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 헤세전집 5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5
헤르만 헤세 지음 / 민음사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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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태초의 신비를 안고 있는 우포 늪에서 내가 본 것은 시간의 소멸이었다. 그것은 태초에도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접하게 된 이 싯다르타라는 책은 바로 이 우포 늪에서 내가 느낀 시간의 소멸을 내 생각속으로 가져다 주었다.

싯다르타가 겪은 수많은 인간적 쾌락과 욕망과 거짓과 탐욕과 허무와 고통은 어쩌면 그가 완성된 자아를 형성하기 위하여 반드시 거쳐야만 하였던 과정은 아니었는가 하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 자아완성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이 모든 것을 순간과 동시에 영원으로서 느낄 수 있는 마음의 눈을 갖게 해 준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가 내면적인 수도과정에서 단절시켜버린 인간적 현상(인간의 고통, 쾌락, 돈, 명예, 등의 일련의 사회현상)은 좀 더 높은 수련의 과정에서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수용하고 이미 현실과 순간이라는 그 속에 담긴 영원성과 단일성을 파악하게 됨으로써 그는 이미 현실의 삶속에서 깨달음이 있다는 사실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완성된 싯다르타의 얼굴을 알아차린 고빈다의 눈에 보인 그 미소는 바로 고빈다 자신과 인간의 모든 감정들과 사건들과 강과 자연에 대한 평온하고도 완전한 사랑을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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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눌프 - 헤세선집 8
헤르만 헤세 지음, 이노은 옮김 / 민음사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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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내가 접하게 된 것은 한 여자 때문이었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으려 하던 내게 그녀는 이 책을 함께 권한 것이다. 두 책을 놓고 무엇을 먼저 읽을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내 삶에 드리워져온 그녀의 삶을 수용하듯이 선뜻 이 책을 먼저 잡게 되었다.

이 책은 나에게는 나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지금의 내 모습을 다시 생각하게끔 한다. 어쩌면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인 크눌프라는 인간이 끌렸던 이유는, 이루어지지 못했던 첫사랑의 아픔으로 인해 내가 잃어버린 사랑의 아름다움의 한 단편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인물을 거울삼아 나의 모습을 비추어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나는 너무나도 평범한 한 시민으로 살고 있지만....

헤세가 결혼을 하고 자녀를 가지게 되고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가면서 또한 한편으로는, 예술가를 꿈꾸면서 느끼는 갈등을 크눌프라는 인물을 통하여 보여주려 하였듯이 나 역시 평범한 시민과, 물론 예술가는 못되더라도 뭔가 의미있는 삶과 세상의 진리에 접근하고자 하는 배움의 길에 있는 사람과의 갈등을 그를 통해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크눌프보다는 속세의 미련이 훨씬 더 많은 나는 그와 같은 삶을 살아갈 자신은 없다. 하지만 그의 삶을 통해서 나의 삶을 비추어보고 반성할 수 있는 작은 지혜는 다행스럽게도 갖고 있다. 비록 그는 어떤 직업도 가져보지 못하고 이곳 저곳을 배회하며 사회화가 요구하는 개인의 삶은 살지는 못했으나. 그에겐 다른 직장인들의 삶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관심을 갖고 보면서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삶이라고 해서 배척하지 않으며 오히려 따뜻한 이해와 사랑을 통해 자신의 삶을 실현하려 하였던 것이다.

결국은 그의 이런 삶을 죽음의 순간에 신과의 대화를 통해서 인정받고 늘 신과 함께 했음을 알게 되는 결말은 비록 다른 사람과는 다른 삶을 살지라도 그 다른 삶을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세상을 이해와 관심을 통하여 아름답게 살아가자 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사랑이 숨쉬기 더욱 곤란해지는 이 세상에서 적어도 그녀만은 더욱 사랑하며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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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 상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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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900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 많은 분량의 글들이 하나 하나 모두 없어서는 안되는 필연적인 문장들간의 연결로 되어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기독교사회의 이단논쟁과 그로 인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희생은 마치 20세기의 이데올로기 대립속에서 희생된 무수히 많은 주검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수도원의 입구에 있는 문설주에 그려지고 새겨진 그림들과 수도원을 둘러싼 배경은 이 이야기의 내용들과 ,어떤 말로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지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장서관의 구조와 각 각의 방의 문 위에 표시된 글귀들과 상징들은 마치 이 수도원이 이 세상의 압축판이듯이, 어떤 세상의 압축판처럼 느껴졌다.

윌리암 수도사가 말한 가짜 그리스도는 다름 아닌 진리에 대한 지나친 사랑일 수 있다는 말은 바로 어떤 한 이론이나 사상에 대한 절대화가 무수한 사람들을 희생하게 만드는 악마의 모습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렇다. 특정이론이나 지식에 대한 절대화는 필연적으로 다른 사상이나 이론에 대한 배타적인 거부로 나타나며, 그 사상이나 이론을 갖는 사람들에게도 배타적일 수 밖에 없으므로, 이는 바로 다름 아닌 악마의 얼굴일 수 있다.

그런 악마의 얼굴을 가진 호르헤라는 인물을 통해 수도원이 종말을 맞이하듯이, 절대적인 사상의 옹호나 절대적인 패권국가의 등장으로 현실세계도 그 종말을 맞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끝끝내 이 책의 제목 '장미의 이름'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에는 다가갈 수 없었다. 다만, '이름은, 언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존재하다가 그 존재하기를 그만둔 것까지도 드러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말에서 보여지듯이, 에코의 기호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생각으로 나를 기호학의 세계로 인도한다.

더불어 특정 시대를 살아가는 그 누구라도 세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은 우연적이기는 해도, 보편적인 진리에 이를 수 있다는 이 책의 가르침은 아주 값진 교훈으로 나에게 남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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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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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말 그대로 신들의 이야기를 다룬 글이다. 하지만 신화속에는 인간의 원망(願望)이 담겨 있다. 인간의 나약함과 자연으로부터의 재앙은 인간으로 하여금 그것을 극복하는 자가 되기를 갈구하고 그 갈구가 신화라는 영역을 만들게 되었으리라.

따라서 신화는 현실의 인류역사와 아주 밀접한 상관이 있으며, 그 현실적 의미 또한 무수하게 내포하고 있다. 자연을 주관하는 신들(구름, 바람, 대지 등)과 감정을 주관하는 신들(사랑, 질투 미움 등)과 생사를 주관하는 신 등은 인간의 삶과 관련한 중요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대신 제우스와 여러 신들, 그리고 버금 신들, 딸림신들은 신화를 통해 의인화되고 이렇게 빚은 신들은 인간의 모든 감정을 가지고 있다. 사랑과 분노와 질투와 시기와 고통과 설움과 좌절감.... 신들끼리도 영역싸움을 하며, 사랑다툼도 하고 권력을 둘러싼 음모와 행동들은 오히려 아주 인간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 윤기님의 이 책은 신화에 입문하는 우리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고 있다. 마치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어린아이에게 자전거의 짐받이를 받쳐주듯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우리는 이미 신화의 매력속에 흠뻑 젖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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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숲 2
신영복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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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님을 내가 처음으로 접한 것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었습니다. 편지글 형식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을 통해 한국에서의 참된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인간과 사물에 대한 솔직하고도 깨끗한 문체는 오래도록 저의 가슴속에 진한 감동으로 남았습니다. 그래서 그 분의 번역본인 '사람아, 아 사람아'도 읽게 되었고 마침내는 이 책도 접하게 되었습니다..

신영복님의 책을 대하면서 나는 비록 얼굴 한번 마주해본 적은 없지만, 그의 생각과 많은 교류를 나눌 수 있었지요.. 이 책 역시 저자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대상과 세상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본질을 꿰뚫는 예리한 통찰력을 21세기가 밝아오는 새세상에서 이국에서 띄워 오는 편지의 형식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님의 생각 한 가운데는 항상 인간에 대한 관점이 있습니다. 꿈을 묻는 것에서도 '어떤 꿈'이 의미하는 것은 그것이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 것인가를 묻고 있으며, 라틴 아메리카에서의 식민지 개척 역시 원주민들의 피와 희생하에 쌓아 올린 아메리칸 드림임을 비판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그는 우리 사회의 이러한 모순 구조에 대한 꿈으로 인간의 공동체를 얘기합니다. 개인주의가 더욱 인간을 황폐화시키고 자본의 횡포가 더욱 거세어지는 세계화의 파도 속에서 그래도 현실을 보다 아름답게 가꾸어 가려고 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희망으로 키워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무가 나무에게, 우리 더불어 숲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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