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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9월
평점 :
한국 소설가 중에서 진짜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손원평 작가가 연애소설을 썼다니. 살짝 기대됐다.
황재인, 이호계, 백도원, 전예진. 효고동에서 살고 근무하는 네 남녀의 이야기다. 2,30대의 살짝 민망하고 어려운 사랑.
손원평 작가의 문체는 참 편하다. 필사를 해서 따라하고픈 문체다.
나도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작가다.
어긋난 사랑, 혼자만의 사랑, 다시 시작하는 사랑, 발전적인 사랑.
2030의 사랑은 환타지적인 사랑보다는 성장하는 사랑을 기대하게 된다.
혜진은 도원을 좋아하고, 호계는 예인을 좋아하고, 도원은 재인을 좋아한다.
각자의 사정과 미숙함 때문에 연애가 순탄치만은 않다.
타이밍도 문제다. 결혼, 사별, 이혼을 겪은 재인과 도원은 10년 뒤 다시 재회하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아 또 어긋난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질투하는 마음 때문에 호계는 발설하면 안 될 사실을 혜진에게 말하고, 그 사실을 혜진은 도원에게 전한다.
사적인 이야기를 발설한 것에 대해 재인은 호계에게 서운해하고 결국 관계는 회복할 수 없게 된다.
효고동에서 시작한 남녀의 연애는 재인의 빵집이 임대료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혜진의 회사는 경영난으로 작은 사무실로 이사하면서, 호계는 빵집을 떠나고 해외로 나가면서 마무리된다.
장소에서 맺었던 인연들과 자연스럽게 멀어지면서 느껴지는 종결이 참 아쉬우면서 어쩔 수 없다.
한때 소중하고 가까웠던 것들은 다 사라졌다.
어른이 되면서 우리의 관계망은 알게 모르게 넓어진다. 그래서 하루하루 정신 없이 흘러가나 보다.
이야기의 흡입력과 수려한 문체 때문에 단숨에 읽었다.
작가는 재인에게 가장 애정을 많이 쏟은 것 같다. 상대적으로 예진에 대한 묘사가 부족해서 아쉬웠다.
다음에는 또 어떤 새로운 작품으로 나타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