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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루엔자
존 더 그라프 외 지음, 박웅희 옮김 / 한숲출판사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대형 할인 매점에 들어서서 상품을 돌아보다가 시식코너에서 맛을 본 뒤 충동구매로 물건을 산 적이 있는가? 카드 결제일 예측하지 못한 액수의 결제대금으로 신용카드를 가위로 잘라버리고 싶은 충동을 받은 적이 있는가? 남는 시간을 인터넷 쇼핑몰을 기웃거리며 쾌감을 느끼거나 소비충동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위의 질문들에 적어도 두 개 이상에 '예'하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이미 어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풍요롭고 문명사회의 이기로 찬란한 미국사회, 그 사회속에 만연하게 퍼져있는 원인불명의 소비풍조에 대해 저자는 오랜 기간의 조사와 연구를 통해 그 결실을 우리에게 내보이고 있다. 이름하여 '어플루엔자'. 그는 우리 사회의 소비심리를 일종의 바이러스로 규정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 생활에 스며든 과잉소비풍조와 그 근저에 도사린 끊임없는 욕구와 탐욕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그것을 고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고 한다.
이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는 우리 사회의 도처에 자리잡고 있다. 오염된 대기, 죽음의 강, 과도한 스트레스와 인간관계의 파괴와 빈부격차와 위화감, 자원의 탈진, 후손들에게 물려줄 대지의 위기, 보장된 불만족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우리가 흔히 경제성장이라는 미명하에 무시해버린 숨겨진 비용들을 이 책은 자세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오래된 우리들의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그것은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우리의 삶의 방향을 정신적인 삶의 행복 추구와 물질적인 단순한 삶에 두지 않고 오로지 '물질적 소비'에만 둠으로써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우리는 상품의 사용가치 그 자체보다는 헛된 소비심리에서만 만족감을 가지게 되었다. 나아가 어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우리 인생의 진정한 목적과 존엄을 상실시켜버렸다.
이 바이러스는 아직 물리적으로 병으로 치부되지 않아서 병원을 찾는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그 문제성이 더욱 심각하다. 따라서 우리는 이 병을 자각시키고 고쳐줄 많은 의사들이 필요하다. 이 책을 읽는 당신부터 당신가족의 주치의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은 어플루엔자라는 현상을 사회계급적 시각에서 조명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소비주체의 병이라는 표현을 빌어 사용했다. 그것이 가진 의미는 다음과 같다. 우선 미국 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자본가나 기업주의 이윤추구에 대한 비판에서 가진 자들에 대한 적대감으로 문제해결을 취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았고, 다음으로 제3세계 시민의 입장에서는 부의 상대적 박탈감에 의한 위화감 조성으로 마무리짓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에 대한 진지한 모색으로 나아갔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면에서 우리 삶을 재조명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대안으로서의 자발적 단순성이 자기 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꿈으로써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 즉 공동체, 창의성, 사랑, 친절, 자비, 자연과의 유대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 우리는 단지 소비를 줄이는 것을 넘어 욕구와 필요를 줄이는 삶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