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 :  내 식사는 준비되었고 암양의 젖도 짜 두었습니다. 내 집 대문은 잠기어 있고 불은 타고 있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마음대로 비를 뿌려도 좋습니다.

부처 :  내게는 더 이상 음식이나 젖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바람이 내 처소이며 불 또한 꺼졌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마음대로 비를 내려도 좋습니다.

목자 :  내게는 황소가 있습니다. 내겐 암소가 있습니다. 내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목초지도 있고 내 암소를 모두 거느릴 씨받이 소도 있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마음대로 비를 내려도 좋습니다.

부처 :  내게는 황소도 암소도, 목초지도 없습니다. 내겐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마음대로 비를 내려도 좋습니다.

목자 :  내게는 말 잘 듣고 부지런한 양치기 여자가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이 여자는 내 아내였습니다. 밤에 아내를 희롱하는 나는 행복합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마음대로 비를 뿌려도 좋습니다.

부처 :  내게는 자유롭고 착한 영혼이 있습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내 영혼을 길들여 왔고, 나와 희롱하는 것도 가르쳐 놓았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마음대로 비를 내려도 좋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연 2004-09-05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미할 말이군요..퍼감다^^

혜덕화 2004-09-06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타니파타의 제일 앞부분에 나오는 노래(?)이군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그 리듬이 너무 좋아서 수타니파타를 노래라고 부르고 싶거든요.)
그리스인 조르바에도 이런 대목이 있었나 싶군요. 오늘 집에가면 찾아봐야겠어요.
 

남한 오대산 상원사 종

북한 묘향산 보현사 종

산새벽 이십팔수

저녁 삼십삼천

울려

 

밤새워

눈뜨고 매달려 있다

 

강남의 벗 침묵으로 오라

이 세계 온갖 마이크 앞에서 웅변들 저주받았다

 

그대 천고의 침묵 어서 오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어느 날은

손님인가 하였습니다

 

어느 날은

주인인가 하였습니다

 

이런 세월

굴뚝들

저마다 피워 올릴 연기를 꿈꾸었습니다

 

오늘도 모르겠습니다 시가 누구인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 소노 아야코의 계로록(戒老錄), 개정판 나이의 힘 1
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 리수 / 2006년 12월
평점 :
일시품절


TV드라마나 상품광고 그리고 영화에서 노인들이 사라져가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너무나도 물질적이고 쾌락적이어서 젊음과 생명의 열기가 넘쳐흘러 광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이런 사회분위기에서는 죽음과 늙음은 터부시되고 외면되기 십상이다. 이러한 사회분위기에서 그것도 마흔하나의 나이에 자신의 노년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던 한 여자가 있다. 더구나 이 책은 1972년도에 씌여진 것이라는 점을 볼 때 종교적 관점이 아닌 일반인들이 자신의 노년에 대해 생각해보고 나이듦에 대해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수용하는 성숙한 태도를 갖춘 선구적인 작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첫번째 장에서는 우선 나이가 들게 되면서 사람들이 흔히 가지게 되는 의존적인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 그리고 자기중심적인 태도에 대해 경고한다. 이러한 점들이 바로 노인들을 사회에서 아무런 필요도 없이 사회적 생산물을 축내고 있는 기생계층으로 만들어버린다고 본다. 따라서 노인들이 스스로를 세우고 구제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다음으로는 이제 노년의 생활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러기 위해선 경제적인 문제들도 어느 정도 해결되어야 하지만 조건이 갖추어지지 못할 때에는 그 조건하에서 능동적이고도 긍정적으로 생활할 것을 권유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떨쳐버리고 현재의 삶에 충실하라. 몸의 쇠락에 너무 주룩들지 말고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수용하라. 몸의 쇠락에 따르는 인간관계의 상실과 축소도 자연스럽게 수용하라. 타인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심을 가지라. 오늘 바로 지금 현재의 삶에 감사하라. 삶의 궁극적 의미와 깨달음은 어느 순간에 올지 모르므로 언제나 깨어 있으며, 어떤 순간에서도 삶을 쉽게 포기하지 말라 등의 교훈들은 나의 노년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자세한 실천지침까지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인생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그러하듯 노년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지점, 즉 죽음의 문제를 피해갈 수가 없다. 따라서 나이듦에 대한 성숙한 태도를 가진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몸의 죽음에 대한 성숙한 자세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죽음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앞에서 말한 모든 이야기가 사실은 이 죽음의 문제를 온전히 안아낼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것이다. 죽음을 늘 일상으로 가져와 어떤 순간에서의 죽음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러한 준비는 죽음의 과정을 통하여 사람들과의 관계를 아름답게 고양시키고 타인에게 삶의 의미에 대한 교훈을 자신의 죽음을 통하여 남길 수 있게 된다.

소노 아야코의 계로록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들을 위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여자로서의 섬세함은 우리가 노년의 일상을 영위하는 데 있어 구체적인 지침이 되는 행동을 위한 세심한 실천들로 제시되고 있어 이 책의 내용을 실천해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현실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노년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지금을 사는 우리들의 삶을 보다 먼 시점에서 성찰할 수 있게 해주고 그래서 지금을 더욱 알차게 살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 힘들 땐 울어도 괜찮아
김상복 지음, 장차현실 그림 / 21세기북스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교사로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때로는 가정 내의 불화와 무관심이 아이들의 얼굴에 그림자로 드리워지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럴 때 담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에 안타까워지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이러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하여 19여 년 동안을 교직에 몸담아 온 현직교사가 시도한 도덕 수행평가의 내용을 간추려 묶은 것이다. 자녀들이 부모들의 행동을 관심을 가지고 잘 지켜보면서 부모들의 좋은 행동에 대해 칭찬하기의 내용이다. 이 칭찬을 통해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것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다라는 인식의 전환을 맞이하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들은 한 가족이지만 집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이 되는가? 더구나 형식적인 대화말고 정말 인간적이고 가족으로서의 정을 주고받는 대화는 얼마나 많이 하고 있는가? 식사시간에도 말을 하면 음식물이 튀니 조용히 식사나 해라는 태도를 취하며, 텔레비젼을 시청할 때에도 역시 대화는 되지 않는다. 더구나 올림픽이라든지 스포츠시즌이나 좋아하는 드라마에 빠져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가족간의 허물없는 대화의 시간은 찾아보기 힘이 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대화의 부족 속에, 가족간의 인간적인 신뢰감의 상실과 감정의 메마름 속에 고통받고 상처받는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난과 갈수록 힘들어지는 직장생활의 노곤함 속에서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작은 칭찬의 말 한마디가 부모들의 두 어깨 위에 지고 있는 천근만근의 짐을 가볍게 하며, 삶의 고통을 극복해나갈 마음의 의지처가 된다.  더구나 이러한 칭찬을 통해 말로는 표현되지 않았던 가족들간의 신뢰감과 사랑이 확인될 때에는 기쁨으로 가슴을 적시게 한다. 

칭찬을 하려면 우선 상대방의 행위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 출발하여 그 행위의 이면에 놓여진 마음을 이해하여야 하며, 그런 과정을 통해서 가족간의 배려심과 공감을 키워가게 된다. 나아가 이를 통해 알게 모르게 쌓였던 오해와 감정의 골이 해소되는 등 정서적인 면에서의 순화작용도 크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현대사회에서의 인간의 소외와 무관심의 벽이 작은 웃음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한마디의 말로서 쉽게 허물어질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야말로 사소한 칭찬의 말 한다디가 얼어붙은 감정의 골짜기를 녹여서 봄의 시냇물처럼 경쾌한 마음의 여울물을 만들어낸다.

어쩌면 이런 노력은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작은 일이지만 그것은 우리 사회로 세계로 마음을 열어 놓게 된다면 우리 사회와 세상을 밝게 하고 성숙하게 하고 인간답게 하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만화를 통해 보여진 아이들의 실험과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행착오들을 보며 배를 잡고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감당할 수 없는 웃음 이면에 잔잔히 가슴을 울려오는 감동을 결코 잊어버릴 수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