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간 파란 하늘

풍경은 먼지하나 없는

그림같이 붙박혀 있고

그것을 보는 것은

눈이 아니다

마음 속 깊은 곳

침묵의 밑바닥에서

그 풍경은 올라왔다 사라진다

영겁의 땅에서 오고

영겁의 땅으로 가는 

그것은 아직 한번도

파헤쳐지지 않은 푸른 영토

침묵의 밑바닥에서

끝을 헤아릴 수 없는 파아란

하늘이 나왔다

오! 저 투명한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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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이 2005-09-09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의 뒤안길

되돌아보는 인생의 곳간

저 푸른 하늘의 내음으로
가득 채울 수 있으려나

어둔이 2005-09-0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9월의 하늘이 환하여
바다에 저려서 가을 하늘을 물들이기 시작한
부산의 모습을 보여줄랑가 생각했는데
일정이 미루어졌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여름 끝 하늘을 푸른 바다속에 한 며칠 더 푹 저려놓겠습니다

혹 주역에 나오는 글처럼
'큰강을 건너는 여우 꼬리만 물에 젖히다' 정도라도
부산에 오셔서 파란 그 몸 새로이 단장하는 이 가을 되소서

파란여우 2005-09-12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어둔이님!
오늘 제 속이 한여름 뜨거운 가마솥단지였습니다.
소나무 그늘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왔지만
진정이 되지 않아 금강경 몇 줄을 읽고 날이 저물었군요
다시, 어둔이님을 만나니 왜 이다지 마음이 가라앉는 걸까요
늘, 부족한 저에게 좋은 말씀, 귀한 말씀 해 주셔서 감사해요. 두분.
부산에 가는 일은 개인적인 여행이 아니므로 일정이 어찌 잡힐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님들을 만날 기회를 어떡하든 만들어 보도록 할겁니다.
어둔이님, 다시 만나서 오늘 참 좋습니다.^^
어맛, 달팽이님은 설마 질투하시진 않겠죠? 호호호

달팽이 2005-09-12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흠, 질투가 쬐금 되네요...ㅎㅎ
 

뒷 산에 부는 강한 바람이 온 숲을 뒤흔든다.

나무는 세차게 흔들리고 잎사귀는 찢겨 날리우고 새들도 기우뚱 난다.

다대포 앞바다엔 강한 비바람이 한 때는 바다로 한 때는 육지로 몰아친다.

우산이 뒤집힌 사람들이 바로잡으려 애쓰는 모습

아예 우산을 포기하고 터벅 터벅 걸어가는 모습이 오히려 보기엔 좋은 날이다.

바람이 더욱 거세어지는데 강변로를 따라 차를 몰면서 차도 바람부는 쪽으로 쏠리는 것을 느낀다.

하구둑을 넘을 땐 강물의 포말이 둑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아, 이 풍경! 강물이 포효하듯 으르렁 소리를 낸다.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저 손들... 올라왔다 사라지는 저 입들...

비록 저들이 나를 삼킬지라도 한 점 후회없을 이 장엄함...

공항에 들어서자 김해 벌판에 부는 나비의 날갯짓은 더욱 거세어지고 있었다.

뿌리채 뽑힌 나무들이 즐비하게 누워있고,  나의 핸들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국제청사 안에서는 우~웅 하는 바람소리가 건물을 집어삼킬듯하였다.

내가 왜 와야하는지...조금 이해가 되었다.

청사 문앞에서 사람들이 바람에 밀려 옆으로 누워서 가고 있고 나뭇잎은 지천으로 찢겨 날리고

천지를 울리게 하는 바람소리는 그야말로 인간을 겸손하게 만든다.

그 신비로움 앞에서 나는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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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9-06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 다녀오셨나 봅니다.
나비 피하셔서 다행에요. 이번 나비는 별로 예쁘지 않잖아요
저도 이번 주 금요일에 부산 갑니다.
다대포에 갈 수 있으려나...^^

달팽이 2005-09-06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파란 여우님께서 부산엘 오시다뇨...주말에도 머물면 연락이라도 하셔요...어둔이님도 함께 반길거에요...낙동강 하구엔 볼 것도 많답니다...몰운대와 할매막걸리집, 송도의 암남공원도 아주 좋은 곳이에요..

파란여우 2005-09-06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약이 나름대로 꽉 잡혀있고, 또 주말에 돌아와야 할 일이 있어서
새끼줄이 어찌 될지 모르겠어요.
아아, 어둔이님하고 달팽이님하고 파란여우하고..
이거 환상의 트리오인데...아잉, 어쩌..어쩌요...
목요일 저녁에 다시 조정해서 말씀드릴께요^^

2005-09-08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사티쉬 쿠마르 지음, 정도윤 옮김 / 달팽이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소 훔"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이 책의 제목이다. 이 말은 모든 것이 서로 의존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 인생의 부조리한 측면을 보거나 대할 때 우리는 그것의 원인을 외부적인 현상에서만 찾고 있는 것에 대해 되돌아보아야 함을 말한다. 우리가 심지어 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조차 그것은 우리들의 생각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우리 스스로에게 있음을 말하는 것이 된다. 예를 들어 부패한 정부관료가 재벌과 결탁하여 반민중적인 정책을 입안하여 실시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러워 하고 있을 때 우리는 그 정책을 무력화시키는 노력과 사회운동을 할 수 있고 또 시의적절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그 진정한 원인을 그들의 이기심과 탐욕 또는 사회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에만 맞추게 됨으로써 우리 내면에 도사린 이기심과 탐욕과 뒤틀린 욕망을 보지 못하고 그것이 우리 사회의 거대한 모순구조를 만드는 씨앗임을 알지 못한 채 남들만 탓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런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운동의 중요성은 바로 부조리하고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적들에 대한 태도로써 비폭력과 용서와 자비를 강조함으로써 우리 내면 속에 자신마저도 제대로 알지못하는 드러나지 않은 이기심과 탐욕의 DNA를 바로 보게 만들고 그렇게 현상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은 하지만 인연이 만나 그런 사회적 모순을 만들어내는 보다 근본적이고 잠재된 문제점이 바로 우리 내면에 있음을 바로 보라고 한 데 있다. 그래서 "소 훔"을 바로 볼 수 있는 내면적 눈뜸이 생길 때 비로소 간디의 비폭력을 진정한 내면적 깨달음과 용기에 의해 실천할 수 있게 된다고 본다.

  사티쉬 쿠마르는 전 세계를 걸어다니면서 현대 사회의 부조리와 맞서는 방법으로 비폭력과 간디의 사상을 전파하는데 일생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그는 세상이 보다 평화로와지기를 바란다. 크리슈나무르티, 슈마허, 비노바바베, 버트란트 러셀, 마르틴 루터 킹, 반다나 시바 등 인류의 지도자들과 만나면서 자신의 사상을 채워가고 그들과 평화에 관한 생각을 나누면서 지구 위에서 평화의 날을 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인류가 만든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와 지구의 자정능력을 능가하는 경제개발이 인류전체의 삶을 위협하고 있음을 경고하고 적정수준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자연친화적 삶, 평화와 영성의 삶을 강조한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그를 포함하여 간디의 사상을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 의해 비폭력과 평화적인 삶을 향한 사회적 실험과 모험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어떤 공동체의 규율에 의해 강조되어진 것이 아니라 간디와 모든 종교의 주창자가 대부분 그랬듯이 존재에 대한 깊은 깨달음과 영성적인 삶으로부터 자연스레 드러나는 것이어야 한다. 아무리 간디를 추종한다고 하더라도 그 마음이 닿지 못하면 그를 닮은 수많은 모습들이 다 거짓이 되고, 간디가 누군지 모르고 일생을 살아도 자신을 제대로 보고 그 깨달음과 성찰에서부터 비폭력과 평화적인 삶을 사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야말로 진정한 간디의 삶과 사상을 실천하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그대는 과연 누구인가? 늘 나의 현존을 드러내는 존재, 인생의 희노애락을 함께 하며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존재, 이는 바람에 꽃잎이 흔들리는 것을 볼 때 갑자기 신비로워지는 세상을 보게 하는 존재, 해지는 서녘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이며 내 안의 경건함을 찾게 하는 존재 그대가 있음으로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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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심으며

내 손은 지구와 하나가 된다.

 

씨앗이 자라길 바라며

내 마음은 빛과 하나가 된다.

 

괭이질을 하며

내 손은 비와 하나가 된다.

 

식물을 돌보며

내 마음은 공기와 하나가 된다.

 

배고픔과 믿음으로

내 마음은 지구와 하나가 된다.

 

과일을 먹으며

내 몸은 지구와 하나가 된다.

 

                                       - 윈델 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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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9-04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밭의 풀을 뽑으며 내 마음속의 복잡한 근심을 덜어내고
정성들여 쌀을 씻으며 내 마음속의 땟국물을 벗겨내고
염소에게 밥을 주면서 내 마음속의 인색함을 캐어 묻는
전, 이정도 외에는 모르겠슴돠^^
아참, 요샌 어둔이님이 안 보이셔요..

달팽이 2005-09-05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정도 외에 또 달리 없을 것 같은데요...
전해드리지요...
 

매미는, 허물만 벗어두고 어디 갔나

참 희한하네, 눈도 더듬이도

부직포처럼 달라붙던 그

미세한 발톱도 고요히 벗어두고

너는 어디에 갔나

느티나무 밑동을 기어올라

손가락 마디볻 작은 저 적멸궁

원, 세상에 문하나 등피에 열어두고

바람이 아니고서는

그 속을 돌아 나올 수 없다

빛이 아니고서는 한 치도 발들여

놓을 수 없다

이도 저도 아닌 나로서는

한 참을 들여다보기만 하는데

마음에도 피가 있고 점액질이 있는지

관절이 소리없이 들썩이고

바람에 뜯겨지는 아,

저런 허공의 막 속에도

누가 살아 숨쉬는 것만 같고

나 전사되었나, 매미 소리

허공에서 듣는 육체의 은빛 아우라

딴 세상같네

 

 

                                       - 이 희철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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