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상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11
단테 지음, 최현 옮김 / 범우사 / 199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265년 태어난 단테는 당시 오랜 내란이 끝나고 활기로 가득찬 도시 피렌체에서 성장했다. 단테는 그의 나이 35세인 1300년에 교황파의 동맹을 위해 사자(使者)로 산지미냐노에 갔으며 그해 여름에는 6명의 프리오레(통령)중 한명이 되었다. 그 무렵 피렌체시의 행정은 교황파중에서도 공화국의 자립정책을 내세우는 백당(白黨)과 상업상 이익에서 교황과 강하게 결탁한 흑당(黑黨)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흑백 양당의 싸움이 격화하였으므로 교황 보니파티우스 8세가 조정사절을 파견하여 피렌체의 내정에 간섭하려고 했다.

정권을 쥐고 있었던 백당은 이를 저지할 목적으로 1301년 10월, 단테를 포함한 세 사람을 로마에 사자로 보냈다. 그러나 그 사이에 교황의 사절은 피렌체에 들어갔고, 정변이 일어나 흑당의 천하가 되었다. 1302년 1월, 단테는 피렌체의 궐석재판에서 공금횡령죄로 시외추방과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며, 다시 3월에는 벌금을 지불하러 출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구추방의 선고와 함께 체포되면 화형에 처하도록 결정했다. 이때부터 그의 19년의 유랑생활이 시작된다.

이 기간 중 [지옥편]은 대략 1304년-1308년, [연옥편]은 1308년에서 1313년 사이, [천국편]은 1314년 이후 1321년까지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그의 유랑생활 전체가 이 한권의 책 안에 묻어있는 셈이다. [신곡]의 구성은 단순하다.  1300년 부활제인 성(聖)금요일 저녁부터 부활절(일요일)을 약간 넘긴 시간에 일어난 가상의 사건들이다. [신곡]의 구조를 이루는 기본 요소는 곡(曲 canto)이다. 이 시는 100개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옥편] 34곡, [연옥편] 33곡, [천국편] 33곡으로 이루어진다.
 
먼저 단테의 [지옥편]은 그 기조에 원망이 있다. 자신을 궁지로 몰고, 배반하고 모략하며, 결국 앞에서는 선의의 약속, 뒤에서는 칼을 들이댄 무리들을 단테는 모조리 이 지옥에 처넣었다. 그래서, 지옥편은 지옥의 모습과 악마의 묘사보다 이 생에 살았던, 지금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삶의 행태에 더 집중한다. 종교의 이름으로 나라를 등치고 많은 이들을 곤궁에 빠뜨리는 자들에 대한 조롱과 야유인 셈이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이런 자신의 감정토로와 복수에만 묻히는 것은 아니다. 이 여행의 안내자가 [아이네이스 Aeneid]의 저자, 로마시의 아버지,베르길리우스인 것. 또한 당시로는 드물게 라틴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써진 사실, 단테의 추방이유가 사실 그가 피렌체와, 크게는 이탈리아의 평화와 부흥을 꿈꾸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분명 단테는 로마시의 광채와 지식적 깊이와 아름다움을 드러내고자 힘쓴다. 이 시는 분명, 그의 떠돌이 생활의 위로와 자긍심의 근원이기도 했으리라. 결국 이 고통은 문학을 낳았다.

[연옥편]은 그런 면에서 보면 다소 반성적 색채가 강하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아 사실 얼마나 허잘것 없는 정치라는 일에 일희일비하며, 잘못된 생각과 가치로 살아왔는지를 되돌아보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이 부분의 안내자는 차라리 베르길리우스보다 단테 자신이라 할 만큼 그의 이마에 씌여진 P(Peccata, 죄)를 지워가는데 더 작자의 마음이 기움을 느낀다. 여기서 그는 피렌체의 지적 스승인 브루네토 라티니 문하의 동료들을  떠올린다. 구이도 카발칸티, 포레세 도나티, 화가 조토, 음악가 카셀라와 벨라쿠아, 시인 소르델로를 계속 등장 시키는 것은 그의 유랑생활이 진정 그가 했어야만 했던 일(나중에 만나는 베아트리체가 꾸짖었던대로), 그의 문학으로 이탈리아를 끌어올려야 하는 일을 소홀히 하여 초래되었다는데 대한 반성이다. 어쩌면 사실 그의 유랑이 그가 해야 했던 일을 깨닫게 해 주었는지 모른다. 

[신곡]이 기나긴 시간 그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은 그래서, 그의 해박한 그리스 로마의 문학, 철학, 역사와 성경에 대한 지식이나, 뛰어난 상상력과 정확한 스콜라 철학과 가톨릭 교리의 설명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지난한 고통과 자기성찰, 자기재능을 따라 조국과 대의에 헌신코자 했던 아주 인간적인 그의 모습 때문인지 모른다. 그가 지금도 우리에게 이야기 하는 것은 진정 자기를 낳아준 겨레, 조국을 사랑한다면 자기 가진 것으로 피땀 흘리기까지 노력하라는 것인지 모른다. 그것이  학문이든, 예술이든, 장사든, 그것이 참 옳은 영광의 길이라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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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Meeting of Dante and Beatrice in Paradise(로제티)

연옥편 제 30 곡

하얀 면사포(믿음)에 감람나무 잎사귀를 쓴 베아트리체가 나타남.

녹색 망토(소망)와 붉은 옷(사랑)은 모두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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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am Bouguereau <Dante and Virgil in Hell>

 

신곡 지옥편 33곡
우골리노백작이 루지에리를 원한에 가득차 씹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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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5-28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안 보이네요. 위의 것 다요.

카를 2004-05-28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합니다. 다시 올립니다.

stella.K 2004-05-28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개 다 봤어요.^^

카를 2004-05-28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천국편을 보고 있습니다. 이 책 읽기 자체가 무척 긴 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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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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