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나의 티베트
게일런 로웰 지음, 이종인 옮김 / 시공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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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가 성장과 물질 만능주의 이데올로기에 따른 탐욕과 이기심의 극점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면, 티베트 사회는 그 정반대의 삶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가능성이다. 중국침략 전 티베트 사회는 자연과 모든 생명체가 조화롭고 평화롭게 각자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이었고 사람들의 삶의 기준은 정신적이고 종교적인 것에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처한 삶의 조건과 환경을 탓함이 없이 그 속에서 삶의 만족감과 행복감을 누렸으며 마음의 평화, 관용, 친절, 사랑이라는 미덕이 사회의 보편적 정서로 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에 비해 문명이 지나간 자리는 폐허다. 자연의 파과, 뒤집혀진 대지, 쓰러진 숲, 오염된 강,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다양한 종의 생명체....그리고 인간 본성의 왜곡과 굴절에 의한 인간관계의 파괴, 사회적 제도의 파괴는 더욱 우리의 삶을 황폐하게 만든다. 현대식 군대와 현대문명에 의한 파괴 전 티베트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에서 우리는 대자연의 경이로움과 삶의 진정성을 발견할 수 있다.

사진작가 게일런 로웰은 힘든 여정을 통해 파괴되지 않은 티베트의 본모습을 아름답게 필름에 담아내었고 달라이 라마의 추억어린 말들은 그 한 장 한 장의 사진 속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리하여 그 각각의 사진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하다.

이 아름다운 자연의 파괴를 접하면서도, 수많은 동족의 학살을 눈으로 지켜보면서도,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삶의 신비를 기록한 많은 문화의 소멸을 힘겹게 감당하면서도 파괴자인 중국 정부를 비롯한 전세계인에 대해서 끊임없이 쏟아내는 자비와 관용과 사랑의 메세지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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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이반.김종철 옮김 / 녹색평론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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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더글러스 러미스는 어떤 현실주의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연다. 식민주의에서 제국주의로 다시 경제발전에서 세계화로 이어지는 일련의 현실지배이데올로기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삶의 대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한다. 경제발전이라는 지상최대의 과제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쓰러진 숲과 오염된 강과 대지 파괴된 자연과 인간정신의 황폐화와 무감각화뿐이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른바 지금의 현실은 '타이타닉 현실'이다. 암초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배에서는 엔진실에서는 석탄을 쏟아붓고,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 할 일을 하고 있고 선실에서는 암초를 향해 맹렬한 속도로 질주하기를 선장은 명령한다. 이 배가 곧 암초에 부딪혀 좌초할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미국인의 경제생활 수준을 전지구인이 갖고 있다면 지구라는 별이 다섯개라도 모자라다는 통계적 사실은 이러한 비유를 설득력있게 뒷받침한다. 지금의 경제성장에서 자연파괴를 멈추고 조금이라도 우리의 자연을 되살리려면 미국인의 에너지 소비를 지금의 10% 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는 사실은 우리 현실의 광기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전제되어야만 우리는 그 개혁의 첫걸음을 옮길 수가 있다. 저자는 이러한 경제적인 풍요로움과 빈곤감의 개념이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개념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어떤 주체들에 의해서 정치적으로 선택되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그에 대한 해결 역시 정치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초두에서 일본의 9조 헌법 교전권이 먼저 언급된 것도 이러한 의미이다. 국민들의 올바른 정치적 선택과 결단에 의해 이러한 것(국가의 살인면허와 우리 지구 경제의 미친 질주)은 고쳐질 수 있고 또 고쳐야만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견해는 다만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에서만 그치지 않고 지금 당장 그 급박성을 인식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여진다.

전 세계가 발전 모델로 삼아온 미국 사회의 헌법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구성되었는가를 정치적인 선택과 결정의 관점에서 재조명함으로써 비로소 우리들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누구에게 더 이상 물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타이타닉에 올라탄 우리들 모두가 암초가 멀지않은 현실을 직시하고 엔진실도 방향키도 우리들이 잡아야 한다. 무력감을 느낀다면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다. 우리 공동체부터 바꿔나가야 한다. 이미 월드컵으로 촛불시위로 대선으로 우리들의 행동이 시작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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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루엔자
존 더 그라프 외 지음, 박웅희 옮김 / 한숲출판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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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할인 매점에 들어서서 상품을 돌아보다가 시식코너에서 맛을 본 뒤 충동구매로 물건을 산 적이 있는가? 카드 결제일 예측하지 못한 액수의 결제대금으로 신용카드를 가위로 잘라버리고 싶은 충동을 받은 적이 있는가? 남는 시간을 인터넷 쇼핑몰을 기웃거리며 쾌감을 느끼거나 소비충동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위의 질문들에 적어도 두 개 이상에 '예'하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이미 어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풍요롭고 문명사회의 이기로 찬란한 미국사회, 그 사회속에 만연하게 퍼져있는 원인불명의 소비풍조에 대해 저자는 오랜 기간의 조사와 연구를 통해 그 결실을 우리에게 내보이고 있다. 이름하여 '어플루엔자'. 그는 우리 사회의 소비심리를 일종의 바이러스로 규정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 생활에 스며든 과잉소비풍조와 그 근저에 도사린 끊임없는 욕구와 탐욕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그것을 고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고 한다.

이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는 우리 사회의 도처에 자리잡고 있다. 오염된 대기, 죽음의 강, 과도한 스트레스와 인간관계의 파괴와 빈부격차와 위화감, 자원의 탈진, 후손들에게 물려줄 대지의 위기, 보장된 불만족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우리가 흔히 경제성장이라는 미명하에 무시해버린 숨겨진 비용들을 이 책은 자세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오래된 우리들의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그것은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우리의 삶의 방향을 정신적인 삶의 행복 추구와 물질적인 단순한 삶에 두지 않고 오로지 '물질적 소비'에만 둠으로써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우리는 상품의 사용가치 그 자체보다는 헛된 소비심리에서만 만족감을 가지게 되었다. 나아가 어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우리 인생의 진정한 목적과 존엄을 상실시켜버렸다.

이 바이러스는 아직 물리적으로 병으로 치부되지 않아서 병원을 찾는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그 문제성이 더욱 심각하다. 따라서 우리는 이 병을 자각시키고 고쳐줄 많은 의사들이 필요하다. 이 책을 읽는 당신부터 당신가족의 주치의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은 어플루엔자라는 현상을 사회계급적 시각에서 조명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소비주체의 병이라는 표현을 빌어 사용했다. 그것이 가진 의미는 다음과 같다. 우선 미국 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자본가나 기업주의 이윤추구에 대한 비판에서 가진 자들에 대한 적대감으로 문제해결을 취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았고, 다음으로 제3세계 시민의 입장에서는 부의 상대적 박탈감에 의한 위화감 조성으로 마무리짓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에 대한 진지한 모색으로 나아갔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면에서 우리 삶을 재조명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대안으로서의 자발적 단순성이 자기 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꿈으로써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 즉 공동체, 창의성, 사랑, 친절, 자비, 자연과의 유대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 우리는 단지 소비를 줄이는 것을 넘어 욕구와 필요를 줄이는 삶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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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ing 책과 만나다
수유연구실+연구공간 '너머' 지음 / 그린비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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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한 사회를 거쳐 이미 인터넷이 활개치고 사이버공간에서의 각종 문화적 교류가 이루어지고 n세대들의 파워가 온 사회에서 입증되는 현대사회에서 근대성을 뛰어넘는다고 하니 우습고 어처구니없는 생각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화지체현상이 있지 않은가? 물질문명이나 사회제도는 이미 한참 멀리 가고 있는데도 우리의 의식은 한참 뒤떨어져 아직 근대사회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그런 현상 말이다. '수유연구실 + 연구공간 너머'의 지식공동체는 아직 우리사회의 근저에 뿌리박힌 근대성과 그 근대성이 사회변화의 발목을 잡고있는 현실을 직시한다. 그리고 그런 근대의 소산인 합리적 사고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때 비로소 미래사회의 전망 또한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과 서구의 합리성은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세계화'라는 거대한 자본운동논리로 전지구를 뒤덮고 있다. 오래전 문명과 야만이라고 하는 이분법적 논리는 이제 세계속에 자연과 생명의 터를 빼앗고 인간이 인간본연의 모습대로 삶을 지속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근대성은 이제 세계화라고 하는 가면을 쓰고 우리들 앞에 떡하니 놓여있다. 그들의 교묘하고 거대한 가면앞에서 정신차리지 않으면 우리는 예전의 그 근대성이라고 하는 괴물(홉스가 말한 리바이어던의 모습보다 더 크고 무서운 괴물말이다)의 입속으로 쏙 들어가버릴런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이 한국사회의 새롭고 대안적인 지식공동체는 우리들이 이 거대한 근대성에 절망하고 체념할까봐 우선 근대를 뛰어넘는 삶의 대안 공동체로부터 시작하여 우리에게 희망을 선사한다. 사실 눈여겨 들여다보면 우리 주위에 이미 근대를 뛰어넘는 삶은 도처에서 시작되었고 또 실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작게는 우리의 밥상위에서, 느린 삶에서, 문명이란 이름으로 파괴되고 학살되었던 인디언과 그들의 삶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대안적 삶의 공동체에서 볼 수 있다. 세상을 대하는 우리의 사유방법이 달라지면 세상도 바뀔 수 있음을 이 책들은 보여준다.

다음으로 우리의 철학사와 지성사에서 이미 존재해왔던 근대성을 뛰어넘는 씨앗들에 대해서 근대의 외부란 이름을 빌어서 접근하기도 하고 그것이 현대의 자연과학적 지식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의 신체와 생활과 삶에 드리워진 근대성과 그것을 뒤집는 여러 가지 모습들에 주목한다. 때로는 근대성에 의해 비뚤어지고 뒤집혀진 사회의 모습을 광기와 탈선의 시각에서 조명함으로써 제도권적 시각으로 다 볼 수 없었던 근대성의 본질과 대안을 조명해보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이미 근대에 접어들기 이전 인류역사에 있어서의 사유의 흐름을 되집어봄으로써 근대를 뛰어넘는 사유의 양식에 대한 비전을 찾아보기도 한다.

이러한 작업들이 이루어지는 매개물은 책이다. 각 각의 책은 세상을 해석하는 저마다의 세상이요 시각이다. 책을 통해 우리의 사유는 세상에 들어가서 그 세상속을 헤집고 세상을 파악한다. 내가 어렸을 적 나무와 흙이 가득한 자연 속을 헤집고 돌아다니다 해질무렵 흙투성이가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갔듯이 책 속의 세상에서 옷이 흙투성이가 될 때쯤에서야 비로소 나에게로 돌아오는 그 여행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며 그것은 또한 세상을 더욱 알아가는 체험이 될 뿐만 아니라 그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무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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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여자 엠마뉘엘 베르네임 소설
엠마뉴엘 베른하임 지음 / 작가정신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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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와의 첫만남을 간직하고픈 열망은 내 낧은 책상서랍 속에 그녀와 처음 술을 마셨던 곳에서 가져 온 병뚜껑 두 개를 고스란히 간직하게 하였다. 나는 왜 그랬을까? 그 때 그 시간들을 그리고 그 시간들 속에서 내가 가졌던 설레임의 감정과 알 수 없는 우리의 미래에 거는 희망을 간직하기 위함이었던가? 여기 이 질문에 답을 주는 책 하나 있다. 현대 직업 여성의 섬세한 심리묘사를 간결하고도 절제된 언어로 잘 표현한 작품 '그의 여자'가 바로 그 책이다. 새롭고 독특한 문체로 쓰인 작품에 수상하는 메디치상 수상작인 이 책은 120여쪽은 길지 않은 책이다. 12여년 동안 그녀가 쓴 4편의 작품이 모두 100여쪽 남짓한 짧은 작품이지만 그 작품 속에는 간결하고도 짧은 문장이 그녀가 전달하고자 하는 취지를 통렬하고도 시원하게 풀어내고 있다.

동거남과 헤어진 직업의사 끌레르는 아내와 아이가 있다는 공사장 인부에게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그와 아주 절제된(늘 1시간 15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만남을 갖는다. 그 만남의 과정은 주중간 계속되다가 주말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럴때면 그녀는 그의 가족을 머릿속으로 구성하고 아내의 옷차림과 몸매 그리고 얼굴에서 성격부여까지 온갖 상상력으로 상황을 만들어나간다. 그와의 관계는 너무나 감각적이고 또한 욕망은 절대적이어서 그를 소유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와의 만남이 남겼던 흔적을 광적으로 수집하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삼게 된다. 티스푼 하나와 각설탕 4개, 장미꽃 열 두 송이와 응답기 테이프 그리고 그가 사용했던 많은 콘돔들....

어느 날 관계 후 그가 아직 미혼이었다고 사실을 밝히자 이 물건들을 이제 필요없어진다. 직접 소유하고픈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되니 대리만족물은 필요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 대리충족물을 휴지통에 버리고 비어있는 서랍에 이번에는 그녀의 환자가 떨어뜨리고 간 성냥이 다시 놓임으로써 그녀는 다시 소유할 수 없는 다른 남자에 대한 욕망을 키우기 시작한다는 암시는 현대 사회의 단절되고 고립된 외로운 독신여성의 내면을 마치 사진기를 들이대고 클로즈 업시켜 사랑이라는 것의 본질과 욕망이 어떻게 관계맺고 있는지를 자세하고 정밀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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