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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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가를 가르친다. -윌리엄 포크너

 ... 문학은 삶의 용기를, 사랑을, 인간다운 삶을 가르친다. 문학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치열한 삶을, 그들의 투쟁을, 그리고 그들의 승리를 나는 배우고 가르쳤다. 문학의 힘이 단지 허상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도 나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

 작가가 유방암이 경추에 전이된 뒤에, 이 책의 바탕이 된 신문 칼럼 게재를 접으며 쓴, 마지막 글 "문학의 힘" 중 일부 내용입니다. 앞의 여러 글들을 통해 보이던 진지하지만 결코 무겁지 않게 자신의 문학속에서의 여정을 기록해오던 작가가,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어투로 문학의 의미를 되뇌이며 그러한 의미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고 다짐하는 모습속에, 바로 자신의 글들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모두가 담겨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문에 해당하는 첫머리의 <작가의 말>을 '같이 놀래?'라는 파격적(?)으로 느껴지는 제목으로 시작한 저자는, 3년간 중앙 일간지의 북칼럼에 실었던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숨겨놓은 보석을 하나씩 꺼내 보듯, 일생 동안 내안에 쌓인 책들을 하나씩 꺼내면서 새로운 감회에 젖었고, 위대한 작가들의 재능에 다시 한 번 감탄하며 고맙고 행복했'던 시간의 기록이었다고 기억합니다. 또한 칼럼을 통해서 독자들을 만나는 시간이, 독자들과 문학을 통해서 '슬퍼도 또는 상처받아도 서로를 위로하며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는가'를 추구할 줄 아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나누는 시간이었고, 친구들을 향해 스스럼없이 '같이 놀래?'하며 손내미는 어린아이의 마음처럼 순전한 손 내밈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문학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문학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했다는 어느 학생처럼, 작가 자신이 일평생을 문학의 숲을 거닐며 얻은 '향기로운 열매를 향유하고 이 세상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믿음'을 나누고자 했던 초대 글이고, 누군가 '문학의 숲에서 사랑을 만나고 길을 찾'고, '더욱 굳건하게 살아갈 희망과 용기를 얻'기를 바라는 바람과, 서로에게 '화합의 손을 내미는 더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는 소망까지도 함께 담은, 진정 문학이 우리 삶에 주는 의미를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한 선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함께 아름다운 숲속을 거닌다고 하더라도 숲에서 나올때면 서로가 다른 느낌과 감상을 지닐 겁니다. 어떤 이는 작은 것에도 아름다움을 느끼겠지만, 어떤 이는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공기가 맑고 신선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또 어떤 이는 칙칙한 숲의 향기가 맘에 걸려노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도시에서 못보던 벌레며 곤충들을 신기해 하는 이도 있겠지만, 또 그것들에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문학의 숲에서도 역시나 그러한 모습은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어떤 이는 숲 근처까지는 갔지만 깊숙이 들어가지는 못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아예 멀리서 숲을 바라보고만 서 있을 수도 있겠고, 숲속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이내 길을 잃고 헤매는 이도 있을 것이고, 조그만 오솔길 하나 따라갔다 돌아와서는 여행을 마쳤노라고 하는 이도 있겠지요. 물론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그 숲을 거닐며 많은 것들을 얻어오는 이도 있을거구요. 분명 정답은 없는 길이지만, 이해하고 삶에 새기는 깊이의 차이는 있는 길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은 문학의 숲을 자유로이 드나들며 자신만의 삶과 문학에 대한 이해를 만들어낸 사람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알려진 문학작품의 소개나 유명작가의 삶의 일화를 소개하는 정도의 산책길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 문학을 매개로 자신의 삶속에서 함께 뒹굴고 살을 맞대며 문학작품과 작가들과 살아온 이야기, 그러한 과정에서 문학과 함께 자신의 삶이 그려온 궤적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제목을 보면서 문학작품을 소개하는 글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하였지만, 이내 '숲을 거닐다'고 시적으로 표현한 제목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고나 할까요. 우리가 숲속에 들어가면 나무 하나, 풀 한포기에 관심을 주기도 하지만,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심호흡도 하고, 기지개도 펴고,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태양과 푸른 하늘을 감상하기도 하고, 메아리를 듣기 위해서 '야호'하고 소리도 한번 질러 보듯이, 작가가 문학의 숲속을 거닐며 자신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이해하고 느꼈던 문학에 대한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해야겠습니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문학작품을 소개한 소개서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에 비친 문학을 정갈하게 그려낸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노라면, 작가의 바람처럼, 책 하나하나가 자신에게 소중했던 만큼, 그 소중함을 독자들에게도 전하려는 간절함과, 현학적인 분석보다는 그 작품이 자신의 마음에 어떻게 와 닿았는지, 어떤 감동을 주었고, 자신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했는지를 알리고자 하는 저자의 진심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은 오로지 작가의 노력과 능력으로 돌려도 될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하는 햇수가 쌓여 가면서, 시나 문학작품으로 향하는 손길이 갈수록 인색해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좀더 현실적이고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들에 먼저 손이 가고, 열중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머리를 식힌다는 불순(?)한 의도로 책장속에 있던 이 책을 다시 집어들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작가는 문학의 숲에서 같이 놀아보자고 속삭이고 있습니다. 내가 현실적이라고 생각하고 더 풍요롭기 위해서 얻으려고 발버둥치는 것들이 실은 그 숲속에 고스란히 숨겨진 것이라고, 그 보다 더 의미있고 풍요롭고 현실적인 살아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말입니다. 부디 앞으로는 시간이나 삶에 쫓기지 말고, 지혜롭게 이 숲속을 거닐며, 작가가 말한 치열한 삶과 투쟁과 승리, 그리고 사랑과 용기와 인간다운 삶을 느끼고 배울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을 마음 한구석에라도 품어봅니다. 이 시간이 순수했던 시절의 허상이 아닌, 오늘 현실속의 삶의 도구로서의 문학이, 내 품에 다시 안겨 돌아온 시간이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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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의 약속
코데마리 루이 지음, 고정아 옮김 / 행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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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편의 소설이 실려 있습니다. 여자들의 사랑이야기.... 나이는 30후반에서 40대에 이르는 여성들, 그리고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기틀이 잡힌 삶을 살고 있고, 사별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정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사랑~.... 아니 사랑이라기 보다는 불륜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습니다. 자신의 삶에서의 일탈을 꿈꾸다가 어느 순간 그 유혹을 사랑이라고 느끼고선 거기에 몸을 던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주인공들의 마음속의 갈등과 욕망을 들여다보며 그들의 선택에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듯 하지만..... 냉정하게 내가 보기에는 불륜에 관한 이야기가 맞습니다. 적어도 이야기 속의 내용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한다면, 그걸 사람들은 사랑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일탈에 따른 불륜이라고 표현할 것입니다.

 모름지기 작가라고 한다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남들이 돌아보지 않은 곳을 돌아보고, 남들이 살아보지 못한 삶을 살고 상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그리고 그 일상의 공허함에서 헤매고 있을 때, 작가적인 상상력으로 또 다른 삶의 활력을 찾아내기도 하겠지요. 그런 면에서 책속의 여섯편의 소설은 파릇한 사랑을 지나서 어찌보면 삶의 공허감에 시달리고 있을 주인공 나이 또래의 여성들에게 그들의 삶의 욕망과 실체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면은 아니지만 작가적인 상상력이 가미된 일부를 숨기지 않고 표현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습에 때로는 주변의 시선이나 자신의 자존심에 기대어 그러한 공허함을 버티고 있을 여성들에게 그것들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자유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것은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읽히는 한, 불륜에 관한 무책임한 이야기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책속에서 사랑이라고 표현한 것들은 아마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육체적인 관계를 통한 교감과 욕망의 분출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 아마도 자신들의 남편과 처음 만나서도 그녀들은 그렇게 느꼈을 것입니다. 사랑이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들은 전혀 다른 사람과 그런 식의 -물론 다른 점도 있겠지만- 사랑을 꿈꾸고 일탈에 빠지고 맙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을 다시 사랑이라고 부르는 듯 합니다. 하지만 처음이 그러했듯이 이어지는 사랑도 또한 비슷한 감정을 남기고 스러지겠지요. 그래서 그들의 사랑은 뜨겁게 시작하지만 너무도 쉽게 다시 식어버리곤 합니다. 사랑이었다고 하기에는.... 차라리 욕망이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리겠습니다.

 그래서 처음 썼던 문장을 다시 고쳐봅니다. '여섯편의 소설이 실려 있습니다. 여자들의 욕망 이야기..... 나이는 30대후반에서 40대 초반에 이르는 여성들의..... 자신의 삶에 담긴 공허함을 감당하지 못하고 일탈을 꿈꾸다가 자신의 욕망에 몸을 맡긴, 겉으로는 번듯해 보이던 여성들의 일탈과 욕망의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사랑이 아니고 일탈과 욕망의 이야기입니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사랑이라고 우기며 환상에 젖어 살고 있는 것이 사실이겠지만..... 작가가 진실하다는 것은 그러한 일탈과 욕망을 숨기지 않고 세상 사람들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것이겠지요.하지만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거기까지-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당신들의 마음속에 이런 욕망이 있지 않느냐고 묻고있는 거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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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도서관 - 세계 오지에 3천 개의 도서관, 백만 권의 희망을 전한 한 사나이 이야기
존 우드 지음, 이명혜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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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책의 파란 띠지에 있는 "세계를 변화시킨 20인 중 한사람!"이라는 오프라 윈프리의 찬사가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이려니 생각하였습니다. 물론 책소개를 통해 저자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임원으로서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 네팔에서 시작하여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그리고 아프리카에 학교와 도서관을 세워주는 일을 하고 있는 자선사업가라는 이야기와 개발도상국에 3000개의 도서관과 200개의 학교를 지었고 150만권의 도서를 기증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의미있고 대단한 사업이었는지 책의 마지막장을 덮을 때까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요.

  아직까지도 자선사업이나 봉사활동에는 복지나 이에 연관된 학문에 대한 지식과 열정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만 생각하고 있었고, 그러한 노력이 열매를 맺고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시바이쩌 박사나 테레사 수녀의 삶처럼 극단적인 자기 희생과 빈곤하고 학대받는 자들과 함께 하는 삶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존 우드가 자선사업가로 변신하고,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를 통해 배운 자신의 특기를 자선사업에 접목시켜 계획하고 필요한 사업을 하나씩 완성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러한 열정과 삶의 모습만이 답은 아니라는 생각을 새삼하게 됩니다. 어떻게 본다면 21세기에 걸맞는 21세기적인 접근으로 이룬 감동이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한 봉사활동을 사업이라고 말하고, 자신을 과감하게 사업가라고 고백하면서도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을 수 있고, 또한 어떤 다른 사람의 봉사활동보다 더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새삼스러움입니다. 대단한 구호나 사명감, 우월감이 아닌, 출세를 위해 불살랐던 열정을 고스란히 꿈을 향해 내던지는 저자의 모습 속에서 그리고 그가 이룬 희망의 싹들을 보면서 그가 했던 일 그리고 지금 이루어 가고 있는 것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느끼고 그 속에 담긴 밝은 미래를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책 중간에 소개된 사진들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너무 기뻐서 울거나 감동해서 눈물짓는 모습없이 모두가 희망을 가득 담은 미소를 얼굴에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사진중에는 진지하게 책이나 컴퓨터 배우기에 열중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지만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티없는 웃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속에서 웃고 있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한없이 또렷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담고 싶다는 듯이.... 미래의 희망을 기대한다는 듯이.... 책을 읽노라면 그들의 얼굴 가득한 미소와 또렷또렷한 눈망울의 의미를 알 수가 있습니다. 그 안에 담긴 희망과 감동과 감사와 미래와 대한 기대 등을......

 책을 읽으며,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밀려오는 기쁨 -또는 감동-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기쁨으로 웃음이 나오고, 한편으로는 감동으로 인한 눈물이 흘러내리고.... 내가 한 일은 아니지만 마치 내가 그 한 부분이라도 감당한 듯이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세상이 조금 더 밝아지고 어두움이 좀더 물러갔다는.... 한 사람이 세상의 희망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건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은다면 얼마나 대단한 일들을 이루어 낼 수 있는 건지.... 등등 나와 우리의 삶을 온통, 세상을 밝힐 소식들로 가득 채울수 있을 거라는, 그리고 세상은 아직도 생각만큼 팍팍하고 냉혹한 곳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많은 어린 영혼들에게 희망을 선사한, 그리고 이 이야기를 통해 나 같은 이들에게도 세상의 희망을 다시금 노래할 수 있게 한, 존 우드와 그의 Room to Read 가족들에게 한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부디 천만명의 어린이에게, 천만권의 책이 전해질 때까지 그리고 소외된 곳의 모든 어린 생명들이 책속의 아이들과 같은 미소를 얻을 수 있을 때까지 그들의 발걸음이 멈추지 말기를 기원합니다.

 정말로 모든 이에게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여러분 꼭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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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 시골의사 박경철이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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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과 <시골의사의 부자 경제학>이라는 서로 전혀 다른 분야의 두가지 책으로 익숙한 저자가 새롭게 내놓은 책입니다. 내용으로 본다면 아름다운 동행과 더 가까운 이 책에는 마흔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 중에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도 있고, 가족의 이야기도 있고,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습니다. 언젠가 저자의 블로그에서 보았던 내용도 두세개가 담겨 있으니, 어디선가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이전의 칼럼이나 게시글들을 모아서 새로이 책으로 펴낸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을 통해서 본 그의 블로그에서 읽었던 글들은 그때의 느낌이나 감정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아마도 마흔개의 이야기에 담긴 성실하고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이고 쌓여서 더 큰 깊이로 다가오기 때문이겠지요. 한편으로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졌지만, 자신의 직업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이 만나는 환자들과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놓치지 않고 잡아낸, 삶의 희노애락에 대한 섬세하고 포근한 정서가 글속에 그대로 묻어났기 때문이라고도 하겠습니다.

 글을 읽고 있노라면 오랫동안 잃고 살았던 내 삶의 뿌리나 근원, 아니면 삶이란 어떤 것이었는가를 삶의 어디쯤에서 망각하고 만 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게 됩니다. 조금 거창한 표현이기는 하겠으나 여기 나온, 저자가 착한 사람이라고 표현한 이들은 한 시대를 어렵게 살아낸 내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이고, 내 누이와 내 형제, 그리고 나의 어릴적, 시골 한 구석에서 친구들과 몸을 부딫히면서 자랐던 그 시절의 내 이야기와 겹치는 부분이 있음을 문득 문득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시절을 잊고, 앞만보고 달려가던 내게 저자는 아직도 그런 고단하고 힘든 삶이지만 이리 곱고 아름답게 살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도 합니다. 바로 그 부분이 내 삶의 강퍅한 부분이 마모되고, 콧등이 시큰해지고 눈물이 핑돌게 되는 부분들이었던 듯 합니다. 좀처럼 책을 읽으며 -아이들 동화책 속에서는 예외이지만- 어떤 감정적 흔들림이나 눈물의 자취를 찾아볼 수 없었던 스스로에게 억지로 단단해지려고 꾹꾹 눌러담아 두었던 그러한 억눌림의 감정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려고 요동치게 만드는 책이었다고나 할까요. 이런 삶도 있구나!, 이렇게 사는 이들도 있는데... 하는 생각을 몇번이나 하면서 책장을 넘기고 또 넘기며 그들의 아픈 삶을 동정하기도 하고 고달픈 삶을 안타까워하기도 하였습니다. 교만하게도 어쩌면 좀 더 배우고 아득바득 우기며 살지 않았다면 그런 삶이 내 삶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였구요.....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묵묵히 곰삭히는 시간 속에서, 책속 주인공들의 삶에 대한 공감의 마음은 갈수록 사그러지고, 그들의 삶에 대한 안타깝고 애틋함만이 마음을 더 채우고 있습니다. 그들의 착한 인생에 박수를....보낸다지만 나의 삶이 그런 삶이라면 순순히 받아들이고 그들처럼 긍정하며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면 냉정하게 그리는 안 살거라는, 그리 순박하고 어리숙하게 살면 안되지라는 생각이 앞서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삶이 안타깝다면 그런 삶들을 위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상투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지만 나의 감정은 행동으로 더 나아갈 길을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마음속을 방황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능란한(?) 글솜씨로 자신이 소개한 착한 인생들에게 배운다고 하였지만, 배움의 다음에 해야 할 행동은 오롯이 책을 읽어낸 나같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착한 인생들의 삶이 소리없이 세상의 한 구석을 밝히던 빛이었음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기를..... 그리고 그러한 빛들이 있었기에 우리 사회가 아직도 희망을 이야기하며 건강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그들의 삶을 보며 박수를 쳐주고 싶지만, 여전지 가슴 가득히 안타까움이 남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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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유 있는 '뻥'의 나라 - 황희경의 차이나 에세이
황희경 지음 / 삼성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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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우리의 역사속에서 무수히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던 나라이기에 당연히 많이 그리고 잘 알고 있는 것으로만 생각하던 나라입니다. 지리적으로 서해를 건너면 바로 닿을 수 있고, 육로로는 북한을 거쳐 압록강을 건너면 만날 수 있을 것 같고, 문화적으로 우리의 수많은 문물속에서 그 흔적을 볼수가 있고, 역사적으로는 더더구나 군더더기를 붙일 필요가 없는 듯한 나라 중국, 삼국지의 유비, 관우, 장비를 비롯한 많은 영웅호걸들의 모습으로, 서유기의 손오공과 저팔계, 사오정의 이야기로, 수호전의 수많은 영웅들의 모습으로 뇌리에 흔적을 남긴 이 나라를 정말로 많이 알고, 적어도 상당히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만큼, 그 나라에 한발짝 들여놓은적이 없건만, 그런대로 알고 지내노라고 말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알고 있는 중국은 현실의 중국이 아니었음을, 때론 역사속에 때론 책속에 또 때로는 유물속에 가만히 드러누워 있는 말라 비틀어지고 황폐해진 그리고 박제된 중국의 그림자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은 과거에 내가 알고 있노라고 자신했던 허장상세는, 이제는 현재의 중국, 세계화 시대에 그 앞을 향해 질주해가는 그런 중국이 아닌 중국의 옛이야기와 역사에 대해서 조금 알고 있었던 듯 하다는 소박한 표현으로 바뀌는 것이 옳은 듯 하다는 겸양(?)의 미덕도 함께 깨우치게 됩니다.

 중국, 이유있는 '뻥'의 나라, 한겨레 신문의 '변하는 중국, 변하지 않는 중국'이라는 인기 연재물 -솔직히 난 이 연재물을 대한 적이 없습니다-을 바탕으로 책으로 발간 되었다는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내공(?) 또는 뻥(?)을 뿜어 냅니다. 대단한 것이 담긴 듯도 하고 그냥 뻥인 듯도 하고...... 독자인 나와의 심리전에서부터 이미 한 발짝 정도 앞서간 것이겠지요. 그리고 첫장을 펼쳐들고 읽어내리기 시작한 글에 신으로 추앙받는 관우의 귀신이 씌였든지, 아니면 서유기의 손오공의 요술에 걸렸는지 빠져드는 재미를 어쩌지 못하고, 글의 향기와 낭만과 즐거움에 취해 마지막장까지 읽어 내렸습니다. 물론 이런 것은 저자 특유의 글담과 재치와 노력의 결과이겠지만, 읽는 내내 그 이상의 것이 있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면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재미있고 유쾌해서였겠지요. 글의 내용과 특징을 내 나름 표현한다면 과거의 중국을, 현재의 중국과 잘 버무려 놓은 글이라고 할까요. 현재의 중국이란 나라뿐만 아니라 과거의 중국에 대해서도 통달한 것이 아니기에 무어라 평가하는 것이 과분한 것이란 생각은 들지만 굳이 말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부분은 책의 추천사에 포함되어 있는 '보이지 않는 중국의 내면을 말하는...', '변화하는 중국과 변화하지 않는 중국을 동시에 읽을 수 있다...' '대륙의 수천 년을 관류하여 내려온 전통이 현재 일상에 어떻게 녹아 있는가를 이야기하는...' '중국의 단면에 익숙한 우리에게 필자는 입체 서라운드로 중국을 들려준다...' '... 자본의 안경으로는 볼 수 없는 21세기 중국의 변화무쌍한 얼굴을 특유의 내공과 재치로 보여준다'는 말들속에 더 현실감 있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예전과 다른 듯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는 현재 중국의 모습속에서, 하지만 여전히 중국이라는 문화와 역사에 맥을 닿고 있는 부분을 날카롭게 관찰하고 찾아내서, 재치와 웃음을 담아 그것을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20가지의 메뉴로 구성된 이 책은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라는 루쉰의 글로 마무리 되어 있습니다. 짝퉁 세계공원을 찾아 중국의 세계와 천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쿵이지'라는 술집의 이름을 보고 루쉰과 마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현재의 백성들속에서 루쉰이 말한 아직 죽지않은 아큐를 알아보는 안목, 경국 한자락에서 영화와 문화에 대한 중국인의 의식을 논하고, 강호를 찾아 '장자'와 '사기'에서부터 무협소설의 세계까지 종횡무진 질주하는 등 다양한 모습의 중국속에서 그들의 진면목을 드러낸 저자가 마지막에 루쉰의 도를 논하는 듯한 글로 마무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저자가 바라본 것처럼 중국이라는 현대화의 용광로속의 거인을, 현재 공사중이라는 말로 대변된다는 이 나라의 변화를, 앞서간 서방의 눈이나, 먼저 현대화의 길을 걸은 우리의 눈이 아닌 중국인들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참다운 속살을 볼 수 있다는, 본래 자신들의 길이 없던 땅위에 합심하여 길을 만들고 희망을 만들어 내고 있는 중국인의 눈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닐는지..... 그러고 보면, 저자의 이 글을 통해 중국이라는 나라의 속살을 이리 들여다 볼 수 있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그들과 가까이에 있어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알게 모르게 서로 속살을 맞대고 부대끼며 살아온 연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양인들은 아마도 이러한 즐거움을 알수도 느낄 수도 없을 겁니다. 저자가 이 책을 그들의 말로 잘 번역해서 손에 쥐어준다고 해도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은 우리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의 또 다른 목록이 아닐는지...하는 이유있는 '뻥'을 한번 까(?)봅니다. 참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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