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부터 열이 나고 아프기 시작해서 금요일에는 신종플루 검사를 받았고, 토요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남들은 그냥 수월하게도 지나간다던데 ....
난 일요일까지 39도를 오르내리는 열로 끙끙거려야 했다. (체력이 바닥이었던 듯;;)
월요일부터는 열은 좀 내렸지만, 오늘까지 자택격리.
자택격리라는 강제(?) 조항이 없었어도 움직이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
기운이 없어서, 1시간 깨어있으면 그 시간 + a 만큼 누워있어야 했으니까 ...
행여라도 가족들에게 옮기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방안에만 콕.
거실이라도 나갈라치면 마스크 쓰고, 조심조심.
아침저녁으로 거실 바닥을 알콜로 닦으면서 ...
그저 이 고생은 나 한 사람으로 넘어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 ...
며칠을 앓고 누워있으면서, '다 나으면 하고 싶은 것들'을 꼽아보았다.
우선, 둘째 아이에게 원 없이 책 읽어주기. (평상 시에는 바쁘고 힘들다고, 두 권만, 세 권만~ 이러면서 적게 읽어주었는데, 낫기만 하면 '많~~~이' 읽어줘야겠다고 다짐)
첫째 아이에게 잔소리(?)하면서 공부 봐주기. (잔소리하다 내가 속터져 죽겠다고 열을 냈었는데, 이제는 열내지 말고 봐줘야겠다고 또 다짐)
가족들에게 맛있는 것 만들어주기. (어머님께서 워낙 솜씨가 좋으신 데다가 난 바쁘다는 이유로 늘 건성건성이었는데, 이제는 맘 먹고 한 가지씩 요리를 배워야겠다고 다짐)
옆지기랑 손 꼭잡고 데이트하기. (대장금의 민 종사관과 유브갓메일의 폭스 사장과 빨강머리 앤의 길버트를 합해놓은 것 같은 사람이 내 이상형인데, 어째 내 옆에 있는 사람은 ... 이라고 투덜거렸었는데, 요즘 셋을 합한 사람과 나름 비슷한 사람이 아닐까 하며 다시 보고 있는 중. 잘해줘야징 *^^*)
... ...
늘 가족이 제일 먼저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과 달리 행동의 우선 순위는 내 '일'이었던 것 같다. 삶의 무게중심을 좀 옮겨야하지 않을런지 ...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내일 출근해서 마무리해야하는 제안서를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