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 끝없는 하늘을 보니 마음은 편안한데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그대 모습 떠오르네

바위섬은 파도를 맞고 가슴 젖으며

투명한 햇살은 물결 위에서 넘실대는데

깍아지른 절벽 위에 선 우리

제 각각 갈 길은 눈 앞에서 갈라지네

바람은 바위 틈에 자라는 풀잎을 뽑을 듯하고

흔들리는 구름 다리는 앞 길을 흐리네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가는 길 위에

개미 한 마리 발에 밟혀 소리도 없이 죽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글샘 2006-06-13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게의 죽음, 김광규

어미를 따라 잡힌
어린 게 한 마리

큰 게들이 새끼줄에 묶여
거품을 뿜으며 헛발질할 때
게장수의 구럭을 빠져나와
옆으로 옆으로 아스팔트를 기어간다
개펄에서 숨바꼭질하던 시절
바다의 자유는 어디 있을까
눈을 세워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달려오는 군용 트럭에 깔려
길바닥에 터져 죽는다

먼지 속에 썩어가는 어린 게의 시체
아무도 보지 않는 찬란한 빛

달팽이 2006-07-18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명의 빛 어디로 갔을까?

따끔하는 느낌에 반사적으로
마음보다 손이 먼저 가서
짝 하는 소리와 함께
납작해진 모기와 튄 핏방울

그 짝하는 소리와 함께
모기는 어디로 갔을까?

그의 납작해진 허물만 벗어놓고
한 순간에 달라진 생과 사
그 틈새에서 생명의 신비를 엿본다
 

  러셸 셔먼은 '피아노를 마스터하려면 먼저 우주를 마스터해야 한다'고 했다.

피아노 선율에 이 우주를 담아내어야 한다는 말이다.

다람쥐의 빠른 움직임도,

바람에 쓸리는 나뭇잎도.

냇가를 흐르는 물소리도

석양의 지는 노을도 선율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의 행복함도

이별의 쓰라림도

첫사랑의 아름다웠던 기억도

그대를 가슴에 품고 마냥 행복했던 시간들도

뱃전에 흔들리는 그녀의 손을 잡고 건너는 떨림도

그녀의 경쾌한 웃음소리도

동심원처럼 소리없이 번져가는 그녀의 미소도

선율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선율은 사람의 영혼을 울리어야 한다.

피아노를 달리는 두 손은 건반만 두드려서는 안된다.

청중의 영혼도 함께 두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 선율은 중복되어서는 안된다.

가장 필요한 선율을 가장 압축적으로 담아내어야 한다.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마지막 부분이 중복적이고 불필요한 부분이 용두사미격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우리들은 우리 인생을 담을 피아노를 만들어야 한다.

나에게 그 피아노는 무엇인가?

나에게 그 호로비츠는 과연 무엇인가?

그 안에 내 인생이 넉넉히 담길 수 있는....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자림 2006-06-07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께는 명상? 저에게는 수다?
(실없는 소리가 먼저 나오네요. 호호)
우리 인생을 담을 피아노? 저도 좀 철들면 철학이 있는 언어로 아이들을 이끌어주고 잡아주고 혹은 위로해주고 그러다 혹 삼류음악이라도 울리고 가면 좋으련만...
그저 아직도 혼자서 짝사랑만 하고 있답니다.

달팽이 2006-06-07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느낄 가슴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그저 몇 자 끄적였다고 그 가슴떨림의 느낌을 다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닐터...
그것을 느끼는 마음이 있다면 나머지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아요...제겐..

어둔이 2006-06-08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아노에담아낼음
빗물바람웃음낮달
환희고통사랑행복
손가락끝에서살아
영화끝나고꿈깨다

파란여우 2006-06-15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올림도온올림도
검은나무하얀나무
어울림에섞고녹아
마디마디경계넘어
그대앞에노래하네

달팽이 2006-06-16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가길을만들고
마음이앞질러가다
나를부르는소리에
고개를돌려보다가
할소리에잠이깨다
 

학교를 파한 후 몰운대 쪽으로 차를 몰았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 사이에 허연 연기가 가득 찬게 아닌가?

불이 났나?

길은 지나가고 새로운 아파트 단지에도 뿌연 연기는 가득...

무엇일까?

몰운성당 앞에 있는 전망대에 서서야 비로소 그 정체를 알았다.

남해 바다 가득히 밀려오는 해무...

몰운대를 덮고 아파트 단지를 덮고 있었다.

눈 앞에 지척으로 보이는 도요등은 해무에 완전히 가려 어깻죽지만 드러내고 있었다.

지율 스님을 만났다.

얼굴이 좀 보기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장기간 단식으로 신장이 좋지 않아 부은 것이란다.

성당을 내려오는데 난간에 몸을 의지해서 천천히 내려오는 모습이 아직은 완쾌가 멀었음을 보여준다.

운무 뒤로 해지는 풍경이 좋은 찻집에서 스님의 이야기를 듣다가 길을 나섰다.

바다 위로 거대하게 드리워서 이동하던 운무도 저녁햇살에 흩어지고....

몰운대의 일몰도 멀어져간다.

주위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운무는 다 어디로 갔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6-06-06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해에 학교에서 뵈었었는데,참 맑은 분..이라고 생각했었어요.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자기이름으로 된 통장 하나없이 살아오셨다는 말을 듣고 그 분의 진의를 느꼈습니다.부디 건강하시기를 두손모아 기원합니다.

달팽이 2006-06-06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님생활에 받는 돈이 얼마되지 않는데 그 돈마저도 자신을 위해서 쓰지 않는 분이더군요.
천성산문제로 세상에 많이 알려져서 이젠 스님의 행동에도 시선이 많이 따라 다녀 불편한 점도 많을 것 같군요..
 
극한의 고통이 피워 낸 생명의 꽃
호시노 토미히로 지음, 김유곤 옮김 / 문학사상사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과거의 그 : 중학교 초임 교사, 24살, 호시노 토히미노, 기계체조를 잘 함.

  현재의 그 : 목 아래의 전신마비 장애인, 어머니의 간호아래 생명을 유지함, 입으로 그림을 잘 그림.

과거의 그는 건강이라면 부러워할 것이 없는 젊음과 힘과 근육질의 몸을 가진 청년이었다. 그리고 이제 갓 발령받아 교육의 꿈을 키워가는 교사였으며, 농촌에 계신 가난한 부모아래 여러 형제들을 가지고 있으며, 농촌이 싫어 빨리 도시에서 자립하는 꿈을 꾸었고 이제 그 꿈을 이루었다. 산악동아리에 가입하여 등산을 하고 있고, 아이들에게 기계체조를 가르친다.

현재의 그는 교사 생활 2개월째 되던 어느날 체조 시범을 보이다 경추골절로 목 아래 전신마비 상태에서 숨쉬는 것, 먹는 것, 배설하는 것 등 모든 것을 어머니와 간호사의 도움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점차 호전되었으나 목 아래의 근육은 영원히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는 절망의 깊은 늪으로부터 희망과 용기 그리고 사랑을 사람들과 나누며 살게 되었으며 특히 장애인의 삶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부터 시작한 입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문학인으로 살게 되었다.

  목이 부러져서 병원으로 가던 날 그는 자신의 몸의 감각을 잃어버린 절망감에서 삶의 모든 희망을 송두리채 빼앗겨버렸다. "내 손은 어디에 있는 거지? 이제 난 끝장이야. 이런 상태로는 살 수 없어!" 자신의 몸을 잃고나서부터 그에게 온 상실감과 좌절은 영혼속으로 스며들어 새 생명의 씨앗을 키우고 있었다. 그 생명의 벌거벗은 알몸에서부터 그는 어머니의 따뜻하고도 조건없는 사랑에 눈물을 흘렸으며, 세상의 모든 장애인들이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며 살고 있는지, 하지만 그것을 사랑으로 승화시키면서 살고 있는지에 새로운 눈을 뜨게 되었다.

  자신의 밑바닥의 치부를 드러내고 의존해야만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부끄러움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밑바닥은 생명의 바닥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고 그 더 깊은 생명의 심연으로부터 삶의 희망은 올라왔다. 그가 건강한 체육인으로 살았다면 얼마나 이기적이고 몸의 욕망을 위해서 살았을 것인가? 부모님의 사랑도 알지 못하고 철없이 늙어갔을 것인가? 그는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참된 사랑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참된 삶의 의미도 알게 되었다. 삶이란 나누는 것임을...

  이제까지 그의 생존을 위해서 자신에게 도움주었던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이제는 내가 타인에게 사랑을 베푸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그는 새롭게 태어났다. 몸과 물질적 삶 너머에 영적인 삶이 존재함을 받아들이고 영혼이 몸의 삶을 이끌어갈 때 비로소 그는 조건에 관계없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드디어 그는 붓을 입에 물었다. 희망을 그려나갔다. 사랑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입에서 시작된 사랑의 노래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참된 삶이 무엇인지 묻게 하고 있다.

  그의 삶이 예술적인 승화를 거쳐 더욱 성숙한 종교적 삶으로 발전되기를 바란다. 그의 영적 성숙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입이 없어도 붓으로 희망을 말하지 않고서도 존재 그 자체로 행복한 날들을 그가 진심으로 맞이하기를 바란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4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샘 2006-06-05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내꿈은 언젠가 바람이 되어... 하는 책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내 무딘 손보다 낫더군요. 섬세한 그림이...

달팽이 2006-06-05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토미히로의 그림과 설명이 있는 책이지요.
저도 한 번 보아야겠습니다.

어둔이 2006-06-05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이없으면어떠랴
사지잘리면어떠랴
내몸아니데뭐어때
근데내게힘이된다
생명딛고핀그의꽃
 

삶이 가장 확실하게 보장하는 것은

죽음

유월의 울타리엔

붉은 선혈이 터지고

그들의 피로 물든 세상이

세상을 밝힌다.

몸이 더욱 붉어질수록

세상은 더욱 흐릿해지고

잎이 한 장 피어날수록

생명의 불씨는 꺼져간다.

삶을 태우며 피우는 사랑에

나는 생명의 절실함을 배운다.

다시 오지 않을 이 곳에서

나는 우주의 단 한 번 뿐인

저 선혈의 외침을 듣는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어둔이 2006-06-05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월이면내혈관속
붉은장미를꺼내다
넝쿨처럼인연자라
징한사랑에엉키다
장미가시에 찔리다

파란여우 2006-06-05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동사거리를 지나
율목교회 뒷담장을 돌면
낡은 붉은벽돌 건물 인천시립도서관
지금은 폐허가 된 그곳에 한창 가방들고 출입을 하던
그 6월에 넝쿨장미 눈부시다 못해 서럽도록 빨개서
도서관 격자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

달팽이 2006-06-05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없는장미로다
상처투성이가슴도
무상한인연이로다
땅에코박고울다가
문득코가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