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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의 기쁨
애비게일 트래포드 지음, 오혜경 옮김 / 마고북스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노인문제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생산력의 발달에 따른 의식주생활의 개선으로 말미암아 평균연령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04년 말에 통계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남자의 평균연령은 74세 여자는 80세로 이미 고령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는 나이들어서 죽지못해 사는 것이 아니라 퇴직하고나서부터 앞으로 20년이 넘게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수밖에 없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노년생활에 대한 준비는 경제적인 준비에 국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마저도 국가나 사회적 차원에서의 준비라기보다는 개인적인 능력에 따른 준비에 맡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준비가 되었다고 해서 노년기에 대한 준비가 끝난 것이 아니다. 퇴직 후 갑자기 갈 곳을 잃고, 자신의 설 곳을 잃어버리고 사회적 인간관계의 상실에서 오는 무력감과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은 이미 범죄에 의한 타살의 수치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20세기 후반의 인류문명의 발달사에서 예전에는 주어지지 않았던 노년의 시기를 우리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이런 면에서 미국사회는 역시 문화적으로 열려있을 뿐만 아니라 앞서가고 있는 사회다. 퇴직 후에 벌어놓은 돈을 써가면서 어떻게 노년을 편안하게 보낼 것인가가 아니라 덤으로 주어진 인생을 어떻게 하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가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주어진 위치에서 더욱 많은 연봉과 지위를 포기하고 자발적으로 선택한 새로운 삶은 자신이 기존의 경쟁사회에서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갔던, 그래서 자신의 진정한 내면적 욕구를 무시하고 외부적 기준이나 타인의 기준에 맞추어 살았던 자신의 삶에 대한 단호하면서도 용기있는 반성으로부터 출발한다. 보다 낮은 보수나 불안정한 파트타임의 조건, 또는 무보수의 봉사적인 삶을 살아가면서도 자신의 진정한 내적 욕구로부터 출발한 삶은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시기의 특징은 사춘기와 비슷하다. 이 시기는 급격한 변화를 겪는 시기이다. 그 변화가 10대때는 신체적 변화로부터 시작하여 심리적인 불안감과 반항감이 싹터가는 시기라고 한다면 이 시기에는 그간의 모든 사회적 경험을 겪고 난 후 가지게 되는 지혜와 자신감으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할 수 있는 심리적인 변화가 그 특징이다. 이 시기는 자신의 가족관계나 사회적 관계의 상실에서 오는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고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여유와 지혜가 있는 곳이다. 따라서 10대의 사춘기가 자신의 바로 코 앞의 인생밖에 볼 수 없었다고 한다면 제2의 사춘기는 자신의 인생을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춘기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책이 우리나라의 실정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우리 나라는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처럼 100여년에 달하는 오랜 기간 동안 노령화사회로 천천히 이동하면서 노령화사회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 국가와는 달리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다. 그리고 급격히 노령화사회로 진입하는 동시에 그에 대한 준비라고는 경제적인 준비가 모두인 것처럼 생각되어지는 사회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제성장이 빨랐듯이 노령화사회의 도래속도도 빨라서 노령화쇼크의 사회가 다가올런지도 모른다.
물론 노령화사회에 대한 준비는 사회적, 국가적으로 준비되어야 하는 부분이 중요함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개인이 준비해야 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퇴직 후에도 4-50여년이 남겨진 나의 노년을 과연 어떤 의미있는 일들로 새롭게 채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준비없이 우리의 노년은 행복할 수 없다. 그것은 노령화사회를 준비하는 contents가 form만큼이나 중요한 것임을 이야기해 준다.
바로 지금부터 우리의 노년을 준비해야 한다. 그럴 때 나이듦은 단지 우리가 기피하고 싶은 절망의 언어가 아니라 보다 지혜롭고 의미있는 삶을 살게 해주는 희망의 언어가 되며 노년은 신체가 노화되고 죽어가는 과정뿐만이 아니라 새롭게 출발하고 시작하는 삶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