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그를 뽑은 사람들
스코트 새비지 엮음, 김연수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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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빠른 자동차와 열차, 비행기가 있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왜 시간에 쫓겨 가족들과 애정어린 대화 한마디 못하고 하루를 보내야 하는가? 노동의 편의를 위해 만든 기계가 왜 우리를 더욱 고립, 단절시키고 공동체를 파괴하는가?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는 정보와 상품의 세계화가 왜 인간의 삶을 더욱 황폐화시키는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자본의 미친 질주에서 한 두 걸음 떨어져 바라보고 그런 삶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산업혁명이후 기계의 발달은 우리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간접적이고 수동적으로 만들면서 땅과 강, 나무와 숲, 공기와 하늘 그리고 인간의 공동체마저 파괴하였다. 자연과 존재가 가진 수많은 다층적인 의미를 오로지 디지털 정보에 의해서만 파악하게 하고 인간사이의 공동노동과 끈끈한 유대를 단절시키고 좌절시켰다. 교육 또한 아이들로 하여금 기계적인 반응과 정보를 매개로 한 수동적인 의사소통만을 강요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미친 기차의 질주에서 뛰어내리는 것은 어쩌면 위험하고 불가능한 것으로 보일런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에게 전혀 불가능할 것 같은 이 상황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되어 준다. 기계와 문명을 벗어던진 삶, 플러그를 뽑은 삶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미쉬공동체의 이러한 삶의 방식은 그 영역이 아주 폭넓다. 어떤 물질주의와 기계주의도 반대하는 삶, 즉 세속적인 삶에 반대하는 것에서부터 최소한 먹는 것만이라도 스스로 생산하자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넓게 퍼져 있으나 우리의 비뚤어지고 어긋난 삶의 방식을 반성하고 올바른 방향을 모색해보고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도는 같다.

기계가 아닌 몸이 직접 자연을 포함한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 화학물질, 합성물질이 아닌 생명체와 직접 소통하는 방식 그리고 나아가서는 형식과 교조없이 직접 신과 만나고 일상의 모든 일과 존재에 신이 현현함을 체험하는 방식을 권한다. 그것은 해악만 가득한 매개체나 수단인 기계와 문명을 벗어던지고 우리가 사물과 자연과 삶과 세상과 신에게 직접 이어지는 삶을 추구하는 길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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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참회록 범우고전선 15
레오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 범우사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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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50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경험과 과거와 사고를 부정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적어도 그런 용기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모습을 늘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하며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다. 여기 이러한 삶을 대표하는 러시아 근대사상가이자 대문호인 톨스토이를 소개한다.

쾌락적인 삶과 지적인 삶의 추구와 더불어 부와 명예를 추구하며 산 날들을 50이 된 어느날 돌이켜보며 삶이란 허무함에 다름 아님을 깨우치게 된다. 자신의 이제까지의 삶을 완전히 부정하면서 그가 살아온 삶들을 지식인과 가진 자들의 쾌락주의적 위안이라고 단정내린 그는 인생을 우물 속에 빠져 추락하는 한 인간에 비유한다. 아래에서는 용이 입을 벌리고 자신을 삼키려 하고 있고, 위에서는 자신을 쫓는 호랑이가 뛰어들고 있을 때 추락하는 중간지점에서 가지를 붙잡고 짧은 순간을 버티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붙잡고 있는 가지를 갉아먹는 쥐가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가지에 발린 꿀을 빨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이 상황을 직시하게 되면 삶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길은 죽음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자살 밖에는 답이 없는 것이다. 그가 이제껏 추구한 지식은 그에 대한 답을 줄 수 없다. 그 어떤 지식도.....

여기서 그의 사고는 종교와 맞닥뜨리게 된다. 현생의 삶을 온전하고 완전하게 해 주는 것. 그러나 자신이 몸담았던 상류사회의 종교는 자기기만임을 깨닫고 진실로 삶과 종교가 일치하는 민중들의 삶에 주목하게 된다. 그들만은 자신의 삶속에 진정한 종교적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민중적 생활에 경도되었던 것은 그들의 삶과 생각 그리고 그들의 처지였다기 보다는 그들이 가진 진정한 믿음이었던 것이다. 그가 발견한 참다운 삶에 자신의 과거를 무로 돌리고 새로 시작할 수 있었던 용기는 그의 후기 작품들을 더욱 무게있고 완전하게 만들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그의 삶도 문학도 인생이 가진 보다 넓은 시각에서의 참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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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친구 클래식 레터북 Classic Letter Book 18
L.N.톨스토이 지음, 이상각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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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 두 작품('두친구'와 '탈출')은 그의 삶의 후반부에 있어서의 정신세계를 잘 보여준다. 세속적인 삶과 신을 향한 삶이 가지는 대비를 통해 우리가 가진 인생의 의미를 조명해준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라고 그는 말한다. 유리우스는 자신의 성장과정을 통해 누렸던 욕망과 쾌락 후에 자신의 삶을 첫번째로 반성하며 그의 진정한 친구 판피리우스를 찾아 나서지만 어느 중년 남자의 설득에 다시 세속적인 삶을 이어간다.

사치적이고 소비적인 삶을 접고,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리고 부도 추구하며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쌓아가던 중 판피리우스를 만나 두번째로 신을 향한 믿음에 삶을 바치려하나 또한 중년의사의 모습을 한 남자의 설득에 마음을 돌린다. 삶의 다음 단계에서 자신은 사회적 부와 명성을 모두 얻고 현실적으로는 부러움없는 삶을 영위하지만 아들이 자신의 젊은 시절의 방탕생활을 되풀이하게 되며 결국 그는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고 판피리우스를 찾게 된다.

그가 노년이 되어 찾은 크리스트 공동체에서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의 참된 의미를 깨닫고 사랑을 통한 참된 삶의 의미를 깨우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의 위치에 따른 삶의 이유를 가지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타인과 세상에 대한 사랑의 실현을 통해 신에게 가까워지는 것이다. 판피리우스와 유리시스의 삶에 있어 그들은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이듯이 우리 삶에 있어서도 각자의 삶이 상징하는 세속적인 삶과 종교적인 삶은 조화로움을 지향해야 한다. 또한 그것은 각 개인의 삶 속에 자리한 두가지를 어떻게 조화시키는가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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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선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었다 - 호주 참사람 부족과 함께 한 백인 의사의 감동 여행
말로 모간 지음, 류시화 옮김 / 정신세계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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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준비되고 예측되지 않을 때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이미 계획된 여행은 계획되고 준비된 대로의 의미만을 가지기 때문이다. 반면 느닷없이 닥쳐 온 여행은 그 여행의 의미에 대해 선험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으며 우리의 마음먹기에 따라 천차만별의 의미를 가진다. 그 여행의 경험을 얼마나 값진 것으로 만드느냐는 그 여행에서 우리가 얼마나 가슴을 열고 세상의 이치를 받아들이려 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의 인생 역시 하나의 여행이다. 그것은 예측할 수 없으며, 계획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어느 순간 뜻하지 않는 일들로 인하여 완전히 뒤바뀌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의 집착과 의지를 놓고 우리에게 주어지는 일과 현상에 마음을 열고 주목하게 될 때 이 인생이 가지는 의미를 우리는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사실 현상의 관점에서 본 경제적 성공이나 명예의 성취는 삶의 진정한 관점(영혼의 성장)에서 본다면 전혀 다른 결과로 보일런지도 모른다. 반면 경제적으로 보잘 것 없으며 권력과는 멀리 떨어진 소박하고 자연적인 삶이 우리의 인생 여행의 가치를 고양시킬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여행이 다른 사람이나 다른 것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데 진정한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참된 마음의 본성과 만날 수 있는 여행이라면 그것이 아무리 배고픔과 상처로 얼룩진 여행이라도 그 의미를 온전히 다할 수 있는 것이다. 인생에서 실패란 없다. 실패라고 불리워지는 삶의 경험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려 한다. 만일 실패가 있다면 그것은 단지 우리가 그 경험에서 주는 교훈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것일 따름이다.

비록 호주 참사람 부족은 머지 않아 지구상에서 그 자취를 감추겠지만 그들의 영혼과 참된 삶의 흔적은 대지 위에 지워지지 않는 발자국으로 남아 우리의 인생여행에 있어 그 온전한 의미를 실현하게끔 하는 안내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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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지혜 -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티벳의 지혜
소걀 린포체 지음, 오진탁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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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의 할머니가 앓아 누운지도 6달이 되어간다. 처가집에 들러서 할머니 머리맡에 앉아 있으면 할머니는 할머니의 불편한 몸과 걱정거리에 대한 많은 말들을 풀어놓으신다. 여든이 훌쩍 넘어버린 할머니가 다시 건강을 찾아가는 것은 힘든 일일 것이다. 이제 할머니는 어쩌면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계신지도 모른다. 마음이 다시 건강한 옛날의 기억을 떠올리고 그 날의 말들을 나에게 풀어놓으실 때에 나는 안타까움을 느끼곤 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앞에서 우리는 두려워하고 외면하려 한다. 하지만 죽음은 필연적으로 우리를 이 세상에서 몰아낸다. 하지만 사실 죽음이란 지금 우리의 삶속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 하루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죽음이 우리에게 언제 어떤 모습으로 올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 그 예측하지 못한 죽음으로 인해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죽음도 일상적인 삶의 전개과정으로 여기고 죽음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갖고 살게 된다면 우리가 사는 삶의 가치와 그 방향이 보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조명될 수 있다.

이 책은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티베트인의 지혜를 엮은 책이다. 자신이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과 죽음 이후의 상태를 언급하고 삶의 목적을 죽음으로부터 재조명함으로써 우리 인생이 갖는 의미를 제자리매김하고 영혼의 성장을 위한 명상법과 죽음의 순간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영혼 성장의 기회를 온전한 의미를 다하게 보내는 방법을 여러 가지 명상법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물론 내가 그 명상법을 대부분 이해하지 못하고 체험할 수 없지만 삶과 죽음에 대한 나의 인식을 더욱 넓혀 준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단지 자신의 영적 성장만을 위한 수행법을 강조하고 있지는 않다. 이 책은 우리의 영적인 성장이 많은 타인의 죽음을 보다 잘 준비해서 맞이할 수 있도록 돕게 하고 그럼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죽음이라는 마지막 삶의 기회를 통해 인생의 과제를 잘 파악하게 하고 영혼의 성장을 위한 기회로서 활용하게 돕는다. 자신의 수행이 단지 자신만을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보다 영적으로 성장시키는데 사용할 것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 성장해야 한다. 에이즈에 걸려 불과 2년동안 불교 공부를 하다 삶을 마감한 릭의 예는 우리에게 진정한 죽음을 준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우리가 수행의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그 때가 바로 수행의 시작되는 순간이라는 그의 말은 올바른 수행이 과연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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