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운(63·사진)은 우리말 분야의 강준만이다. 아무리 유명한 작가가 쓴 작품이라도 잘못된 곳이 있으면 거침없이 지적한다. 2000년 ‘알만한 사람들이 잘못 쓰는 우리말 1234가지’로 시작된 그의 실명비판은 ‘우리말 지르잡기’에 이은 세 번째 책 ‘작가들이 결딴낸 우리말’(문학수첩)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는 책을 읽을 때 늘 빨간 펜을 챙긴다. 읽다가 ‘옥에 티’를 발견하면 바로 빨간 줄을 그어버린다. 소설집이든 장편소설이든 한 권에 평균 20∼30군데 오류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삼국지’ 얘기를 먼저 꺼냈다.

“‘삼국지’를 쓴 이문열 황석영 장정일이 공히 쓰는 말이 있어요. ‘죽임을 당했다’는 말입니다. ‘죽임을 당했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죽임’에 이미 ‘당했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는데 왜 삼국지의 병사들은 꼭 죽임을 당해야 합니까? ‘죽었다’ 그러면 그만이죠. 이렇게 졸렬한 문장을 그대로 두고 수능 필독서라고 광고하면 안됩니다.”

그는 출판사측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수십 쇄를 찍으면서도 틀린 말을 바로잡지 않아요. 잘 팔린다고 해서 내처 찍기만 하는 것 같아요. 저자들도 보통 2쇄를 찍을 때는 교정을 합니다. 그런데 출판사에서는 수없이 재판을 찍으면서도 제대로 교정을 안해요.”

권오운이 이번에 펴낸 ‘작가들이…’는 공지영 김영하 윤대녕 이만교 구효서 이문열 황석영 등 유명 소설가 50여명의 작품에서 찾아낸 오류를 수록하고 있다. 요즘 주목받는 신예작가 정이현의 ‘홈드라마’에는 “담배 대신 달달한 커피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목구멍에 털어넣었다”는 문장이 나온다. 권오운은 여기서 ‘달달한’을 문제 삼는다. ‘달달하다’는 사전에 없는 말이라는 것.

신경숙의 ‘달의 물에서’에는 “기분이 상하면 속세말로 열불이 나서 견딜 재간이 없었다”는 대목이 있다. ‘속세말’에 빨간 줄을 긋는다. 이 역시 없는 말. ‘통속적으로 쓰는 저속한 말’은 속어일 뿐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그 시대의 유행어’라는 뜻인 ‘시쳇말’이 제격이다.

작가들에게 미움을 받게 마련인 작품 속 옥에 티 찾기를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권오운은 “우리말을 갈고 닦을 책임이 바로 그들에게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젊은 작가들 중에는 김경욱이나 이응준 김연수 등이 비교적 틀린 곳이 적고 중진 중에는 김훈과 이윤기의 글이 정확한 편이라고 했다. 학생잡지 ‘학원’,KBS 출판부 등에서 30여년간 취재와 편집 일에 종사했던 그는 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로 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국민일보 200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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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마지막 역사소설이 될 겁니다.”

 

 

 

 

작가 최인호(61) 씨가 가야의 역사를 다룬 장편 역사소설 ‘제4의 제국’(전3권·여백)을 출간했다. 1980년대 중반 백제와 일본의 유대를 다룬 ‘잃어버린 왕국’으로부터 시작해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영광을 그린 ‘제왕의 문’, 통일신라의 해상왕 장보고의 생애가 담긴 ‘해신’ 같은 역사소설의 맥을 잇는 작품이다. 14일 만난 최 씨는 “‘제4의 제국’으로 조상에게 진 빚을 다 갚았다고 생각한다”면서 “더는 역사소설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은 화자가 경남 김해시 대성동 고분에서 발견된 파형동기(巴形銅器)에 있는 조개 문양의 원류를 추적하면서 가야의 역사를 좇는 과정을 그렸다. 주인공이 국내 여러 박물관과 일본의 왕릉, 오키나와, 인도 등을 돌아다니며 조개 문양의 원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속도감 있게 펼쳐지며 지적인 흥미도 북돋운다.

최 씨는 “수수께끼의 왕국 가야가 북방 기마민족이었던 김수로왕의 대륙문화와 인도에서 건너온 왕비 허황옥의 해양문화의 합작국임이 밝혀지기까지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식으로 펼쳐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료가 희박해 고생했지만, 가야가 우리 역사에서 움직일 수 없는 기초라는 확신을 갖고 창작에 임했다”면서 “일본과 오키나와, 인도를 답사하면서 고된 작업을 했지만 그만큼 열정을 쏟아 부어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했다.

역사물을 마친 최 씨의 계획은 예수의 생애를 그린 소설을 쓰는 것.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예수의 생애를 작품화하기 위해 오랫동안 밑그림을 그려 왔다는 최 씨는 “2, 3년에 걸쳐 성지순례와 자료조사를 한 뒤 창작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200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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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오는 23일은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책의 날(World Book Day)’입니다. 유네스코는 지난 1995년 세계인, 특히 청소년들의 독서 증진을 위해 이 날을 만들었습니다. 4월 23일은 1616년 영국과 스페인의 문호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동시에 사망한 날입니다. 또 스페인 카탈로니아 지방에서는 ‘조지 성인(聖人)의 날’로, 이곳에서는 이날 책을 사는 사람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선물하는 전통이 있다고 합니다.

이번으로 열 두 번째를 맞는 ‘세계 책의 날’에는 해마다 전세계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립니다. 스페인에서는 책과 장미의 축제가 개최되고, 영국에서는 이날을 전후해 한 달 동안 부모가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20분씩 책을 읽어준다고 합니다. 올해엔 ‘2006년 세계 책의 수도(首都)’인 이탈리아 북부 도시 튜린에서 유네스코가 주관하는 기념행사들이 열리고, 이집트의 카이로에서는 지적 재산권에 관한 국제회의도 개최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2년 한국출판인회의(회장 김혜경)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세계 책의 날’ 기념행사를 시작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전국 18개 대형서점들과 함께 서점을 찾는 사람들에게 책 한 권과 장미 한 송이를 주는 ‘책과 장미의 축제’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올해 한국출판인회의가 만든 공식포스터의 주제는 ‘책에 날개를 달자’입니다. 이는 책을 여러 사람들이 돌려보는 ‘북 크로싱(Book Crossing)’을 적극 권장하는 내용입니다. 지난 2001년 한 미국인이 시작한 이 운동은 우리나라에도 전파돼 인터넷 등을 통해 활발히 전개되고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 집에는 다시 읽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책들이 몇 권씩 꽂혀 있기 마련입니다. 이번 기회에 이들 책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어떨까요.

(이선민 출판팀장 [ smlee.chosun.com])조선일보 200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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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6-04-08

제가 출판인들을 알게 된 지는 10년이 넘습니다. 90년대 초 문화부에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책 페이지 만드는 일을 거들기 시작했고, 이런저런 자리에서 출판계 인사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출판팀 소속은 아니었기 때문에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출판인들이 어떤 분위기인지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 60대 출판인들은 “책이 좋아서” 또는 “문화에 이바지하고 싶어서” 출판계에 뛰어든 경우가 많습니다. 50대 출판인들은 선배들보다 사업에 대한 관심이 좀 더 강하지만 그들 역시 책과 문화에 대한 집착은 못지 않은 것 같습니다.‘좋은 책’을 만드는데 힘쓰고, 어쩌다 ‘베스트셀러’가 나오면 좋아서 어쩔 줄 모릅니다.

지난 1월 출판팀장을 맡고 나서 출판계 인사들을 이전보다 훨씬 많이 만나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것은 이제 시장과 경영 마인드로 무장한 새로운 출판인들이 많이 등장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급성장한 출판사들을 이끄는 ‘신(新) 출판인’들은 출판계에 새로운 조직과 경영 방법, 마케팅 기법을 도입했습니다. 이들에게 책은 이제 자동차나 휴대전화, 냉장고와 별로 다를 것이 없는 상품입니다. 이들은 독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읽고, 거기에 맞춰 책을 만들어 낸 후, 첨단 매체를 이용해서 다가갑니다. 이들의 일차적인 목표는 ‘좋은 책’보다는 ‘잘 팔리는 책’인 것 같습니다.

저는 어느 한 쪽이 옳고 다른 쪽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시장 논리가 세상을 지배하게 된 상황에서 출판만 예외일 수 있겠습니까. 얼마 전 만난 한 중진 출판인은 “출판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 후배들을 개탄했지만, 그들이 출판시장의 규모를 크게 키우고 기업으로서 출판사를 강화한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한가지, 이들이 양적 성장을 질적 심화로 연결시키는 모습을 더 자주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선민 출판팀장 [ sm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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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138g 대 1.95kg.

책도 양극화(?)의 강풍을 받은 탓일까. 신문 한 부 무게(290g)에도 못 미치는 가벼운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고, 한편에선 어지간한 아령 무게인 2kg에 육박하는 두꺼운 책들도 쏟아져 나온다. 보통 300∼400쪽짜리 책 한 권의 무게는 450∼550g 수준. 평균을 이탈해 경량화, 비대화해가는 책들은 성격도 두께만큼 다르다.

100쪽 안팎의 가벼운 책들은 인터넷 지식검색 시대를 맞아 기존 책보다 날렵한 기동성으로 시대의 현안에 대답하려 한다. 반면 1000쪽이 넘는 두툼한 책들은 디지털 데이터가 도저히 지닐 수 없는 ‘책의 물질성’에 승부를 건다. 가벼운 책의 대표 격은 삼성경제연구소가 펴내는 ‘Seri 연구에세이’시리즈. 2002년 펴내기 시작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거의 매주 한 권꼴로 새 책이 나온다. 이번 주에도 49권째인 ‘역사에서 발견한 CEO 언어의 힘’이 출간됐다. 이 시리즈는 내년 2월까지 매주 출간될 책이 이미 확정됐다.

 

 

 

 

 

임진택 삼성경제연구소 출판팀장은 “각 분야 전문가가 쉬운 글쓰기를 통해 대중과 만나고 한국사회의 과제에 대안을 제시하는 지식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시리즈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출판팀은 영역을 ‘좁고 깊게’ 잡아 100쪽 기준으로 원고를 받는다. 먼저 내다보는 문제제기가 이 시리즈의 강점. 고령화 사회가 본격적인 이슈가 되기 전에 ‘늙어가는 대한민국’을 펴내는 식이다. 책 주제 공모를 할 때 연구소 싱크탱크가 뒷받침이 되므로 가능한 일이다. 광고를 하지 않는데도 시리즈 중 ‘CEO 칭기스칸’은 10만 부가 넘게 팔렸다. 지난해 나온 최재천 교수의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도 2만1600여 부가 팔렸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223권이 나온 살림지식총서도 100쪽 이내의 얇은 책으로 지식의 쉬운 전달과 기동성을 중시한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이슈가 됐을 때 ‘,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섰을 때 ‘신용하의 독도이야기’를 펴냈다. 기획부터 출간까지 두어 달에 끝나는 신속함이 장점이다.


반면 헤비급 책들은 한 손으로 들기 힘들 만큼 두꺼운데도 고정 독자가 많다.

단행본 7권을 1080쪽 한 권으로 묶은 ‘나니아 연대기’는 지난해 11월 중순 출간 이후 지금까지 16쇄를 찍고 15만 부가 넘게 팔렸다. 시공주니어 박진희 과장은 “성인용으로 두꺼운 한 권을 만드는 일에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판타지 마니아 독자층이 있어서 승산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1376쪽짜리 ‘’을 펴낸 을유문화사 정상준 상무는 “책을 여러 권으로 분철하면 특유의 아우라(Aura·흉내낼 수 없는 분위기)가 없어져 한 권으로 냈다”면서 “한 줄도 빼지 않고 완역했기 때문에 원서보다 더 두껍다”고 말했다.

두꺼운 책의 효시는 들녘출판사가 2001년에 낸 768쪽짜리 책 ‘교양’이다. 당시 출판사는 책이 너무 두꺼워 분철하려 했지만 흐름이 끊기는 통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한 권으로 냈다. 이 책은 지금까지 35만 부가 팔렸다. 책이 두툼해지는 것은 얇아지는 책들이 신속한 지식의 전달에 중점을 두는 것과 정반대의 길이다. 장은수 황금가지 대표는 두 경향 모두 인터넷 시대가 가져온 지식환경 변화의 산물이라고 해석했다.

“일본에서는 현안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콤팩트한 책을 신서(新書)라고 부르는데, 인터넷 검색 지식보다 깊으면서도 미디어처럼 발 빠른 대응을 모토로 삼는 책이다. 한국에서는 경제경영서에서 이 같은 경향이 활발한데 곧 인문학, 사회과학 분야로도 확장될 것으로 본다. 반면 두꺼운 책들은 인터넷의 무료 지식으로 해소할 수 없는 앎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무겁고 펴기도 힘들지만 그렇기 때문에 책이고, 특유의 읽는 맛을 지닌다. 요즘은 책 안 읽는 사람은 떨어져 나갔지만 읽는 사람은 더 읽는 시대다. ‘정독’을 요구하는 책을 찾아 읽는 고정 독자층이 이전보다 두꺼워진 셈이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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