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단순한 성격이고 신도 금방 나는 타입인데 요새는 계속 꾸준히 침울하다.
달라진 정황도 크게 없고 나를 크게 고통스럽게 할 외부적 요인도 없는데 이런게 우울증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치고 내려갈 때는 참 답답하다.
 

왜 그런고 짚어보니 가까운 데는 나와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없고(왜 책을 사서 읽냐, 책읽을 시간이 있냐. 이런 이야기들)
무언가 새로운 공부를 해보고자 했는데 옆지기의 시니컬한 반응과 녹록지 않은 현실들.
현모양처 운운하며 올가미를 옭아매는 사람들. 속물근성이야 인간의 본질이지만 그것을 자랑처럼
떠벌여 대는 인간들. 낮잠을 생략해주려 하시는 따님. 따위의 이유거리들이 떠올랐다.  

쇼펜하우어가 인간은 본능적으로 우울로 기우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정서는
의지로 만드는 거라 했다지만 그 의지를 끄집어낼 힘도 없을 정도다. 

지금 나를 위로해 주는 것은 알라딘 서재와^^;; 자비로 책을 출간하라고 부추기고 대학을 한 번 더 같이 가자고(그럼 도합 세번인데 이건 좀) 바람넣고 있는 고등학교 동창 이쁜이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배 속에 천원을 끼고 날라온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처음 받아봤을 때는 기대보다 더 헐어 있고 낙서 자국도 있어 좀 뜨악했지만 판매자의 천원과 사과메모를 꾸욱꾸욱 작성하여 넣어주신 그 귀염성과 익살에 압도당해 기분이 괜찮아졌다. 

이 무식쟁이는 스티븐 킹이 <미저리> 작가인 줄도 몰랐다는. 

지금 자서전격인 이력서 부분을 막 다 읽었는데 나를 우울의 늪에서 완전히 끌어내어 줬다. 진짜 정말 우와 진짜 너무 웃기다. 읽다가 뿜다가 이런 식이다. 이거 이거 이태준의 <문장강화> 같은 책 절대 아니다.  내가 다  못읽은 몇안되는 책. 내용은 좋다지만 지루했던 <문장강화> 스티븐 킹의 창작론이라지만 그 부분까지는 미처 못갔고 어린 시절의 기억들, 유명작가가 되기까지의 그 신산하지만 유머를 잃지 않았던 과거사에 푸욱 젖어 있다. 특히 유년시절 얘기들은 티비 개그프로 한 다섯 편은 봐야 쏟아낼 수 있는 깔깔거림이 일시에 터져 나올 정도다. 

그리고 그가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르고 나서의 반전. 알코올과 마약 중독을 고백하는 대목은 그 자체로 나를 어루만져주었다. 더이상 아내가 던킨도너츠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고 그 자신 세탁소에서 구더기 끓는 시트를 세탁기에 디밀어 넣지 않아도 되는 그 시점에서 빠진 중독들. 그 속에서 인생이 자신을 따돌리는 듯했다고 고백하는 대목. 킹 아저씨. 지금은 아픈 사람 모두가 행복한 사람들보다 더 가까이 느껴지는 지금은 당신의 손을 잡고 싶군요.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벌써 저는 당신에게 완전히 매혹당했답니다. 그게 중독자들의 특징이라고 하셨지만. 

요즘들어 대중이 원하는 작가는 그리고 시장이 필요로 하는 작가는 예전처럼 문장을 추상성과 기교로 감치고 서사의 속살은 거칠한 고상한 작가가 아니라 속어와 은어도 적당히 기지있게 활용하고 문장 그자체의 완성도는 좀 미숙하더라도 넘치는 상상력과 다이나믹한 서사의 속살을 드러낼 수 있는 스토리지향적인 작가가 아닌가 한다. 

이제 모든 서사는 문자로보다는 이미지를 통한 즉물적인 형상화로 몸전체로 느낄 수 있어야 하는 지점으로까지 와버렸다.
그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시장의 흐름은 그렇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작가들의 판도도 뒤바뀌어질 수밖에 없다. 스티븐 킹 그의 얘기를 듣다 보니 그의 넘치는 상상력과
재기발랄한 좀 무엄할 수도 있는 문장들이 빚어낸 단상들이다.  

상상의 여지가 많을수록 더 부담스러워하고 그 상상력으로 그릴 수 있는 지도까지 아예 통째로 들고나와주기를 바라는
상상하기를 두려워하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차근차근 상상력이 들이밀 수 있는 행간을 만들어 주는 지루한 작가보다는
그저 하나하나 도달할 수 있는 상상력의 천장까지 닦아서 만들어 주는 친절한 작가에 흥분할 수밖에. 

주저리주저리 우울하다는 얘기로 시작해서 참 엉뚱한 길로 잘도 비약해서 오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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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1-31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은 6월달에 사려고 했는데(그러니까 제가 6월까지는 책 구매를 멈추려 했거든요) 이 페이퍼를 보고나니 당장 질러야 하는걸까 하는 생각에 마구 마음이 급해져요. 아 어쩌죠 ㅠㅠ

blanca 2010-01-31 23:4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유월달까지. 우와! 일단 그만큼 재고를 확보해 놓으셨다는 얘기겠죠? 저는 일단 한달에 오만원을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이번 달은 칠천원으로 끝났음을, 그리고 오늘은 31일이라는 사실을 기뻐하고 있답니다. 되도록 책을 팔고 중고책으로 구입하기로 했지만 역시 장바구니는 두둑하네요. 그리고 지금 거의 다 읽어가고 있는데 정말 강추합니다. 무엇보다 울트라 캡숑 재미있걸랑요~ (마구 부추김)

꿈꾸는섬 2010-02-01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유혹적인 책이네요.ㅎㅎ

blanca 2010-02-01 13:05   좋아요 0 | URL
이 사람 자체도 매혹적인 것 같아요. 정말 재기발랄한. 이 책을 닫고 나오면서 우울의 늪에서 어느정도 탈출을 했답니다. 꿈꾸는 섬님도 힘차고 즐거운 한 주 시작하기를 바랍니당^^

기억의집 2010-02-01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을 읽고 웃겨서 뒤집어 진적이 두 번 있었는데 한번은 저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였고요 두번째는 <아즈망가 대왕>이었어요. 저는 킹을 좋아해서 대체로 작품을 거진 다 읽었는데, 그가 저렇게 웃기게 글을 쓰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고 하고 생각한 책이 바로 <유혹하는 글쓰기>였어요. 삶을 참 유쾌하게 사는 작가죠!

인생은 여러 굴곡을 거쳐야하나봐요. 남 부러울 것없는 킹도 약물중독이었던 보면....^^
여러 사람이 있겠지만 킹이 바람 안 피운 것은 참 신기하게 생각했어요. 하핫!

blanca 2010-02-01 13:07   좋아요 0 | URL
기억의 집님 그렇죠! 저도 책 읽다 뒤집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이 책은 킹 어린시절에 형이랑 사고쳐서 경찰출동하는 장면에서 완전 엎어졌답니다.ㅋㅋㅋㅋ 보통 미국식 유머가 우리나라 사람이 읽으면 그닥 재미없는데 킹은 유머가 아니라 삶자체가 참^^;; 저도 아내 사랑이 대단한 거 보고 참 부럽고 의외고 그랬어요.

예...진짜 인생굴곡없는 사람은 없나봐요. 이렇게 재능있고 잘나가는 작가도 결국 마약과 술, 교통사고로 위기를 겪는 걸 보면...

아시마 2010-02-01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전 사다 책장에 꽂아둔지 한 5-6년 될걸요. 아직도 안읽고 있어요. ㅎㅎㅎ 정말 좋다는 극찬을 몇번이나 들었던지라 맛난거 아껴먹는 심정으루다... 라고 변명하고 싶지만. 맨날 뭐. ^^;;;
울트라 캡숑 재미있다면, 읽던 소설 던져두고 먼저 잡아볼랍니다.

그리고 블랑카님, 우울해하지 마세요. 아이는 곧 자라고, 조금만 기다리면 이제 어린이집도 가고 할텐데요. 인생, 길게 보자구요. 책이 썩는것도 아니고. (이런 말들로 저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 중....)

blanca 2010-02-01 13:08   좋아요 0 | URL
우와! 아시마님. 한동안 서재에 안보이셔서 기다렸었는데. 진짜 잼나요. 진짜루다가! 다른책 좀 치워두시고 함 읽어 보시면 진짜 포복절도하실 겁니다. 어린이집. 안그래도 그치만 또 언젠가 둘째가. 으윽. 아시마님이 부러워요. 첫째 어느 정도 크고 둘째 숙제도 하시고. 이제 자유로워질 일만 남았잖아요. 저는 갈길이 너무 너무 멀어서. 위로 감사해요!

순오기 2010-02-01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저 때문에 산 분들도 있었죠.^^
킹 아저씨 유머는 그 누구도 못 따라갈 듯. 뿡야~ ㅋㅋㅋ

blanca 2010-02-01 14:54   좋아요 0 | URL
뿡야 ㅋㅋㅋㅋ 순오기님은 역시 센스쟁이이신듯.

저절로 2010-02-02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저 지금 지르러갑니다요.

blanca 2010-02-02 21:47   좋아요 0 | URL
에파타님 자꾸 지름신을 강림하게 해서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시간은 뒤통수가 없어 잡을 수가 없다고 했던가. 나이가 들수록 되레 뒤를 더 돌아보게 된다. 노년이 되면 추억으로
호흡할 지경까지 이른다. 가장 나다운 모습, 혹은 가장 나답지 않은 모습이 켜켜이 쌓여 있는 과거를 들추다 보면
아슴푸레한 유년기 추억이 비죽이 나온다. 그리고 나는 가끔 울게 된다. 너무 그리워서. 너무 아쉬워서. 

성장소설은 일종의 대리체험을 통한 치유다. 우리는 되감기할 수 없는 어린 나의 편린들을 작품 속에서 발견하고
나의 기억을 교차시킨다. 그 접점에서 우리는 세상을 마음대로 오해하고 마음대로 해석해도 되었던 그 특권 속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오해하고 왜곡해도 되는 권한은 이제 영영 주어질 일이 없으니 말이다. 
 

성장 소설 속 아이들은 하나같이 암팡지고 성에 대해서도 비교적 일찍 눈뜨고 어른들 세계에의 개입도 빈번하다.
유순하고 아이다운 캐릭터는 그닥 인기가 없다. 어쩌면 아이답다,는 것은 어른들이 설정해 놓은 역겨운 특일지도 모른다.
그 틀 속에서 빠져나온 악동들이 춤추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자. 
일단 이 악동들이 그려내는 서사들은 무조건 재미는 기본적으로 보장한다. 지루할 틈이 없다.
소설에 거부감이 있거나 책읽는 것에 흥미를 못느끼는 사람들이 성장소설로 시작하는 것이 괜찮은 이유다.
적어도 잘된 성장소설을 읽다 던져버리는 일은 그리 자주 마주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모든 성장소설의 모태가 되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오정희의 <유년의 뜰> 첫 장면에서 진하게 화장을 하고 외출준비를 하는 엄마 옆에서 중학생 오빠가 변성기에 접어든 목소리로 화내듯 외쳐대던 "홧 아 유 두잉?"은 전후세대들의 아픈 곳을 찌르르하게 한다. 전쟁중 소식이 끊긴 아버지를 대신하는 가장 노릇은 오빠의 동생 매질과 영어 공부에의 집착, 엄마의 밤외출로 이어진다. 노랑눈이(나)는 밤에 오줌을 싸고 엄마 밥을, 엄마 돈을 훔쳐내며 위로를 받는다. 

재미도 재미지만 문장 하나 하나에 쓰인 그 수많은 아름다운 어휘들과 묘사들이 엮어내는 직조물은 보는 것만으로 그저 눈부시다. 한 번 읽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소설이다. 

 

 

 <새의 선물>은 두툼하지만 정말 빨리 읽을 수 있다. 중견 작가인 은희경이 초짜 신인일때 내어놓은 이 작품은 문학동네소설상 심사위원들도 너무 재미있다고 탄복했다고 할 정도였다. 열두 살에 성장을 멈추었다고 주장하는 여자애의 당돌한 선언 속에서 펼쳐지는 그 이야기의 향연들에 빠져들다 보면 갑자기 시간의 축지법을 확인하게 될지도 모른다. 

공지영의 자전적 얘기인 <봉순이 언니> 식모 봉순이 언니와 다섯 살 짱아가 엮어나가는 6,70년대의 그 슬픈 여인들의 신산한 삶에 대한 관찰은 가슴을 아릿하게 한다.  

 

 

무조건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싶었다. 그 때 리뷰들이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던 이 작품은 정말 우연하게 왔다. 그리고 나는 이공계 석사까지 마친 심윤경 작가에게 진심으로 경탄을 보내게 됐다.   

한겨레 문학상을 받은 이 작품이 난독증을 앓는 동구라는 사내아이가 욕쟁이 친할머니와 할머니한테 핍박받는 (동구의 시선) 엄마, 방관자인 아빠, 그런 동구를 품어주는 박선생과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너무 익살스럽고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사랑하면서 질투했던 어린 여동생이 죽고 마는 대목(스포일러)에서는 어린 시절들의 방비벽이 얼마나 연약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아프다. 나도 하나의 기억을 얹으며 잠시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심윤경 작가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중 가장 많이 팔렸다는 바로 그 책.  정말 못생긴 여자들은 세상살기 힘들다고 너무 불쌍하다고 읊조리는 열 여섯살의 콜필드. 가수 소이가 눈을 반짝거리며 큰 제스추어로 한참을 마치 곁에 있는 친구처럼 얘기했던 그에 대한 얘기를 읽는 데 너무 늦은 순간은 없다. 

사람들이 하도 입에 붙이고 다녀 진부해 보였던 콜필드가 정작 되고 싶었던 것은 절벽 위의 아이들을 떨어지지 않도록 그들의 동심을 지켜주는 파수꾼의 역할이었다.  

그 파수꾼은 영원히 어린아이로 성장을 멈추고 싶어했던 피터팬의 이야기만큼 허황되지만 우리가 결코 떨쳐낼 수 없는 유혹의 역할이다. 우리는 때로는 지켜주고 싶고 때로는 안전하게 보호받고 싶다. 그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시간들을. 

 

 

 

처음 에밀 아자르로맹가리라고 했을 때 이름값한다고 생각했다. 프랑스 문학의 무슨 브랜드 마냥 로맹가리 타령이 이어졌을 때 그 타령조만으로도 충분히 지루한 책일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성장소설일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창녀의 아들. 아랍아이 모모. 그리고 그 자신 창녀였다 창녀의 아이들을 거두게 된 로자 아줌마. 성장소설의 평범한 도식인 되바라진 아이와 물렁한 어른의 구도가 어떻게 성취의 지점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문장 하나 하나에 덧칠한 노작가의 능수능란한 익살과 삶에 대한 비관적이지만 정감어린 통찰은 왜 로맹가리 타령이 영원히 지속될 수밖에 없는 지를 보여준다. 

슬픈 결말이지만 모모가 결국 어딘가로 도약하며 사랑을 삶의 키워드로 추려 내었을 때 우리는 그 결말에 감사하게 된다. 어느 누군가가 인터넷을 배회하며 꼭 이것같은 책을 찾아달라는 부탁에 또 어느 익명의 누군가가 로맹가리에게서 이것 같은 책은 더이상 찾을 수 없으며 차라리 오정희의 유년의 뜰을 읽어보라는 말을 덧붙인 대목에서 나는 우리 세 사람이 한데 만났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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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1-25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건 다음블로거 뉴스 특종감인데요.^^
예~ 저는 아직도 성장중이라 성장소설 좋아해요.
여기 수록된 거 외에 루이스 새커의 '구덩이'를 추천해요.
http://blog.aladdin.co.kr/714960143/1709444

blanca 2010-01-25 22:05   좋아요 0 | URL
성장중^^ 구덩이도 당장 찾아봐야겠네요. 그런데 혹시 순오기님 제가 아주 예전글에 댓글 단거 보셨나요?

순오기 2010-01-26 01:25   좋아요 0 | URL
어떤 글에 단 댓글을 말할까요?
브리핑에 뜨는 댓글 수가 제한되어 미처 못 보고 넘어가기도 하는데...
어떤 글이었는지 기억나면 알려주세요. 그럼 다시 찾아보면 되니까요.^^

순오기 2010-01-26 16:23   좋아요 0 | URL
친절하게 댓글 남겨주셔서 옛날 글에 남긴 댓글 봤어요. 답글도 달았고요.^^

무해한모리군 2010-01-25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장소설은 싫은데 이 책들중 몇몇은 무척무척 좋아하는 것들이군요 ㅎㅎㅎ

blanca 2010-01-25 22:06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성장 소설이 알고 보면 다 뻔해서 유치해질 위험이 있더라구요.

무해한모리군 2010-01-25 23:10   좋아요 0 | URL
전 마음이 너무 아파서 싫어요 --;;
막 아리고 간질거리고 그러잖아요 ㅠ.ㅠ

기억의집 2010-01-27 09:00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안 아픈 성장소설도 많은데.....^^

기억의집 2010-01-27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정희 선생님 작품 좋아하는데(그래서 한때 선생의 작품 다 읽었는데
한국소설 안 읽게 되면서 이번에 나온 가을여자도 안 읽게 되더라구요^^)
유년의 뜰을 우리나라 최초의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저도 성장소설 좋아해요. 문제의식이 결국엔 자신이 세계를 자신의 앵글로 맞춰 보기 시작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좋아하는데 전 외국의 성장소설이 더 좋아요. 다양하거든요.
구덩이같은 경우는 원서로 읽었는데 진짜 재밌게 읽었어요. 가슴이 뒤근거릴정도로.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후트>도 좋고 <기버>라는 작품도 추천 받아서 함 읽어보려고요.
제가 미국의 뉴베리상에 관심을 갖는 것도
괜찮은 성장 소설을 발견하고 싶어서 그런가봐요^^

blanca 2010-01-27 14:05   좋아요 0 | URL
이러면 구덩이는 꼭 읽어야 할 이유가 생기네요. 맞아요. 이거 원서로 읽으면 참 좋다고 리뷰에 써 있더라구요.! 또 보관함에^^ 감사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1-29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희경 <새의 선물> 좋았어요.초기작 특유의 해맑은 느낌도 좋았구요.동향의 신경숙에 비해 요즘 작품활동이 좀 주춤한 느낌이죠?

blanca 2010-01-29 21:40   좋아요 0 | URL
저도...요새 주춤하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인터넷 연재를 시작한 것 같더라구요. 새의 선물은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어서 진짜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나요.

순오기 2010-01-29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의 선물은 정말 괜찮은 작품이었어요. 개인적으로 끝부분은 맘에 안 들었지만...타인에게 말걸기도 좋았어요.
제가 멍석 깔았더니 블로거뉴스 당첨됐네요.^^

blanca 2010-01-30 15:24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순오기님 생각했어요^^ 제 생각엔 순오기님 댓글 보고 알라딘에서 움찔^^해서 당첨시켜준 거 아닌지. 순오기님의 존재감이 알라딘에서 음청나잖아요! 감사합니다.

2010-01-31 0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데면데면하게 지냈던 과동기 두 명이 오월 축제의 그 달보드레한 분위기 속에서 정작 열광한 것은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였다. 무언가를 기다렸던 그 긴 줄 속에서 그 두 명이 남기고 간 호들갑스러운 헌사들을
들고 온 손 끝으로 나는 이미 그 영화의 비디오 테잎을 플레이어에 밀어넣고 있었다.
연년생 여동생은 지루하다,를 남발하며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하다 조금 울기도 하고,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면서
나를 들쑤셔 댔지만 그렇게라도 마치고 난 영화의 끝 자막이 올라가는 자리에서 우리 둘은
같이 숙연해졌다. 그런 영화였다. 십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나는 그 영화의 몇 장면을 생각하면
가슴 한 곳에서 아련하게 피어오르는 그 애상어린 감정들을 추스리기가 뭣하다.  
97년 아카데미 9개 부문을 수상한 이 영화는 잘 만들어진 영화가
남기는 잔상이 얼마나 깊고 길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해서인 마냥 내 깊은 곳에 자리를 틀고 앉아 있다.

   

의 궤적을 따라 지도를 그리는 영화다. 그 지도는 사막에서도 이탈리아의 폐허가 된 수도원에서도 그려진다.
온몸을 사프란빛 화상으로 뒤덮은 영국인 환자 알마시(랄프 파인즈)와 그의 곁에 남아 간호하는 캐나다인 간호사 해나(줄리엣 비노쉬), 인도인 용병 킵, 그리고 연합군 스파이로 활동한 카라바지오가 이탈리아에서 기이한 동거를 하며 펼쳐나가는 이야기는 영국인 환자 알마시가 사막 탐사를 하며 끼워넣게 되는 한 여인과의 비감어린 사랑얘기와 어우러진다. 

캐서린은 사막의 탐사팀에 뒤늦게 합류한 이의 아내였으니 진부한 불륜의 도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알마시와 그녀가
대저택의 후미진 곳에서 벌이는 은밀하고 암시가 가득한 정사장면. 인도인 용병 킵이 간호사 해나를 도르래에 태워 번쩍
날아오르게 하여 교회의 성스러운 벽화를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게 해 주는 장면. 비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야외에 전신화상으로 옴쭉달싹할 수 없었던 달마시를 들것에 태워 나가 킵, 해나. 카라바지오가 함께 비를 맞으며 그들만의 축제를 열며 열광하는 장면. 지금도 현현한 이 영상들은 나의 눈에 붙어서 나의 내밀하고 여린 부분에 붙어서 같이 숨쉬고 있다. 

영화의 구성은 아무리 치밀하다고 해도 영상안에 담아내려는 온전한 시도들을 위하여 허술한 공간을 제공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의도적이기도 하다. 그 틈에 관객들의 상상력이, 때로는 습관화된 경멸이 스며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그러면 그렇지, 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안심하고 그 영화를 주변에 권해주기도 한다. 적어도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잉글리시 페이션트는 원작이 반드시 있을 거라는 심증을 굳어지게 했다. 영화의 짜임새가 불친절하면서도 아주 예민했기 때문이다. 반드시 글로써 파고 들어간 부분이 있으리라는 예상이 가능할 정도로. 그렇게 생각하고 말아버렸다. 

마이클 온다치라는 이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성을 가진 작가가 뒤에 있었다. 부커상을 수상한 것은 차라리 애교로 보일 정도였다. 영화를 보고 원작을 읽는 것은 일장일단이 있다. 영상의 틀 안에서 굳어져 버린 인물의 이미지를 습관적으로 투영하게 되기 때문에 원작의 인물을 왜곡해서 해석할 우려가 있지만, 적어도 죽어서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말 그 수많은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는 묘사를 눈 앞에서 마술처럼 즉시 생생하게 재생할 수 있는 기막힌 특혜도 누릴 수 있다. 

일단 랄프 파인즈가 연기한 달마시는 완벽했다. 그 달마시를 알지 못했더라면 차라리 원작 속의 달마시도 불가해하게만 여겨졌을 것이다. 헤로도토스의 <역사> 필사본을 다이어리처럼 들고 다니는 남자. 모든 것을 본능적으로 지도화하는 남자. 사막의 문맥 속에 항상 물기 속에 행복해했던 여인 캐서린을 끼워 넣으며 고심했던 남자. 그러나 소유권을 주장하지도 주장당하는 것도 주저했기 때문에 잔인하게 사랑의 마침표를 찍고 만 사람. 캐서린이 결국 남편의 질투로 인한 의도적인 비행사고로 거의 죽게 되자 동굴 속에 그녀를 안고 가 정성어리게 그녀의 몸에 마지막 책을 쓴 사내. 캐서린이 달마시보다 열여섯살이나 연하로 설정된 것은 영화에서 거의 같은 연배로 보였던 여배우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틀어진 것이었지만. 

줄리엣 비노쉬가 분한 해나는 세상에, 스무살이었다. 영화를 보며 생각했던 그런 원숙하면서도 들까부는 여인이 아니라 완전히 미성숙하면서도 묘한 체념의 무게를 가진 여자애였다. 그녀와 사랑에 빠진 인도인 공병도 이십대였고 그가 해나에게 해 주었던 그 벽화 감상 기행은 원작에서는 중세를 연구하는 노학자에게 준 선물이었다. 원작과는 조금씩 다른 부분이지만 원작을 왜곡했다는 생각보다는 영상으로 가동했을 때의 그 극적 효과를 노리기 위한 의도적인 수정 정도로 이해되었다.  

그리고 이 책. 이 책. 진부하고 또 진부하지만 나는 이 책에 별 다섯 개가 아닌 온 지구상의 별을 아니 온 태양계의 별을 다 그러모아 붙여주고 싶다.(과장이 심한가?--;) 번역한 책의 행간을 연필로 그어 더럽혀 보기는 처음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문장들. 비선형적 시간을 넘나들고 등장인물 사이를 마음대로 미끄러져 오고 가는 그 수많은 아름답고 명징한 단어들. 어구들. 시인의 심장을 가진 소설가라는 시카고 트리뷴의 찬사는 아주 적절한 것이었다.

그녀가 그의 머리카락을 풀어 내리는 밤이면, 그는 다시 또다른 별자리가 된다. 그는 천 개의 적도로 이루어진 팔을 베개 위에 올려놓고 , 포옹하며 잠들어 있는 두 사람 사이에는 파도가 친다. -p.282 

사랑은 참으로 작아 바늘귀도 들어갈 수 있다.-p.380 

게다가 이러한 시인의 심장은 2차 세계대전이 떨치고 간 그 수많은 불합리와 그 비이성에 대한 준엄한 심판과 더불어 인간 자체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감싸여 더 세차게 고동친다. 폭탄해체를 위해 투입된 인도인 용병 킵의 인생 그 자체가 작가가 전쟁이 남기고 가는 그 수많은 상흔들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 소설이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사회소설로서의 가치를 부여받는 대목도 이 곳이다. 

이제. 스리랑카 태생의 미국인. 영원한 이방인의 슬픔을 머금고 걸어갈 수밖에 없는  작가 마이클 온다치와 이 소설의 영화화 작업을 아주 매혹적이고 도전적이었다고 즐겁게 회상했던 고인이 된 앤서니 밍겔라 감독에게 작별인사와 더불어 그들의 그 이름들을, 달마시가 끝내 사막에서 잃어버리고 만 그 이름들을 내 손 안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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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01-23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랄프 파인즈는 저 영화이후론 별 신통치가 않아요,,,아쉽게도,,,쩝
저는 아직도 저 영화를 보면 무너집니다,,,그래서 책은 읽지 않고 있어요,,,,
멋진 페이퍼에요~.^^

blanca 2010-01-23 13:54   좋아요 0 | URL
우와! 나비님이당! 맞아요--;; 랄프 파인즈 이 영화보고 완전 빠졌었는데 도통 좋은 영화가 안나오네요. 열입곱 연상 여인네랑 살림 차렸다는 얘기까지만 기억하고 있어요. 저도 이 영화 보면 수시로 무너집니다. 원래 영화랑 원작 있으면 둘 중 하나는 기울기 마련인데 책보면 더 무너집니다. 이 책은 일상에서 좀 떠나 한적한 곳으로 여행가서 읽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책에 빠져 있다가 일상을 돌아보면 괜히 신경질이 나서-..-

순오기 2010-01-23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랄프 파인즈, 더 리더의 그 남자였지요?


blanca 2010-01-23 14:2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저는 더 리더를 안봐서^^;; 더리더에 나왔나 검색들어가 봅니당!

blanca 2010-01-2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네요. 저 몰랐어용!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10-01-24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만 봤지요. 생각만해도 두근거려지는 영화에요.
역시 원작의 저렇게나 아름다운 문장이 영상으로 표현되기엔 한계가 있겠어요.
원작을 읽고싶어집니다. 시인의 심장을 가진 소설가라 칭송 받다니요.

blanca 2010-01-24 20:28   좋아요 0 | URL
솔직히 원작이 많이 지루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잉글리시 페이션트는 상당부분이 이미지로 얘기되어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해서. 그런데 아. 정말 대단한 작가더라구요. 친절하지는 않지만 그 수많은 분위기와 이미지를 그렇게나 잘 표현해 놓다니.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질 만큼요.
 

싸이에 한창 열을 올리다 의식적으로 안하기 시작했다. 외국에 사는 친구들과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하여 안하다 하기를
반복하기도 했지만, 결국 열중할수록 더 외로워지고 더 불소통이 되는 것 같은 그 의외의 막막함이 너무 싫었다.
그리고 친구의 사생활을 안부를 궁금해하는 용도가 아닌 끈적끈적한 호기심으로 들여다 보게 되는 그 변질이 점점 역겨워졌다. 온라인으로 하는 소통이 그 시간적 간격을 두고 감정의 정리 및 포장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뒤늦게 상대를 향한 것이 아닌,
어느새 내 자신에게 하는 것 같은 메아리가 되는 것 같은 한계에 부닥쳤을 때 나는 반문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열심히 칭찬의 댓글을 인사치례의 댓글을 주고 받았던 우리는, 과연 서로의 목소리와 서로의 눈동자를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은 아닐까? 신기하게 싸이로 친밀감을 더해갔다고 생각하는 관계가 정작 전화선 너머에서는 심지어 얼굴을 사이에 둔 탁자 너머에서는 그렇게 데면데면할 수가 없다. 그리고 나는 자꾸 객관적인 척 중립적인 척 마치 온라인에서 우리의 관계는 재탄생한 듯 무덤덤하고 치기어린 조언을 남발해대고 있었다. 여기서 중지하지 않으면 관계가 아주 묘하게 꼬여 갈 것 같은 두려움에 담배 끊듯 힘겹게 싸이를 끊어가고 있다.  

거의 10여 년을 활동하는 까페가 하나 있다. (여기서 활동은 가입후 글 열람 및 댓글 달기) 원래는 재테크 까페인데 하나의 작은 사회 같다. 익명에 기대어 물론 닉네임이 있지만 자신의 옆사람에도 털어놓지 못할 많은 얘기들을 털어놓고 서로 의논하고 조언해 주고 울어준다. 실제 글을 읽다 너무 감정이입이 되 펑펑 운 적도 있고, 정말 힘든 순간 울먹이며 올린 글들에 달린 댓글들을 읽으며 마음을 다독거리기도 했다. 나름대로 중차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던 순간 익명 게시판에 올린 글들에 툭툭 달린 불친절한 댓글들이 되레 나의 결단을 만들기도 했다.  나의 취향에 맞는 글을 올리는 사람들의 일상을 마치 친구의 일상처럼 찬찬히 들여다 보며 주변 사람들한테 얘기까지 하고 있었다.

여기에서의 소통. 진정한 소통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오히려 또다른 영역의 진일보한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치부를, 나의 고민을, 지인들에게는 때로는 자존심때문에 때로는 망설임때문에 털어놓을 수 없었던 그것들을 나를 모르기 때문에 적어도 관계 속에 투영되는 각종 끈적끈적한 선입견과 암시,조종 등을 피해 얘기할 수 있다. 물론 우리들은 눈도 마주치지지도 손도 잡을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솔직할 수 있다. 더 대담해질 수 있다. 그 이상의 관계의 진전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기대도 실망도 없다. 때때로 악플이 달려도 그 사람은 나의 전체를 보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내가 글의 몸체 속에 가두어 놓은 그 찰나의 상황들로 미루어 짐작한 것이기 때문에 썩 기분나쁘지 않다. 오히려 아는 친구가 내가 올린 사진에 묘한 늬앙스를 풍기를 댓글을 달아놓았을 때, 혹은 내가 아무 생각없이 달아놓은 댓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았을 때 서로가 아주 강도가 강한 당혹감에 휩싸인다. 

그런데 이런 익명의 소통은 사람의 직접 대면에 대한 두려움과 관계맺기의 서투름때문에 더 조장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현실의 친구들을 덜 만날수록 나는 이 까페에서 더 오래도록 머물고 더 많은 댓글을 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외로웠다. 내가 던진 말들은 한참이 지난 후에야 응답받을 수 있고 우리의 관계는 그 댓글의 주고받음으로 마침표를 찍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의 이성친구를 소개시키듯 자기의 글들을 만나게 하고 그리고 손털고 나와 버린다.

눈동자를 마주친 사람들을 익명의 관계로 재설정하는 것. 정이현 작가가 얘기했던 것처럼 친구가 여기에 갔었구나, 제를 만났구나를 그애의 목소리가 아닌 하나의 사진과 설명으로 알아야 할 때 느끼는 그 약간의 배신감과 서먹서먹함이 던져주는 아득함. 그건 소통이 아니다. 그렇다고 닉네임으로 나에게 표식을 지우고 둥둥 떠다니는 그 관계에서도 결국 남고마는 이 아쉬움은 또 어떻게 추스릴 것인가. 죽을 때까지 소통을 갈구하지만 결국 인간은 혼자서 중얼중얼하다 산화하고 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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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1-19 0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공감합니다.
요즘에 제 서재가 방문자 폭주라 인터넷의 위력과 더불어 공포를 실감하는 중이거든요.ㅜㅜ

blanca 2010-01-19 14:28   좋아요 0 | URL
아..진짜 순오기님 방문자 수 보니까 이제 천단위는 가뿐하게 넘기더라구요. 이 정도면 공인으로 대우받으셔도 될 듯. 그런데 저도 우연히 순오기님 서재에 방문했다 하도 재미있어서 며칠간 아주 옛날글부터 찬찬히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만큼 인기도 많고 공감도 많이 받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어요?

라로 2010-01-19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백배 공감,,,늘 염려하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blanca 2010-01-19 14:30   좋아요 0 | URL
nabee님 반가워용^^ 사진이 하도 예뻐서 한참을 들여다봤답니다. 알라딘 서재는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도 같이 되잖아요. nabee님의 귀여운 글들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2010-01-19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0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1-19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곳에 거의 5년 정도를 있었던 듯 해요. 친구에게도 하지 못한 이야기를 여기서는 하고, 아무에게도 하지 않은 내 속마음의 패악을 이 곳에 털어놓고, 그러면서 책 이야기를 하고, 어떤 이들은 실제 얼굴을 보고 만나보기도 했지요. 처음 보는 이들인데, 낯설지가 않았어요. 요즘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책을 읽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상대에 따라 설정되기 마련인데 이 곳에는 필터링을 하질 않으니까, 이들은 내 상황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만나게 된 것이어서 그런 걸까, 혹은 책이라는 매개체가 중간에 중매쟁이처럼 끼어 있어서 그런 걸까, 생각을 했어요.

싸이는, 아, `나 이런 곳에 와봤소' `나 이런 것 먹었소' '나 이런 것 사들였소' 그런 느낌 탓에 오래 가질 못하고 있습니다.(제 싸이는 저도 안가요) 공간에 따라 느낌이 다르지만, 이 공간은 제겐 무척 각별하답니다.

blanca 2010-01-19 22:27   좋아요 0 | URL
저도 알라딘은 무언가 좀 다른 곳이기 때문에 이렇게 가열차게 리뷰들을 올리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근 6개월 정도밖에 안되었는데 Jude님의 5년의 시간이 참 부럽네요. 오히려 알라딘에서 더 많은 나의 모습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아요. 싸이 ㅋㅋㅋ 극렬하게 동의합니다. 제 싸이 제가 보고 막 긁습니다.

302moon 2010-01-19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엔 알라딘에 둥지를 틀었던 기간이 짧았었는데, 올해는 힘차게 달리려 해요. 함께 해요. ^^ 제가 요사이 싸이를 멀리하는 이유이기도 해서, 공감하게 돼요. 가까운 친구들이 통 하지 않는 탓도 있고, 속내를 드러내기 뭣한 상황도 오고 그래요. 책으로 맺어지지 않은 일촌들도 수두룩해서 그럴까요. 그들은 그들만의 잣대로 저를 보려 함을 서서히 깨닫고,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그럼에도, 간혹 싸이로 연락해오는 친구들이 있어서, 끊지는 않고, 가끔 ‘나 살아 있음’을 알리는 용도로 슬쩍 들르는 공간이 되었어요. 알라딘에는 멀리 사는 책 친구들이 많지만, 가까이 있는 듯 친근해요. 책으로 맺어진 인연이라 진솔하고 더 차진 사이가 된! 주저리가 길어졌어요. 편안한 밤 시간을 보내고 계셨으면 해요. :)

blanca 2010-01-20 13:42   좋아요 0 | URL
아.302moon님, 정말 그래요. 또 완전히 끊어버리면 그걸로 연락을 전담하는 애들이 있어서. 아쉽고. 또 들어가면 어느새 집중하다 실망하고. 벌써 오후가 기울어 응답하네요. 빗소리가 넘 좋은데. 행복한 오후가 되기를 바랍니다.

프레이야 2010-01-20 0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문글이 공감되어요. 이 페이퍼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구요.
어느 정도의 선은 중요할 것 같아요. 그래도 눈을 보면 그냥 좋은 분들이 있더군요.
글로 느껴지는 부분이 대개는 맞구요. ^^ (그것도 대상에게서 제가 바라는 이미지일까요?)

blanca 2010-01-20 13:46   좋아요 0 | URL
대문글. 지금 다시 읽어보니 저도 또 공감되네요^^;; 맞아요. 사람에도 느낌이라는 게 맞아들어가더라구요. 어느 정도의 선. 유념해야 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오래 가려면 약간 아쉬운 듯 유지해야겠지요. 프레이야님,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절로 2010-01-2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기본적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소통되는 부분이 있지만 안 되는 부분이 많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규범과 법질서, 이런 기본 프레임을 통한 소통밖에는 안 된다. 심오한 소통은 순전히 개인의 몫인데.....나는 회의적이다...김훈, 그의 말이다. 저도 그에게 한표 던집니다. 몰래 훔쳐만 보다가 그만 '세'를 내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었어요.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강력한 이유 '소통'이 칼날을 제대로 겨누며 말합니다. 너 외롭지..오늘은 간만에 비가 오네요..사람보다 비가 따뜻.

blanca 2010-01-20 13:50   좋아요 0 | URL
저도 소통이라는게 결국 나한테 던지는 독백을 좀더 크게 내지르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김훈 얘기가 참으로 와닿네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빗소리가 진짜 좋네요.

노이에자이트 2010-01-23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투기 토론방이란 데가 있는데 댓글이 육두문자가 섞이는 건 기본이고 진짜 대단하지요.그런 데도 저는 그런 거친 게 더 낫더라구요.알라딘에서는 댓글이 사실 굉장히 점잖은 것 같으면서도 어쩌다 논쟁이 사실상 싸움으로 번질 때 보면 날이 서있어서 섬뜩할 때가 있어서 굉장히 조심하게 됩니다.

2010-01-24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주문한지 이틀이 넘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 상품 준비중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의 한자 실력은 늘어간다.
잘하면 교육용 한자(--;;) 1,800자를 몇 달 안에 습득하고 3급 시험을 치러 갈 수 도 있을 것 같다. 아니, 치기를 한 번 부려 1급을 시도해 볼까 싶기도. 명함의 한자를 못읽어 전전긍긍하며 웅크리고 열심히 인터넷으로 검색하다 들켰던 기억이 아프다.  

 

 

 

 

 

 

 

<잉글리시 페이션트>는 하이드님 덕분에. 그 몽화적인 불륜(--;)의 잔영 만큼 표지도 너무 매혹적이다. 영화가 참 좋았지만
서사의 긴박감 대신 등장인물들의 심리변화를 따라가는 나른한 전개 때문에 은근히 지루한 맛(이상하게 이영화는 지루한게 제격으로 보인다.)이 있었는데 책도 약간 지루하다는 평이 올라와서 다소 겁난다. 이외수재미없는 책은 재수없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재미도 주관적인 기준에 디룽디룽 매달리지만 그래도 사랑했지만 지루했던 영화는 영상미로 버텼다지만
책은, 음. 상당히 곤란하다. 재미없으면.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와 바렐라의 <윤리적 노하우>는 너무 소설만 읽어대는 것 같아서 균형 차원에서.특히 자아라는 개념 자체가 허구라는 그의 논리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로쟈님의 서평을 재미있게 읽었다. 언니 아기가 물에 빠졌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되레 사람들이 멀거니 구경했던 모습을 보고 난 후 측은지심은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아버렸다. 대체 윤리적 행위라는 게 본질적 경향성이라고 믿게 된 것은 교육 탓인가, 언론 탓인가. 의인은 드물기 때문에 화제가 되는 것이겠지. <설득의 심리학>에서 백주대낮에 거리에서 강도한테 칼에 찔려 허우적대는 여인을 아무도 돕지 않고 구경하고 있는 잔인한 광경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그건 윤리적 잣대를 들이밀 사례가 아니라, 나, 아닌 누군가가 해주겠지,라는 대중에의 함몰이라는 근거로 설명된 것으로 기억된다.  인간에 대한 기대로 붕붕 떠다니는 것도 안타까워 보이지만 불신과 악의적 단정 하에 침울한 사람의 
모습은 더 불쾌하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하여 책을 읽는다.

<롤리타>는 영화 호평에 기대어 뒤늦게 그리고 어둠의 통로로 보려 했던 시도가 좌절로 끝난 오기 덕택에. 아무래도 이것 때문에 늦지 싶다. 뒤늦게 품절이라고 할 듯. 왠지 예감에. 

그리고 갑자기 읽고 싶어 온몸을 긁게 되는 책들. 배송이 밀리니 뛰쳐 나가 사야 하나. 

 

 

 

 

 

 

 

 

<벨아미>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자신의 외모를 무기로 여자들을 유린하는(적절한 표현인지) 스토리라고 한다. <면도날>은 재미를 보장하는 서머셋 몸이기에 주저없이 선택한다.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는 얼마나 재미있는지 읽으면서 깜짝 깜짝 놀란다. 나쓰메 소세키의 책들은  단조로운 얘기를 어떻게 아름답게 가독성 있게 감쳐 보여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증 같다. 심리 묘사에 집중하고 주인공이 하느적 하느적 걸어다니는 타입인데 전혀 지루하지 않다.  

소설을 한동안 읽지 않았는데 그 허구의 공허함 속에 인생에 대한 인간에 대한 통찰이 파고들어가 움찔움찔하게 되는 재미를 알아 버렸다. 거짓말이 다가 아니라, 그 거짓말 속에 녹아 있는 작가의 인생관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분석의 향연이 결국 작가의 자서전 내지 일기를 읽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끊임없이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한다. 교묘한 위장술 아래 자신을 숨겨놓는 작가들의 그 트릭을 발견하는 쾌감, 그게 중독성이 아주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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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0-01-17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벨아미...저는 이 책이 한동안 번역이 안 되길래 안타까웠어요.40년전 정음사 번역본을 읽었거든요.출세하려고 온갖 추한 짓은 다하는 젊은 놈이 등장하지요.게다가 직업이 기자! 여하튼 소설가들은 기자를 싫어하나 보다...하고 생각하게 되었어요.일단 읽어보세요.모파상 특유의 인간묘사가 적나라합니다.

blanca 2010-01-18 13:51   좋아요 0 | URL
40년 전에 읽으셨다는 얘긴 아니시죠?ㅋㅋㅋ 직업이 기자군요. 더 흥미가 갑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1-18 16:19   좋아요 0 | URL
'40년전의 정음사 번역본'으로 써야 하는데...추잡한 기자를 모델로 한 소설은 우리나라에도 있죠.

2010-01-18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8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9 0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