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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 그 자유분방함의 미학
최준식 지음 / 효형출판 / 2000년 4월
평점 :
절판
한, 중, 일의 문화를 비교할 때는 우리는 그 이론적 토대가 없이도 이것은 우리나라 것이다 라고 구분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된다. 그러나 과연 한국적인 미가 무엇일까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설명을 하고 있다. 한 중 일의 도자기를 비교한다면 중국의 조형감, 일본은 색채, 한국은 그 선에 미학이 있다고들 한다. 물론 단순화된 설명이긴 하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미술은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 그리고 조선시대에 까지 잘 이어져 오다가 한일합방을 거치고 근대에 오면서 그 맥이 끊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 미술이 다시 돌아가야 하는 곳이 조선후기 또는 말기의 미술이라고 한다. 조선 후기 미술로 돌아가서 그것을 충분히 익힌 다음 시대를 다시 뛰어넘어야 비로소 우리만의 독창적인 예술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지금 세계에서 이목이 집중되는 한국예술은 모두 조선 후기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사물놀이, 판소리, 시나위, 정악과 속악, 궁중무용과 승무, 탈춤 민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한국미술과 예술을 관통하는 한국적인 미는 바로 무작위성과 즉흥성이라고 말한다. 판소리도 그러하고 사물놀이도 그렇다. 공연도 어제 하는 공연과 오늘 하는 것이 달라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즉흥성은 무대 관객과 그날의 상황 날씨 자연변화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장성을 그 바탕으로 한다. 시나위와 산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시간부터 어느 악기의 선정 및 어느 부분을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한국의 미는 자연스럽고 자유분방하며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라고 한다.
이는 도자기에서도 잘 나타난다. 분청사기에 보면 고려청자에서 퇴색한 듯한 느낌이 있지만 그것은 오히려 자기기술의 발전된 형태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귀얄기법으로 붓으로 돌려가며 색을 들이는 것과 덤벙기법으로 굽을 잡고 유약에 담궈서 색을 묻히는 방법은 유약의 흐름이나 명암 붓의 터치에 따라 자연스러운 문양이 생기게 되고 문양이나 색채에 있어 도자에 가득하고 정확한 계산에 따랐던 일본에서는 조선의 도자기에 감탄할 수 밖에 없는 단순성과 소박함과 자연스러움의 미학이 되었다. 막사발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더 살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되었다.
중국과 일본에 비해 보면 역시 조선의 예술은 파격적이면서도 통큰 자유로움을 선사하는 맛이 있다. 전체적인 느낌과 흐름을 중시하는 한국예술은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하게 계획되고 조형된 인위적인 느낌이 없다. 바람부는대로 우연이 이끄는대로 자연스럽게 빚어낸 미학이 있고 그것이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비밀의 멋이 된다. 그렇다. 음악에서부터 미술과 건축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조상들에게서 면면히 이어져온 그 정신을 우선 계승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그 다음 같은 정신으로 시대에 맞게 재창조해내는 안목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