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나는 화개에 갔다.

하동 야생차 축제에 참여하여

차를 덖고 비벼서 만드는 차체험을 하였다.

뿐만 아니다.

화개의 산빛 물빛 계곡빛 봄빛이 얼굴에 가슴에 물들었다.

화개 주민 친구를 사귀었다.

나와 같은 나이 또래의 친구..

그가 나를 환대했다.

저녁 밤늦도록 술마시고 친구의 집에서 잤다.

이젠 화개에 친구가 생겨서 앞으로 자주 갈 것 같다.

수제 차며 차 도구 등 이름도 모르는 산나물 약초 술 담그는 데 쓰는 자연산 강작약, 상황 버섯 등 너무 많은 선물을 박스 가득 챙겨 주었다.

적적한 화개생활에 친구가 필요했던가?

나에게도 탁탁한 도시생활에 그런 친구가 필요하지 않은가?

우리 좋은 친구가 되어 삶의 의미를 나누고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늦봄의 정취를 화개에서 만끽한다.

친구에게 화답으로 뭔가 좀 챙겨줘야겠다.

봄마음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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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7-05-23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화개 친구... 꽃이 열리듯, 그렇게 밝은 소식이군요.
올해는 영 바쁘신지, 뵙기가 어렵군요.^^

달팽이 2007-05-23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글샘님.
그냥 서재 활동에 마음이 많이 끌리지 않는군요..올해
그래도 선생님 만나는 기회는 기다리고 있습니다.ㅎㅎ

파란여우 2007-05-23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수지 맞으셨어요^^
선물도 선물이지만 친구를 얻으셨으니!

달팽이 2007-05-23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기쁩니다.
좋은 친구를 얻어서..

프레이야 2007-05-23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곳에 좋은 친구를 두게 되었군요. 참 미더운 일입니다.
화개.. 달팽이님에겐 특별한 곳이 될거에요.^^
봄날 잘 지내시길 바라며...

달팽이 2007-05-23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혜경님.
앞으로 기회되면 간간히 들릴 요량입니다.

짱꿀라 2007-05-24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화개에서 좋은 친구 만드셨군요. 남는 장사 하셨네요.

달팽이 2007-05-24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산타님.
여기 만나는 모든 친구들 역시 좋은 친구들입니다.
 
토란
이현수 지음 / 문이당 / 200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기억마저도 희미해진 어느 나른한 봄날, 난 겁도 없이 녹이 슨 철로를 통째 삼켜버렸다. 쇠에 난 녹이 그 쇠를 먹어치운다는 건 알았지만 몸주인 나까지 갉아먹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때때로 뱃속이 거북했으며, 잊을 만하면 녹슨 철로 위를 덜컹거리며 불규칙하게 달리는 기차바퀴 소리가 목울대를 뚫고 쓴 물처럼 올라오기도 했다. 내가 녹을 먹고 녹이 나를 먹는구나. 방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던 밤사이, 철로 가에는 아주까리와 맨드라미, 채송화 따위의 잊힌 꽃들이 이슬을 머금고 피어났다. 왜 지금 하필이면 아주까리와 맨드라미, 채송화인가? 입춘 무렵, 뿌연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어쨌든 가거라, 이젠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내 청춘의 자국들."

  이 현수 작가의 책머릿 글이다. 자신의 녹을 통째 삼켜버렸다는 말, 그것은 이젠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내 청춘의 자국들일런지도 모른다. 그녀에게서는 왠지 토속적이고 오래된 것의 맛이 풍긴다. 신기생젼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글의 맛깔스러움과 예스러움도 그랬지만 이야기 전체가 전해주는 마음의 울림을 생각할 때, 그녀는 확실이 우리 마음 속의 깊고도 예민한 곳을 건드릴 줄 안다. 세월이 오래도록 겉으로 다 표현하지 못했지만 마음 속으로 재어두고 쌓아두어 더욱 뼈 속에 사무친 삶의 의미들을 한 순간에 토해낸다. 그녀의 소설들이 가진 매력이 자꾸만 그녀의 또 다른 소설을 들게 한다.

  그녀가 주로 다루고 있는 사람들은 소외된 자이며 약자이다. 빛 속에서 보면 그늘이 더욱 어두컴컴해 보이고 그늘에서 보면 그 빛이 더욱 눈부시듯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빛 속에 서 있는 자들은 그 그늘에 서있는 자들을 불결하고 더럽게 생각하고 자신과는 다른 종류의 사람으로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부의 그늘에 서 있는 민중들에겐 부의 빛 속에 서 있는 자들의 탐욕과 이기심에 역겨워한다. 그들의 주체할 수 없는 부와 버려진 잉여는 그늘에 서 있는 사람들의 애환이 되고 한이 된다. 그 깊은 마음의 응어리를 포착해내어 문학적으로 표현해내는 재미가 그녀에겐 있다. 

  '토란'에서의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의 오래묵은 갈등, '비하리에서 나는'에서의 "자신의 온 생애를 무너뜨린 검은 얼굴의 사내는 비하리에 전염병처럼 떠도는 우울과 권태, 단조로움이라고 나경은 생각했다."에서 그녀는 자신에게 닥친 불운을 자신의 지역 전체에 감도는 기운으로 파악하는 눈이 대단했다. '거미집'에서는 평생 아들들의 뒷바라지에 자신을 헌신해온 어머니와 나와 딸의 3대에 걸친 이야기이다. 그 바보같은 어머니의 삶이 싫고 나에게 기대는 것이 미우면서도 나도 모르게 어머니의 삶을 닮아가버리는 자신을 보면서 삶의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파꽃'은 너무 감동적이다. 평생 마음에 품고도 한번도 표현할 수도 없고 표현하지 않은 한 여자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그녀의 오래된 말 한마디에서 자신의 사랑을 확인받고 싶은 그 마음에 나는 너무 애절하면서도 슬펐다. "파꽃도 분명 꽃은 꽃이지요? 꽃...........맞지요?" 현실에서는 인정받지 못한 자신의 삶 전체를 그녀를 통해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 사실 그 마음마저 버리면 인생이란 또 얼마나 밋밋하고 허무하랴..문학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그녀는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보다 삶 속에 꾹꾹 묻어두었다가 인생의 결정적 순간에 그것을 한 번, 단 한 번 터트리는 불꽃처럼 그려낸다. 그 불꽃같은 삶의 모습은 그래서 예술이 되는 것일까?

  '불두화'와 '미노'를 거쳐 '그 재난의 조짐은 손가락에서부터 비롯되었다'에서는 인간의 삶 자체를 대상화시키는 시각을 보여준다. 그녀가 이 작품으로 마무리를 한 데에 나는 왠지 이 소설의 단편들이 하나하나의 의도를 가지고 맞추어진 듯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 그녀의 모든 작품 속에 흐르는 그 한 마음이 불현듯 만져질 듯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나의 삶을 돌아본다. 그녀가 오지 않은 그 황량한 공간을 뒤로 남겨 두고 묵묵하게 걸어온 날들, 나도 이젠 녹슨 철로를 삼켜버려야겠다. 이미 내 것이 아닌 것들을 뒤로 하고 당당하게 앞 길을 걸어가야겠다. 가슴아팠던 내 청춘의 자국들을 밀려오는 파도에 쓸리는 모래 위의 자국처럼 그렇게 바다너머로 쓸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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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7-05-18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감칠맛 나는 책은 언제 또 구하셨대요?^^(따라서 보관함으로~~)
파꽃이건 장미건 열매 맺는건 다 꽃을 피워냅니다. 꽃없는 열매와 이파리는 없잖아요.
-알라딘의 파꽃처럼 매운 여우-켁~*.*

달팽이 2007-05-18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궁 위에 불안하게 흔들리는 파꽃이 마치 별처럼 흔들립니다.
우리 여우님의 말대로 모든 열매맺는 것들은 다 꽃이 있어요.
그대의 꽃향기를 둘러싸고 모인 많은 사람들과
그대의 열매를 탐하여 모인 많은 사람들 뒤에서
제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늙으매 긴 밤 괴로워

시름으로 맑은 시 짓는 일 적네

산새가 새벽을 알리기에

반가워 돌아보니 창이 벌써 밝았네

일어나 동방을 보니

환한 노을은 어찌 그리 아득한가?

이슬 떨어져 댕댕이 자라고

구름 걷히니 먼 산이 촉촉하네.

문득 알겠구나. 세상 버린 사람들

한가로운 마음 맑고도 쓸쓸한 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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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7-05-1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얘기구랴....한가롭고 쓸쓸한. 고적하고 평화로운.

달팽이 2007-05-17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몸이 아프니 늙은 이의 마음과 같을 것이고
염소 키우는 일도 없어지니 한가롭고 쓸쓸하기 그지없는
그대의 고적하고 쓸쓸한 마음에...
비내린 뒤의 우주에
새 한마리라도 울어주고 가면 또 얼마나 좋으리요..
 
스트라디바리우스
토비 페이버 지음, 강대은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언제이던가? 서울 지하철 강남역 6번 창구에서 심 모 교수가 스트라디 바이올린으로 45분간 허름한 옷을 입고서 바이올린 연주를 했던 적이 있다. 이 연주로 그는 16900원의 돈을 벌었다. 이 허름한 옷차림을 한 사람이 서울대 출신의 교수인지도 그가 연주했던 바이올린이 70억이나 비싼 것이었는지에 대해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 더욱이 그 바이올린에 쓴 활이 1억 짜리였다니...그 오전의 급박하고 분주한 출근시간에 몇 몇 사람들은 그 선율을 듣고서는 매우 행복한 표정으로 이 시간에 여기서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을 들을 수 있다니...하고 놀랐다. 이 사건이 있기 전에는 미국의 한 도시에서 이와 유사한 상황의 연주가 열렸다고 한다.

  집시 음악 중 유난히도 슬프면서 가슴에 착 달라붙는 음악이 있다. 세르게이 트로파노프의 "Gypsy Passion"이라고 하는 바이올린 연주곡의 모음집이다. 지금은 우리 나라 모 광고에도 사용하고 있는 이 선율은 가슴 속의 꼼짝하지 못할 감정의 아킬레스 건에다 대고 활을 긁어대는 듯하다. 이 지독히도 슬픈 곡을 들으면서도 그 슬픔이 왠지 삶의 비장한 아름다운 것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마음을 들여다보면 문득 내 마음으로 투명하게 모아지는 뭔가가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이 느낌을 찾아서 모짜르트도 듣고 베토벤도 들었다. 바흐의 바이올린 음악도 들었다. 바이올린이 가진 느낌인지 세르게이 트로파노프의 선율에 담긴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였다. 결론은 둘 다였다.

  18세기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제작자인 스트라디 바리우스. 그가 남긴 불후의 명작 다섯대의 바이올린과 한 대의 첼로의 여정을 쫓아간 이야기가 이 책이다. 메시아, 비오티, 케벤휠러, 파가니니, 리핀스키와 다비도프가 그것이다. 많은 소유권의 이전과정과 세상에 드러난 과정, 그리고 그 바이올린이 연주되면서 사람들의 영혼을 사로잡는 과정에서 바이올린 제작자의 깊은 영혼의 울림을 들을 수 있었다. 열 세살의 천재 소년 바이올린 연주자인 매뉴인은 열 세번째 그의 생일날 케벤휠러를 선물로 받으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위대한 바이올린은 살아 있다. 바이올린의 모양은 제작자의 의도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나무는 소유자들의 역사나 영혼을 간직하고 있다. 나는 연주할 때마다 내 자신이 자유로운 영혼 또는 속박당하는 영혼임을 느끼게 된다."

  천상의 선율을 담기 위해 바이올린 제작에 자신의 온 인생을 걸었던 스트라디 바리우스. 그 제작의 비밀을 캐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바쳤지만 결국 풀어내지 못한 제작과정의 비밀들.. 그가 제작한 바이올린은 하나의 생명체이다. 나무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고, 바이올린 연주자의 마음에 반응하여 제각각의 선율을 만들어내는 그는 긴 배를 타고 가는 여정에서는 지치고 멀미도 하고 인간과 같이 소중하게 다루어지고 배려되어야만 하는 의식체이다. 수많은 찬사와 수많은 음악가의 삶의 열망이기도 했던 스트라디 바리우스는 그 명성이 또 다른 생명체로 되어 탄생과 굴곡의 시간을 거친다.

  이제 그 과학의 비밀을 캐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제 그것의 가치가 얼마이고 그것의 역사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스트라디는 제작자에게 있어서는 그것을 만들어내며 바쳤던 자신의 온 열정과 인생의 깊이로서 의미를 다했고, 연주자에게는 바이올린과 혼연일체가 되어 만들어내는 선율이 허공을 가득 메울 때 그 의미를 다하지 않았는가? 청중으로서 우리는 그 선율위에 마음을 올려 선율이 만들어내는 굴곡을 타고 넘으며 영혼의 우아함을 꿈꿀 때 이미 그 의미를 다가지지 않았는가? 그것을 제외하고 남은 명성과 가치는 겨울바람에 떨어져 썩고 있는 나뭇잎처럼 허무한 것이다.

  스트라디 바리우스의 흔적을 쫓는 이야기가 그의 영혼의 성장과정과 깊어짐의 과정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이 책을 읽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바이올린 연주자의 영혼이 바이올린과의 교감 속에 더욱 깊어가는 것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 바이올린이 내는 선율의 깊은 감동에 빠지지 못한다면...우리는 인생에서 긴장해야 할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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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5-16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바이올린 제작자. 바이올린을 만들기 위해 올인하는 장신정신을 정말 제가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달팽이 2007-05-16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 정신이 몰입했을 때 그 생각과 생각의 틈 사이로 분출하는 아이디어와 우주의 메세지를 들어야만 비로소 인생을 담아낼 수 있겠지요.
산타님께서 사용하신 올인하는 장인정신이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일보 04월 04일자에는 도시 한복판의 "Sky Farm"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58층짜리 건물 하나에다 태양과 풍력을 이용하여 병충해 걱정없이 1년 내내 농사를 지어 3만 5천명이 먹을 식량이 나온다고 한다. '공중농경' 또는 '수직 농경'이라 불리는 이 신개념의 농사는 미 컬럼비아대 환경학과의 딕슨 데스포미어 교수가 고안했다. 이 스카이 농장은 실내에서 완벽히 중앙통제돼 병충해의 위험을 낮출 수 있고 유기농 재배도 가능하다. 날씨의 영향에서 자유로워 흉작도 피할 수 있고, 소비 지역인 도시에 위치해 농산물 수송비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지구의 식량 생산량은 이미 지금 인구의 두 배인 120억 인구를 먹여살릴 정도의 생산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5초마다 한 명 씩 기아로 굶어 죽고 있으며 매 3분마다 한 명씩 비타민 A의 결핍으로 시력을 상실한다. 세계 인구의 7분의 1인 8억 5000만 명이 치명적인 영양 결핍 상태에 놓여 있다. 해마다 우리들은 이 지구라는 별 위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어린이 무덤을 만들고 있다. 그 어떤 환경 재앙보다도 그 어떤 전쟁보다도 더 많은 수의 어린이들이 그저 먹을 것이 없다는 이유로 무덤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고 있는 것일까?

  1970년 11월 칠레의 대통령이 된 아옌데는 소아과 의사 출신의 정치인이라서 유아기의 비타민 및 단백질 부족이 소년 소녀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15세 이하의 모든 어린이에게 하루 0.5리터의 분유를 무상으로 배급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971년 스위스 베베이의 네슬레 본사는 칠레 민주정부와의 협력을 모두 거부했다. 당시의 미국의 닉슨대통령과 키신저가 아옌데 정권의 사회주의적 개혁정책을 꺼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옌데 정권의 개혁정책이 성공한다면 미주대륙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미국의 다국적 기업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1973년 9월 11일 CIA는 피노체트를 도와 대통령궁으로 침입하여 아옌데를 살해했다. 그리고 칠레는 아옌데 정권이 들어서기 전처럼 수만명의 아이들이 다시 영양실조로 배고픔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p99~102

  부르키파나소의 예를 보면, 프랑스로부터 독립된 직후 세계은행의 통계에 의하면 170개국 중 124위, 1인당 국민소득 164위였다. 남부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국토의 대부분은 경작하기 어려운 땅이었다. 경작가능한 땅 중에서도 25%만이 경작되었고, 곡물수확량은 헥타르당 540kg에 불과했는데 이는 프랑스의 경우 헥타르당 4883kg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것이었다. 이웃나라와 같이 부르키파나소도 부패한 관료밑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38000명의 관료가 국가예산의 70%이상을 자신들의 급여로 챙겼다. 이 때 젊은 혁명가인 상카라는 '자주관리정책'을 채택하여 국내의 30개 행정구를 자치제로 전환하고는 주민들 자신이 그 지역을 다스리게 했다. 관리도 직접 뽑을 수 있게 했고, 도로 건설이나 수도 사업 보건의료사업 등 자신들의 실제 생활에 필요한 공공 서비스를 실시해 나가도록 했다. 행정구역 설정은 대체로 각 종족들의 거주지와 일치토록 했다. 철도건설사업, 인두세 폐지, 개간가능한 토지의 국유화의 정책은 4년도 지나지 않아 농업생산량을 크게 늘이고 도로와 상수도 건설 농업교육 등으로 국민들은 식량 자급자족의 새시대를 맞게 되었다. 부르키파나소의 경험은 이웃나라 대통령들에게도 큰 압박으로 다가갔고 무엇보다도 제국주의였던 프랑스의 일부세력과 다국적농업의 이해관계와 대립했다. 그래서 상카라는 결국 동지이자 참모였던 콤파오레에 의해 살해되고 말았다.

-p137~148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에 보면 15억 소를 키우기 위해 소모되는 식량은 인구 전체를 먹여살리고도 남는 양이라고 나온다. 세계 식량과 농산물을 둘러싼 금융자본가들의 권력에 의해 대공황 판의 '풍요속의 빈곤'이 21세기의 지구 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소는 배불리 먹고 사람은 굶게 되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물론 내가 소에게 유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안에 갇혀서 배불리 먹는 삶이 절대로 부럽지 않으니까!) 세계시장에서 식량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수확량, 수송경비의 변동, 투기적 거래, 세계시장의 수요 같은 요소가 영향을 미치지만 투기적 거래에 의한 영향은 더욱 커지고 있고 그 사각지대인 빈곤지대에 사는 어린이들의 생명은 풍전등화의 운명이 되고 만다.

  우리들은 기아를 흔히 식량 생산량의 한계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으로 잘못 알아왔다. 하지만 이 책은 '기아'라고 하는 세계적 현상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상품화되는가를 전세계적 자료를 취합하여 상세하고 본질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우리들의 직접적인 도움만으로는 세계 구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나 개인적으로는 목숨이 까딱 까딱 넘어가는 환자 앞에서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하고 원인을 따지기 이전에 액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비록 우리들이 건네는 작은 돈이 아이들에게 10%만이라도 직접 닿을 수 있다면 그래서 한 아이라도 살리는 생명의 밥 한 공기가 될 수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90%의 낭비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우선 우리의 호주머니를 살펴 돈을 꺼내어야 한다. 능력껏..

  다음으로 직접적인 구호활동의 한계도 명확히 알아야 한다. 유럽 연합의 다국적 기업은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과 세금감면으로 아프리카의 농산물의 3분의 1가격으로 농산물을 수출한다. 아프리카의 부지런하고도 근면한 농민들은 하루 15시간씩 뼈빠지게 일해도 절대빈곤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는 구조이다. (나쁜 xx!) 이것이 다국적기업의 이윤논리에 의해 돌아가는 세상을 인간적으로 만들어내는 정치구조와 사회구조의 개혁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인간이 제기한 문제는 인간이 해결할 수 있다는 맑스의 교훈처럼 우리들이 모여 만든 구조와 조직의 개혁 역시 우리들의 손으로 이루어내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나는 이 불가항력적으로 맞닥뜨리는 절망의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원하는 바가 있다. 너무 오만해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이 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이미 자주적이고 혁명적인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들을 지배하는 독재자가 있다면 일부는 권력과 총을 쥔 자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일부는 그 지배를 수용하고 있는 자들의 책임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니 그 상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식의 변화야말로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 이것이 빠진 외부적 구호는 단지 그들을 또 다른 노예적 삶에 순종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부디 그들이 처한 환경에 대항하여 인간적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게 의식의 혁명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것이 그들이 결코 물질적, 육체적으로는 몰라도 영혼으로는 꺾지 못할 우리 마음의 봄은 아닐까?

P.S : 이 책을 더디 읽는 시간동안 나는 우울했다.

  뒤에 읽는 사람이 있다면 빨리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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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8 22:00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2007년 11월 도서목록에 있는 책으로 2007년 11월 8일 읽은 책이다. 관심분야의 책들 위주로 읽다가 알라딘 리뷰 선발 대회 때문에 선택하게 된 책인데, 이런 책을 읽을 수록 점점 내 관심분야가 달라져감을 느낀다. 총평 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기아의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막연하게 못 사..
 
 
비로그인 2007-04-27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의 페이퍼에 이어, 잘 읽었습니다.

달팽이 2007-04-27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체셔고양이님.
이 좋은 봄날 하늘에 우울의 먹구름이 덮혔습니다.
비록 다국적 기업이
봄날의 꽃들을 모두 꺾는다해도
봄기운을 어쩌지 못하겠죠?
봄기운 속으로 들어가야겠습니다.

혜덕화 2007-04-27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묵의 봄, 미국 민중사, 또 제목도 긴 다른 책들도 사 두고는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리뷰를 읽는 것으로 우선은 독서를 대신할까 합니다. 남회근 대사의 논어를 읽고 있는 중이고 이누아님의 추천으로 선관책진과 참나를 읽고 있는 중입니다. 우선 사량으로라도 화두에 대한 지식적인 접근이라도 하려고 앉았는데, 쉽게 넘어가지 않는 책이네요. 님의 글을 보니 문득 어느 시가 떠오릅니다.
"벚꽃 가지를 아무리 잘라 보아도 벚꽃이 보이지 않더니
어느 봄, 벚꽃이 가득 피었다."
정확하게 기억하는 선시는 아니지만 누군가의 게송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봄 기운을 꺽지는 못하겠지만, 얼어죽을 봄 꽃들을 생각하면 가슴아픕니다.

프레이야 2007-04-27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력과 지배의 손에 길들어 있는 사람들의 의식의 개혁부터 촉구해야한다는 달팽이님의 생각에 동의하면서도 그러기엔 너무나 벽이 높다는 생각을 하면 더 암울합니다. 원인을 따지고 있기 이전에 행동부터 하자는 말, 기억해야겠어요. 하지만 그것으로도 근본적
해결은 어려우니 또 마음이 어두워집니다. 열변을 토하며 또박또박 말하는 것 같은
님의 리뷰, 잘 읽고갑니다.

달팽이 2007-04-27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기도가 왜 중요한 것인지,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혜경님/이 우울한 마음을 어떻게 달래볼까요?
이 봄날이 무심치 못합니다. 제게..

파란여우 2007-04-27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하죠. 우울하기만 한게 아니라 열도 나지요..
근데 정말 달팽이님 리뷰는 흔들림없이 쓰셨습니다요.

달팽이 2007-04-27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가끔은 이런 책 안 읽고 살고 싶을 때가 있어요.
연민과 사랑 아닌 분노와 흥분이 나를 태우고 있을 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마음 속의 선함을 해치지 않으면서
세상의 문제를 받아들이고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가
여전히 삶의 화두같은 것으로 남습니다.
파란 그대의 빛깔에 마음이 좀 내려갑니다. ㅎㅎ

짱꿀라 2007-04-28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적 재해 뿐만이 아니라 더 심각한 것은 고위 지도층에 부정부패와 선진국들의 잘못된 경제관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달팽이 2007-04-29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공감합니다. 산타님..
그래서 기아의 문제를 사회과학적 접근에서는 주로 민주주의의 문제로 결론을 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 우리가 의식적으로 깨어있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처럼 삶이 더욱 개인주의적이고 직접적인 욕망 추구만이 지배적인 세상에서요..

yongkyukim 2007-04-30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달팽이 2007-04-30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처음뵙겠습니다. 용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