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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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꿈꾸던 비단은 현재 내가 실제로 획득한 비단보다 못할 수도 있지만, 가본 길보다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내가 놓친 꿈에 비해 현실적으로 획득한 성공이 훨씬 초라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 p25 

 화사한 책표지와 어울리지 않게 이 책을 대하면서 가장 먼저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은 프로스트 (Robert Frost)의 '가지 못한 길 (The road not taken)'이라는 시였습니다. 시를 좋아해서라기 보다는, 내 또래라면 학창시절 어느 때쯤엔가 국어책에 실렸던 이 시를 배웠을 것이고, 그때는 시험을 보기 위해 시를 이리저리 분해해서 공부했을 터이지만, 생각지 못한 순간에 문득 떠오르는 것을 보니, 시인의 감성은 감수성이 스폰지 같았을 어린 영혼에 그대로 흡수되어 평생을 지속되고 있었던가 봅니다. 화사함보다는 가보지 못했던 길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담고 있었던 내용이지만,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고 말하는 저자의 속마음과 이 책을 손에 들고서 제목을 대하고 있는 내 마음 모두에 딱 들어맞는 느낌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는지..... 

 1부 자신만의 밑줄에서 작가는 현재 살고 있는 집과 마당, 그리고 그 마당의 잔디와 나무들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여, 공간으로는 자신의 고향 개성에서부터 서울과 구리, 지리산 자락의 시골마을을 넘어 일본의 홋카이도 여행의 기억까지 아우르고 있고, 시간으로는 아득한 기억으로 남은 개성에서의 유년시절, 해방과 중학교 졸업, 대학에 진학하자 마자 겪게된 6.25 전쟁을 거쳐 작가가 되고,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가 되고, 노작가가 된 현재의 자신에 이르기까지 마음 구석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현재의 삶과 과거의 기억속에 담겨있는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때로는 해맑은 꿈을 품었던 소녀로, 때로는 자신의 가정에 닥친 어려움을 온몸으로 지탱해야 했던 억척스런 여인으로, 그리고 때로는 자신의 마당 잔디밭의 잡초와 씨름하는 평범한 노인으로.... 자식을 먼저 보내야만 했던 아픔을 품은 어머니로..... 두고 온 고향을 애타게 그려보는 실향민으로.... 2002 월드컵때는 축구의 맛에 빠져 마음만은 젊은이들과 똑같이 붉은 악마였던 축구팬으로.... 손자에게 따뜻한 밥상을 차려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기 그지없는 할머니로....  자신의 삶의 길목에 있었던 일들을 이리 소담스럽게 풀어낸 작가는 그래도 글의 처음에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고 꿈에 비해 현실에서 이룬 것들이 더 초라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읽는 이에게는 충분히 아름다워 보이고, 또한 밋밋한 삶에 의미를 묻게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따끔함과 주어진 삶을 더 따뜻하고 소중하게 살라는 노작가의 격려의 손길이 느껴지는 삶의 이야기들인데도 말입니다. 

 2부 책들의 오솔길에는 작가의 감성이 담긴 12권의 책에 대한 소개가 실려 있습니다. '서평도 독후감도 아니'라는 첫머리의 고백처럼 어떤 형식이나 틀을 갖춘 글이라기 보다는 '책을 읽다가 오솔길로 새버린' 듯한, 그리고 때로는 오솔길을 거닐다가 문득 생각난 책의 세계로 쏙 들어온 듯한 이야기들입니다. 책이야기라기 보다는 책을 핑계로 한 자신의 생각과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더 그럴듯해 보일 것 같습니다. 3부 그리움을 위하여에는 아직도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살아있을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에 부친 추모의 글과 토지라는 커다란 유산을 우리에게 남긴 작가 박경리 선생에 대한 추도사, 철없이 명문대생이라는 허영에 들떠 있던 미군 PX 위탁매장의 점원시절 만났던 박수근 화백과의 만남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며 쓴 박수근 화백에 대한 추모사가 실려 있습니다. 이 글들은 그들이 묵묵히 만들어냈던 큰 그늘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미처 다 알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그들의 삶 자체가 우리에게 끼친 풍성함이 얼마나 큰 감사의 제목이었는지를 새롭게 새기게 해 줍니다.   

 '가본 길보다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저자의 이 고백은 어느 날 갑자기 글을 쓰기 위해 자리에 앉았을 때 손끝에서 무심코 흘러나온 이야기라기 보다는, 삶의 무게가 켜켜이 쌓이는 동안, 그리고 그 긴 시간동안 자신의 삶을 간간히 되돌아보았던 순간마다 마음 속에서 잔잔히 우러나오던 자연스러웠던 감정의 고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저자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묵묵히 짊어지고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많은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 그리고 우리 자신들의 고백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인생의 선택의 순간에 용기를 내지 못했던 기억, 주변 환경에 의해서 가보고 싶었지만 가볼 엄두도 내지 못했던 길, 젊었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고 나이가 들어서는 알고서도 나이를 핑계로 뒤로 미루기만 했던 꿈에 대한 회한(?) 등은 각각의 모양은 다를지라도 모든 사람들이 마음의 한 구석에 고이 간직하며 살고 있는 것들일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꿈에 비해 현실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들이 훨씬 초라해 보인다'고 할지라도 자신이 가는 길목에서 요령을 피우지 않고 묵묵히 살아낸 삶의 열매들이 현재의 우리 자신과 가정, 그리고 우리 사회를 이만큼 풍요롭게 이룬 자산이 되었고, 지난 날의 삶의 이야기가 투박해 보이기는 하지만 겉만 번지르하게 변해가는 현실의 삶에 대해서 따끔한 가르침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비록 꿈에 비해서는 초라해 보일지라도 각자가 살아온 삶에 대해서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낼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여전히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는 하겠지만, 그 아쉬움은 한편으로는 우리의 삶이 아직도 꿈을 꾸고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성실히 살고 있다는 희망의 다른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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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프레드 캐플런 지음, 허진 옮김 / 열림원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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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세기 전, 한 위대한 미국인은 노예해방선언문에 서명했습니다. 우리는 오늘 의미심장하고 상징적인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 역사적 선언은 불의의 불길에 고통을 받던 수백만 흑인 노예들에게 희망의 등불로 다가왔습니다. 긴 예속의 밤을 끝내는 환희의 새 아침으로 다가왔습니다.  - 1963년 8월23일, 마틴 루터 킹

 젊은이와 노인, 부유한 이와 가난한 이, 민주당원과 공화당원, 흑인과 백인과 히스패닉과 아시아계와 미국 원주민,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든 미국인이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미국은 붉은 주 (공화당 우세 주)나 푸른 주 (민주당 우세 주)의 집합도 아니고 단순한 개인들의 집합체도 아니라는 메시지를 세계에 보냈습니다. 지금은 물론 앞으로 언제까지라도 늘 우리는 미합중국인 것입니다...... 미국이 오늘날보다 훨씬 더 분열되어 있었을 때 링컨이 말했듯이, 우리는 적이 아니라 친구이고 동지입니다. - 2008년 11얼 4일, 미국 제44대 대통령 당선자 버락 오바마의 당선 연설에서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을 두고 남북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의 산물이라거나 그가 노예해방 자체보다는 미합중국이라는 중앙집권적인 연방주의를 유지하는데 정치적인 목표를 두었다는 등의 논란이 있다고 하더라도, 분명 그가 이룬 남북전쟁의 승리와 노예 해방,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은 위에서 인용한 글들처럼 미국이라는 역사속에 고스란히 살아서 숨쉬면서 굴곡된 역사 속에서도 꾸준한 인권신장을 이루며 강대국을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결국은 현재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정확히는 혼혈인-으로서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게 만든 견고한 초석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극히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왕성한 독서욕과 지식욕을 바탕으로 시골(?)의 변호사에서 주의회 의원, 연방하원 의원, 그리고 연방상원 의원이 되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미국의 16대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의 입지전적인 일대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훌륭한 본을 보여주는 삶의 모습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5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두툼한 이 책도 링컨 대통령의 그런 삶을 다룬 책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의 여러 책들이 말한 정치가나 입지전적인 위인, 또는 신앙인으로서의 링컨에 대해서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링컨 대통령의 삶에 초점을 맞추는 부분은 문학과 언어라는 측면에서의 그의 삶의 과정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가 지독히도 가난한 삶을 극복하고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여러 좌절스런 상황을 이겨내고 자신의 꿈을 성취한 원동력,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노예 해방이라는 위대한 일을 이루는데 바탕이 되었을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의 근원은 글읽기를 즐기고 또한 글쓰기를 즐겼던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길러진 '문학적 감성과 창의력'이 그 바탕이라는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손에 들어오는 책은 모두 다 읽고 외우기를 즐겨했던 소년은 자라면서 셰익스피어를 만나고, 번스와 바이런을 읽고, 스스로 시를 쓰고 에세이를 쓰면서 자신만의 정직하고 다듬어진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길렀고, 정치가로서의 자신의 글과 연설문에 그러한 능력을 훌륭하게 담았음을 보여주는 여러 자료들을 통해서 우리가 지금 존경스럽게 바라보는 링컨 대통령의 위대한 삶의 바탕에는 바로 언어 - 올바르고 정직한 말- 가 있음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읽기와 글쓰기와 말하기라는 측면에서의  링컨 대통령의 일생을 일관되게 추적하고 있다는 점, 그러한 논점을 통해서 링컨 대통령의 또 다른 면모를 읽는 사람들에게 설득하였다는 점, 그리고 현실에서의 정직하고 잘 다듬어진 언어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다른 링컨 전기나 책들과 다른 신선함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말과 글이라는 한가지 주제에 과도하게 집중함으로서 그러한 주제에 다양한 모습을 지니게 마련인 한 사람의 삶을 너무 정형화시키려고 했다는 느낌이 드는 면이 있고, 신앙이라는 측면에서 저자는 링컨 대통령을 이신론자 또는 성경이나 하나님을 결코 믿지 않은 단지 자신의 정치적 성취를 위해 신앙을 이용한 사람 정도로 반복하여 강조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인용되 글들을 대하다 보면 저자의 의향이 투영된 상당히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읽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하고, 링컨 대통령의 삶이 현재 우리 대통령의 삶과 닮은 면이 있다는 면에서 관심이 갈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말이 권력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정직과 진실보다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런 저런 속임수와 말장난으로 얼버무려지곤 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모름지기 한 사회를 통합하고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능력으로서의 말의 정직성과 문학적인 감수성에 대한 모델로서의 링컨 대통령의 모습은 현재의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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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어머니, 마더 데레사 - 마더 데레사 탄생 100주년 기념 전기
레오 마스부르크 지음, 김태희 옮김 / 민음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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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더 데레사..... 

 이젠 이 이름에 다른 어떤 수식어를 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살아있는 성녀, 가난한 자들의 어머니, 노벨상 수상자, 사랑의 선교회의 창립자 등등 많은 수식어로 이 이름을 꾸밀 수도 있겠지만, 이제 우리는 그냥 Mother Theresa라는 이름만으로도 그러한 많은 수식어들이 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 자신의 옆에 살아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망각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 품안에서 사라졌을 때, 그 사람이 내 눈앞에서 사라졌을 때, 소중함을 절절하게 느끼곤 합니다. 아마도 그것이 사람의 본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이름도, 그녀을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알았던 많은 사람들에게 이젠 그런 의미를 담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젠 직접 만나고 이야기하고 또는 방송이나 여러 매체 등을 통해서 소식을 들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기에, 더욱더 그녀의 삶에 담겼던 가치가, 그녀가 베풀었던 사랑이 소중하게 생각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직 지나간 과거만을 더듬을 수밖에 없기에 기억속의 그녀의 삶은 더 소중하고 아름답게 각인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지난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마더 데레사의 삶을 회상하는 이야기들과 책들은 현재의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치고 깨우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책은 데레사 수녀의 일생을 담은 전기라기 보다는, 그의 삶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 쓴 에피소드 같은 이야기가 가득 담긴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기라는 것이 한 사람의 태어남과 자라는 과정, 뜻을 세우고 일을 이루어가는 일생의 사건들을 나름대로의 체계에 의해 기록한 공식적인 성격의 책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그러한 격식의 중요함보다는 데레사라는 한 사람의 섬기고 보살피는 삶에 담긴 지칠 줄 모르는 사랑과 따뜻함에 초점을 맞춘 사적으로 보이는 이야기들의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용에는 딱딱하거나 틀에 매인 이야기들보다는 한 인간으로서의 데레사, 오로지 예수님만을 앞서 세우고,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고 자신의 삶이 온전히 하느님의  은혜의 통로가 되는 것에 자족해하던 한 사람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아마도 그녀를 바라보는 글쓴이의 존경과 감사와 경탄이 그녀의 삶을 더 따뜻하고 의미있는 사랑으로 그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삶 자체가 곁에서 그녀를 보좌했던 신부였던 글쓴이를 그리 감화시켰다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것 같습니다. 스물 세편의 이야기 곳곳에는 기차여행 중에 '목마르다'는 예수님의 강렬한 부르심을 체험하고,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스스로 가난한 삶을 살기로,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기로, 그리고 하느님의 섭리와 인도를 완전히 신뢰하기로 결심하고 나섰던 육체적으로는 갸날프게 보이지만 영적으로는 위대한 걸음걸이를 내디뎠던 데레사 수녀의 삶속에 담긴 우리-특히 신앙인들-를 향한, 그리고 사람들을 향한 온화하지만 강렬한 하느님의 메시지들이 담겨 있습니다. 데레사 수녀의 말을 인용하여 읽는 이들에게 전하는 여러 이야기-또는 가르침 또는 깨우침-들은 메마른 이론이나 구호가 아니라 실제 삶속에서 생동감 넘치게 살아있었던 그녀의 삶을 훨씬 친밀하고 가깝게 느끼게 해주고, 곁에서 직접 겪었던 일들에 대한 기록은 데레사 수녀의 인간적인 면모 또한 진하게 느끼게 해줍니다. 아마 이러한 형식의 기록이 가지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장의 제목 '마더 데레사는 살아있다'처럼 그녀의 모습은 지금 볼 수 없지만, 데레사 수녀가 행한 삶과 사랑은 여전히 그녀을 알고 배우고 함께 했던 수녀들과 사람들을 통해서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 속에 살아있는 데레사 수녀의 모습을 통해서, 또한 더 궁극적으로는 그녀를 통해서 하느님께서 사람들에게 베풀고자 했던 사랑을 통해서 더 많은 버려진 영혼들이 위로를 받고 평안을 얻으며 궁극적으로는 구원에 이룰 수 있으리라는 소망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자신을 하느님의 연필이라고 여겼던 데레사 수녀처럼, 믿는 이된 나 역시도 하나님의 연필이 되기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행할 수 있기를 ..... 

 - 하느님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기는 정말 쉬워요. 저 아래를 보세요! 하느님의 전능하심을 이해하는 일도 쉬워요. 그분은 이 모든 것을 창조하셨으니까요. 하지만 하느님의 겸허함을 이해하기는 어려워요. p72 

 - 우리가 얼마나 많이 주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렇게 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랑을 거기 담느냐가 중요합니다. p85 

 - 여러분과 저, 우리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무시무시한 겸허함을 보게 됩니다. 그분은 너무 위대하고 놀라워서 '아무것도 아닌 것'을 사용해서 그분의 '위대함'을 보여 줍니다. 바로 그래서 그분은 우리를 사용합니다. 우리는 단지 관들처럼 하느님의 은총을 흘러가게 하면 됩니다. p138 

 - 가장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예수를 발견하기 위해 콜카타까지 올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은 여러분이 있는 바로 거기에, 그리고 아주 자주 여러분 자신의 가정 안에 있습니다. 그들을 찾아서 사랑하세요. 그들이 여러분 삶 속에서 예수님에 대한 여러분의 사랑을 볼 수 있도록. 여러분의 사랑의 실천적 행위를 통해서 말이예요. p176 

 - 신부님, 하느님은 제가 성공하도록 소명을 내리지 않으셨어요. 그분은 제가 충실하도록 소명을 내리셨죠. p219 

 - 신부님 우리가 하는 일이 기적이 아닙니다. 기적은 그런 일을 하면서 우리가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p226 

 - 저는 천국이 어떨지 확실히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죽어서 심판을 받을 시간이 되면, 하느님이 우리가 살아 있을 때 얼마나 많이 좋은 일을 했는지 묻지 않으시고, 얼마나 많이 사랑을 가지고 그런 행동을 했는지 물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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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경제학 (반양장)
누리엘 루비니 & 스티븐 미흠 지음, 허익준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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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이 책의 발간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저자 중 한 사람이 누리엘 루비니 교수라는 사실 때문일 듯 합니다. 2008년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및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생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또한 그 전개과정까지 소상히 설명해 낸 혜안이 있었던 그가 아직까지 금융위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제는 회복이냐, 더블딥이냐의 혼돈으로 인한 공포에 억눌려 있는 세계 경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그에 대한 해법을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을 주시하는 많은 사람들의 눈길 속에는 그가 예측했던 것들만큼 그가 제시하는 위기에 대한 돌파구도 믿음직하리라는 기대도 함께 담겨 있겠지요.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무엇인가? 여러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그 처음으로 꼽았던 기억입니다. 그보다 더 앞선 원인으로 자기 집을 소유하고자하는 아메리칸 드림을 부추겨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집을 사게 만든 제도와 능력이상을 가지고자 했던 사람들의 탐욕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지만, 크게 보면 한 가지의 원인을 세분한 것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원인에 대한 지적은 한편으로는 이번 위기가 반복적인 어떤 것이라기 보다는 블랙 스완과 같이 아주 특별한 그리고 예측하기 어려운 형태의 위기라는 설명으로 연결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번 위기의 근본 원인은 더 근원적인 곳에 있고, 지금까지 있어왔던 다른 경제위기에 동일한 형태의 반복일 뿐이며, 분명 예측 가능한 것이었지만 아무도 그러한 징조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않았을 뿐이라고 잘라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번 위기의 근원에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보수 체계와 구조 -즉 단기 성과에 근거한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종사자들이 근시안적이 고위험 투자를 마다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주주와 경영자 사이의 괴리-, 그리고 여러가지 채무에 대한 무분별한 증권화, 통제받지 않은 그림자 은행 시스템 등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그러한 근본적인 원인들이 쌓여 위기의 씨앗을 품은 상태에서 많은 사람들이 위기를 실제로 느끼게 겉으로 표현된 모습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이후는 신뢰상실과 공포로 인한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기와 지급불능사태가 전지구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이었고, 결국은 그러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번 금융위기도 이전의 여러 경제 위기와 동일한 거품의 생성과 붕괴라는 예측 가능한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파악하고, 그 시작에서부터 전개과정 그리고 결과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에 대한 해법도 제시하고 있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현재의 우리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세계경제가 느리게라도 회복단계에 들어설 것인가 아니면 요즘 회자되고 있는 더블딥으로 가라앉을 것인가하는 부분일 것 같습니다. 저자는 W자형 위기보다는 U자형 회복에 더 무게를 두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기본전제는 이 책에서 말하는 여러가지 해법들 -왜곡된 금융종사자들의 보수시스템의 개선, 무분별한 증권화 과정의 정비, 신용평가기관들의 개선, 구제조치로 형성된 대마불사라는 도덕적 해이의 극복 및 대형 금융기관의 해체, 균형잡힌 경상수지의 유지 등-이 적절하게 실시되어, 거품의 원인을 제거하고 과도한 부양책으로 인해 발생한 정부의 재정적자를 적절하게 통제한다는 가정하에서 입니다. 물론 미국 및 중국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의 전지구적인 공동노력의 중요성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전망' 편에서는 저자들은 U자형 회복에 더 무게를 주는 의견을 견지하며, 미국, 일본, 유럽, BRIC 등의 국가가 지니고 있는 위험요인과 극복요인들을 논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떻게든 더 나은 국면으로 발전하리라는 희망섞인 전망과 함께, 각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내세운다면 결국은 공멸의 위험성이 있음을, 그래서 서로 공조하는 자세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저자가 BRIC의 뒤를 이을 국가군의 처음에 우리나라는 거론하며, 정교한 첨단기술로 무장하고 혁신적이며 역동적이고 숙련된 노동력을 가진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아마도 제일 관심이 가는 부분일 것 같습니다. 문제는 남북분단에서 야기되는 위험, 특히 북한의 붕괴라고 지적하기도 하는데,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노력과 열매에 대한 기분좋은 평가임에는 틀림없는 부분입니다. 물론 우리앞에 놓인 문제를 지혜롭게 헤쳐나갈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지나간 세계의 크고 작은 경제위기를 분석하고, 그에 바탕을 둔 현재의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한 시원스런 지적과 그 전개과정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 그리고 해법에 대한 단호한 주장들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현재의 위기상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게 한다는 면에서 마냥 바라보고만 있어야했던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게 해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지금의 위기가 전혀 어찌하지 못하고 당해야만 하는 블랙스완과 같은 위기가 아닌 지금껏 반복되던 위기의 하나라는 면에서 이러한 위기를 모면할 더 나은 방법들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함께 안겨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해결책들이 세계, 또는 한 국가라는 단위에서 계획되고 시행되어야하는 것들이기에, 그 위기 가운데 움츠리고 있는 각각의 개인들이 어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 거의 없다는 점은 무척이나 아쉬운 점입니다. 아마도 지금의 위기는 그런 개인의 범위에서 논하거나 대처하기에는 너무 크고 넓게 자란 것이라는 이야기도 되겠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그럼 나는 어찌할까?' 하는 의문에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하는 것은 아쉬움이 됩니다. 더 나은 개인들의 삶을 위해서, 이번 위기 앞에 선 전문가들과 정책입안자들이 이러한 광대한 위기를 또한 광대한 개혁의 계기로 삼아 더 나은, 그리고 더 안정된 금융시스템과 경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지혜와 결단력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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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온 철학씨 - 문득 되돌아보고픈 인생
마리에타 맥카티 지음, 한상석 옮김 / 타임북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철학이란 무엇인가? 아마 많은 사람들은 나처럼 'philosophy'라는 단어를 떠올리고는 그 어원을 따라 '지혜에 대한 사랑'이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지혜'라는 것은 무엇이고 '사랑한다 또는 좋아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또는 철학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을 말하는가 등의 물음에 이르면 이내 말문이 막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철학이라는 단어가 낯선 것은 아니지만, 철학이라는 것은 나와 다른 사람, 또는 특별히 그 학문에 뜻을 둔 사람, 또는 앞선 시대를 살았던 칸트나 헤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같은 사람이 했던 것이라고 치부해 버리고, 옆의 동료가 철학을 논한다면 '개똥철학'이라고 놀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더더구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철학이 말하는 지혜보다는 지식적인 측면에서의 앎이 더 중요하게 생각되고, 더더구나 경제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지식이 최우선이 되는 것이 사실이고 보면, 겨우 어원에서 그 정의를 유추해내고 철학자 몇 사람의 표면적인 사상이나 유명한 말 몇 마디로 철학을 이해하는 일반인들에게 철학이라는 고상한 학문이 들어설 자리는 없어보입니다. 실제로 시중의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대부분의 철학서적들도 철학자들의 난해한 저술들이거나 철학자들의 사상을 시대순 또는 사조별로 나열한 입문서라는 사실 역시 일반인들의 철학하기에 대한 장벽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아마도 이런 질문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책의 첫머리를 바로 이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과 책을 쓰게 된 동기가 되었다는 대학생 조(Joe)의 대답 '내게 좋은 삶이란 인생의 모든 것에서 충동적으로 나오는 반응을 강요당한다는 느낌 없이, 실제로 또 조리 있게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를 통해서 저자는 자신이 우리에게 안겨주고 싶어하는 철학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겪는 것들에 대해서 분명하고 조리있게 생각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갖고 그러한 생각과 성찰을 대화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시간 속에서 좋은 삶을 이해하고 누리는 것..... 이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우리가 누릴 수 있고, 또한 누리기를 바라는 철학에 대한 설명입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철학이란 바로 우리의 삶, 물질과 단절과 불안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현대문명의 차가움 속 어디에선가 길을 잃은 우리의 삶에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일깨우고 가르쳐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주어진 열가지 주제를 가지고 생각하기와 함께하는 모임을 통해서 더 좋은 삶으로 나아가기를 연습하는 철학 안내서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우리가 좋은 삶의 끈을 엮어가기 위해 먼저 연습하기를 바라는 열가지 주제는 단순함, 의사소통, 시각, 유연함, 공감, 개성, 소속, 평온함, 가능성, 그리고 기쁨입니다. 지금보다 덜 도시화되고 산업화된 시절에는 미덕으로 생각되었던 주제들일 수 있지만, 현대인들의 삶에서는 대부분 뒤로 밀려난 것들이고 언급된다고 하더라도 철저하게 계산되거나 의도적인 면이 강조된 채 본래 의미가 많이 탈색되어 있다는 생각이 드는 주제들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좋은 삶을 위한 주제로 이 열가지 주제들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각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경험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합니다. 이어서 두사람의 철학자를 등장시켜서 각 주제에 대한 조금더 철학적이고 깊이있는, 한편으로는 관점이 다른 두가지 생각을 읽는 이가 경험하게 합니다. 단순한 철학적인 사상이 아닌 우리가 좋은 삶을 배우고 실천하기 위해서 각 주제에 대한 철학하는 방식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각 주제의 철학자 소개에 이어지는 '정답없는 질문'과 '철학 도구들'은 우리가 수동적으로 읽는 것에서 벗어나 주어진 주제에 대해서 분명하게 생각하고, 음악을 듣고 흥얼거리거나 시를 낭독하고 쓰기, 글을 읽고 말하기, 영화나 영상자료를 보고 생각하기, 그리고 실제 우리의 행동을 통해서 몸으로 철학하기를 위한 안내로 가득히 채워져 있습니다. 바로 철학이 우리 삶에 찾아들어오게 만들어 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수동적으로 읽는 것에 익숙하고 독서라는 것이 함께 하기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면이 강하기에 저자가 제시하는 생각하기나 철학의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처음에는 분명 쉬워보이지가 않습니다. 더더구나 모임을 통해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하고 모임을 이루기 위한 요령까지 안내되어 있고, 저자가 처음부터 서로 나누는 대화와 소통을 중요하게 말한 것까지 고려한다면, 이 책을 통해서 안내하는 좋은 삶을 위한 철학여행을 위해서는 여느 책처럼 한번 들고 몇시간 또는 며칠에 걸쳐 읽어내고 책꽂이에 장식해 둘 책은 분명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더디더라도 주제 한가지라도 세심하게 읽고 저자가 제시하는 질문들과 철학의 도구들-저자가 제시하는 자료들이 우리가 모두 구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닙니다-을 몇 가지 만이라도 차분히 활용한다면, 그리고 주위사람들과 이 주제와 도구들을 공유할 수 있다면 분명 저자가 말하는 좋은 삶, 무엇인가 바로 와 닿는 그런 것은 아닐지라도 어느 순간 대단히 중요한 것을 얻었음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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