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1 - 선사시대부터 중세까지, 개정판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1
아르놀트 하우저 지음, 백낙청 외 옮김 / 창비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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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정신문화는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활동에서부터 비롯되었을까? 그리고 생존을 위한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변해가는 것일까? 그것은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사상이 드러난 것일까? 아니면 사회적인 의식의 영향을 받아 생겨난 것일까? 어쩌면 이 책은 인간의식의 기원을 다룬 책이기도 하지 않을까? 선사시대의 원시인이 땅에다 돌을 갖고 뭔가를 그리기 시작했다면 그 행위로부터 우리들은 어떤 생각을 도출할 수 있을까? 나아가 물질이 우선인가 의식이 우선인가 하는 철학의 근본문제에까지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구석기시대의 미술

  구석기시대의 미술은 자연주의적 특징을 가졌다. 직접적이고 순수하고 어떠한 이지적인 작용이나 제약도 없는 상태로 인간이 보고 느꼈던 시각적인 인상을 재현했다. 실용적이고 생존을 위한 목적으로 수렵을 하는 원시인이 직접 그린 것이다. 그는 그림을 통해 사물을 소유한다고 믿었고 사물을 지배하는 힘을 얻는다고 믿었을 것이다. 활이나 창에 관통당한 동물의 모습을 통해 그는 사냥이 잘 되길 바랬고 자신의 생존을 보다 풍요롭게 가꾸어가려고 했을 것이다. 이 때의 미술은 마법이자 주문이었을 것이고 주술적인 성격을 띠게 되었다.

 

신석기시대의 미술

  이 시대는 애니미즘과 기하학적 형식을 가진다. 예술은 사물의 이념이나 개념 또는 본질을 포착하려하고 대상의 묘사보다 상징의 창조에 주력하였다. 이 때에 와서 비로소 잉여생산물이 생기고 생산물과 생산수단에 대한 지배관계에 따른 계급이 생기고 드디어 생산활동으로부터 독립된 계층이 생겼다. 종교적 의식과 예배행위가 생겼고 이는 농경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농경사회는 이동생활에서 정착생활을 하면서부터 그 본성에 보수성이 내재되어 있다. 사회의 지배계층은 보다 안정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어 더욱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기하학주의는 통일적 조직을 만들려고 하는 경향과 영속적인 질서 그리고 대체로 현세의 피안을 지향하는 세계관을 갖추게 된다.

 

  한 예술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덤을 장식하며 종교적 색채를 띠는 예술과 순전히 장식적인 요소만을 기술적으로 발전시킨 세속적 예술로 분화되게 된다. 고대 오리엔트에서는 인체묘사의 법칙으로서 인간이 어떠한 자세를 취하고 있건 간에 가슴의 표현만은 그 전부가 감상자쪽을 향하도록 묘사하는 '정면성의 원리'에 입각하는 모습을 가진다. 이는 명확하고 간소한 인상을 띠게 되고 그것을 감상하는 귀족이나 궁중계급에 봉사하는 성격을 가진다. 고대 그리스로 이어지면서 왕과 궁정을 찬미하는 형식으로 나온 아케이즘고 서정시적 양식 등 문학에서 주관주의적 양식이 대두된다. 그리고 자연경제적 생산에서 교육과 화폐경제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형식의 자율화와 예술을 위한 예술이 등장하여 새로운 사회의 자유로운 계층을 대변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아직 문학과 예술의 세계는 현실의 세계의 영향을 고스란히 가지면서 발전하고 변화해갔다. 아직 문학과 예술이 자신 스스로의 독립적인 영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이 시기에서도 그런 맹아적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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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은 왜? - 두 위대한 철학자가 벌인 10분 동안의 논쟁
데이비드 에드먼즈 외 지음, 김태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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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겐슈타인은 왜 부지깽이를 들었을까? 라는 의문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비트겐슈타인과 캠브리지 학파에서 러셀과 비트겐슈타인의 관계에서부터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사상의 전개와 그의 천재성과 카리스마가 캠브리지에 새로운 철학사조를 형성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또 그의 가계가 유대인으로 자라서 성공한 빈의 재벌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부지깽이 사건이 물위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으로 세상의 조명을 받았다면 이제 부지깽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물 속에 잠긴 거대한 빙산덩어리를 이해하기 위해 빈과 시대와 나치즘의 형성과정을 이야기한다.

 

  한편으로 칼 포퍼의 이야기도 시작된다. 새끼줄을 꼬는 또 하나의 매듭처럼 러셀과 포퍼와의 만남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같은 유대인으로서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유년기를 보낸 포퍼의 삶을 들여다본다. 성공한 변호사 아버지와 많은 장서를 보유한 아버지의 서재로부터 성장한 포퍼가 오스트리아의 독일통합과 인플레이션으로 전 재산을 날려버리고 생존문제에 직면해야했던 사실에서부터 같은 뿌리를 가진 비트겐슈타인으로 향한 부러움과 분노는 동시에 발생하였던 것일까? 나치의 칼바람 속에서도 부를 잃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유태인 탄압의 폭풍도 피해갔던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태생적인 열등감에서부터 자신이 열망하는 학문의 중심인 영국의 캠브리지에서 교수직을 원했던 희망에서도 차순위일 수 밖에 없었고 캠브리지가 인정하고 그의 카리스마의 영향을 받았던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가졌던 이중적인 감정은 부지깽이사건의 한 층 밑에 자리한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이야기는 정확히 부지깽이 사건을 향해 간다. 그러면서 필연적으로 이 사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다각도로 세세하게 파헤쳐가는 기술적 방법이 놀랍다. 그들의 태생에서부터 유년시절 성년이 되면서 겪었던 삶의 체험들과 처지들, 그리고 그들의 성격과 기질 그리고 학문적 입장들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보이며 수많은 가능성과 확률의 미로속을 통과해서 결국에는 부지깽이 사건에서 만나야 할 것이다.

 

  철학적 문제에 대해 '포퍼라면 이것에 대해 뭐라 말할까?'라는 물음에 어떤 답도 얻을 수 없다. 그는 한번에 하나의 특수한 문제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트겐슈타인이라면 어떻게 말했을까?'라고 묻는다면 반드시 어떤 답과 마주치게 된다. 그는 문제를 다루는 방법과 보편적인 접근법을 그의 제자들에게 제공했기 때문이었다. 비트겐슈타인에 있어서 언어의 의미는 대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문제가 되고 언어적의미를 제외한 나머지 문제는 말할 수 없어 침묵한다는 입장이었고 이에 비해 포퍼는 철학이 역사와 사회에 책임을 가지고 인간의 이성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보았다.

 

  물론 이 둘의 입장을 어느 한편의 입장에서 다른 편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우열성을 가리는 것이 책의 목적은 아니다. 다만 이 부지깽이 사건의 후면과 그 철학적 의미는 독자들의 개인에게 남겨진 숙제가 될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철학적 문제에 대해 어떤 이는 만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천재성과 카리스마로 또 한사람은 성실성과 합리성으로 한 시대의 세상을 보는 방식을 제공했던 그들을 통해 오늘날을 보는 창 하나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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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위로
앤터니 스토 지음, 이순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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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관계의 힘

 

  "그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그 친구를 보라."는 말이 있다. 전 대통령이셨던 노무현님도 이런 말을 했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다."라고. 이렇듯 사람들은 누구나 인간관계를 맺고 산다. 그 인간관계가 어떻느냐에 따라 삶의 행복이 좌우되기도 한다고 믿는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런 인간관계를 부모와 가정에서 습득해가면서 친밀감과 애착을 형성해가고 유아기 때의 인간관계의 문제나 욕구충족의 문제가 성인기의 그 사람의 성격형성을 결정한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세상의 모든 눈은 인간관계를 향해 있고 그 인간관계의 성격과 질에 따라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고 또 그 사람의 행복감도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인간관계는 우리들의 삶의 행복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자신을 알아주는 좋은 벗의 가치는 세상 그 어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세상의 시선이 모두 인간관계와 그로부터 파생된 것으로 쏠리게 되면서 우리에게 또 한편의 조명받지 못한 영역이 애절히 시선을 기다린다. 너무나도 오랫동안 그늘에서 있어서 어쩌면 관계성의 문제를 안고 있는 영역, 바로 '고독'의 영역이다. 이 고독의 영역은 인간관계의 영역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공간이다. 또한 인간관계의 그물이 자신을 더욱 힘들게하고 인생의 짐으로 드리워질때 이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진정한 자신의 내면과 만나는 공간이다.

 

상실이 늘 비극은 아니다

 

  사람들은 이런 인간관계의 문제를 너무나도 크게 생각한다. 어릴 때 겪은 부모의 부재라든가 사랑하는 이의 이별과 사별은 그 사람의 인생에 지울수 없는 상처가 되고 성인기의 성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그런 면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상처는 때로는 성숙함의 발판이 되지도 않던가? 스티븐 스펜더는 부모의 상실이 때로는 홀가분함과 흥분으로 다가오는 사례에 대해 연구한 바 있다. 부부의 이혼이나 사별 또한 남은 한 사람에게 지울수 없는 영혼의 상처를 주기보다는 새로운 삶과 행복감을 주는 경우도 있다. 감옥이나 유배지에서 인생을 꽃피웠던 사람들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 않은가? 다산 정약용 선생은 땅끝 마을로 유배가서 결국 자신의 학문을 완성하고 500여권에 달하는 책을 써냈고 추사 김정희 선생은 제주도로 유배가서 결국 자신의 글씨체를 완성하지 않았는가? 멀리 역사를 거슬러갈 필요까지도 없다. 김지하 시인과 신영복 선생님을 비롯한 민주지사들의 삶을 보면 감옥에서의 생활이 단순히 외면적으로 보이는 것을 떠나 그 사람의 인격과 사상을 더욱 깊게 한 예이다. 심지어는 유태인 수용소에서조차 인생을 보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삶을 다시 보게 되는 사례도 있다. 베토벤은 26살 때 귀를 잃었다. 하지만 그는 이를 통해 창의력에 방해되는 피아노 기교를 배제하고 오직 작곡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그의 불후의 명곡들은 이후에 쏟아져나왔다. 결국은 인간관계의 상실은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게 하는 삶의 선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상실을 수용하는 두가지 길

 

  어떤 사람들은 인간관계의 상실이나 욕구의 좌절을 겪어서 평생 지워지지 않는 인생을 짐을 지고 산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의 원인을 인간관계나 유아기의 욕구좌절로만 돌릴 수는 없지 않을까? 똑같은 환경에서 태어난 쌍동이도 서로 다른 인물이 되고 똑같은 경험을 통해서도 어떤 사람의 인생은 무너지지만 어떤 사람은 인생을 다시 새롭게 사는 계기도 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우리들이 터부시하고 불편하게 회피해왔던 고독의 영역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누리는가에 따라 그 답이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어떤 사람들은 감옥이란 공간에서 느끼는 가장 큰 괴로움은 대상이나 사물과의 감각 차단이라고 한다. 나아가서 어떤 인간관계의 상황도 주어지지 않는 상황을 최고의 고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고독과 함께 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하지만 불교의 선승들은 스스로 고독을 찾아 산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무문관 수행을 하기도 한다. 진정한 종교인들은 스스로 고독의 영역 속에서 신을 찾아 들어가기도 한다. 세상의 창의적이고 종교적이고 예술적인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엿볼 때 그들은 고독과 사귀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또 그 고독 속에서 자신의 의미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우리는 어쩌면 진정한 자신의 모습과 대면하기 두려워서 늘 외부의 관계에서 행복을 찾고 그 관계의 단절을 두려워해서 자꾸만 관계를 더 만들어가고 있지만 정작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관계가 주는 행복이라는 허상 속의 헛된 면들을 만날 수 밖에 없게 된다.

 

어느 길로 갈 것인가?

 

  고독의 영역은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이기도 하고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기도 하다. 이 고독의 영역에 대한 구체적인 이미지를 이 책으로 그릴 수는 없다. 어쩌면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많은 고독의 영역을 다룬 천재나 예술가나 시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자신 스스로에게 내재된 참된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라고 말한다. 문제는 나의 선택이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에게 주어진 고독의 얼굴을 찾아야 한다. 그 본래 얼굴을 찾을 수 있다면 힘겨운 인간관계에 매달리면서 낭비하는 시간들을 보다 의미있는 자신의 인생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라 믿는다. 인생의 일들을 접하면서 우리는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아야 하고 일상의 시시각각을 접하면서 우리는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봐야 하리라.

 

P.S 저자는 해박한 지식으로 정신분석학에서부터 철학자 사상가 문학자 시인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례들을 인용함으로써 자신의 견해에 대해 실증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마치 소설처럼 줄줄 읽히는 문장이 부담스럽지 않고 편하다. 오랫만에 수작을 하나 만난 기분이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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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림이다 - 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
손철주.이주은 지음 / 이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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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은 '그리움'과 연관이 있다. 그리움은 상대방의 얼굴을 눈 앞에 그리는 것이고 그것이 자신의 삶이라면 그 삶을 그려보는 것이다. 삶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된 이 책이 손철주님과 이주은님의 대화형식을 빌어서 그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삶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그림이라는 창을 통해 인간이 가진 보편적인 정서나 몇 가지의 주제를 통해 그들은 주고 받는다. 서로 마음 속에 계합되는 마음이기도 하고 생각의 차이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말들이 모여 그래도 우리들의 삶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된다. 삶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그 발 앞에 하나의 오솔길을 만들어낸다. 이 길을 걸으며 동서양의 미술작품을 통해 우리는 우리들 인생을 구성하는 인간적인 면면들과 만나게 된다.

 

  앤드루 와이어스의 '결혼'이라는 작품으로 이주은님은 첫 말문을 연다. 열린 창틈으로 들어오는 새벽의 햇살 그 햇살 비추는 곳에 노인 부부가 미동도 없이 누워있다. 이불이 전혀 움직인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두 사람은 이세상을 떠나간 것인지도 모른다. 왜 삶이란 물음 앞에 삶의 마지막 순간인 '죽음'을 보여준 것일까? 어쩌면 삶이란 죽음을 비추어보았을 때 더욱 잘 보이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아무런 생기없이 이미 부부사이의 마음소통이 끝나버린 노년이 결혼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이에 대응해 손철주님은 이인상의 '와운'을 통해 삶을 말한다. 소용돌이치는 구름을 통해 뭔가 거친 파도를 헤치고 불안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것일까? 정작 비장한 그림과는 달리 이 그림을 그린 이인상 화백은 붓과 먹의 생리에 통달하여 한 붓으로 천차만별의 표현을 담아낸 듯하니 먹의 농담과 번짐이 자유자재한 느낌은 왜인 것일까?

 

  손철주님은 동양화와 글로써 말을 건네고 이주은님은 그를 받아서 서양화와 글로써 답하며 문답이 편지형식으로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만나기도 하고 다른 각도를 보여주기도 하며 독자들의 마음을 건드린다. 독자인 나는 주제에 따른 신선한 그림을 보는 즐거움과 더불어 주제에 대한 그들의 글을 통해 사색할 수 있는 여백 또한 가지게 된다. 손철주님은 동양화의 그림 그 자체에 주목하여 그림을 통해 화가가 담아내고자 했던 뜻과 깨달음 같은 것을 통해 인생을 이야기하는 면이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주은님은 그림을 설명하기 위해 그림으로 향하는 징검돌을 몇 개 놓으며 그림과의 관계를 보여주며 그림을 이해하는 시각을 제공하려 했다. 따라서 동양화를 보는 그림을 오래두고 사귀며 그 속에 담긴 뜻을 취하는 방법과 서양화를 보는 그림 주변을 이해함으로써 그림을 더욱 풍부하게 보는 방법들을 익히게 된다.

 

  서양화 중에 마음에 드는 그림을 몇 점 만났다. 처음 눈길을 끈 것은 앤드루 와이어스의 '비상'이란 작품이다. 먼 사막 위를 날개를 한껏 펼치고 자유롭게 나는 독수리...날개를 움츠림없이 활짝 펴고 바람과 기류를 타고 저멀리 지평선을 향하는 그 몸짓에서 나는 자유...절대자유를 본다. 일리야 레핀의 '이렇게 넓다니!'도 순식간에 눈깜짝할 사이에 자신을 덮친 감동의 물결로 자신의 모든 것을 잊어버린 순간 속에 빠져버린 자신을 느끼게 한다. 잘 차려입은 정장은 쏟아져내리는 비와 물결 속에 몸을 맡기고 그저 그 풍경을 즐기는 두 남녀....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려 하지 않고 우주가 만들어낸 이 순간을 즐기려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난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거야...이 순간은 ....마지막은 안나 안처의 '부엌에 있는 여인'으로 우리들의 어머니를 생각하게 한다. 항상 좋은 자리나 축하자리에서 어머니는 음식을 만드느라 등만 보인다. 어머니란 존재는 늘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는 존재였다. 유아에서부터 청소년을 거쳐 성인에 이르기까지....아직도 "밥은 묵고 다니나?"란 말에 눈물이 울컥한다면....그리운 어머니의 부재를, 그 빈자리를 쓸쓸하게 간직하고 있는 기억과 추억 때문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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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사용설명서 -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는 치유의 심리학 감정사용설명서
롤프 메르클레 & 도리스 볼프 지음, 유영미 옮김 / 생각의날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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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은 어떻게 생겨날까?  감정의 뿌리는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일상생활 속에서 상황에 따라 무수한 생각과 감정들의 굴곡을 지나며 산다. 그 생각과 감정들은 기타줄에서 튕겨진 음과 같이 일정한 세기와 길이를 가지고 생겼다 사라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덧붙여 원래의 세기와 길이를 조절하며 산다. 때로는 있는듯 마는듯 한 생각과 감정조차도 자신이 눈덩이처럼 굴려서 결국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결국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우리들이 통제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통제해서 자신의 욕망체제로 포섭하려는 노력들이 우리들을 감정적으로 지치게 만들고 인생마저 지치게 만든다.

 

  그 생각의 뿌리에 내가 있다. 그러니까 그 '나'를 어떻게 만들어가는가가 감정사용의 키포인트라 할 수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인간으로서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과 생각들에서부터 내가 특정한 기질과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느끼는 특수한 생각과 감정에 이르기까지....나는 이 모든 것을 바라보며 수용하기만  하면 된다. 그 만들어진 나에게 무엇인가를 덧붙이지만 않는다면 감정과 그로 인한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 말은 우리가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자신의 기질과 성격과 인간으로서의 보편적인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 생각과 감정을 더이상 키우지 않고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된다.

 

  그러나 인생의 습관 속에 이미 자신의 감정처리가 굳혀진 사람들이라면 이제 이 책을 들 것을 권한다. 자신의 생각과 그로인한 감정조절에 곤란을 겪고 있고 그로 인해 자신의 생활과 인생이 힘들어진다면 이제 이 책을 가이드 삼아 자신의 낡은 습관을 바꿔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미 정해져 있는 룰을 따라 자신의 습관을 고치기 위해 또 하나의 다른 습관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래서 자신의 생활 속에서 올라오는 습관과 맞부딛히게 되었을 때 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적용할 수 있다면 자신의 삶의 변화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결국은 자신이 자신을 들여다보는 눈이 필요하며 자신의 생활을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의 차이가 이 책의 활용도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생활 속에서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들은 그것을 그냥 회피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그것을 분노나 폭력적인 방법으로 표출시켜서 해결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회피하면 자신의 몸과 인생을 망치게 되고 폭력적인 방법의 표출은 주변의 인간관계를 어렵게 그리고 힘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자신의 존중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삶의 중심을 갖는 것인데 그것은 자신의 마음을 닦아내는 것과 관계가 깊다. 결국 자신의 삶을 외부의 시선에 따라 흔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기도 하고 자신의 내면적 삶의 의미를 찾음으로써 외부적 상황에 따라 굴곡하지 않는 자신의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기도 하다. 자신의 욕망에 따라 외부상황이나 타인을 통제하려고 하는 노력을 그만두는 순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고 자신의 마음과 생각 감정을 통제하려고 하면 결국 세상을 보는 방식이 바뀌게 되고 세상도 그에 따라 바뀌게 되는 것이리라.

 

  그대 안의 블루, 그대 안의 보물..을 찾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존중하고 사랑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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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12-01-03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반가워요.
감정이 파도처럼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이란 걸 알고 나면
감정에 메이지 않게 되지요.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보는 것.
쉽지 않겠지요.

미소 가득한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인도에서 너무 맑고 밝은 미소들을 많이 만나서
저도 올해의 할 일 중에 하나로 '눈 마주치는 사람마다 미소짓기'를 넣었답니다.^^

달팽이 2012-01-04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혜덕화님.
늦은 안부 여쭙니다.

인도에 다녀오셨군요.
모처럼 방학이라 눈의 기력이 있을 때
책 좀 들어보려 합니다.

미소짓기 위한 마음의 밭을
잘 가꾸어야겠구나...생각합니다.
저도 배워봅니다. 미소짓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