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 동인문학상 위원회에서 권지예씨의 꽃게무덤에 대한 재심사를 했다고 합니다..
결과는 어차피 예측한 일이라 별로 새롭지 않지만, 다만 그분들의 변(便)은 예술가가 아닌 필부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다소 놀랍습니다.
사실 문학적 판단의 다양성과 예술적 가치기준은 우리 일반인이 생각하는것과는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이번에 심사위원회의 “전통적으로 문학이 중시한 구성은 줄거리가 아니라 미학적 장치로서의 짜임새다" 라던가, 혹은 "문학적으로 장르가 다른 작품사이에 표절 문제가 성립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이후 문학이 중시하는 것은 줄거리가 아니라 미학적 장치로서 짜임새(구성)여서 설령 같은 장르라 할지라도 구성방식과 복잡성의 정도가 다르다면 두 작품은 완전히 별개의 작품으로 인정돼야 마땅하다" 라는 말씀은 저같은 보통사람이 생각하는 "상식"보다는, 고도의 전문성에 입각하신 말씀일 것입니다
때문에 그분들이 가르치는 학생이나, 혹은 후배문인들, 그리고 저처럼 그분들의 전문성에 대해 감히 이해조차하지 못하는 필부들은 그 의미를 두고두고 반추하면서 이말씀을 앞으로 깊이 새겨두어야 할 금과옥조로 여겨야 당연할지 모릅니다.
아울러 지금은 모양새가 조금 이상하게 되었지만, 사실 제가 지난주에 "책장을 덮으면서.."라는 글을 올린 원래의 복심(腹心)은 "표절이다" 라는 뜻을 주장하기위해서나, 또 단순히 제 개인적 유감을 전하려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하는 마음이 컸었기 때문입니다..
고백하건데..
사실 제가 그날 올린 글은 그 전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동인문학상이 혹여나 그것으로 부담을 받거나, 또 그로인해 예기치 못하게 혹시라도 빛나는 작품을 쓰신 권지예 씨에게 적정선을 넘어서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 생길것을 저어한 나름의 "심모원려"였습니다. ( 부끄럽지만 당사자가 작가의 양심에 맡긴다는 결론을 냄으로서 법적 부분의 고려없이 단지 문학적 입장만 밝히시도록, 일종의 퇴로를 열어드린 것 이었습니다 )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단지 저 혼자서 "과유불급"을 되뇌이고 있었던 셈이 되었습니다.
어쨌건 그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저로서는 언론사 취재요청을 가능하면 거절하고, 불가피하게 전화에 응하는 경우에도 연합통신 이하 각 메이져 언론에도 "문제의 확대를 바라지 않으며. 그것이 혹시라도 권지예씨에게 견책 이상의 결과를 가져오게 되어서는 곤란하고, 저도 당사자 일 뿐 스스로를 피해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면에서는 제게도 불찰이 있으며. 그래서 언론에서도 가능하면 더 이상은 크게 다루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말씀드렸었고, 또 실제로 저와의 취재과정없이 기사를 받아서 인터넷 언론을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아마 그렇게 하신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저로서는 제가 그런 입장에서 권지예씨의 작가적 양식에 공을 넘겼으니, 제가 책장을 덮는 만큼 그분께서도 그에 합당한 적절한 입장을 표하시리라 믿었고, 그렇다면 오히려 작은 소동이 앞으로 유사한 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서 아름다운 마무리가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주말에 권지예씨나 위원회의 반응은 다소 의외였습니다.
권지예씨는 제가 접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그간 제게 보여주신 입장과는 달리 갑자기 “문학적으로 재구성해서 새롭게 이야기를 창조한 것이므로 표절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외의 인터뷰를 하셨고, 아울러 “양심 없는 파렴치한이 돼버렸다. 오해가 계속될 것 같아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혼자 있고 싶다"고 하심으로서, 중간에 문제를 제기하신 분들이나, 그중간에 당사자가 되어버린 저, 그리고 이후에 다양한 의견들을 표시하신 분들을 도리어 "마녀사냥을 하는 파렴치한 "으로 규정하신 셈이 되었습니다
이점 대단히 놀랍고, 깊이 유감스럽습니다...
저는 솔직히 제가 덮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취하면 권지예씨 역시 적절한 유감을 표하고, 차라리 이일을 계기로 관행을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정도의 멘트를 하시리라 기대했습니다, (사실 누차 그러시기를 직간접으로 말씀을 드렸었습니다.)
그러나 권지예씨의 반응은 많이 놀랍습니다...
더우기 문단에서 빛나는 위치를 가지신 이문열씨께서도 " ‘봉인’이 표절이라면 신문 기사나 널리 알려진 일에서 글감을 가져온 ‘보바리 부인’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같은 고전들 역시 표절이 될 것”이라며 “작가에게 치명상이 될 ‘표절’ 의혹을 너무 쉽게 제기하는 것 같아 참 난감하다”..."고 말씀하심으로서 권지예씨가 이 부분에서 힘을 얻어 더 강고한 입장을 취하 실 수 있었으리라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심사위원회는 별도의 의견으로 " 다만 소재가 있었기 때문에 소설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므로, 빛나는 작품을 쓴 소설가가 소재를 제공한 사람에게 사후에 감사를 표현하는 것은 인간적인 예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하심으로서 최소한 글을 쓰시는 분들은 언제라도 다른사람의 글을 가져다 써도 그것은 작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제공"이 되는 것이며, 그럴 경우에는 그것을 가져간 분이 차후에 인간적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번 드릴 것을 권고하셨습니다.
저는 사실 문단과는 하등 상관도 없고 제 자신이 "작가"라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 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꽤 열렬한 독자이고, 다소 정도가 심한 독서가이며 한편으로는 바람직한 구매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자의 관점에서는 하등 관계가 없는 일이지만 후자의 입장에서는 많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며, 어떤면에서는 그 점이 굳이 이런 이전투구에 제 스스로 발을 들여놓은 계기중의 하나가 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제가 피해를 입었다는 저작권의 관점이 아니라, 작가와 독자간에 묵계로 맺어진 신뢰와 존경, 그리고 작가적 양식을 훼손한 양심의 문제로 생각했었습니다.
이설이 길었습니다..
어쨌건 위의 의견이야 문단의 거목이신 분들께서 판단하신 일이라 더 이상 말씀드리기가 송구스럽지만, 다만 한가지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너희들 중의 죄없는자 돌로 쳐라.."는 예수의 말씀은 약하고 버림받은 자를 괴롭히는 자들에게 던지신 말씀이지, 그 반대의 입장을 두고 하신 말씀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제가 그 입장은 아니지만.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만약 이것이 제가 아니라 문단의 어느 무명작가가 저와 비슷한 경우였다면 감히 이 문제에 대해 입이라도 뗄 수가 있었겠는지.. 말입니다..
그러고보면 권력은 무서운 것입니다.
우리사회의 곳곳에 존재하는 힘을 가진 정치권력, 돈을 가진 경제권력 , 입을 가진 언론 권력과 같은 대표적 권력들이 아니더라도, 법조계에서는 그안의 이너서클이. 의료계는 그 나름의 메이져가, 문단에서는 문단 나름의 강고한 질서가 권력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니 우리역사가 지향해온 발전은.. 배타적이고 독점적이며 그 영광이 항구하리라고 믿었던 그 강고한 권력구조가 하나씩 껍질을 벗고 평등하고 정의로운 공통선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몸을 낮추기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면 문학상이나, 기타 그것에 의지해야하는 작가들, 그리고 그것에서 파생되는 "힘"들의 관계에서도 이제는 신중한 성찰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단지 저만의 생각일 것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습니다.
을 적다보니 어쩌다가 제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에까지 말이 뻗쳤지만 지금, 저는 이 시점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원점에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일이 작가 스스로의 최소한의 유감조차 없이 오히려 그분에게 공식적인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면 이것은 별로 정의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사적인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유야 어쨌거나 박수는 손벽을 마주하면서 나는 소리 일 것입니다.
그런관점에서는 이것의 본질이 어떠하건 저 역시 당사자임은 분명하고, 또 분쟁의 당사자란 근본적으로 "협량함"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문제가 제기되었다 하더라도, 저는 그저 가만히 있어여 아름다운 행동임을 모를리 없는데 굳이 그 문제의 중심에 서기를 선택했으니 그 역시 도량이 없음이 분명합니다.
이곳 블로그만 해도 그렇습니다
이곳에 블로그를 만든지 벌써 1년 이 넘었습니다.
제가 블로그를 만든 것은 회사나 법인의 게시판과는 달리. 서로 취향이 맞는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블로그라는 매체는 내게 불편하면 출입하지 않아도 되고, 내게 취향이 맞으면 같이 교류하는 공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복이 많은 사람인지 제가 원하던 대로 이 공간을 통해 좋은 분들을 만나고, 그분들과의 보이지 않는 피드백을 통해서 제 스스로를 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지난 일년간 만난 친구분들과 이웃분들은 서로 얼굴도 한번 본적이 없지만 마치 오래된 친구와 같은 우정이 생겼고, 또 그것은 제게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공간은 어디까지나 "평화"를 전제로 하는 곳입니다.
그동안 저와 이웃,친구분들이 누렸던 소중한 평화가 저와 관련한 일로 깨어지고, 서로를 조금씩 이해해가면서 알아가던 이곳의 아름다운 연대가 제가 제공한 이슈로 인해 흐트러졌습니다. 더우기 지난 주말부터는 제 지인이나 친구분들 ( 블로그에서 맺은 인연도 엄연히 제 지인의 범주일 것입니다) 과 또 당연히 그럴 수 있는 일이지만, 그와 입장을 달리하는 분들의 지인이나 친구분들이 이곳에서 저와 상대방을 대신해서 평화를 깨트리는 일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이 책임은 당연히 제 몫입니다.
어차피 이런 논란의 중심에 섰을 때 예견하지 못한 일도 아니고, 그보다 더한 일도 각오를 했던 일이므로, 그로인해 제가 아름답고 소중한 연대를 잃어버리는 것도 결국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여기에서 제기한 것도 결국 제가 쓴 이야기들은 제가 혼자서 썼다기 보다는 이곳에서 이루어진 무수한 피드백과 교감,, 그것이 결국 오늘까지 오게한 힘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지만, 반대로 이 문제를 블로그에 고백한 만큼 이웃들께 그 이상의 심려를 끼친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것이 한달, 두달이 될지, 아니면 열달이 될지는 모르지만, 원래의 "평화"를 되찾을 때까지 이곳의 문을 잠시 닫으려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소중한 인연을 맺은 분들께는 많이 죄송함을 전합니다. 특히 제가 이곳에서 말하려던 "사랑" 이라는 주제를 눈빛만으로 알아주시고 또 그 주제가 곱게 자라도록 키워주신 이웃과 친구분들께는 백번을 머리숙여 한 없는 감사를 드립니다.
다만 이 일의 발단이 되기도 했고, 지금의 논란을 만들어낸 중심축이었던 "인생" 카테고리는 그동안의 평화와 연대를 증거하는 징표로 업데이트 없이 그대로 남겨두고, 아울러 매일경제에 할애를 했던 " 머니레볼루션" 카테고리는 제 임의로 닫아버리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므로 이 카테고리는 매경에서 업데이트 할 수 있도록 그대로 두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염치없지만 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친구로서 친구들께 레볼루션란을 도와주실 것을 부탁 드립니다
사랑과,, 평화...
그러고보니 제가 좋아하는 그룹의 이름이지만 , 지금 돌아보면서 이 두 단어의 의미가 새삼 가슴에 깊게 파고듭니다..
많은 이웃과 친구분들께 다시한번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시골의사 박경철 드림.
발췌-http://blog.naver.com/donodonsu/10001922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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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분깨서 바라던 바는 유감표명과 사과 정도 였던것 같은데 권지예라는 분은 휴대폰 꺼두고 나몰라라 하고 있고 주최신문사와 심사위원들은 자기네 수상작 보호하기 바쁘고 출판사는 아예 묵묵부답으로 대응하고 있다.
참고로 꽃게무덤 구매하신 분은 출판사로 연락하면 환불을 해준다고 하니 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