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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동안 고민했습니다.
아름답거나 상처받은 기억들을 두고 좋고 나쁘다를 따질 수 없잖아요.
선택은 자유로웠지만 쉽지 않았기에
결과에 서운해 하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당. ^^;
여기에 올리신 다른 분들의 글로 위안을...

여기에 있는 글 뿐만 아니라, 이참에 서재 구경도 하고,
취향, 생각들을 읽으며 함께 고려해서 선정했습니당...


모든 글에 대한 답글을 쓸려고 했다가..
제가 무슨 평론가도 아니고,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냥 5분만 ^^;


쭈꾸미 통신 받으실 분.

따개비님...
생활-김수영 같은 시를 좋아하시고,
오늘 저녁 밥상이라는 페이퍼를 보니,
'나는 콩 나는 콩 데구르르 굴러서 후라이팬에 들어갔었지. 아이 뜨거워'
'퇴근길에 포장마차에서 즐겨 먹던 오뎅 국물 한 사발'
같은 글들에서 풍기는 향이 이 책과 너무 잘 어울리시는 분인 것 같습니다 ^^

반딧불님
제가 애완동물을 안 길러요... 먼저 죽으니까 흑...

Kelly님
아빠의 사랑, 아빠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요...
 
마태우스님
변태선생님 때문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산사춘님
'산사춘의 안타까운 추억'
정말 안타까웠어요..특히 그 미꾸라지들... ㅎㅎ

 

 

페르세폴리스1  받으실 분..

플레져님...   놀라운 '신기'를 보여주신...
가시장미님 ... 전문용어로 '통박'을 보여주신... ^^

 

즐거운 독서 시간 가지세용. 
(여기다가 주소, 이름, 전화번호 살짝 올려주세요... ^^)

다른 분들 글 너무 재미있었어요.. 4번씩은 읽은 듯...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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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5-11-21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모두들 축하드려요^-^
저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조선인 2005-11-21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 산사춘님이 안 받았으면 데모할 뻔 했어요.
미꾸라지는... 정말 압권. 푸하하하핫

플레져 2005-11-21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립니다. 산사춘님이 안 될리가 없으시죠 ㅎㅎ
찍어서 맞출 수 있다니...저도 제가 놀랍습니다 ㅋ
감사해요, 라주미힌님.

2005-11-21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11-21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감사합니다.
전에부터 읽고 싶었는데, 이렇게 받게 되다니...
어쩐지 방문자수가 늘었더니만, 님이 4번씩이나 들러서 글을 읽어주셨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2005-11-21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5-11-2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stella.K 2005-11-21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하시군요. 몰라요. 저 챙피해서 당분간 여기 못 올것 같습니다. 다시 뵐 때까지 잘 지내세요. 되신 분들 축하드리구요. 에고, 챙피해라~이게 무슨 망신이람...내 유년의 추억이 고작 오줌싼 기억이라니...ㅜ.ㅜ

라주미힌 2005-11-21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냐하..
스텔라님 한번만 봐주소서... ^^;;;
챙피할게 뭐 있어요.. 설x 한 사람도 있는뎅 읍...
다음에는 맛 있는걸루다가 대기 해 놓겠슴다.. ^^

로드무비 2005-11-21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김장하러간 새 이벤트가 끝났군요.
하나하나 읽어볼게요.
뽑힌 분들 축하드립니다.^^

가시장미 2005-11-2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 미힌형!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주시는 상은 '잔머리 상'이라고 해주세요. 으흐흐

2005-11-21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주미힌 2005-11-21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벤트를 하니깐 실명을 알게 되네요.. ^^
일단 4분은 신청했슴다..
재력만 되면 다 보내드리고 싶은뎅 ㅋㅋㅋ

라주미힌 2005-11-21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이 바쁘셨군용... 딱 어울리는 책인뎅.. ^^;;

산사춘 2005-11-21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일나서 결과를 봤습니다.
아, 라주미힌님 정말 감사합니다. 가문의 영광입니다.
다른 분들께도 정말 감사드려요. 흑흑흑


2005-11-21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1-21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5-11-21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읽는 동안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몰라요..ㅎㅎ

stella.K 2005-11-21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실명 알켜 드릴 수 있는데...ㅋㅋ.

라주미힌 2005-11-21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합니다!!! 스텔라님 ^^

panda78 2005-11-21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끝났군요.. ^^;; 저는 뭐 말씀드릴 만한 일도 별로 없긴 했지만
하는 일도 없는데 왜 이렇게 짬이 안나는지.. ;;;

2005-11-22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각 : 
'국민학교' 3학년 때까지 여탕에 다녔습니다 ㅡ..ㅡ;
여반장을 만났거나,
여동생의 친구 자매와 갔다던가,
'이 커다란 얘는 여탕에 못 들어와요!!' 라고 거부 당한
일들을 말하고 싶지는 않네요 ㅎㅎ

성에 눈 뜬건 중1 때 받은 성교육 시간이었으니,
초딩3학년의 여탕은 '연옥'에 가까웠습니다 (지금이라면.. 냐하하)
엄마랑 가면 거의 두 세시간 동안 몇 번의 허물을 벗어야 했고(뱀인가),
뜨거운 공기와 물 고문에 '내가 여기서 죽는구나'라고 몇 번을 고뇌했었습니다.

맛이 갈려고 하면 '생의 기운'을 북돋게 하는 차가운 야구르트, 우유로 정신을 차리곤 했죠.
거의 넥타같은 음료였드랬죠. ㅎㅎ

저는 그 때 여탕의 풍경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제일 아쉬운 부분 ㅠㅠ)
내 피부에 닿는 자극에만 집중하고 있었죠.
제 눈에 보이는 것은 내 피부에 와닿는 것만 '보고 있다'라는 생각이 요즘들어 많이 듭니다.


미각:
껌을 무지 좋아했습니다.
비싼 음식, 맛 있는 과자, 영양가 있는 뭐가 있던간에
껌 하나만 있으면 그걸 낼름 집어서 거의 하루종일 '짝짝' 거리며 씹었어요.
뱉어 버리는게 아까웠는지, 자주 삼키기도 했죠. 우흐
씹다가 잠들기도 했고, 뱉어 놨다가 밥먹고 다시 씹기도 했고 ㅡ..ㅡ;
단물도 나지 않는 것이 뭐가 그리 좋았는지...

껌만 기억이 나요.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도 없었고, 싫어했던 것도 없었는데,
편식한다고 맞은 기억은 많습니다. 으흐

역시 기억은 믿을 만한게 아닌거 같아요.
거의 파편에 가까운 듯... 짜맞추는 것은 현재의 나.


청각:
구두 발자국 소리를 제일 좋아했어요 ㅎㅎ
'또각 또각 또각'
말발굽 소리도 좋아했어요.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소리는...
외할머니가 사시는 시골에 놀러갔는데,
잘려고 누으니
천장에서 두두두두두두두...
운동회 하는 줄 알았습니다 ㅡ..ㅡ;

뭔 쥐들이 그렇게 뛰어다니는지..
간혹가다 달리다가 넘어지는 녀석들도 있더라구요.. 철푸덕.
구멍난 천장에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으흐...


후각:
초등학교 3학년 때 쯤..
자연시간, 실험실.
암모니아를 리트머스 종이로 알칼리냐 산성이냐 뭐 그런거 하고 있었던듯..
다들 냄새난다고 코를 막았지만,
전 냄새가 안나더라구요. (축농증 있었나 ㅡ..ㅡ;)
그래서 코에 바짝 대고 깊게 맡았죠.

아....
갑자기 세상이 어두워지더니, 별이 보이더라구요..
얼굴은 달아오르고, 숨은 못쉬겠고...

추가로 다락방의 퀘퀘한 곰팡이 냄새는 은근히 즐긴 것 같아요..
왠지 신선했어요 ㅡ..ㅡ; 특히 겨울에... 맡아보면 뭔가 확 와닿는 것이.. ㅎㅎ

 

촉각:
겨울에는 물 만지기 싫잖아요. 춥고..
더운 물이 세숫대야에 있으면 뜨거워서 손을 담그기도 싫고...
그럴 때는 물 가지고 놀았습니다.

특히 물 표면에 가만히 손바닥을 댔다가 땠다가 하면 느낌이 묘해요..
하나의 덩어리 같기도 하고, 나를 밀쳐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가 쑥 넣어서 손을 오무려 퍼 올려 손가락 틈으로 실실 빠져나가는 걸 지켜 보기도 하고,
공기 방울이 물 속에서 올라오는 것도 보고, 그러다 보면
몇 십분이 휙 지나갑니다.
물이 거의 식어 갈때 쯤 되야 대충 '고양이 세수'하고 나오고 그랬습니다. 흐흐

가끔 물 받아 놓고, 살살 만져 보세요.. 특이한 놈이에요.

 



제가 누구 일까요? ㅎㅎㅎ
6살 때 사진이니 꽤 오래전 사진이네욤....
워낙 이번에 참여 하신 분이 많으셔서... 한분 더 뽑아야겠어요.
(힌트!!!  뒤에 서 계시는 아줌마 두 분은 아닙니다... 제가 무지 좋아했던 선생님들..)

맞추시는 분께

페르세폴리스1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드리겠습니당 ...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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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5-11-20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해요. 힌트좀 주세요~~~~~ 5명 중에 한명 찍어야 하는거예요? ㅋㅋ

플레져 2005-11-20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른쪽에서(피아노 앞) 두번째. 찍는 수 밖에...ㅎㅎ

이매지 2005-11-20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에서 일 아래 서있는 남자아이로 찍겠습니다 ㅋㅋ

라주미힌 2005-11-20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일수도 있어요!!!
ㅠㅠ

물만두 2005-11-20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왼쪽 선생님 앞의 남자애!

가시장미 2005-11-20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여자아이라는 함정을...?! 저 발언은 위의 두분 중 하나가 정답일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다는군요! 그래서 플레져님과 같은 사람으로 하겠습니다. 으흐흐 왠지 정 가운데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오른쪽에서 두번째!!

라주미힌 2005-11-20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삑----------------------
사람 맞추는 이벤트 종료...

플레져님이 맞추셨습니당... 허무해랑...ㅠㅠ. 내년 사주 좀 물어봐도 될까용..
괜히 여탕 얘기를 해가지구.. 게다가 남자애도 별로 없고.. 흑...

장미는 늦었음 ^^;;; 분석하지말고 찍지..

에거.. 오른쪽에서 5번째 좋아했던 연상인데.. 7살.. 이름도 기억이 안나네요.. ㅡ..ㅡ;
이거 보면 찾아 온나... !!! ㅎㅎㅎ
유부녀겠지, 행복하게 잘 사시오..

가시장미 2005-11-20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형~~~!!! 그래도 저도 맞춘건데. 봐주세요~~~ ㅠ_ㅠ 엥엥

라주미힌 2005-11-20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까..

조선인 2005-11-21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세요? 뜨아.
 

남동생하고는 3살 차이가 나는데 남동생이 유치원을 다닐 무렵부터 저보다 컸어요.
지금은 물론 무척무척 크죠.
여튼 덩치가 비슷하다 보니 별로 형으로 안여기는 경향을 보이더군요.

동생이 초등학교 1학년정도일 무렵에 볕 좋은 마루 앞에서 조각도를 갖고 놀고 있었는데
잘못해서 손가락을 베었답니다. 꽤나 심각하게 베여서 피가 마치 분수처럼 쏟아졌었죠.
동생은 막 울고 있고 손에선 포물선을 그리며 피가 흐르고 있고...
그 상황을 본 저는 어쨌냐?!
저는 사실 기억이 잘 나질 않는데 누나 말로는 세수대야를 가져와서 그 피를 받았다고 합니다.
피를 멎게할 생각은 않고 말이죠.
생각해보세요. 포물선을 그리며 흐르는 피를 대야로 받고 앉아 있는 형-_-;

아무래도 이게 맺혀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 뒤로 한 3-4년이 지난 뒤의 일이었죠.
봄이 되면 못자리를 만들기 위해 황토를 파러 산 기슭으로 경운기를 끌고 가거든요.
아버지랑 동생하고 갔죠. 적당한 곳을 찾아내고 열심히 흙을 괭이로 파는데...
갑자기...쾅-
윽...-_-
괭이가 제 머리를 내리치는게 아니겠어요.
범인은 제 동생. 흙 파다 말고 제 머리를 내리쳤답니다.
저는 원래 잘 참는 터라 울지도 않고 아버지께 얘기했죠. 피 나온다고.
대충 피 멎는 듯 싶어서 흙 다 파고 가자고 얘기를 했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도 제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됩니다. 당연히 중단하고 집으로 왔죠. 쑥 같은 걸로 상처 부위를 지졌습니다.
동생더러 왜 그랬냐고 했더니 자기도 모르겠답니다.
제 머리엔 초승달 모양의 상처가 남아있게 됐죠.
나이를 먹어가면서 종종 그 얘기를 하는데 동생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답니다.
당한 사람만 기억하는 건가봐요...

그 녀석의 성격상 복수를 한 것 같진 않은데...여튼 왜 제 머리를 내리쳤는지는 알 수가 없네요.
괭이로 내려쳐도 흠집만 조금 난 제 머리는 참 단단하단걸 알았지요.

어쩌면 요즘 급격한 기억력 저하가 그것 때문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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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 2005-11-20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피가 나오는 이야기라 웃지 않으려고 애를 썼는데 결국 웃고 말았습니다. 옆에서 엄마도 웃으시네요.^^;; 피를 받은 건 그래도 동생 분의 피가 소중하고 아까워서 어린 나이에 바닥에 흘려버릴 수가 없어서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당한 사람만 기억한다는 거 저도 동의 합니다. 저와 오빠 사이에도 그런 애기가 많죠.^^ 시간 나는데로 저도 올리겠습니다.

라주미힌 2005-11-20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끼로 이마까
빠께쓰로피바다
그런거네요? ㅎㅎㅎ

호랑녀 2005-11-20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라주미한님 저도 딱 그 생각했어요.
도끼로 이마까 바께쓰로 피바다...ㅋㅋ
(이 페이퍼인 줄은 모르고,오늘 김장 열심히 하시다가 피를 보셨단 소린 줄 알았습니다, 소굼님)

▶◀소굼 2005-11-20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라/지나고 나니 뭐 웃고 넘어가지요^^; 그런데 제가 그때도 꽤나 냉정했나봐요. 당황도 않고 피 받고..흙 마저 파고 가자고 그러고-_-;;
라주미힌님/크;;제 일본 이름을 그걸로 해야할까봐요;
호랑녀님/옛날엔 그런 이름 재밌어 했는데...몸소 실천한 셈이네요;;
김장할 땐 고춧가루만 실컷 묻혔지요^^;
 

학창 시절 그다지 엽기적인 사건은 경험하지 않았다 싶었는데 마태우스 님의 글을 읽다보니 갑자기 팍- 삘(!)이 꽂혀 버려서뤼 어설프게 한 자 적어보렵니다.

전 지금도 좀 그런 기질이 남아 있긴 합니다만, 학창 시절 꽤나 융통성이 없는 아이었지요. '뭐 하지 말아라' 라고 하면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지요. 심지어 대학에 입학해서는 술 마시고 필름 끊겼을 때의 레퍼토리가 집에 수십 번 전화해서 "나 오늘 늦어서 선배 언니네 집에서 자고 갈께요." 라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었을 정도니까요. 알코올 마저도 어느 정도 이성으로 커버가 되는...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대충 눈치껏 알아먹으셨으리라 봅니다.

고로 전 또래 친구들 보다는 선생님들과 더욱 친한 사이였지요. 그렇다고 못 되게 마구 일러 바친다거나 그랬다는 건 아니고요. 말 없고 조용하다 못해 친구들 사이에선 존재감을 거의 인정받지 못했는데, 성적은 그럭저럭 괜찮다보니 선생님들의 눈에는 '저런 애만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을... 그런 아이였던 거지요.

하지만 그런 저도 된통 두드려 맞았던 적이 있었으니... 때는 바야흐로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답니다. 지금도 그런진 모르겠습니다만 당시에는 받아쓰기를 해서 다 맞은 이에게는 '상'이라는 글자가 찍힌 색종이를 나눠주곤 했었지요. 노트에 붙여서 10개가 모이면 뭘 주고, 20개가 모이면 뭘 주고 하는 식으로, 아이들의 학업에 대한 욕구를 불러 일으키곤 했던...

어느 날 받아쓰기를 했는데 전 분명 하나를 틀렸습니다. 그런데 제 짝이 제 답을 고쳐서 100점을 만들어놓았더라고요. 선생님께서는 100점 받은 아이들은 손을 들라고 하셨고 여느 때처럼 '상' 자가 찍힌 도장을 나눠 주셨지요. 전 분명 100점이 아니었기에 가만히 있었건만... 글쎄 제 짝이, "수정이도 100점이에요" 라고 말해버렸지 뭡니까. 소심했던 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 체 선생님으로부터 100점 받은 아이들만이 받을 수 있는 그 작은 종이를 받고야 말았지요. 아마도 사실대로 말하면 제 짝이 혼나게 될 것 같아서 그러지 못했던 듯. 하지만 100점이 아닌 게 100점이 되어버렸으니 어찌나 기분이 이상했던지, 받자마자 구겨서는 호주머니에 넣어버리고 말았답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지요. 선생님은 저의 그런 모습을 보고는 제가 당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신 듯, "너 나와!!" 라고 소리를 치셨고, 그 때부터 무차별 구타가 시작했답니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묻지도 않으셨지요. 정말이지 신체의 모든 부분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그 때 전 깨달았답니다. 뺨을 때리시고 머리채 잡고 쥐어 뜯으시고 발길질도 하시고, 쓰러지면 일으켜 세우신 후에 다시... 한 30분은 그렇게 맞은 듯... 입술이 터지고 머리카락은 일부 뽑혀나갔고 온 몸이 멍투성이가 되어버렸다지요. (심지어 그 선생님 임산부셨습니다. 어디서 그런 괴력이 솟구치셨는진 아직도 의문입니다;;) 집에서 손바닥 한 번 맞아본 적 없이 곱게 자랐던 저였건만... 아이들이 다 보는 앞에서 그렇게 얻어터졌으니, 심지어 아이들은 넘어졌다가 다시 오뚝이 마냥 일어나야 했던 절 보고 막 웃음을 터뜨렸지요. 맞는 거 보는 게 재미라도 있는지... (그래서 사람들이 패싸움을 구경하는 걸지도;;) 하지만 더욱 믿을 수 없는 사실은, 그렇게 맞으면서도 선생님에 대한 증오보다는 '내가 잘못했어. 난 죽어야 돼.' 라는 생각을 제가 계속 해대고 있었다는 사실이랍니다. 아마도 그 때부터 자아존중감이 심히 낮았었던 듯;;

터벅터벅. 2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거의 1시간 30분은 걸어서 집에 왔고,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행동하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썼었다지요. 하지만 어린 아이의 심히 조심스러워 하는 행동은 어색하기 이를 데 없었겠지요. 어느날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데 엉거주춤, 멍든 엉덩이가 아파서 완전히 앉지도 못한 묘한 자세로 있는 저 때문에 어머니께서는 제 온 몸이 멍투성이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셨답니다. 다른 아이들 같았으면 어찌 행동했을까요? 아- 전 그 와중에서도 계단에서 굴렀느니, 자전거 타다가 엎어졌느니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저도 모르게 선생님을 변호하고야 말았답니다. 지독한 모범생 증후군...

제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되신 어머니께서는 그 길로 학교로 쳐들어가셨지요. 그나마 차분하고 얌전한 성격의 소유자셨으니 망정이지, 속으로는 아마 끙끙 앓으셨을 겁니다. 나중에, 몇 년이 지난 후 어머니께서는 그러시더군요. 그 당시 당장 경찰에 신고해버리고 싶었다고.. 참느라고 많이 힘드셨다고...

어머니께서 학교를 다녀가신 후 선생님께서는 저를 부르셨고, 멍 들 때 바르는 연고 하나를 주시더군요. 미안하다고... 하지만 먼지 나듯 두드려 맞은 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없던 일이 되진 않음을... 그게 전부였답니다. 그 선생님께서는 곧 출산 휴가에 들어가셨고, 담임 선생님이 다른 분으로 바뀌셨거든요. 어쩌면 제게는 오히려 다행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지금도 전 그 때 일을 생각할 때마다 부들부들 떱니다. 인생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데 있었던 두 가지 일 중 하나인지라... 그 때 왜 그랬는지 이유만이라도 물으셨다면 싶은... (그럼 뭐해요. 제가 대답을 안 했을 거 같은데... 크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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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5-11-20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위와 폭력은 무저항과 침묵에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거 같군용... 흐...
평범한 여대생님 답지 않는 유년 시절.. ^^; 정말 말 잘 듣는 학생이었네요.. (저도 조용한 '범생' 스타일이긴 했지만, ㅡ..ㅡ;)
 

이벤트 하신단 페이퍼를 보고는 너무나 평범했던 어린 시절을 보내서 쓸 게 없다고 낙심하던 차였는데...
다른 님들의 페이퍼를 읽다보니 문득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서 이렇게 누추한 펜을 들었습니다 ^^

한때 저는 프로야구 선수와 결혼하는 게 꿈이었어요. 야구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내가 야구 선수가 되지 못한게 억울(?) 하더라구요. 다른 운동이나 스포츠는 못하지만 야구는 잘 할 자신 있어요. 치고 냅다 달리면 되잖아요, 그까이꺼~

한옥집에 살 때 였는데, 아마 제가 초등학교 2학년쯤이었을 거에요.
플라스틱 배트와 플라스틱 야구공, 야구 글러브를 선물받은 오빠를 쫓아 다니면서 야구를 즐겼지요.
착한 오빠는 친구들과 어울릴 때는 저를 옆에 앉혀 놓았지만
집에 오는 순간 저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기꺼이 오빠가 저와 야구 놀이를 해주었지요.

그날도 마당에서 오빠가 슬라이드 볼을 던지고 저는 냅다 치고 달리고 신나게 놀고 있었어요. 
마지막 투혼을 발휘하여 오빠가 힘껏 공을 던지고 질세라 힘껏 공을 받아친 순간!
슈우우우웅................퍼어억!!!!!!@@@@!!!!!!

한옥집 마루 유리문 아시죠?
그 두꺼운, 너무나 두텁고 불투명해서 문을 닫고 있으면 밖에 누가 왔는지 잘 보이지 않는
그 두꺼운 유리가 깨진겁니다... 유리가 생각보다 좀 약하더라구요 ;;;;

저녁에 엄마한테 얼마나 혼났던지요.
오빠가요. 오빠가 혼났습니다. 어린 동생이 뭘 아느냐고.... (오빠 미안 ^^;;)
저는 혼날까봐 낼롬 자고 있었답니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무조건 자는 게 상책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자고 일어나니 평상시와 다를 바 없더라구요.
이 버릇은 그 다음에도 한 번 더 써먹게 되는데요,
그건 다름 아닌 우리 동네에 나타난 기괴한 소녀때문이었어요.

우리동네에는 제 또래의 아이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늘 또래 친구들 서너명과 어울려 다녔죠.
어느날 우리 동네에 이사 온  A.
A 는 활발하고 예뻤지만 자기 멋대로 하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이었어요.
대부분 다 온순하고 착한 아이들이었는데 A 가 나타난 이후로 아이들이 좀 겁을 먹었지요. 
게다가 A에 대한 이상한 소문도 돌았어요.

밤마다 A와 A엄마가 산에 올라가 제를 지낸다.
A가 지날 때는 이상한 냄새가 난다. (향냄새)
A는 한밤중에 우리들 집을 돌아다닌다... (산타클로스냐? )

우리는 점점 A를 멀리하게 되고 피하게 되었지요.
어느날, 소꿉놀이에 여념이 없는 우리들 앞에 A가 나타났습니다.
후미진, 우리들만의 아지트 같은 골목이었는데 A가 거기까지 찾아올 정도라면
우리를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알 수 있었죠.
소스라치게 놀란 아이들은 A를 보자마자 일사불란하게 도망을 쳤습니다.
와중에... 저는, 그 소꿉장난감을 두고 갈 수가 없어서 (정말 귀여운 것들이 많았거든요) 
A의 눈치를 보면서 몇가지를 챙겼답니다. 주섬주섬...(나중에 이웅평 대위가 넘어왔을 때도 이걸 챙겼다지요...-_-;;) 
그때였습니다. A의 발이 제 소꿉놀이를 짓밟기 시작한 것은. 
A를 떠민 것도 A가 막 움직이기 시작한 즈음이었으니 
소꿉장난감에 대한 애정과 저의 민첩함이 반짝반짝 빛나는 대목이죠 ㅎㅎ

쓰러진 A는 주저앉은김에 마구 울더군요. 
저도 따라 울었습니다. 
저도 따라 울면서 소꿉장난을 결국 다 챙겨갖고 왔다는...ㅠ.~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집착과 열의는 그때부터 생겼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때처럼 좀 그런 면이 있구요 ㅎㅎ
그때를 교훈삼아 내가 좋아하는 것은 어떻게든 지킨다, 하는 자신감도 생겼죠.

그날 A를 떠민 것을 엄마가 알게 될까봐
저는 또 집에 와서 실컷 잠을 잤습니다. 
A가 머리를 풀고 하얀 원피스를 입고 돌아다니는 꿈은 그날 꿨는지
며칠 후에 꿨는지 정확하진 않은데
A에 대한 기괴한 소문에 제가 더 보탰다는 건 확실해요 ^^;;

아주 가끔은 정말 괴로운일이 있을 때,
도저히 해결의 실마리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깊이 잠을 자기도 해요.
어린 날 처럼 저절로 다 해결되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날이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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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11-20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은 얌전한 소녀였군요!
(산사춘님 글을 읽고 올라오니 그런 생각밖에는...흐흐~)

라주미힌 2005-11-20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식호흡하는 사진인가봐요 ㅎㅎ
자고 나면 세상이 달라졌으면 좋겠네요...

mong 2005-11-20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랑소녀였던 플레져님의 어린시절?
ㅎㅎㅎㅎ

로드무비 2005-11-21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희숙의 낮잠에서 깨어나니 온세상이 낯설고 어쩌구~
하는 노래가 생각나네요.
플레져님, 원하는 책 받으시나봐요.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