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시장 물흐리는 ‘공룡’    한겨레 2005-12-09

커버스토리

지난 3일 교보문고 본점. ‘독서가 미래다’라는 이벤트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12월 한달 동안 출판사 20여곳이 참여해 자사의 ‘양서’를 사는 사람한테 2천만원어치 경품을 준다는 내용이다. 중앙 통로 매대에는 해당 출판사 팻말과 책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끌었다. 물론 양서도 있고 며칠 안된 신간과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책도 끼어있 다. 베스트 순위에 든 8종이 포함돼 있는 게 특징. 이벤트는 이것뿐이 아니다. 게임기, 엠피3, 여행권 등을 각각 경품으로 내건 서너 출판사의 신간이 통로에 가깝게 단독으로 예쁘게 진열돼 있다.

길 건너 영풍문고도 마찬가지. 중앙 통로에 10곳 출판사 책을 진열해 놓고 이달 말까지 구입자 10명을 추첨해 스노보드 세트를 준다. 홈 씨어터, 성지순례, 가정용 홈 사우나를 각각 경품으로 내건 출판사의 매대가 경품의 크기에 비례하여 통로 가운데 또는 가까이 마련돼 있다. 정체불명의 책이 ‘이달의 추천도서’ 팻말을 이고 있고, 덤으로 책 한권 더 준다는 출판사의 책은 정문을 들어와 바로 눈이 멈추는 곳에 똬리 틀었다.

서점쪽에서는 이벤트와 관련해 독자 서비스 차원에서 365일 하고 있으며 신규 수요 창출과도 관련 있다고 말한다. 한 중견 출판사 관계자의 말은 다르다. “현재 OO곳이 참여하는데 조금 빈다, 참여해 달라”고 요구해 오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신간도 깔아야 하고 베스트 순위를 유지하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 경품은 오로지 출판사 부담이다. 초기에는 30만~40만원이었는데 요즘은 80만~100만원 수준. 교보, 영풍, 서울문고 등 세 군데 강북, 강남 쪽을 합치면 이벤트는 줄줄이 사탕. 내키지 않는 출판사한테는 적잖은 부담이다. 서점에서 매출을 올리는데 엄한 출판사에서 부담을 진다는 얘기다. 서점 쪽은 “참여를 제안하지만 강요한 적은 없다”면서 “참여사에 이익을 줄지언정 불참사에 불이익을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점 판촉에 출판사 비용 부담

이런 논란은 연합광고에도 고스란히 재연된다. 연합광고란 대형 소매점의 이름으로 출판사 10~20곳의 책을 함께 소개하는 광고. 5월 어린이달, 여름 겨울방학, 연말연시 등에 실시해 왔으나 요즘은 무가지에 수시로 실린다. “비용을 분담하므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어 노출기회가 적은 출판사한테 좋은 기회”라고 서점 쪽은 밝혔다. 그러나 출판사 쪽은 “44만~88만원의 부담이 잦아지면 무시 못할 금액”이라면서 “솔직히 서점 개업 몇 주년, OO점 오픈 기념 등은 불편하다”고 말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매대와 연합광고를 둘러싼 시비를 두고 “매출은 대형 소매점이 올리고 그 부담은 출판사들이 지는 꼴”이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출판사와 대형 소매점 사이에서 시비가 이는 데는 빈익빈 부익부의 구조적인 문제가 깔려 있다. 서점 하면 떠올리는 교보는 현재 본점을 포함해 10곳의 대형 매장을 거느리며 책의 유통을 좌우하는데 2010년까지 지점을 50곳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영풍 또한 10곳 이상 지점을 늘릴 계획이다. 반면 중소형 서점들은 차츰 문을 닫아 1998년 전국 4897개던 서점이 지난해는 2205개로 6년만에 55%나 줄었다(한국서점조합연합회 자료). 또 출판계 역시 비슷하다. 자본의 크기를 바탕으로 점점 덩치를 키운 상위 몇개의 출판사가 전체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실제로 베스트 순위 50위권 책들을 살펴 보면 상위 대형 출판사들이 차지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말하자면 대형 출판사와 대형 소매점이 ‘상부상조’하게 되고 나아가 ‘짜고칠’ 여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그 틈에서 죽어나는 것은 중소형 출판사다.

대형 소매점의 ‘365 이벤트’나 ‘매대 판매’도 경품을 댈 여력이 없는 중소형 출판사한테는 그림의 떡. 서점 관계자는 “이벤트나 특별매대가 출판사의 요구로 만들어지는 게 많다”며 “우리는 자리를 제공할 뿐이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어린이책의 경우 웅진미디어, 비룡소, 시공주니어, 주니어랜덤, 주니어김영사 등 대형 출판사의 책들이 각종 이벤트를 벌이고 있으며 특별전시 코너를 폼나게 과점하고 있다. 글송이, 을파소, 삼성당i, 효리원, 다림, 꿈소담이, 깊은책속옹달샘, 문공사 등은 그런 틈에 끼어 구매자에게 2000원 도서교환권을 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그 책이 그 책인 요즘 마케팅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 “다들 그렇게 하는데 그게 무슨 문제냐.” 서점 쪽의 말은 되레 당당하다.

이렇듯 ‘팔기 우선’ 방침에 따라 출판사와 서점은 독자들에게 양질의 서적을 권하기보다는 잘 팔리거나 마진이 높은 책들을 우선 출시하고 우대 전시하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진다. 매주 베스트셀러 순위를 발표하고, 각종 이벤트에 베스트셀러 출판사를 참여시켜 잘 팔리는 것은 더욱 잘 팔리게 부추김으로써 대형끼리 돕고돕는 결과를 낳는다. 양질의 기획전시는 할 생각을 않거나 하더라도 찬밥신세다. 3일 현재 진행중인 영풍문고의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글 어떻게 쓸 것인가’ 기획전시는 양질임에도 이벤트 매대에 가려 한적하게 밀려나 있었다. 이에 따라 많이 팔리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책들이 독자들에게 노출될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일반 단행본의 경우 초판 3000부 발행은 옛말. 요즘은 1000~2000부에 그치고 심지어는 500부를 찍고 마는 사례까지 전해진다.

“팔자” 위주…양서는 뒷전

한편, 일부 대형 출판사들의 ‘옆집보다 싸게 팔기’와 대형 소매점과 인터넷서점들의 낮은 납품가 강요가 유통시장을 흐리고 있다.

단행본을 기준으로 할 때 통상 출판사에서는 도매 65%, 소매 70%, 매절은 60% 값에 공급한다. 도·소매는 위탁판매, 즉 외상으로 책을 대주고 판 만큼 나중에 돈을 정산한다. 으레 2~4개월짜리 어음이다. 전체 물량에서 10~20%을 차지하는 매절은 일정부수(소매 50부, 도매 100부)가 넘을 때 반품 없는 조건으로 맞돈을 받는다. 그러나 자본력이 좋은 출판사와 소매점에서 경쟁을 부추기면서 이러한 룰이 깨지고 있다.

대형 소매점의 경우 매절값, 그러니까 통상적인 공급률보다 10% 가량 낮은 값에 납품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물론 팔리지 않은 책은 반품하는 조건이다. 한 대형 서점은 신규 출판사에게는 일괄적으로 그런 조건을 제시하고 있으며 기존 출판사들에게도 그렇게 하기를 요구한다. 한 서점 관계자는 “기왕의 관행은 법이 아니다. 많은 물량을 사가면 도매가 아니냐”며 입고값은 상의해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벤트 때는 그보다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의 인터넷사이트에서는 상시 할인판매를 하며 매절값보다 더 낮은 값에 납품받고 있다. 온-오프가 한 물류센터에서 이뤄져 이들 서점은 사실상 인터넷서점 납품값으로 책을 받는 셈이다.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 등 인터넷 서점들은 매절값에 납품받고 있다. 그리고 수시로 큰폭 할인행사를 벌여 납품값을 더 낮추는 실정이다. ‘굿바이 2005년 베스트셀러 총결산’ 행사를 여는 알라딘의 경우 100종의 책을 선정하여 할인과 마일리지를 포함해 25~45%를 내려 팔고 있다. 마일리지는 출판사에서 부담 또는 분담해 사실상 저가납품이 이뤄지는 셈이다. 경우에 따라 30% 안팎에 납품하기도 한다. 그래도 출판사한테는 바로 현금이 들어와 감지덕지다.

반값에 납품받고 반품은 당연

그 와중에 일부 대형 출판사의 덤핑출고가 뒷구멍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도매상인 ‘어린이책’의 부도 뒤처리 과정에서 일부 출판사에서 정가의 55~60%에 책을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덤핑을 일삼는 홈쇼핑에 책을 공급하는 출판사 가운데는 출판계 ‘원로’와 관련된 출판사조차 끼어 있다. 대형 출판사의 전횡은 도매상과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선수금 턱으로 미리 돈을 당겨감으로써 중소형 출판사한테 지불해야 할 결제금을 말린다는 것. 최근 한 대형 출판사는 도매상들에게 3천만원을 미리 내고 거래를 하든가 말든가 하라는 요구를 했다. 지난해 한 도매상 부도 뒤처리 과정에서 선수금을 챙긴 대형 출판사들은 재고도서를 회수해가면서 오히려 이득을 보았다는 눈총을 받았다. 그 손해는 물론 중소출판사가 덤터기썼다.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조폭’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유통관행의 피해자는 양심적인 중소 출판사와 독자. 양서를 내는 한 출판사 관계자는 “출판계 현실이 절망스럽다”면서 “원가절감으로 푸는 데는 한계가 있어 정가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독특하지만 시장성이 적은 책을 내는 한 출판사의 관계자는 “미수금이 50%에 이른다”고 하소연하고, “이런 식으로 출판사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제왕들의 책사 - 조선시대 편
신연우.신영란 지음 / 생각하는백성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태조왕건이 방송되면서 책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출간된 책일 것이다.  그 드라마를 통해서 주인공들보다 바로 옆을 늘 지키며 때로는 치밀하게 때로는 냉혹하게,  때로는 악랄하게 왕을 보조하고, 때로는 리더를 하는 책사들의 역할과 비중이 높아지고 연기력이 바쳐주면서 드라마의 흥미는 높았고 더불어 책사라는 위치에 있던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도 높아지고 모르던 사람들도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선택하는 분들도 드라마 속 뿐 아니라 당시에 존재했던 제왕들의 책사들의 치밀한 지략대결을 흥미롭게 기술한 책이길 바라고 구매를 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기대이하, 수준이하의 책이다.

이 책의 전개방식을 비유하자면 국사 참고서나 문제집에 나와있는 요악본, 혹은 우리나라 긴 역사의 일정부분 줄거리에다가 적당히 책사라는 위치에 있던 인물들을 대충 대충 짜집기한 느낌이 드는 것은 내가 너무 이 책을 냉혹하게 평가한 것일까?  저자를 보니 역사공부를 제대로 한 이 분야 전문가도 아닌것 같고, 이야기의 패턴도 교과서 읽는듯이 너무나도 지루하다.   왕이 있었고 그 옆에 이런 이런 인물들이 방해를 했고, 이런 이런 사람들이 책사의 역할을 하면서 왕이 될만한 인물을 추대하고 부추기고, 혹은 왕을 보조해서 그 주변 인물들을 제어하고 제거하고 하는 이야기만 계속 반복될 뿐이다.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치밀한 두뇌와  지략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왕이나 그 주변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대처해나가는 조선시대 다양한 책사들의 용병술을 흥미롭게 읽어 보려 했던 나 같은 독자들이라면 이 책에 대부분 실망했을 것이다.  소실 느낌을 물씬 풍기는 요즘 인기있는 역사책의 흥미로운 전개방식에 비추어 봤을때 교과서 내용 줄거리 요약해 놓은 듯한 깊이도 재미도 없는 이런 단순 나열형 구성의  책이 독자들의 호응을 받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인용:

"그는 늘 원리원칙대로 행동했고, 무엇이 진정 백성을 위하는 일인지 깊이 생각했으며, 정승으로 몇 십년을 지내면서도 끼니를 거르는 날이 허다할 정도로 검소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난 황희의 인물평이다. 이러한 그의 생활태도는 바로 두문동 선비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는 일생일대의 책임감과 홀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그리고 변절자란 오명을 벗으려는 안간힘은 아니었을까.
.............................p.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가 호랑이 꼬리를 밟았나 원제. ‘默過の代償’  (2005)

 

책소개

일본 후쿠오카, 태권도 수련을 위해 한국 유학을 준비 중인 한국어과 학생 아키즈키 쇼헤이는 공원묘지를 들러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칼에 찔려 죽어가는 어떤 한국인을 만나게 된다. 그 한국인은‘경찰에게는 알리지 말고 한국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는 말과 함께 열쇠를 맡긴다. 그리고 어떤 재일 한국인 야쿠자를 찾아가라며 피 묻은 명함을 준다. 쇼헤이는 이상한 부탁에 의문을 품지만 남자의 진지한 모습에 승낙하고 만다. 그리고 그 야쿠자에게 열쇠를 건네주면 모든 것이 끝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때부터 쇼헤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 쫓기며, 한편으로는 그 열쇠를 대통령에게 전할 방법을 찾는다.

한편, 한국에서는 노무현 정권 다음에 취임한 이태영 대통령이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변경을 위해 야당 지도자를 만난 뒤 한일회담이 열리는 일본으로 날아간다. 그러나 이때 대통령은 아무에게도 밝힐 수 없는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모험을 감행한다.

한국에서는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 최고기관이 비밀리에 움직이고, 일본에서는 경찰과 야쿠자가 동시에 한국 대통령의 뒤를 쫓는 가운데 벌어지는 상상을 초월한 음모와 배신. 그리고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밝혀져서는 절대 안 될 한일 두 나라 간에 숨겨진 현대사의 비극적 진실이 드러난다.

일본 출판사 고단샤(講談社)가 엔터테인먼트 소설 신인작가 등용문으로 제정한 메피스트상 올해 2005년 수상 작품이다.

저자소개-모리야마 다케시

1971년 일본 후쿠오카(福岡) 출신. 후쿠오카대학 졸업 후 본 작품으로 일본 고단샤(講談社)에서 공모하는 메피스토상에 응모하여 당선되었다.
...............................................................................................................

한국 대통령 몸에 일본계 피가?…‘누가 호랑이…’ 논란 예상

386 운동권 출신으로 보수적인 성향인 야당 정치인이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돼 햇볕정책을 폐지한다. 그런데 그에겐 일본계 피가 흐른다. 야당은 그의 혈통을 폭로하기 위해….

다음 달 5일 한국과 일본에서 공동 출간될 스릴러 소설 ‘누가 호랑이 꼬리를 밟았나’(일본어 제목 ‘默過の代償’)의 골격이다. 일본계 피가 흐르는 한국 대통령이라는 설정이 논란과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을지 출판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출판사 고단샤(講談社)가 엔터테인먼트 소설 신인작가 등용문으로 제정한 메피스트상 올해 수상 작품인 이 스릴러의 주인공은 일본인 대학생 아키즈키 쇼헤이. 2009년 어느 날 자신의 집 앞에서 칼에 찔려 숨진 한국인 공작원의 죽음을 파헤치던 아키즈키는 한국의 신임 대통령에게 일본계 피가 흐르며 일본에 남은 유일한 혈육(사촌)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국의 근현대사에 정통한 작가 모리야마 다케시(森山赳志·33) 씨는 햇볕정책에 반대하는 1965년생 운동권 출신이 차기 대통령이 돼 대북 압박정책을 취하는 것으로 가상했다.

일본 국왕에게 한국계 피가 흐른다는 내용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등장하는 등 일본 측에 민감한 내용도 함께 들어 있다. 그리고 주인공 아키즈키는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애독하는 한국학과 학생이자 태권도 유단자다.

이런 점에서 이 소설엔 요즘 한국을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복합적 심경이 녹아있다. 한류(韓流)로 인한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이 반영돼 있는가 하면 그 반발로서 일본계 한국 대통령이라는 자극적 소재가 선택되고, 일본의 반북 분위기에 편승해 한국의 대북 강경책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대목들이 그것이다.  
...동아일보 2005-11-24  권재현 기자
...................................................................................................................
책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다.  한국인의 애국심을 자극시킬 만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소재인지 궁금하다.  일본에서 꽤 이름 높은 상을 수상했으니 작품의 완성도나 재미면에서는 좋을 듯 하지만 이 가상소설속에 담긴 내용의 의미를 알아야 할 것 같다.
김진명 소설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아주 비슷하다는 느낌을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출판부를 운영하고 있지 않은 대학은 거의 없을 것 같다. 비록 개점휴업 상태이거나, 학내용 교양 과목 교재를 펴내는 수준에 머무르는 곳도 적지 않겠지만, 여하튼 총장을 발행인으로 하여, 구색 맞추기 차원에서라도 거의 모든 대학이 출판부를 두고 있다. 여기에서 외국(대학 출판부)의 경우를 거론하지는 않고자 한다. 말 안해도 이미 잘 알려져 있을뿐더러, 중요한 것은 "여기, 지금, 우리"의 현실일테니까.

시내 대형 서점에 가면, 대학 출판부에서 나온 도서를 각 대학별로 따로 진열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각 대학 출판부의 활동 또는 수준을 한 눈에 판가름할 수 있는 기회라 하겠는데, 역시 천차만별이다. 물론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표지 디자인, 본문 편집, 교정 및 교열 상태 등에서 일반 출판사의 도서와 차이가 너무 심하다는 점이다.

대학 출판부의 경우, 대학 소속 연구자들의 전문적인 연구 성과를 출간한다는 기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성이 거의 없는 전문 학술서를 내지 않을 수 없다. 대학 출판부가 아니라면, 원고지 또는 파일로 연구실에서 잠자고 있을 성과를 그나마 공적으로 선보인다는 데 중요한 의의가 있다 하겠다. 이런 측면에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나름대로 꾸준히 전문 학술서를 출간해 온 우리 나라 대학 출판부의 업적과 의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 그러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묵묵히 해온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른바 "출판 기획"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대학 출판부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건국대학교에서 세계의 주요 문학가들의 생애, 작품 세계, 작품 자체 등을 간략하게 요약, 정리하여 문고판으로 출간하는 "문학의 이해와 감상 시리즈" 같은 것은, 비록 그 내용의 수준 차이가 각 권마다 심하고, 전반적인 편집 상태에도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비교적 성공적인 경우에 속한다.

또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출간하는 "이화문고" 역시 몇 해 전부터 그 면모를 일신하여, 일반 출판사에서 내는 도서와 거의 비슷한 얼굴을 갖추었다. 그리고 고려대학교의 "인문사회과학총서"도 최근 들어와 '대학 출판부에서 낸 도서같지 않은 도서'로 탈바꿈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출판부 역시, 구태의연함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여러 대학 출판사들이 공동으로 또는 개별적으로 신문이나 출판 관련 잡지에 광고를 내는 경우도 가끔씩 보게 된다.

물론 이러한 변화의 징후 또는 시도는 아직까지 초보적인 것이어서, 본격적인 '출판 기획'이라 할 수 있는 정도에는 못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대학 출판부만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기획이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서, 대학에 포진하고 있는 연구 인력, 특히 각 대학마다 넘치는 '미취업, 박사학위 소지자'들을 기획 및 편집, 번역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대학 자체의 교수 및 강사 평가에서, 대학 출판부에서 출간한 저서 또는 번역서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는 (조금은 치사한?) 방법도 고려할만 하다. 편집이나 디자인은 외부 전문 업체에 맡겨서 고정적인 인건비 부담 없이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더구나 각 대학마다 몇 명쯤은 있기 마련인, 이른바 "잘 나가는 교수님"들의 저서를 외부 출판사가 아닌 대학 출판부에서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편집과 마켓팅의 측면에서 경쟁력을 지녀야만 필자가 신뢰감을 가지고 원고를 기꺼이 맡길 수 있겠지만.

최근의 우리 나라 대학은 지식인 사회 일반에서 쟁점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생산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다. 또한 전문 학술과 일반 대중을 매개하려는 노력("글쓰기"를 포함한)을 방기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결국 "폐쇄적이고 자족적인 회로 안에서 맴돌며" 안주하고 있다는 말인데, 그러한 현실도 현재 대학 출판부의 위상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사실, 그렇게들 혈안이 되어 있는 "홍보"의 차원에서도 대학 출판부의 활성화는 적지 않은 기회를 제공해 준다. 투입 비용과 기대되는 홍보 효과의 비율을 고려할 때, 성공적인 출판 기획으로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출판부 도서를 여러 종 보유하게 되면, 언론 매체의 광고를 통한 홍보 효과보다 훨씬 더 지속적이고 효율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학을 탐방하여 진행되는 TV 오락 프로그램에 자기 대학 학생들이 출연하여 노래와 춤 등으로 마음껏 끼를 발산하여 얻게 되는 홍보 효과 보다는 훨씬 더 지속적이지 않을까?)

대학 출판부 역시 "못해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안해서 못하는" 경우가 아닐까 한다. 결국 "대학" 출판부가 아니라 대학 "출판부"라는, 발상의 전환이 무엇보다 먼저 요구된다 하겠다.

출처-kungree.co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수은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많은 독자들을 열광시키며 내는 책마다 베스트샐러가 되고 있는 파울로 코엘료.  이 소설을 통해서 처음 그를 접했다.  기대를 하면서도 서평들을 읽어보니 이 작가에 대해서 좋은 쪽은 아주 좋다.  반대 쪽은 아주 별로다.. 라는 식의 서평들이 많아서  나에게는 어느 쪽일지 궁금한 작가이기도 했다.  다른 서평들의 독자들처럼 이 작가가 과소평가된 것인지 과대평가가 된 것인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단순한 줄거리에다가 초반을 넘어서면서 종교적 색채가 넘어 강하게 들어가고 결론이 뻔이 보이는 익숙한 패턴의 소재라는 생각이 들어서 크게 재미있지도 그렇다고 재미없지도 않은 평범한 소설로서 다가온 정도다.  시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고 몇 몇 가지 사랑에 대한 의미들이 담긴 문장들은 꼭 메모를 하고 기억해 두고 싶기도 했다.  글로서 풀어낸 저자의 언어들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주인공들을 통한 주변의 풍경묘사가 지나쳐서 그 묘사들을 설명해 줄 삽화가 소설과 함게 들어갔다면 더 나았을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고향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며 평탄하지만 그다지 활기차고 즐거워 보이지 않는 현실순응형의 필라에게 어린시절을 함께 보냈으며 이성의 감정을 느끼기도 했던 친구로부터 초대편지를 받는다.  그를 찾아간 필라는 처음에는 단순한 친구감정일 뿐이라고 그저 담담히 머릿속에 되뇌이지만, 그와의 만남과 여행, 그리고 대화를 통해서 과거의 추억과 현실에서의 닫혀있는 사랑이 다시금 꿈틀대면서 무뎌지고 담담하게 닫혀 있는 마음이 열리고  다시금 사랑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사랑을 부정하던 여인이 차츰 그 사랑의 실체를 느끼면서 두려워하지만 곧 그것이 바로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는 점과 행복의 실체라는 것을 이 소설은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종교적 색채가 강한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책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분위기에서 오는 짙은 종교색이 지루하고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나에게는 그리 대단한 작품처럼 보이지 않았고 평범한 범작 정도의 수준으로 이 작품이 읽혔다.


인용: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어쩌면 그는 여신의 성스러운 비밀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많은 곳을, 나보다 휠씬 더 많이 여행했다 해도 사랑에 대해서만큼은 나만큼 알지 못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서로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의 눈 속에서 나는 진정한 사랑을 위해 우리가 극복해야 할 시련을 닮은 오래된 두려움을 읽었다. 그리고 그를 거절했던 지난밤과 우리가 떨어져 있었던 오오랜 시간들, 두려움이 없는 세계를 찾기 위해 수도원에서 보냈던 새월들을 읽었다.
...............................p.2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