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마법사 다스칼로스
키리아코스 C. 마르키데스 지음, 이균형 옮김 / 정신세계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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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쓰여진 것은 1980년대 초반정도이다. 이 때쯤에 세상은 물질적인 삶에 대한 반성과 정신적 생활에 대한 추구가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쏟아지기 시작하던 시기였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당시의 목적을 충실하게 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존재의 깊은 고찰을 영적인 관점에서 잘 풀어내면서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이어지는 스토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키리아코스가 자신은 사회과학자로서 객관적으로 신비주의에 대해 기록한 책이라는 설명은 좀 잘못되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혼으로 사람을 대한다는 것은, 더욱 영적으로 사람들의 문제를 치유한다는 것은 자신이 영적으로 준비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한다. 다스칼로스는 바로 그런 영혼에 대한 깊은 성찰과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을 영적으로 도우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영적인 도움이 단순하게 외부적인 도움만은 아니다. 그것은 도움받는 사람의 영혼을 깨우게 하고 그 사람이 스스로 자신을 치유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와의 영적인 접촉은 접촉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영적인 성장을 가져오게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양적인 사고와 세계관에 대해 목말라하던 서구사회에 그들의 논리와 언어적 방법으로 그 내용을 잘 풀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우주의 비밀과 의식의 세계에서 물질화된 세계로 표현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전체지도를 그릴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이 책이 가진 장점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텅 빈 자족성과, 현실적인 존재의 시련과 고난 중에서 어느 쪽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만일 내 곁에 그 눈을 가만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그 쪽을 택하겠다"고 하는 말에서 "그것은 절대적 있음의 속성으로 우주가 창조되게 한 그것과 동이한 내적 충동일 것이다"고 했다. 표현되어야만 우리는 영적인 성장을 할 수 있고, 또한 그것이 참된 우주의식에 내재하는 본성이라는 것이다.



그의 손을 거친 모든 사람들이 기적처럼 낫게 되고 영적인 성장을 이루게 되었다는 점, 지구에 떨어지는 스카이랩 우주선을 견인하기 위해 우주인의 힘이 작용하게 되는 이야기들이 사실 언어적 표현을 통하여 와닿는 느낌이 너무 낯설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우리가 영적인 면에 관해 환기를 시키는 면에서는 의미가 크지만 마음이 직접 어떤 곳을 지향하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영성서로서 가지고 있는 한계점이 있다는 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내용들이 나의 체험으로 만들어내기엔 거리가 너무 멀다는 말이다. 마음에 어떤 지향점들이 직접 생기는 책들이 지금 시대에는 좀 더 맞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내가 그만큼 영적으로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하는 점이 많아서임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염체를 만들어 현실세계를 바꾸어내는 힘으로 사용한다는 점, 에테르체, 이지체 등 나아가 5,6,7차 등의 고차원적 차원에 대한 인식은 어찌 알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는 영적 소설 또는 무협지로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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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4-12-02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을 읽고 가장 크게 영향을 받았던 것은 "생각의 몸"이라는 말이었을 겁니다.

우리가 하는 생각도 나름대로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형체를 이룬다는 말이 충격적이더군요. 불교에서 말하는 의업도 짓지말라던 말과 같은 의미라고 봅니다. 그뒤부터는 생각도 조심하게 되더군요. 나쁜 생각이 일어나면, 생각을 멈추는 법을 공부하게 된 것도 이 책이 계기가 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달팽이 2004-12-02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멈추어진 그 한 생각 속에 이 우주가 담겨진다면 세상은 뒤집어지겠지요...그것이 무엇일까요? 오직 모를 뿐입니다...
 
집시 : 유럽의 운명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114
앙리에트 아세오 지음, 김주경 옮김 / 시공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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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라키스 음악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끼면서 나는 집시음악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위를 쓸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자유로운 집시음악에서 그들이 가진 영혼을 이해하고 싶은 욕망은 나로 하여금 결국 집시들의 삶과 역사에 관한 책을 뒤적이게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내가 특별히 감동했던 그 집시들의 음악을 이해하게 해주는 그들의 특별한 삶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였다. 집시들의 탄생과 유랑에 얽힌 역사적인 배경과 국민국가의 형성과 더불어 시작된 그들에 대한 박해와 학살이 집시들의 좌절과 한을 만들어내었고, 그 슬픔이 때로는 음악에 반영되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늘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로 살아야했기 때문에 소유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그들의 영혼이 보다 애절하지만 여유롭고 낭만적인 때로는 인간이 가진 모든 구속으로부터 놓여진 자유로움을  만들어내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들이 가진 자유로운 삶에 기반한 정신적 성장을 들여다보고 싶었던 내게 이 책은 좀 더 허기짐을 얹어 주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라인하르트를 비롯한 집시 음악에 대한 뒷부분의 설명은 음악에서 시작된 나의 집시에 대한 관심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더불어 나찌의 유대인 학살 속에 묻혀 버린 50만여명에 달하는 집시들에 대한 엄청난 학살과 잔혹성에 관한 이야기는 역사 속에 묻혀버린 애절한 집시의 슬픈 운명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왕과 국민국가의 횡포를 피해 늘 국경지대를 위험을 무릅쓰고 넘어야 했던 기억들, 굶주림과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생활들,  이런 현실적 시련들을 극복해가는 그들만의 음악과 춤, 그리고 세계관, 그런 삶에서도 늘 삶의 희망과 의미를 놓지 않아야 했던 그들의 삶과 정신세계에 대한 나의 갈증을 좀 더 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는 책과 음반을 찾아 나의 집시적인 추구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가진 것 없이 왔다가 가진 것 없이 가야하는 우리들의 삶도 알고보면 집시의 삶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 물질적으로 허망한 삶 속에 뭔가 의미있는 정신세계를 발견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나의 인생도 집시의 삶과 다르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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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4-11-20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렇습니다..

어둔이 2004-11-24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들은 '의무'와 '소유'라는 말을 버린 대신에 '자유'와 '사랑'이라는 말을 얻었다."라고 그들은 말합니다.

집시들의 떠도는 삶은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현실적인 개념을 버리고 우리의 마음속에 남겨놓은 이상적인 개념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습니다.

그들만의 신비화한 점술과 음악과 노래 그리고 바람...별..무엇보다 그들만의 특별한 정열과 머물지 않는 삶이 끊임없이 우리를 유혹합니다.

어쩌면 우리같은 사람들은 유혹당하고 싶어서 그들 주위에 어설렁거리며 이렇게 돌아 다니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용서
텐진 갸초(달라이 라마).빅터 챈 지음, 류시화 옮김 / 오래된미래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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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그 나름대로의 기운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감동적인 순간이 다가오는 것을 이미 마음으로 먼저 알게 되었다. 마음의 떨림이 더욱 빨라지고 있으면 어김없이 내 마음을 깊은 곳으로 데려다주는 달라이라마의 말씀이 뚜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수행자로서 또는 불교수도승으로서 열반이나 깨달음을 제외하고 이 생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하는 질문에 달라이라마는 "행복"이라고 대답했다. 그 명쾌하고 단순한 대답 속에는 모든 인간 존재가 목적하는 것이 담겨져 있다. 누구나가 행복을 원한다. 하지만 그러한 행복은 외부세상에서 찾게 된다면 생로병사의 인간사에서 결코 찾아질 수 없다. 따라서 달라이라마가 말씀한 행복은 마음의 행복이다. 그리고 그 마음의 행복은 세상의 현실이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그것을 행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비밀이다.

달라이라마 스스로 행하고 있듯이, 자신의 나라를 침략하고 많은 불교사원과 문화재를 파괴하고 수많은 티베트인을 죽이고 탄압했던 중국에 대해 그가 보여주는 "용서"는 인간 존재의 행복이라는 목적을 위해 상호의존하는 우리 존재의 깊은 본질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분이 실천해내고 있는 용서라는 행위는 상대방의 마음을 깊이 성찰하고 그 상대방의 영적인 성장을 위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용서하는 자신의 마음의 평화를 되찾고 삶의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삶에 대한 보다 우주적인 통찰과 인간 존재에 대한 보다 깊은 통찰이 그로 하여금 중국의 지도자들과 힘들게 성사시킨 회담을 무산시켜버리게 되는 줄 알면서도 천안문 사태에 대해 단호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중국에 대한 깊은 배려를 담은 담화문을 발표할 수 있게 만들었던 것이 아닐까?

세상 그 누구를 만나더라도, 그 사람이 아무리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이라할지라도 그 사람을 대하는 시간만큼은 상대방의 마음을 충분히 배려하는 그의 모습 속에서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된다. 아마 우리 인간존재로서의 영적 성장이 이루어낼 수 있는 최대의 위치에 그는 고고하게 서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가 전지구에 드리우는 자비의 기운이 너무나도 깊은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그가 중국인인 저자와 오랫동안 사적인 친숙함을 유지하며 티베트의 자비와 용서의 정신을 전달하고자 했던 이유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 서술되어 있었다. 하지만 저자가 어떠한 인연으로 이렇게 달라이라마와 사적으로 깊은 친분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이 끝내 없어서 책을 덮은 후에도 밀려드는 궁금함을 어찌할 수 없다. 아무에게도 잘 이야기하지 않는 영적 수행의 내밀한 체험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사이라면 정말 보통 인연은 아닐 것인데, 또한 달라이라마 사택에서의 많은 사적인 만남들이 가능했던 그만의 이유가 나는 더욱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말을 못하면 그럴 이유라도 좀 알려줬으면 하는 미련이 남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여러 가지 갈등과 그 갈등을 통해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우리들의 태도를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 달라이라마가 말씀하셨듯이, 어떤 일과 대상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그것을 깊이 분석할 수 있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사물과 사람과 자연과 사건을 대하는 모든 것에서 내 마음 속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없애고 모르는 그 마음으로 돌아가게 만들어준다.

아는 것이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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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4-11-07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진경문고 5
정민 지음 / 보림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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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선생님의 글은 옛글이지만 그 속에 옛 사람들의 마음을 담았다. 그저 눈으로 보이는 것만을 넘어서 옛 사람들의 그 마음 씀씀이와 직설적 화법보다는 돌려서 넌지시 암시하는 옛 사람들의 멋과 풍류를 그가 가진 마음의 눈으로 되살려 내었다. 그래서 늘 선생님의 글들은 우리들의 삶에 생활에 감추어진 멋들을 되살려내도록 해준다.

그가 이런 옛사람들의 시, 서, 화를 보는 안목으로 우리 옛 전통문화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써내려갔다. 단지 아이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우리 옛 글과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서 입문서로 사용해도 될 정도로 재미있고 알차게 엮어내었다. 글 속의 여백과 보여주지 않음으로 보여주는 옛 사람들의 지혜를 그는 될 수 있으면 빛바래지 않은 상태로 우리들에게 보여주고자 노력하였다.

우리의 옛 조상들은 정말 멋있고도 지혜로운 사람들이다. 말하지 않으면서 말하는 법에 의해 상대방이 보다 깊이 깨달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으며,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보여줌으로써 삶의 보다 깊은 곳에 대한 스스로의 체험으로 경험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다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그것을 보는 자가 갖게되는 온갖 상상력과 창조성을 해치지 않는 조심스러움을 보여주기도 하고, 사물에 깃든 생명력을 봄으로써 사물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사물과 만물에 대한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자아내게 하기도 한다.

옛 사람들의 작품속에서 우리는 그 사람을 발견한다. 그 사람이 품었던 의도와 그 사람의 세계관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그 작품을 만들어낸 사람의 애틋한 마음과 절절한 마음과 만나게 된다. 그 만남은 평범하고 관성화되어 삶의 활력과 신비를 잃어버린  현대인의 생활에서 지쳐버린 자신의 삶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과거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 사람이 기억해내고 현생활의 필요에 의해 되살려낸 과거가 된다. 물질문명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대하는 성숙하지 못한 우리들의 삶에서 옛 사람들이 가진 정신적 풍요로움과 여유로움은 각박해진 우리의 삶을 반성하고 오늘을 다시 새롭게 살게 해주는 힘이 된다.

그 힘을 정민 선생은 자신의 아들 '벼리'를 통해 이 세상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한 마음이 이 책 전반에 두루두루 널려 있음을 읽은 이는 알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내가 정민 교수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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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10-25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어렵다고 생각하는 한시를 아이들의 눈높이로 쓴 책이란 말이군요. 그렇다면 저도 이 책을 읽어봐야 겠군요^^님의 리뷰는 가을날의 한편의 맑은 수채화 같습니다. 예쁘다고 할까요..^^

달팽이 2004-10-25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사합니다...쑥스럽군요..ㅎㅎ

혜덕화 2004-10-26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년 전에 이 책을 처음 읽고 받았던 감동이 기억나네요.
할아버지가 손자를 데리고 무덤가에 가서 조촐한 제사를 지내는 모습의 한시를읽고
얼마나 울었던지. 눈물이 많아서 눈앞에 상상하는 풍경만으로 마음이 아리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좋은 책을 읽으셨네요.

달팽이 2004-10-26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혜덕화님 오랫만에 글 남겨주시니 반갑군요...정민 선생님의 옛 사람들의 글 이면에 있는 마음을 읽어내려는 그 마음이 존경스럽답니다...
 
왜 사는가 1 - 무량 스님 수행기
무량 지음, 서원 사진 / 열림원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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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산스님의 제자로 현각스님과 함께 예일대학교에서 숭산스님의 법문을 듣고 출가를 한 인연을 가지고 있는 무량스님의 출가의 과정과 구도의 과정을 자서전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 갖게 되는 특별한 경험과 그 경험을 받아들이는 의식은 늘 자신이 가고자 했던 방향에 대한 표식을 본능적으로 찾아가는 무언가가 있다. 무량 스님 역시 어머니의 죽음에서 그리고 자신의 성장과정에서 늘 무언가가 채워지지 않은 것으로 남아 자신의 삶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도대체 이 많은 생각들이 어디서 오는 걸까? 지금까지 받았던 교육은 대체 내게 무슨 도움을 준 것인가? 침대정리를 하고 먹을 것을 만드는 사소한 일 하나에도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하는 찾을 수 없는 존재의 공허함은 그의 인생을 더욱 많은 방황과 모험으로 이끌게 된다. 요가를 배우고, 태극권을 배우고, LSD를 복용하고 세상 어디를 돌아다녀도 그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이 많은 방황들이 자신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었음을 자신은 안다. 나에게 있어 20대의 위태로운 방황이 나의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만들어내었던 것처럼.....내 삶의 어느 단편도 버릴 것이 없듯이 그의 삶도 역시 버릴 것 없이 그 자신의 의식에 쌓여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많은 방황을 거치고 그것에 대한 경험들이 내면화되어 의식이 그것을 정리하고나서야 비로소 숭산스님과의 타이밍있는 인연이 있었던 것이다. 만남의 인연은 그렇게 오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말한마디로 정리해내고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시원하게 뚫어주는 말 한마디가 바로 우리의 의문이 해결되어야 할 방향을 가리키고 있으므로....숭산스님을 따라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절을 짓기 위해 자신의 노동만으로 세월을 견디어가며 그가 하는 만행은 결국 "왜 사는가? 나는 누구인가?"라고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그 답은 자신이 세상 어디를 다니건 어떤 경험을 하고 있건 자신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언어장벽을 뛰어넘어 한국의 산천을 누비고 다니고, 숭산 스님의 가르침을 쫓아 졸업만 하면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성공의 길을 접어두고, 사막 한 가운데에다 온전히 자신의 힘과 땀으로 태고사를 짓는 그의 만행은 너무나도 친절하고 배려심많은 스승 아래서 의문 하나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온갖 질문을 퍼부어대는 내게 그리고 무엇보다 절박하고 강한 의지없이 게으르고 나태한 내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해준다.


그가 숭산 스님의 시봉을 그만 두고 홀로 수행의 길을 개척해가듯이, 마음 속에서 자신의 의문을 스스로 헤쳐가는 용기와 모험정신이 나에게도 필요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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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4-10-23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문득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님의 리뷰로 더욱 마음을 굳히게 되는군요.
추천합니다...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