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뉴 수상록 - 혜원교양사상 6
몽테뉴 지음 / 혜원출판사 / 1999년 7월
평점 :
품절


그는 한평생을 고통받아온 사람이다. 신장결석. 몸 안에 계속 생기는 이 돌은 요도관을 따라 나오며 그 좁다란 길을 긁어댄다. 피가 섞인 소변과 함께 지속되는 견디기 힘든 고통의 나날들... 요새 같으면이야 초음파 결석 분쇄기 한방이면 끝나는 병이지만 그는 그 고통을 겪으며, 인간의 삶과 죽음, 고통과 쾌락, 열정과 이성을 올바른 자리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유야 물론 그의 식습관이었을 것이다. 콜레스테롤이 많은 치즈나 혹은 포도주를 싫어해서 즐겨마사던 칼슘이 많은 물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어줍지 않은 증명되지 않은 조언을 따르기보다는 짧은 삶을 신 혹은 자연이 준 대로 마음껏 먹고 마시고 즐긴 사람이다. 물론 이 에피쿠로스적 사고는 그의 죽음을 앞당겼다. 돌을 품은 진주조개.

그의 다른 고통은 혼란이다. 삶의 뿌리가 된 신앙의 흔들림이다.성 바돌로매 축일, 1572년 8월24일 밤부터 시작된 3일동안의 광란의 살육은 30년 종교전쟁의 극치였다. 카톨릭 신자인 마가렛 공주와 나바르왕이자 위그노 신자였던 앙리와의 정략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파리에 모여든 많은 신교 위그노 개혁파들은 이 사흘동안 짐승처럼 쫓기다 몰살당했다.1598년 낭트협정으로 막을 내린 이 내란은 몽테뉴 삶 전체의 가장 큰 주제였다.그의 가장 절친한 친구를 신교도로 가진 구교도였던 그는 이 전쟁의 중재와 협정의 한 가운데 있었기 때문이다. 옳다고 믿어온 것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혼란이 그에게 있었고, 그 양자 모두에게서 그리스도의 신적 계시의 빛을 찾기 어려웠던 그의 방황이 있었다. 회의주의.

그는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는지는 알지 못했으리라 여겨진다.서유럽에 내리쬔 르네상스의 햇볕과 그 와중에 폭발하는 신구교 갈등 한가운데였다. 그곳은 중세와 그리스,로마의 고대가 만나고, 종교개혁과 가톨릭적 사고가 만나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의 글에선 스콜라와 스토아가 만나고 루터와 아퀴나스, 레이몽 스봉이 만난다. 그중에 그가 찾고자 한 것은 본성적 인간의 행복이었다. 금욕도 방종도 아닌 행복을 말한다. 그에게서 데카르트의 삶의 원칙, 종교적 개념이외의 우리가 알 수 있는 것만 취급하자는 생각이나, 모든 걸 의심하고 내 나름대로 판단해 보자는 프랑스적 철학과 문학의 뿌리가 있다.

그런 이유에서 이 책은 많은 도서목록에서 [세계의 결정적인 책 15권]에 포함된다. 하지만 정작 완역이 아닌 까닭에 그리 흔히 언급되는 2권의 가장 긴 부분인 [레이몽 스봉의 변해]나 회의주의의 대명사, 나는 무엇을 아는가?(끄 세-쥬 Que Sais Je)는 [없다]. 그건 아직까지 우리네 번역문학이 가지고 있는 현주소이고 한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셀 에이퀨 드 몽테뉴는 이 책에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의 결정적 책 15선

 

이 목록은 학생 및 일반인을 위하여 스텐포드 대학원의 '문학과 문명' 관계 세미나에서 고전으로부터 현대까지의 책들 중에서 선정한 것이라 한다.

01 성서(聖書)(The Bible)

02 루소(Rousseau, 1712-1778)/선집(選集, 1762-89)

03 마르크스(Marx, 1818-1881)/자본론(資本論)(Capital, 1867)

04 마키아벨리(Machiavelli, 1469-1536)/군주론(君主論)(The Prince, 1513)

05 다아윈(Darwin, 1809-1882)/종(種)의 기원(起源)(The Origin of Species, 1859)

06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대혁신(大革新)(The Novum Organum, 1620)

07 데카르트(Descartes, 1596-1650)/방법서설(方法敍說)(A Discourse on Method, 1637)

08 플라톤(Plato, 427-347 B. C.)/국가(國家)(Republic)

09 모어(St. Thomas More, 1478-1535)/유토피아(Utopia, 1516)

10 몽테뉴(Montaigne, 1535-1592)/수상록(隨想錄)(Essays, 1580-1588)

11 로크(Locke, 1632-1704)/인간오성론(人間悟性論)(Essa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1690)

12 헤르더/세계사(世界史)의 개념(槪念)

13 맬더스(Malthus, 1766-1834)/인구론(人口論)(Essay on the Principles of Population, 1798)

14 헤겔(Hegel, 1770-1831)/논리학(論理學)(Science of Logic, 1812-16)

15 니이체(Nietzsche, 1844-1900)/선집(選集, 1883-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암흑의 핵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
조셉 콘라드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로의 독백으로 이어지는 이 소설은 그가 콩고의 어느 깊숙한 정글에 남겨진 상아를 수집하는 주재원을 배를 타고 데리고 나오는 이야기이다. 작가는 그 밀림의 깊은 곳을 암흑의 핵심(Heart of darkness)이라 부른다. 그리고 이 여행은 바로 그 암흑의 핵심을 찾아가는 인간성에 대한 탐구이다.

[인간성이 보이는 때]가 있다. 가만 보면 그건 대개 약자 앞에서, 그리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인 경우가 많다. 과거의 가정 폭력이 여자와 아이들에게 행해질 때가 그랬고, 지금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비인간적 행위나 교단에서의 폭력, 가까운 과거의 사라예보와 베트남, 그전엔 우리 땅위에서 일본인이, 그리고 다음엔 우리 민족끼리 또 그러했었다. 이해키 힘든 도륙과 만행, 수치스러운 죄악을 자신이 저지르는 것을 발견케 되는 당혹스러움.

콘래드는 그가 살던 식민주의 시대 벨기에령 콩고에서 그것을 보았다. 사회적 주목이나 관심의 영역 밖에 있을 때 일어난, 인간의 행위라 보기엔 끔찍한 것들...그곳은 [푸주한]과 [경찰관]이 없는 곳, 즉 사회적 규범이 없는 결핍상황의 인간의 모습이었다. 피식민지 주민들에게 문명인들이 저지른 일에서, 그는 인간의 속내 깊숙한 곳을 본다. 그래서 암흑의 핵심은 식민지의 약자와, 규범에서 벗어난 강자가 만나는 은밀한 장소인 동시에 인간성 그 깊숙한 곳에 문명에 의해 숨겨져 있던 악의 모습이기도 하다. 말로는 자신이 그것을 발견키 전까지 [인생을 모르는 생각없는 동물 같은 존재]였다고 고백한다. 인간이 무엇인지 몰랐다는거다. 하지만, 인간의 깊은 곳 그곳의 암담한 모습은 그에게 커츠에 대한 비난이 아닌 공감을 일으킨다. 그가 커츠에게서 본 인간은 바로 말로 자신의 모습이고 인간 모두의 모습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인물 커츠는 독일어로 짧다는 뜻이다. 과녁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죄]라고 부른다. 인간의 존재적 한계로 인해 다다르지 못하는 것, 그것이 커츠다. 그는 미개인을 선도하고 문명으로 이끄는 [이념]을 가지고 밀림으로 들어간 사람이다. 그는 그들에게 올바른 것이 무엇이며 그래서 그들이 버려야 할 것을 가르치고 밝은 문명의 빛 가운데로 이끌고자 했다. 그가 개조하고자 하는 사람들 앞에 섰을 때 그는 [자신]을 발견했다. 원주민의 목을 쳐 꼬챙이에 끼우고 식인으로 상대를 위협하며, 추장들을 자기 발앞에 기어다니게 만드는 그의 모습을 찾은 것이다. 그는 죽으며 인생의 정답을 던진다.[무섭다, 무섭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들어갈 때 발견하는 압축된 삶의 진실과 그 고백. 그것은 자기의 본질적 결함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커츠는 그래서 온전한 진실을 내뱉은 승리자라고 말로는 말한다.

문득 어릴 적 무력한 상대의 가슴를 발길질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나에게 대들수도 없었고 도리어 내 폭력은 [명분] 하나로 더 악독했었다. 지금 문득 그때가 떠오르고 내 어두움이 당황스럽다. 콘래드가 말하듯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바보다. 나는 그동안 그 일을 잊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다 깊은 삶 - 기독교고전시리즈 2 기독교고전시리즈 (세복) 2
로버트 머레이 맥체인 / 세복 / 1996년 12월
평점 :
품절


로버트 맥체인은 그의 책으로보다는 우리가 자주 보아온 성경읽기표로 더 유명한 분이다.1813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목회생활을 하다 29세에 세상을 떠난 그는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가장 흠없고 진실된 크리스쳔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이책 이외는 국내에 그의 책을 아직 찾지 못했다.

그가 시무하던 교회의 사찰은 그의 성공의 비결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자, 방문자에게 멕체인이 쓰던 책상 앞에 앉으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 책상 위에 손을 올려 놓고, 그 다음에는 얼굴을 그 손에 파묻고 울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두 사람은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서 강단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사찰은 이렇게 말했다.[강단에 기대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손을 쫙 펴고 우십시오. 자, 이제는 멕체인의 목회 사역의 비밀이 무엇인지 아실 것입니다.]

짧은 이 책은 [개인적 갱신],[할 수 있는 일을 하시오],[어린아이가 지체않고 영접해야할 이유],[주제별 글모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모든 글은 삶에 온전히 주만 바라보고자했던 회개와 기도와 말씀의 사람을 보여준다.

관념으로 동의하고 감정적으로 만족스러워하는 신앙이 아닌 주앞에 매일 나아가 만나며, 그분을 닮아가고, 구원의 향기가 있는 삶을 살도록 촉구한다. 이렇게 짧은 글안에서 이런 큰 도전을 받은적이 있었는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빌리 버드 열림원 이삭줍기 7
허먼 멜빌 지음, 최수연 옮김 / 열림원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영국과 프랑스의 전운이 감돌던 1790년대 상선,[인간의 승리]의 한 선원이 징집되어 영국의 74포 전함 [벨리포텐트]를 탄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선원이지만, 이를 참지 못하는 하사관의 모함으로 반역죄에 몰린다. 엉겁결에 내지른 주먹은 하사관을 죽게 만들고, 함장은 [배의 안전과 영국의 안녕]을 위해 그를 교수형한다.

한 시대에는 그 사람이 감당해야 할 숙제가 있게 마련이다. <백경>을 쓴 허먼 멜빌은 1819년부터 91년까지의 미국역사를 산 선원이고 작가이면서 룸펜이었다.그 동안 미국은 영토확장, 골드러시를 거쳐 연이은 패권의 확대를 이루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가장 큰 사건은 1861년부터 65년까지의 동족상잔의 남북전쟁이었다. 이 전쟁은 명분을 내건 실리의 전쟁이었고, 수많은 유나이티드 스테이츠(그가 탔던 배) 국민의 목숨을 앗아간 피의 잔혹극이었다. 그의 시대 역시 몇사람의 야망을 위한 명분 때문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죽어가는 시대였다. 그런 일을 수행한 함장 링컨도 빌리버드의 축복에도 불구하고 머스킷 총탄에 숨을 거둔다.

허먼 멜빌은 분명 비딱한 사람이다. 어떤 명분도 그를 설득치 못했고 그런 속보이는 명분에 놀아나는 종교도 불만스러웠다. 그 자신이 한번도 평생 갈망하던 권력의 중심부로 들어가지 못하고 명예도 얻지 못한, 주변의 인물로 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선원의 순진한 눈으로 본 음흉하고 꼼수 많은 뭍은 여전히 그에게 낯설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그에게 마지막 유작인 이 작품은 그래서 뭍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에이합선장의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