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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 - 서진학교, 17년의 기다림과 장애인권 이야기
김정인 그리고 발달장애인 부모 7인 지음 / 책폴 / 2022년 9월
평점 :
몇 년 전에 장애영화제에서 <학교 가는 길>을 봤었다. 뉴스에서 '무뤂 사건'만 접하고 경약했었는데, 다큐를 통해 사회적 배경과 정치의 실패를 알게 되었다.
대학교 때 봉사활동을 교남학교에서 했다. 매주 주말에 발달장애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교육 활동을 했다. 그때는 왜 교남학교가 강서구에 있을까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대학교 때 역사적 배경 등을 공부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1990년 1만 7291세대가 가양동에 들어섰다. 1992년 하반기 첫 입주가 시작되었다.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아파트 8400여 가구가 공급되었다. 공진초등학교는 46학급으로 증설되었다. 1994년 탑산초등학교가 들어서면서 공진초등학교 학생 일부가 전학갔다. 주민들은 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했고 임대아파트와 학군을 분리해 달라고 집요하게 요구했다. 이를 공무원들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는 낙인효과를 불러일으켰다. 공진초등학교는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대상학교로 선정, 교육과정 우수학교에 뽑혀 서울시 교육감상을 여러 차례 받았다. 2015년 공진초등학교는 폐교되었다. 2020년 3월 공진중학교 마저 문을 닫았다.
2017년 7월 강서구 공립툭수학교 신설을 위한 1차 주민토론회가 열리고 특수학교 설립반대자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 내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는 자치구가 여덟 군데나 되는데 왜 강수구냐는 것이었다. 9월 5일 2차 주민토론회가 열리고 역사적인 '무릎 사건'이 벌어졌다.
처음으로 국민은 아이들이 특수학교에 다니기 위해 하루 2~3시간씩 원거리 통학을 하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 헌법에 보장된 교육권이 아직도 힘들다는 것을 눈으로 처음 확인했다. 9월 5일 이후 판도가 확 바뀌었다. 언론이 800개 넘는 특수학교 관련 보도를 쏟아냈고, 국회에서 초당적으로 '특수학교 설립을 통한 장애 학생의 교육권 보장 촉구 결의안'을 통과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서울시 교육청과 조희연 교육감은 강서, 서초, 중랑 특수학교 2개를 신설을 추진했고, 특수학급도 확대했다. 특수학교가 전무한 8개 자치구에도 특수학교를 설립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교육부는 2022년까지 특수학교를 최소 22개교 이상 신설하고 특수학급 1250개를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쉽게도 교육부가 22개교 새로 짓겠다는 목표는 무산되었다. 하지만 1250개가 아닌 1700개 넘는 특수학급이 추가되었다. 여러 장애인 시설과 인력, 예산 등이 늘어났다.
을과 을의 싸움이다. 국가의 성급한 주거정책은 너무 쉽고도 뚜렷하게 계급을 갈라놓았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아픔과 상처가 사람들을 짓눌렀다. 공진초등학교를 폐교하는 대신 장애특수학교와 같이 설립할 수는 없었을까?
서진학교 설립은 우리나라 발달장애 사의 한 획을 그었다. 처음으로 발달장애의 교육권(학교 뿐만 아니라 평생 교육권)까지 생각하게 된 계기가 아닐까? 그나마 당시 조희연 교육감이라 다행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누구보다 장애인 특수교육에 대한 애정과 헌신을 지녔다. 교육청 내 특수교육 전담부서가 신설되었고 통합교육 강화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졌다. 고용노동부와 함께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도 문을 열었다. 17년 동안 엄두도 못 냈던 특수학교 신설을 무료 3개교나 추진했다. (340쪽)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에 대한 이야기, 상당수의 장애인 가족들이 우울증에 시달린다. 치매국가재임제에 공감하면서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국가가, 자녀가 엄마를 투사로 만든다. 더이상 엄마들이 나서서 싸우지 않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2020년 드디어 서진학교가 개교했다. 반갑게도 서진학교가 2021년 '서울시 건축상' (코어건축 유종수 소장) 대상에 서진되었다.
책에서는 다큐에서 다 다루지 못했던 부분 - 장애아동의 형제자매 이야기, 각 엄마들와 아이들 이야기, 동해장애학교 설립 투쟁 이야기, 특수학교 설립반대 비대위 위원장의 영화 배급, 상영 중지 가처분 신청 등을 담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다큐는 어렵게 개봉했다. 2020년 9월 17일 제12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월드 프리미어를 가졌다.
전 세계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법과 제도가 저절로, 알아서 만들어진 경우는 거의 없다. 흙을 날라 산을 옮긴다는 자세로 헌신한 분들 덕분에 그나마 여기까지 왔다. 이름도 빛도 없이, 거리에서, 관공서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외치는 누군가가 없었더라면 절대 가능하지 않았을 일이다. (201쪽)
영화도 보고 책도 같이 보기를 추천한다.
너를 지원하는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은 그 일 자체가 직업이 되기도 하는데,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어려웠던 사람들이 함께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이해가 생기고 인식이 변화하는 것을 경험한단다. 네가 만나는 사람들은 조력자, 옹호자, 친구, 이웃이며 이들을 통해 너는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법을 조금씩 익혀 나가는 거야.
세상에 혼자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장애가 있는 사람도 때로는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고, 장애가 없는 사람도 때에 따라 배려받으며 살아가는 세상이지.
부모 형제가 곁에 없을 때도 혼자가 아니라, 조력자들과 친구들과 이웃들과 함께 즐겁게 살기 위한 너와 나의 도전은 오늘도 힘차게 진행 중이다. 네가 가지고 있는 자폐적인 특성을 낯섦이 아닌 특별함으로 받아들이는 이웃들과 친구들이 많아지면 좋겠어. 우리 지현이와 발달장애인들이 존엄과 품위를 잃지 않고 각자의 차이가 편안히 드러나는 공동체 안에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230쪽)
학교 가는 길 OST: https://youtu.be/oNBpROhSphI?si=9Neqzhrzv0pMXT1Q
서진의 탄생: https://www.youtube.com/watch?v=8l6hHejqLV0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우리들은 ‘어쩌지 못하는‘ 이 마음을 아녹 산다. 어쩌지 못하는 마음은, 맹자의 말을 빌리자면 ‘불인지심‘이다. 차마 모질게 하지 못하는 마음, 남의 불행을 외면할 수 없는 마음, 남이 당하는 고통을 참을 수 없는 마음. - P343
도대체 언제까지 특수학교를 짓는 대가로 뭔가를 제공해야 합니까? 이렇게 강서특수학교를 봉합하고 나면 땅의 등급 상향을 요구하고 있는 서초특수학교는 어떻게 할 것입니까? 부지확보가 시급한 중량특수학교는 또 어떻게 할 것입니까? 또 물 줄 건가요? 전국의 특수학교 설립을 어렵게 만드는 나쁜 선례를 제공했습니다! - P338
다음 생애도, 그 다음 생애도 엄마가 한빛이 엄마 할 테니까, 그때도 내 아들로 태어나 줬으면 좋겠어. 사랑한다, 한빛아. - P318
대부분의 부모 마음이 그러하듯 나에게는 중증발달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25세가 되도록 신호등도 구별할 줄 모르는 내 아들 윤호가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다.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어여쁜 내 새끼! 그런 아들이 노숙자가 될 수 있따는 두려움은 지금도 나를 채찍질하게 한다. 내가 아는 한, 좋은 시설은 없다. 나쁜 시설과 덜 나쁜 시설이 있을 뿐이다.
국내 특수교육 대상자는 9만 8154명. 이 중 2만 7027명이 특수학교에 재학하고 있다. 30%가 채 되지 않는다. 강서구 교남학교, 구로구 정진학교 발달장애인에게 평생교육은 산소호흡기와 같다. 평생교육 이용자 중 비장애인 이용률이 36.8%, 장애인 이용률은 0.2% 우리를 지지해 주는 것은 바라지도 않아요. 반대만 하지 않으셔도 정말 고맙죠.
단 한 사람의 온기조차 소중하다. 그분들을 외롭게 두지 않는 것, 연대의 등불을 환하게 밝혀 놓는 것. 섣부른 낙관은 금물. 근본적인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 고비 넘었다고 안도할 참이면 더 큰 고비와 맞닥뜨렸다. - P199
이처럼 판이한 의지와 의지가 충돌할 때 국가의 개입은 필수적인데, 이 나라 당국자들은 도무지 존재감이 없었다. 문제가 생기면 당신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라는 투로 뒷짐이나졌다. 가양동이 처음 개발될 때부터 줄곧 이랬 가장 좋은 복지는 일자리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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