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 - 감정 코치
존 가트맨 지음, 남은영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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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음식점이나 공중공간에서 아이의 투정은 난감할 때가 많다. 집에서라면 여유를 가지고 대할 수 있는 일들도 상황이 달라지면 당혹스러워지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져서 때로는 강압적인 태도로 일단 발등의 불을 끄려고 한다. 아이들의 감정적인 행동이 어떨 때에는 수용해야 하고 어떨 때에는 그냥 간과해서는 안될 때인지 어떻게 구별하는가? 이런 문제에 대해 정답을 책이 줄 수 있겠는가? 그 아이의 영혼을 보살피는 교육은 어떻게 가능한가? 그 아이의 마음과 교류한다면 교과서의 정반대의 행동이라해도 아이에겐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아무리 교과서적인 대답이라고 할지라도 무익한 경우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해서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에 대한 방향제시가 무익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수많은 아이들의 사례들을 조사하여 일반적으로 내린 결론이기 때문에 도움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설문조사를 통해 본 나의 행동유형에도 반성할 바가 많았다. 축소지향형과 방임형과 강압형이 혼재되어 조금씩 나타났던 점 때문이다. 감정코치형으로 아이를 대한다는 것은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하여 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선 아이들의 감정에 서서 동조함으로써 어떤 경우에서든지 나의 편이 되는 부모가 있다는 안도감과 신뢰감이 아이들로 하여금 긍정적인 성격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감정코치형의 장점은 아이의 문제를 그대로 방임하여 두는 것이 아니라 해결에 일정한 방향은 제시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이의 영혼이 걸림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우는데 있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가 아이들의 성장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유아기에는 어머니의 사랑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한다면 아동기부터는 아버지의 역할이 조금씩 확장됨을 지금 나는 느끼고 있다. 물론 두 아들을 둔 부모라서 그런 점도 있지만 아이들의 자아정체성이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역할 배우기가 골고루 이루어지는 것이 아이들의 성격 형성에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운동을 하거나 놀 때 때로는 책을 읽을 때에도 나에게 온다. 물론 늘 아이들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이제는 책읽는 것은 하루에 한 권씩 30분 정도로 정해두고 같이 노는 것도 30분 정도로 정해둔다. 추가적인 몫은 스스로 해야 한다고 말이다.  

  둘째 아이는 엄마에게 늘 붙어다니고 잘 때에도 깨어있을 때에도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증세를 보이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좀 커서 형과 놀고 나와 같이 자전거도 타고 공도 차고 하면서부터 이제 그런 증세가 점점 옅어지고 있다. 특히나 녀석은 운동감각이 형보다 뛰어나 가끔씩 싫은 레슬링도 한판씩 해줘야 할 태세다. 그런 아이들의 삶 속에서 나의 비중이 조금씩 자라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귀찮은 면이 없지 않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를 통해 부자간의 마음을 나눌 수 있어 기쁜 마음도 있다.  

  사실 감정을 나눈다는 것은 기술만으로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전에 인격이 갖추어져야 하는 것이며 아니면 그것을 공부삼아 해야 하는 것이다.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에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내가 공부삼아 해야하는 것은 사실인 것이며 그러니 그만큼의 각오도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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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09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달팽이님이 아들들과 노는 모습을 눈앞에 그려보고 있답니다.
아이들 어렸을 적에 책 읽어주기, 나중에는 번갈아 가며 책 읽기..
같이 놀기, 손잡고 걷기, 공놀이 하기 , 레고.. 건담 조립하기.
그저 딩굴거리기, 같이 웃기 하하
아이들하고 아빠가 할일 놀일이 무한히 많습니다.

책에는 답이 없습니다. 달팽이님
저의 말이거나 다른 책이거나, 그것은 다른 아빠와 다른 아들들의 이야기일 겁니다.
달팽이님과 아들들의 이야기는 달팽이님 가족들이 새로 쓰는 이야기이므로.. 하하

저는 저의 아버지에게 아이들과 노는 것을 배웠답니다.
저 어렸을 적에는 어린 아들과 노는 아버지가 거의 없었지요. 저는 운이 좋았지요.
여전히 아버지가 그립답니다..


달팽이 2010-06-09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말씀 고맙습니다.
한사님의 자녀분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느꼈는데...
역시 남다른 아버님을 두신 덕에 그 유산도 있군요..
한사님의 말대로 제 인연대로의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그런데 잘 하지는 못하겠군요. ㅎㅎ

글샘 2010-06-16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애들이랑 노는 건 잘 합니다. 레슬링도 잘 하고, 말잇기도 잘 하구요. ^^
포켓몬스터 이름 외우기 같은 것도 옛날에 많이 하곤 했는데...
애가 고딩이 되니깐, 같이 못 놉니다. ㅎㅎㅎ
이제 제 살 길 찾아 가겠지요.
건강하게 잘 사시죠?

달팽이 2010-06-17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글샘님.
잘 지냅니다. 읽으시는바와 같이...ㅎㅎ
부럽습니다. 벌써 고딩이라니...ㅋㅋ
앞날이 구만리같네요.
빨리 제갈길 찾아가야 할텐데...ㅎㅎ
 
침묵으로 가르치기 -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배우는 핀켈 교수의 새로운 교육법
도널드 L. 핀켈 지음, 문희경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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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가에서는 화두라는 것이 있다. 말의 낙처가 떨어지는 곳을 바라보아야만 그 마음이 전달되는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지는 것은 시간낭비일 뿐이라는 말이다. 가르쳐주지 않음으로써 가리켜주는 것...그러면 결국 의문을 가진 자가 스스로의 의문을 녹여서 풀어야 할 일이다. 침묵으로 가르치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가르치는 자와 배움을 받는 자가 마음으로 만나는 공간의 일인 것이다. 그 두 마음이 만나 한 마음이 되는 일들은 과연 어떤 것일까? 그 마음 속으로 들어가보지 않는 한 그 비밀은 여전히 세월의 지층 속 어딘가로 묻혀버리고 말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나와 세상이 분리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아이들을 대하면서 우리는 교육목표를 세우고 수업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교육과정이 의도하는 대로 또 교사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학생들에게 인식의 틀과 내용을 주입시키려고 한다. 이 책은 그러한 일체의 노력들을 중단할 것을 주장한다. 교사가 의도하는 것을 멈출 때 비로소 아이들의 진정한 성장을 위한 탐색이 이루어진다고 본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하고 먼저 물어야 한다. 고기를 줄 것인가? 낛싯대를 줄 것인가? 아니면 낛시하는 방법을 가르킬 것인가? 아니 더 나아가 왜 사는가? 하고 물어야 할 일은 아닌가?  

  이상적인 모습일런지는 모르지만 선가의 깨달음이 교육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교육자가 아니다. 배우고 성장하려는 학생이다. 아니 교사와 학생의 구분없이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만 오롯하게 진행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비가 내려 나무와 풀이 자라듯 빛이 비춰져서 꽃이 피고 잎이 돋는 것처럼 말이다. 꽃 한송이를 들고 말없이 서 있는 가운데 말없이 주고받는 미소라면....어쩌면 가장 배움에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다시 땅 위로 내려와보자...교실에서 우리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주로 지시적이고 폐쇄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단정적인 말과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언어 사용은 아이들의 진정한 학습과 열린 사고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되기 쉽다. 그러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것은 어떤 것을 말하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교육이 아니다. 침묵으로 가르친다는 표현은 침묵이 어떤 배움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따라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수업을 계획하고 방향짓고 일정한 교육적 효과를 의도한 준비와 상황을 제시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학생의 학습의 과정에서 주어진 길을 안내하지 않으며 또한 해결방법에 대한 제한된 틀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된다. 학생들의 수동적인 학습습관을 거부하고 스스로 일어서서 세상을 향해 한 걸음을 딛을 수 있도록 보다 큰 사랑으로 침묵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다. 침묵한다는 것이 교육적인 의미를 가진다는 것은 일정한 교육적 환경을 필요로 한다. 어떤 배움의 환경이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뭔가 학습자의 마음 속에 어떤 배움과 성장의 의지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과제처럼...이것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답답함과 알고 싶다는 의지...욕구.... 그런 것 말이다. 과연 어떻게 그들의 가슴 속에 씨앗처럼 그것을 심어주는가가 문제란 말이다. 그것만 갖추어진다면 침묵으로 가르치든 말로써 가르치든 이미 교육적 효과는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특히나 교육의 효과니 학습력 향상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 요즈음...정말 학생들로 하여금 배움을 통해 성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학교교육이 그 성장의 모든 몫을 하려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그 욕심같은 마음을 놓아버린다면 어쩌면 새롭게 다시 교실과 학교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아이들의 성장과정과 그들이 살아나가야 하는 사회적 삶과 개인적 삶 그 자체가 성장이요 교육이 아닐까?  

  깊어져가는 봄 속 햇살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계절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내 마음 속에는 무엇이 바뀌고 있는지 물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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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03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간히 달팽이님께서 의미심장한 글을 써주시는군요.

아이들 네명을 키우며 느낀 바로는
아이들이 각기 타고난 자질이 있더군요.
그런 자질을 벋어나가게하는 환경도 필요하고요.
자질이 한 80%, 자라는 환경이 한 20%쯤..

한국의 학교교육은 참 바보같지요.
아이들의 자질을 살려내는 것이 아니라 억눌려 죽입니다.
저는 학교의 바보교육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려 노력했지요.

사실 바른 길을 제시해주기만 하면 아이들은 저절로 공부하고 저절로 성장합니다.
억지로 가르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왜 공부해야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면 똑똑한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합니다.


달팽이 2010-06-03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분의 말씀이 고맙습니다.
힘이 됩니다. ㅎㅎ
저절로 공부하고 저절로 성장한다는 말...
다시 생각해봅니다.
 
삶을 살아낸다는 건 한국대표시인 시선 1
황동규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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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살아낸다는 것은 이른 아침 눈부시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는 것일까? 신록의 잎새사이로 허공을 타고 귓청을 때리는 산새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일까? 그도 아니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삶의 비밀에 대한 의문의 불꽃 하나 터트리는 것일까? 80인생을 살아오며 그는 젊음의 열정과 사랑의 시절을 지나고 70년대와 80년대를 지나며 사회현실과 민주주의에 대해 노래하고 중년의 시기를 지나면서 좀 더 다채로워진 사물과 자연에 대한 관심의 시기를 거쳐서 불교와 기독교적 진리가 만나는 삶의 통찰 속에 서 있기도 한다.  

  말의 아름다움이 가리키는 것은 무엇일까? 마음 속에 생겨나는 무늬들을 아름답게 수놓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왜 그의 마음을 거쳐 나오는 글들은 하나하나 마음 속에서 살아 가슴속의 꽃을 피워내는 것일까? 시인이란 이런 사람들일까? 즐거운 편지를 지나서 홀로움은 환해진 외로움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의 삶이라는 터널은 사람들을 이렇게 바꾸는 것일까? 인생의 길을 걷다가 문득 뒤돌아봐지는 삶의 언덕 위에선 꽃이 피고 꽃씨가 날린다. 바람을 타고 제 인연의 길을 따라 날리다 문득 어느 둥지에 보금자리를 펴면 새로운 인생의 문은 열리고 또 새로운 꽃이 핀다. 삶을 산다는 것은 꽃을 피워내는 일일까? 일상의 시간들이 지층처럼 쌓여서 어느 순간 세월이라는 앨범 속에 구분되어지면 인생의 흔적들이 한 권 두 권 쌓여서 책장이 되는 것일까? 

   삶을 살아낸다는 것은 시인에게 어떤 것일까? 언어의 길을 거쳐서 그의 변해가는 마음 속의 일들이 다시 언어라는 집을 지으면 우리는 그 언어를 쫓아 그의 인생을 가늠한다. 독자 하나하나의 삶과 관이 덧붙여져 그만의 독특한 빛깔과 무늬로 시인의 독자 하나하나의 가슴 속에서 살아간다. 이런 것일까? 인생이란 자신의 가슴에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자연들이 더욱 깊어지고 그렇게 우주를 닮아가는 것일까? 문득 석양에 지는 노을빛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견디기 힘들었던 실연의 상처들이 점차 추억이란 이름으로 변색되어 아름다워지는 듯한 것.....기나긴 여행 뒤에 방안에서 몸을 뉘이며 마음의 평안함과 행복을 누리는 것...그것이 다시 언어로 정리된다면 이 또한 인생의 길이 되는 것인가? 바람따라 흐르다가 한 점 흔적없이 흩어지더라도 무엇하나 붙잡을 것 없는 삶 앞에서 나는 어떤 식으로 나이들어갈 것인가?  

  물음은 길이되고 또 물음으로 이어진다. 끝없이 이어진 물음으로 삶은 구성되고 어느덧 묻던 그 물음이 알수없는 사이에 문득 희미해져가는 것...마음 속에 알고 모르고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언제나 걷던 이 거리가 문득 새로워지고 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무엇이 전혀 몰라지게 되는 것...모르지만 모르지 않는 것...나이지만 나같지 않은 것...나와 너의 구분이 별 의미가 없어지는 것...그 마음의 빛깔 속에 세상이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스며들고 그렇게 나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 

  삶을 살아낸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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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5-15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인의 시을 읽으며 삶을 아는 듯, 모르는 듯 합니다.
저는 위안을 받습니다. 격려도 많이 받습니다. 달팽이님


달팽이 2010-05-16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은 짧은 글이 마음에 더욱 깊이 스며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사님의 코멘트도 그러합니다. 속으로 소화시켜야 할 일들이 숙제처럼 남는...

라로 2010-06-03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멋진 책 소개 감사드려요~.

달팽이 2010-06-04 13:1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나비님. 맞나요?ㅎㅎ
 
인생 - 어진 현자 지셴린이 들려주는 단비 같은 인생의 진리
지셴린 지음, 이선아 옮김 / 멜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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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속의 얼굴이 마치 우리들의 할아버지처럼 인자하고 소탈하다. 중국의 '지성'이라고 불리울 정도의 큰 스승이자 지도자이지만 마치 집안의 할아버지처럼 곱게 늙어서 일상의 소박하고도 솔직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손자손녀에게 들려주듯이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사실 이 글이 그 동안에 언론을 통해 발표한 것을 묶은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망설였지만...목차를 보고서 마음에 들어 결국은 읽게 되었다.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만물이 내 벗이라네", "남은 연꽃이 빗소리를 들으니" 등의 제목이 마음을 건드렸다. 인생의 큰 바다를 지나서 어느덧 노년의 끝에서서 바라본 인생의 글들은 비록 깨우침이라는 표현을 빌리지 않아도 삶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본 관조적 성격과 더불어 삶의 깊은 지혜를 배우게 한다.  

  비가 내린다. 봄의 잎사귀를 성장시키는 봄 비 속에 어느덧 봄은 자라고 있다. 이미 겨울이 왔으니 봄은 멀지 않으리...라는 표현처럼 조급하게 삶과 생활을 마주하지 않고서 느긋하고 수용하는 마음의 큰 그릇으로 그것을 바라볼 줄 아는 능력...그것이 나이듦의 기쁨이라면 기쁨이다. 나이들어서 몸이 불편해지고 외로워지고 사람들로부터 무력한 사람이라는 눈빛을 느끼는 것...그런 것들을 이겨내고 나이와는 상관없이 삶의 어떤 목표를 향해 열정을 갖고 나아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지센린 선생님께 배운다. 촉촉히 젖은 산비탈에 천연의 노랑으로 피어난 개나리꽃을 보고서 기쁜 마음이 드는 것, 봄을 알리는 순결한 목련의 하얀 잎이 마치 허공에 핀 빛의 꽃처럼 신비스러워 보이는 것, 나이가 들수록 세상의 희노애락과 자연의 숨결이 더욱 마음 속으로 깊이 스며드는 것...그러니 나이든다는 것은 무디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섬세해지고 더욱 깊어지는 것이리라... 

   그런 마음을 공유하며 읽어가는 한 문장 한 문장은 가슴에 와 닿는다. 비에 젖지 않는 바다처럼 섬세하게 모든 것을 느끼면서도 그 삶의 굴곡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의 거대한 바다...인생의 경험과 경험이 쌓여 그렇게 될 수 도 있고 또 삶의 깨달음으로 그렇게 될 수 도 있을 것이지만 마음을 열고 바라본 세상이 문득 그렇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그런 마음으로 젊은 세대와 소통하여 서로가 가지지 못한 것을 배울 수 있다면 그렇게 자연과 인간이 서로에게 공존하며 도와가며 사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의 장벽을 걷어내야 한다.  

  깊어지는 봄 속 자연의 생동감이 움틀대고 있다. 그 기운을 받아 내 마음도 알지 못할 활기가 흘러다닌다. 매년 거쳐가는 인생의 길목이지만 문득 서서 마음을 멈추고 바라보면 그 풍경 속의 또 다른 세상이 보인다. 그를 보면서 내 인생길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사람들의 저마다의 인생길은 어느 곳을 향해 가고 있는가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니 이 길은 나만이 걷는 길이기도 하지만 세상 사람들 모두가 걷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봄 비 내리는 소리 속 어딘가에서 나의 상념이 뿌리를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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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3-31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시절, 젊은 시절에는
새로운 문명에 대한 호기심과 나는 누구인가 라는 화두에 매달려있었으니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적었답니다..

내 아이들이 자라며, 호기심이 줄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몰라도
크게 마음 쓰이지 않는 나이가 되며
푸른 하늘과 살랑거리는 바람과 이쁜 꽃들에 더 많은 눈길을 주게 되었답니다.
하하


달팽이 2010-04-01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른 하늘과 살랑거리는 바람과 이쁜 꽃들에 더 많은 눈길을 주게 되었다."는 표현 속에 담긴 한사님의 마음을 배웁니다.어떤 형식도 절차도 필요없이 그저 주어지는 일상과 자연에서 느끼는 마음...분노할 땐 분노하고 슬퍼할 땐 슬프고...기뻐할 땐 기쁘고..
 
무비스님의 천수경 경전시리즈 3
무비 지음 / 조계종출판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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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심정례공양  

 

메아리 응답하듯 

부르는 소리 낱낱이 찾아 

고통 구해 주시고 

천강에 밝은 달 비치듯 

소원 발하는 이마다 

큰 안락주시는 이여 

 

가없는 중생의 아픔 

끝없는 중생의 소원 

얼마나 애달팠으면 

천의 손이 되셨을까 

얼마나 사랑하였기에 

천의 눈을 하셨을까 

 

한 중생에 팔만의 병고요 

한 중생에 팔만의 번뇌인데 

항하사 중생의 고통 

 

모두 씻어 주시는  

관세음 관세음 

원하옵나니 자비시여 

이 도량에도 밝아오사 

저희들의 작은 공양을 받아 주소서 

 

  천수천안 관세음보살의 자비심을 잘 드러내 주는 진언문이다. 공부하려는 사람은 이러한 마음의 동기를 잘 일으켜야 그 방향을 잘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천수경은 지금 읽는 이 책이 전부이다. 예전 숭산스님의 이야기를 읽다가 젊은 수행자시절에 신묘장구대다라니경을 밤낮으로 외웠다는 이야기가 기억난다. 한국 불교에서 밀교적인 요소를 보여주는 천수경은 관세음보살에 대한 신앙이다. 진언으로 나타나는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들이 어떤 효과를 가질런지 궁금해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마음이니 그 뜻이 어떤지 따지기보다 신비적인 그리고 측량할 수 없는 관세음보살의 마음에 대한 외경심으로 외운다면 반드시 그 영험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일의 결과를 바라기보다는 공부를 하는데 영험이 있겠다는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개경게가 여기에도 나온다. 

무상심심미묘법 

백천만겁난조우 

아금문견득수지 

원해여래진실의 

 

無上甚深微妙法

百千萬劫難遭遇

我今聞見得受持

願解如來眞實意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신, 구, 의로 짓는 업장을 해소하고 배움의 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원력을 가지도록 호소하는 천수경은 경을 읽기 전의 마음가짐을 경건하고 의미있게 한다. 이 책을 읽는 인연을 귀하게 하기 위해 자신과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을 이와같은 마음으로 씻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천수경의 처음이 바로 입으로 짓는 업장을 해소하기 위해 부르는 정구업진언인 것은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입으로 짓는 업이 얼마나 많은지를 잘 보여준다. 부부생활, 아이들 대하는 것,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말만 잘 써도 왠만한 갈등의 대부분은 아예 만들지도 않는다. 

몸에 붙여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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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6 0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6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3-26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하지 않고 지내면 좋은데,
심심합니다. 하하


달팽이 2010-03-26 13:06   좋아요 0 | URL
하하. 저도 그렇습니다. 한사님..그래서 평범한 저는 하루의 마무리에서 반성이나 하고 지내려하고 있습니다. 날은 차가워도 봄햇살을 속이진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