다. 각자의 삶을 살아왔고 또 각자의 목표도 있었다. 남자는 좋은 남편이나 좋은 아버지 대신 '좋은 의사'를 가장 큰 가치로 두었었고, 여자는 '좋은 엄마'를 가장 큰 가치에 두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것들을 놓치고 아쉬워하기도 하고 후회하기도 했다. 그들이 바라는 바를 이룰 수는 있었지만, 놓친 것들, 차마 가질 수 없었던 것들, 그것들이 자신들의 삶을 얼마나 공허하게 했는지를 각자의 방식으로 깨닫고 있었다는 거다. 그런 차에 그들은 서로를 만난다. 로댄스라는 지역에서, 태풍이 다가오고 있는 해변가의 여관에서.




남자는 이 여관의 유일한 손님이었고, 여자는 여관주인의 친구였다. 여행간 친구를 대신해 이 남자가 머무르는 동안만 여관을 봐주기로 한 것. 그래서 손님 침실의 시트를 갈고 손님의 식사를 책임진다. 그녀가 요리를 하고 와인을 따라주고 그러다 둘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정말 아름다운데, 그 장면은 그 자체로 내게 너무나도 완벽하게 느껴져서, 이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들이 먹고 마시고 이야기만 나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나는, 다정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먹고 마시는 장면을 몹시 좋아한다. 내가 생각하는 삶의 궁극적 가치는 바로 거기에 있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고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것. 그런 장면들만이 내 삶속에 가득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여관에서의 혹은 호텔에서의 당연한 일과가 내게는 무척 완벽하게 느껴졌다. 별 것도 아닌 것 같은, 이 작은 일과가.





서로가 놓친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리고 서로가 잘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러니까 사실 그들이 그동안 살아왔던 삶에 대한 변명들을 이야기하고 들어주면서 그들은 가까워진다. 게다가 같이 태풍까지 견뎌낸다. 그러나 이들에게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고, 남자가 떠날 시간이 다가온다. 남자는 사이가 멀어진 아들을 찾아 에콰도르까지 날아가야했고, 여자에게 말한다. 나는 너가 좋지만, 너와 함께 보내고 싶지만, 그런데 지금 거기에 가는 걸 중단할 순 없어, 라고. 여자는 이해한다고 말한다. 그래, 떠나라, 고. 남자는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겠다고 말한다. 내가 가야할 곳, 내가 머무르게 될 곳은 여기서부터 아주 멀지만, 나는 그곳에서 당신을 생각하며 편지를 보내겠다고. 그들은 그렇게 힘들게 이별을 한다.






남자를 떠나보내는 여자도, 여자를 떠나려는 남자도, 이 과정이 쉽지 않다. 그러나 남자는 지금 '가야했고' 여자는 자신의 아이들이 어려 '같이갈 수 없다'. 이들은 이제 다시, 그들이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 자신에게 주어진 각자의 삶을 산다. 그러나 그 삶은 서로를 만나기 전과는 다.르.다.



그도 달라졌고, 그녀도 달라졌다. 어쩌면 인생에 가장 빛나는 한 순간을, 그들은 그 4박5일 동안에 가졌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좋은 점들을, 충분히 사랑할만한 사람임을 일깨워주었다. 그래서 각자의 삶이 더 소중해졌다. 자신의 가치를 믿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그 시간을 보낸다. 멀리 있지만 상대가 있다는 것, 그곳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먼 데에서 자신을 생각하고 사랑하고 아끼고 있다는 것,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삶을 하루하루 소중하게 보내도록 도와준다. 그래, 그는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겠다고 했고, 어느날, 정말, 



그로부터 편지가 왔으니까.





그녀는 자신의 일상을 담은 그리고 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마음을 편지에 띄워 보낸다. 그 역시 마찬가지. 하루종일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편지에 적어 보낸다.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편지에 적어 보낸다. 이 편지들은 그 먼데로부터 서로에게 가 닿고, 또 자신들에게 도착한 편지는 그 일상을 사는 힘이 된다. 우편함을 열어보고 편지를 꺼내고, 봉투를 뜯고 그 안에 적힌 내용과 그 내용으로 비롯된 마음을 읽으면서, 그들은 희망과 사랑을 품는다. 그들이 보낸 4박5일이 헛되지 않은 까닭이다.




그러나 '줄리언 반스'의 말처럼, '모든 사랑은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이다'. 이게 내가 이 영화에 대해 할 수 있는 마지막 말이다. 더 이상은 다른 말을 할 수가 없다. 다만, 내 여동생이 내게 해준 말을 떠올렸다. 그 말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적을 순 없지만, 나는 이 영화를 다보고 울면서 여동생에게 전화했다. 네가 내게 한 말이 떠올랐어. 네 말이 맞아.



그는 헤어지기 전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을 가졌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면 그 사람은 바보에요."






이 영화는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소설이 원작이라고 한다. 그래서 원작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작가의 이름을 넣고 검색해봤다. 와우- 이 많은 작품들이 이 작가의 것들이라니!! 내가 본 것들이 포함되어 있잖아!!

















그런데 이 영화 『나이트 인 로댄스』는 번역되어 나온 게 없네... 히잉 ㅜㅜ

세상은 이렇듯 나를 위하여 돌아가는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한다. 나따위 안중에도 없이 세상은 굴러가고 있어... 빌어먹을 엿같은 세상... 세상은 똥이야!!



최근에 본 영화가 많다. 이 영화를 비롯해서, 『알로하』, 『더 필』, 『세렌디피티』까지. 이 모든 걸 볼 수 있었던건 '넷플릭스' 덕이다. 이 영화들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얘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세렌디피티는 할 말 정말 많은데,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 알로하도...



'인생이 뭐야' 라고 siri 에게 물으니 시리는 내게 이렇게 답했다.


<사람들에게 항상 친절하려고 노력하고, 기름진 음식 섭취를 삼가고, 종종 좋은 책을 읽고, 가끔 산책하고, 국가와 인종을 초월하여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평화롭고 행복하게 하루 하루를 살다보면 어느 날 그 참된 의미를 알게 될 것 같아요>


시리가 한 말은 '폴 오스터'가 그의 소설 『브루클린 풍자극』에서 주인공의 입을 빌어 한 말과 다르지 않은데, 그 인용문을 내가 어디다 적어둔 게 없어서 가지고 올 수가 없네. 안타깝다.



어쨌든, 나는 시리가 말한 대부분의 것들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데 단 하나, 기름진 음식 섭취를 '삼가지' 못해서 아직 인생의 참된 의미를 모르고 있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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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3-28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거요. 그리고 당신은 결국 남은 평생 동안 매일매일 후회를 하게 될 거고. 그렇게는 하지 마요, 조이스. 몸을 흔들어 펀치를 피하려고 해봐요. 턱을 바짝 끌어당기고. 그 어떤 허튼 충고도 듣지 말고. 선거 때마다 민주당에 투표하고.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내 완벽하고 멋진 몸에 대한 꿈을 꾸고. 비타민을 챙겨 먹고. 하루에 여덟 잔씩 물을 마시고. 메츠를 응원하고. 영화를 많이 보고. 일을 하면서 무리하지 말고. 나하고 같이 파리로 여행을 가고. 레이철이 아기를 낳으면 병원으로 가서 내 손자를 당신 품에 안아 보고. 식사를 하고 나서는 양치질을 하고. 빨간 신호등일 때는 길을 건너지 말고. 어린아이들을 보호해 주고. 당신 스스로를 보살피고. 당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기억하고.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기억하고. 얼음을 띄운 스카치 위스키를 매일 한 잔씩 마시고. 숨을 깊이 들이쉬고. 눈은 항상 크게 뜨고. 기름기 많은 음식을 피하고. 정시에 자고.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기억해요. p.376

다락방 2016-03-28 10:54   좋아요 0 | URL
아 아른님! 이거 맞아요. ㅠㅠ
아 눈물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고마워요 아른님. 아 아른님 사랑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개 2016-03-28 11:12   좋아요 0 | URL
엄지 척!(≥∀≤)/

무해한모리군 2016-03-28 11:30   좋아요 0 | URL
이문장만 읽어도 눈물이 나네요.

다락방 2016-03-28 12:10   좋아요 0 | URL
참 좋은 문장이지요?

비연 2016-03-28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 2016-03-28 12:10   좋아요 0 | URL
ㅜㅜ

단발머리 2016-03-30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리에게, 폴 오스터에게, 아른님에게, 다락방님에게.... 고마운 아침이예요.
저번에 읽고 또 읽네요.

마음에 너무 와닿네요. 아.....


다락방 2016-03-30 11:29   좋아요 0 | URL
정말 좋지요?
저렇게만 살면 좋을 것 같아요, 정말로요.
:)

기억의집 2016-03-3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리에게 저도 묻고 싶어졌어요. 정말 멋져요. 시리에게 묻는 다락방님의 번뜩이는 재치~ 저녁에 남편폰이 아이폰인데 한번 물어봐야겠어요. 대답이 똑같은지 아닌지는 낼 알려드릴께요!

다락방 2016-03-31 12:49   좋아요 0 | URL
아, 저의 센스는 아니었고요, 트윗상에 보니까 사람들이 시리에게 저렇게 묻고 답을 올리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보고 한 번 해본거에요. 아마 대답이 다 다를 거에요. 저도 벌써 몇 개의 답을 보았는걸요. 그 중에는 <삶은 달걀이지요>라는 답도 있었어요. ㅋㅋㅋㅋ 시리 귀여워요! ㅋㅋㅋㅋㅋ

담운 2016-04-04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을 가졌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면 그 사람은 바보에요.˝
세상엔 바보가 참 많아요 어쩌면 인생은 바보같이 사는게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듭니다.^^
대부분이 바보처럼 산다면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진짜 바보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ㅋ
이 영화, 나이트 인 로댄스에서 딱! 떠오르는말...
˝인생은 예상치 못한곳에서 시작되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끝나기도 한다˝
아~ 야튼, 꾸리꾸리한 월욜아침....다락방님의 리뷰는 살짝~ 감동이었습니다.^^

다락방 2016-04-04 13:42   좋아요 0 | URL
아 담운님.

인생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되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끝나기도 한다.

정말 그러네요. 담운님도 꾸리꾸리한 월요일 아침을 시작하셨나요. 벌써 오후에요. 감동을 드린 글이라니, 제가 감사합니다. 월요일 오후와 남은 이번 주도 잘 보내세요. 지금의 감동을 잊지 마시고요. 꾸리꾸리한 건 월요일 아침만으로 충분합니다.
:)
 

선거가 다가오면 언제나 딜레마에 빠진다. 내 소신껏 표를 행사하는 게 나을까, 그러다가 최악에 힘이 실릴텐데.. 그래서 고민하다 최악은 막자, 하는 투표를 하게 된다. 모두들 최악을 막자는 심정으로 투표해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사람은 저마다의 생각을 가진다. 어쨌든 어제, 아무개님의 좋은 글을 읽었다. 알리고 싶어서 링크를 건다.


http://blog.aladin.co.kr/701246196/8351232


링크의 글 발췌문 중에


'물론 정권교체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정권교페는 문제해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밖에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경험을 보면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그것은 대한민국의 기득권 시스템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 한 사람을 바꾼다고 해서 획기적으로 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팀'이 필요합니다. 몇몇 인물에 의존해서는 시스템을 바꿀 수 없습니다. 팀플레이를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팀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좋은 정당'입니다. 제대로 된 정당은 자신만의 가치와 비전을 가지고 , 수십 년이 걸리더라도 원하는 변화를 이뤄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흔히 권력의지를 말하지만, 정치공학적인 권력의지가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가진 팀이 필요합니다. 그런 팀이 존재하고 힘을 얻어야만 . 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p13-15


를 읽고 오래 생각했다(라고 하지만 사실 하루도 되지 않았다).


소신껏 투표하기로. 그리고 나의 한 표를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가진 팀'에 주기로.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뽑아야 한다고 어쩔 수 없이 생각했지만, 녹색당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그런데 녹색당에 내 한 표를 준다고 해서 이 작은 정당이 힘을 얻을까? 생각해보니 그럴 것 같지가 않은 거다. 다른 사람들의 한 표도 이쪽에 실려야 할 것 같은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녹색당을 알려야 한다. 이 작은 정당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를. 그래서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 회사의 동료에게 녹색당을 소개했다. 소개하자마자 아니나다를까, 녹색당을 지지하겠다고 했다. 



나는 녹색당에 표를 주고 힘을 실어주기로 결정하고 결심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나부터 녹색당을 잘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 공부가 필요하겠다. 아, 세상은 넓고 공부할 건 많구나. 나에게는 천오백명 이상의 즐겨찾는 사람들이 있다. 천오백명 이상이 나의 공간에 와서 내 글을 들여다본다는 얘기다. 물론 자주 오는 사람은 그중에서 극히 일부겠지만, 어쨌든 누군가 와서 내 글을 읽는다면, 그리고 그 수가 결코 적지 않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변함없이 글을 쓰는 일일 것이다. 내가 많이 늦었지만, 아주 많이 부족하지만, 나보다 더 늦은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녹색당을 알린다.


































나의 운명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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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6-03-23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발한발 작은 걸음들이 모이고 쌓이면
언젠가는 좀 더 넓고 탄탄한 길이 만들어지겠죠?

함께 가봅시다. 그길을!


다락방 2016-03-23 09:27   좋아요 0 | URL
어깨동무!!

웽스북스 2016-03-23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주변에는 녹색당 당원들이 젤 많아요! 저는 정의당 당원이지만요. ㅎㅎ
녹색당 1석은 정말 의미 있을 것 같아요 : )

다락방 2016-03-23 09:58   좋아요 0 | URL
저도 사실 이렇게 결심하기 전까지는 정의당에 표를 줄 생각이었어요. 저는 이렇게 정의당을 떠납니다..(읭?) 저는 이제 녹색당으로...

근데 어쩐지 저는 제 스스로가 정의당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긴 해요. (이런 느낌은 무슨 느낌일까..)

웽스북스 2016-03-23 09:5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의로운 여자라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6-03-23 10:01   좋아요 0 | URL
음..... 정의당으로 다시 갈까........ 어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휘청휘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6-03-23 15:07   좋아요 0 | URL
형 어디가!!

다락방 2016-03-23 15:11   좋아요 0 | URL
형이 지금 중심을 못잡고 있구나. 미안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니 2016-03-23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녹색당 지지자입니다. 기본적으로는 환경 이슈 쪽 보다는 기본소득과 동물권 보장 등의 주장 때문에 지지하지만, 지난 선거에서도 녹색당 찍었던 이유는 제주도 특유의 개발 광풍 때문이기도 해요. 제주도의 지금 상황을 보면 여기야말로 녹색당이 선전해야 가장 좋은 곳인데! ㅠ (실상 결과를 보니 4천 표 가량 받은 듯 ㅋㅋ ㅠ)
저도 다락방 님처럼 고양이와 사는 동료에게 한 표를 권했어요. 오, 그래요? 하며 반응은 있었지만 정말 찍을지야 모르죠.
이제 전 너무 기대치가 낮아져서, 그나마 투표장에 다들 가기라도 했음 좋겠어요.ㅠ

다락방 2016-03-23 13:32   좋아요 0 | URL
이미 녹색당을 지지하시는 분들이 많군요. 뭔가 으쌰으쌰 힘이 나네요. 저는 이렇게나 느리고 무식한데 이미 관심을 갖고 행동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게 참 좋으네요 ㅠㅠ 반성도 되고 ㅠㅠ
일단 가장 빠른 게 고양이와 사는 친구일 것 같아 말해본건데 즉각 효과가 나타났어요. 말해주어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실제로 표를 확보!! 했어요. 으하하하. ㅠㅠ 그래봤자 얼마만큼의 소득이 있을까 싶지만 ㅠㅠ

cyrus 2016-03-23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감은빛님이 보신다면 엄청 좋아하실 겁니다. 그 분도 녹색당에 관련된 일을 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감은빛님의 녹색당 소개를 계기로 지난 총선 때 녹색당을 투표했습니다. 이번 총선에는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다락방 2016-03-23 13:33   좋아요 0 | URL
네, 알고 있습니다. 감은빛님의 글에서도 보았었고 저는 감은빛님 만나뵙기도 했었고요. 진작 더 주의깊게 관심을 가졌어야 했는데 제가 너무 늦었네요. 어쨌든 저는 늦게나마 힘을 보태보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6-03-23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녹색당의 원내진입은 큰의미를 가질 걸로 봅니다. 녹색당이 향후 대선 총선에서 다른당들에게 적극적 정책연대를 제시해 관련 정책을 한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락방 2016-03-23 14:15   좋아요 0 | URL
네, 굉장히 의미있을 거라고 생각돼요. 이번에는 지난 선거보다 훨씬 많이 득표해서 원내진입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블랙겟타 2016-03-23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선거제도가 가진 문제 때문에 녹생당 같은 의미 있는 원외정당 이나 정의당 같은 군소정당이 지지율에 비해 과소대표된것 같아 마음이 안좋았었어요. 그래서 헌재의 선거법 위헌 판정에 따라 선거법 개정에 조금이나마 기대를 걸었건만.. 결과는 거대양당의.. 합의로 오히려 비례대표가 줄어드는결과를 보자니 방에서 이불킥으로 나마 겨우 마음을 진정시켰었어요ㅜㅜ 근데 제 주위에도 녹색당원으로 계시는 분이 꽤 되거든요.? 여기댓글에서도 보이고... (응? 알게 모르게 많은 지지자분들 께서 곳곳에 암약하고 계시는 건가 ㅎㅎㅎㅎ) 녹색당 차원에서도 이번선거가 더더욱 힘든 선거가 되겠지만 ㅜ 꼭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아 참! 그러고 보니 녹색당 비례 2번으로 나오신 이계삼사무국장님 책, `고르게 가난한 사회` 이번에 샀었거든요.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하승수 운영위원장님 책도 몇권 집에 있고.. 저도 그러고 보니 녹색당이랑 가까웠네요 ㅎㅎ

다락방 2016-03-23 18:55   좋아요 1 | URL
아 블랙겟타님 선거와 정치에 이미 관심을 갖고 계신 분이셨군요! 멋져요!! ❤️
저는 녹색당을 이름만 알았지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늦게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필리버스터로 관심이 좀 더 커져서 살펴보니 녹생당이 눈에 들어왔어요. 블랙겟타님 책 엄청 많이 사시나봐요. 저는 들어보지도 못한 책인데 이미 갖고 계시고.. 멋져..
네, 댓글을 보니 제가 너무 늦은감이 있을 정도로 이미 많은 분들이 녹색당을 지지하셔서 든든합니다. 물론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야하고 또 갈 길도 멀지만요. 어쨌든 같이 가봅시다!!

블랙겟타 2016-03-23 19:41   좋아요 0 | URL
네에..^^;;; 근데 책을 사기만 하고 읽어야할 책은 쌓여만 가서. 그리고 책을 편식만 해서 큰일이네요. 그나마 다락방님덕분에 소개해주신 소설책 조금 보는 걸요 ㅎㅎ : ))) 네 같이 가봐요 ㅎ

2016-03-27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27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4-05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숨통이 트인다> 리뷰 쓰면서 이 글을 링크했어요.
좋은 글이라서요.^^

다락방 2016-04-05 12:18   좋아요 0 | URL
오, 네네, 얼마든지요! 좋습니다!
내 글은 좋은 글, 단발머리님은 좋은 분 ^^
 


 














여자와 남자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였고 사랑하는 사이였다. 결혼은 그들에게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자가 이혼을 원했고 그래서 여자와 남자는 별거중이다. 여자는 남자가 직업에 대한 열의가 없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질 않았다.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의 아빠로는 이 남자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일에서 성공적인데 남자가 그러지 못하고 있는게 싫었다. 그러나 그런 점이 싫었다해도 어쨌든 이들은 절친한 친구사이였다. 오랜 시간을 함께 지냈고 그동안 떨어져 지내 본 적도 없다. 이들은 같은 사람들을 알고 있고 둘만이 할 수 있는 장난과 농담이 있다. 별거중이지만 매일 붙어다니고 별거중이지만 사랑해, 나도, 를 말하면서 익숙하게 만나고 헤어진다. 


그러나 이 관계는 주변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보인다. 사람들은 그들에게 '너희들은 헤어질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라고 말한다. 헤어질 준비가 되는 사이도 있나... 여자와 남자는 우리가 절친이라 그런건데, 그게 뭐가 이상해,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이별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나, 그게 왔다. 이별의 순간이.


친하게 지내던 별거중인 이 남자가, 자신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음을 고백했다. 게다가 그 '다른 여자'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기까지 했단다. 이에 여자는 충격을 받는다. 충격과 놀라움 그리고 상처. 그녀는 애써 눈물을 삼키려고 한다. 그 다음부터는 그녀가 겪는 이별의 과정이 나온다.


남자는 그녀에게 '니가 나를 원하지 않는 줄 알았다'고 말한다. '너는 우리 사이의 아이를 원한 적도 없었다'고 말한다. 별거중이지만 친하게 지내던 이 남자와 여자가, 각자의 다른 상대를 찾아 헤매이다가, 결국은 아, 내가 올 곳은 여기로구나, 라고 생각하는 그런 내용의 영화일 줄 알고 봤다가, 이것이 결국은 이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라서 놀랐다. 이별을 겪어내는 영화라서 당황스러웠다. 아, 이게 내가 그냥 생각하는 이 사람과 이 사람은 어려움을 겪지만 행복하게 오래오래 둘이 잘 살았습니다, 가 아니네? 


극중에서 여자도 다른 남자들과 데이트도 해본다. 그 모두가 실망스럽다. 종국엔 괜찮은 남자를 만나 노래방을 갔는데, 그 남자가 노래방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다 여자에게 키스를 하는 순간, 여자는 자신을 직시한다.



나는 이혼하는 중이에요.



그녀는 자신이 이걸 극복해내야 한다고 말한다. 혼자서. 다른 사람의 힘을 빌지 않고 혼자서 헤어지는 것을 극복해내야 한다고 말한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를 도대체 몇 권이나 샀는지 모르겠다. 두 권씩 가지고 있었는데도 지금 내 책장에 없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그리고 내가 이별을 겪고나서 이 책이 너무 많이 생각나서 다시 들춰보고 싶었는데, 그런데 이 책이 없다. 왜 사람들은 책을 빌려주면 갖다 주질 않지? 다시 사야겠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의 속편인 [일곱 번째 파도] 에서, 에미는 레오에게 자신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그 누구보다 레오에게 그 사실을 말하고 싶었을 테지만, 그걸 말하지 않는다. 나는 영화속 에서 여자가 새로 만난 남자에게,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있는 남자에게 '이걸 혼자 극복해내야 해요', '난 이혼중이에요' 라고 말한 것이, 에미가 레오에게 이혼한 사실을 얘기하지 않은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본다. 내가 극복해내야 하는 이 이별이, 당신을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나는, 내가 혼자 이걸 극복해서 다시 온전한 나 자신이 된 후에, 그 후에 너를 다시 만나야 한다, 라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누군가 도와주는 이별은 조금 더 쉽게 극복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나의 이별이니만큼 혼자서 오롯이 극복해내야 할 것이다. 그러면 한층 단단해져있겠지. 그 과정은 아주 길고 힘들고 고되겠지만, 많이 아프겠지만.


단단해지긴 뭐가 단단해지냐...안 헤어지는 게 답이지.. 누가 단단해지고 싶대......


아래 노래는 영화가 시작되는 처음에 나오는 노래. (동영상 어떻게 올리는거야 제기랄 ㅠㅠ)


https://youtu.be/Yg7XFVbrEFI





금요일에 이 영화를 봤다. 아, 이별을 말하는 영화구나, 했다.

토요일에 이별을 했다. 아, 이별을 말하는 영화를 봐서 나에게 이별이 왔나, 이 영화를 괜히 봤나, 자꾸 후회가 됐다.

일요일에 이 영화를 다시 봤다. 이별 전에 보았을 때와는 아주 많이 다른 것들이 보였다.

이를테면 이별을 겪어나가는 여자의 모습이랄까.

여자는,



술에 떡이 되고, 폭식을 하고, 약을 하고, 엉망이 된 채로 남자를 만나 돌아와달라고 붙잡아보고, 그게 안되자 남자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여자는 하염없이 엉망이 된다. 




어제. 남동생이 거실 소파에 앉아 개그프로그램을 보는데 내가 그 옆에 앉았다. 프로그램에서는 뚱뚱한 남자가 나오고 있었다. 나는 남동생에게 물었다.



나도 백키로 찍으면 저렇게 턱 살이 출렁이겠지?



남동생은 그렇겠지, 했다. 나는 나를 위해서 뭘 해야 할까. 술에 떡이 되고, 폭식을 하고, 약을 .. 하진 못하겠구나, 내게는 영화에서처럼 약을 구해주는 남자사람 친구가 없으니까... 그래서 하염없이 엉망이 되어, 턱 살을 출렁이게 만들어볼까. 그러고나면 극복이 되어서 더 단단해져있을까. 그러고나면 쏟아지는 햇볕을, 넘치는 봄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러고나면 봄이 봄일까. 아니 나는 여름에 백키로를 찍을까. 가을이면 백키로가 완성될까. 의외로 한 달 뒤에 될 수도 있어.




여자는 친한 여자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한다. 축사를 하면서 덧붙인다. 서로를 존경하라고,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라고. 그게 그녀가 남자와 함께하고난 후에 깨달은 것들이다.


Be patient.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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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4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14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Eunju 2016-03-1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영화 재밌게 봤어용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6-03-14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보겠어요.
저는 아주 오랜 단짝 친구랑 연애를 하고 헤어지고 후회를 했어요.
뭐랄까 다시 볼 수 없게 되버려서.... 아 난 왜 사랑 우정 연민 이런 것들을 다 연애로 귀결시키며 살았을까 하는 후회를 하면서요 ㅎㅎㅎ 안했으면 안한대로 후회했겠죠?

따뜻해지면 기분 좋은 일이 많이 생길거예요. 제가 예감이 좋거든요. 절 믿으세요.

moonnight 2016-03-14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엉망 되었을 때가 떠오르네요. 잊자ㅠㅠ;;;

blanca 2016-03-14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슬퍼요. 다락방님의 이별. 무언가 더 말을 덧붙이고 싶은데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요...

2016-03-15 0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15 1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16 0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17 0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17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18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 알라딘에 올라온 글들 중 좋았던 글이 L 님의 글이었는데, 삼십대의 연애가 이십대의 그것과는 좀 달라졌다는 내용이었다. 어릴 적에 감정이 폭죽처럼 터지는 것 같았다면 삼십대에는 밀려오는 감정들을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고. 


요즘의 나는 여러가지 면으로 노화를 실감한다. 작년부터 보이기 시작한 새치도 그렇고 푸석해진 머릿결이 그렇다. 짧아진 생리주기와 적어진 생리양에서도 노화를 느낀다. 예전엔 샤워를 해도 피부가 언제나 촉촉했는데, 이제는 건조해져서 가끔 바디로션을 바르고 싶어진다(라고 해서 바르진 않는다). 핸드크림을 필수로 겨울에 가지고 다니게 된 것도 노화를 느껴서이다. 손을 씻고나서 손이 건조하다는 걸 이렇게 실감할 수 있다는 것, 이게 노화가 내게 가져다 준 것이다. 이런 신체적인 변화들이 많이 두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이 먹는 것 자체가 싫지는 않다. 


나는 내가 여러가지 면에서 더 성숙해졌다는 걸 안다. 여전히 어린 시절처럼 고집 센 나이지만, 내가 나를 좀 더 잘 알게 된 것은 그동안의 삶이 내게 가져다준 것이다. 나이들면서 내게 좀 더 잘 맞는 사람들을 찾아 곁에 둘 수 있게 된 것 같다. 연애는 말해 무엇하랴, 내게 최상의 상대를 맞춤하게 찾아 함께할 수 있는 것도 나이 들면서 가능해진 것이다. 확실히 나이들수록 나는 점점 더 좋은 상대와 친구가 되고 아주 좋은 상대와 연애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지나간 삶에 대한 반성도 나이들면서 가능해졌고, 내가 가진 단점이 무엇인지 또 장점은 무엇인지도 나이들면서 알게 되었다. 여러모로 나는 과거의 나보다, 어린 시절의 나보다 좀 더 나은 어른이 되어 있었고, 그리고 지금의 나, 나이들고나서 내가 하는 연애가 좋다. 나는 삼십대 이후부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삼십대이후부터가 정말 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서 다행이고, 이런 나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수시로 든다. 사랑과 이별에 대해서도 처음 겪는 것이 아니므로 익숙해진 것도 사실이다. 익숙해졌다해서 이별 후에 아프지 않은 건 결코 아니지만 뭐 그렇다는 거다. 그렇지만,



삼십대를 살면서도 나의 사랑의 감정은 폭죽처럼 터진 적이 있다. 물론 늘상 그런것도 아니고 연애의 상대마다 그랬던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분명히, 삼십대 후반까지도 내 감정이 정말로 말 그대로 지랄요동을 쳤던 때가 있다. 돌이켜보면 그게 싫어서 언제나 안정적인 상대와 안정적인 연애를 하고자 했던건데, 그 격렬한 감정을 피하고 싶어서 조용한 연애를 선택했었던 것인데, 실상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었던 때는 그 격렬한 감정을 맞닥뜨렸을 때였던 것 같다. 당시에는 그것이 괴로워 몸부림치지만, 그러나 나는 그런 극한의 고통을 행복으로 느꼈던 것 같다. 아아, 가장 최근에 그 격렬한 감정을 느꼈던 때가 떠오른다. 몇 해전이었는데, 아아아아아, 진짜 하루종일 그 남자 생각이 나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거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다른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어서, 아아, 차라리 이 남자를 모르는 채로 지낼까 생각할만큼 내 감정은 지독하게 격렬했다. 너무나 혼란스럽고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있던 나는, 아니야 안정적인 내가 되어야 해, 평안한 일상으로 돌아가자, 마음을 다스리자, 라는 생각 때문에, 그렇게 하기 위한 액션을 취하기로 한다. 나는 언제나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는 사람이다.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 그럼 어쩐다? 그래서!!!!!!!!!!!!!!!!!!!!



백팔배를 했었다.



백팔배 어플을 실행시켜두고 방안에 스탠드만 하나 켜두고 그렇게 차분한 마음으로 백팔배를 했다. 아니지, 차분한 마음이 되기 위해 한거지. 이거 하면 어차피 운동도 되고 마음이 가라앉을 거야. 나는 차분해질 거야. 평안이 찾아오겠지. 어느순간 몸이 힘들어지면, 나는 그남자 생각을 잊고 내 몸에만 집중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땀을 흘리고 샤워를 하면, 나는 안정적인 잠으로 빠져들 수 있을 거야. 



그러나 백팔배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일어났다 다시 절을 하는 매 순간순간마다 그 남자 생각만 나더라. 다 끝낸 후에도 나는 계속 혼란스러웠고 감정의 폭풍에 휩쓸렸다. 



으음 이게 아니군, 이건 안되겠어, 다른 방법을 찾자. 뭐가 좋을까?


그리고 찾아낸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색칠공부!!!!!!!!!!!!! 그래, 이거야, 이걸 하자! 나는 이 책이 나오자마자 사두었고 이걸 하자고 36색 색연필까지 사두지 않았는가. 그러나 사두고 색칠을 하지 않았던 것은 내가 혹여 이걸로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였다. 힐링북이라는데 힐링 되기 보다는 뭔가 칸을 메꾸고 색을 칠하는 것이 어떤 의무감으로 느껴져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 시작하지 않고 있었더랬다. 그런 색칠공부에 나는 의존해보기로 한다. 그래서 색을 칠하기 시작했다. 자, 여길 연두색으로 칠했으니 여기는 초록색으로 칠할까, 아 이 색깔 썼으니 그렇다면 금색으로 칠해볼까, 아, 여기는 어떤 색으로 칠하지? 주황색이 좋을까? .... 하고 열심히 색을 칠하는 동안, 나는 온전히 색을 칠하는 행위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남자 생각이 1도 안났다. 내 머릿속엔 어떤 색으로 칠할까, 이것 밖에 없더라. 이것은 원래 멀티가 안되고 하나에만 집중하는 나의 성향 탓일 거다. 어쨌든 그런 영향으로 이것의 색을 칠하는 동안에는 내가 몹시 안정적인 상태가 되었던 거다. 팔이 아프게 칠을 하는 동안, 나는 오로지 색연필과 그림에만 집중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이 책이 달고 있는 타이틀대로 '힐링북'이 되어주진 못했지만, 내게는 다른 생각을 잊게 해주는데 도움이 되어줬다. 어떤 생각을 잠시라도 '잊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24시간 365일 내내 이 책에 색을 칠하며 지낼 수는 없다. 팔이 아파서 그만두는 시간이 찾아오고, 하다보면 또 지겨워져서 그만 두게 된다. 실상 내가 칠한 것도 이 책에서 두 장쯤 되나.... 두 장도 마저 다 칠하지도 않았어....그래서 색연필을 정리하고 책장을 덮으면 그때부터 또다시, 아, 팔아프다, 하고 주무름과 동시에 또다시!!!!!!!!




남자 생각이 난다. -0-




답이 없다. 생각나면 생각할 밖에. 이런 싯구가 있었는데...이런 비슷한 뉘앙스의 시 구절이 떠오를듯 말듯 안떠오르네? 뭐지? 찾았다!!! 아 나는 천재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말할 수 없는 애인

 

 

물이 없어도 표류하고 싶어서

외롭거나 괴롭지 않아도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곳으로 떠났다 돌아오거나 영 돌아오지 않겠지

가까운 곳에서 찾았어

우리는 모였지 인도 아프리카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사람들과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 학생들

지난해 여름부터 나는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었어

불한당 청년들의 표류처럼 불규칙적이었지만

무서운 속도로 어휘와 문법을 습득하는 그들이 참 신기하더라

말이 무색해서 팔다리를 브이 자로 벌렸지

매알매일 뱃멀미가 났어

멀리서 돈 벌러 온 한 이방인에게 나는 미약했지만

그의 까만 손가락이 내 얼굴을 두드렸지

장난스럽게 단지 두드리는 시늉만 했는지 몰라

전혀 두드리지 않았는지 몰라

적절한 문장을 못 찾겠어 도무지 사랑할 수밖에

그는 자신의 긴 이야기를 음악 소리로 듣는 마을에 가서

내 갈색 귀에 다 털려버렸지 코 고는 소리도 뭔가 이상했어

외국인 남자는 어떨까 상상하지 않았다면

말 못할 관계로 가지 않았다면 나는 살아 있는 것이 아니었어

생면부지의 것들을 만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사귀지 않는다면

위험하지 않다면 살아 있는 게 아닌 건 아니지만

끝없이 문제를 만들어야 했어

시험 문항을 만들고

혼혈의 아이들을 낳아 식탁에 둘러앉아 각자의 모국어를 섞어 말할지도 몰라

콩밥을 나누고 에이즈 환자 모임에 가야 한다 해도

사랑한다면 사랑할 수밖에

너와 헤어진 다음 날 그를 사랑했어




그래서 생각한건데, 나는 어쩐지 나이가 육십이 되고 팔십이 되어도 언제든 폭죽처럼 감정이 터지기도 할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노화가 진행되면서 아주 많은 것들이 서서히 달라지고 있지만, 폭죽처럼 터지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계속계속 내 안에 있으면서 나를 구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내가 뭐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내가 손 쓸 수가 없는, 내가 도무지 해결할 수가 없는 성질의 것인 것 같다. 터진다면 터질 수밖에. 아하하하하.


아침부터 타 블로그에서도 좋은 글을 읽고 알라딘에서도 좋은 글을 읽어서 생각이 많아졌다. 이렇게 과거 회상도 하고... 나는 이런 글들이 좋다. 공감의 글, 생각하게 하는 글. 아 난 역시 글이 좋아 ㅠㅠ 글이 좋고 책이 좋다 ㅠㅠ 여러분 글을 많이 많이 써주세요!!!




아침에는 여자저차해서, 소고기뭇국에 밥을 말아먹고 출근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에 와서 빵을 먹었다. 과정을 쓰자면 길어서 생략하고 결론은 내가 먹었다는 건데, 내가 먹은 빵은 이것이었다.



스타벅스의 크랜베리 아몬드 롤! 그리고 사무실에서 내린 아메리카노. 아아, 진짜 넘나 좋은 맛. 눈물 나게 맛있었다. 크렌베리 아몬드 롤과 아메리카노는 진짜 환상의 궁합이다. 이성을 마비시키는 맛이랄까. 먹으면서 맛있다고 계속 감탄하면서 울고싶었다. 좋아 ㅠㅠ 이 맛있는 빵과 커피.. 아메리카노는 맛있는 빵을 먹을 때 진짜 베프이며 절친이야. ㅠㅠㅠㅠㅠㅠㅠ 아 빵과 커피가 너무나 좋구나. 나는 동료에게 이렇게 말했다.



역시 다이어트 하지 않는 삶이 이만배쯤 더 행복해.




동료와 나는 내 말에 빵터져서 웃으며 행복하게 먹는 일을 계속했다. 

정말 그렇다. 다이어트 하지 않는 삶이 다이어트 하는 삶보다 이만배쯤 더 행복하다. 이것 역시 어쩔 수 없다. 살찐다면 살찔 수밖에. 술과 고기를 사랑하고 버터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아아, 정말이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오늘은 퇴근후에 강원도로 가는 기차를 탄다. 강원도에 도착해서 뭘 먹을까, 먹을 거 생각하면서 나는 또다시 행복에 잠긴다.. 행복은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언제나 이렇듯 손 닿는 데 가까이 있지. 가까운 식당에, 레스토랑에, 까페에 .. 행복은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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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6-03-11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아침마다 빵을 먹는데 확실히 빵은 뭔가 살찌는 급행열차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행복감이 드는 건 짱짱맨입니다 ㅋㅋㅋ

다락방 2016-03-11 10:32   좋아요 0 | URL
저는 빵을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데(응?) 아메리카노랑 먹을 때 진짜 행복감이 파도를 쳐요 ㅜㅜ 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6-03-11 10:3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달달한 빵일 수록 아메리카노 필수! ㅋㅋ

다락방 2016-03-11 10:36   좋아요 1 | URL
왜 행복한데 살이 쪄야하죠? 왜죠? ㅜㅜ ㅋㅋㅋㅋㅋ

젤리곰 2016-03-11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우 저 이 글 즐찾해두고 싶어요 ㅠㅠ

다락방 2016-03-11 10:36   좋아요 0 | URL
제목 옆에 별을 찜하세요! ㅎㅎㅎㅎㅎ

젤리곰 2016-03-11 11:36   좋아요 0 | URL
찜!

다락방 2016-03-11 11:42   좋아요 0 | URL
굳! (쓰담쓰담)

레와 2016-03-1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원도 먹방 사진 기대합니돠!!! 다락방~ ㅎㅎ

다락방 2016-03-11 11:42   좋아요 0 | URL
지금 목표는 소고기랑 감자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16-03-11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몇 십분씩 전화통 붙들고 씨름하고 나서,
진이 다 빠진 상태로 오랜만에 알라딘을 들어왔는데,
다락방님의 이 글을 읽으니 일 생각은 다 날아가고,
웃음이 나네요. ^^

또 일에 시달려야겠지만, 잠시 웃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다락방 2016-03-11 13:40   좋아요 0 | URL
아하하핫. 감은빛님께 웃음을 드릴 수 있었다니, 정말 좋은데요! 쉬엄쉬엄 하세요, 감은빛님.
조만간 소주 한 잔 합시다!

시이소오 2016-03-11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벚꽃 떨어질때면 여자 생각에 쩔쩔맨다`는 김훈의 문장이 떠오르네요. 재밌게 읽었어요. 웃다 가요^^

다락방 2016-03-11 14:05   좋아요 0 | URL
아, 김훈이 그런 문장을 썼습니까? ㅎㅎ
저는 실상 남자 생각이라기 보다는 `그 남자` 생각에 쩔쩔맸었죠. 어떤 이에 대한 애정은 가끔 통제불능이에요. 휴..

시이소오 2016-03-11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남자`님 이었군요. 행복한 남자님이네요 ^^

다락방 2016-03-11 14:27   좋아요 1 | URL
그랬어야할텐데요. 그무렵 저는 행복했는데 그는 어땠을지 잘 모르겠어요. ㅎㅎ

사소한 분노 2016-03-11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난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책도 여럿 소개 받았네요:)

다락방 2016-03-14 09:27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2016-03-14 0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14 0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는 남동생과 함께 치킨을 먹었다. 돈 내는 사람이 먹고 싶은 치킨 고르기로 하자고 해서 내가 굽네치킨 내가 살게, 라고 하자 남동생이 나 굽네 싫어 페리카나 먹자 내가 살게, 하길래 그래 그럼, 했다. 사실 나는 페리카나는 너무 기름기름해서 별로지만..얻어먹는 것이니 그러는 걸로... 함께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와인을 홀짝이다가 남동생은 통화를 한다며 제 방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에 나는 텔레비젼 채널을 돌리는데, [나는 자연인이다]가 나오고 있더라. 이제 막 시작한 것 같아서 그래 이거나 혼자 보면서 술마시자, 하고는 냉장고에서 깍두기를 꺼내가지고 와서 안주 삼아 먹으며 와인을 마셨다.


어제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사람은 꽤 인상깊었다. 그동안 이 프로에서 자연에 들어가 혼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간사에 지치고 건강이 악화된 사람들이었다. 너무 아파서 자신의 몸을 회복시키고자 산에 들어와 좋은 공기, 좋은 약초들로 자신의 몸을 돌봐 주었던 것. 그러나 어제 나온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가족 때문에 들어왔다. 동생을 백혈병으로 잃고나서 그 상실감에 크게 방황하던 삼십대 초반 무조건 산에 들어와 숨어 살다가 다시 도시로 나갔는데 자신의 몸이 도시에 적응하지 못하더라는 것. 그래서 다시 산으로 들어갔는데, 자신이 책임져야 할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들의 건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다. 그러니까 가족의 건강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책임지자, 했던 것. 그렇게 16년간 산에서 혼자 집을 짓고 살면서 약초를 공부하고 눈을 뜨면 약초 찾고 손질하는 일에 열심이다. 산에 올라 이 약초 저 약초 다 구해 가방에 넣으면서, 이건 당뇨와 고혈압을 앓고 계신 아버지 드릴 것, 이건 관절이 안좋은 누나에게 줄 것, 이건 곧 결혼을 앞둔 딸에게 보낼 것... 하면서 챙기는 거다. 그리고는 챙겨둔 약초를 집에 와서 다 손질한다. 깨끗하게 물로 씻고 정성스레 덖는다. 약초의 기운이 빠져나갈까 주걱이나 젓가락을 쓰지 않고 손에 장갑을 끼고 손으로 직접 덖는다. 그렇게 손질한 약초를 가족들에게 보냈을 때 가족들이 아 맛있다 향이 좋다 는 등의 반응을 보이면, 그 재미에 자기가 계속 할 수 있다는 거다.



그에게 동생을 잃은 상실감은 아직까지 가슴 깊이 묻혀져있는 아픔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죽은 동생 얘기를 하는 것은 목소리를 떨리게 하는 일이다. 그런 사람이니 남은 가족들의 건강을 반드시 챙기고자 하는 그의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 식구들도 저 사람은 산에 살 사람, 하고 다들 인정하고 있다는데, 가족들이 바란 건 '더 깊은 산속으로는 들어가지 않는 것' 이라고 했다. 가끔이라도 자기들이 찾아와 만날 수 있도록.



산에서 살면서 몸에 좋은 약초를 챙겨 가족들에게 보내주는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산 사나이도, 그리고 그 사람은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라고 생각하는 가족들의 마음도 다 이해가 됐다. 그렇지만 약간 아쉽기도 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 옆에서 나랑 함께 밥을 먹고 웃고 이야기하고 잠드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그게 못내 아쉽긴 했지만, 세상엔 정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저마다 사랑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내 기준에서의 아쉬움이 그들에게는 아쉬움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멀리 떨어진 채로 서로의 안부를 챙기고 가끔 들여다보는 게 더 잘 맞는, 그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반드시 찰떡처럼 붙어있어야만 사랑인 건 아니니까. 어떤 사랑은 그 먼 곳에 당신이 있다는 존재의 확인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수도 있으니까. 



오늘 아침까지도 자꾸 생각났다. 혼자 산 속에 살면서 가족들에게 보낼 약초를 챙기는 산(山)사람이.





아침에 우연히 EBS 교재..어쩌고 하는 워딩을 보게 됐다. 나도 고등학생 시절 EBS 교재를 샀던 기억이 났다. 텔레비젼으로 몇차례 교육방송을 보던 것도. 그러자 생각이 갑자기 엄마에게 이르더라. 그 교재, 엄마가 사준건데. 문제집 참고서 다 엄마가 사줬는데. 내가 입을 옷도 그리고 학교 등록금 까지도. 그렇게 삼남매 대학 졸업까지 시키는 동안, 그 돈을 다 벌어대느라 엄마가 얼마나 허리가 휘었을까. 아빠의 경우엔 딸들은 대학에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었다. 내가 수능을 망쳤다고 울었을 때, 아빠는 대학에 안가도 된다, 돈 벌자, 라며 나를 설득하셨더랬다. 당시 아빠가 부러워했던 사람은, 딸이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취업해서 돈을 벌고 그 돈을 부모님께 드리는 집의 '아버지' 였던 거다. 엄마가 계속해서 강하게 대학에 보내야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면, 그저 아빠의 말에 알겠다고 답하는 사람이었다면, 그랬다면 지금의 내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되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더 나아졌을 수도 있고 더 나빠졌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더 미안하다. 내가 대학에서 배운 게 없어서. 대학에서 배운 게 없고 고등학교때 공부도 못했고, 문제집은 사달라고만 했지 죄다 안 풀고 밀리기만 해서, 뭔가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시킨 것 같은 생각도 들고. 어차피 풀지도 않을 문제집이었는데, 공부 잘하는 동생들이나 사주게 할걸... 나는 문제집 사줬다고 공부를 더 잘하지도 않았는데... 그러면서 왜이렇게 사달라고는 징징거렸을까. 이 문제집 사줘, 저 학습지 구독해줘... 돈도 없는데 자식이 공부하겠다고 하니 그걸 사주긴 사줘야겠고, 그런데 돈은 없고, 그런데 사줘야 되고, 그러니까 쉴 새 없이 돈을 벌어야 하고...


오늘 아침엔 갑자기 이런 게 너무 고마워지면서 이걸 꼭 엄마에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괜히 '나중에 말해야지' 했다가 말하지 않는다면 엄마는 내가 고마워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막 문자를 보냈다. 학창시절에 우리 삼남매 문제집이며 참고서 사주느라 고생이 많으셨어요, 대학까지 다 졸업시키느라 진짜 고생이 많으셨어요, 감사드려요, 라고 문자메세지 넣었다. 한참 손주들 유치원이며 어린이집 보낼 준비하시느라 바쁘실 우리 엄마, 아직 메세지 확인은 안하고 계신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사랑의 모습은 저마다 다르게 찾아오고 또 어떤 관계냐에 따라 다르게 진행되는 것 같다. 이모네집에 간다면 좋아서 미리부터 가방싸고 준비했던 어린 조카는, 이제 일곱살이 된 후에는 이모집보다 제 집을 더 좋아한다. 내 책상, 내 친구들, 내 방이 그립다고 울기도 하더라. 그 어린 아이에게 '나의 것'이 생기는 순간이 확 큰 순간이 아닌가 싶다. 그 아이에게 자신만의 생활이 생겼고, 그래서 이제 그걸 방해받고 싶어하지 않는 마음 같은 게 생긴 것 같다. 이모와 삼촌을 보고 함께 노는 건 좋지만 몇 밤을 자면서 있기는 싫은, 이제 그런 나이가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봐야만 했던 시간들이 분명히 있었는데, 각자의 생활이란 게 생기기 시작하면서 점점 더 다음에 보는 걸 기약하는 시간이 멀어진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중학생이 되고 또 고등학생이 되면, 그리고 대학생이 되면, 이모를 만나는 시간은 아마 연중행사가 되지 않을까. 차츰차츰 빈도가 줄어들다가 희미해지지 않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면서 부모로부터 독립해 따로 살지만 나는 아직도 부모님과 함께 산다. 그러나 어느틈에 우리는 한 집에 살지만 각자 생활하는 사람들이 되어 있다. 주말에 만나기는 하지만 주중 내내 엄마와 떨어져있고 격일로 아빠랑 떨어져있고 퇴근후 회식이다 야근이다 하는 이유로 남동생과 얼굴 보고 얘기하는 것도 드물게 되어버렸다. 누구나 각자의 생활이 생기는 순간 함께 오래 붙어 있는 것은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어가는 것 같다. 어쩌면 그래서 더 좋은 걸 수도 있고.



인간은 결국 사랑하면서 사는 고독한 동물인 것 같다. 음...




저 수많은 인간의 정의 중 하나를 굳이 고르라면 나는 `호모 에로티쿠스`를 택하련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처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를 미소짓게 만들지 않는가. 어떤 존재든 일단 사랑하기만 하면 간도 쓸개도 내줄 줄 아는 아름다운 광기가 있어, 인간은 `다른 동물들처럼` 아직 지구에 살아남은 것이 아닐까. 사랑의 그 끔찍한 계산 불가능성이야말로 결코 정의할 수 없는 인간의 소중한 공통분모가 아닐까. (정여울, 마음의 서재,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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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6-03-10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몇 년 전에 개그맨 허경환이 했던 말이 저는 요즘 너무 와닿더라고요. 이제 어머니를 만나면 이렇게 몇 년이나 만날 수 있을까 싶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요. 이제 부모님이 늙어서 우리와 작별할 시간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나이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저도 몇 주 전에 뜬금없이 아버지에게 애정을 고백하는 --;; 문자를 보냈어요. 그래서 다락방님 말이 어떤 건지 공감해요. 가족 간에 이렇게 영원히 지낼 수 없는 거잖아요. 어렸을 때에는 이렇게 영원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동생들도 엄마도 아버지도...이제 좀 뜬금없지만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고생하셨다고, 이런 문자들 자주 보내려 합니다.

다락방 2016-03-10 09:57   좋아요 1 | URL
이런 말을 진작부터 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사랑한다는 말을 고맙다는 말을 진작부터 했으면 좋았을텐데요. 그런데 항상 이런 생각은 너무 늦게 찾아오는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여러모로 늦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블랑카님 말씀처럼 저도 이제 좀더 자주 마음을 표현해야겠어요. 고맙고 감사하다고요. 그리고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요. 우린 누구나 다 그렇잖아요. 내가 고생한 거, 누가 고생했다고 알아주기만 해도 참 행복해지잖아요. 그거 안다고, 알고 있다고 계속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겠어요, 블랑카님.
얼마전에 블랑카님 서재에서 머리카락으로 노화를 알겠다고 얘기했지만, 요즘 저는 이래저래 노화를 많이 실감해요. 삶이 유한하다는 게 훅훅 다가오는 것 같아요. 좋은 감정은 죄다 말하고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우리 그러도록 해요, 블랑카님.

기억의집 2016-03-10 1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인과 깍두기의 조화~ 음.... 맛있나요?

저도 엄마랑 같이 있으면 자연인 보는데, 팔자 참 기구하다란 생각이 들때가 있었어요. 저는 혼자인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왠지 산에 가서 너 혼자 약초 캐고 살어, 이러면 못 살 것 같다는.. 사람이 그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카가 일곱살이면 이제 자기집이 좋을 나이이긴 해요. 저도 조카들하고 친하게 지냈는데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다들 멀어지긴 하더라구요.

저는 엄마아빠가 다 대학을 가길 원해서... 나중에 나이 들어 철 들었을 때 부모님의 마음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저의 세대만 해도 여자가 대학진학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그 전세대보다 많긴 하지만 그래도 여자는 취업을 하길 원하던 부모님이 더 많았던 세대라. 저의 집도 삼남매인데, 저의 삼남매 다 대학 보내주시고 ... 엄마 막 주중에는 파출부 다니고 주말에는 예식장에서 정리하고 치우고 그런 일 하시면서 저의 대학 보내주셨는데, 그 땐 왜 그리 철이 없었는지... 엄마가 예식장에서 일하고 오면 먹을 거 가져오셨는데 그것만 찾고 엄마 힘든 건 몰랐어요. ㅠㅠ

전 엄마한테 엄마 고맙다고 해요. 대학 보내줘서....

다락방 2016-03-10 10:55   좋아요 0 | URL
저도 산에 혼자 가서 살라고 하면 살지 못할 것 같았는데요, 산이 아니라면 또 생각이 달라질 것 같아요. 직장생활이라던가 인간들한테 치어서 스트레스 받는 일들이 혼자 조용히 살면 없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그러려면 자연을 벗삼아야 되지 않을까, 그래야 먹고 사는 게 가능할테니까, 싶더라고요. 생각만 그렇지, 저는 겁이 많아서 아마 시도도 못할 거에요.

초등학교때 멀어질거고 중학교때는 더 멀어지겠죠. 그렇게 나이 먹어갈수록 저랑은 더 멀어질 것 같아요. 저만해도 저의 이모와 명절때나 보는 사이니까요. 서운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것이 자연스러운것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네, 저도 대학 보내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의 제가 될 수 있었던 건 엄마의 어마어마한 노력과 고생 덕이라는 걸 알겠더라고요. 이런 걸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거란 생각을 참 많이 해요. 그러나 지금이라도 알아서 엄마에게 감사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요. 저희 아빠도 여자가 무슨 대학이냐 취업이지 라는 마인드를 갖고 계셨는데, 거기에 심하게 반박해준 엄마가 고맙고요. 그때 제가 어려서 엄마가 바깥에서 힘들게 일하고 집에 들어와서 설거지며 방치우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 것 같아요. 돈도 벌고 아이들 뒷바라지도 해야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는 엄마의 삶은 얼마나 고달팠을까요. 그걸 너무 늦게 알게 됐네요...

저도 계속 고맙다고 할게요.


아! 깍두기는 어떤 술에도 어울려요. 사실 저는 모든 음식이 모든 술의 좋은 안주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clavis 2016-03-10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존경합니다

모든 음식이 모든 술의 좋은 안주!
어떤 존재든 사랑하기만 하면 간이든 쓸개든 다 내어주는 아름다운 광기!

두 문장이 수려합니다
미문이셔요

다락방 2016-03-10 12:06   좋아요 1 | URL
아아, 그렇지만 `어떤 존재든 사랑하기만 하면 간이든 쓸개든 다 내어주는 아름다운 광기!`는 제 문장이 아닙니다. 저기에 링크한 `정여울`의 책, [마음의 서재]의 인용문입니다. 정여울의 문장인 것이지요. 크- 그것도 제 문장이었다면 클레비스님께 미문 쓰는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텐데...안타깝네요. ㅎㅎ

clavis 2016-03-10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이미 그러하시잖아요
늘 다락방님 글 보며 기뻐하고 놀라워하고 있습니다^^감사드려요

다락방 2016-03-11 10:18   좋아요 1 | URL
히힛, 말씀 고맙습니다, 클레비스님. 글 쓰는 데 보람을 느끼게 만들어주시네요. 헤헷 :)

단발머리 2016-03-10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더 미안하다. 내가 대학에서 배운 게 없어서.

에 눈물나도록 공감해요. 대학가서 아무것도 안 배운거 아니고, 나도 나 나름대로 새로운 것 배운다고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대학에 들어갈때 원래 목표로 했던대로 공부하지 않았던 것. 그것에 대해서는 정말 후회합니다. 엄마아빠가 비싼 등록금 내주시고 비싼 책 사주셨는데, 나는 폼으로 들고만 다녔어요..

흐흑..... 불효녀는 웁니다.

다락방 2016-03-11 08:46   좋아요 0 | URL
그렇게 비싼 등록금 내주셨는데 저는 대학에서 배운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건 제가 수업을 열심히 듣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학교를 잘 다니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대학이 제게 해준 게 1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미안해요. 엄마가 등록금을 내준 건 대학을 졸업했다는 타이틀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사실 그 타이틀이 본래 목적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대학을 졸업했기 때문에 취업하는 데 더 유리한 점들이 있었으니까요.

공부의 중요성을 몰랐던 것 같아요. 그게 너무 속상해요. 알았으면 그때 열심히 수업도 듣고 책도 찾아보고 더 많은 것들을 알고 느끼고자 했을텐데.. 제가 너무 늦된 것 같고, 깨닫지도 못한 자식한테 돈을 들이게 한 것 같아 그게 너무 죄송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16-03-10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엉엉엉엉엉엉엉엉엉엉엉.........


나의 눈물은 그치지 않고
불효녀는 웁니다.


흐흐흑....................

다락방 2016-03-11 08:48   좋아요 0 | URL
그렇지만 단발머리님과 대화를 나누고 글을 읽다보면, 단발머리님은 이미 충분히 많은 지식들을 갖고 계시고 그걸 학창시절에 이뤄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성실한 학생이었을 것 같단 생각이 들고, 등록금이 아깝지 않았을 것 같안 생각이 저는 들어요. 너무 많이 울진 말아요, 단발머리님. 그렇지만 일단 지금은 같이 좀 울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책읽는나무 2016-03-10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여울이라 하니 예전에 읽다가 만 여행서책이 생각나네요.마저 읽어야 하는데..^^

`인간은 결국 사랑하면서 사는 고독한 동물`
맞는 말 같아요.
지독히 사랑은 하는데 말이지요.가족끼리는 그것을 잘 표현하진 않잖아요.
표현을 미루거나 가슴속에 담아두기만 했더니 결국 곁에 오래 머무르지 못한 가족이 생겨 늘 그립게 되고 말이죠.
저도 요며칠 줄곧 나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있었어요.
어젯밤 꿈에도 엄마가 나왔더라구요.
저는 늘 엄마가 고맙고 감사해요.^^
예전엔 그저 내가 잘나서 또는 내가 못나서 이렇게 살고 있다라고 자만과 자책을 많이 했었는데...어느날 문득 내가 속해 있는 상황속에서 마음이 갑자기 흡족하고 기뻤던 순간들이 있었어요.너무 좋아서 행복하다라고 느꼈었는데 갑자기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나더군요.엄마와 아빠는 이런 기쁨과 행복을 누려보셨을까? 엄마는 조금이라도 이런 생활을 누려보고 돌아가신걸까?뭐 그런 생각이 들어 곁에 있는 남편한테 그리 얘길 했더니 좀 애매하여? 지금은 기억이 잘 안나는 대답이 돌아오긴 하였지만 그후론 `좋다`,`기쁘다`,`행복하다`란 감정들이 들적엔 그런 나를 있게 한 부모님...무엇보다도 엄마가 먼저 떠오르네요.
그저 내가 잘나서가 아닌 뒤에서 묵묵히 나를 키워주신 엄마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단 것을 뒤늦게 깨달아요.
이제 좀 철이 들어가는 나이인가?싶기도 하구요.
이젠 그사랑이 무척 고독합니다만...^^
다락방님의 문장이 제겐 참 와닿네요.!

다락방 2016-03-11 08:51   좋아요 1 | URL
그 여행서는 좀 별로였어요. 아무래도 대한항공하고 조인해서 만들어서 그런지 제가 읽으면서는 `억지로 쓴 것 같다`는 느낌이 좀 들더라고요.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글도 있거든요. 정여울의 글 자체가 주는 매력은 분명 있었지만 기획 자체가 좀 엔지이지 않았나... 싶었어요. 차라리 그냥 정여울만의 여행기였으면 훨씬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늘 엄마가 고맙고 감사해요. 그리고 만약 제가 엄마가 된다면 우리 엄마의 반도 따라하지 못할 거란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고, 또 이렇게 새록새록 깨닫기도 하고 그러는데, 그러면서도 왜 같이 있을 때는 틱틱 거리고 못되게 말하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다정하게 대해줘도 모자란데 말이지요. 유행가 가사중에 그런 게 있잖아요. `사랑만 하기에도 하루가 모자라` 라는...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새록새록 할때마다 엄마께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해요. 엄마가 저랑 함께하는 동안에는 충분히 `아 얘가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를 느끼시게 해드리고 싶어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