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자리에 앉으려고 서둘렀다. 

강의 10분 전에 도착, 다행하게도 앞자리가 비어 있었다. 

1부 강의는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구희진 전무 ( 오늘 전무로 승진 했단다 )가 강사이다. 제목은 " 2009 국내외 경제전망 - 금융위기 이후의 패러다임 변화 " , 예정된 시간임에도 자리가 덜 차서 5분 정도 늦게 시작했다. 주최하는 입장에선 붐벼야 신도 나는 법인데, 좀 아쉽기도 하다. 구 전무는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뽑힐 정도로 지명도가 높은 인물이다. 

1. 국내 경제전망 

혹자는 백화점 매출이 크게 줄지 않았음을 거론하며 낙관론을 펼치지만, 소비 지표는 후행지표임을 감안한다면 앞으로는 소비가 위축된 모습을 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국내 GDP 성장도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마이너스 0.2 % 

조선업종의 주문 취소 사태가 발생 않는다면, 그리고 LCD 와 TV 부문이 현 수준을 유지해 준다면, 경상수지는 약 50 - 100 억불 수준 예상된다. 

단기 외채와 유동성 부채 비중이 증가하여 50% 에 근접하면서 환율의 변동성이 매우 크다. 

2. 세계 경제전망 

글로벌 전체 약 0.5 %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IMF 에서 선진국 성장률을 조만간 다시 하향 조정할 것으로 조짐이 보여 나빠질 수도 있겠다. 

금, 원유 등 상품가격도 경기 위축으로 하락이 불가피하다. 

일본의 실업률 증가가 심상치 않다. 

3. 부동산 시장전망 

미국 주택시장 올해 지속적 하락 예상된다. 뉴욕에서 10억원 정도면 호화 저택을 구입 가능할 정도이다. 

아직 국내 부동산도 투자기가 아니다. 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낮지만, 이것이 오히려 추가 하락의 개연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4. 금융위기 이후의 패러다임 변화 

효율성이 강조되면서 한계기업 퇴출과 동종업종간 M&A 등 산업구도의 개편이 진행될 것이다. 

5. 국내 증시전망 

1분기 실적발표후 또 하향조정 예상된다. 어쩌면, 4월 초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겠다. 투자를 절대로 서두르지 말라. 

박스권에 갇혀 있는 형상이므로 단기 투자에 주력해야 한다. 

3분기 이후 산업구도 재편 예상된다. 

그러나, 기업의 부도 위험은 IMF 당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튼튼한 편이다. 

 

잠시 휴식 시간을 갖고 이어서 2부를 진행했다 ( 20:10 부터 ) 

2부 강의는 대신증권 영업지원본부장인 송동근 전무이며, 멘탈투자에 대한 강의이다. 

투자대가들인 워렌 버핏, 앙드레 코스톨라니, 고레가와 긴죠 등의 투자전략, 조언이 소개된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멘탈투자란 말 그대로 투자심리인데,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이다. 달의 뒷 부분 사진을 소개한다. 우리는 늘 달을 앞 부분만 보아 왔다. 

2 천만원 하는 신차를 사려고 한다. 

① 손해본 해외펀드를 판다 ( 5 천만원이 2 천만원으로 하락했음 ) 

② 이익난 코스닥 주식을 판다 ( 1 천 5 백만원이 2 천만원으로 상승했음 ) 

어떻게 할 것인가 ?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② 의 방법을 선택하는 데, 이익이 발생하여 마치 자신이 투자의 귀재인양 착각하는 기분에 빠지기 때문이란다. 이를 " 기분효과 " 라고 한다. 

또한, 자가 운전자 대부분은 자신이 평균보다 훨씬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 자기과신 " 에 빠지는데, 투자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 투자해도 될까 ? " 하는 생각보다 " 역시 난 투자를 잘해"  또는" 난 잘 할 수 있어 " 란 과신에 빠져 가족과 친척의 투자 자산을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은 투자를 해야할 때라면서 강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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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인생에 과연 정답이 있을까? 있다면 그 정답을 아는 사람을 과연 신일까? 아니면 나나 우리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일까? 

이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할수 있는건 아마도 종교에 있는 사람들 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의 종교가 인생의 답이라고 말이다.  

물론 신이 있다면 신은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방법으로 말이다. 하지만 인간중에 이 답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공병호 박사님가 아닐까 싶다. 

물론 공병호 박사님이라고 인생의  정답은 이런거다 라고 말하기는 못하겠지만 이쪽으로 많이 공부하고 연구한 만큼 좀더 가까운 답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 감으로 누리꿈스퀘어로 향하게 되었다. 

가는 길이 쉽지 않은 만큼( 생각보다 복잡하다) 기대감이 컸다. 학교에서 과제를 하다 좀 늦어서 막뛰어서 오마이뉴스에 도착했을때 강연회가 막시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숨을 가다듬고 구석의 자리를 잡고 펜과 종이를 들고 강연회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시작하신 말씀은 인생은 파도라는 것이다. 인생에는 큰파도 작은 파도가 있지만 곧 없어기도 하고 더 큰 파도가 오기도 한다고 생각하면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나온 키워드는 바로 "실력" 바로 구체적인 실력이었다. 실력의 중심은 다름사람이 원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 이며 그 실력은 핵심을 찾아내는 능력이라고 했다. 그 시력을 키우기에는 대학교가 가장 좋으며 10년을 훈련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에서 과연10년뒤에 나의 모습은 어떨지 상상해보니 왠지 모를 기운이 솟아 났다. 

대부분의 사람은 인생을 소비적으로 사는데 인생을 생산적으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3가지를 들어주셨는데  

1. 전문 기술 2. 주도적 생각 3. 생각할수 있는 힘 

나는 지금 최선을 다하는가? 오늘 어떻게 보냈는가? 에게대해 답을 찾아보고 습관의 중요성에 대해 이어서 말씀하셨는다. 

습관은  지속성, 치열한, 성실한, 준비성, 그리고 긴장감과 위기의식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햄릿"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충실할것, 이 한가지만 충실하면 타인에게 충실할수 있다"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밀도 있는 삶을 살라고 당부 하셨다.  

그리고 인생에는 준비 말고도 감사와 사랑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레이건 대통령의 "god bless you"의 예를 들어 인생을 자신이 주인공으로 만들고 감사와 사랑으로 채우면 행복한 삶을 살수 있을 꺼라고 말씀하셨다. 

왜 사는가?"정체성과 목적" 

그 후 질문시간에 나는 "10년의 법칙을 말씀하셨는데요? 10년을 준비해도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고도 성공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고 질문 했는데 이에 대해 박사님은 

" 물론 그럴수도 있습니다. 인생에는 수 많은 변수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10년을 준비한 사람의 가능성은 그렇지 않는 사람보다 훨씬 높습니다. 즉 가능성을 올리는 거죠. 인생에는 준비 할수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사랑과 감사가 필요한 겁니다." 

이번 강연회를 들으면서 정말 삶을 밀도 있게 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어려우 시기에 나에게 힘이 되어 준 공병호 박사님께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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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쉬어 매드니스’는 1980년 미국 보스턴 초연 이래 29년간 꾸준히 공연되고 있는 흥행작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동안 공연한 작품으로도 손꼽힌다. 본 연극은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독특한 형식의 작품으로 그날 그날의 범인을 관객의 의견에 따라 뽑고 그에 따라 결말이 달라진다. "증인"이란 역할이 부여된 관객은 이제껏 모든 사건의 진상을 지켜본 유일한 목격자들이다. 관객은 직접 극에 개입하여 용의자들에게 상황의 재연을 요구하고, 의문점을 찾아내게 된다. 관객은 자신의 목격한 사실을 배우(박형사)에게 전달하고, 작품의 말미에는 투표를 통해 관객이 그날의 범인을 지목하는 독특한 형식을 가지고 있다.



김기수씨가 나올 때 독특한 줄거리라 한번 보러가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다가 바쁘다는 핑계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초대권을 받아 보고 싶었던 연극을 보게 되었다. 캐스팅된 배우들이 계속 바뀌면서 오픈런하고 있는 작품이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공연임을 알 수 있었다. 대학로 예술마당에서 하는 공연인데 위치를 미리 알아보지 않고 갔더라면 고생할 뻔했다. 장소는 다른 공연장에 비해 넓어서 맨 뒤에 앉으며 소리가 작게 들릴 정도였다. 객석은 깔끔했고 연극무대인 미용실은 꼼꼼하게 잘 재현되어 있었다. 관객은 무대 위 배우들의 모든 행동들의 증인이 되므로 소품의 위치와 세부사항에도 신경쓴게 보였다. 공연 5분전에 들어갔는데 벌써 배우들이 무대에 나와 지루하지 않게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신선한 느낌을 주고 기대감을 더했다. 젊은사람들의 트렌드에 맞춘 것이 연극의 흥행요소 중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친 코믹 추리극이라는 말 답게 정말 정신을 빼놓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배우들의 연기가 이어졌다. 연극의 제목처럼 다들 제정상은 아닌것 같았다. 요즘 트렌드를 중간 중간에 넣고 가끔 상소리를 하여 웃기는 등 웃음을 유발하는 일부요소가 억지처럼 느껴져 약간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같이 간 연인을 포함하여 다른 분들은 호응이 좋았다. 내가 트렌드를 잘 모르는 센스~를 지닌 사람이라는 것이 드러났다.ㅡㅡ;;
중간에 쉬는 시간이 한번 있는데 연기자들은 계속 무대위에서 연기를 하고 있었다. 배우들은 관객에게 무스같은 것도 던져주고 대화도 하는 등(연기이다) 서비스도 좋았다. 직접 참여하는 관객들의 호응도 좋았다. 서로 손을 들고 말할 기회를 얻어 배우들을 심문하느라 바빴다. 엉뚱한 소리로 심문하면 그에 대한 답변도 엉뚱했다.  결국 다수결로 오준수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그의 엔딩을 봤다. 나는 개인적으로 포돌이를 지목할라 했는데~ㅋ 가장 혐의가 짙은 사람보다 아닌 사람을 지목하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 관객들은 솔직하게 증거를 통해 범인을 색출한다. 다른 엔딩이 궁금하기도  한데 전체적인 틀을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도도한 한보현 사모님의 연기가 기억에 남는다. (제일 재미있었음. ㅎㅎ)
전체적으로 웃음의 요소가 살짝 아쉽긴 하지만 나름대로 제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독특한 전개와 관객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이 돋보이는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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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7일은 그가 낙원동 심야극장에서 홀로 이 세상을 떠난지 20주기가 되는 날이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해본다. 작은 시집에서 배어나는 깊은 허무의 목소리, 안개는 자욱하고 싯누런 해가 솟아오르는 그의 세계를 나는 어렵게 나의 혀 속에 새기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교를 올라가는 그 혼란의 시기, 그 속에서 설레임 속에 어렵게 밀려드는 허무와 공허함들을 긍정하게 할 수 있는 객관화된 힘은 문학에 있었고 그 것들 중에서 기형도와 황석영 백석이 큰 힘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진정한 절망의 시기에 매말라버린 내 손이 찾는 것은 기형도의 시집, 입속의 검은 잎이었다. 

 2000년도에 대학을 들어간 이들은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세기말과 신세기, 혹은 밀레니엄에 걸쳐 대학을 다니는 우리들은 수사학적으로가 아니라 현실 그 자체로 변화의 한 가운데 있었다. 풍미하던 운동의 시대, 정치의 시대의 끄트머리를 경험하고 비운동권 총학의 출범과 신자유주의로 재편되는 사회와 대학,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함께한 공동체가 뿔뿔히 흩어지고 깨어져서 철저히 개인화되고 파편화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으니, 우리의 전에는 함께함만이 있었고, 우리으 후에는 홀로함만이 존재했다. 그 가운데 우리는 몹시도 갈팡질팡했고, 함께하는 방법을 잃어버렸으며 희망에 대해서 절망하는 법을 배웠고, 이른바 '쿨'하다는 냉소를 이른바 미학으로 배웠다. 

그런 세대에게 80년대 후반에 작고한 기형도의 시가 얼마만큼의 호소력을 갖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 철저한 절망의 목소리 속에서 우리는 밑바닥을 볼 수 있었고 역설적이게도 따뜻하게 나를 채워주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런 이유로 그렇게 나는 그를 내 세계에 끌어들였고 그 후로 오랜 동안 골방에서나, 서울 어느 오래된 골목에서나 고시공부를 하며 신림에서 지낼 때 가끔씩 그를 떠올릴 수 있었다. 가엾은 내사랑이니, 먼지투성이니 위험한 가계니, 돌계단이니 검은 잎이니 하는 단어들도 어줍잖게 인용하고. 기실, 떠나간 사랑을 말하기에, 떠나간 나의 공동체를 그리워하기에, 학창시절 내내 공시소리로 씨끄럽기만 했던 대학시절을 떠올릴 때 그의 시만한 것이 있었을까. 백석의 동북지방과 농촌은 우리에겐 너무 멀었고, 황석영의 치열함은 우리에겐 너무 큰 모험이었으니까. 사실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갖지 못한 세대였으니까. 적어도 그때까지는.. 

시간은 지나고, 그 절망과 혼란 속에서 함께함의 북적거림에서 홀로 있음을 견뎌하지 못한 한 사람은 시와 소설 나부랭이를 읽다 고시공부를 작파했고, 갓 학교를 느즈막히 졸업해 회사원이라는 타이틀을 겨우 달았다. 어느덧 그는 기형도가 세상을 뜰 때의 나이와 비슷해졌고 사진에서의 그의 모습과 비슷하게 바바리를 입고 서울 도심을 오가게 되었다.  

오늘은 그는 그래서 홍대로 갔다. 바바리를 입고, 양복을 입고.  20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20년간 그가 남긴 시들은 흐르고 흘러 수많은 사람들을 적셔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의 시를 읽는 밤을 만들었다.

문학과 지성사와 인터넷 서점이 청지기였고 홍대 앞 카페 '이리'를 빽빽히 채운 100여명의 사람들은 요절한 그의 추종자였다.
늦게사 도착한 그 곳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진행할 때마다 내 바로 옆 의자에서 일어나는 분들이 다들 소설가, 시인이었다.
3호선 버터플라이의 리더이자 시인인 성기완,  자칫, 그의 설명처럼 '제사'같은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 뻔한 시간을 중간중간 가벼운 농담으로 생기있게 만들었다. 

조곤조곤하고 얇은 목소리로 '기억할 만한 지나침'을 낭독한 이는 한강, 그의 여린 목소리는 더욱더 시 낭송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촉매가 되었다. 내밀한 마음 속으로 뚫고 들어오는 시. 그녀의 소설만큼이나 그녀의 목소리로 읊은 시는 흔들리는 내면을 말하는 기형도의 시에 어울렸다.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를 낭독한 장난기 가득한 얼굴은 김중혁. 기형도가 사라진 90년대에 등단한 '김연수'와 함께 내가 주목하는 작가인만큼 정말 좋은 시를 골라 읽어주었다.

'어느 푸른 저녁'을 읽고자 내 뒤쪽에서 나오신 이는 성석제. 그의 소설에 나오는 능청만큼이나 느긋느긋한 목소리로 가장 가까운 문우와의 일화를 듣는 시간은 이 이벤트에서도 가장 소중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그가 사랑한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었던 그에 대한 추억. 그의 습관. 그의 내면. 오랜 시간이 지나 그들역시 머리가 희끗희끗해졌고 문단에서는 이른바 중진을 넘어 곧있으면 원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와 함께할 때를 논할 땐 언제나 그들은 청춘이었고 문학청년일 수 있었으리. 아마도 그 날, 성설제 작가는 참으로 많은 술을 먹지 않았을까... 

'입속의 검은 잎'을 읽던 흰 머리에 백팩을 매고 온 이는 이문재. 장례식에 대한 그의 기억으로 말문을 연 그는 그토록 기형도가 단정적일 수 있었을까 라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애써 농담으로 옛기억들이 가져오는 소회를 지우려 하는 듯 했다. 많은 독자들이 수십번 보았던 그의 시집을 그의 문우였던 이문재 시인은 2번정도 보았다고 했다. 일부러 보지 않았다고. 그동안 기형도란 이름은 얼마나 떠올리기 쉽지 않은 이름으로 기형도 시인의 친구들에 남아있었을까 짐작할 수 있었던 듯. 

 '그 집 앞'을 읽은 아주머니는 황인숙,'검은 잎의 입'을 바친 이는 함성호, '갇힌 사람'을 바친 이는 진은영,'포도밭'을 바친 매우 겸손한 시인은 최하연. 행사 내내 한쪽에서 큰 키에 베이스 기타를 한쪽에 두고 맥주를 마시던 이는 아....그랬다. '달로'라는 소설집으로 독특한 그녀만의 소설작법을 내비친 한유주.
 

가히 문인의 향연. 그를 사랑한 사람들이 문상객이고 그가 사랑한 사람들이 상주가 되어 그를 추모하는 자리. 서구의 장례식처럼 망자의 주변인이 모여 그에 대한 추억을 말하면서 추모하는 작은 축제. 그의 시처럼 지하에 모여 그의 시가 자아내는 울림을 모두 경험하는 공감의 자리. 그리고 추억의 자리. 추억의 절정은 매우 급히 스쳐가듯 소개되었지만 그의 누님인 기향도님이 소개되는 자리 아니었을가. 그의 혈육은 한 구석에서 이 자리를 그저 목격하고 있었고, 이미 그의 넋은 수많은 그의 독자들과 문인들로 점유되어버린 이 상황. 결국 그는 이제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공공재'적인 인물이 되었고 20년 전 그의 장례식이 개인적 차원, 혹은 가정과 친구들 사이로 한정된 것이었다면 오늘의 이 자리는 '사회장'으로 그를 우리 모두의 것으로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마지막, 우리는 그를 음악과 함께 보냈다. 백현진씨와 성기완 ,한유주, 김남윤이 함께하는 공연으로 그를 우리의 마음속에 흘려보냈다. 
 

시와 음악과 또 기형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득찬 소중한 공간.

우리가 시를 통해 하나가 될 수 있는 기적의 시간.

우리가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잃고 그리워하는 공동의 감정을 나누는 자리.

 

즐거운.

비오는.

목요일.

홍대.

나.

<폐 속에 흥건히 자리잡았던
반지하의 지독한 축축함처럼
어둡고 음습했던 지나간 20대여
눈 감고 잘 가거라

미쳐 날뛰는 세상에 몸 뉘어버린
갓 26의 흐린 눈망울로는
20대에 흐린 구름 사이 간혹 비친
찬란한 햇살을 기록하지 못하겠네

백양로 은사시나무, 소철나무, 청송대의 솔밭을
그는 걸었다면
안암의 다람쥐길 짙은 상수리나무, 아카시아 나무를
나는 지나 왔으리

90년대의 허무와 퇴폐가 세기말의 징후라
애써 이해되건만
21세기 벅찬 희망은 야수의 잔혹함과
물신의 전능함으로 짖이겨져벼려감은
이 무슨 슬픈 시대의 조우련가

그러함에 잘 잠드시길. 기형
그대의 시어로. 그 음습함과 절망은
희망의 21세기를 힘겹게 살아가는 이 땅의
젊음에게 아직 유효하기에

나 역시 눈감아 미쳐가려오
죽지 않는다면> 

나 역시 치기어려 단정에 익숙하던 시절 그의 시를 읽고 나서 쓴 시 나부랭이는 이제 이 자리에서 떠나보낸다. 안타깝게도 혹은 다행이게도 이젠 회의하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내 자신이 되어버렸기에. 외로이 죽음을 맞이해 불멸로 남아버린 기형도를 만나고 나서 쓰는 이 글은 새로운 삶의 지평에서 지나온 뒷길을 돌아보는 일일 것이다. 지금 우리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철저한 절망이요 얻을 것은 그로 인한 완전한 거듧남일테니까. 그래. 다시금 우린 그의 시를 읽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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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re 2009-03-09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평소에 이런 이벤트에는 운이 없었는데, 제 댓글의 진정성이 통하였는지 25명의 초대자 중 한명에 선정되었습니다!^^ 

 두근두근..떨리는 마음으로 이 날을 기다렸지요. 

 

그날은 추적추적..비가 내렸어요 

이리카페를 찾아가는 길에서부터 마치 오늘밤을 위한 분위기 조성처럼..느껴졌어요 

카페는 지하에 있었고, 생각했던 것처럼 정말 운치있는 곳이었습니다.  

카페 안은 자그마한 무대와 관객을 위한 의자로 꽉 들어차서 어수선한 느낌이었지만 

포근하고 아늑했고.. 나무로 된 마룻바닥을 밟는 느낌이 따스한 곳이었어요 

바에 가서.. 일행은 러시안블랙, 저는 골드메달리스트를 주문해서 의자에 앉아 홀짝홀짝 마시면서 

행사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는데, 음료도 정말 맛있더라구요^^  

무대는 빔 프로젝터 한 대와 아담한 스크린, 그리고 양초가 빛을 내고 있었고, 

프로젝터에서 내는 푸르스름한 빛에 모습을 드러낸 수많은 먼지들이 별처럼 아름다웠어요

 

드디어 사회자 성기완 씨의 인사로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어색한 듯, 서투른 듯, 쑥쓰러워 하는 모습이 오히려 기형도 시인을 위한 이 밤에 진솔한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첫번째 낭독자는 한강 씨와 김중혁 씨였는데 각각 <기억할 만한 지나침>과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를 낭독해주셨어요 

제가 이 행사에 꼭! 참여하고 싶었던 이유 중의 하나인 한강 씨...^^   

소설 <몽고반점>을 읽고 정말 팬이 되었었거든요.

소설 속에서 만났을 때와 다르게 실제로 뵈니 정말 미인이셨고..목소리도 예쁘셨어요 >_< 

 

낭독자의 코멘트! 

김중혁 : 대학교 때 시를 쓰고자 했는데 기형도 시인의 작품을 읽고 열패감을 느껴 소설에 전념하고자 했다. 

           최근 내 작품을 쓰고 나서 오랜만에 기형도 시집을 펼쳐 들었는데, <먼지 투성이의 푸른 종이>는  

           내 작품세계와 정말 맞닿아있었다. 아마 젊은 시절에 읽었던 시에 내 작품세계가 영향을 받은 것 같아서 

           더 의미가 있다. 

 한 강 : <기억할 만한 지나침>은 굉장히 담담하고 앙상한 시이다. 그러나 담겨 있는 것은 담담하지 않고 

           격렬한 그 무언가가 있다. 

           대학교 1학년 때는 시를 읽을 때 밑줄을 쳐가며 읽었는데 유일하게 밑줄을 치지 않은 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가 바로 이것이다. 

 

다음 순서는 함성호 씨, 진은영 씨, 최하연 씨가 각각 헌정 시 <검은 잎의 입>,<갇힌 사람>,<포도밭>을 낭독! 

기억에 남았던 것은 최하연 씨 헌정시의 발칙함과.. 진은영 씨의 "기형도 시집을 읽는 것은 윤리적인 절박함에  

압사당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라는 코멘트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졌던 음악 감상 순서... 

비오는 날 지하 카페에서 심수봉 씨와 조한우 씨의 노래를 감상하는 그 운치란..! 정말 좋았어요. 

특히 조하문 씨는 <열무 삼십단>을 정말 가슴 먹먹하게 불러주셔서..눈물이 날 뻔했답니다. 

 

다음으로.. 성석제 씨, 이문재 씨, 황인숙 씨가 각각 <어느 푸른 저녁>과 <입속의 검은 잎>, <그 집 앞>을  

낭독해 주셨는데, 낭독자와의 대화 시간에 세 분이 정말 너무 재치있는 말씀을 나누셔서..  

객석이 따뜻한 웃음으로 가득 찼었죠. 

역시 성섹제 씨의 코멘트를..기억나는 대로 한번 남겨보겠습니다. 

 

성석제 : 유인물의 글자가 작아 시가 안보여..노인을 배려하지 않는다. 아마 기형도도 이 자리에 있었다면 

            나와 같은 말을 했을 것. 

            기형도의 1주기, 2주기.. 5주기 까지는 비통함과 슬픔이 가득했고 마치 내 청년을 장사지낸 듯 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조금씩 흐려지는 것이, 그 친구가 나의 불성실했던 것과 짗궃게 놀렸던 것을 

            마침내 용서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카페 주인이 기형도 '제사'를 지내는 느낌으로 이 낭독회를 준비하였다고 했는데, 

            제사란 것은 죽은 사람을 위해 산 사람이 기리되, 지나치게 슬픔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기형도와의 즐거웠던 것을 기억하는 자리가 되어도 아마 그는 용서할 것이다. 

 

그 외에도.. 이문재 씨가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로 노안에 대해 이야기 하자.. 황인숙 씨가 마이크를 이어 받아 

아주 짤막하게... 자신의 나잇살에 대해 이야기 하셨고, 이문재 씨가 자기도 보이지 않는 곳에 나잇살이 있다.. 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성석제 씨가 "나는 보이는 곳에 나잇살이 있고..보이지 않는 곳엔 노안이 있다" 라고 말해..다들 웃었어요. 

세 분이서 나누셨던 저 대화가.. 저는 정말 따스하고 여유롭게 느껴졌어요. 늙어간다는 것..저렇게 포근하고, 

여유가 생기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죠. (기형도 씨의 <늙은 사람>을 읽을 땐 노추에 대한 

내 무의식 중의 혐오와 불안.. 같은 것을 들켜 버린 듯한 느낌인데..마치 그런 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했어요) 

 

그리고 백현진 씨의 무반주 퍼포먼스(조금..난해했지만 음습하고 황량한 느낌을 잘 표현하셨다고 생각합니다)와 

사회자 성기완(feat.한유주,김남윤)씨의 라이브 공연 <가수는 입을 다무네>로 그 밤은..아쉽게도 마무리가 되었어요. 

마지막 라이브에선..저도 모르게 흥겹게 몸을 앞뒤로 흔들며..^^ 리듬을 탔습니다 

 

정말 고즈넉했고, 따스했고, 아름다웠던 밤이었어요. 

순수했던 한명의 청년, 한명의 시인이 '기억됨'을 통해 아직도 삶을 누리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정말 뿌듯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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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09-03-07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기 잘 읽었습니다. 같은 장소에서의 느낌을 다채롭게 읽을 수 있으니 정말 좋군요. ^^

2009-03-11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05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