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민음사 세계시인선 22
W.휘트먼 / 민음사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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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먼은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태어나, 어린시절 브루클린으로 이주했으나, 가정사정으로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인쇄소 직공으로 있으면서 독학으로 교양을 쌓았다. 그가 시를 써 발표한 최초의 시집인 이 책은 그의 나이 36세인 1855년이었다. 
 
그에게 미국이라는 나라는 그의 삶 자체에 녹아있는 경험 그 자체였다. 그래서 그의 시는 철저히 살아있고 숨쉬는 [자기자신]의 노래인 동시에 [미국에 대한 노래]였다. 당시의 미국은 지구상에 시민들의 힘으로 건설되며 다스려지는 새로운 실험의 무대이면서, 동시에 인류가 돌아가고자하는 자연적 힘을 잃지 않은 대자연이 살아숨쉬는 땅이기도 했다. 그의 시는 그 땅에 무지랭이로 사는 미국인의 자연적 야성에서 인류의 희망을 발견하려한다. 그는 바로 그들을 노래하고, 그들을 위해 노래하는데 자신의 기쁨, 자신의 의미, 자신의 자리를 발견한다. 지금의 미국과는 너무 다른 어리고 미숙한 한 나라인 미국의 시절이야기이다.
 
해방을 맞은지 60년, 우리의 시대, 우리의 나라는 어떤 노래로 부를 수 있을까? 수많은 고통과 내부적 다툼을 넘어 이제 우리의 시대는 다시 한번 외부의 위협적 힘들 사이에 끼여있는 위태로운 모습을 보인다. 우리의 지혜와 힘으로 일어서지 못하고 또다시 55년전의 경험, 100년전의 억울함을 반복할 것인가? 그냥 어떻게 편하게 살아남는 방법은 없나?  우리를 위해 어차피 투쟁이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결국은 싸워 이겨야만 하는 것인가? 우리는 우리가 살고 지나갈 우리에게 맡겨진 시대를 감당할 수 있을까? 
 
        당신을 찬미하며 공손하고 길을 비켜주는 사람들의 가르침만 배워왔는가?
        당신을 거슬리고 버티고 업신여기며 앞서가려고 다투는 사람들의
        크나큰 가르침은 배우지 못했단 말인가?
 
 휘트먼의 싯귀가 딱 들어맞는 하나로 뭉침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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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43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서병훈 옮김 / 책세상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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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는 다름을 용납하는 문화를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사회는 아니다. 그래서 다름은 적의 상징이며 다름을 나타내는 것은 분리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국내에서 학회때 반론이 섞인 질문은 흔히 상대에 대한 약간의 무례의 의미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반면, 영미권 사람들과 학술행사를 하다보면 유달리 발표된 내용에 대해 질문과 토론을 좋아함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이런 토론 자체가 무척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나 관심을 갖고 흥미를 많이 느끼며 활발한 토론은, 발표내용이 소수 의견이고 기존의 의견과 충돌하는 발표일 때이다.  이런 발표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약간 다소 적대적인데 비해 그들은 기본적으로 이런 발표와, 혹은 자신의 발표에 대한 반론을 반기는 분위기라는 것이 큰 차이이다. 그들에게 다양한 소수의견은 기존이론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기존이론의 장점을 부각하거나 때론 뒤집을 수 있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어릴 적부터의 토론 문화에 깊이 배어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자유론]에선, 영미권도 기본적으로 오랜 과거로부터 이런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았음과 이것이 한 백오십년간의 달라진 그들 문화의 한 부분임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책은 기존 통설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은 분명 발전의 초석이며 우선적으로 장려되어야 할 일임을 말하고 있다. 인간의 본성은 분명 기존의 것을 유지하는데 더 익숙하다. 하지만 이런 상태에서는 더 이상의 활력과 발전은 없다는 것이 밀의 주장이다.

주장만 그런 것이 아니다. 밀은 더 나아가 그들의 돌출적이기까지한 행동이나 문화라도 용납되어야 할 필요에 대하여 주장한다.  각 개인이 각자가 생긴 모습대로 살 수 있는 사회라면 다양한 대안과 문화적 선택이 존재할 수 있으며, 도리어 이러한 다양성 안에서만 진정한 의미의 독창성과 발전이 이룩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각 개인의 생명력이 제한 받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즐겨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건강하고 자유로우며 개인도 사회도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밀은 순수한 이론적 주장에만 머무는 사람은 아니다. 자유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현실 속에서 어떻게 이르 실현할 수 있는지를 돌아본다. 분명 사람이 부딪혀 사는 현실의 어려움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정부가 간섭해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에 대한 비교적 균형잡힌 견해를 보여준다. 다른 사람을 침해하거나 명확히 나쁜 영향을 타인이나 혹 자신에게 줄 수 있을 때 그는 이런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도 자유라는 목적을 위해 상당부분의 불편을 감래하는 것이 필요함을 빠뜨리지 않는다. 나아가 자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도 정부를 제한할 필요까지를 이야기한다.

[작은 정부]의 구상에 있어서는 소로우와도 통하지만 기본적으로 밀은 국가가 올바로 작동해야 하고 그것이 인간 행복의 필요조건임을 가정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모델로 힘과 위엄, 열정과  에너지의 로마를 내세움은 루소와 더 닮은 모습을 보인다.(계약이 사회를 성립시키지는 않는다고 믿지만...) 그는 국가가 필요한 정도에서만 개인에 간섭하고, 개인 각자의 능력을 펼치도록 놓아둔다면 정부는 그 생명력의 원천을 공급 받고 더 건강한 정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정부주도의, 그리고 집단 단일화의 일본문화, 군사문화를 겪은지 얼마 안되는 사회이다. 성취를 위한 일로매진은 우리에게 성공의 경험을 주었고, 계속 이 방법에 머물렀으면 하는 충분한 동기가 된다. 그러나 더욱 소중한 목표, 그리고 장기적으론 지속적 인간행복 확보의 조건인, 자유와 개별성, 다양성과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심지어는 보수적 사고와 복고적 흐름도 사회의 다양성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만큼 서로에게 열려야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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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민음사 세계시인선 1
보들레르 지음, 김붕구 옮김 / 민음사 / 197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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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악의 꽃] 전체 130편 6부 중 20편을 발췌한 시집이다. 권두의 서시를 포함하여 전체 흐름을 위해 6부가 빠뜨리지 않고 포함되어 있으며,  90여편으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1부 [우울과 이상] 중 14편을 나머지 한 부에 한편씩의 시를 싣고 있다.
 
서시인 [독자에게]는 도전적 서문으로, 너희도 알지 않니? 죄악 밖에 없는 인생 그 허접함의 권태란...이런 뉘앙스를 던지고 시작한다. 1부 [알바트로스]에서는, 추락한 영혼을 인식하고 이 땅에 산다는 것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출발하여, 시는 6부 [연인들의 죽음]에서 그들의 불꽃이 사그러드는 자리에, 흐린 거울과 죽은 불길을 되살려주는 은총이 임하리라는 암시로 끝맺는다.
 
보들레르의 시적 예술관, 예술 안에서 영원과의 교감 혹은 절대 자연과의 하나됨을 찾고자한  생각이 일목요연하게 표현된 시집인 셈이다.  번역임에도 프랑스적 인생의 권태로움에 대한 절망감이 너무도 정제된 시어와 와닿는 표현으로 전달되는 것은 번역자의 보들레르에 대한 이해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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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능력 - 이.엠.바운즈기도시리즈 1
이정윤 엮음 / 생명의말씀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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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E.M.바운즈 (1907년)
 
몸이나 마음이 아파하는 후배나 친구들을 영적으로 돕고자하는 마음이야 누구든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그럴만한 능력이다. 물론 많이 떠들어대면 자기만족감이야 들겠지만, 마음만 어지럽힌건 아닌지 뒤돌아서면 후회스럽기도하다.
 
이 책을 처음 접할땐 그다지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한 평범한 경건서적이었다. 하지만 나자신이 간절한 마음이 되어 다시 읽어보니 기도에 대한 뜨거운 마음을 주는 책이 되었다. 기도의 능력에 대한 책을 읽는 것조차도 마음이 준비되어야 영적 유익이 되나보다.
 
이 책의 상대는 설교자이다. 설교자의 능력은 지적 준비보다는 마음이 통하는 영적준비이어야 한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이것은 곧 오랜 시간의 기도 없이는 설교나  다른 모든 영적 사역은 무의미함을 의미한다. 그 이유는 마음이 통하는 사역은 기도로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능력은 오직 주님과의 만남과 그로 인한 내 마음 안의 빛으로만 가능하다.
 
요즘 주님 앞으로 부르고 계심을 깨닫는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이 새벽에 그 분 앞에 앉아야 하는데...또 게을러진다.  기도하지 않고는 바라지 말아야할 능력이 있음을 깨닫는다.  첫째 영적 도움을 주는 것, 특히 영적 성장을 돕는 인내, 둘째 상대에게 시의적절한 조언, 그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신비하도록 적절한 타이밍과 조언의 내용이다. 셋째 돕고자하든 사귀고자하든 깨달음을 주고자하든, [상대 마음에 들어가는 것]. 아무리 상대가 마음을 열어도 또는 마음을 닫아도 영혼을 이해하는 것은 기도로 깨어있는 영혼 뿐이다. 요즘 이런 것에 목마르지 않나보다. 또 게을러지고 있는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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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 범우 사르비아 총서 612
N. 호손 지음, 이장환 옮김 / 범우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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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기까지 이 책이 이토록 깊은 생각을 담고 있는 줄은 깨닫지 못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홍글씨를 단 헤스터와 딤머즈데일 목사 두 사람을 대비하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죄는 두 사람에게 동일하게 저질러지고 또 주어졌다.

헤스터에게 죄는 너무나 명백하여 스스로 이야기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뉴잉글랜드에 태어나 누구나 철이 들면 그녀 가슴에 새겨진 글씨의 뜻을 알았고 그녀가 죄인이라는 사실을 일았다. 더욱 확실한 것은 헤스터 자신이 죄인임을 인정하고 그 처벌을 달게받고자 했음이다. 주홍글씨는 그녀에게 끊임없는 죄의식의 자각이며 또한 그래서 이 땅에 살아갈 이유이며, 절망인 동시에 구원의 가능성이다. 그녀는 자신의 죄를 인정함으로써 진정한 자기가 되었고 이 단독자는 절대자와 독대할 가능성을 갖는다.

그 반대편, 이야기의 핵심에 딤머즈데일이 놓여있다. 그도 죄인이다. 하지만 그의 죄는 그에게 단독자의 죄로서 인식된 적은 없다. 그는 날이면 날마다 스스로를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죄인이라 말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러면 신도들은 그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인듯 바라보며 그에게 말할 수 없는 존경을 보낸다. 그가 죄인이라 말하는 건 이를테면 교회의 교리로서 죄인이다. 이 때 죄인은 결코 단독자 혹은 개별자로서의 죄인은 아니다. 이 죄는 결코 헤스터에게처럼 죄인이길 요구하지도 쳐부숴 쓰러뜨리지도 않는다. 보편성 안에 있는 죄인이다. 죄는 보편적인 것이 되어버리고, 딤머즈데일은 슬그머니 그 옆으로 놓여난다. 그는 사실 이런 죄 안에서 절대안전한 셈이다. 고해든 주기도이든 사람들 앞에 보편죄인은 죄인이 아니다. 개별자로서 단독자로서의 죄와 그는 무관하다. 칠년의 시간은 그렇게 지나갔다. 그러나 그의 속 안에는 타들어가는 다른 죄의 자각이 있었다. 이 자각이야말로 그에게는 구원의 표지일 수 있다. 헤스터에게 밖으로 나타난 주홍글씨가 구원의 표지일 수 있듯이, 보편성의 허울 밑에 자라난 마음속의 주홍글씨는 그에게 죄를 똑바로 보도록 한다. 그 글씨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펄이야말로 그의 양심과 함께 그에게 유일한 구원의 가능성이다.

복수의 악마적 화신 칠링워즈는 딤머즈데일을 잘 알고 있다고 확신했다. 죄책감을 느낄데로 느끼게 해도 딤머즈데일은 결코 죄를 자기 것으로 삼지는 못하리라고...그런데 그만 그가 칠링워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버렸다. 자기의 죄를 자백한 것이다. 죄인이라 여겨짐을 진정 받아들여버린 것이다. [아깝다. 다 잡은 것을 놓쳐버렸다. ]  절망을 잡음으로 그의 희생물은 그의 손아귀를 벗어나 버렸다.

나도  죄인임을 고백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는 아니다. 때로 사람들이 나의 허물을 이야기하거나 비난할 때 나는 억울하고 화가 날 뿐이다. 또한 명백한 죄 앞에서 나는 많은 변명의 둥지를 만들고 거기에 틀어 앉는다. 나는 나를 속이고, 꾸며진 나를 다른 사람들 앞에 보인다. 보편성의 죄에 너무나 익숙한 내 방식의 죄에 대한 수용이다. 나는 나 자신에게 속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구원의 자격이 있는 듯이 위로할 수 있는 것이다. 백 수십년 된 미국소설이 내게 이렇게 부딪힐 줄은 정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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