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의 고수기행
조용헌 지음, 양현모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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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러셀 셔면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피아노를 마스터하기 위해선 우주를 마스터해야 한다." 어떤 분야에서 고수가 된다는 것은 그 분야의 전문적 기술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 분야를 통해서 삶의 중심을 관통하는 문제를 해결한 사람을 말한다. 그래서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의 인생도 담아내고 이 세상도 담아낼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고수이다. 이런 고수는 생각과 분별을 쉰 사람이다. 그래서 소유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 주어진 그대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그의 눈으로 찾은 10명의 고수들은 살아가는 모습은 세속인에서부터 무술인과 역술인, 승려, 동양학자, 작가, 사주풀이가, 족보학자, 신선가, 명상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그것을 위해 자신의 인생과 자아를 바치고 진정한 자신의 본래 모습에 가까워져 간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그래서 완전히 자신을 비우게 되면 그 때는 서로간의 구별이 없어지는 진리 그 자체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서로간의 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지리라.

  최근 들어서 나에게는 듣는 행위가 새로운 즐거움이 되었고 나아가 공부가 되고 있다. 잘 듣는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비워내고 선율과 하나된다는 것이고 그럴 때 참된 자아에 대한 탐구도 시작된다고 한다. 일명 스님은 참소리를 통해서 깨달음의 길을 걷고 있는 수도자이다. 그 소리에도 첫째의 음의 시작이 있고, 그것이 변화되어 높낮이를 만들어내고 장단을 만들어내고 선율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범종 소리 하나로 집중된다. 구분이 없는 뎅~ 하는 그 한 소리에 마음을 집중하고 그 소리마저도 넘어 절대적인 소리를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한 손에서 나는 소리'이기도 하고 '모든 소리가 나왔다가 사라지는 그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이것을 듣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화두와도 같다. 사실 이렇게 마음쓰다보면 공부 아닌 것이 없다. 차를 마시는 것도 구도의 행위가 된다. 걷는 것, 책 보는 것, 밥 먹는 것, 잠자는 것까지...마음에 맞는 기분좋은 선율 하나가 하루의 분위기를 바꾸어놓기도 하지만... 그 선율의 비밀 속에 세상의 모든 비밀이 담겨 있다는 의문을 가지고 사는 것이 음을 통해서 선율을 통해서 우리가 닿으려고 하는 곳이다.

  결국 모든 형이하학적인 것은 형이상학적인 것과 만나야 하고 서로 간에 벽이 없이 소통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진정한 삶의 고수들끼리의 만남과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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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6-06-04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안녕하세요? ^-^ 오랜만에 님의 서재를 방문했답니다.
여전히 좋은 글을 써주시네요?

그 선율의 비밀 속에 세상의 모든 비밀이 담겨 있다는 의문을 가지고 사는 것이 음을 통해서 선율을 통해서 우리가 닿으려고 하는 곳이다.

음.. 갑자기 님의 글에서 선율이 느껴진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밤 입니다. :)

달팽이 2006-06-04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오랫만입니다. 가시장미님..
맞죠? '붉은'은 새로 붙인거죠?
님의 코멘트의 습관(말을 인용하는 것)을 보고 알았습니다. ^^

글샘 2006-06-05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승들의 선문답을 보면 참 고수들은 말 없이도 통하는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말을 하지만, 그 말들은 차라리 말없음의 경지를 잘 드러내 주지요.
일상적으로 지시적이고 외연적인 말들만 내뿜는 내 입이, 내 손이 되돌아 봐 지는 이야기입니다. 재미있겠는데요.

달팽이 2006-06-05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없음의 경지가 말함의 경지가 되기도 하지요.
그것이 활활자재하고 자유로운 경지겠지요.
마음을 돌이키면 이제 길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지구가 더욱 데워지는 날들입니다. 몸마음 건강하시길...
 
 전출처 : 글샘 > [퍼온글] 4일(일) 저녁 8시, KBS스페셜에 주목!

 

4일(일) 저녁 8시, KBS스페셜에 주목!
 
[한미FTA저지특별기획](25) - 이강택,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

 

유영주 기자 yyjoo.net
31일 오후 KBS에 들러 이강택 피디를 만났다. 이번 주말 KBS스페셜에 방영할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을 편집하고 있었다. 이강택 피디는 한미FTA 이슈가 불거진 2-3월 경 한미FTA와 관련한 기획에 들어갔다. 최초 기획은 3부작 정도로 생각했으나, 여건상 멕시코 현지 취재 한 편에 문제의식을 압축적으로 담았다고 밝혔다.

알려진 대로 멕시코는 1994년 NAFTA 발효 이후 지금까지 자유무역협정이 가져다준 결과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강택 피디는 멕시코 전역을 누비며 NAFTA 이후 멕시코 인민들의 삶의 현장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한다.

KBS스페셜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은 4일(일) 저녁 8시 KBS 1TV를 통해 방영된다. 멕시코 현장을 어떻게 담아왔는지 무척 궁금하다. 한미FTA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모두 시청하길 바란다. 한미FTA 추진에 혈안이 된 '묻지마' 자유무역주의자들도 이날은 정신 차리고 이 방송을 꼭 볼 것을 권한다.


제작 배경과 문제의식

지난 번 남미에서 한 차베스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당시 남미에서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퇴조하고 있는가를 취재한 적 있었다. 작년 말부터 FTAA(전미자유무역협정)가 어떻게 브레이크 걸렸는지를 국내에서 취재하던 중이었는데, 그러다 올 2-3월 경 한미FTA를 추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지 당황스러웠다.

당시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한미FTA 두 가지 중 하나를 집중해서 다룰 생각이었다. 둘 다 제대로 다뤄서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여건상 한미FTA 문제를 택했다. 남미에 가서 보면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현실이 명확하게 보인다. 멕시코도 그럴 거라 해서 FTA쪽을 뚫었다. 평택은 다른 동료들에게 맡겼다. 당시에는 한 3부작 정도로 생각했다. 하나는 멕시코의 사례, 하나는 한미FTA가 우리 사회 각 부문에 미칠 영향, 하나는 한미FTA 문제 종합 등으로 구성하려 했다. 그런데 한미FTA의 심각성과 중요성에 비해 당시 방송사 내부 분위기가 너무나 조용했고 관심 밖이었다. 제작기간과 제작여건 탓에 기획을 규모있게 가져가기 어려웠다. 그래서 4월 중순쯤 멕시코를 통해 명확히 보여주자는 것으로 정리했다.

제작 초점

두 가지였다. 도대체 FTA가 뭐냐 라는 거다. 우리가 다 짐작하듯이 FTA는 초국적자본에게 무한한 자유와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개도국의 국민경제가 미국 초국적자본에 의해 부문별로 포섭되거나, 포섭 안되면 배제되는 걸 의미한다. 내국인 대우 문제나 이행의무 금지 문제나 하나하나 놓고 보면... FTA의 결과로서 국민경제 해체 현상을 가장 잘 보이는 곳이 멕시코다. 멕시코의 조건이 한국과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미국과의 FTA가 간다고 했을 때 본질에서는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미국과 FTA를 추진하려는 한국 사회에 엄중한 경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취지를 담았다. 민중의 생존권에 얼마나 심대한 위협을 가져오게 될 것인지... 대다수 민중들이 영원히 배제되는 것인데, 잊혀지는 것인데...

생각만큼 충분히 담았는지

프로그램에서 충분하다거나 완벽하다는 건 없는 것이고, 다만 애초 목적한 바를 보여주는 정도로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 않았나 싶다. 사실 남미 취재는 여러 가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약속을 안 지킨다거나, 국가나 정부가 워낙 권위주의적이라 접근이 어려운 점 등이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짚어야 할 요소는 확실히 짚었다고 본다.

멕시코의 현실은 이미 여러 기고나 자료 등을 통해 상당히 잘 알려져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멕시코 현실을 보는 시각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리 취재팀이 현지에 취재차 머무른 기간이 18일, 국경을 비롯해서 거의 전역을 돌아다녔다. 일단은 전체적인 취재가 되었고, 특정한 부분만 보고 뻥튀기를 하지는 않았다. 현장을 돌면서 멕시코의 모습을 직접 확인했으므로 현장의 생생함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노점상

예를 들어 멕시코 하면 노점상 이야기가 많이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거의 모든 지하철 역과 가로에 노점상이 있다. 길 양쪽 모두 노점상으로 빽빽하게 들어차 걸어다니기조차 어렵다. 말 그대로 노점상 천지다. 왜 이렇게 되었겠나. 노점상이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시점이 FTA 시작하는 시점과 비슷하다. 노동자, 농민, 화이트 출신들 다 일자리를 잃어버렸다. 멕시코에는 실업수당이 없다. 정리해고 당하면 구직활동을 하기 마련이지만 멕시코에는 구직활동을 할 여유가 없다. 자기 있는 것이라도 내다 팔지 않으면 굶어죽을 형편이다.

멕시코 시티 가로에 꽉들어 찬 노점상들. 인도는 노정상들이 점유하고 차도에 사람과 차가 얽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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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궁 옆 골목의 노점상. 4000만 경제활동 인구 중 정규직은 1300만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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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종류의 돈벌이가 있지만 안정된 직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주차 대행 하고 몇 푼 받거나, 신호등에 차가 서면 광대짓을 해서 팁을 받기도 하고, 유리창 닦기를 해서 돈을 버는데 떼거지로 몰려든다. 아침에 신문 팔고 껌 팔고, 이 사람들이 로타리에 가면 그룹으로 몰려있다. 가족들이 다 나와있다. 멕시코는 초등학교까지만 의무교육이 되어 있는데, 아이들이 학교에 갈 생각을 포기한다. 애들이 길거리에 널려 있다. 일부는 저임노동 현장으로 인입되고... 그러니까 교육이라는 게 학교에서 돈만 안 받는 걸로 되는 게 아니고 가정과 사회 학교 차원의 인프라가 있어야 가능한데 그게 없는 것이다.

장벽과 이민

멕시코 이민 문제는 영화에도 많이 등장하고 워낙 국제적인 이슈이기도 하다. 실제로 장벽에는 수백 개의 희생자 추모 십자가가 있고 십자가마다 이름이 다 써 있다. NAFTA 이후 해마다 숨진 사람들의 숫자가 관에 쓰여 있다. 국경이 장벽을 두고 불과 20미터인 데도 있다. 전자감응장치 등 경비가 삼엄하지만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가깝다. 티후아나 시에서는 밤에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경비대와 숨바꼭질을 하고 있더라. 이렇게 국경을 넘은 멕시코 이민 인구가 무려 13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멕시코 국경. 멕시코쪽의 벽은 낮으나 미국 쪽의 벽은 훨씬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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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멕시코 국경(일명 또르띠야 장벽)에 결려있는 십자가. 월경하다 사망한 사람들을 추모하는 의미. 그 옆의 관에는 연도별 희생자 수가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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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이 3200킬로미터로 휴전선의 10배에 가까운데, 도시 지역에는 멕시코 쪽 장벽과 미국 쪽 장벽 두 개가 있고 미국 쪽이 높게 되어 있다. 사막 지대에는 철조망만 있다. 접근이 힘드니까. 강 있는 데는 대충 표시만 해놨고. 옛날에는 도시 쪽 장벽을 많이 넘었는데 워낙 통제가 심해지니까 최근에는 사막으로, 물로 향한다. 사막으로 가다 탈수로 많이 죽는다. 낮 기온이 50도를 넘어가니까. 물에서 헤엄치다 죽고, 미국 국경 넘어가다 총에 맞아 죽기도 하고... 이래저래 국경에서 죽는다.

미국 국경의 장벽 근처에서 넘어갈 기회를 엿보는 불법 월경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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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죽음을 무릅쓰고 넘어가겠나. 농촌을 떠나 먹고살려고 마킬라도라로 향한다. 일자리 찾으려고 국경도시로 온다. 일단은 일자리가 있으니까. 그런데 와봤자 노동조건이란 게 사람 살 데가 아니다. 산에다 무허가 판자촌을 지어 산다. 물가는 하늘을 찌른다. 일자리는 없고 인구는 많으니 저임 압박이 생기고... 물론 다른 지역보다 조금 더 받기는 한다. 멕시코 최저임금이 4달러가 조금 넘는데 여기 사람들은 보통 6-8달러 정도 받는다. 그런데 이걸로 생활이 안 되니 당연히 잔업을 하고, 보통 12시간 이상 일 한다. 그렇게 해서 겨우 먹고산다.

티후아나 시에 있는 어느 집을 방문했다. 방 하나에 11명이 모여 살고 있었다. 침대에 애들 셋, 소파 양쪽 두 개 합쳐서 세 명이 자고, 나머지 5명은 한쪽에 세워놓은 메트리스를 깔고 잔다. 물도 안 나온다. 이 사람들 취재하려 했더니 자기 신원은 밝히지 말아달라고 하더라. 그나마 회사에서 짤릴까 봐. 이게 마지막 생존 현장인데 거기서 안 되면 국경을 향하는 거다.

멕시코의 FTA 협상

한마디로 NAFTA는 함정이고 사기극이다. 정부 관료들이 NAFTA가 되면 좋은 일자리가 많아질 것이고 멕시코는 선진국이 된다고 떠들었다. 장벽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 거라 했다. 살리나스가 전국을 순회하면서 그렇게 떠들고 다녔던 거다. 88년부터 93년 말까지가 살리나스 재임기간인데, 그때 로드맵 다 추진되었다. 처음부터 농업보조금 없애고 가격지원제도라 해서 비료나 종자나 정부보조 통해 사전정비작업 했다. 멕시코 농민들은 공유지 중 일부를 불하받는 권리를 갖고 있었는데 90년대 초반에 이 법도 다 바꿔버렸다.

빼앗긴 공유지를 돌려달라고 한달이 넘게 멕시코시티 레포르마 대로에서 나체 시위를 벌이고 있는 베라크루스 주의 농민들. 그들의 절박함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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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FTA 홍보 팜플렛 만들어서 살포하고, 티비 공익광고 때리고, 학자들 시켜서 각종 통계 왜곡하고 온갖 짓거리 다 했다. 미국이 옥수수는 요구안에 포함을 안 시켰는데 멕시코 정부는 협상하면서 알아서 다 챙겨주었다. 미국과 멕시코가 협상한 게 아니라 미국끼리 협상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미국 가서 공부하고 온 애들이 그렇게 헌납 짓거리를 한 거다. 미국은 보조금 문제 나오면 일체 말도 못 꺼내게 했다. 미국은 민간품목 등 14개를 모두 관철시켰지만 멕시코가 인정받은 건 불과 3개에 불과했다.

협상은 일체 비공개로 진행됐다. 기업가 중 일부가 협상 보좌 비슷하게 해서 같이 결합시키고, 내용이 확정될 때까지 아무한테도 오픈하지 않았다. 그러다 국회 비준 일주일 전에 산더미 같은 협상서류들을 갖다주더라는 거다. 그때가 92년인데 국회는 검토할 시간도 없었고 집권당인 제도혁명당이 다수여서 거수기로 통과시켜버렸다.

협상 후에도 엉망이었다. 이건 뭐 나라도 아니더라. 미국이 옥수수를 15년 동안 물량을 일정하게 늘리고 관세도 단계적으로 줄이는 것으로 협상했다. 양을 넘어서면 할당관세를 물리기로 한 거다. 그런데 카길이 물량을 쏟아 붇는데 멕시코는 할당관세를 안 물렸다. 멕시코 식품가공업자들에게 이득이 되니까 그냥 다 받아준 거다. 나라꼴이 어떻게 되었겠나.

농촌

마초아칸 주의 파닌디쿠아로 라는 농촌을 들렀다. 마을 입구부터 농토가 버려져있다. 마을이 휑하다. 유령 마을이 따로 없다. 농촌 마을 대부분이 그렇다. 한 집에 가봤더니 노인네가 손주 데리고 살고 있더라. 아들 셋이 다 미국에 가있다고 했다. 불법이민 한 거다. 아예 경작해서 못 먹고사니까. 미국 가서 남부농장지대나 건설 현장에서 허드렛일 하면서 돈을 보내주면 그걸로 먹고산다.

파닌디꾸아로 농촌마을의 폐가. 미국 옥수수의 대량 유입으로 NAFTA 이후 멕시코 농민의 1/3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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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현장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입구부터 빈집이고, 떠난 지 오래된 집도 있고, 어떤 집은 멀쩡한데 문마다 자물쇠 잡초 무성하고... 자동차는 대부분 바퀴가 빠져있다. 못 가져가니까 훔쳐가지 못하게 해놓은 거다.

영화

까를로스 까레라 라고 골든글로브, 아카데미, 칸 황금종려상 받은 천재감독이 있는데, 90년에 데뷔작 발표한 후 지금까지 17년동안 영화 겨우 4편 만드는 데 그쳤다. 영화 만드는 족족 상을 받았던 감독이다. 그런데 멕시코는 지금 이 감독에게 영화 만들 기회를 안 준다. 영화산업의 인프라가 다 무너졌기 때문에 존재조차 인정받지 못한다. 까를로스 감독은 먹고살기 위해 광고제작을 택하고 만다. 1년에 자기 영화 두 편만 만들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다고 한다. 지금도 미국 헐리우드에서 연출 제의가 숱하게 들어오지만 거부한다고 한다. 영화가 나라의 정체성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감독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정말 버틸 수 있을까...

문닫은 멕시코인 소유극장. 헐리웃 영화를 직배하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밀려 폐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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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전역에 공공기금의 보조를 받아 운영되는 극장이 조금씩 있었는데 이것도 최근 없어졌다. 예산부족으로 폐쇄하라는 건데 배경에 미국영화협회(Motion Picture Association of America)가 있었다. 잭 발렌틴 회장이 횡포를 부린 거다. 멕시코에는 영화감독 해서 먹고사는 사람이 없다. 대부분 대학에서 강의를 하거나 광고, 티비 방송 등 프리랜서 일을 하면서 겨우 먹고산다. 이 사람들이 영화관람료 중 1페소씩 걷어 국산영화기금으로 쓰자고 영화인과 정치인들과 법제화를 추진했는데 이게 한 방에 정리되어 버렸다. 2003년 쯤 잭 발렌틴이 국산영화기금 운동 하지말라고 주장하자 맥시코 정부가 나서서 이 운동을 탄압한 거다.

수출, 외자

FTA 추진론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그렇다. 수출이 3배 이상 늘었다고 말한다. 맞다. 그런데 수출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미국의 빅3가 다 챙겼다. 5위가 멕시코 석유회사, 6위가 휴렛팩커드... 마킬라도라가 멕시코 수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대부분 조립가공인데 들여다보면 멕시코 국내 부품 소재 사용은 3%에 불과하다. 수출이 는다는 건 미국 회사의 수출이 는다는 이야기다. 본국 본사와 현지 법인 사이의 거래일 뿐인데 이걸 수출 통계로 잡으니 수출 증가라는 말이 되는 거다. 멕시코 부품 소재가 3%밖에 안되므로 따지자면 멕시코 경제에 남는 건 3%와 노동자들이 받는 노임뿐인 셈이다. 더군다나 국내 제조업 부문을 보면 마킬라도라를 포함해서 일자리가 15% 이상 줄었다. 농업을 빼고 제조업 분야만 봐도 그렇다. 수출 증대 숫자가 가지는 외형적 수치의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멕시코 금융은 95% 정도가 외국계에 장악되어 있다. 멕시코 기업에는 대출을 아예 안 해준다. 한 회사가 망하면 연계된 회사가 망하니 연쇄 도산하는 일이 숱하게 벌어진다. 그러니까 마킬라도라 이야기하고 수출 늘었다고 떠드는 게 국민경제 차원에서 보면 얼마나 허구적이겠는가.

외자도 그렇다. 외자가 네 배 정도 늘었다. 그런데 외자 들어오면 포트폴리오 투자에 집중하지 회사를 만들거나 공장을 짓거나 하지 않는다. 기존 회사 중에 수익성 날 만한 것은 선별해서 인수합병해 버린다. 경제 외형은 소유주가 바뀔 뿐 그 이상의 아무런 의미가 없다. 노동자들은 대폭 정리해고 시킨다. 기존 생산 거래선은 외자 소유의 계열사로 돌려버린다.

예를 들어 월마트는 멕시코 현지 유통 1위인데, 지금까지 있으면서 단 하나라도 월마트 매장을 새로 만든 게 없다. 다 멕시코 유통회사 지점들을 인수한 것이다. 그것도 쓸만한 것만. 외국인투자가 늘었다는 말이 웃기는 게, 98년인가 멕시코 최대은행인 바나맥스 은행을 시티그룹이 인수하는데 인수대금이 125억불인가 그랬다. 이걸 놓고 외국인투자가 엄청 늘었다고 홍보했다. 은행이 외국인에게 넘어간 건데 외자 투자로 잡는다.

민영화

멕시코의 공기업 민영화는 80년대부터 추진되어왔다. 그러니까 NAFTA 체결되면서 민영화가 현저하게 늘거나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이런 흐름을 강화한 건 분명히 있다. 예를 들면 라틴아메리카 최대의 통신회사인 뗄멕스라든지 도로 등이 민영화되어 있다.

웬만큼 버는 사람은 휴대전화 한다는 생각을 못한다. 서민은 없고 중산층도 요금 부담 땜에 수신 전용으로만 쓰거나 한다. 배겨날 수 없으니까. 휴대전화 가지고 있고 전화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 신분을 표현하는 데 이르렀다.

멕시코의 길은 생각보다 잘 뚫려 있다. 그런데 그 길을 따라 지방으로 이동하다 문득 의문이 들곤 했다. 취재 차량 외에 도로에 차가 잘 안 보이는 거였다. 이유인즉 도로가 민영화된 지라 통행요금이 엄청나게 비싸 서민들은 전혀 이용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이 도로는 기업과 부자를 위한 인프라일 뿐 공공성 성격은 하나도 없다. 서민들은 대부분 좁은 국도로 다닌다.

신흥상업지구 산타페의 전경. 1700여 개 다국적 기업 현지법인이 입주해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도시를 연상케 한다.
 니키

공공성을 갖는 공공재는 찾아보기조차 어려웠다. 빈민 지역에 가면 전기 가스 등 기본적인 것조차 안 들어온다. 그러니 전기를 불법적으로 몰래 끌어와 쓰는 일이 다반사다. 국민소득 5-6천불 수준인데도 구매력 수준은 세계 80위에 머물러 있다. 카를로스 슬림은 세계 3-4위 정도 규모다. 그러면서도 세계 100대 부자에 12명이나 들어있다. 80년대 민영화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사람들이다. 멕시코 최대 제빵기업 빔보, 코로나 맥주회사, 유리회사 비트로, 시멘트회사 세멕스 같은 기업들, 이들 기업들만이 FTA로 막대한 이득을 본 거다.

메탈클레드

충격이었다. 현장은 산 루이스 포토시 주에 속한 과달까사르라는 마을인데 미국하고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다. 도로망이 비교적 잘 연결되어 있는 산지다. 멕시코의 동북지방 국경에서 가까운 산 안에 있는 분지 같은 마을이다.

메탈클래드사가 산루이스포토시 주에 설치한 폐기물 처리장. 현재 폭발 및 오염확산을 막기 위해 멕시코 정부 예산으로 안정화 작업 진행 중이다.
 홍보 동영상

멕시코의 코테린이라는 업체가 여기에서 워낙 폐기물 처리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메탈클레드가 이를 인수했다. 메탈클레드는 미국에서 석면 처리를 하던 크지 않은 회사였다. 그러다 메탈클레드가 미국의 각종 산업폐기물을 멕시코에서 처리하는 사업기회를 얻었다. 입지 선정에서 그 지역을 고르고, 금융시장 투자자로부터 펀딩을 받아 이곳으로 들어왔다.

멕시코는 건축허가 때 연방정부 허가, 주정부 허가, 그리고 최종 지방정부가 건축허가를 내게 되어 있다. 메탈클레드는 연방정부, 주정부 허가는 받았지만 지방정부 허가를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코테린 사로부터 사업권을 사서 합작을 했다. 여기에 학교도 짓고, 병원도 짓고, 건물은 창고로만 이용한다고 사기를 쳤다. 현지 고용 창출 효과 선전까지 곁들이며 주민들을 속이고서 대규모 산업폐기물 매립을 시작했다.

이 지역은 산으로 둘러 쌓여 있는데 산 너머 인접 마을에서 암환자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갔던 마을에는 과달까사르에는 1200명 정도가 모여 사는데 여기서 1993년 이후 암환자 23명이 발생했고 사망했다. 기형아가 태어나기 시작하고, 척추가 갈라지거나 무뇌아가 태어나기도 했다. 그린피스가 현지조사를 한 결과 지하수맥이 오염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산 너머 반대 마을과 지하수가 통해있었던 거다.

반대운동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지방정부도 눈치를 보게 되었다. 결국 주민 압력에 밀려 생태보호구역으로 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메탈클레드가 온갖 공작을 폈다. 미 대사관 직접 전화하고 압력 넣어서 이런 식으로 하면 미국투자 다 끊는다고 압박했다. 뇌물 작전 펴고 주정부 주지사 선거에 개입하고. 그러다 주정부 관료들의 뇌물 사건이 폭로되기도 하고. 결국 최종적으로 택한 수단이 NAFTA 협정 11조였다. 멕시코 정부가 안 해줘서 수익을 못 냈다며, 미국 기업이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버린 것이다. 11조에 따라 불법적인 사업을 펼치다가 주민의 반발로 사업을 못하게 되자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멕시코 정부는 1650만 달러를 배상하는 일이 벌어졌다.

기업과 멕시코 정부가 결국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 기업의 이윤을 위해 멕시코 사람들의 생존의 권리이자 공적 규제조차 완전히 무력화되어버린 것이다. 처음 NAFTA 협상에서 이 조항 넣을 때 누구도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몰랐다. 원칙적이고 추상적인 조항인 줄만 알았지, 막상 구체적인 사건으로 현실화되고 보니 협상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지 실감하게 된 것이다.

멕시코의 명과 암, 그리고 한미FTA는

멕시코가 시사하는 것은 미국과 중진국 내지 개도국과의 최초의 비대칭적 FTA라는 건데, 핵심이 뭐냐면 비교열위에 있는 나라는 미국자본에 다 포섭된다는 거다. 멕시코 국민경제는 해체되었고, 민중의 생활은 파탄 났다. 멕시코에는 한마디로 국면경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FTA가 개도국의 국민경제를 해체하는 프로젝트란 걸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재주 있으면 이야기해도 좋다. 한미FTA가 추진될 시 멕시코 사례와 어떤 점이 다를 게 있다는 건지.

방영을 앞둔 소감

지난 5.1일 소칼로 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연설하는 마르꼬스 사파티스타 부사령관
 홍보 동영상

프로그램 후반부에서 강조하는 것도 그런데 FTA에서 영향권 밖에 있는 것이란 없다. 모든 개인의 삶을 규정하고 바꿀 것이다. 논리적으로 FTA가 어떤 파탄을 초래할 것인지 국민적 공감을 크게 형성하기 어렵고, 또 한미FTA 반대 진영이 이를 실천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지 않나 싶다. 이번 프로그램이 FTA를 실체를 돌아보는데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론인으로서 소명감을 갖고 만들었다. FTA의 진실을 가리는데 작은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지난 번 차베스 인터뷰 이후 공격을 좀 받은 적 있는데 이번에 또 소동이 일어날 지도 모르겠다. 물론 휘둘리지 않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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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들어가

나무아래 앉는다.

바람에 풀잎이 흔들린다.

쉬지않고  흔들리는 풀잎 하나

사람의 눈길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저 홀로 피고 질

저 풀잎 하나

무슨 의미로 저리 흔들리는 것일까?

나도 풀잎 하나

인생의 바람에 무수히 흔들리는

그 누구의 사랑으로도 머물지 못하고

고독하게 흔들리는 한 포기 풀잎

나는 왜 이 곳에 있는가?

인생이란 그저 바람에 흔들리는 한 포기 풀잎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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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6-03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지훈의 "풀잎단장"

무너진 성(城)터 아래 오랜 세월을 풍설(風雪)에 깎여 온 바위가 있다.
아득히 손짓하며 떠 가는 언덕에 말없이 올라서서
한 줄기 바람에 조찰히 씻기우는 풀잎을 바라보며
나의 몸가짐 또한 실오라기같은 바람 결에 흔들리노라.
아, 우리들 태초(太初)의 생명(生命)의 아름다운 분신(分身)으로 여기 태어나
고달픈 얼굴을 마주 대고 나직이 웃으며 얘기하노니
때의 흐름이 조용히 물결치는 곳에 그윽히 피어 오르는 한 떨기 영혼이여.

달팽이 2006-06-03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어찌 그리도 마음을 잘 읽어 내시는지...ㅎㅎ
 
희망의 밥상
제인 구달 외 지음, 김은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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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뜨거워진 햇살아래서 모처럼 구포시장을 걷는다. 한줄기 바람이 일어나면 순간 몸의 상쾌함이 함께 일어난다. 모퉁이를 돌아 나오며 할머니가 앉아서 대야 가득히 담긴 묵을 파는 모습을 보다가 지나가는 바람이 나의 마음을 태워서 아련한 옛 시골집으로 데려가버렸다. 마음을 잃어버린 나는 껍데기만 남은 채 그곳에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고향집 마루에선 할머니가 시장에 팔기 위해 만든 도토리묵이 대야 가득 담겨 있었고, 산에서 놀다가 온 몸에 흙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나는 배고프다고 할머니를 보채고 있었다. 할머니는 무엇이 그리 할 일이 많은지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고, 기다림을 참지 못해 화가 난 나는 대야에 담긴 도토리묵을 손가락으로 휘휘 저어버렸다. 나의 심술에 화가 난 할머니는 점심 밥상 위에 내 손가락에 뭉개진 묵을 내놓았고, 나는 투덜거리며 밥을 달라고 숟가락으로 밥상을 탁탁 두드렸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재래시장의 한 좌판에서나 길가에 앉아 도토리묵을 파는 할머니를 보면 묵맛을 보고서 도토리묵을 조금씩 사서 집에 가져오기 시작했다. 그 때는 그렇게 먹기 싫었던 그 묵이 이젠 그 옛날의 넓었던 고향집과 할머니의 기억과 함께 어우러져 나에겐 잊을 수 없는 맛으로 남게 되었던 것이다.

  침팬지 연구에 평생을 바쳤던 제인 구달 박사가 왜 밥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녀의 평생의 연구결과가 왜 우리들의 밥상 위로 올라오게 되었는지 처음엔 궁금했다. 하지만 책을 넘겨가면서 이런 나의 궁금증은 아침에 컵에 넣은 커피가 뜨거운 물에 풀리듯 소리도없이 그렇게 풀려버렸다. 서열이 엄격한 침팬지에게 있어서조차 가끔씩 구한 육류 앞에서는 그 서열도 무너져버린다. 어렵게 구한 동물의 살을 두고서는 두목이라 할지라도 사생결단으로 덤비는 침팬지 앞에 두목은 슬며시 남는 것을 던져주기를 기다린다. 사회적 서열과 위계에 앞서 우선 입의 욕망이 동물에게 얼마나 강한 것인지 보여준다. 인간에게도 이러한 사실은 예외가 되지 않는다. 입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식탐이 지구상의 많은 동물들(소, 돼지, 오리, 닭, 양, 칠면조 등)을 얼마나 잔인하게 양육하고 도륙하는지 나아가서 우리 지구생태계를 얼마나 급속하고 회복불가능하게 파괴하는지 보여준다.

  영리한 돼지가 도축장에서 마취주사를 빠뜨린 채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가면서 앞에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커다란 칼날 앞에서 얼마나 떨어대는지, 얼마나 공포에 사로잡힌채 울부짖는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가혹하고 잔인하다는 생각에 고기맛이 뚝 떨어진다. 원래 체질적으로 육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우리가 식용하는 소나 돼지를 비롯한 동물들의 양육과정(성장호르몬제, 유전자 변형 주사, 화학 비료에 과도한 항생제 주사까지)을 보기만 해도 인간의 입이 가진 죄가 너무 무겁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 속에 나온 오리의 입을 강제로 벌려 위로 화학 사료를 밀어넣는 사진을 보다가 마치 내가 오리가 된 것처럼 너무 서러워졌다.

  이러한 육식을 위한 숨겨진 비용과 생태계 파괴가 너무나도 크다는 사실을 우리들은 잘 모른다. 정부보조에 의한 무수한 항생제와 주사 사용, 불결한 양육과정에서 나오는 악취와 오염물질, 토지와 하천의 오염, 생태계의 파괴와 먹이사슬의 최종소비자인 인간에게 그 화와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제가 쌓이고 축적된다는 사실, 그래서 신경질적이고 화를 잘 내는 우리들의 심리상태로 연결된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동물들만 이렇게 비생명적이고 위험하게 키워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우리가 몸에 좋다고 생각하는 각종 채소와 과일, 곡물들도 유전자 변형과 화학 비료의 과다 사용과 항생제의 과다 사용으로 위험한 상태에 와 있다. 더구나 뇌가 어느 정도 성장을 완성하는 12세 이하의 아동들에게 이러한 음식이 가져다주는 위험성은 아주 크다는 사실을 빠뜨릴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우리집 아이에게 주기 위해 받아먹는 우유를 더 이상 받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유기농 우유를 먹이기로 했다. 또한 우리가 먹는 식품에 대해서도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기로 했다.

  수질 오염과 바다 오염도 심각하다. 수많은 양식장과 그로부터 나오는 오염물질들은 연근해를 오염시켜 죽음의 바다로 만든다. 이 곳에서 잡은 물고기와 채취한 먹을거리가 위험한 것은 물론이다. 이미 우리들은 횟집에 가더라도 대부분 양식 고기를 먹게 된다. 나아가 오염된 어패류와 오염된 바다에서 기르는 굴과 김 바지락 등의 양식먹을거리에 대부분 노출되어 있다.

  인간의 숫자가 많아졌다고해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다. 대량생산이 필요해졌다고 해서 이런 위험한 음식이 우리들의 밥상위에 오르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 못한다. 그것은 다국적기업들이 우리들의 먹거리에 투자해서 오로지 보다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본의 악순환구조가 우리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밥상을 제공하고 지구에게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실천은 나에게서 아주 일상적이고 사소한 일들에서부터 시작된다. 동래 메가마트에 몇 일전에 갔다. 우연히 걷다가 유기농 식품코너를 발견했다. 아이가 먹을 과자와 사탕을 몇 개 샀다. 그리고 이 코너가 더욱 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대형할인점에서도 이젠 소비자가 요구하면 유기농 코너를 만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우리가 소비자로서 우리들의 권리를 유기농 제품을 요구하는 투표로서 행사하는 일이 희망이 된다. 사랑과 생명을 배반했던 입이 다시 희망의 노래를 사랑의 노래를 부를 수 있기 위해서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제인 구달 박사가 전하는 메세지이다.

  내 마음을 싣고 갔던 바람 한 점이 다시 나를 그 자리에 내려놓았다. 나는 묵을 파는 할머니를 쳐다보고 있었다. 오래된 과거의 희미하지만 따뜻한 기억 속에 우리 희망의 미래가 놓여져 있다.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생명을 파괴하지 않는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그리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손을 잡고 따라온 시윤이의 해맑은 웃음과 그의 아장걸음에서 나는 이 세대에게 우리들이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 무엇인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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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6-01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제일 못 믿을 것이 인간이겠지요.
인간의 밥상에서 울부짖는 울음을 반성하잔 뜻이겠습니다.
이책 읽어봐아겠군요.

달팽이 2006-06-01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밥상위의 울부짖음..

파란여우 2006-06-02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뻔한 책 내용이라 구독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뻔한 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삶이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 문제에 단골출연자인 거대 자본의 폭력.
그런데 소비자가 행할 수 있는 대안말고 좀 더 적극적인 그 무엇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단순히 개인적인 취향이나 결의 같은 것으로 그치는 것 말고
견제하고 극복하는 적극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여겨요
이 책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지식의 정보로 얻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이 무엇일까...다시 숙제가 되는군요

달팽이 2007-04-05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시원한 대안이 있으면 좋겠지요.
하지만 세상의 모든 복잡한 문제들이 서로의 인과관계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지고 있어 쉽게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시원하게 내린 대안일수록 머리속의 공상일 경우가 많고
적극적이고 결단적인 정치적인 대안은 그것을 가로막는 사람들의 욕망들로 저지되고요...
우리 마음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가는 길이 느리지만 확실하고도 되돌려지지 않는 길이란 생각이 드는 것은 제가 너무 개인적이어서일까요?
저도 잘 모르겠군요...

무위당 선생님은 이 경우 어떻게 답했을까요?
한살림운동을 하시는 무위당 선생님 자신은 유기농 식품을 가려서 드시지 않고
주어지는 대로 잡수셨는데요...
주위 사람들이 왜 이런 걸 잡수시느냐고 묻자, 세상천지가 다 오염되었는데..
나만 좋은 것 먹어서야 되겠나? 하고 말씀하셨거든요...
물론 세상을 친환경적, 친생명적으로 바꾸어내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내가 음식을 통하여 이루고자 하는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삼으셨던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해월 선생님이 밥 한 알의 의미를 깨우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공부로 삼았던 것처럼요..

어둔이님은 저에게 이 책과 관련하여 사찰에서 식사 때 하는 오관게를 들려주었습니다.

1, 이 음식이 어디서 왔읍니까?

2, 제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습니다.

3,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4, 건강을 유지하는 약으로 알아

5, 진리를 실현하고자 이 음식을 받습니다.





비자림 2006-06-03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저도 오래전부터 이런 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생협을 이용하고 가능하면 인스턴트 식품을 안 사먹고 과자나 아이스크림은 웬만해선 안 사주고..하지만 거대 기업, 거대 자본의 영향 아래 자유롭기가 힘든 세상인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의 음식문화로 인한 유혹도 많구요..

달팽이 2006-06-03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렇군요. 비자림님..
저도 물론 예전에 이런 책을 여러 권 읽어보았지만...
내 삶에서 실천하려는 의지를 내지는 않았습니다. 힘이 약해서...
그런데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조금은 가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철저하게 실천할 수 없을 듯 합니다.

2006-06-13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팽이 2006-06-13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님의 서재는 들락거렸는데요..
우리 아이가 좀 더 크면 선생님의 서재를 유용하게 들락거릴 수 있을 것 같군요...
두 분 다 배꽃같은 님이군요..
어제 달빛이 아주 좋더군요...

징검다리 2007-01-24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음식은 몸집을 만드는 벽돌과 같습니다.
잘 지어진 집은 유지 보수가 쉽지만 한 번 잘못 지어진 집은 고치기가 너무나 힘들지요.
우리 아이들의 몸집을 키우고 만들어 가는데 잘못된 벽돌을 쓸 수는 없지요.
불량 벽돌과 같은 농약과 비료(성장호몬제)로 만들어진(?) 먹거리로 지어진 우리 아이들의 몸집이 걱정되는 세태입니다.
유기농을 선택하는 나의 손길이 희망의 미래를 투표하는 소비자의 힘이라는 것에 동의를 보냅니다.
 
 전출처 : 水巖 > 풍경과 놀다 - 강홍구 사진전




80cm X 222cm
재질 : 디지털 사진 인화
제작년도 : 2000
그린벨트 시리즈-세한도


전 시 강홍구 : 풍경과 놀다
일 시 2006.06.09.금~2006.08.06.일
장 소 로댕갤러리
장 르 사진
작 가 강홍구,
전시개요
전시구성
   
이번 전시는 90년대 중반부터 작가가 보고 느낀 시간과 기억, 역사가 얽힌 매끄럽지 않은 한국사회의 현실을 디지털 사진의 왜곡을 통해서 일그러진 채로 보여 준다. 초기의 작업 일부부터 최근까지 전개된 작품들의 흐름을 알 수 있도록 시간 순으로 배치하여 작가의 작품세계를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초기작을 이루는 스캐너 합성사진에서 가부장제의 억압아래 괴물이 출몰하는 가정(행복한 우리 집), 분단상황에 대한 공포가 일상에서 드러나는 장면 등은(전쟁공포)은 갑작스럽게 피어난 경제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은 불안과 갈등을 드러내 보여 주고있다. 한편 작가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영화스틸 시리즈들은 노골적으로 폭력과 섹스를 남용하는 영화 속 주인공으로 자신을 연출하며 나르시시즘과 자기연민이 얽힌 드라마를 보여 주고 있다. 심각하고 엄숙하여야 할 미술은 싸구려 장르영화와 상업광고의 상투적인 장면으로 변환되고, 그 속에서 감독이자 주연인 작가는 고민과 절망들을 조잡하게 위조한 사진으로 삐딱하게 선보여 웃음거리로 만든다.(나는 누구인가)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 거칠게 만든 합성사진 이미지들은 실상 세련되고 고상하지 못한 우리 현실을 그럴듯하게 재현하여 보여 주고 있다. 스캐너로 여러 이질적인 요소를 결합한 초현실적인 몽타지풍의 연출 방식은 디지털 카메라를 손에 넣은 시점에서 점차 작가가 직접 촬영한 한국 사회의 풍경과 결합하며 현실이 스스로 말하게 하는 디지털 풍경사진으로 바뀌어 갔다. 그러나 이는 현실의 부조리함이 작가가 연출한 부조리함보다 더 크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변화이기도 하다. 디지털 카메라가 갓 상품화되어 대중에게 소개되던 시절, 부족한 용량 때문에 여러 사진을 이어 붙여서 만든 풍경들은 좌우로 긴 파노라마를 이룬다. 그러나 이 풍경들은 넓은 시야를 일관되게 포착하여 현실을 충실하게 재현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일그러진 풍광들을 조각조각 이어 붙인 조합들이다. 작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전근대를 배경으로 시작해서 한 세대를 지나기도 전에 곧바로 정보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에는 건너뛴 시간과 공간을 반영하는 다양한 모순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강홍구의 디지털 사진에서 보이는 풍경들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진화된 인류가 지배하는 미래사회가 아니라 파시즘적 군사문화와 집단이기주의 같은 근대화 과정의 잔재들이 가라앉은 풍경들이다. 압축성장의 와중에서 자본주의와 상업화로 왜곡되고 삐뚤어진 현실은 보이는 대로 찍는 것이 아니라 파편들을 이어 붙여 위조한 사진에서 더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는 것이다. 일관되고 매끈한 표면을 유지하지 못하는 현실의 파편들을 조합한 디지털 사진은 현실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 주는 가장 적절한 방식이 될 수 있다. 서울 근교 개발제한구역인 그린벨트의 풍경을 찍은 사진들은 도심 속에 남은 마지막 자연의 보루라기보다 갑작스러운 개발열풍 속에서 뒤쳐진 쇠락과 노후의 흔적들을 보여 준다. 촌락을 중심으로 한 농경사회는 도시화의 필연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무너졌고 그 과정에 남은 잔재들은 녹색의 이상향이 아니라 회색조의 우울한 풍경을 만든다. (그린벨트) 가짜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의 풍광 속에서 "진짜 가짜"인 드라마 세트는 역사와 맥락을 무시하고 세워져 실체없이 허울만 존재하는 배경막으로서 현실을 일깨워 준다.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드라마 촬영 세트 위에 오려 붙인 인물들이 이루는 풍경은 일제시대부터 현재까지가 한 공간에 담겨 있는 가짜 풍경의 허구성을 돋보이게 한다.(드라마세트) 김포공항 근처 소음피해 보상지역이자 주민 이주 후 폐허가 된 지역인 오쇠리에서 찍은 사진에서는 경제개발의 희생양이 된 도시 근교에서 작가가 느낀 무력감이 절실하게 드러난다. 사람들은 떠나고 쓰레기와 텃밭만 남은 동네의 지금도 진행 중인 비참한 사연을 알지 못해도, 색감를 조절하여 일부러 부조화하게 만든 풍경은 유령마을 특유의 음산함과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과거의 유령들을 느끼게 한다. 도시의 고층건물과 고속도로 밑에 숨은 어두운 그림자처럼 오쇠리의 황량한 풍경은 우리 사회의 발전상을 위해 버린 것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오쇠리 풍경)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이르러도 우리의 주변을 이루는 환경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은 작가가 살고 있는 불광동 재개발 지역의 풍경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집은 더 이상 사람이 사는 주거 공간이 아니라 투기와 유랑의 장소가 되었으며 북한산 자락을 끼고 옹기종기 모여있던 집들이 재개발을 위해 허물어진 풍경은 자연과 인공이 맞닥뜨리는 초현실주의적인 전쟁터가 된다. 산등성이를 따라 언덕을 파고들며 세워졌던 자그마한 집들이 다 허물어진 후에는 자연친화적인 환경과 참살이를 광고하며 하늘을 가리는 아파트들이 들어설 것이다. (미키네 집, 수련자) 마지막으로 전시장을 나서기 전에 관람객이 직접 풍경 속에 들어가서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기존의 주택을 허물고 난 빈터를 찍은 사진 위에 집을 그려 넣는 관객 참여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은 불광동의 폐허에 새로 집을 세우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텅 빈 공허 위에 새로 희망을 쌓는 사람들의 참여는 앞으로 더 나은 세상을 기대하는 작가의 비전을 관객이 채워 나가는 기회가 될 것이다.

 

        출처 : am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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