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부처가 사는 나라
청화스님 문도회 엮음, 김형주 사진 / 이른아침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청화스님을 알게 된 것은 지난 부처님 오신 날 저녁늦게 우연히 켠 TV에서 방영된 분이었기 때문이다. 스님의 삶과 깨달음을 향한 의지는 나로서는 무척이나 감동이었다. 일일일식을 40여년이 넘게 이어온 것 하며 같은 기간동안 장자불와하며 수행을 했던 그 치열함은 생사를 해결하는 문제가 목숨을 걸어놓지 않고서 설렁설렁하는 마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절실함과 긴박함을 말하고 있었다. 스님의 삶을 바라보며 나의 삶을 되돌아보면 부끄러움 뿐이었다. 식욕이며 색욕, 수면욕을 다스리는 스님의 의지는 그야말로 세상의 그 무엇도 꺽을 수 없는 철옹성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런 스님이 강조한 것은 "염불선"이었다. 고행과 수행의지라면 부러울 것이 없는 스님이 "화두선"아닌 염불선을 강조한 데에는 아마 근기가 부족한 세인들이 좀 더 수월하게 부처님의 법에 닿게 하기 위한 배려심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화두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으면서도 늘 그 화두가 몇 일을 가지 않았던 것에 대해 내 자신을 탓해왔던 바도 있었기 때문에 스님의 염불선의 방법은 어쩌면 나에게 어울리는 방법일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책 머리에 나오는 스님의 사진 한 장 한 장을 천천히 들여다 보면서 스님의 얼굴표정에는 자신의 마음이 머물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그 표정이 웃으시건 무표정이시건 간에 너무나도 평화롭고 자유로워보였다. 인간으로 태어나 한 번 웃어볼려면 저런 웃음 정도는 한 번 웃고 죽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웃음이었다. 한 치의 티끌같은 사사로움도 없는 무애한 웃음이 있다면 바로 저럴 것이다라른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닦이지 않았으면서 존재의 실상인 공을 알려고 머리로만 애쓰던 나의 철없는 모습이 눈앞에 아련하다. 과욕을 부리기보다는 꾸준하고 성실하게 마음 닦을 일이다. 내 마음 속에 먼지가 수십 수백 두께가 쌓여 있는데 진실이 보이겠는가? 순간 순간 마음 회향하는 노력을 할 일이고, 그것을 통해 눈꺼풀 위를 덮고 있는 대들보는 치울 일이다. 삶과 죽음의 절절하고도 급박한 문제 앞에서 나태해지는 내 마음에 채찍질을 할 일이다.

부처님이 사는 나라, 그 나라에 살면서도 업장이 두터워 천지구별을 못하는 내 앞에 아련하게 등불하나 반짝이고 있다. 스님은 그렇게 가신 뒤에도 중생의 업장을 녹이는 용광로로 우리들 앞에 현존하고 계신다. 그 마음에 내 마음을 맞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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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신념처로서, 이 육신은 살과 뼈와 피와 고름 등 여러 더러운 것들이 인연 따라 잠시 모인 것이니 부정하다고 관찰하고,

둘째, 수념처로서, 중생들이 낙이라고 여기고 집착하는 재물이나 음행이나 권속이나 권세 등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고 필경 고통의 결과를 맺는 근원으로 관찰하고,

셋째, 심념처로서, 인간의 마음은 잠시도 쉬지 않고 항시 전변하여 마지않는 무상한 것이라고 관찰하며,

넷째, 법념처로서, 일체 모든 것은 허망하고 무상하기 때문에 고정된 실체가 없고 자재로운 것도 아니니 나라고 할 것이 없는 무아이며 나의 소유란 아예 없는 무소유임을 관찰하도록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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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이 2004-06-29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념처관은 비파사나명상의 기본이다. 몸과 감각과 맘 그리고 몸과 감각과 맘으로 만나는 세상의 모든 것을 관찰하는 명상이다. 미리 몸을 부정하다 말고 감각이 고통의 근원이라 생각치 말고 맘이 무상하다는 사실을 편견지우지 말고 이 우주가 본디 실체없는 세상임을 굳히지 말고서 몸을 보고 감각을 느끼고 맘을 인식하고 세상을 경험해야한다.

진리란 목구엉에 걸린 작은 가시처럼 삼킬 수도없고 뱉지도 못하는데서 시작해야한다. 몸에서 감각에서 맘에서 그리고 세상의 경험에서 우리는 따라갈 수 도 없고 내버릴 수 도 없는 진리로 가는 문을 만나야 한다. 그 문으로 들어가서 몸이 깨끗치 못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감각이 고통의 괴로움임을 깨닫게 된다. 맘이 무상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아무런 실체가 없는 것임을 깊이 깨닫게 된다. 몸감각맘세상을 일단 있는 그대로 지켜보라. 지켜보는 깨달음의 진리는 그곳에 있다.
 

제일, 살생하지 말라

제이, 훔치지 말라

제삼, 음란한 행위를 하지 말라

제사, 거짓말하지 말라

제오, 술을 먹지도 말고 팔지도 말라

제육, 사부대중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제칠, 자신을 찬양하고 다른 사람을 비방하지 말라

제팔, 자기 것을 아끼고 남을 욕하지 말라

제구, 화내지 말고 참회하면 받아주라

제십, 삼보를 비방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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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쌀 한 알 - 일화와 함께 보는 장일순의 글씨와 그림
최성현 지음 / 도솔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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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무위당 선생님이 투병할 때 이현주 목사님과 "노자의 도덕경"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묶어 "노자 이야기"라는 책을 읽고 삶의 커다란 감동을 마음 속에 간직하게 되었다. 이후 장일순 선생님의 책을 찾아보았고 그래서 "나락 한 알 속의 우주"라고 하는 녹색평론에 실었던 글모음집을 구할 수 있었다. 무위당 선생님은 유,불,선 등의 다양한 종교적 입장을 아우르면서 그것이 지향하는 같은 하나를 자신의 사상에서 찾아내었고, 이를 삶 속에서 체화시켜 낸 분이다. 김지하 시인의 소개글이 무위당 선생님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하는 일 없이 안하는 일 없으시고

 달통하여 늘 한가하시며 엎드려 머리 숙여

 밑으로 밑으로만 기시어 드디어는 

 한 포기 산 속 난초가 되신 선생님."

선생님의 사상은 해월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동학사상이 단순한 사회운동이 아니라 서학에 맞서는 하나의 사상으로서 나오게 된 것을 재조명하고 재연구되게 된 것도 그의 영향이 컸다. 선생님이 부인을 비롯하여 모든 여자들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마음도 해월의 사상의 영향이 있었다고 보여진다. 나아가 선생님은 사람사는 도리에 대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좋은 귀감이 된다. 한 종교를 선택하여 한 교인으로서 깊은 정신적 경지에 이르러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들은 많지만, 선생님처럼 자신의 한 명의 교인으로서 별로 드러나지 않아도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면서 사랑을 남김없이 베풀며 민중들 속에서 하나의 좁쌀같은 존재이고자 했던 특별한 친근함이 있다.

좁쌀 한 알이라는 이 책을 통하여 궁금했던 선생님의 삶과 사상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어서 기쁘다. 호를 일속자라고 할 정도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내면으로는 더욱 깊이 자신의 삶과 정신에 몰두했으며 그러면서도 밖으로는 자신을 가장 낮추어 밑바닥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자 했던 그는 우리시대의 진정한 성인의 모습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친 '난'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이미 인생에 대해 달관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이 베어 있다. '글'도 선생님은 고구마를 팔기 위해 절절한 마음으로 써놓은 글씨에 비할 바가 못된다고 하지만, 이미 선생님의 글에선 그 절절한 마음이 은은히 퍼져나오고 있음을 아는 사람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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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4-06-17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썼는데...달팽이님의 글이 먼저 올라있더군요. 반가운 맘에 코멘트를 남깁니다...같은 글을 읽고 비슷한 마음을 품게 되는 것만치 사람 마음을 울리는 게 있겠는지요. 참...흐뭇해지는 밤입니다...^^

달팽이 2004-06-18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일순 선생님의 바른 삶에 배움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인연이 된다 생각합니다....
책 부지런히 읽으시고, 좋은 배움 공유합시다...감사합니다.

로드무비 2004-08-12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잊고 있었네요.
꼭 사볼랍니다.
그리고 달팽이라는 노래가 제 18번일 때가 있었어요.
아주 오래 된 얘기죠.^^

달팽이 2004-08-12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도 그랬답니다....다만, 주체할 수 없는 젊은 날의 고독과 외로움이 좋아서....하지만 이젠 속도에 지친 삶에서 놓여진 느린 삶과 그 속에서의 부활하는 정신적인 삶을 위한 상징으로 '달팽이'를 사용하고 싶군요...만나서 반갑습니다...
 

밤마다 부처와 함께 자고

아침 되면 함께 일어난다

부처 간 곳을 알고 있는가

말과 침묵, 움직임과 고요함이 끊어진 곳이라네

 

                                                      - 부설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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