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추락사고로 무인도에 아이들이 정착하게 된다. 여섯살 아이부터 십대의 소년까지. 한 명의 아이가 다른 한 명의 아이를 발견하고, 그들은 소라를 주워 크게 불어서 혹시 다른 아이들이 있는지 확인한다. 소라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아이들은 소라를 분 아이에게로 모여들고 한 명씩 혹은 몇 명씩 모인 그 아이들은 자신들이 무인도에 떨어졌음을, 조종사를 포함한 어른들은 하나도 없음을, 단지 자신들 뿐임을 알게 된다. 구조될 때까지 어쨌든 이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그들 중의 대장을 뽑기로 하고 소라를 불었던 아이는 자신이 대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성가대를 이끌고 찾아온 아이는 자신이 대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투표로 인해 소라를 분 아이가 대장으로 선출되고, 이에 성가대를 이끌고 찾아온 아이는 분해한다.








어린 아이들이 모여서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자신들이 이 곳에서 살아남기위해서는 무언가를 해야하고,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이 무리를 이끌 대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해내는 게 놀라웠다. 어쩌면 그것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진 본능인지도 모르겠다는 당연한 생각을 했다. 게다가 누군가는 대장이 되려하고, 누군가는 자신이 2인자임에 분해하는 것도 어른들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게 놀랍고 동시에 씁쓸했다. 사람은 저마다 다르고 그러니 누군가는 대장이 되고 싶어하기도 하며 누군가는 구석에 얌전히 앉아 누군가의 리드를 바라기도 한다. 문제는 대장이 되고 싶은 사람이 많아질 때 발생한다. 서로 자기가 대장이 되겠다고 싸우거나 상대를 비난해야 하니까. 이 과정에서 싸움은 거칠어질 수도 있고 피를 부르기도 한다.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의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인원의 세계도 마찬가지.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책, '윌리암 골딩'의 《파리대왕》이 생각난건 이 영화,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을 보고난 뒤였다. 2인자였던 '코바'는 인간을 좋아하고 인간과 평화관계를 유지하려는 무리의 대장 '시저'가 못마땅했다. 코바는 인간이 싫었으니까. 그들을 결코 믿어서는 안된다고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자신의 말을 들어서 자신들의 대장 '시저'가 인간들과 전쟁을 일으키기를 바랐다. 그러나 시저는 전쟁이 일어나면 그들만 죽는 게 아니라 우리도 죽는다, 는 것을 반복해서 얘기한다. 우리가 여태 이루어온 모든 것들을 우리도 잃을 수 있다고.


시저에겐 유인원의 생명이, 자신의 가족이, 자신의 가정이 소중했고 이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평화로만 가능했다. 전쟁은 이것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이 결코 아니었다. 처음엔 시저의 말을 들으려던 코바는 점점 시저에게 불만을 갖게 되고, 결국 코바는 반란을 일으킨다. 가장 충성스러웠던 시저의 부하는 가장 먼저 시저에게 반발하며 가장 폭력적인 유인원이 된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걸어가면서 아빠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느 조직에나 배신자는 있다' 고. 나는 아빠에게 그 말은 분명 맞는 말이지만, 그렇지만 코바가 왜 그러했겠느냐고 되물었다. 코바는 인간으로부터 실험의 대상이 되어 철창에 갇혀 살았었다. 그로 인해 얼굴과 목에 상처가 있다. 그런 코바가 인간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게 쉬웠겠냐, 코바는 인간을 증오했을 것이고, 그 증오가 전쟁을 불렀다. 만약 코바에게 인간이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면, 코바도 지금의 상황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인간이 오만하기 때문이라고.



나는 동물원에 가는 걸 몹시 좋아한다. 동물원에 가서 사자며 호랑이며 코끼리를 보는 것을 즐긴다. 때로는 아, 호랑이 보러 가고 싶다, 아 늑대 보러 가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나는 봄이 되면 으레 동물원에 가기를 즐기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우리 속에 갇힌 사자며 호랑이며 코끼리를 보는 이것이 '옳다'거나 '정당하다' 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동물들을 동물원에 가둬두었기 때문에 우리가 동물의 모습을 책이나 영화에서만 보는 게 아니라 실제 눈 앞에서 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렇게 볼 수 있게 하는 것 자체가 '인간 중심적인' 사고라고는 생각한다. 


영화속에서 코바는 인간들에게 '너희들도 철창에 갇혀봐' 라고 울부짖는다. 이 장면은 섬뜩한데, 그것이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생각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현재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똑똑한 종이므로 다른 동물들의 '위에' 군림하고 있다. 인간이 아닌 종을 가두고 훈련하는 것들을 할 수 있는건 현재 우리가 가장 '똑똑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똑똑한 종의 출현을 생각한다면 아찔한 사실로 변한다. 영화처럼 유인원이 말을 할 수 있게 되고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그들이 우리보다 더 강해질 수도 있다. 유인원이 아니라 더 강한 종이 출현해서 우리를 마치 애완동물 다루듯 한다면, '관람'하고 싶어 우리에 가둔다면, 그 때 우리의 기분은 어떨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그것을 왜 다른 종들에게 '이미' 하고 있는가.



이에 아빠는 '네가 왜 그런것까지 생각하냐' 라고 기막혀 하셨다. 넌 영화를 영화로 보지 못한다며, 지금 니가 말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그러니 너는 이 영화를 보고 돌아서 잊으면 된다고, 영화를 보는 동안만 재미있게 보면 된다고 하셨다. 나는 아빠랑 영화를 보고나면 언제나 이렇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맞서게 된다. 나는 언제나 '이러면 어떡하지, 저러면 어떡하지?' 를 말하고 아빠는 언제나 '영화야 영화 영화라고' 라 맞선다. 우린 같은 영화를 한 자리에 앉아 보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걸 느낀다. 그리고 내 입장에서는 아빠가 그러는 게 좀 답답하다. 아빠가 보기에 나는 좀 지나칠 것이고.



그렇다고 내가 앞으로 동물원에 절대로 가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는 않는다. 나는 가끔은 또 맹수가 보고 싶을 것이다. 계속 영화를 볼 것이고 그러다 어느날에는 인간이 지나치게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이 오만함을 즐기는 나야말로 가장 모순된 존재일런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것을 영화라고 생각하고 인간이 오만하다는 전제를 딱히 받아들이지 않는 나의 아빠가 일관된 존재일런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끝, 나는 시저 때문에 평화는 다시 찾아올 수 있을거라 믿었다. 그러나 시저는 말한다. '유인원이 전쟁을 일으켰고 인간들은 결코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이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남한과 북한도, 일본과 한국도. 그리고 더 뻗어나가 아직도 전쟁중이거나 전쟁을 노리고 있는 모든 나라, 모든 장소들도. 우리가 평화를 원한다면, 그전에 먼저 '용서'를 하는 것이 우선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서가 없는한, 평화도 없을 거라고. 그러나 이것은 이상적인 바람일 뿐이고, 사실 이곳의 나는 나에게 잘못한 사람조차 잘 용서하지 못한다. 아니 어떤 잘못에 대해서는 죽을때까지 잊을 수 없을거라는 생각도 한다. 인간들에게 평화는 요원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어제 까페에 가서 나랑 함께 책을 읽던 남동생도 전날 이 영화를 보았는데, 뜬금없이 내게 '나 시저 같지 않냐?' 라고 물었다. 나는 '뭔 소리야. 시저는 나지. 너는 코바야.' 라고 했다. 그러자 남동생은 나에게 '누나는 모리스 같아' 라고 했다. 모리스? 모리스가 누구였지? 남동생은 내게 말했다. '있잖아 책 읽는 원숭이. 그 크고 혼자 이상하게 생긴...' 아...생각났다. ㅠㅠ 모리스는 그러니까 얘다. 




내가 모리스............라고?








덧붙임: Humans of New York 의 번역본의 제목을 물으시는 분이 계셔서 링크합니다. 왼쪽이 번역본, 오른쪽이 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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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4-07-1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헤헷! 다락방님 모리스이신가요? 이 얘는 일단 종이 오랑우탄으로 보이구요. 오랑우탄은 유인원 중 유일하게 책을 읽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과 가장 유사하다는.... 아무튼, 태그대로!!! 다락방님은 모리스가 아니며, 아닙니다. 아무렴요!

저도, 다락방님 쪽이거든요. 영화보고나면 '어쩌지? 어쩌지?'하는 편이예요.
우리보다 지적으로 우월하고, 육체적으로 강력한 종이 나타나면 어쩌지?하는 생각도 해 봤는데, 일단은,
한참 뒤의 일일것 같구요. 우리에 우리 인간을 가둔다 해도, 일단 저를 가두는 일은 없을거라 생각됩니다.
예쁘지 않고, 특이하지도 않고, 그냥 평범해서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런 일이 왜 일어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우리 인간은 정말 지구상에서 못된 짓이란 못된 짓은 다 하고 있으니까요. 쓰레기 많이 양산하는 저를 비롯해서요. 처음에는 모리스로 시작해서 재미있었는데, 마지막에는 반성하게 되네요.

다락방님의 페이퍼는 저를 즐겁게 하면서, 동시에 반성하게 합니다.....

댓글 : 요 밑에 책 <내가 슬플 때> 집에 있는데 읽지 않은 책이거든요. 지금 읽어야겠어요~~~

다락방 2014-07-15 08:16   좋아요 0 | URL
극중 모리스는 생긴게 저렇게 요란하긴 해도(응?)지혜롭고 평화를 사랑하는 유인원입니다. ㅎㅎㅎㅎㅎ

그런데 영화보고나서 어쩌지 어쩌지 걱정이 태산인 게 부질없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 후로 내가 뭔가 달라지느냐 하면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지요. 그렇다면 영화를 보며 생각에 잠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싶기도 하고요. 삶은 분명 의미로 가득차 있을텐데 그 의미는 어디로부터 찾아야할까요, 단발머리님??

어제 술을 마셨더니 오늘 겁나게 피곤하네요. 아니 술을 마셔서가 아니라 모기 때문에 밤에 잠을 깨서.. ㅠㅠ

단발머리님, 모기 물리지 마세요!

아무개 2014-07-14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읭? 다락님의 그 오똑한 콧대로는 우랑우탄분장은 무리!
아.... 뭐... 꼭 콧대만 그렇다는 건 아니고,
전반적으로다가 그럼요 오랑우탄은 무슨!! 아닙니다!!

2.바이러스든(정유정의 <28>을 읽는 중이라), 어마무시하게 뛰어난 생명체든
뭐든 상관없이니.
꼭 인간을 멸종시켰음 좋겠다.......는 생각을 점점 더 자주 하고 있는 요즙입니다.
절대로 단하나의 개체도 아니 어떠한 유전자도 남기지 말고 절멸!

3.뭐 그랬다가도 이승우 신작에 카뮈보틀 받을 생각하면
또 아무생각없이 히죽히죽~ 미친건지....ㅜ..ㅜ

단발머리 2014-07-14 12:52   좋아요 0 | URL
이승우 신작에 카뮈보틀 조합이 가능한 건가요?
저도.... 지금 가봐야겠어요. 그럼, 바빠서.... 휘릭~~

다락방 2014-07-15 08:21   좋아요 0 | URL
1. 오똑한 코....라뇨. 진짜 이렇게 말씀해주시는 분은 아무개님 밖에 없다니깐요. 아무도 몰라요, 제 오똑한 코에 대해서는... 흑흑 ㅠㅠ
그렇지만 뒤늦은 아무개님의 변명은, 코를 제외하고는 오랑우탄과 대부분 흡사하다는 뜻으로 읽힙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저는 아무개님의 인간 멸종 생각이 무섭고 불편해요. 일단 지구상에 태어난 어떤 종이든 멸종은 무서운 거잖아요. 내 종 자체가 사라지다니. 전 아무개님의 바람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설사 아무개님의 바람대로 인간이 멸종한다고 해도 저는 혼자라도 반드시 오래 살아남고 싶어요. 전 멸종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도요. 아울러 인간에게 기대를 가진 저같은 사람들도 모두요.
멸종된다고 해서 세상이 깨끗해질거란 생각은 전 들질 않아요. 예전에 읽은 소설 [소녀, 발칙하다]에서 썩은 사과가 포함되야 술이 맛있게 담가진다는 대사가 나왔는데요, 저는 인간이 싸그리 멸종되고 난 후의 세상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보다는 모두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대화하고 행동하고 조금씩 바꿔나가는 게 의미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분명 지금 이순간에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가자고 행동하는 인간들이 존재하니까요.


3. 보틀은 카뮈가 이쁩니다. 헤밍웨이는 글자수가 많아 옆으로 튀어나와서 미워요...

세실 2014-07-14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모리스 절대 아님~~~~

근데 저 원숭이 볼수록 귀엽긴 해요^^ ㅎㅎ

다락방 2014-07-15 08:21   좋아요 0 | URL
귀엽단 말입니까, 세실님? ㅎㅎㅎㅎㅎ 그럼 저 모리스 할래요!! ㅋㅋㅋㅋㅋ

2014-07-14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5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교롭게도 두 개의 박스가 오늘 도착했다. 부담스럽게..




모두다 까뮈 보틀을 선택하는 것 같아 나는 다른 걸 할테닷! 하고 헤밍웨이를 했는데, 헤밍웨이는 스펠링이 너무 많아 보틀 자체로는 그다지 예쁘지가 않다...나는 까뮈를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다음엔 줌파 도 만들어주삼, 알라딘.


저 유빅컵은 얼마나 갖고 싶었는지! 하나 더 받고 싶은데 지금 어쩔까..생각중이다. 돈도 돈이지만 다시 3만원을 만들 책이...눈에 띄질 않아서. 장르소설이 아니라 고전에도 저 컵 좀 주지. 그러면 살 거 많은데. 나 아직 톨스토이의 부활도 안샀고 필립 로스의 미국의 목가도 갖고 싶은데... 그런거 사도 저런 유빅컵 주면 정말 좋겠다!!


저 책들중 《신중한 사람》을 제일 먼저 읽을까 하다가 지금 닐 게이먼의 책과 고민중이다. 아우, 뭘 먼저 읽지? 그러다 생각난게 얼마전에 읽은 이승우의 단편집 《일식에 대하여》.

















이 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할 수가 없고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몰라서 고작 구매자평 밖에 남기질 못했는데, 이 책에 실린 단편중 <고산지대>만큼은, 한글을 읽을 수 있는 모두가 한 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좀전에도 친구 한 명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고산지대>는 ........이 감정을 뭐라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도저히 설명이 불가한데 숭고하며 우아하다. 깊고 ..또...아, 친구 한 명은 이 단편을 읽고 펑펑 울었다고 했고 또 다른 한 명은 소름이 쫙 돋았다고 했다. 나의 경우는 '이..이..이건 대체 뭐지?' 했다. 신앙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과, 그보다 더 깊고 진한 어떤 인간의 정신 같은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야 한다. 확실한 건, 이 단편만큼은 그동안 읽었던 다른 단편들과 확실히 '다르다'는 거다. 단편 하나가 이토록 웅장할 수 있다니. 이건 정말이지 스케일이 다르다. 나는 뭔가 뒤통수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한동안 멍했달까.


나는 이승우의 단편에 감사하고, 그가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한다. 그가 이렇듯 글을 써주는 것이 고맙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 고맙다. <고산지대>가 다른 단편들보다 한단계 더 위에 있는 느낌을 주는 것처럼, 이승우는 국내 작가들 모두 보다 한단계 더 위에 있는 느낌이다. 그는 다르다. <고산지대>도 다르다. <고산지대>를 읽고나면 한동안 멍- 할것이다.






 


하아-

주지훈의 광팬인 친구가 아니었다면 나로서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전혀 볼 일이 없었던 영화. 뭔가 포스터만 봐도 딱 어느만큼일지 짐작이 되는 영화랄까. 그리고 내 짐작은 틀림이 없었다. 영화가 뭐 딱히 나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은..결말이 무슨 말을 하는건지 잘 몰라서 나중에 누군가에게든 물어보고 싶다. 게다가 초반의 장면들은 오글거리기도 하고.. 지성은 '연기'라고 할만한 걸 한 것 같지 않고, 주지훈의 연기는 초반엔 어색하다가 마지막에 내면연기로 돌입했으며, 이광수는 먹방의 신이었다. 어휴..푸짐한 안주에 소주 마시고 싶어서 미칠뻔했네. 그런데 내가 하려던 말은 그게 아니고,


영화의 초반에 이들이 중학생에서 성인이 된 장면이 나왔을 때. 그리고 그들이 친구로 같이 보내는 일상들을 보여줄 때. 저 셋 중 어느 누구도 조폭의 멤버이거나 한 게 아닌데. 와- 욕이 쏟아질 듯이 나온다.

나도 가끔 입이 거칠고 과격한 사람이고, 또 주변에서도 욕을 안듣고 사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입만 열면 '개새끼'와 '씨발'이 쏟아져 나오는 경우는 와- 어마어마하게 스트레스를 주는거다. 나는 초반에 참지 못해 스맛폰을 꺼내어 이 영화를 검색해봤다. 미성년자 관람불가인지. 몇 초 간격으로 나오는 저 욕들을 아이들이나 청소년이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되어서. 뭔가, 성인남자친구들이란 늘상 욕을 달고 사는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짜증이났다. 물론 아이들도 청소년들도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고, 나쁜 영화를 본다고 나쁜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만, 저 장면을 보는 것이 하등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고 저 장면들 만큼은 진짜 보여주기 싫은거다. 그래, 저게 영화라는 걸 아는데, 잘 알지만, 그래도 안봤으면 좋겠는 마음. 아흑. 역시 나는 부모가 되서는 안될것 같다. 내가 부모라면 TV 프로그램 다 통제하는 거 아녀? ㅜㅜ 


황정은의 소설 《야만적인 앨리스씨》에도 '씨발'이란 단어는 수십번 등장한다. 그러나 그 소설속에서 '씨발스러움' 을 얘기했을지언정 그 책을 읽는 나는 그 단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진 않았다. 또한 SNS에서나 블로그에서도 가끔 활자화된 욕을 보기도 한다. 나 역시 욕을 쓴 적도 있고. 그러나 눈으로 보는 욕과 귀로 듣게 되는 욕은, 스트레스 강도면에서 엄청나게 달랐다. 나는 정말 '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 영화가 나쁜 영화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면서 극장을 나섰지만, 결국 남는건 '욕으로 인한 스트레스' 였다. 나는 이 영화를 훗날 기억할 때 '욕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던 영화' 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외국 영화를 볼 때도 욕은 나온다. 자막에 어떻게 번역이 되어 나오든, 내가 욕이라고 알 수 있는 단어들이 종종 튀어나온다. 그러나 그 때도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았던가? 하면 그건 '아니다' 였다. 그렇다면 나는 왜 유독 이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그것이 내가 사용하는 모국어였기 때문에, 그래서 그 욕이 내 귀에 그대로 쳐들어오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은 영화속에서 몇 초간격으로 영어로 욕하는 걸 연달아 듣게 된다면, 그들도 나처럼 스트레스를 받게 될까? 


영화를 보고 집에 가는길, 걸으면서 나는 내가 그간 알고 지낸 남자들을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내게 저런 쌍욕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나는 그들로부터 그런 욕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누가 자신의 애인에게, 여자친구에게, 친구인 여자에게 욕을 한단 말인가. 아마 하지 않을것이다. 그런데 내가 알고 지낸 남자들이 나를 벗어나면, 동성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갑자기 저렇게 쏟아지듯 욕을 내뱉게 될까? 나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저 영화속에서도 욕을 자꾸 해대는 건 주지훈의 역할이었지 지성의 역할은 아니었으니까. 어쩌면 영화속의 욕들을 듣고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사람은 저마다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 다를테니까. 그러니 욕을 하는 사람도 있고 안하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욕을 일상으로 내뱉는 사람과는 별로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명한 사실은 '내뱉는 말의 절반이 욕인 사람은 매력 있을 수가 없다'는 거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나는 그동안에도 사실 한국영화를 거의 안보는 취향이었는데 앞으로는 더 그렇게 될 것 같다. 특히나 조폭 나오는 거..싫어..부질없고 의미없는 그 욕들..진짜 듣고 싶지 않다. 




아..머릿속을 정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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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1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1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1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1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4-07-11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크윽...유빅컵아~~~~~ 내겐 너무 먼 당신!

2.역시 <고산지대>는 이승우 최고의 단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생각해도 목구멍 안에서 뭔가 울컥 뜨거운게 치밀어 올라요.

3.전철 타고 역에 내려서 버스타고 회사까지 오는데
중간에 중고등학교가 있어서 버스에 학생들이 무지막지하게 많아요.
그 어떤 문장도 '욕'이 들어 가지 않은 문장이 없었어요.
여학생 남학생 가릴것 없이..

좆나 씨발을 말을 시작할때마다 또는 중간에 아니면 마지막에
항상 꼭 쓰더군요.

이제 우리가 생각하는 '욕'들은 더이상 그아이들에게 '욕'이 아닌거 같더라구요.
그냥 일상어라고나 할까...

다락방 2014-07-11 14:57   좋아요 0 | URL
<고산지대>는 이승우 최고의 단편인 동시에 국내 모든 단편을 통틀어서도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으뜸이에요 으뜸. 크- 따를 자가 없을 것 같아요.

저도 학창 시절에 욕을 당연히 했습니다. 물론 영화처럼 저렇게 입만 열면 욕한건 아니고. 친구들과 모였을 때는 막 허세부리고 싶잖아요. 그래서 간혹 욕을 내뱉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절대 멋있는 게 아니었구나, 싶은데 그때는 그래야 세보이고 강해보인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게 나쁘다는 걸 자라면서 저절로 깨닫고 그만두게 되는거죠.
대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릴때의 허세를 어른이 되서는 벗어버리게 되지 않을까요.
영화를 보며 제가 힘들었던 건, 그들이 여전히, 어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입밖으로 계속 욕을 내뱉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엄청 듣기 싫어질 것 같아요.

안그래도 아무개님이 저한테 한국영화를 통 안보는 것 같다고 했었는데, 전 아마 앞으로 더 심해질것 같아요. -0-

레와 2014-07-11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욕에 대한 생각은 아무개님과 같습니다.
심지어 대학생 혹은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아무렇지 않게 '욕'을 일상어로 쓰고 있어요.
당연히 나도 '욕'을 합니다만 '욕'을 '욕'으로 인지하고 쓰는 것과 일상어로 쓰는건 큰 차이가 있죠.
내귀에 '욕'이 꽂힐때면 힐끔 상대방을 쳐다봐요. 아마도 인상은 마구 구겨져 있겠죠. 그들과 시비가 붙는다면 몇 대 맞을지도 모르는데 조절 안되는 안면근육들. 대체 왜 그럴까. 왜.


그리고 [고산지대]와 [연금술사의 춤]
열혈 신도인 엄마와 목사님께 그 소설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데.. 흠.. 적당한 때가 언제일까요.


다락방 2014-07-11 15:00   좋아요 0 | URL
욕이 '무조건' 나쁘다, 절대 해서는 안된다, 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아 진짜 미치겠더라고요. 영화가 힘들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스트레스 작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만약 내가 영어가 생활어가 되면, 완전 모국어처럼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러면 외국영화 볼 때도 욕 나오면 힘들까요? 그런데 내가 잘 알아듣질 못해서 그런건지, 이영화처럼 심하게 욕이 많이 나오는 외국 영화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윽.

<고산지대>는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들, 신앙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봐도 좋을 단편인 것 같아요. 굉장히 숭고한 힘이 느껴지는 단편입니다. 그런데 연금술사의 춤...내용이 뭐였지? ㅋㅋㅋㅋㅋㅋㅋ기억이 안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유산일지만 기억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4-07-11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1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4-07-12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틀 보고 무척 받고 싶었는데 공교롭게 사려는 책마다 해당사항이 안 되더라고요. 이승우! 다락방님의 극찬을 들으니 엄청 기대됩니다. 어떤 글일까요? 저도 욕 잘 하는 사람이나 욕을 남발하며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척 하는 이야기에는 거부감이 있어요.

다락방 2014-07-13 22:22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도 이승우의 <고산지대>를 퍽 좋게 읽으실 거라고 감히 단언해봅니다.

제가 받은 보틀은 헤밍웨이 였는데 주말엔 거기에 얼음을 담아 일자산에 갔어요. 산의 꽃을 배경으로 찍은 보틀은 무척 예뻤답니다. 그렇지만 사실 보틀이 제게 '필요'한 건 아니었어요. 하하핫

마태우스 2014-07-13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끼리는 욕까진 아니어도 좀 저속한 말을 할 때가 있죠. '졸라'같은 거...? 다락님은 한국영화 그닥 안좋아하시는군요 제 아내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전 <끝까지 간다>를 혼자 봤습니다..ㅠㅠ

다락방 2014-07-13 22:24   좋아요 0 | URL
저속한 말을 하는게 비단 남자들 만의 일은 아니고, 저도 가끔 거친 표현을 쓰긴 하는데 말이죠. 욕이라는 게 '욕'이라는 특성상 여러차례 듣기는 참 힘들고 불쾌한 것 같아요. 저도 뭔가 좀 .. 고쳐야 할 것 같아요. 순한 표현을 쓰는 걸로 말이지요. 하핫.

저는 이상하게 한국영화 일본영화 중국영화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안생기더라고요. 나중엔 생길까요? 흐음.

일요일 마무리 잘 하세요, 마태우스님!

태안너구리 2014-07-15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산지대>..꼭 읽어봐야겠네요..
저렇게 포스팅을 해주시니 어떤내용인지 궁금해서..

영화는 아직 안봤는데...음..
욕이 그렇게 많이 나온다니 별로 보고 싶지는 않네요..
저도 다락방님 내용에 공감하고 있습니다..만은
아마 대부분이 저렇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출퇴근중에 버스안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남학생이건 여학생이건 대화가 절반 이상은 욕이에요..ㅠㅠ

하지만 신기한건 남학생/여학생이 같이 있으면 전혀 그러지 않는다는거죠...
저도 친구들끼리 통화하거나 만나면 일상적으로 사용하긴 하지만...
얼마만큼이길래 거부감이 드는건지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하네요..

다락방 2014-07-15 08:46   좋아요 0 | URL
<고산지대> 읽어보시면 태안너구리님은 좋아하실까요? 저에겐 정말이지 대한민국 최고의 단편입니다. ㅎㅎ

욕을 전혀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마는, 영화속 그들의 욕은 지나치게 일상 용어같았어요. 듣다가 짜증이 나더라고요. 좋은 말도 세번 들으면 짜증 난다는데 좋지도 않은 말들을 연달아 들으려니 지치더라고요. 내가 회사에서 하루종일 일하고 와서 이렇게 욕 퍼붓는거나 듣고 있어야 되나 싶기도 하고요. 저한테 한 욕이 아니라도 누가 누구한테 했든 욕 이란 건 귀로 들리는 순간 확 신경이 곤두서는 것 같아요. 어쩌면 그래서 저를 포함한 사람들이 욕을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상대방 기분 나쁘게 할 의도로 말이지요. 역시..욕하는 건..별로에요.

kkk 2015-03-28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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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엄마와 단둘이 여수엘 다녀왔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엄마를 쉬게 해주기' 였다. 최근에 어깨가 아파 치료를 받는중인 엄마는 닥터로부터 '무조건 쉬라'는 말을 들었던 터였는데, 집에 있다보면 무조건 쉰다는 것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가를 알게된다. 틈틈이 손주들 보러가 안아주는 건 물론이고 경기도로 이사와 혼자 살고 계신 외할머니 집을 들여다보기도 일쑤. 게다가 집에서는 설거지며 빨래 김치담그기 청소등, 한 시도 몸을 쉬일 날이 없는 엄마다.


나는 좀 가만 있으라고 말해보지만, 이 말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는 내가 잘 안다. 욕실청소 안하면 되지 않냐고 말하는 대신 내가 욕실청소를 하면 될텐데, 김치 담그지 말라고 말하는 대신 내가 담그면 될텐데, 나는 또 그건 안하고. 그러면서 어깨 쓰지 말라고 말만 하는 나는 대체 무언가. 게다가 1년 지났다며 나가라는 내용증명을 받고 아빠는 실직을 하셨다. 하루종일 집에 계시는데, 아빠가 굵직한 집안일을 도와준다고 해도, 내 눈에는 아빠가 집에 있는 탓에 엄마가 더 일이 많아진 걸로만 보인다. 커피를 타는 것도, 밥을 차려주는 것도, 아빠가 일 나갔을 때는 엄마가 하지 않아도 좋았을 것들인데...뭐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고 복잡해져서 한동안 나는 심하게 답답해진 기분이 되어 어서 빨리 집을 나가자, 하는 생각을 했다. 뭐 그건그렇고,


내가 할 수 있는게 무얼까, 하다가 엄마가 계속 '너랑 둘이 여행가고 싶어' 라고 노래불렀던 게 생각나 그래, 나는 돈을 쓰자, 돈을 써서 엄마를 하루만이라도 편하게 해드리자, 그거밖에 할 수가 없다 싶어 여행을 계획했다. 이 여행도 얼마나 말이 많았는지 처음에 좋다고 박수 치던 엄마도 하루가 지나자 돈 아깝다며 취소하라고 하는거다. 어우..답답해. 남동생과 여동생도 엄마 제발 그러지말라고 그냥 다녀오시라고 했고 나는 여행을 떠나기까지 엄마랑 수차례 말다툼을 했다. 유독 더 화가 나는 날이면 '그럼 취소할테니까 다시는 나한테 여행가자고 하지마' 라고 말할까도 생각했다. 얼마나 속이 부글부글 끓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갔다. 아...가기전까지의 그 엄청난 스트레스는 다시는 떠올리기 싫다...왜 누릴줄을 모르는걸까, 왜 즐기는 것에 대해 그토록 죄책감을 갖는 걸까. 이해가 되면서도 답답해서 여행떠나기 전날밤까지 성질을 냈었던 거다... ㅠㅠ



여튼 비행기를 탔고, 모든 객실이 오션뷰인 호텔을 예약해둔터라 그리로 향했다. 중간에 버스 방향을 반대로 타서 엉뚱한 데 내려 잠깐 멘붕을 겪어주시고, 다시 버스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가방을 맡기고 호텔 주변의 바다를 걷고 오동도를 가 신나게 구경했다. 호텔 침대에서 뒹굴뒹굴 하는게 목적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오동도 관광을 해버리고 말았고 엄마는 너무 즐겁다며 연신 웃으셨다. 바다를 지겨울 정도로 많이 보았는데 엄마는 바다를 보는게 너무 좋다고 했다. 가슴속이 뻥- 뚫리는 것 같다고, 이 느낌이 너무 좋다고 했다. 



그래? 난 뻥 안뚫리는데?

넌 이 바다를 봐도 가슴속이 뻥 안뚫려?

응. 바다본다고 뚫리고 그러진 않는데?



뭐 이런 대화를 나누다가 저녁에 호텔 야외에서 바베큐로 저녁을 먹고(바다가 보이는 야외에서 밥을 먹어보는 건 살면서 처음이라며 엄마는 흥분해서 제부에게 전화를 하고 이모에게도 전화를 해 현재 당신이 어떤 상황인지 막 자랑하셨다) 소주를 한 병 마시고 숙소로 들어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내가 서울에서부터 가져온 와인을 땄다. 둘이서 와인 한 병을 다 비우고 맥주까지 비우다가 기절해버렸... 



그리고 사진은 엄마가 가슴이 뻥- 뚫린다고 했던 여수의 오후바다, 저녁바다.





아- 내가 찍었지만 예술가의 감각이 물씬 묻어나는 사진들이다. 너무 근사해......... 사진 블로거로 거듭날까...( ")



여튼 여행에서 돌아온 어제, 저녁 일곱시부터 잤다. 완전 떡실신. 중간에 잠깐 깨서 두리번거리다가 다시 잠들어서 오늘 아침에 일어났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승우의 신간이 나왔다! 

며칠전부터 이승우의 신간이 나올 거란 소식을 친구로부터 들어 알고 있었고 그래서 얼마나 기다렸던지. 그런데 똭- 나온거다!!


어제 저녁에 잠들기 전에 친구로부터 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와썹을 통해 알게됐고

신나서 이걸 언제 사지 이런 고민을 하며 잠들었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다른친구로부터 이 책이 기프티북으로 와있었다.


오. 마.이. 갓!


이승우의 책이 새로 나왔다고 나를 떠올려준 친구가 있다는 것도 기쁜데, 이 책을 선물까지 해주는 친구가 있다니...아.....세상은 아름다운 것인가 보다.




나는 지금까지 알라딘에서 1,907권의 책을 만났으며 14.94 층의 아파트 높이만큼이라고 한다. 그리고 주로 이런 책들을 만났다고 한다.



다 소설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프랑스 소설은 내가 많이 만났다고? 나 프랑스 소설 읽은거 기억도 안나는데? 대체 내가 어떤 프랑스 소설을 읽은거지? 음... 추리/미스터리도 별로 많이 안읽은것 같은데? 뭐 암튼 저기 저렇게 네 권이 소설소설소설소설 이라서 보고 웃었다. ㅎㅎㅎㅎㅎ



아..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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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07-07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녁 바다 사진 정말 근사하군요!! 색감도 그렇고...!!
어머니가 좋아하셨다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그러게 어머니들은 왜 대체 왜 그렇게 마음을 수시로 바꿔서 우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 걸까요. 에효.

내가 만났던 책들은
한국소설 / 영미소설 / 일본소설 / 프랑스 소설 입니다.
다 소설이에요! 흐뭇합니다.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4-07-07 13:11   좋아요 0 | URL
어휴..이해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돈 아깝다고 즐기는 걸 생략해버리려는 걸 보면 답답해요. 그렇게 아껴서 물론 나를 여기까지 키워주신거란 걸 알지만..그러니 자식이 즐기게 해주겠다는 걸 기꺼이 받아들이시면 좋을텐데 말예요. 이궁... 여튼 즐겁게 잘 다녀왔습니다. 엄마도 만족하셨고요. 정말 다행이에요!


나는 내가 대체 무슨 프랑스소설을 읽었나 하고 내가 읽은 책들의 목록을 보다가 의외로 프랑스 소설이 많이 나와서 당황했습니다. ㅋㅋㅋㅋㅋ

자작나무 2014-07-07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이런 딸 한명 있었으면 좋겠다.

다락방 2014-07-07 13:11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자작나무님. 저는 그다지 좋은 딸이 되지 못하는걸요. ㅠㅠ

마노아 2014-07-07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마토와 부추가 간 해독에 좋다고 하네요. 피곤할 때 최고라고 오늘 아침에 과학향기에서 읽었어요.^^
저는 친구가 여수에서 결혼을 해서 전날 밤 10시에 기차 타고 다음 날 새벽 5시에 도착했던 기억이 납니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잠은 못 자고 오동도에 보트 타고 들어갔어요. 그게 벌써 14년 전이랍니다.
저는 오늘 엄니랑 식구들을 토다이에 데려 가서 초밥이랑 스테이크를 실컷 매길 궁리를 하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여수 여행이 더 근사하네요. 다락방님은 더 근사하구요!

다락방 2014-07-07 13:12   좋아요 0 | URL
오! 아침엔 토마토 먹었고 점심엔 부추 먹었는데!! 순대국 먹었거든요. 순대국에 넣어 먹으라고 부추 나와요. ㅋㅋㅋㅋㅋ 주말에 마신 술로 간을 괴롭혔을텐데(응?) 해독 다 잘 되었겠네요! ㅎㅎㅎ

초밥이랑 스테이크라니 저도 따라가고 싶습니다, 마노아님! 저도 데려가주세요! ㅋㅋㅋㅋㅋ

아무개 2014-07-07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여수 오동도 정말 좋죠?
학교때 답사로 한번 갔었는데
정말 딱 한번 갔는데도 그 경치들이 잊혀지질 않더라구요.

2.이승우 신간은 저도 장바구니에 있어요.ㅎㅎ

3.프랑스 소설은 혹시 빅토르 위고의 소설들 때문일지도
레 미제라블이 무려 다섯권짜리 잖아요 ^^:::

다락방 2014-07-07 13:14   좋아요 0 | URL
네. 오동도 생각보다 좋았어요. 아주 작은 섬인데 산책하기 좋은 코스 같아요.
이승우 신간은 지금 제게로 오고 있습니다. 움화화핫. 물론 지금 온다고 해도 지금 당장 읽을 수는 없어요. 지금 시도한 책이 세 권이라 이걸 차례대로 다 읽은 다음에 읽어야지요...라고 생각하지만 제가 어떻게 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빅토르 위고 생각도 못했다가 아무개님의 댓글에 아 빅토르 위고! 했습니다. 그러보고니 [웃는 남자]도 읽었고요. 리스트를 찬찬히 살펴보니 저 프랑스 소설 좀 읽었네요, 아무개님. 로맹 가리, 카뮈, 필립 지앙, 필립 클로델, 필립 베송등 작가들의 소설도 읽었고요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도 [클레브 공작부인]도 모두 프랑스 문학이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건조기후 2014-07-07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미스터리의 비중이 높은 것은 잭 리처의 근육 탓인가봐요.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4-07-07 13:35   좋아요 0 | URL
아!!! 세계최강 섹시남 잭 리처 때문이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4-07-07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7월 영화쿠폰 안쓰시는 분, 저 좀 주세요!

2014-07-07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9 1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4-07-08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엄마에겐 딸이 있어야 해요.
하지만 나는 엄마의 딸이면서 다락님같은 딸노릇은 아직도 못했어요.
엄마 살아계실 때 꼭 해야겠어요. 고마워요~

다락방 2014-07-08 12:42   좋아요 0 | URL
저도 이제서야 행동한걸요. 그것도 엄마가 하도 노래를 불러서...만약 엄마가 말하지 않았다면 저 스스로는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도 못했을 거에요. 엄마가 그러고싶다 하셔서 아, 그래야겠구나 한거거든요.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ㅠㅠ

순오기님, 얼른얼른 엄마랑 다정한 여행 떠나세요!

마태우스 2014-07-08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중간에 하하하하 웃으시는 게 귀여우시구요, 엄니랑 둘이서 여행이라니, 가슴이 뭉클해요. 저도 엄니 모시고 한번 가야겠다 싶네요. 늘 저를 새사람으로 만들어 주시는 다락님! 만세.

다락방 2014-07-08 12:43   좋아요 0 | URL
아이쿠, 새사람이라뇨, 마태우스님.
마태우스님은 이미 좋은 어른이시고 좋은 자식이시며 좋은 남편이시고, 좋은 친구잖아요.
지금처럼만 하셔도 충분합니다, 마태우스님.

단발머리 2014-07-08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수바다가 이렇게 멋지군요. 사진 두 장 다 너무 너무 멋져요.
저도 바다를 봐야 속이 뻥~ 뚫리는 사람은 아닌데, 다락방님 사진 보니까 저도 바다가서 뻥!! 하고 싶어요.

다락방님, 효녀예요. 엄마하고 여행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딸이 얼마나 되겠어요.
물론, 저도 그 중에 한 명이구요. 그런데, 다락방님은 다녀오셨잖아요. 어머니께서 그렇게 좋아하시구요.
나두, 다락방님처럼 해야겠다.... 하고 생각해요.

나는 아무개님이랑 찌찌뽕을 해야겠어요. 나두 다락방님 <프랑스소설> 사진을 보고 <레 미제라블>을 떠올렸거든요^^

아무개 2014-07-08 12:39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찌찌뽕!!
후다닥~~~~~~~~~~~

다락방 2014-07-08 12:45   좋아요 0 | URL
일전에 여수를 갔을 때는 바다가 좋은지 몰랐었는데 이번에 찾아간 여수는 바다가 참 좋더라고요. 좋다, 좋으네, 했어요. 물론 뻥- 뚫리고 이런걸 느끼진 못했지만요. ㅎㅎ

실제로 그렇게 하긴 했지만 여기까지 오기위해 참..많이 다퉜어요. 가자 가지말자 가자 가지말자.. 에휴.. 엄마랑 딸은 참 묘한 관계인 것 같아요. 세상 누구보다 다정한 사이일 수 있지만 또 세상 누구보다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말이지요. 으휴..

단발머리님. 어머님과 여행 가실 생각이라면 때를 기다리지 마시고 지금 당장!! 떠나세요!!

2014-07-08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8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14-07-08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랑 둘이 여행.. 저도 꼭 해보고싶은 품목인데 늘 생각에서만 그쳐요. 울 엄니가 82세신데 언제 해볼까요..?
어머니 다리 힘 있으실때 같이 많이 다니세요.

제가 많이 읽은 책들은 한국소설,만화,어린이책이더군요;;

다락방 2014-07-08 13:43   좋아요 0 | URL
네 무스탕님. 가기전엔 많이 투닥거렸지만 가고 나서는 즐거워하셔서 제 마음도 한결 좋았어요. 흣 :)

아무래도 무스탕님은 자녀분들이 있으시니 어린이책을 즐겨 보시게 되는가봐요. 한국소설은 저랑 겹치네요. 후훗 그나저나 반가워욧!! >.<

태안너구리 2014-07-09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순간부터 매일 눈팅만 하다가 댓글 처음 남깁니다..^^

처음에 마왕음반에 대해 남긴 덧글을 보고 찾아오게 되었다가..

남기신 글을 하나하나 보는중입니다..

역시 딸은 또 다른가보네요...답글에 남기신 누구보다 다정한 사이지만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는말이.

엄마와 딸이 아닌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도 있을거 같은데......

그냥 주저리 댓글 남기고 갑니다.

매일 올께요..^^



다락방 2014-07-09 12:04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마왕음반...ㅎㅎ
어제는 SNL 신해철 편 보다가 빵터졌어요. 재밌다고 동생이 말해주길래 찾아봤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아버지와 아들사이 역시 좀 특별한 것 같은데요, 제 남동생의 경우 저보다 더 아버지를 잘 이해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특별하다'는 건 사실 어느 관계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요. 어머니와 아들, 아버지와 딸도 나름의 이유로 특별한 것 같아요.

반갑습니다, 태안너구리님! :)
 















이 책을 준비하면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누구보다 드라이아이히의 남 씨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그분들이 있어서 독일은 나에게 고향이다. 아우토반을 달려 동행해 준 소연과, 현지의 생생한 정보를 전해 준 진현과 계현에게 고맙다. 그리고 베를린 홈볼트대학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에 다니며 『월간미술』 독일통신원으로 활동하는 신원정 씨와 프로이센 문화재단의 임케 리츠만(Imke Ritzmann)에게 고맙다. 이들은 기꺼이 나의 로드 매니저가 되어 주었다.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미술사학과의 슐링크(Prof. Dr. Wilhelm Schlink)교수님과 비셔만(Prof. Dr. Heinrich Wischermann) 교수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그분들과 함께한 답사 경험이 없었다면 나는 발로 뛰는 미술사학자의 모범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유학 시절 나의 미술관 답사를 위한 멘토이자 파트너였던 슈투트가르트 주립도서관의 크리스티아네 람바흐(Dr. Christiane Rambach)박사와 튀빙겐 대학의 에드가 비렌데(Dr. Edgar Bierende)박사에게도 고맙다. (p.10)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이 책을 읽은 B님은 이 책을 내게 추천했다. 한 번 읽어보라고. 자신이 책을 쓰게 된다면 꼭 이런 책을 쓰고 싶다며 읽어보길 권했다. 표지와 제목이 근사한데다, 워낙에 문학적 지식이 풍부한 B님의 추천이라니, 읽지 않을 도리가 없다며 냉큼 결제해놓고는 받아서 책장에 꽂아둔지 2년이 된 것 같다. 다른 많은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해 그렇듯 이 책에 대해서도 몇 번이나 '중고샵에 팔아버릴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읽지 않고 꽂혀있을 바에야 나중에 읽고싶어질 때 사고 일단 돈을 마련하는 게 낫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게다가 장르가 장르이니만큼 내가 미술을 알지도 못하는 데 과연 이 책을 흥미있게 읽을 수 있단 말이냐, 하는 스스로에 대한 불신도 있었고.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아직도' 이 책을 읽지 않았다. 다만 며칠전에 책장을 보고 그래 이 책을 팔자, 어차피 나는 읽지도 못해, 하는 생각으로 꺼내서는 침대 옆에 두었던 것이다. 침대 옆에 두고, 뭐 사진이라도 한 번씩 훑어보자 하는 마음에 방치해두었다가 어제, 읽고 있던 다른 책을 가방에서 꺼내기 귀찮다는 이유로 잠깐 이 책을 들춰보았다. 그리고 나는 책 처음에 있는 '프롤로그'를 읽었다. 자기전에 잠깐 몇 장 읽다잘까, 하는 생각으로. 더 정확히 말하자면 프롤로그'만' 읽었다고 해야 맞겠다. 그런데.



와- 프롤로그가 너무 좋은거다. 자정으로 가까워지던 어젯밤, 침대에 엎드려 두 다리를 흔들며 책장을 넘기는데, 아, 이건 뭐 이렇게 프롤로그가 좋냐 싶은거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모든 책들이 그렇듯이 역시 이 책에 대한-그것이 프롤로그에 한정될지라도- 느낌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일테다. 그런데 위에 인용한 저 문장들, 저 문장들이 갑자기 내 눈앞에 영화처럼 그려지는 것이다!!!!! 게다가 9년간 독일에서 유학했을지언정 이 책의 저자는 한국인인데, 나는 헐리우드속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아니, 그 장면을 내가 그려내고 있었다.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과 《사이드웨이》가 생각났다. 그녀가 이탈리아로 여행을 갔던것처럼, 이 책의 저자 '이현애'는 독일로 간 것이고, 나의 패이버릿 사이드웨이에서 주인공이 와인 농장을 찾아다녔듯이, 이 책의 저자 이현애는 미술관들을 찾아다닌 것이다. 아! 이 한국인 저자 이현애의 글 앞에, 나는 한없이 로맨틱한 감정이 되어서는 헐리우드 영화를 머릿속에서 맘껏 맘껏 그려내는 것이다.



로드 매니저와 함께 다니는 장면이, 가끔은 혼자서 미술관을 찾아 관람하는 장면이,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는 장면들이, 누군가와 함께 답사를 가는 장면들이... 아, 엄청나게 아름다운 영상을 선사할 것 같은거다. 틈틈이 누군가에게는 전화로 도움을 부탁했을 것이고, 아우토반을 달리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겠지. 그리고 내가 만든 영화속에서는 혼자 미술관을 찾은 그녀가, 그 미술관에 관람온 이국의 청년을 만나 로맨스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이다. 영화속 여자주인공은 이 책, 《독일 미술관을 걷다》를 쓰기 위한 사명감에 자신이 독일에 머물렀던 시절 좋았던 미술관들을 다시 돌아보고 있는거라면, 영화속 남자주인공은 자신이 그동안 번 돈을 몽땅 투자해 독일의 미술관들을 둘러보러 온 것이다. 이들은 한 조형물 앞에서 감탄하다가 통성명을 하게되고, 서로 각자 이 자리에 왜 서있게 됐는가를 얘기하게 된다. 어느 한적한 미술관 옆 동물원을 함께 걸으며 그들은 같이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남자는 그녀에게 솔직히 이렇게도 말하는 것이다.



나는 보고 싶은 걸 보기 위해 여기까지 왔어요. 이제 봐서 만족해요. 다시 내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면 여기에 오기 전처럼 출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해야겠죠. 그렇지만 간혹 이 곳을 떠올리며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자와 남자가 독일의 미술관 앞에서 만나고 미술관 옆 동물원을 함께 걷고 하다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든, 혹은 독일에 터를 잡고 그곳을 자신들이 함께 있어야 할 자리로 만들든, 그 결말이야 어찌됐든 좋다. 뭐 나로서는 그들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오년이나 십 년이 지난 후에 독일에서 만나자, 하고 만나는 게 완벽할 듯 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독일의 미술관들을, 함께 보았던 조형물을, 함께 나눴던 이야기들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도 좋지 않을까.



한시간 사십오분짜리, 그즈음의 영화로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속에서 미술관과 조형물 또 동물원을 보는 재미도 있을거고, 주인공의 감정과 시선을 따라가는 영화 자체를 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은데. 그러다 또 서투른 캐스팅을 시작해보았다. '애슐리 주드'가 가장 먼저 떠올랐지만, 나는 지금의 애슐리 주드가 아니라 과거의 애슐리 주드를 떠올리고 있다는 생각에 잠시 접고, 가만가만 생각해 보았다. 누가 좋을까.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그다지 적절하지 않다. 그렇다면 지나치게 로맨스에 치중한 영화가 될 것 같고, 샤랄라 원피스만 입고 다닐것 같아서.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건 그것 나름대로 좋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는 '로맨스가 가미된 박물관 로드무비' 쯤이 되어야 하는데, 아만다 사이프리드라면 '박물관이 배경인 로맨스 무비'가 될 것 같은거다. '린제이 로한'에 대한 생각도 했다. 그녀가 이 역할에 어울려서가 아니라, 그녀가 이 역할을 맡는다면 획기적으로 이미지 변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녀가 후회하지 않을 멋진 작품 선택티 되었을텐데! 아, 누가 좋을까. 적당한 인물이 도무지 떠오르질 않는다 ㅠㅠ 차분하고 지적이며 세미정장이 잘 어울리는 여자배우면 좋을텐데! 남자 배우로는 이미 사망한 배우 '폴 워커'가 떠올랐지만, 그는 지나치게 액션적이라 안어울릴 것 같고..좀 섬세하고 많이 잘생기진 않은 배우여야 좋을텐데...

적당한 인물이 떠오를 때까지 캐스팅을 멈추지 않겠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팔지 않기로 했다. 매일매일 자기전에 조금씩, 그녀의 글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 시간이 기대되기까지 하는거다. 아, 프롤로그만으로 나를 이토록 흠뻑 반하게 만들다니!! 특별한 스토리나 특별한 문장들이 아니다. 근데 왜이렇게 마음에 드는걸까.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그저 읽고 넘길만큼의 지나치게 평범한 글들인듯 한데-왜 쓰게됐는지와 10쪽의 인용문처럼 감사를 전하는 글들일 뿐인데!!-, 나는 이 프롤로그가 지독하게 마음에 든다. 이 프롤로그는 이렇게 끝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을 마무리할 무렵 소중한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긴 여행을 떠났다. 평화로운 곳에서 부디 편안히 쉬시길‥‥‥. 나에게 생명의 온기와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신 그분의 영전에 이 책을 바친다. 나는 받기만 했는데 생전에 이 책이나마 드리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 생각날 때마다 눈물이 흐른다. 살아남은 자의 몫은 울음을 멈추고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 주는 일일 것이다. (p.11)




아주 조금씩, 그러나 자주. 이 책을 만날 생각에 설레인다. 어쩌면 이 책은 그간 내가 읽은 여행기들-이라고 해봤자 몇 권 안되지만-중에 최고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덧붙임. 그러나 프롤로그 다음의 세 명의 추천사는 좀 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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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4-07-04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얘슐리 쥬드죠 그녀에요 그녀로 캐스팅 해 주세요!
전 다락방님 캐스팅에는 그녀라고 봅니다
전 프롤로그부터 촉이 오면 남겨두지 않고 그 자리에서 다봐요 격정적인 독서라 할까요 후후
전 참을성이 없나봐요 후후
공교롭게도 저도 요즘 반고흐를 읽어요
왜 이 한여름에 미술 관련 책이 댕기는지....
전 대학교 도서관인데 여긴 그야말로 천국이에요 24시간 냉방 체제에요
오늘도 전 아무데도 안 나갈라구요 ㅎㅎㅎ

다락방 2014-07-04 13:07   좋아요 0 | URL
미술관련 책이라 일단 용어들이 생소할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번에 읽는건 저는 못할것 같아요. 조금씩 조금씩 읽어야지요. 읽는다고 저는 다 기억할 수도 없지만 ㅠㅠ
그나저나 회사 사무실에 앉아 루쉰님의 댓글을 읽는 저로서는 24시간 냉방체제 대학 도서관이 부럽기만 하네요. 거긴 젊은이들로 가득하겠죠. 저도 거기 가고 싶어요 ㅠㅠ
아무데도 안 나갈 계획을 좀 수정해요, 루쉰님. 밥은 먹으면서 책 보라고요! ㅎㅎㅎㅎㅎ

꽃핑키 2014-07-04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ㅋㅋ 도대체 어디가 좋다는거지? 눈에 힘을 주고 읽어봐도 잘 모르겠던데요 ㅋㅋ 다락방님 말씀 듣다 보니 ㅋㅋㅋ 정말 멋진거 같기도 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그래도 어제는 평생 관심도 없던 미술관 나들이 계획을 잠시 짜 보기도 했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이 책? ㅋ 저도 관심이 가네요! ㅎㅎ
다락방님 멋진 금요일 되세요!!

다락방 2014-07-04 13:08   좋아요 0 | URL
저도 좋은데 어디에서 좋은거냐고 물어보면 답을 못하겠는거에요. 다시 읽어봐도 뭔가 '느낌'이 좋은데 어느 문장이냐고 하면 그걸 못말하겠는....................전 아마 저 글귀들을 읽고 하게되는 제 상상쪽이 더 좋은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그 상상을 하게 해줬으니 저 글이 좋은걸지도.. ㅎㅎㅎㅎㅎ

꽃핑키님도 좋은 주말 보내세요. 날이 화창해졌어요! >.<

루쉰P 2014-07-04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대학교 도서관은 24시간 냉방으로 돌고 많은 젊은이가 와 있어요
거기에 제 근처에 예쁜 여학생이 앉으면 집중력도 상승해요 2년 간 일한 돈을 들고 전 여기 와서 딱 1년만 공부하려고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있어요
중학교 영어 문제집 푸는 데 지나가는 학생들이 볼까봐 어깨를 움추리고 풀어서 쥐가 날려고 할 때도 있어요
복장도 청바지에 티만 입고 다녀요 학생처럼 보일려구요
사람은 간사해서 직장 다닐 때는 공부만 하면 할 수 있겠다 생각했는 데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있으니 일 하고 싶단 생각이 들어요
전 여기서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걸 봐요 후후
절 안 차려도 되겠어요 여기가 절보다 더 나아요
알라딘만 자꾸 들어와요 허허허
저 그래도 여기서 안 나갈꺼에요 절대 허허허
밥도 김밥 싸와서 도서관 휴게실에서 먹어요 허허허
흠 암튼 다락방님이 부러워요 ㅠ 전 지금 방랑자니까요

다락방 2014-07-07 08:27   좋아요 0 | URL
우와, 루쉰님. 공부하는군요!
열심히 공부해요. 일단 뭔가 하고 싶은게 있으니 공부를 하는거겠죠?
지나가는 학생들이 볼까봐 어깨를 움츠리거나 하진 말아요. 보면 어때요. 루쉰님은 루쉰님의 공부를 하는건데요.
1년은 공부만 하며 보내기에 아주 길고 지루하고 외로운 시간이 될 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루쉰님이 원하는 바가 있고 그걸 이루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해가 뜨고 지는 걸 보면서 그래요, 열심히 해봐요.
응원할게요.
대학도서관은 루쉰님이 공부하기에 아주 맞춤한 장소인 것 같네요.
:)

루쉰P 2014-07-08 09:36   좋아요 0 | URL
아 다락방님의 글을 보고 어깨를 피고 당당하게 공부하고 있어요. 후후후
갑자기 넘쳐 흐르는 자신감.
아마 저에게 1년은 돌아오지 않을 기회이고 최고의 럭키 찬스입니다.
집에선 난리죠. 대체 너는 어디로 가느냐 하고 말이죠.
전 노무사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비정구직들의 슬픔의 눈물을 조금이나마 닦아 주고 싶어요.
대학도서관은 저에게 참으로 맞춤의 장소같아요 ㅎ 회춘이 되는 곳이기도 하구요.
이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저도 20짤로 돌아가는 이 느낌. 물론 아무와도 대화하고 있진 않지만 눈빛으로 말을 걸어요. 후후후후
다락방님의 응원에 힘 입어 오늘도 영단어를 외우고 있어요 푸하
다락방님도 2014년 중간을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14년을 만드세요 ㅎ

2014-07-06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7 0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 만남은 주로 술을 통해 이루어졌다. 술을 마시기 위한 만남이기도 했고 만나면 술 말고는 다른 걸 생각해볼 수도 없게 됐다. 그래서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멘붕이 찾아왔다. '음, 그럼 만나서 뭐하지?' 하고. 그렇다보니 친구도 연인도 술을 마셔야만, 술 마시는 걸 즐겨야만 만남이 즐거워졌다. 부담이 없어졌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나도 즐겁고 너도 즐거운 거, 그걸 함께 하자, 할 수 있으니. 간혹 술을 안마시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래도 그 앞에서 나는 술을 마셨다. 단순히 직장 동료와 퇴근길 저녁을 함께 먹는 간단한 만남 조차도 술이 있었다. 밥 먹으면서 술 한 잔. 뭐, 이런걸로.


좀전에, 월요일 아침은 커피의 힘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는 친구의 메신저를 보고, 훗 커피도 안마시던 사람이 직딩이 되니 별 수 없게 됐군, 하고 웃었는데, 그러다 불현듯 '커피를 마시는' 친구를 이제 만들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보고니 나는 약속을 잡을 때 '우리 언제 술이나 한 잔 하자' 라든가 '소주나 일 병 하자'라고 했었는데, '커피나 한 잔 할래?' 가 되어도 괜찮지 않겠는가, 싶은거다. 이것도 나름 낭만적인데? 뭐해요? 차나 한 잔 할래요? 하고는 자몽에이드를 앞에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해도 괜찮지 않겠는가 싶은거다. 물론 그 전에 밥은 꼭! 먹어야겠지만. 배고프면 난..힘드니까.......



앗. 이런 글을 쓰고 있었는데 마침 친구로부터 '아이스 까페라테' 기프티콘이 도착했다. 아니 뭐 이런 축복받은 우연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차 한 잔에 대한 얘기를 하는줄을 어떻게 알고! >.<


















이제부터는 이 책의 스포일러가 팡팡 쏟아질 것이다.



루이자는 거의 모르는 사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아이작 삭스의 죽음에 상실감과 고통을 느꼈다. 한편으로 두렵기도 했으나, 일에 집중함으로써 평소처럼 버텼다. (2권,p.272)


루이자는 거대 회사의 음모를 파헤치기로 결심하는 과정에서 아이작 삭스를 만나게 된다. 아이작 삭스와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고 호감을 갖게 된다. 그가 '나의 편'인지 '적'인지 처음엔 알지 못하는 채로 경계하며 대화를 나눴지만,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질 때쯤엔 상대의 호감도 느낄 수 있었고 루이자 본인도 호감을 갖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런 아이작 삭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모르는 사람의 사망 소식에도 가슴이 아픈건 당연한데, 한 번 보고 호감을 가졌던 사람의 죽음은 더한 고통을 주겠지. 게다가 그가 내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그 상실감은 더했을 것이다. 호감을 가진 상대를 상실한 그 기분, 그녀는 그야말로 '버틸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죽기전의 상태, 죽기전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독자인 나는 그의 마음을 알지만 루이자는 알 수 없는 이 상황. 죽기 바로 직전, 아이작 삭스는 노트북에 이런 문장을 적고 있었던 것이다.


진술: 나는 루이자 레이에게 반했다. (p.252)



아! 나는 이 문장을 읽을 때만 하더라도 아이작 삭스에게 죽음이 닥쳐올 줄은 몰랐다. 사실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그렇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아이작 삭스의 죽음으로 루이자가 상실감과 고통을 느끼는 바로 그 때, 펑펑 울고 싶은 마음이 되었다. 루이자, 그게 전부가 아니에요. 그는 당신에게 반했었다고요. 그걸 알려주고 싶었다. 


나는,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면, 그 사실을 내가 반드시 알았으면 좋겠다. 마찬가지로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상대가 그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누가 나를 미워하고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야 서로 몰라도 상관없지만, 그런건 알지 못해도 좋지만, 좋아하는 마음, 호감을 가지는 마음, 그리고 반했다는 것등은 반드시 아는 쪽이 낫다고 생각한다. 좋아하고 호감을 가지고 반했다고 해서 반드시 사귀거나 섹스를 하거나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그런 관계로 더 나아가지 않아도 좋다. 다만 이 지구상에 누군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아름다운 사실만큼은 알고 넘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아이작 삭스는 죽었고, 아이작 삭스가 루이자에게 반했다는 사실은 아이작 삭스 본인의 노트북 말고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루이자는, 아이작 삭스가 자신에게 반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아이작 삭스는 본인이 루이자에게 반했다는 사실을 전하지 못한채로 죽었고, 루이자는 그의 죽음으로 인해 상실감과 고통을 느꼈지만 '이 지구상에서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하나 잃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순 없다. 지금 현재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 점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래, 그래서 사랑은 고백해야 한다. 널 사랑해, 라고 고백해야 한다. 늦지 않게. 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말해야 한다. 좋아하니까 사귀자, 라는게 아니어도 좋아하니까 같이 자자, 라는게 아니어도,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사실 쯤은, 내가 당신에게 반했다는 사실쯤은 상대에게 기억시키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나 또한 내 마음을 전하지 못한채로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그것은 더한 슬픔이 아니겠는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운이 매우 크게 작용한다. '운 좋게도' 내가 어려울 때마다 누군가 도와주는 사람이 생긴다면 일이 잘 풀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운'이 과연 운이기만 할까. 몇해전 회사 동료중에 한 명이 서고에서 자료를 찾으려고 할 때 대부분의 직원들이 일어나서 무얼 찾냐, 도와주겠다, 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 동료는 도와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힘들다고 운 것도 아니었다. 다만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그 서고에서 자료를 찾는 일이 쉬워보이질 않아 동료들이 도와주려고 한 것 뿐이었다. 그렇다면 같은 상황에 놓인 모든 사람에게 같은 일이 벌어질까? 

루이자에게는 번번이 살해의 위협이 다가오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그녀를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곁에 나타난다. 위기의 순간에 극적으로 그녀가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운이 좋았던 때문이지만, 그 운이 좋은건 결국 그녀 자신 때문이었다. 그녀가 많은 사람을 살리는 쪽으로, 거짓을 드러내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거기에 맞게 옳고 바르게 가려고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나쁘게 대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내 운은 내가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이 책 속의 루이자 뿐만 아니라 처음과 끝에 등장하는 인물 '애덤 어윙'에게도 마찬가지. 그녀의 돈을 노리고 누군가는 그를 죽일 계획을 세우지만, 그를 필사적으로 구하려는 사람도 등장한다. 어윙은 일전에 두려운 상황에서도 누군가를 도와줬고, 그 일이 본인에게 돌아온 것이다. 만약 그 때 그가 누군가를 살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일이 그대로 자신에게 돌아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매순간, 우리는 옳은 방향쪽을 향해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옳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되, 옆의 사람들과 함께 나아가는 것, 함께 나아가고자 노력하는 것. 결국 그것이 내 '운'이 되어 돌아온다. '내가 너에게 착한일 했으니 너도 나에게 착한일을 해' 라는 식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다. 나는 너에게 선의를 베풀고 너는 그 기분으로 다른 사람에게 베풀고 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베풀고. 선의가 하나씩 늘어난다면, 그 중 어떤 것들은 내게 향하여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은 어윙의 입을 통하여 하고자 하는 말을 한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다들 잊고 사는 사실을.


무엇이 결과를 가져오는가? 악한 행동과 선한 행동이다.
무엇이 행동을 가져오는가? 믿음이다.
믿음은 정신과 정신의 거울이라 할 세계 안의 상(償)이자 전쟁터이다. 인류가 종족들로 이루어진 사다리이고, 대결이 벌어지는 콜로세움이고, 착취이자 짐승 같은 욕망이라고 믿는다면, 이러한 인류가 정말로 출현하고, 역사에 호록스, 보어하브, 구스 같은 인간들이 득세하게 된다. 행운이 계속 우리 편에 있느느 한, 돈과 특권을 지니고 행운을 누리는 당신과 나는 이 세상에서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양심이 좀 찔린들 그게 뭐 대수인가? 우리 종족, 우리 무기, 우리 전통과 유산의 지배를 왜 약화시킨단 말인가? 왜 '자연의'(아, 얼마나 교활한 단어인지!) 질서에 맞선단 말인가?
왜냐고? 그 이유는 바로 이렇다. 사정이 좋을 때는 순전히 약육강식이 판치는 세계라도 지탱해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뒤에 처진 자부터 잡아먹히다보면, 결국에는 제일 선두에 선 자가 맨 꼴찌가 되는 날이 온다. 한 개인의 경우를 보자면 이기심은 영혼을 추하게 만든다. 인류 전체로 보자면 이기심은 멸종을 가져온다.
우리 본성 안에 이러한 무질서와 혼돈이 새겨져 있는가?
인류가 약육강식의 세계를 넘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고아들이 쿠쿠이나무를 함께 타고 놀듯 다양한 종족과 신념이 평화롭게 이 세상을 공유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지도자들이 정의로워야 하고 폭력을 막아야 하고 권력은 책임을 져야 하고 땅과 바다의 자원을 공평하게 나누어야 한다고 믿는다면, 이러한 세계가 출현할 것이다. 나는 헛된 꿈을 꾸는 것이 아니다. 물론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세계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기는 하다. 여러 세대에 걸쳐 먼 길을 에둘러 이루어낸 진보가 근시안적인 대통령의 펜이나 자만심에 부품 장군이 휘두른 검 하나에 다 날아갈 수도 있다.
잭슨이 물려받을까 두려운 세계가 아니라, 잭슨에게 물려주고픈 세계를 만드는 데 평생을 바친다는 것, 이야말로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면 노예폐지운동의 대의에 몸을 바칠 것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자유의 몸이 된 노예에게 내 생명을 빚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디서부터든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장인어른께서 뭐라 하실지 귓가에 울리는 듯하다. "오호, 좋아, 민권주의적인 감상이군, 애덤. 하지만 내 앞에서 정의가 어쩌고 하는 소리는 말게! 당나귀를 타고 테네시 주로 가서 남부인들에게 당신들은 흰색으로 칠한 흑인이고 흑인은 검은 칠을 한 백인일 뿐이라고 설득해보게나! 유럽으로 배를 타고 가서 황제의 노예들의 권리도 벨기에 여왕의 권리와 마찬가지로 아무도 빼앗을 수 없다고 말해보게! 아, 목은 쉬고, 빈털터리가 되고, 얼굴은 핼쑥해질걸세! 모두 자네에게 침을 뱉고, 총을 겨누고, 린치를 가하고, 훈장으로 입막음을 하려 하고, 꽉 막힌 정치인들의 손을 빌어 자네를 내쫓을 걸세! 십자가에 매달리게 될걸! 자네는 순진하게도 꿈을 꾸고 있어. 수많은 머리가 달린 히드라와 같은 인간 본성과 싸우려는 자는 말 못할 고통을 대가로 치러야 하네. 그뿐 아니라 가족까지도 함께 대가를 치러야 하고! 죽음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숨을 몰아쉴 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삶이 끝없는 바다에서 한 방울의 물방울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될 걸세!"
하지만 바다 또한 무수히 많은 물방울이 모인 것이 아닌가? (p.434-436)


악은 힘이 세다. 악은 기술의 개발을 가져왔지만 인류의 멸망을 가져왔다. 세상은 암흑으로 변했지만, 그속에서도 탈출하고자 하고 분명 옳은것이 어떤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윙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 보다는 어윙에게 저런 충고를 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노예제는 폐지되어도 노예처럼 누군가를 부리려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 책속에서 세상은 끝까지 갔다왔다. 끝까지. 귓가에 악이 늘 속삭이고 있음도 보여준다. 악은 힘이 세다.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선은,

끈질기다. 끈질기게 살아남아 끝까지 그것이 아니라고 속삭이고 외치고 행동할 것이다. 끝까지 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건, 결국 그 선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내 곁에 항상 좋은 사람들이 있는 이유는 내가 좋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작은 일들에 감사할 수 있는 것, 내가 이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할 수 있는 것, 가끔은 감동까지 받는 그 모든 것들은, 다 내가 만들어낸 일이다. 삶이 소중하고 좋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갖는 내가 하는 일. 내가 이렇게 만든거다.


문명인과 야만인, 두 개의 단어 뒤에 숨은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요?
야만인은 법이 없지만, 문명인한테는 법이 있다고 대답했지.
그보다 더 깊은 의미예요. 야만인은 당장 자기 욕망을 채워요. 배가 고프면 먹어요. 화가 나면 싸우죠. 여자가 필요하면 덮쳐요. 욕망이 그의 주인이에요. 욕망이 죽이라고 명령하면 죽여요. 육식동물처럼 말이예요.
맞아, 코나 족이 바로 그렇지.
문명인한테도 똑같은 욕망이 있지만, 그들은 더 멀리 내다볼 줄 알아요. 먹을 것이 있으면 반만 먹고 반은 씨를 뿌릴 거예요. 그러면 다음에도 굶주리지 않겠지요. 화가 나면 멈춰서 왜 화가 나는지 생각해볼 거요. 그러면 다음에는 화를 낼 일이 없어지겠지요. 존경받아야 할 누이와 딸이 주변에 있어요. 그러니까 자기 형제들의 누이와 딸을 존중할 거예요. 그는 자기 욕망의 주인이에요. 의지가 "하지 마!" 라고 명령하면 하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나는 다시 물었어. 문명을 갖는 것이 야만인이 되는 것보다 나을까?
잘 들어요, 야만인과 문명인은 부족이나 믿음이나 산의 경계에 따라 나눠지는 것이 아니에요. 모든 인간이 문명과 야만, 두 가지를 동시에 다 갖고 있어요. 옛날 사람들은 신의 지혜를 갖고 있었지만 재칼 같은 야만성도 동시에 갖고 있었고, 바로 그 야만성이 대멸망을 불러온 거예요. 내가 만나본 야만인 중에는 가슴속에 아름다운 문명인의 마음이 고동치는 이도 있었어요. 어쩌면 코나 족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을지 몰라요. 자기네 부족 전체를 좌우할 만큼 많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언젠가는 말이에요.
'언젠가'라는 말이 우리에게 유일한 한 가닥 희망이었어.
메로님의 말을 기억해. 그래요, 하지만 아무리 미약하다 해도 버릴 수도 없지요. (p.113-114 볼드체는 책의 것을 그대로 따름)


이 좋은 문장을 읽으며 내가 생각하는 건, 내가 문명인보다 야만인에 더 가깝다는 거다. 나는 과연 반만 먹고 반은 씨를 뿌리는...그런 사람일까? 일단 눈 앞에 있는 걸 죄다 먹어치우는 그런 사람인 것 같은데...아, 나는 정녕 야만인인가. 나는 내 욕망의 주인인가 아니면 나의 욕망이 나의 주인인가....나는 욕망에 굴복하고 끌려가는 사람이 아닌가...아, 나는 야만인 ㅠㅠ






'헤르쯔 아날로그'가 새앨범을 발표했다. 사실 나는 그간 그(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트윗에서 신보 소식을 접하고 검색해봤는데, 하하하하하, 앨범의 목차를 보고 오옷 이게 뭐냐 했다. 내 주제 음반이라고 해도 좋겠잖아!!







  • 1-1. 어서오세요 다락방 (근데 지금 앨범 목차에 '여름밤' 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수정해주십시오!!)
  • 1-2. 애정결핍
  • 1-3. 상관없었을거야
  • 1-4. 연애상담인듯 
  • 1-5. 바다
  • 1-6. 위로마이셀프
  • 1-7. 밤골목탐험
  • 1-8. 지구를 떠나겠어
  • 1-9. 여름밤
  • 1-10. 애정결핍 Vocal by 성준(Demo ver.) (Bonus Track (Album Only))



어서오세요 다락방 이란다 ㅎㅎㅎㅎㅎ 그래서 어제 이 앨범에 실린 곡들을 들어봤고,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다락방에 놀러오는 사람과는 역시 술이나 한 잔 하는게 제격이다. 커피는 다음으로 미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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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7-0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무엇이 결과를 가져오는가? 악한 행동과 선한 행동이다.
무엇이 행동을 가져오는가? 믿음이다.>

요새 찌질이 모드가 급 심해져서 그런지, 이구절이 영...
내가 믿고 결행한 선한 행동이 반드시 선한 결과를 가져오진 않는거 같은데...
뭐 위대하고 거창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더 그러지 않나요. 종교전쟁같은 그런거...

2.차를 함께 마시는 사람보다 술을 함께 마시는 사람이
술기운 때문에 아무래도 더 친해지거나 더 멀어지거나 하게 될 가능성이 크죠?
그만그만한 거리유지를 하고 싶은 사람과는 차만 마시는걸로!

3.다락님은 알라딘에서 몇일동안 몇권의 책을 사들이셨나요?
저는 4년 5개월여동안 214권.. 생각보다 많네요.

4.어서오세요 다락방!
먼곳이지만 언젠가 한번 오시면 잘 모시겠습니다 *^^*


다락방 2014-07-01 13:32   좋아요 0 | URL
1.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듯이 선한 믿음이 선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그 선한 믿음이 정말 선한 믿음이었을까요? 그것은 그저 그릇된 믿음은 아니었을까요? 믿음이 행동을 불러오는 건 사실이죠. 나의 행동은 나의 믿음에 기반하고, 그 행동은 또 결과를 가져오죠. 그 결과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나의 믿음은 사실 옳은 것보다는 그른 쪽에 가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위대하고 거창한 믿음이라는 건 본인들의 생각이고, 그것이 나쁜 결과를 초래했다면 그 믿음 자체가 잘못된 거 아니었을까요? 저 책에서 말하는 '믿음'은 좋은 믿음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행동을 유발하는 '믿음' 그 자체니까요. '위대하고 거창한' 이라든가 '선한' 믿음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평가는 본인들의 것 아닌가요. 저는 제가 믿는 것에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믿는 대로 보이는 것이죠. 위에서 작가가 말한대로 나쁜 놈들이 판치는 세상이라 믿는다면 나쁜놈들만 수두룩하게 보일 것이고, 여전히 인류에게 희망은 있다고 믿는다면 희망을 주는 사람들이 자꾸 눈에 띌거고요. 귀신을 믿는 사람은 귀신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2. 그만그만한 거리유지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그런 사람과는 사실 그다지 만날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저만해도 만나는 사람은 한정적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좋은 사람들만 만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이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 같이 취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아요! 우정을 돈독히 해주고 사랑을 뜨겁게(응?) 해줍니다.


3. 크- 저는 10년간 1907권의 책을 샀대요. 그런데 지금 집에 오백권 정도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 책들은 다 어디갔을까요?
알라딘 중고샵에 책을 팔기전에는 알라딘 서재를 통해 책을 방출하곤 했었어요. 아주 오래전부터요. 책 목록을 올려두고 가져가고 싶은 사람이 얘기해주면 제가 보내주는 식이었죠. 오늘 1,400권 책의 행방에 대해 생각하다 초기에 알라딘에 열심히 방출했던 게 생각났고, 그러다가, 아주 오래전에, 그 방출을 통해 만났던 남자...가 생각났습니다. 그와 좋아지냈던 기억..같은거요. 안그래도 오늘 꿈에서 엘리베이터에 같이 타서 엄청 반가웠는데 이렇게 생각나려고 꿈을 꿨나봐요. 저는 제 꿈도 좀 믿는 편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다니. 아. 너무 좋아 ㅠㅠ 지금은 어디에서 잘 살고 있겠지.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있을까 아니면 다섯 아이의 아빠가 되어 있을까. 그냥 총각으로 있어줬으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4. 조만간 봅시다. 오늘은 회사를 뛰쳐나가고 싶어요. 어제처럼, 지난주처럼, 작년처럼 말이지요. ㅠㅠ

아무개 2014-07-01 14:43   좋아요 0 | URL
1. 썼다 지웠다 그러고 있음.
만나서 이야기해봅시다~

2.그만그만한 거리 유지를하고픈데 만나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을때가 있어요 ㅜ..ㅜ

3.가끔 책 방출하는거 봤는데 아시겠지만
제가 워낙에 소설을...... =..=

그런데 10년간 거의 2천권을 산거네요. 허허허허허
알라딘 보고 있나! 뭐 상이라도 줘야 한다구 알라딘!!!

4. 신입이 벌써 속썩입니까!!!???
이것도 만나서~

다락방 2014-07-01 14:46   좋아요 0 | URL
신입이 속을 썩일리가 있겠습니까. 오래된 사람이 속썩입니다 ㅠㅠ 늘 속썩이던 사람이요.
그리고 저 2천권을 사도 알라딘에서 900번째 넘어가던데요? 저보다 많이 산 사람이 제 앞으로 구백명 이상 있습니다, 아무개님!!!!!!!!!!!!!!!!!!!!!!!!!!!!!!!!!!!!!!!!!!!!!!!!!!!!!!900번이라니...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여태 받아본 등수증에 가장 뒤에 있는 등수가 아닌가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노아 2014-07-01 16:20   좋아요 0 | URL
등수도 나오는군요! 지금 댓글 보고서 스크롤 내려보니 숫자가 나오네요. 786번째랍니다. 800여 명의 사람이 3천권 이상 책을 사고 살았군요...;;;;;;

다락방 2014-07-01 16:26   좋아요 0 | URL
2천권이든 3천권이든..아니 대체 그 책들을 언제 그렇게 사댄걸까요? 맨날 돈없다 돈없다 그래놓고서는 책을 이천권이나 샀어요 전 ㅠㅠㅠㅠㅠ

2014-07-01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1 1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2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3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4-07-02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을 좋아하는 님들~~ 용기내서 말하시기 바랍니다.

"당신을 좋아해요."

"당신한테 반했어요."

다락방 2014-07-02 09:0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단발머리님도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은 분이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작나무 2014-07-02 19:30   좋아요 0 | URL
정말 용기내서 댓글 달아봅니다

"당신을 좋아해요."

"당신한테 반했어요."

"고기 사주세요. 네???"

다락방 2014-07-03 08:47   좋아요 0 | URL
고기를 사준다는 게 아니라 사달라고 해서 저는 자작나무님께 반하지 않았습니다. ㅋㅋ

자작나무 2014-07-03 09:33   좋아요 0 | URL
아....정말 용기내서 댓글 달았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14-07-03 10:1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안해요 자작나무님. 같이 반해주지 못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작나무 2014-07-03 11:44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이 시키는 대로 했다가 망했네요!
단발머리님이 책임지세요 !!!

단발머리 2014-07-08 13:22   좋아요 0 | URL
제가 하는 거 잘 보세요~~~

"당신을 좋아해요."

"당신한테 반했어요."

"우쭈쭈~~~~~~~~~~~~~~~~~~~~~~~~~~~~~~~~~~~"

다락방 2014-07-08 13:4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잉 좋앙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루쉰P 2014-07-02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사랑은 고백을 해야 해요. 저 역시도 그런 부분에서 후회를 하진 않습니다. 허허허허
사랑이 지나가면 사람은 강해지고, 사랑이 흩어져도 그건 제 마음에 있으니 또 누군가를 진정 사랑하게 되면 더욱더 좋은 마음으로 고백해 볼라구요 허허허허

그쵸? 선은 끈질겨요. 그게 간디 형이나 마틴 루터 형이나 루쉰 형이나 다 그렇게 해 왔던 거 같더라구요. 끈질기게 끈질기게 말이죠. ㅎㅎ 급진적인 것도 악이라 여겨요. 제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봐도 급진적으로 바꾸다는 것은 본질을 바꾸진 못하더라구요. 점진적으로 차근차근 그것이 진정 인생을 사는 길 같아요. ㅎ

다락방님 전 크게 깨달음을 열어가는 것 같아요.. 왠지 도봉산에서 절 하나 낼 것 같아요..ㅎㅎㅎ

전 술 보단 커피 ㅋ 수다를 많이 떠는 데 술 먹음 혀 꼬이더라구요 ㅎ

다락방 2014-07-02 11:02   좋아요 0 | URL
네. 꼭 연애나 결혼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도 좋아하는 마음을 감추고 숨기면서 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게 상대와 나, 모두를 위해서도 좋은 것 같습니다. 당장 죽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마음을 표현하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 저도 얼마만큼 잘 할지는 모르겠어요.

루쉰님 정말 큰 깨달음을 얻었나보네요. 점진적으로 차근차근, 그것이 진정 인생을 사는 길이다, 라니 말이지요. 도봉산에 절 하나 내면 내가 꼭 찾아갈게요. 루쉰님, 제 앞날에 빛이 비출까요? 라고 물어보러 말이지요. ㅎㅎ

저는 술을 많이 마셔도 그다지 혀가 꼬이진 않아서 주변 사람들이 제가 취한줄을 잘 몰라요. 다만...다음날 저는 필름이 끊겨있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0- 블랙아웃..제 뇌세포는 이미 알코올로 인해 파괴되어지고 만겁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