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를 통해 바라본 공기업 혁신의 네가지 성공비결
공기업 CIO들은 요즘 혁신에 대한 압력을 곳곳에서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KOTRA)가 이에 대한 모범답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KOTRA는 지난해 경영혁신 및 국가고객만족도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공기업 혁신의 전도사로 나섰다. KOTRA는 전체 업무 프로세스를 CRM 시스템에 녹여내고 이를 BSC와 연계해 철저하게 업무 실적을 개인의 보상과 연결시키고 있다.
김영미 ym_kim@ciokorea.com
"공기업은 현재의 고객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목표를 확실하게 둬야 한다.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일반기업들에게는 생소할지 모르지만 국내 공기업은 이를 특히 명심해야 한다. 고객이 없는 업무는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온 나라가 경제위기에 휘몰아쳤던 지난 98년, KOTRA에도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수출은 점점 급락하고 추락한 국가신인도로 인해 수출과 투자유치 업무를 주로 하는 KOTRA는 점점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KOTRA에게 더 많은 정보와 빠른 프로세스의 혁신을 바랬지만 KOTRA는 이러한 변화에 미동도 하지 않았다. 고객에 대한 생각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지고 있었다. 99년, 2000년 공기업 부문 순위가 최하위로 집계되면서 KOTRA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었다. 때를 맞춰 산자부 차관 출신의 오영교 사장이 취임하면서 KOTRA는 개혁의 소용돌이 안으로 빠져 들어 갔다.
공기업도 망한다
98년 외환위기 이후 수출과 외국인 투자의 국민경제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이에 따라 KOTRA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가 더욱 커졌다. 밖에서는 기업들마다 e비즈니스를 도입하고 생존을 향한 경영혁신에 매달리고 있었지만 KOTRA는 2000년까지만 해도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KOTRA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고객들은 직접 본사를 방문해 복잡한 절차를 거쳐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그 결과 KOTRA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수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더욱 심각한 것은 KOTRA 직원들이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공기업이 설마 망하겠느냐’라며 성과없는 사업에만 매달리고 있었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대대적인 경영혁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당시를 회상하는 채훈 부사장(CIO 및 전략경영본부장)은 “결국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공사가 되었다. 무용론이 대두되고 KOTRA가 존재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는 안팎의 비난의 시달렸다. 내부구성원 사이에서도 위기의식이 급속하게 퍼졌다. 존재의 의미가 없어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KOTRA는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과 투자유치를 위해 존재하는 공기업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직접적인 수단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출품을 만드는 공장을 짓거나 해외의 개발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할 수도 없고 기업에 금융, 세제 등의 가시적인 혜택을 제공할만한 수단도 없다. 단지 정부와 기업의 중간에서 이 모든 일을 더욱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할 뿐이다. 정보를 제공하는 중간자이다보니 수출이나 투자유치가 잘 될 경우 그 공은 기업체나 정책집행기관의 공으로 돌아가는 반면 잘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이를 주된 업으로 하는 KOTRA의 지원이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원망을 듣기 일쑤였다.
KOTRA는 먼저 고객의 필요사항과 실태를 파악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국내 14만 개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수요 조사를 실시하고 이에 따라 사업을 현장 중심으로 대폭 재편했다. 과거 수십 년 동안 주관해온 전통사업의 경우에도 수출창출과 투자유치라는 구체적인 실적이 없다면 과감히 정리해 버리거나 고객의 요구에 맞춰 개선했다.
그리고 사내 기획조정실 산하에 미래전략연구팀이라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이들은 혁신의 방향을 설정해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등 혁신전도사로써 바람몰이를 시작해 전사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역할을 했다. 이들의 목적은 3년 안에 KOTRA를 전세계 최고의 무역투자진흥기관으로 부각시킨다는 것이었다.
KOTRA는 이를 위해 뼈를 깎는 조직혁신과 함께 회사의 모든 프로세스에 CRM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와 함께 실적과 고객만족도, 예산회계 시스템, 직원 목표관리 시스템 등을 BSC 시스템과 연동했다. 더불어 연공서열을 타파하고 다면평가제 등을 도입하여 공정성을 기한 인사시스템은 변화와 혁신에 반감을 갖고 있던 직원들에게 동력을 제공했다.
KOTRA의 이와 같은 혁신 활동은 1년 만에 KOTRA를 경영혁신과 국가고객만족도 지수 상위의 공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3년 만에 WTO(세계무역기구, World Trade Organization)와 ITO(국제무역기구, International Trade Organization)로부터 세계 최우수 무역투자진흥기관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공기업을 혁신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힘들다고 말한다. 공룡처럼 둔해진 조직, 퇴출없는 인사제도, 혁신을 두려워하는 문화 등 걸림돌이 많기
때문이다. KOTRA는 이러한 어려움을 모두 안고 지난 몇 년간 혁신작업을 꾸준히 수행해왔다. 다음은 KOTRA를 통해 바라본 공기업 혁신의 몇가지 키워드이다.
"무형의 공익서비스를 제공하는 KOTRA의 비즈니스 성과를 균형있게 계량화하여 평가하기 위해서는 BSC가 최적의 도구였다."
1. 고객이 없는 업무는 가치가 없다.
정부부처나 공공기관 혁신에 있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누가 ‘고객’인가 하는 것이다. 일견 너무나 쉬운 문제로 비춰지지만 개발독재, 경제발전이 최우선으로 여겨지던 시대를 살아온 공기업에게 스스로 고객을 ‘누구’로 규정해야 하는가는 한번쯤 되새겨봐야 할 문제이다.
KOTRA에게 고객은 ‘대한민국에서 해외로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과 ‘대한민국에 투자해 기업을 운영하는 해외 기업’이다. 채훈 부사장은 “KOTRA의 궁극적인 목적은 직접적으로는 수출과 투자가 실현되어 나타난 투자성약액이고 간접적으로는 KOTRA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그들의 만족도가 증가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KOTRA는 직원들에게 ‘고객이 없으면 KOTRA도 망할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확산시키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혁신의 방향을 ‘고객’으로부터 찾았다.
모든 혁신의 패러다임을 고객과 성과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바꿨다.
이것은 고객이 원하는 사업을 수행하여 그 성과를 측정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영방침아래 선택한 것이 CRM과 BSC였다.
KOTRA는 우선 모든 비즈니스를 고객의 수요와 관점에서 수행하기 위해 CRM 시스템을 구축했다.
즉,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프로젝트화 하여 사업을 기획, 수행하고 결과를 분석하여 다시 사업에 반영하는 데 CRM을 활용한 것이다. KOTRA는 CRM을 통해 사업을 수행하고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활동을 강도 높게 추진했다.
KOTRA의 CRM은 일반기업의 그것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
무형의 상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KOTRA는 모든 사업의 업무처리 프로세스를 정형화, 단순화시키고 CRM을 그 프로세스에 적용해 시스템화 했다. KOTRA의 모든 서비스를 온라인 상에서 신청하고 받을 수 있는 고객접점 기능, 고객의 다양한 요구사항과 사업실적을 정리해주는 고객분석 기능, 고객과의 모든 업무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업무처리 기능이 그것이다.
KOTRA의 CRM 시스템은 고객이 일일이 KOTRA를 방문하지 않아도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즉, 조사대행, 지사화사업, 시장개척단, 수출상담회, 해외박람회, 해외세일즈 지원, 투자진흥 등 KOTRA의 모든 업무를 고객들이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다.
처음 서비스를 신청하는 단계부터 서비스 수수료 결제절차, 업무 진행, 그리고 서비스 결과를 고객에 통보하는 등의 모든 업무 프로세스가 온라인 CRM 시스템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박종식 KOTRA 정보시스템팀 팀장은 “고객이 KOTRA의 CRM 시스템을 이용하여 회원으로 가입하면 원하는 정보와 참여하고 싶은 사업을 지역별, 상품별로 선택할 수 있다. 생산한 정보를 자동 분류해서 고객이 원하는 맞춤 서비스를 한다.
또한 서비스를 신청한 고객에게 업무 처리 전과정을 공개함으로써 고객들은 어디에서 누가 이 서비스를 처리 중인지 확인할 수 있으며 서비스가 종료된 후에는 자동으로 고객만족도 측정을 위한 7개 문항의 설문지가 고객에게 발송된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사업이 종료된 후에도 고객은 서비스를 담당했던 해외무역관에게 사후관리를 신청할 수 있다. 이렇게 수행된 사업결과와 고객 정보는 CRM 시스템에 축적되어 다양한 형태로 분석된다. 사업별, 상품별, 지역별, 고객수요, 그리고 고객만족도가 분석되어 그 결과를 다시 각 사업별로 자원, 즉 인력과 예산을 배분하는 데 순환된다.
KOTRA의 모든 업무가 온라인 상에서 원스톱으로 제공되는 것이다.
“공기업은 현재의 고객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목표를 확실하게 둬야 한다.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일반기업들에게 생소할지 모르지만 국내 공기업은 이를 특히 명심해야 한다. 고객이 없는 업무는 가치가 없는 일이다.”라고 채훈 부사장은 못박아 말한다.
KOTRA는 향후 이 시스템의 고객정보 분석 기능을 강화하여 고객 수요 변화에 단순히 대응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새로운 고객 수요를 예측하여 주력사업을 개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시스템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KOTRA를 통해 바라본 공기업을 혁신하는 4가지 방법
1. 자사의 고객이 누구인지 명확히 설정한다.
2. 변화의 고통을 감내하는 만큼 금전적으로 보상한다.
3. 투명한 인사시스템을 적용해 직원들의 신뢰를 얻어내야 한다.
4. 단기목표를 설정하고 결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2. 혁신은 반드시 보상과 연계되어야 한다.
몇년 전 국민의 정부 시절 ‘개혁피로감’이라는 단어가 회자된 적이 있었다. 즉,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개혁 활동들이 국민에게 피로감을 안겨주고 있다는 것인데, 이 말은 쏠쏠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당시 야당에게 정부를 공격하는 좋은 구실이 되었다. 공기업 혁신에 있어서도 ‘개혁피로감’은 고민거리이다.
이에 대해 채훈 부사장은 “혁신과 보상이 따로 돌아가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힘든 변화를 감내할만한 개인적인 수익 즉, 금전적인 보상이 있어야 한다. 특히 공기업 혁신에 있어서 이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라고 조언한다.
KOTRA는 조직과 고객관리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혁신을 진행하면서 이를 개인의 실적과 밀접하게 연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KOTRA는 경영 혁신 초기단계에서 다양한 평가제도를 연구한 끝에 BSC를 도입했다.
BSC는 CRM을 통해 수행된 서비스, 또는 사업의 성과를 측정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박종식 정보시스템팀 팀장은 “무형의 공익서비스를 제공하는 KOTRA의 성과를 균형있게 계량화하여 평가하기 위해서는 BSC가 최적의 도구였다.”고 설명한다. KOTRA는 BSC를 통해 성과를 실시간으로 평가하여 본격적인 경쟁체제의 막을 올렸다. 이전에 성과를 평가하려면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였다.
KOTRA BSC의 가장 큰 특징은 보상이다. 직급이나 연차에 상관없이 적용한 능력별 인센티브제는 조직원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게 만들고 또 능력을 꾸준히 배양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자원이라고는 사람뿐인 KOTRA에게는 인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했기 때문이다.
업적평가 60%, 근무평가 40%로 구성된 BSC는 놀랍게도 KOTRA의 업무 분위기를 일거에 바꿔놨다. 채훈 부사장은 “조직 구성원을 직급별로 구분하고 업적평가 결과에 따라 5등분해 각 등급에서 단계별로 20%씩 인센티브를 차등해서 지급했다. 이에 따라 같은 직급이라도 인센티브에 따라 연봉이 1천만원 가까이 차이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능력별 BSC가 도입됨에 따라 직원들의 무역관 선호도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KOTRA 직원들은 보통 3년을 주기로 국내와 해외를 오고 간다. 따라서 어느 무역관에서 근무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이전에는 생활환경이나 교육여건이 좋은 선진국 중심으로 신청하는 직원이 많았다.
그러나 성과 중심의 사업과 실적 중심의 평가제도가 정착됨에 따라 아무리 생활 여건이 좋더라도 사업 여건이 나쁜 무역관은 기피하는 풍조가 생겨났다.
실제로 지난 2003년 정기 발령시 방글라데시의 대카 무역관 근무를 희망하는 직원의 경쟁률이 8대 1에 달했다.
선진국이라 하더라도 실적을 창출할 수 없으면 연봉도 깍이고 인센티브도 없어 기피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를 확산하는 데에는 그간 밀실인사로 악명이 높았던 공기업 인사의 대대적인 혁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3. 공정한 인사시스템은 혁신의 가장 확실한 도구
‘공정하고 정확한 인사관리는 살아서 꿈틀거리는 건강한 조직을 만들고 혁신업무를 수행하는 원동력이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이 말은 대한민국 공기업의 수장들이 귀기울여 들어야 할 부분이다.
KOTRA가 구성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놀라운 추진력으로 혁신의 열매를 맛볼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투명한 인사시스템을 통한 공정한 인사가 그 몫을 해냈다고 KOTRA 직원들은 믿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36개로 이루어져 있던 본사 조직을 핵심 기능별로 통합하여 그 절반 수준인 18개로 줄이고 조직 슬림화로 창출된 여유 인력 90여 명을 해외 현장에 전진배치하는 대대적인 조직 혁신 속에 이 인사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 팀을 절반으로 줄였다는 것은 어제까지 팀장이었던 사람이 오늘 일개 팀원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당시 팀장에서 팀원이 된 현 박종식 정보시스템부 팀장(1급)은 “36명의 팀장이 하루아침에 18명으로 줄고 역시 팀원이 되었다. 정신을 쏙 빼놓는 인사였다.”라고 회상했다.
현재 그는 달라진 승진 체계로 전산직으로는 최초로 1급직(현재 사내에는 50여명의 1급직원이 존재한다. 이전에 전산직은 1급으로 승진할 수 없었다.)이 되었다. 이 결과 팀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사업 남발이나 비효율적인 업무 중복, 그리고 조직 내부의 알력이 많이 없어지고 해외 발령에까지 미쳤던 인사 적체 현상도 다소나마 완화시킬 수 있었다.
KOTRA의 이러한 공기업 팀제 개편은 타 공기업의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쳐 KBS가 지난 여름 이러한 팀제를 적용한 바 있다.
꼴찌에서 우등생으로 변신한 KOTRA
KOTRA는 지난 1일 몰타에서 열린 제5차 세계무역진흥기관회의에서 전세계 최우수(Best of the Best Award) 무역 및 투자진흥기관으로 선정됐다.
사상 최대인 전세계 68개국의 무역 및 투자 진흥기관 대표들이 참가한 이번 회의에서 KOTRA는 1차로 개도국의 최우수 무역 및 투자 진흥기관으로 선정된 데 이어 각 경제군별 우수기관 중 최우수기관(Best of the Best)을 선정하는 최종 결선에서 이 상을 받았다.
수출지원의 필요성이 떨어지면서 기관 존립에 의문이 제기됐던 KOTRA는 철저한 고객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연계해 성과평가를 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했다. KOTRA는 현장인력 보강에 주력하면서 99~2000년 전체 공기업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던 고객만족도를 1위로 끌어올렸다.
조직개편과 함께 적용한 다면평가제는 상사가 일방적으로 ‘인사고과’를 주는 것에서 탈피, 평소 실질적인 업무 관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그 직원의 업무 자세와 능력을 평가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360도 평가로 일컬어지는 이 제도는 일시적인 성과 창출, 팀 목표를 벗어난 지나친 개인주의를 극복하는 인사관리에 유용한 수단이다. “다면평가제는 인기에 영합할 수 있어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받지만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능력대로 가기 마련이다. 일정기간 점수가 높거나 낮은 평점을 받은 특이평점자는 중점관리대상이 되어 제도를 보완한다.”고 채훈 부사장은 설명한다.
4. 성과는 단기간 안에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공기업 혁신에 있어 CIO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혁신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이다. 특히 혁신의 초기단계에서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직원들의 인식들을 어떻게 깨고 혁신에 동참시키는가가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할 수 있다.
KOTRA가 시스템 혁신을 진행할 초기 내부에서 혁신 주도세력에 들어가지 못한 직원들을 중심으로 무관심계층이 확산되고 있었다. KOTRA는 전 직원이 참가하는 경영혁신워크샵과 조직활성화교육을 연속해서 개최하고 경영진과 직원들간의 적극적인 릴레이션십 강화 노력을 병행했다.
즉, 온라인을 통한 일대일 혹은 일대다 커뮤니케이션과 오프라인 대화활동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경영진의 혁신의지에 대해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단계적으로 혁신활동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저항이 이어졌다. 본사조직 개편으로팀장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팀원으로 발령되자 보직을 받지 못한 간부들과 높은 업무강도 및 경쟁체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직원들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반발이 나타나기도 했다. 채훈 부사장은 “어느 조직이건 경영혁신 추진단계는 비슷하다.
위기감 조성에서 시작해 변화추진조직 구성, 비전과 전략 도출, 실행, 후속변화 창출, 변화 정착 등이다.
이러한 단계별로 조직 구성원의 감정과 행동적인 측면에서의 변화를 면밀히 관리해야 혁신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KOTRA는 고객과 성과를 중심으로 조직 전반에 공정한 경쟁원리를 도입하고 사업실적 평가와 보상, 인사를 입체적으로 연결시켜 ‘열심히 일한 사람은 반드시 보상받는다.”는 원칙을 실현하는 데 매진했다. 또한 혁신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공기업 경영평가와 고객만족도평가에서 좋은 결과가 나타나고 이에 따른 예산 확대, 사업 여건 개선 등 가시적인 단기성과들을 계속 창출하여 혁신활동이 결국모든 조직원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확인시켰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면서 단기적인 성과를 구성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채훈 부사장은 혁신 첫 해에 이러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면 무척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현재 혁신을 준비하고 있는 공기업의 수장들이 꼭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구성원들이 성과없는 ‘개혁피로감’을 느끼게 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