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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발에 입 맞추고 싶습니다 - 세기의 발레리나 강수진 라이프 스토리
장광열 지음 / 동아일보사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얼마전 무릎팍도사에 나온 강수진을 보고 그 기품과 겸손함에 반하고 말았다. 그래서 강수진 관련 책을 찾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이거. 자서전이 아니기 때문에 속속들이 와닿은 내용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기본적으로 강수진의 성품과 자라나온 과정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간 강수진의 카리스마에 빠져들었고 하루 18시간 발레 연습외에 다른 것을 해본적이 없다는 말에 저절로 감탐을 들었다. 한가지 일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그 마음이 무엇보다 부러웠다. 나도 무엇인가에 그렇게 혼신을 다해 빠져들고 싶다. 아직 강수진이 출연한 작품을 본적이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보러 가야겠다. 특히 강수진이 가장 마음에 든다는 작품 카멜리아 레이디와 오네긴을 꼭 보고 싶다.
147쪽...수진은 그 발이 자신의 일부분ㅇ리ㅏ 했지만 어쩌면 그건 그녀의 전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발은 억지로 미소지을 줄도, 아닌 척 딴청을 피울 줄도 모른다. 그녀의 발은 다만 분홍 토슈즈에 숨겨진 채 문드러지며 피를 쏟는 살의 아픔과, 그럼에도 그것을 벗어 던질 수 없던 한 발레리나의 운명을 보여 줄 뿐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그 발에 감동했다면, 그건 결국 발끝에 운명을 매달고 달려온 수진의 삶에 대한 찬사에 다름 아니리라.
178쪽....20년간의 발레 인생에서 몇 번의 큰 시련기가 있었는데, 그것이 결과적으로 내게 약이 되었어요. 도망가지 않고, 조급해하지도 않고, 다만 나 자신을 믿으면서 용기 있게 대면하면 늘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많은 이들이 저를 가리켜 성공했다고들 하지만 나 자신은 사실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또 현재의 자리에 만족하지도 않아요. 더 많은 것을 바래서가 아니라, 언제든 어려움은 또 닥칠 수 있는 거고 그 때 잘 이겨내려면 늘 초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그 동안의 경험으로 알고 있거든요.
179쪽. 평탄한 길을 달려오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늘 초심을 유지할 수 있는 자세를 갖게 되었따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녀가 오랜 군무 경험을 거쳐 주역의 자리에 오른 사실에서 드러난다. 수진은 독일 슈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한 86년부터 약7년간 군무 무용수로 뛰었다. 이를 보아도 그녀의 성공은 운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오히려 입단 초기엔 군무에조차 끼지 못할 만큼 운이 없는 편에 속했다. 로잔 콩쿠르에서 일등을 거머쥐고 당당히 최연소로 발레단에 들어온 사람치고는 너무나 부진한 모습이어서, 수진 자신은 물론 주변에서도 이를 의아하게 여길 정도였다. 하지만 수진은 누구보다도 자신을 잘 알았다. 자신의 재능은 끊임없는 노력과 연습으로만 빛이 난다는 사실을. 하루아침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는 없고, 어느 날 갑자기 오리에서 백조로 변할 수는 없다는 것은.
181쪽.... 밑바닥에서부터 한 걸음씩 올라온 사람에겐 절망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그만큼 성공에 대한 망상과 집착도 없다. 또 요행수와 운도 바라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믿는 게 있다면 성실성과 겸손함 뿐이다. 그것이 뒷받침될 때 실력은 늘 정직하게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을 그들은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