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로 머리가 깨질 듯 아프지만 그래도 죽지 않고 살고 있다

일: 창간하려던 매체는 결국 무기한 연기되었다. 돈줄이 되어줄 곳이 미국 쪽 기업체인데 그곳이 아주 폭탄 맞은 상황이 되어놔서 속수무책이다. 그러니까 밥줄이 끊어지는 상황까지 간 거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독인지 약인지 알 수 없지만 또 다른 무언가를 창간한다. 그것도 급박하게. 맨땅에 헤딩하다 머리에 피딱지 앉은 거 떨어지기 전에, 손에 박힌 굳은살 떨어지기 전에 또 삽질하게 생겼다. 게다가 이번에는 데스크가 영국에 있다. 환장하겠다. 이런 미네랄.

가족: <레이첼 결혼하다>를 보고 너무 울다가 숨막혀 쓰러질 뻔 했다. 가족 구성원들은 모두 피해자다. 가해자는 없다. 미워죽겠지만 동시에 안쓰러워 속이 아릿아릿하다.

친구: 대체로 면목없다. 미안한 친구들에겐 계속 미안함이 쌓인다. 갚아야겠다. 간혹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사람들에게서 친구라는 이름표를 떼어내기 시작했다.

당신: 왜 그렇게 사방팔방 도처에 당신이 있는 건지. 그런 당신인 줄 알았다면 인사도 나누지 않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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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돌이 2009-03-18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워낙 책들을 읽지 않으니까 좀 여유들이 있는 회사에서도 종이 매체는 접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더군요. 그래도 또 시작하는 사람들은 있겠죠. 불행인지 다행인지, 독인지 약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은 잘되시기 바랍니다. ^^

이리스 2009-03-19 13:38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어요. 잘 되어야 할텐데요. ^^;;;
시비돌이님도 쾌차하세욤!!

라로 2009-03-19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첼 결혼하다,,,저도 꼭 보고 싶어요!!근데 여기 대전에선 상영소식없다는~.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사람들에게 즐찾이라는 이름표 떼어내기 시작했다는~^^;;;

이리스 2009-03-19 13:38   좋아요 0 | URL
앗, 이렇게 저도 지워지는검니까? ㅜㅜ
대전에계시군요. :)
 

 

 

 

 

 

 

 

별도 주문까지 넣어가며 이 책을 구입한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었다. 

내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여행지였던 시칠리를 다룬 여행기인데다가 그곳을 찾아간 사연이 본질적으로 나와 동일해서 안사고 배길수가 없었다. 

이런 배경을 제외하고 책 자체에 대한 만족도는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저자의 문제라기 보다는 기획이나 편집에서의 아쉬움이었다. 좀더 맛있게 버무렸더라면 하는 여러가지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지만 그것에 앞서 내 추억의 가뭄에 해갈을 가져다주어 그것으로 족하다. 그리고 감사하다. 

지금도 꿈처럼 아스라히 떠오르는 건 내가 머물렀던 p와 p의 친구 집의 풍경이다. 싸우는것처럼 큰 목소리로 귀가 아플 정도로 왁자지껄하던 식사 시간. 또다른 가족이었던 두 마리의 개, 그리고 고양이들. 커피 내리는 소리와 고소한 음식 냄새가 가득했던, 언제나 가족과 친지들로 북적거리는 부엌. 바비큐 파티를 열던 정원, 오로지 나만 물어대던 아프리카에서 넘어온 독한 모기, 근사한 와인들. 뜨거운 햇살을 피해 찾아 들어간 허름한 상점의 환상적인 젤라또. 

내가 시칠리에 간다고 했을때 지인들은 걱정을 먼저했다. 마피아들이 득실거리는 무서운 곳이라는 염려를 너무나도 당연히 얹어서. 나 역시 낯선 초대에 응하는데 용기가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다. 만약 그 때 내가 주저하고 마음을 접었다면 나는 이 꿈처럼 아름다운 추억을 결코 갖지 못했을 것이며 아마 시칠리에 갈 일 또한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언제건 시칠리에 온다면 우리집에서 머물러. 라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다. 

*여행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는 것일까? 여행은 여행지의 사람과 공유하는 추억으로 기억된다. 어떤 식으로든. 홀로 하는 여행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문득 생각나서 예전 사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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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실리 다이어리 - 이탈리아 로베르토 아저씨네 집에서 보낸 33일, 길 위에서 만난 세계 5
허은경 지음 / 지성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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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류의 말처럼 새우잡이 배에 팔려가는 건 아닐까 하고 주저했다면, 지금의 벅차오르는 따스함은 평생 느끼지 못했을것이다. 영화에서나 봄직한 시실리에 우리가 갈 일은 생전 없었겠지...
난 그곳에서 여유롭게 삶을 누리는 법을 배웠고,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가슴으로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캐나다의 대자연을 가슴에 담기 위해 떠났던 여행도, 그림을 보기 위해 유럽 미술관으로 떠났던 여행도 내게 이만큼 잔잔한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어쩌면 나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여행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을 찾아 나선 그런 여행 말이다. -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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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가 심할거라는 일기예보가 반복적으로 들려오던 일요일. 

주의하라고 하는데, 대체 어떻게 주의를? 

황사용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되는것일까? 귓구멍으로 들어오는 황사는 무해한가? 귀마개?  

그러다 문득 낙석주의 표지판을 떠올랐다. 

 

낙석주의 표지판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돌무더기가 쏟아져 내리는 

섬뜩한 표지판의 그림을 보면서 운전대를 잡은 사람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여기가 낙석 구간이라는 거고 주의를 하라는 표지판인데 대체 어떻게 주의를? 

전방을 예의 주시하며 피해봤자 아래는 낭떠러지 옆에는 반대차선인 이 도로에서 뭘? 

이렇게 물었더니 그 사람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일단, 신경쓰고 긴장 하면서 운전하라는 이야기지, 하지만 떨어지는 돌을 피하려면 억세게 운이 좋지 않고서는 힘들어.   

 

황사고, 돌무더기고, 안개고, 그 뭐건 간에 주의해서 될 일이면 참 다행인거 아닌가 싶다. 

주의해도 못피할 일들이 훨씬 많은 세상이라. 

 

* 오늘 왓치맨을 보고 입이 떡 벌어져서 침 흘리며 실실거릴뻔 했다. 뭐 이런 훌륭한! 

인생이 조크라고 생각되는 사람들끼리 모여 한번 더보고 싶다.

** 아무리 주의해도 직장인이라면 월요일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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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9-03-15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림픽수영장을 갔었는 데 수영을 하고 나오니 차위에 먼지가 쌓였더라구요.
내일 황사가 심할 거라고 하던 데 점점 더 심해가는 것이 심심치 않습니다.
주의하시길........

이리스 2009-03-19 13:37   좋아요 0 | URL
황사는 저를 무시하고 지나갔어요. ㅎㅎ

마늘빵 2009-03-16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왓치맨, 여자들이 보는 영상은 훈훈(?)한데 나는 썩 재밌지는 않았다요. 그보단 브이 포 벤데타와 씬시티가! 왓치맨은 러닝타임도 너무 길었단 생각...

이리스 2009-03-19 13:37   좋아요 0 | URL
훈훈했던가? 쓰읍... ㅋㅋ
 

본격 마감모드 돌입.

또 다시 돌아온 새벽 귀가.

오늘은 편집장이 모범타고 가라고 당부하길래 모범을 콜로 불러서 타고 왔다.

덕분에 브레이크 밞아서 몸이 앞으로 열 번 가량 쏠리는 일은 겪지 않았고

승차감도 좋았으며 아저씨는 졸지 않았다.

편집장은 평소 출근시에도 택시를 탄다. -.,-

 

새벽 귀가에서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한강의 야경이다.

오늘 본 달은 가슴이 서늘해지도록 슬퍼보였다.

 

영등포 사창가를 지나는데 여전히 그녀들은 손님을 끌기 위해 난로를 피우고

아무도 지나지 않는 어둑한 길을 밝히고 있었다.

 

내 머리통을 후려치는 끔찍한 일들은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들고

자칫하다가는 불면의 밤을 맞을 것 같아서

아예 일찍 자기를 포기하고 컴퓨터를 켰다.

 

인간의 이기심이란 참 뻔뻔하기 그지 없다는 것을 오늘 또 한 번 느꼈다.

그건 지독한 수치심을 동반했다.

때론 본능이 아름답지만 대체로 본능은 추악하게 보인다.

이기심이 본능일지라도 추악해 보이는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갑자기, 18차선 대로에 서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 같이 되어버렸다.

차들은 나 때문에 뒤엉켰는데 한 발자국도 떼어 놓을 수 없는

귀에는 위잉~ 하는 소리만이 들려오고 눈 앞의 아스팔트만 보이는 그런..

 

그냥, 나

외롭더라도, 쓸쓸할지라도 고개 숙이지 말아야겠다.

영원히 그 숙인 머리를 들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굴욕은 그만두자.

 
- 위의 글은 2003년 3월에 당시 나의 사이버 공간에 올렸던 글이다. 우연히 예전 공간에 들어가보니 주인도 찾지 않는 쓸쓸한 공간에 고스란히 글들이 남아 있어 묘한 기분이었다. 몇몇 글을 읽다보니 이때가 확실히 조금이나마 더 솔직했던 것 같다. 덜 비겁했던 것 같고. 그 당시의 힘겨움들이 묻어나는 글을 보니 명치가 아파와서 읽다가 관뒀다.

그리고, 굴욕을 그만두자던 6년전의 나는 여전히 굴욕속에서 견디고 있다.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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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3-15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 거 있습니까. 가수 장기하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달이 차오른다~~~~ 가자!

이리스 2009-03-15 21:59   좋아요 0 | URL
갈까요? ㅎㅎㅎ

시비돌이 2009-03-15 0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 글들을 읽으면서 '아, 상황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군. 그런데 지금은 그런 감정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없게 됐네' 하는 생각을 할때가 더러 있더군요.

이리스 2009-03-15 22:00   좋아요 0 | URL
그럼 저랑 동지이신가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