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푸른 나무 그늘진 뜨락에서 이따금 새가 지저귄다.

부채를 들어 책상을 치며 말했다.

"이것은 내 날아가고 날아오는 글자이고, 서로 울고 서로 화답하는 글이로다. 오색 채색을 문장이라고 한다면 문장으로 이보다 나은 것은 없을 것이다. 오늘 나는 책을 읽었다."

 

                                                                                                    - 박지원,  答京之之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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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와 사슴의 무리

쑥대로 이은 집.

창 밝고 사람은 고요한데

배고픔을 참고서 책을 보노라.

 

 

                               - 송시열,  書畵像自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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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5-09-23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쩍 마른 몸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
글을 쓰지도 세상에 나아가 이름을 떨치지도 못하는 나.
이렇게 평생 글이나 읽으며 살리라.

파란여우 2005-09-27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염소와 개구리만 친구로 있는 집
그러나 가만 보면 하늘도, 벼 이삭도, 귀뚜리도 있는 집이라네
달은 없어도 별이 있어 풍족하고
저녁먹고 뜨신 숭늉 한 사발로도 뱃속이 따듯해져 오면
읽던 책을 덮고 고양이처럼 잠을 자리라
 

시험삼아 옛 사람의 좋은 문장을 살펴보면 쓰고 있는 문자의 종류가 모두 평범하고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이지, 별도로 심오하고 어려운 글자를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꺼내와 토론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 문장은 절로 우리들이 미칠 바가 아니다.

이는 다만 그 마음씀과 뜻을 둠이 우리들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책을 읽는 법은 반드시 그 마음과 뜻의 묘한 곳을 얻어 안 뒤라야 바야흐로 효과를 볼 수가 있다.

 

                                                                                         - 임상덕, 통론독서작문지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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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9-24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흠, 그러니까 저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전 쉬운 문자 외에는 모르는 것이 다행인듯 합니다.
그걸 용심이라고 부르는지 첨 알았어요^^

달팽이 2005-09-24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심이라는 말은 저도 첨 알았어요..

어둔이 2005-09-26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심에는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마음을 거슬러 올라가는 마음씀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인생을 살펴내는 마음씀이 있지요
거슬러 올라가면 마음 없는데 닿고
살피어 둘러보면 마음을 벗어나는 것이 없지요
오직 마음뿐일 때 마음을 어떻게 써야할까요?
용심도 잘못써면 욕심이 되고 망심이 됩니다.
진정한 용심이라면 그러한 욕심과 망심까지도
두루 살필 수있어야 하겠지요
그래서 세상을 담아낼 수 있는 욕심으로 키워내고
일체의 마음이 없는 망심으로 길러내어야 하겠지요
상구보리 하화중생입니다.
앗!!!

어둔이 2005-09-26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상보다는 관상이 좋아야하고 관상보다는 타고난 골상이 복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육신의 골상보다는 보이지 않는 심상이 더 좋아야 합니다.
그러나 심상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그 마음을 써는 용심만 못하다고 옛어른들은 말씀하시지요
그러니 손금 볼 생각말고 관상 때문에 마음 상하지 말고
턱깍고 키키우지 않아도 타고난 마음의 본성
그 마음을 사랑으로 써고 있느냐를 살펴보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인생의 비밀은 마음의 비밀입니다
그 마음은 누구나에게 있으니 달리 다른 곳으로 쳐다볼 필요없겠지요
사실 책도 볼 필요 없어요. 마음만 뚜렷히 볼 수 있다면
그 마음이 자비 가득 세상에 흘러 넘치게 해야겠지요.
최고의 마음이 홍익인간하는 마음입니다
우리 복받을 생각보다는 먼저 복짓는 마음을 키워냅시다
합장~ 나마스떼!!!!
세상의 모든 사람들 업장해탈하고
세세생생 인간 몸받아 선지식 잘모시고
밝은 날같이 환하게 마음복 많이 짓기를 발원합니다.^!!^

달팽이 2005-09-26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말이 많군요..ㅎㅎ

파란여우 2005-09-27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둔이님은 집으로 돌아오시는 중간에
어느 주막에 들리셨던 것 같아요
주모를 잘 보셔요
혹시 감춘 꼬리를 보실 수 있는지....^^
 

  무등산은 높고도 넓어 걸쳐 있는 고을이 일곱이나 된다.

정상에 오르면 북으로는 적상산을 바라볼 수 있고, 남으로는 한라산을 굽어볼 수 있다.

월출산과 송광산쯤은 모두 손주뻘이다.

위에는 열세 봉우리가 있다.

늘 흰 구름이 지키고 있다.

사당이 있는데 무당이 관리한다.

그 말이, "우레나 번개가 치고 비와 구름이 일어나는 변화는 늘 산허리로부터 일어나 자욱이 아래로 밀려 내려가지요. 하지만 산 위에는 푸른 하늘 그대로랍니다."라고 한다.

그 산 됨이 과연 빼어나지 아니한가?

중봉의 꼭대기에 서면 표연히 세상을 가벼이 보고 홀로 신선이 되어 날아가고픈 마음이 일어나, 인생의 고락이란 마음에 둘 것이 못됨을 깨닫게 되니, 나 또한 까닭을 알지 못하겠다.

 

                                                                                                                    - 정약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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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9-21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을 내려오면
다시 산을 그리워하고
산을 오르면
비로소 커지는
이것을 무엇이라 하는지
나 또한 까닭을 알지 못하겠다.

달팽이 2005-09-21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을 내려오면
비바람이 불고 천둥이 치고
산위에 올라서면
푸른 하늘 그대로랍니다.
삶의 희비애락 속에 파묻힐 때
가끔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 그대로의 모습을 찾는 것

어둔이 2005-09-22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을 오르지 않아도
만나는 하늘인데
산을 올라보아야 비로소
하늘을 만난듯 하고
산을 내려오지 않아도
딛고 있는 땅인데
산을 내려와서야만 비로소
땅을 바로 딛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산이 사람을 속이는 건가?
사람이 산을 속이는 건가?
 

  미뤄두었던 치료가 시작되었다.

우선 앞니 하나를 뽑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마취를 하고 잠시 후 부워서 감각이 없는 이를 의사는 뾰족한 송곳으로 이리 저리 힘을 주자 틱 하고 혀 위에 떨어진 이가 느껴졌다.

솜뭉치를 물고 집에 들어서서 책을 읽다가 점점 빠진 이의 감각이 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이 하나 뽑은 곳도 예전에 있었던 자리라는 마음이 통증을 유발하고 비어있다는 허전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아, 오늘은 밥 먹기가 조심스럽구나! 하는 작은 걱정도 생긴다.

작은 이 하나도 이러할진대 몸착이 나에게 주는 두려움은 더욱 크다.

앞으로 오랜 기간 동안 불편해서 어쩌나?

수술은 잘 될까? 하는 걱정도 든다.

그럴 때 가만히 생각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한다.

추석 연휴 여기 저기 오가며 몸따라 마음이 끌려 다녔던 내가

작은 이 하나 뽑고 이렇게 배운다.

자아라는 상에서 벗어나 참된 나에 대한 의문으로 향한 여정이

문득 이렇게 내면에서 시작된다.

뭘, 그리 앞날에 대한 걱정이 심한가?

지금 공부 제대로 하고 있나? 하는 것에 신경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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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9-20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되실 겁니다...

달팽이 2005-09-20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해요..물만두님..

파란여우 2005-09-21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걱정마세요
달팽이-고마워요. 파란여우님..

달팽이 2005-09-22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