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레미 말랭그레 그림, 드니 로베르 외 인터뷰 정리 / 시대의창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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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삶은 그 삶을 통하여 자신의 자아실현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전체 인류의 삶의 행복을 위해 기여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식인은 자신의 지적열망을 추구하여 자아실현을 하기도 하지만 진실에 대한 탐구와 그 결과를 전 국민에게 공유하고 국민의 진실에 대한 접근도를 높이는 데에도 그 의무와 사명감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여기 그런 의미에서 본 진정한 지식인이 있다. 그는 오래전부터 모국정부의 의도적인 전쟁과 잔혹함을 고발하고 다국적기업의 세계지배구조를 파헤치며 전세계적인 사건에 감추어진 진실을 이야기하였다.

언어학이 전공인 그는 그야말로 언어의 기술에 정통하다. 갖은 기교와 현란한 어휘구사로 대중을 어지럽게 하는 글쓰기가 아니라 단순하면서도 명쾌하고 진실을 꿰뚫는 글쓰기로 노동자와 농민들이라도 사건의 원인과 본질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게 한다. 진정한 깊이란 단순하고도 명쾌한 설명에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느끼게 한다.

두 시간의 인터뷰 분량의 내용을 묶은 이 책은 그 자체가 대중매체가 흔히 그러하듯 메세지를 교란시키고 아무런 소득없는 내용만을 담고 있는 보수언론에 정면으로 대항하고 있다. 그는 이 인터뷰를 통해 아직 지식인들에 의해 결론맺지 못한 현 세계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의문점들에 대한 단순하고도 논리적인 대답으로 본질을 쉽게 파악하게 한다. 공공기술의 민간에의 숨겨진 이전에 의한 정부에 의한 기업특혜와 그 위험과 비용의 국민적 부담, 비생산적이고 타락적이고 투기적 금융자본의 세계지배구조, 지배계층간의 보이지 않는 결탁과 보이지 않는 세계지배, 깨어진 민주주의, 대중매체에 의해 조작된 무의식 등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모순과 부조리의 원인이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잘 알게 해준다.

더불어 이러한 모순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는 미국적 자본주의의 세계화와 그에 대한 대안 세력의 부재에 대해 그는 대중의 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나서기를 자처한다. 그의 말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의 의식 속으로 파고들어 언젠가는 이 사회를 바꾸어나갈 주체를 기다리고 있다. 마치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태평양을 건너 대륙에 닿아 커다란 폭풍우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문화적 헤게모니에 의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의식마저 흐려지는 이 시대에 그는 진실을 위한 외침을 하고 있다. 대중매체가 가진 비 중립적 성격과 보수언론과 비겁한 지식인들의 세계를 따갑게 질타하는 그의 정직성에 다시 한 번 참된 지식인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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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읽기의 즐거움 - 한국고전산책
정약용.박지원.강희맹 지음, 신승운.박소동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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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 우리는 한국 사람으로 살아가지만 한국 사람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 의문스러울 때가 많다. 외국에서 들어온 여러 가지 상품을 소비하고 여러 문화를 받아들이고 획일화되고 천편일률적인 옷과 머리모양을 하고서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마음만은 나름의 정체성을 만들어내지 않는가 하고 생각하려 하면 역시 그렇지 않다. 외국의 유명 소설이나 책들은 우리 삶에 깊숙히 들어와 있는 반면 우리 조상들이 남긴 글들을 읽는 기회는 드물다. 또한 우리의 현대 작가들 역시 우리 조상의 정신들이나 삶의 모습을 글에서 되살리고 있는 경우는 아주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 중에 나는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내가 외국인에게 소개할 수 있는 우리 조상들의 글은 어떤 것이 있는지 스스로 알지 못하였고 그 글이 가진 깊은 삶에 대한 통찰을 떳떳하게 내보일 수 없었던 까닭에 이 책은 나름대로의 첨가된 애정을 갖게 하였다. 물론 담겨진 글의 문체가 간결하고 직설적인 현대적 글쓰기와 다른 점이 많아 처음에 쉽게 읽히지 않았다. 그런데다가 잘 모르는 한자어의 사용이 너무 많아 때로는 사전을 옆에 끼고서 읽어가야 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번거로움들은 이 책의 내용이 주는 삶의 깊고도 값진 교훈을 읽어나가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대나무 피리나 사물을 통해서도 인생의 깊은 진리를 끌어내는가 하면 한낮 미물인 개나 말 등의 축생을 통해서도 사람의 인성을 닦는 교훈을 이끌어내었다. 사람들의 관습과 속세의 습속에서도 취해야 할 바와 버려야 할 악습을 구분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경계토록 했으며 깊은 역사를 아우르며 넘나드는 옛 선현의 지혜의 말씀에서 현실적이고 올바른 처세를 제시함으로써 인간의 도리를 곧고 맑게 하였다.

비록 짧은 역사적 식견과 삶의 통찰 탓에 미처 그 깊은 의미를 헤아리지 못한 것들도, 현대적 국어의 문체와 많이 다른 그 낯설음으로 인한 언어적 방황도 있으나 서양의 고전 못지 않은 깊은 지혜의 글들을 접하며 우리 문화에 대한 더욱 깊은 이해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각별한 애정이 요구되는 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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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멈추고 다만 바라보라
틱낫한 지음, 류시화 옮김 / 꿈꾸는돌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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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을 하면서 나는 크고 작은 감정의 생사에 얽매이기도 하고 때로는 그 작은 감정들이 커다란 파도가 되어 내 전체를 뒤흔드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럴때는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뿌리도 잘 알 수 없는 나의 사소한 감정 하나가 그렇게도 나의 온 의식을 지배하고 내 생활을 송두리채 휘어잡는지.....그래서 그 감정이 생겨나는 원인에 관심을 가지고 온전히 이해함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틱낫한 스님의 이 책은 그런 나의 일상적 의문의 명쾌한 답이 되어 주었다. '마음을 멈추고 다만 바라보라'

고통과 감정 기복의 원인을 알기 위해 우리는 그런 고통 상태를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스님은 이런 우리에게 호흡명상법과 걷기 명상법을 권한다. 호흡과 걷기를 통해 온전히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한다면 우리의 감정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난 진정한 원인을 알 수 있게 된다. 그 진정한 원인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금방 생겼다가 사라지는 그런 감정의 파도에 더는 얽매이지 않게 된다.

스님은 친절하게도 우리들의 삶에 더욱 밀착하여 가족관계나 사회제도에서 우리들이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안내해준다. 정치지도자들이나 집안의 가장이나 그들이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려 행동할 때 그들 또한 상처받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우리가 그들의 부정적인 감정에 부정적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그 상처를 어루만지고 달래어서 긍정적으로 해소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제 감정의 생사의 파도에서 벗어나 그 아래에 고요하고 장엄하게 존재하고 있는 바다의 존재를 느껴보라. 바다에서 일시적으로 생기고 사라지는 역사적 차원의 느낌들에 너무 얽매이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흐르는 표면의 물 아래에 도도히 자리잡은 궁극적 차원의 존재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더 이상 어리석은 마음의 장난으로 횡포로 자신을 그리고 다른 사람을 마음아프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잔잔한 물의 표면을 한번 만들어 보라...그 잔잔해진 표면에 비춘 사물이 투명하고 본 모습을 비춘 것이듯 우리의 본모습과 세상의 진리가 우리 내면에 깊이 새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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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날들을 위한 기도
윤구병, 이해인 외 지음 / 화니북스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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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살려 하고 또 아름답게 만들어가려고 하는 11명의 삶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메마르고 각박한 우리 사회를 비춰주는 등불과도 같다. 각각의 삶이 가진 아름다움의 빛깔이 조금씩 다를지는 몰라도 이 모두가 우리 세상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있고, 우리들의 마음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든다.

변산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윤구병 선생님의 '왕할머니의 추억'은 어렵고 힘든 시절에도 물질적 욕구에 지배되지 않은 아이들의 꿈을 지켜줄 줄 아는 할머니의 큰 마음의 선물이 담겨져 있으며 이현주 목사님의 글들은 우리들을 참다운 행복과 평화를 찾기 위해 우리 내면으로 떠나는 여행을 해보라고 권한다. 이해인 수녀님의 선물을 소재로 한 마음씀의 아름다움은 소유보다 존재적 삶의 중요성에 대해 깨우치는 바가 있다. 김훈 소설가의 디지털적 삶과 대비되는 아날로그적 삶에는 우리의 원체험에 대한 동경이 담겨 있다. 도법 스님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위해 우리들이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이 농업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장영희님은 우리의 마음 속 믿음과 신뢰가 생사를 달리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이루게 하는 통로라고 말하며 우리 마음 속 존재와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을 간직한 '어린아이 마음 끄집어내기'를 권한다. 밥퍼주는 시인 최일도 목사님은 우리 마음 속 숨겨진 천사의 날개를 찾아 세상을 아름다운 천국으로 이끌 것을 말하고 있다.

이렇게 현재의 힘들고 각박한 세상에 맞서 삶의 기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음과 그 삶의 공동체가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고 더욱 그 삶의 형태가 확장되는 얘기를 듣고만 있어도 힘이 된다. 살아가는 힘이 됨과 동시에 우리 맘을 아름답게 갖게 하고 이 사회를 더욱 풍요롭고 평화롭게 한다. 진정한 평화와 행복이란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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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김미옥 옮김 / 양문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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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방 안에 앉아서 자신의 내면의 바다에 떠오르는 여러 가지 상념들을 하나씩 지워보라. 우선 숨을 천천히 들어마시고 천천히 내쉬면서 호흡을 가다듬어라...주위의 사물에 신경이 갈 때에는 눈을 감아도 좋다. 눈을 감고 차분한 상태로 호흡하며 자신이 숨을 쉬고 있음을 느껴보라. 그리고 자신의 내부에서 움직이는 거대한 에너지의 흐름을 느껴보라. 그 확실하면서도 엄연히 존재하는 에너지, 몸의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으면서 모든 세포속에 내재해서 어느 부위건 마음이 가 닿으면 바로 느껴지는 그런 에너지가 내 몸에서 감돌고 있음을 느낀다. 나아가 이 곳엔 나도 없으며 오로지 그 에너지의 존재만이 느껴질 뿐이다.

영적인 교사 에크하르트 툴레의 이 명상수행법에 관한 책을 읽으며 나는 책으로 둘러쌓인 조용한 구석 방에서 차분한 명상에 잠겨 내 안의 에너지를 체험하였다. 나라는 마음없는 그곳에선 오로지 이 세상을 감도는 에너지의 기운만이 느껴질 따름이었다.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동안 나는 이 현상적인 세상 너머에 엄연히 실재하는 세상을 본 것이었다.

사실 주말에 아내와 다투고 그 좋지 못한 감정이 아직 내 맘속에서 찌꺼기를 남기고 있었던 차에 이 책을 통하여 과거에 매달린 나의 마음의 흔적을 지워낼 수 있었다. 가만히 나를 들여다본 후 나는 알게 되었다. 매순간 내가 가지는 생각 속에서 온전히 이 순간을 느끼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하고.....그리고 자아라고 하는 허울 속에 나는 얼마나 많은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려 온 것인지....마음 속에서 내 몸과 자아라는 관념을 지워버리고 난 후 얻게되는 평화로움과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지....

점심을 먹기 위해 본가로 내려가는 길가엔 나무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다. 몇십년은 되었음직한 그 나무에게로 다가가서 몸통에 손을 얹어본다. 따스함이 느껴진다. 이미 봄이다. 내 마음도 덩달아 따뜻해진다. 햇살이 따스하다. 살며시 바람이 불어와 내 볼을 간지럽힌다. 저 불어오는 바람 속에는 세상에 실재하는 에너지가 담겨 있지 않을까? 오늘 점심은 아주 맛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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