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이천번의 선

 

원 하나에 스물두 번의 선

 

도대체 어떤 마음이

 

이 문양을 만들어내었을까?

용도로 보면 앞 면의 거울인데

 

그 정신은 뒷 면에 있어

 

마음은 뒷 면에 머문다.

 

내 영혼의 무늬를 아로새겨

 

일만이천버의 선을 그어

 

난 너에게로 가는 길을 만들리라.

 

세상에는 없는 길이라해도

 

세상없는 마음의 길을 내어

 

너의 마음으로

 

직지인심의 길을

 

일만이천번의 무늬로

 

일만이천번의 발걸음으로

나 너에게로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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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0년, 돈의 배반이 시작된다 - 부자 아빠가 되는 마지막 기회
로버트 기요사키 지음, 고영태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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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를 둘러보면 선진국 대부분의 국가는 국가채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미국, 남미, 멕시코, 일본, 한국, 유럽에서 그리스는 이미 경제적으로 파산하였고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국가부채의 증가는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정치는 국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민주주의적 방식을 유지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돈을 찍어내고 사업을 지원하고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국가 및 지자체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고 이는 어느 순간 급속한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것이고 우리들이 준비하는 퇴직연금은 코를 풀고 난 휴지조작의 신세로 전락하게 될런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한국 사회를 둘러보아도 이는 정확이 일치한다. 우선 인구의 감소부분을 보면 한국의 출생률은 세계적으로 최저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이것이 결혼적령기 시기로 반영되는 주택수요는 급감하게 될 것이고 주택가격은 하락할 것이다. 부동산 경기의 거품이 꺼질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이 된다.

  두번째는 자산가치의 하락이다. 한국도 2015년 3월 드디어 기준금리가 1%대로 하락했다. 이는 정기예금만으로 더 이상 부를 축적하기는 커녕 유지하기조차 힘든 상황이 펼쳐진다는 말이다. 개인 부채는 부동산 담보대출의 증가로 급격히 늘어났다. 부동산 거래는 거의 없어졌고 전세값만 오르고 있다.

  세번째는 일자리 감소와 청년 실업의 문제다. 이는 다시 가계소득의 감소와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고 연금재정이 부실해지고 연금개혁압박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다시 공무원이나 교사들은 노후 연금소득의 감소로 인해 금융위기에 노출될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대처요령은 이렇다.

 

첫째, 금융교육에 투자하고 현금흐름을 지배하라. 금융교육은 평생교육이어야 하고 현금흐름 4분면에서 기업가와 투자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

둘째, 세금의 규칙은 불공정하고 현금흐름의 사분면을 알면 세금을 덜내게 되고 그것이 이자율이 낮은 앞으로의 시대에 최고의 투자방법이 된다.

셋째, 부채를 활용하라. 은행에 부채가 없는 것이 자랑이 될 수 없다. 저축을 잘 하는 것 역시 자랑이 아니다. 이자율이 낮으면 저축은 고스란히 가치의 하락을 수반한다. 진정한 투자자는 부채를 활용하여 그 부채에 대한 이자지급보다 부채로 인한 현금흐름을 지배하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

넷째, 투자는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다. 현금흐름 4분면의 투자로 위험을 분산하고 보험에 가입한다.

다섯째, 돈을 위해 일하지 마라. 돈이 자신을 위해 일하게 만들어라. 자산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만나면 휴지조각에 불과하게 된다. 자산의 흐름이 현금흐름을 지속하게 만들어내야 하는 투자방식을 활용해야 한다. 이 모든 동기의 배후는 남에게 많이 배풀고 남에게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야하는 사명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 각 국 마다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 및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대부분의 일자리라는 게 외국의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나 선진국의 임금상승으로 인해 사업장을 임금이 싼 지역으로 옮기는 것이다. 물론 투자의 확장으로 인한 사업장 확대도 있지만 글로벌 기업에서 이와 같은 경우는 흔치 않다.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과 현금흐름의 4분면에 대한 입체적 금융교육과 활용이 그의 답이다.

 

  그는 경제학자나 대학에 갇힌 학문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평생 자신의 금융교육에 투자한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여 현재 다양하고 입체적인 투자의 경험으로 부자아빠를 실현한 사람이다. 그의 현실 경제에 대한 분석과 설명이 세계 각국에서 중산층의 몰락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시성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의 다음 저서 '부자들의 음모'로 넘어가면서 나대로의 미래대비와 노후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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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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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분의 솔직함을 믿는다. 아니 정치인으로서는 서툴렀지만 그의 양심과 지성을 믿는다. 이미 학자로서 나는 오래 전에 그의 복지정책에 관한 저서를 읽었으며 경제학카페를 통해 우리 사회에 건강한 경제학자로서의 경제적 비전을 제시하던 한 시선과 만났다. 또한 가슴 속의 정의로움이 사회에서도 통용되는 세상을 꿈꾸었던 한 인생과도 만났다. 나와는 띠동갑이다. 내가 열 두 살 어린 한 갑자 인생후배가 된다. 그처럼 뛰어나지도 못하고 그처럼 사회적 능력이 없고 그처럼 세상을 자신의 시각으로 보아내지 못해도 그의 글을 따라가면서 많은 공감과 시선의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세상에 대한 따뜻함과 정의로움에 대한 갈망 그리고 불합리한 권위에 대한 반항심이 비슷해서일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책은 그의 개인사에 가까울수도 있고 주관으로서 풀어쓴 한국현대사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그리고 한 정치인으로서 시대의 중심부를 살아간 한 사람으로서 바라본 한국현대사에 대한 몸의 체험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베이비붐세대에 태어나 군사독재정부시대에 학창시절과 성장기를 보내고 민주주의라는 가치와 정의를 위해 시대의 호흡을 함께하려했던 대학시절과 우리 현대사의 내가 투표한 그리고 유이하게 집권에 성공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시기에 대한민국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소신대로 살아간 한 솔직한 인간의 고백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가 시대의 한 가운데를 바라보고 회피하지 않았고 또 그 속에서 온몸으로 살아갔기에 그의 개인사는 한국현대사로서도 손색없는 글이 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서문을 읽으면서 현대사의 굴곡을 거쳐가면서도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따라 우리사회의 민주주의가 성장하고 경제적 성장을 통해 시대가 진보해가고 있다는 '자부심'이란 말로 희망의 미래를 보여준다. 한 시대 속에 갇힌 인간이 볼 수 없는 학자적 근기와 넓은 시각이 내겐 시원한 설명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것이 현대사를 설명하는 어떤 통사나 역사보다도 더 시원한 통찰을 하게 해준다.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 내부에 아직 남아있는 질병적인 사고나 고정관념과 질곡들을 명쾌하게 보여주고 설명해낸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대한 설명 또한 공감이 많이 간다. 성장의 시대를 질주해온 우리들의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존재보상을 받기 위한 마지막 정치적 무대가 바로 이번 대선이었다는 설명도 또한 명쾌하다.

 

  20세기는 대한민국(아니 한국이라는 말이 더 좋다.)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일제에 대한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잘 살아보자는 목표를 향해 달려온 세월이었고 그 속에서 모든 것이 묻혀버린 시간들이었다. 인권과 자아실현과 고차원적 욕망은 잠시 유보해두고 우선 인간적인 삶의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온 역사였고 이를 정치가 이용했건 시대가 그런 정치를 요구했건 그 시대적 특징은 그렇게 볼 수 있겠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의 물질적 삶이 충족되면서 터져나오기 시작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요구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은 한국처럼 급속하게 성장을 이룩한 사회만이 갖는 고통스럽고도 무거운 변화를 가져왔다. 성장이 빠를수록 그 노화의 속도도 빨라지고 있고 사회의 성장동력도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이것이 우선 앞으로 우리 사회게 해결해야할 숙제가 되고 있다.

 

  한국사회가 생존경쟁의 정글에서 병영으로 그리고 민주주의의 광장으로 변해온 데에는 그 속에서 자각된 주체의 활동과 희생이 있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미래사회의 주인인 지금의 젊은 세대들 또한 물질적 풍요로움을 기반으로 자라 부족함이 없고 기성세대에 비해 물질적 욕구에 매이지 않고 자신의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다면 그것도 과거의 유산 위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들이 창의성과 주체성으로 자각있는 역사의 삶을 살아갈 때에 우리사회의 미래는 밝은 것이다. 물론 그들 앞에도 두 가지의 길이 놓여져 있다. 시대는 달라도 시대적 소명과 공기는 달라도 그들 역시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로서 자신의 욕망을 어떻게 다스리고 보다 인류보편적 가치에 눈을 떠서 광장을 무대로 민주주의의 주체로 등장할 것인지의 고민이 가로놓여있다고 보면 된다. 결국엔 그 역사적 자각과 세상을 위한 마음이야말로 기성세대에 발잡히지 않고 미래사회의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엔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북관계도 저자가 제시한 매슬로우의 욕구위계단계에서 생존의 욕구차원의 대응관계에서 벗어나 자아실현의 관계로까지 서로 발전시킨 다음에야 비로소 바람직한 통일의 새역사를 열어갈 수 있는 것이며 한국의 미래가 그 때에야 세상의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것을 이루기 위한 열쇠가 바로 지금 우리가 품은 의지며 마음인 것이다. 우리의 미래세대는 우리보다 더 뛰어나고 창조적인 에너지로 그 세계를 열어가야 하겠지만 기성세대와 미래세대가 그 소통과 열림 속에 가치와 비전을 이어받고 공감하여 더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선배세대의 피와 희생 속에 물려받은 유산을 더 멋지게 가꾸어 그들의 미래세대에게 전달해 주어야 할 사명감을 갖는다면 그것이 저자가 바라는 미래는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모처럼 한국현대사를 시원하게 그리고 희망의 마음으로 읽었다. 보수와 진보라는 통념을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남북관계나 민주주의의 발전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려한 그의 학자적 양심에도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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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 개정판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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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방인'을 다시 읽었다. 나는 뫼르소를 조금은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오래 전에 내가 읽었던 이방인은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그의 성격과 가치관에 대해 아니 그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조차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이방인을 읽었지만 그것이 왜 사람의 감정을 울리게 하는 것인지 몰랐고 왜 그렇게 세계적으로 많이 읽히고 감동을 주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정서님의 이방인을 읽고서야 비로소 나는 뫼르소란 사람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뫼르소는 현대 도시를 살아가는 복잡하고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고독한 군상이 아니다. 그는 친절하고 따뜻하고 그러면서도 평범하고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말을 불필요하게 하기를 좋아하지 않는 그래서 자신의 표현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어머니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는 행동이나 말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사람들이 그의 성격을 이해하는데 두리뭉실한 또는 어렴풋한 의문을 가지게 한다. 그의 행동의 동기와 마음에 대해 오해하게 한다. 그러나 글을 따라 읽어갈수록 그가 마리나 레옹 그리고 살라마노 영감을 대할 때 그의 마음이 그들에게 따뜻하게 열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와 만나는 모두가 그에게 인간적인 따뜻함을 느꼈고 또 사랑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내면을 사로잡던 강렬한 태양은 그 사람의 칼을 통해 그에게 왔고 그 상황을 참을 수 없었던 그가 우발적 살해를 한 것은 이 이야기의 본격적인 전개의 출발점이 된다.비록 그가 사람을 죽였지만, 표현을 싫어하는 그가 세상과 사람을 얼마나 내면으로 깊이 수용하고 있었던가를 보여주는 일면이 될 수 도 있다. 그러나 사회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의 사회적 필요나 권력적 필요에 따라 이용하기 쉬운 사람이 바로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다. 재판이 얼마나 사실을 왜곡시키고 또 한 인간의 본성을 왜곡시켜 결론을 엉뚱한 곳으로 이르게 할 수 있는지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알 수 있다.

 

  인생의 마지막에 가서 그가 사제의 행동과 말을 거부했던 점. 그리고 항소를 포기하고 잘못된 판결의 결과를 수용하면서 그가 보여준 내면적 과정은 그가 인생의 끝에서 어쩌면 삶과 죽음을 교차하는 어떤 깨달음을 가진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나 역시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준비가 되었음을 느꼈다. 마치 이 거대한 분노가 내게서 악을 쫓아내고, 희망을 비워낸 것처럼, 처음으로 신호와 별들로 가득한 그 밤 앞에서, 나는 세계의 부드러운 무관심에 스스로를 열었다. 이 세계가 나와 너무도 닮았다는 것을, 마침내 한 형제라는 것을 실감했기에, 나는 행복했고, 여전히 행복하다고 느꼈다.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위하여 내가 혼자임이 덜 느껴질 수 있도록, 내게 남은 유일한 소원은 나의 사형 집행에 많은 구경꾼들이 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는 삶의 마지막에 가서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했다. 이 부조리한 세상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응시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내면을 탐구해서 비로소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가 죽은 결과는 이미 아무런 중요성도 갖지 못한다. 그의 이야기는 여기서 비로소 종결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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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넓다 - 항구의 심장박동 소리와 산동네의 궁핍함을 끌어안은 도시
유승훈 지음 / 글항아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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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지인으로서 부산에서 10여년 동안 근무하면서 부산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그는 부산지역의 문화와 정체성에 대해 부산토박이보다 더 많은 호기심과 애정으로 부산을 조사해나갔다. 이 사람의 이름을 처음 안 것은 부산일간지에 게재한 그의 글을 통해서였다. 동천에 대한 기사였던가? 글을 읽으면서 재미있고 쉽게 줄줄 읽는 동안에 부산지역의 몰랐던 사실에 대한 역사적 이해가 자연스럽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책을 찾아보던 중 이 책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부산은 항구도시다. 그래서 부산은 배를 삶의 터전으로 사는 뱃꾼들의 삶이 어린 곳이다. 그 배와 항구를 문화적인 면에서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시작하여 1950년 6.25동란의 피란민들의 애절한 가족애와 고달픈 삶을 '굳세어라 금순아' '라구요'라는 노래를 통해 우리들에게 그 시대상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영도대교의 건설과 그 대교에 얽힌 피란민들의 삶의 애환은 눈물이 자연스레 흘러내리게 만든다. 어려운 피난생활에서도 그 시대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려 했던 시대와 시민들의 삶이 보였다.

 

  내가 요즘 관심을 갖는 부산의 산동네 이야기도 있다. 일본인들의 화장장과 장례터가 있던 '까치고개'가 사람들의 죽은 시체를 파먹던 까치들이 많이 모이던 곳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대신동에서 민주공원과 초량 위 범일동까지 이어지는 산복도로 또한 전쟁 때의 피란민들의 삶의 애환이 함께 한 곳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부산은 전쟁통에 임시수도로서 많은 문인과 예술가들이 광복동의 거리와 다방을 무대로 한국 문화의 메카를 형성했다는 사실도 확인하였으며 부산은 여러 모로 많은 역사적 상처와 영광을 동시에 가진 공간이었으며 육지와 바다의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비록 부산토박이는 아니지만 연구자로서 연구대상에 대한 애정과 그 속에 자신의 삶을 놓을 줄 아는 저자의 애정과 관심 그리고 솔직함과 연구자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이 책을 쉽고 재미있게 읽는 것만으로도 부산사람으로 부산에서 대부분의 인생을 보내온 우리들에게 많은 자부심과 부산에 대한 이해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노래방 문화와 송도해수욕장과 해운대해수욕장의 역사와 온천장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은 우리들이 볼 수 없는 풍경의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를 통해 그 역사의 지층 위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이 더욱 깊은 역사와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자존심과 자부심을 갖게 해준다.

 

  10여년 동안 그의 연구가 부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그 기간동안 나는 부산의 산복도로와 바닷가 그리고 부산의 옛 흔적에 관심을 갖고 찾아다니고 걸어다녔다. 학생들이랑 다니면서 그들이 느끼기도 못느끼기도 한 부산의 역사적 공간에 대한 나의 이해는 더욱 깊어져갔고 그 애정 또한 깊어져갔다. 나는 산복도로전이 열리는 백산기념관을 보기 위해 서대신동에서 시작되는 산복도로의 출발점에서 한 나절을 보며 산복도로에서 펼쳐진 항구도시의 부산과 영동풍경과 새롭게 단장된 산복도로의 모습과 그 속에 살아가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평범한 삶과 그 가파른 계단과 그 속에 자리한 역사터와 문화터 그리고 부산이라는 공간성의 이미지를 그려갔다.

 

  이제 나는 부산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살아가는 도시의 아름다움과 그 문화적 역사적 가치에 눈을 뜰수록 이 도시의 삶을 살아가는 나의 정체성 또한 더욱 뚜렷해지는 것이므로 난 이 책 한 권을 통해 그가 보여주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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