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베란다에서 내려다본 아파트 건물 뒤엔 꽃비가 내린다.

무수하게 많은 벚꽃잎들이 회오리처럼 돌면서 하늘로 솟아오르기도 하고

한쪽으로 쓸려서 차례로 날아가고 있기도 하다.

꽃잎 한 장 한 장 인생의 꿈을 안고 피어난 꽃이다.

생명이란 얼마나 절실한가?

손으로 쓸어내면 금방 사라질 조그만 흙덩이에서도 씨앗은 내리고

절벽에 자리한 바위와 바위의 작은 틈 속에서도 생명은 자라고

물이 내려가는 하수도 입구의 어느 작은 물기베인 곳에서도 싹을 틔운다.

무수히 흔날리던 벚꽃잎 한 장 한 장 자신만의 고유한 생명의 이야기를 간직한 채

어딘지도 모를 인연의 땅으로 인연의 하늘로 날아간다.

아! 나도 꽃 잎 한장이 아닐까?

무수하고 영겁의 시간 속에서

전생에서 또 꽃 잎 한 장 처럼 날아가서 어느 나무아래서 썩어졌을 것이고

이번 생에도 몇 몇의 꽃잎과 섞이어 짧은 비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꽃잎들이 날리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흐린 봄 하늘 위로 꽃잎은 날리고 날리운다.

꽃잎 한 장씩 한 장씩 자신의 인생의 비행을 하며

회색 하늘 속으로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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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이 2006-04-14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세상의 꽃잎이 훨헐 다 지고 난 다음의 일은 어떠합니까?

달팽이 2006-04-14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그릇이 깨진 이야기로군요.
무엇일까?

글샘 2006-04-15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정자가 난자를 만났을 때, 밥그릇이 왜 깨지나요?

달팽이 2006-04-15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자가 정자를 먹고, 난자가 난자를 먹습니다.
모든 것이 사라진 그 자리...
밥그릇 생각이 날리가 없죠..
 

쥐가 고양이 밥을 먹다가 그만 밥그릇이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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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4-12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났네...어여 토껴~~

달팽이 2006-04-13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모두 달아나네요..

글샘 2006-04-13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하이쿠인가요?
대단한 쥐군요. ㅋㅋ

달팽이 2006-04-13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선생님 농담이 보통 아니십니다...

어둔이 2006-04-13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는 늘 배가 부르답니다.

달팽이 2006-04-14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봄날 고양이의 쥐생각은...
사랑인가?
집착인가?
알 수가 없네..

글샘 2006-04-16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ねずみさん ひるたべるとき こわれちゃった
5.7.5 하이쿠 맞네요. ㅋㅋ

달팽이 2006-04-17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일본어도 구사하는 글샘님....
뭔 말인가요?
 

청소를 한다.
눈앞에 널부러져 있던 물건들
하나 둘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은
원래 제자리가 있기 때문은 아니다.
그저 내 마음 속의 질서와 편안함 때문이다.


빗질을 한다.
먼지가 쓸린다.
바닥이 깨끗해져서 기쁜 것이 아니다.
내 마음이 깨끗해지기 때문이다.


청소를 할 때
놓치지 말아야할 것
우리 마음을 먼저 비워야 함이다.
한번만이라도
단 한번만이라도
텅빈 마음으로
세상을 보자
자신을 보자

우리가 청소를 하는 것은
집을 깨끗하게 하기 위함이 아니다.
내 마음을 놓아버리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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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10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힘들더라구요.

달팽이 2006-04-10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집을 나서니 벌써 벚꽃이 날리어 쌓이기 시작했다.

봄은 아쉽게도 그 옷자락만을 길게 늘어뜨린 채 떠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천성산엔 아직 봄이 남아 있으리라."

영산대학교에서 올라가기 시작한 등산로에는 지천으로 핀 진달래가 먼저 우리를 맞는다.

바람에 쓸리는 억새풀과 저 멀리 시원하게 내다보이는 능선을 뒤로 하며 우리는 걸었다.

진달래 꽃잎을 따서 입에 넣어서 씹으니 이젠 좀 억세어져 가는 꽃의 섬유질이 씹힌다.

2000번 차를 타고 오며 들은 이정현이 '꽃잎'이란 영화에서 불렀던 그 노래가 나를 훌쩍 대학시절로 돌려 놓았다.

다시 오지 않을 그 시절과 사랑의 아련한 기억을 가슴에 품고 오르는 산길에 깊 양쪽에서 맞아준

진달래 군락은 그야말로 추억 속의 길이었다.

이제 연초록의 싹들이 자꾸만 피어나고 온 산은 초록으로 덮힐 것이다.

진달래 군락지가 끝나갈 무렵 저기서 안적암이 보인다.

안적암으로 쳐다본 산은 파스텔, 그 위로 펼쳐진 하늘은 흰구름 둥둥 떠가는 수채화...

지하철을 타고 오며 내려다본 사람들의 신은 십중팔구가 등산화였지만 영산대학교에서 안적암으로 안적암에서 노전으로 내원사로 이어지는 코스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3년만에 찾은 이 코스는 늘 내게 천성의 봄빛을 유감없이 가슴 속에 불어넣어준다.

고찰 안적암을 지나 다시 노전으로 향하는 길에는 얼레지 군락지가 있다.

사람들이 분재로 쓰기 위해 파가버려서 군락지에 피해가 많다고 한다.

그 얼레지도 사람들의 발길에 고개를 꺽이기도 하고 때로는 인적이 드문 비탈에 피어서 그 아름다움을 뽐내기도 한다.

아! 천성의 봄빛은 역시 흐르는 푸른 계곡물에 있었다.

초록빛 푸른빛 맑고 투명한 천성의 계곡을 보는 것보다 내 마음을 더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있을까?

오늘따라 까마귀도 유난히 낮게 날아 천성의 계곡에 그 자태를 비추어본다.

5시간의 쉽지 않은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정쌤의 두 아이인 경화와 석원이는 참 잘도 걷는다.

아마 봄빛에 마음이 흥겨워졌으리라.

노전 가는 중간길에 드러난 계곡에 짐을 내려놓고 정쌤이 준비해온 간단하지만 실속있는 점심을 먹는다.

계곡 물소리 뒤에서 들리고 수채화처럼 그려진 하늘엔 햇빛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계곡물에 술을 담가두고 밥과 함께 비벼먹는 봄은 우리 입안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다.

기분좋은 취기로 우리들은 다시 길을 걷는다.

잠시 걷다가 아주 너른 바위에서 우리들은 드러누워 봄의 햇살이 주는 단잠에 잠시 빠진다.

아! 물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사방에서 들리는 새소리...점점 희미해져가고....

단잠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이 맛....

이 맛있는 깜박잠을 깨고 우리는 다시 천성의 계곡을 옆으로 두고 걷는다.

내원사 입구에 있는 손두부집으로...

천성산을 걸으면서 계곡을 내려오면 늘 마음 속에 이 두부집과 막걸리가 생각난다.

고소하고 입에 딱 들러붙은 두부와 봄나물 그리고 간장, 젓, 젓갈로 우리들의 소박한 저녁은 시작된다.

천성의 봄빛을 가슴에 가득 품고 돌아오는 길은 온천지 봄빛이다.

아! 이 좋은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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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4-09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하루셨군요.
봄을 가득 느끼고 있는 사람들, 사람들 속에 어느새 비집고 들어온
새봄, 새봄의 에너지...

달팽이 2006-04-09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봄빛 가득한 우주에서 봄날의 의문이 가슴에서 씨앗을 틔웁니다.

파란여우 2006-04-10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놀이는 다 그런거고
소박한 저녁(두부, 봄나물, 젖갈)이 입에 침을 가득 물게 합니다.호호

달팽이 2006-04-10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여우님의 위장에서 나는 소리에 웃음이 슬며시 나는군요..
봄빛을 안주삼아 먹어서 더욱 좋더군요..
 

저물어 가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

하루가 저물어

떠나간 사람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

 

오 하잘것없는 이별이 구원일 줄이야

 

저녁 어둑발 자옥한데

떠나갔던 사람

이미 왔고

이제부터 신이 오리라

저벅저벅 발소리 없이

 

신이란 그 모습도 소리도 없어서 얼마나 다행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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