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동인문학상 수상작 '꽃게무덤' 표절시비와 관련, 소설가 권지예씨가 소재를 차용한 글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의 작가 박경철(사진)씨는 13일(일) 밤 11시 자신의 블로그에서 "권씨의 유감표명과 해명을 받아들인다"고 밝힘으로써 사건이 일단락됐다.

지난달 말 박 씨의 글 '어느 유명작가의 표절시비에 대해'가 문단과 독서계에 파문을 일으키며 인터넷을 통해 일파만파로 번져 나간 후,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던 권 씨는 지난 11일 문학동네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인터넷에서 소재를 차용했다는 사실을 작가 후기에 밝히지 않은 점은 공인으로 잘못했다"며 "글 쓰는 소재를 취하는 작가의 태도를 깊이 생각하며 더욱 성숙하는 계기가 되도록 자숙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글에 대해 시골의사 박 씨는 "권 씨가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고 '해명과 유감'의 표시가 아닌 '변명'을 일방적으로 게시했다"고 주장하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권 씨는 작가적 양식에 입각한 당당한 자기견책이 필요하다"고 말해 사실상 표절시비가 악화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튿날인 13일 올린 시골의사의 글 '이제 내려놓고자 합니다'를 통해 "권 작가가 지난 금요일(11일)에 밝힌 '유감표명'에 담긴 진정성을 이해하고 이제 그것을 소중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권 작가의 내민 손을 늦게나마 기꺼이 마주 잡고자 한다"고 마음을 정리했다.

박 씨가 사건이 불거진 처음부터 견지했던 입장은 "사회적 인정에 따른 책임감은 규범적 판단 이전에 행해져야 할 치열하고 엄격한 자기검열의 문제"라는 것. 즉, 이번 파문의 핵심은 소재 차용에 대한 박 씨와 권 씨 사이의 저작권 문제가 아니라 권위있는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독자한테 갖춰야 할 '작가적 양심과 예의'가 이슈였다는 지적이다.

박 씨는 "나 개인에 대한 권 작가의 사과여부는 처음부터 문제의 본질이 아니었다"고 전제하고 "권 작가는 '일차적으로는 자신과 나의 문제'로, 나는 '권 작가와 독자'간의 문제로 보면서 처음부터 입장이 갈라졌고 문제가 확산됐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주말동안 권 씨와 많은 대화를 나눈 박 씨는 "전업작가가 아닌 사람은 쉽게 짐작할 수 없는 권 작가의 깊은 고뇌와 한사람의 자연인으로서 인간적 고민을 경청할 수 있었다."며 "그 결과 내가 미봉책으로 여겼던 '4판부터 책에 출처를 명기하겠다는 입장'을 권 작가가 왜 굳이 이 문제의 해법으로 여겼지를 충분히 이해했고, 아울러 그 후에는 독자들에게 적절히 해명할 준비가 되어 있었음도 들을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끝으로 박 씨는 이번 사건을 지켜 보면서 사태 악화를 우려한 독자들에 대해서는 "하나의 어이없는 해프닝처럼 그저 쉽게 '물러섬'이 아니라, 나름대로 '사건이 아닌 사람'에 대한 깊은 고려와 인간적 고뇌가 있었음을 이해해 달라"고 주문했다.

(시골의사 박경철씨 블로그 http://blog.naver.com/donodonsu.do)

[북데일리 노수진 기자] 2005.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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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5-11-1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파란님 덕분에 소식 잘 들었습니다.
 

 2005.11.14

사람과 사람이 서로 통한다는 것......
그것도 진심으로 통한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저는 참으로 오랜만에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진실로 통하게 되는,
어느 순간 차가운 얼음이 녹듯 용해 점에 다다라
얼었던 마음이 풀리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이해가 따스하게 회복되는
그 소중한 체험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주말동안에 시골의사 박경철 선생님과 허심탄회하게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이 마음을 열어주시고 저 또한 진심으로 다가가면서
그동안 서로에 대해 많은 오해가 있었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입장 표명이 늦어져버리 게 된 것은,
저는 작가는 결국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보다는 침묵해야하며
글로써, 즉 제 작품으로 이 문제에 대해 대답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또한 그 와중에 제가 그 분을 오해했던 어떤 부분이 있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 점 저의 생각이 미숙했던 것 같아
그 분과 또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이번 일로 저는 세상과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 세상이라고 말합니다.
홈페이지도 블로그도 없고 겨우 이메일 정도나 할 줄 아는 저도
또 홀로 글을 쓰는 외로운 직업을 가진 사람이지만,
세상사는 사람들 일에 관심 많은 작가로서
이 시대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관심을 가지고 모여 있는
인터넷 세상에 들어가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하곤 합니다.

취재나 소재를 구하는 데 현실적인 기동력 면에서 제약이 많은,
생활인으로서 주부이자 또 여성작가인 저는 인터넷이야말로
책과 더불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중의 하나입니다.

벤야민의 지적처럼 무제한 복제와 편집이 가능한 현시대를 살면서
사람들은 마치 화수분 같은 그 감당하기 어려울 만치 풍요로운 정보를
인터넷세상에서 누구나 평등하게 공유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생활의 일부처럼 너무 쉽게 생각하고 간과해서
벌어졌던 일련의 일들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그곳에서 떠도는 작은 사연 하나가 한 개인에겐 너무나도 소중하고 귀중한 글들이며
그 자체로서 하나의 ‘존재’이며 아우라라는 걸 제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누구든 그런 것을 취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걸 깊이 깨달았습니다.
특히나 작가인 사람이 어떤 소재를 인터넷 세상에서 취해 소설화할 경우,
반드시 글쓴이의 동의와 출처를 밝혀야 하며, 작가는 그것을 작품에 차용하고
구성하는 과정에서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혹 생존인물이나 그 주인공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자기 문제처럼 깊이 생각하는 것이 작가의 세심한 인간적 배려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작가이기 전에 저는 제가 참으로
불완전한 인간인 것이 가슴 아픕니다.
이런 모든 인간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는 그 부족한 저의 존재를 걸어
홀로 외롭게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쓴 글은 사회적 판단으로도 완전해야 하며
완전하지 못할 경우 비난을 감내해야 합니다.
어쨌거나 제 이름을 걸고 글쓰는 자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번에 그 부분에서도 제 태도와 생각이
치열하게 미치지 못했던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시대는 바뀌어도 작가는 여전히 시대와 사회를 대표하는
“양심”의 표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 제 마음속에 깊이 각인하겠습니다.

왜 작가로 사는 것이 “천형(天刑)”인지 느끼는 요즘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작가의 삶은 이렇듯 힘들고
고통받게 되어 있고 어쩌면 작가는 또 그통을
잉크삼아 또 쓸 수밖에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자는 말합니다. 사람은 실수를 통해서 더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고.
작가도 인간적으로는 미약하고 불완전한 한 자연인입니다.
이제 저는 작가로서의 제 실수를 알고 또 고쳐나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 부분 독자 여러분의 너그럽고 따뜻한 이해를 구합니다.

참으로 다행히 주말동안 그 분과 진심어린 대화를 했고
그분의 글을 보니 제가 내민 손을 잡아 주는 따스한 체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이렇게 넘어지고 아파본 후에 많은 점들을 깨닫게 되었으니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알게 해주신 매서운 충고와 질책, 동시에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베풀어주신 독자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보름 가까운 시간동안, 저는 한 번도 문밖을 나서보지 못했습니다.
이 가을이 어찌 지나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저 홀로 가을을 맞고 견디는 나무처럼,
제 몸에 붙어있던 오만한 나뭇잎, 안일한 나뭇잎, 경솔한 나뭇잎,
모두 떨어뜨리며 나목으로 서서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그저 폭풍우처럼 휘몰아쳐왔던 이번 일이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제가 선 땅을 더욱 단단히 굳게 만들기를 바라며
이 고통과 상처가 오히려 훌륭한 양분과 약이 되어
미약한 저를 더욱 성숙하게 한다면 감히 더 바랄 바가 없습니다.

다시 한번 이번 일로 제게 실망하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무엇보다도 다시 한 번 제 진심을 받아주시고
이해와 배려가 가득담긴 따스한 가슴으로
화해의 글을 써주신 시골의사 박경철 선생님께
글로 다할 수 없는 감사의 마음을 올립니다.
또 평화로웠던 그의 이웃들께도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올립니다.
그리고 이 일로 상처받은 모든 인연들께도
깊은 위로와 죄송한 마음을 두루 전합니다.

                                                            권지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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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느끼지만 사람의 일은 항상 어렵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주관이 있습니다.

그점은 제게도 소중하지만 권작가님께도 그것은 더 소중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일면식도 없는 두사람의 생각과 주관은 가끔 서로를 이해시키지 못하고, 때로는 필요이상의 갈등과 충돌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저는 이번일을 대하는 저와 권작가님의 입장도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처음부터 제가 견지했던 입장은 "사회적 인정" 이라는 것은 항상 그것에 부합하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 이었습니다, 때문에 저는 이 문제를 처음부터 저작권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고, 다만 그것은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저명작가라는 위치에서, "규범적 판단" 이전에 행해져야 할 치열하고 엄격한 "자기검열"의 문제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제 개인에대한 권작가님의 사과여부는 처음부터 문제의 본질이 아니었던 것 입니다.

그러나 권작가님께서는 저와는 달리 글을 쓰시는 분으로서의 관점이 계셨고, 또 그런 권작가님의 관점에서 볼 때는 글의 "원저자"인 저에 대한 양해가 가장 우선적인 것이라고 여기셨던 것 같습니다. 

때문에 이일에 대해서 권작가님께서는 "일차적으로는 권작가님과 저의 문제"로, 저는 "권작가님과 독자"간의 문제로 보면서 처음부터 입장이 갈라졌고, 이렇게 미묘한 두 관점의 차이가 서로가 원치않는 방향으로 에스컬레이트되어 결국 많은 분들께 걱정거리를 남겨드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번 주말에 권작가님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대화에서 전업작가가 아닌 사람은 쉽게 짐작 할 수 없는 권작가님의 깊은 고뇌과 아울러 한사람의 자연인으로서의 인간적 고민의 일단을 경청 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제가 미봉책으로 여겼던 "4 판부터 책에 출처를 명기하겠다는 입장"을 권작가님께서는 왜 굳이 이 문제의 해법으로 여기셨는지를 충분히 이해했고, 아울러 그후에는 독자분들께도 적절한 해명을 하실 준비가 되어 있었음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권작가님도 "그것보다는 작가적 양식에 입각한 자기견책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저의 뜻에 대해서 충분한 공감과 이해를 표시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권작가님께서 지난 금요일에 밝히신 "유감표명"에 담긴 진정성을 이해하고, 이제 그것을 "소중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권작가님께서 어렵게 내미신 그 손을 늦게나마 기꺼이 마주 잡고자 합니다...

곱고 아름다운 가을에..

때아닌 폭풍우가 매섭게 휘몰아치고, 그로인해 많은 분들께 걱정을 끼쳐드린 것에 부끄러움이 앞서지만, 그래도 지금은 내려놓음으로서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下心" 이라는 말의 의미가 제 마음속에 새삼 깊이 와닿습니다...

p/s : 제가 이 문제를 여기서 이렇게 "내리는 것"은, 하나의 어이없는 해프닝처럼 그저 쉽게 "물러섬"이 아니라, 제 나름대로 "사건이 아닌 사람"에 대한 깊은 고려와 인간적 고뇌가 있었음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아울러 이 문제를 같이 고민하시는 저의 좋은 이웃과 너그러운 친구 분들께도 저와 같은 마음으로 거리에 쌓이는 낙엽처럼 이 문제를 이곳에다 그대로 소복히 내려놓아 주시기를 감히 청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이일로 인해 걱정을 끼쳐드린 많은 분들께 깊은 감사와 사과를 드립니다.......

2005.11. 13  박경철 드림..

출처-http://blog.naver.com/donodonsu/100019439477
..................................................................................................................
이제 마무리를 지으려나 보다. 뚜렷한 결론없이 끝을 내려나 보다. 표절시비의 불씨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여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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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보이네
김창완 지음 / 황소자리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브라운관에서 만나게 되는 몇 몇 연예인들중 자꾸 정이가고 친근하고 이웃처럼 느껴지는 편안한 이들이 있다. 영원한 순돌이 아빠 임현식이 있고,  항상 너무 착해서 손해보고 사는 달수시리즈의 강남길, 그리고 오늘 리뷰를 쓸 책의 저자이자 가수이자, 배우이자, DJ 이기도 한 팔방미인 김창완이 있다. 이 책은 사실 크게 기대하고 본 건 아니다. 연예인들이 쓴 책이라는게 전문작가가 아니다 보니 덜 다듬어지고 감동을 주려고 약간의 오버도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서전이나 성공담은 절대 아니고, 그렇다고 세상을 바라보는 그냥 그런 산문집이라고 하기도 어중간하다. 그냥 그때 그때 잠시 잠시 김창완 본인의 생각들이 이것 저것 정리되지 않고 생각을 그때 그 때 글로 옮겨놓은 것 같다. 책 내용중에도 매니저와 잡지책에 기고할 글을 쓰냐 마냐에 대해 투정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 그냥 김창완의 하루하루 일과를 엿보는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예전 사진들과 추억들을 김창완이 얘기할때도 감동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얘기들만이 걸러지지 않은체 그냥 그냥 담담히 그리고 있다. 

그냥 평소에 김창완 이라는 인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시절 같은 세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들을 담은 담담한(밋밋히다고 볼 수도 있다)  글모음 정도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기식없이 손 가는 대로 쓴 그런 느낌이다. 
옛날 사진들이 책 속 중간 중간에 삽입이 되어 있는데 설명이 없어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아쉽고, 신곡과 책 속 내용을 저자의 목소리로 직접 읽어주는 오디오북 cd가 같이 들어있다.


인용:

내 나이 스물둘, 대학 졸업하고 방위 소집해제된 두어 달이 지난 한 여름, 유난히 취업이 힘들었던 해. 흑석 2동 침수지구. 하늘색 페인트로 덧칠이 된 진초록색 대문의 아래쪽 반은 지난해 물이 찼었기 때문에 칠이 다 일어나 있었다. 그 대문이 유독 기억에 선명한 것은 그 대문을 안에서 열 때는 언제나 희망이었지만 들어와 빗장을 걸때마다 절망이었기 때문이다. 그 대문 앞에서 얼마나 망설였던가. 술냄새 나는 숨을 푹푹 몰아쉬고 잡은 문고리. 그 문고리를 잡고 늘 되뇌는 소리는  "나는 얼마나 무력한 인간인가." 였다.

...............p.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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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계 유일의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말을 바꾸어, 일본 관련 도서가 좀처럼 맥을 못추는 유일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책 역시 맥을 못추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본을 알기 위한 요량으로 서점을 방문한 사람이 만나게 되는 책은 무척 제한되어 있다.

일본은 없다느니 있다느니 하는 따위의 책, 일본 대중문화의 현실을 소개하는 책, 교과서 투 또는 '알기 쉬운' 류의 일본사 도서, 일본 천황가의 조상이 한반도인이라는 주장을 담은 책 또는 그와 비슷한 내용의 책, 일제의 만행에 대한 책.... .

개인적인 독서 체험이지만, 서구인들이 뇌리 속에 일본 문화의 본질이 선(Zen)이라는 인식이 뿌리박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스즈키 다이세쓰의 저서의 경우, 국내에는 그가 집필한 일본 문화 관련 저작은 소개되어 있지 않다. 유명한 볼링겐 시리즈의 하나로 현재까지도 판을 거듭하며 출간되고 있는 Zen and Japanese Culture 같은 책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 밖에도 세계 일본학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전문 연구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문학 분야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일본 고전 문학 작품을 만나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결국 변죽만 울리는 셈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당위와 제대로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현실 사이의 간격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한다. 혹시 일본의 고전이나 수준 높은 일본 관련 도서를 출간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출판사 관계자 분이 계시다면, 일본국제교류기금(Japan Foundation)의 출판교류프로그램(http://www.jpf.go.jp/e/about/program/publi.html)을 자세히 검토해보실 것을 권하고 싶다. 자세한 조건은 직접 검토하면 알겠지만, 인쇄 및 제본비, 종이값 등 도서 제작 총 비용의 50%(학술 도서)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번역서의 경우에는 학술 도서 60%, 일반 도서 40% 이며, 교류기금 자체 추천 목록에 수록되어 있는 책을 번역할 경우에는 80%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목록은 일본 문화원에서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 나라는 일본의 지원을 받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어 지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올해부터는 그렇지 않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라 하겠지만, 우리 나라의 일본학 연구 수준과 읽을만한 일본 관련 도서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 현실이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서울대학교가 '드디어' 학부 또는 대학원에 일본학 과정을 개설하기로 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만시지탄이라는 말이 이처럼 어울리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민음사에서 1997년부터 '현대일본의 지성' 시리즈가 가라타니 고진의 <일본근대문학의 기원>을 필두로 출발하기도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 뒤로 소식이 뜸하다. 정확한 사정은 모르지만,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판단이야 당연히 출판사의 소관 사항이니 무어라 할말은 없지만, 그래도 안타까운 심정이 드는 것인 어쩔 수 없다. 다행히 이산 출판사에서 수준 높은 일본 관련 도서 내지는 일본 필자의 도서가 꾸준히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 나라 출판계에서 일본 관련 도서의 풍경은 아직까지도 삭막하기만 하다.

당위와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새로운 세기 우리 나라 출판계의 중요한 과제들 가운데 하나가 일본을 '제대로' 소개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특히 일본의 고전을 제대로 번역하여 소개하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 물론 언제나 어렵기만 한 출판계 자체 역량만으로는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다. 국내의 관련 학계가 출판사의 일본 관련 기획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한일 문화교류가 온통 일본 대중오락상품 개방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대중오락상품의 교류도 중요하다. 현재의 일본 대중들이 느끼고 즐거워하고 슬퍼하는 감수성의 세계에 대한 우리 나라 일반인들의 이해가 깊어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역사의 지층을 이루는 보다 깊고 다양하고 풍부한 그들의 세계에 대한 이해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현재의 정부가 정말로 지식정보화 사회의 실현을 화두로 삼고 있다면, 일본 관련 지식정보의 편식에 대한 정책적인 고려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출처-http://www.kungr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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