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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힘들 땐 울어도 괜찮아
김상복 지음, 장차현실 그림 / 21세기북스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교사로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때로는 가정 내의 불화와 무관심이 아이들의 얼굴에 그림자로 드리워지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럴 때 담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에 안타까워지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이러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하여 19여 년 동안을 교직에 몸담아 온 현직교사가 시도한 도덕 수행평가의 내용을 간추려 묶은 것이다. 자녀들이 부모들의 행동을 관심을 가지고 잘 지켜보면서 부모들의 좋은 행동에 대해 칭찬하기의 내용이다. 이 칭찬을 통해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것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다라는 인식의 전환을 맞이하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들은 한 가족이지만 집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이 되는가? 더구나 형식적인 대화말고 정말 인간적이고 가족으로서의 정을 주고받는 대화는 얼마나 많이 하고 있는가? 식사시간에도 말을 하면 음식물이 튀니 조용히 식사나 해라는 태도를 취하며, 텔레비젼을 시청할 때에도 역시 대화는 되지 않는다. 더구나 올림픽이라든지 스포츠시즌이나 좋아하는 드라마에 빠져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가족간의 허물없는 대화의 시간은 찾아보기 힘이 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대화의 부족 속에, 가족간의 인간적인 신뢰감의 상실과 감정의 메마름 속에 고통받고 상처받는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난과 갈수록 힘들어지는 직장생활의 노곤함 속에서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작은 칭찬의 말 한마디가 부모들의 두 어깨 위에 지고 있는 천근만근의 짐을 가볍게 하며, 삶의 고통을 극복해나갈 마음의 의지처가 된다. 더구나 이러한 칭찬을 통해 말로는 표현되지 않았던 가족들간의 신뢰감과 사랑이 확인될 때에는 기쁨으로 가슴을 적시게 한다.
칭찬을 하려면 우선 상대방의 행위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 출발하여 그 행위의 이면에 놓여진 마음을 이해하여야 하며, 그런 과정을 통해서 가족간의 배려심과 공감을 키워가게 된다. 나아가 이를 통해 알게 모르게 쌓였던 오해와 감정의 골이 해소되는 등 정서적인 면에서의 순화작용도 크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현대사회에서의 인간의 소외와 무관심의 벽이 작은 웃음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한마디의 말로서 쉽게 허물어질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야말로 사소한 칭찬의 말 한다디가 얼어붙은 감정의 골짜기를 녹여서 봄의 시냇물처럼 경쾌한 마음의 여울물을 만들어낸다.
어쩌면 이런 노력은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작은 일이지만 그것은 우리 사회로 세계로 마음을 열어 놓게 된다면 우리 사회와 세상을 밝게 하고 성숙하게 하고 인간답게 하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만화를 통해 보여진 아이들의 실험과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행착오들을 보며 배를 잡고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감당할 수 없는 웃음 이면에 잔잔히 가슴을 울려오는 감동을 결코 잊어버릴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