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나무꼭대기에서부터 드러난 앙상한 가지를 보게 된다.

낙엽을 떨구고 있는 땅을 보긴 하지만

고개를 들어 나무의 벗은 모습을 올려다보는 것은 가끔이다.

항구의 뱃고동 소리위로 석양은 소리없이 짙어지고

차가와져만 가는 하늘엔 구름떼가 모여들어 흐린 회색하늘을 만들어낸다.

이 가을,

바닷바람에 떨고 있는 나뭇가지와

아슬아슬하게 붙어서 남은 생의 소멸을 기다리는 아직은 많은 잎새들...

내 생명의 빈탕,

인생사에 흔들리며 우주끝에서 우주끝까지

애처롭게 스며드는 삶의 연민

화두처럼 들고 있는 존재의 의문 속에

또 하루는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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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그대 잠들지 말아라

 

마음이 착하다는 것은

모든 것을 지닌 것보다 행복하고

행복은 언제나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곳에 있나니

 

차마 이 빈 손으로

그리운 이여

풀의 꽃으로 태어나

피의 꽃잎으로 잠드는 이여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그대 잠들지 말아라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 정호승, 박항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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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아 2005-10-19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충분히 슬픈 후에야...이 시를 노래하고 있는 듯...

달팽이 2005-10-19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낙이불음, 애이불비..
 

어둠이 사위를 삼키는 밤에

달빛의 동그라미 안에 앉아

도란도란 나누는 삶의 이야기

멀리서 고기잡이 배의 불빛은 반짝이고

가끔씩 들썩이며 부서지는 파도는

머나먼 바다의 생의 욕망

고기를 낚아올리는 방파제 아래서

달빛을 제각각 가슴에 품고서

술잔을 드는 이 밤엔

갈매기도 밤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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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0-17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하게 옷 껴입고서 방파제 언저리에 앉아 좋은 사람들과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고 싶습니다. 크흣..

달팽이 2005-10-17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달빛 가슴에 가득 안고서 서로의 체온으로 따뜻해지는 그 자리에...
이미 마음으로는 당신과도 함께 하였습니다 그려...
 

내 그대 그리운 눈부처되리

그대 눈동자 푸른 하늘가

잎새들 지고 산새들 잠든

그대 눈동자 들길 밖으로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되리

그대는 이 세상

그 누구의 곁에도 있지 못하고

오늘도 마음의 길을 걸으며 슬퍼하노니

그대 눈동자 어두운 골목

바람이 불고 저녁별 뜰 때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되리

 

                             - 정호승 글, 박항률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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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5-10-17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그대 그리운 눈부처되리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되리
그대는 이 세상
그대가 슬프고
그대가 괴로워할 때
그대가 힘들고
그대가 지쳐할 때
그대가 아프고
그대가 절망할 때
그 모든 것 수용하고
그 모든 것 겪어내며
그 모든 것 승화시킬
나 그대의 눈부처되리
나 그대 일평생 눈부처되리

파란여우 2005-10-17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그대에게 바라는 것은 오직 한가지
슬프고 괴로운 이 세상 그대의 눈부처 되는 일 한가지로
그대의 무거움, 그대의 어둠속을 헤치고 들어가
그대의 쓰라림을 안아 주는 일
그대의 갈라진 손등을 보듬어 주는 일
그것만으로 산다한들 아까울 것 없는
한 세상 살이 그대의 눈부처 되는 길

어둔이 2005-10-18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대 나를 바라보는 그 눈길
내가 그대를 바라보는 눈부처

서로가 서로의 눈 속에서
눈 부처 그냥 바라보는 것으로
가을이 오고
잎 지고
바람이 하늘가로 파아란

그대의 눈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나의 눈 속에서 그대를 바라보는

서로의 눈 속에서 사랑으로 만나
눈부처 하나
가을날 물별처럼 흔들린다



 

사랑했던 첫마음 빼앗길까봐

해가 떠도 눈 한번 뜰 수가 없네

사랑했던 첫마음 빼앗길까봐

해가져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네

 

                                  - 정호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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