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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나, 김처선
이수광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일단 시작은 드라마 '왕과 나'의 흥미진진한 전개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힌다.

그러나 대략 리뷰들을 읽어보니 드라마와 전혀 다른 스토리라는 평에 오히려 선뜻 책가방에 넣을 수 있었던 듯...

역사 논픽션은 사실 검증안된 작가들도 많이 달려드는 분야라는 선입견이 있었기에 그리고 이수광이라는 작가를 솔직히 잘 몰라서 더욱 두려움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야금야금 책을 읽어가다 보면 작가가 참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재주가 상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된다. 일단 이야기 전개 자체가 상당히 긴박하고 흥미진진하여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소설적 재미가 충분하고 '김처선'이라는 내관의 삶의 진정성과 처연함이 가슴을 울리게 된다.

 드라마에서는 김처선과 폐비윤씨의 로맨스에 집중해가는 분위기인데 이 작품을 사실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고 처선과 주로 성종, 연산군과의 관계, 또 사가에서의 가족 관계, 내시들 간의 역학 구도 등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큰 부담없이 소설적 재미와 역사의 뒤안길을 탐색해 보는 재미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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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일단 재미있다. 소설이라면, 아니 활자가 인쇄된 것이라면 닥치던 대로 읽고 내용 소화는 뒷전으로 미루던 사춘기의 치기가 이제는 없어진 만큼, 재미없는 소설은 구입한 것이라도 인내심 발휘가 안된다.

그래서 소설을 아예 구입하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김훈의 소설은 서사적 드라마틱성보다는, 문체의 장중함, 묘사의 현장감 등으로 다가왔던 터라, 선택의 망설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칼의 노래'는 분명 훌륭한 작품이었지만 술술 읽히지는 않았기에...

그런데 이 작품은 역동적인 스토리 라인이 있는 것도 아닌데 술술 책장이 넘어간다. 아니, 넘어가는 책장을 조금씩 붙들어 속도를 조절하고 싶은 욕망까지 만든다. 일단 허구같지가 않다. 물론 소재자체가 역사적 사건에 기반한 것이기는 하지만 김훈이라는 작가는 죽어 있던 그 시대의 인물들에 다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재주가 있는 듯 하다. 인물 개개인의 내면적 갈등, 캐릭터 등이 마치 팔딱이는 물고기마냥 싱싱하게 독자앞에 펼쳐진다.

또한 무엇보다 과장하지 않는다. 임금의 내면적 갈등이 무너지고 적에게 투항하여 머리를 찧으며 절하는 장면에서도 임금의 슬픔과 비애대신 그를 둘러싼 자연의 묘사가 담담하게 이루어진다. 그런데 오히려 이러한 기술 방법이 독자의 가슴을 더 울리는 것은 분명 작가만의 저력인 듯 하다.

지난한 일상에서 모든 상념을 잊고 싶은 날,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당신은 이 책의 첫장을 펼치는 순간 남한산성에 입성하여 수많은 이념 및 명분,그럴듯한 말들의 향연 속에서 고사해 가는 지도층의 모습을 목전에서 목격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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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훈이 "남한산성"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05 02:32 
    남한산성 - 김훈 지음/학고재 2007년 10월 31일 읽은 책이다. 올해 내가 읽을 책목록으로 11월에 읽으려고 했던 책이었다. 재미가 있어서 빨리 읽게 되어 11월이 아닌 10월에 다 보게 되었다. 총평 김훈이라는 작가의 기존 저서에서 흐르는 공통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다분히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매우 냉정한 어조로 상황을 그려나가고 있다. 소설이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이 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읽었음에도 주전파..
 
 
 
천사는 여기 머문다 - 2007년 제31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전경린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7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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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고등학교때부터 거의 10년여를 해마다 습관처럼 구독했던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대상은 확실히 대상감이라는 것이다. 거의 해마다 예외가 없었던 것 같다. 단편이지만 읽고 나면 가슴을 치는 감동이 여지없이 어디선가 몰려온다.

'전경린'이라는 작가는 사실 잘 모른다. '천사는 여기 머문다'는 분명 서사성을 중점으로 해서 술술 읽히는 작품은 아니다. 약간 현학적이고도 회화적인 문체라 중간중간 집중하며 읽어야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솔직히 나는 쉽게 읽히는 작품을 좋아하는 지라 조금 거부감을 가지고 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마지막 대목에서는 찬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여주인공의 반지에서 나오는 빛방울들의 향연을 묘사한 장면은 숨이 막힌다. 정말 환상적인 그림 앞에 독자들을 그러모으는 작가의 재능은 비범한 것에 틀림없다.

다음으로 인상에 남는 작품은 공선옥의 '빗속에서'와 권여선의 '약콩이 끓는 동안'  지난한 일상사와 인생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산다는 것'은 사실 대부분이 일상에서 자동적이고 무의적으로 이루어지는 편린들의 집합이라 누군가의 일상사를 진지하게 엿보다 보면 그 때에서야 비로소 전체를 조망할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 같다. 고단한 가장, 불합리한 권력 구조, 미래에 대한 무거운 두려움 등, 이 두 작품은 일단 읽는 즐거움도 있거니와 삶 전체를 잠시 조망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데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해가 갈수록 작품들의 전체적 분위기가 따뜻하기 보다는 조금더 슬프고 조금더 냉소적으로 되어가는 것 같다. 시대가 점점 그렇게 변해 가는 것일까. 뒤돌아보지도, 그렇다고 먼 곳을 조망하지도 못하고 바로 코앞만을 보며 질주하고 있을 때, 이 책을 꺼내어 잠시 한 두걸음 멈추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작은 에피소드 속들의 주인공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와 저마다 지루하지 않은 얘기들을 쏟아 낼 테니깐... 적어도 외로움을 덜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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