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 인테리어 - 주택.아파트.사무실.공간, 풍수의 대가 고제희 원장이 제안한
고제희 지음 / 문예마당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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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 인테리어》



 

 

집안에 어항을 두면 돈이 들어온다는 말이 있어 선물을 하고 싶은데 고양이가 있어 선물을 못하겠다는 지인이 있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는데 중국에 그런 문화가 있더라고 말이다. 나는 뭐 굳이 그런 말을 굳게 믿어서 꼭 실천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꿀 정도가 아니면 또 굳이 못들을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어항을 들였냐면? 글쎄 또 귀찮은 건 못 참는 터라.

 

믿든 안 믿든 간에 이사를 할 땐 누구라도 집터를 보고 방향을 본다. 빛은 잘 드는지 조망에 방해 되는 건물은 없는지 비가 오면 침수가 되지는 않는지 대문의 방향은 어떤지 등을 보는 것은 아마 기본이 아닐까. 전문적이지 않아서 ‘풍수’를 본다고 말할 순 없지만 살아가는데 불편함이나 괜히 꺼려지는 마음이 들면 하지 않는 편이 좋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풍수는 믿고 안 믿고, 과학이냐 아니냐를 떠나 이미 실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오랜 시간 경험과 사례를 통한 확률의 통찰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놀랍게도《풍수 인테리어》를 보니 지인의 ‘어향’ 이야기는 맞는 말이었다. 세상에! 현관 입구에 크지 않은 어항을 두거나 수초를 띄운 돌우물을 두면 재물 운은 물론 심신의 안정까지 불러온다고. (p126)그러나 지나치게 크면 찬바람을 일으키니 좋지 않다고 한다.

 

현대의 삶은 과거와 달라서 도시에선 ‘풍수’에 따른 집을 구하기가 어렵다. 부엌은 북동이나 남서향에 두지 않고, 현관과 침실, 화장실이 마주보면 좋지 않으니 피해야 하고, 천장은 들쭉날쭉해서도 안 되고 거실도 너무 좁거나 넓으면 좋지 않다. 돈이 없어 좁은 집에 사는 나 같은 사람, 전세 물량이 없어 어떻게든 찾기만 하면 들어가야 하는 사람, 지상은 꿈도 못 꾸는 반 지하방에 살아야 하는 사람에게 ‘풍수’는 너무 멀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 이 책이《풍수 인테리어》아니겠는가. 크게보면 여유가 있어 전원주택을 짓거나 구입할 때 어떤 요소를 보면 좋을지, 정원을 꾸밀 때 어떤 나무를 심고, 어느 위치에 대문을 낼 것인지, 이사 갈 집을 선택해야 한다면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어떤 동이나 구조를 선택할 것인지 알고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작게는 내가 사는 집에 어떤 인테리어를 해야 도움이 될 것인지 이 책은 말하고 있다. 현관과 침실이 마주보는 것이 좋지 않으면 중문이나 커튼을 달아 보할 수 있을 것이고, 어떤 위치에 어떤 가구를 둘 것인지, 방 안에서 잠자는 위치를 어떻게 정하면 되는지, 자녀와 가까워지는 공부방, 책상의 위치 등을 알고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자녀가 없어 공부방에 관한 것보다 다른 쪽을 관심 있게 보았다. 예전 우리 집에도 걸려있던 호랑이 그림이나, 돼지가 어미젖을 먹는 그림, 초가집 그림 등은 조잡해 보이니 좋지 않고, 개업하는 곳에는 ‘감’ 그림을 선물하는 것이 좋다는 것. CEO의 사무실 책상의 위치, 가게의 입구나 현관이 어떠하면 좋은지 등은 실생활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요즘처럼 창업과 폐업이 빈번히 일어나는 상황에서 풍수가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다양한 사례, 사진 등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이로운 ‘풍수’이야기를 하고 있다. 풍수라 하면 묘를 쓸 때나 살펴보는 것, 혹은 현재보다는 과거의 선택이 현재에 미친 영향을 보려는 것에 있으니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책상과 가구, 그림, 커튼, 조명 등의 인테리어 요소, 이사 갈 곳을 고를 때 살펴야 할 것 등에도 적용이 된다고 하니 바로 현재 우리의 삶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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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닷컴
소네 케이스케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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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닷컴》


 

 

누구를 죽이고 싶은가? 가능하다면. 누구를 죽이는 것, 내 손으로 꼭 하지 않아도 된다면 누군가를 죽이고 싶단 생각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으니 이런 시스템을 누군가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요즘은 이상한 인터넷 사이트도 많은 세상이니까.

 

누군가 은밀하게‘사람을 대신 죽여준다.’는 사이트를 만든다. 어떤 식으로든 알게 된 사람들이 회원가입을 한다. 죽이고 싶은 사람 신상과 원하는 조건을 올리면 일을 맡고 싶은 사람이 받고 싶은 금액을 입력하고 경쟁이 시작된다. 결국 경매 형태로 낙찰 받은 사람이 타겟을 암살한 후 성공보수를 챙긴다.

 

그러면 누가 일을 맡기고 누가 일을 하게 될까? 이런 상상 속에서 창조해낸 ‘소네 게이스케’의 소설《암살자닷컴》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일을 맡기고 실행한다. 우습게도 일을 하는 사람은 우리 주위에, 아니 내가 속한 사회의 소시민들이다. 가족의 생활비를 벌고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서 누군가를 죽이고,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소시민들과 목숨을 두고 경쟁한다.

 

생각하면 너무나 무서운 상황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 내가 먹여 살리려는 우리 가족 중 누가 나와 경쟁자가 될 지도 모르고, 내가 믿었던 누군가가 나를 죽이기 위해 소시민 암살자를 고용할 지도 모른다. 어차피 경매이니 암살 가격은 점점 내려갈 테고 때로는 너무나 적은 성공보수를 받기위해 힘든 살인을 저질러야 할지도 모른다.

 

이상한 죽음엔 늘 위험이 도사린다. 경찰들이 가만있지 않을 테고 희생자의 가족들은 진상을 밝히기 위해 어떤 시도라도 할 것이다. 게다가 이런 사이트를 만든 사람들이 과연 한두 명의 성공한 창업자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이런 사이트에 대한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어떤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지는 않을까? 우리가 상상하기도 벅찬 거대하고 무서운.

 

소설은 단편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를 구성한다. 첫 단편과 마지막 단편은 묘하게 이어지며 은퇴한 암살자, 사이코 패스, 히키코 모리, 붕괴된 가족, 실직과 생활의 굴레에 갇힌 엄마, 엇나가는 자녀, 사건을 좆는 탐정, 희생자의 가족 등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긴장감 속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 소설은 암살자와 그 조직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결국 이 사회와 인간의 이야기다. 들여다보면 가족 이기주의, 가족의 붕괴, 인간소외, 고령화 사회, 복지, 노동문제 등 국가와 사회, 인간이 만들어 가는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작가는 기발하고 신선한 상상력, 미스터리와 스릴러의 흥분제, 인간의 이야기를 버무려 한편의 멋진 이야기를 창조했다.

 

적당한 긴장감, 적당한 곳에 분포한 유머코드, 매력 있는 인물들은 소설의 분위기를 너무 무겁지 않게 조정하고 있어 책장을 넘기는데 부담이 없다. 잘못하면 너무나 심각했을 지도 모르는 소설의 분위기를 적당히 조절하여 마니아층에겐 좀 가볍지 않을 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좀 더 다양한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 이 소설의 장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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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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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인생에 큰 줄기를 결정하는 진로나 직업, 사귈 사람을 선택하거나 내달 있을 대선에서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에서부터 오늘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옷 중에서 무엇을 살지 앞머리를 낼지 말지 등의 소소한 것 까지 늘 선택의 고민 속에 살아가게 된다. 이어 내가 했던 선택들이 옳았는지 잘못 선택한 것은 아닌지 늘 후회나 아쉬움도 남기 마련이고.

 

이 소설은 그런 작거나 큰 선택이 하나 둘 쌓여 결국 여러 사람들을 비극 속에 빠뜨려버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만 생각하면 이미 늦어버린 일이라 낭패감이 들더라도 돌아보면 꼭 만회할 기회는 있었다. 설사 잘못된 선택으로 나쁜 일이 이미 벌어졌다 하더라도 진정어린 사과와 진심으로 하는 뉘우침은 상대방을 고통의 나락에 빠지는 일은 막아주니까 말이다.

 

특히 이런 설정은 범죄를 주 소재로 한 소설에 자주 등장한다. 우연히 사고를 냈는데 그 사고를 은패하기위해 권력이나 돈을 이용하려 들다가 큰 소용돌이에 빠져버린다던지, 잘못된 선택으로 고통당한 피해자가 복수를 위해 또 다른 가해자가 된다던지 하는 이야기들이 그렇다.

 

이 소설에는 이런 우연과 선택이 쌓여 연쇄 살인이 벌어지고 그 과정에 우연히 끼어들게 된 가족들이 죽음의 문턱에서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일들이 벌어진다. 작가의 이름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했는데 세상에 《폭스 밸리》의 작가가 아닌가. 가만 생각해보니 포스밸리에서도 이런 선택의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역시 묘하게 닮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케이트의 아버지가 살해당했다. 아버지는 은퇴한 형사였기에 재직 중에 검거한 범죄자 중 복수를 다짐하던 남자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주인공 또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런던 경찰국의 경찰로 재직 중인데 휴가를 내고 고향으로 와 비공식적으로 수사에 함께하게 된다. 수사를 맡은 케일럽 반장과 인간적으로도 수사에서도 아슬아슬한 관계로 긴장감을 유지하며 하나 둘 단서를 따라 간다.

 

소설 속에는 여러 여성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경찰로써의 감각은 아주 뛰어나지만 사회나 조직에서는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여성으로써 매력이 부족한, 그래서 자존감이 떨어지는 인물로 묘사된다. 오로지 아버지와의 관계에서만 안정을 찾던 그녀는 아버지가 살해되자 심한 박탈감과 불안정한 정서를 드러낸다.

 

아버지의 사건을 맡은 팀에는 이혼하고 장애를 가진 가족을 홀로 돌보며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워킹 맘이 등장한다. 그녀 역시 능력이 출중한 경찰로 직장 내에선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녀는 남들이 모르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이 외에 암 투병으로 세상을 뜬 주인공의 엄마, 믿었던 아버지의 외도 사실과 그 상대였던 여성, 임신에 실패한 후 아들을 입양하고 행복을 찾았지만 친모의 등장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여성, 용의자의 여자로 폭력에 억압당한 채 살아가는 여성까지.

 

사건을 중심으로 등장하는 여성들은 소설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다. 이들은 자신과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혹은 자신이 가진 행복을 깨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고통을 감수 하거나 때론 이기적으로 처신한다. 소설은 다양한 가족과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고 그들이 내리는 선택들을 따라가며 그 연결 고리들을 촘촘히 짜고 결말을 향한 그림을 그린다.

 

결국 범죄에는 범인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 범인과 범죄가 오롯이 그들의 것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들 모두는 자신들이 최선이라 생각하는 삶을 하나하나 징검다리를 놓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사소한 선택과 행동이 훗날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으리라.

 

결국 그들이 만들고야 만 결말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았다. 작가는 정말로 어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냈을까. 사건, 사고 반전에도 재미가 있었지만 작가가 묘사한 다양한 가족들의 삶과 심리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꼭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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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된 순례자들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4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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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된 순례자들》사형집행인의 딸 4

 


 

<올리버 푀치>의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4번째. 그 전 3작품을 모두 재미있게 읽었고 3권이 시리즈의 마지막인줄 알고 있다가 4, 5권이 한꺼번에 출판되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5권 《밤베르크의 늑대인간》과 함께 무슨 책을 먼저 읽으면 좋을까 즐거운 고민에 빠졌는데 독자들은 아마도 자신들의 취향에 따라 먼저 읽을 책을 선택했으리라 본다.

 

시리즈 모두 독립된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되기에 굳이 순서를 따질 이유는 없는데 굳이 큰 줄기라면 1, 2권에서 밀당을 하던 사형집행인의 딸 막달레나와 목욕탕 의사 지몬이 3권에선 사랑의 도피를 하고 이번 4권에선 결혼을 해서 아들 둘이나 둔 걸로 나오는 것 정도? 사람을 죽이는 사형집행인과 살리는 의사 이젠 장인과 사위가 된 둘의 브로맨스도 그대로, 티격태격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들의 케미도 그대로다.

 

이번에 배경이 된 안덱스는 작가의 고향이고 사건이 일어난 장소 ‘안덱스 수도원’은 작가가 어릴 적 늘 놀던 곳이라 한다. 희생자가 익사한 호수도 물론이고. 문득 자신의 고향을 배경으로 이런 작품을 남긴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생각했다. 자신의 고향인 부산 해운대에 추리 문학관을 짓고 해운대를 배경으로 연작소설을 발표한 미스터리 문학의 대부 ‘김성종’ 작가나, 런던에 살았던 4년간의 경험이 소설에 고스란히 녹여낸 ‘이언 랜킨’도 그런 작가들 중에 한명이다. 비록 이들이 쓴 소설은 무시무시한 범죄이야기지만.

 

1666년 이젠 부부가 된 막달레나와 지몬은 숀가우 사람들과 함께 안덱스로 순례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그곳에서 익사한 수도사와 불에 탄 수도사의 시체가 연이어 발견되고, 시계공인 수사는 사라진다. 게다가 순례자들은 같은 증상의 병을 앓고 하나 둘 사망하기 시작한다. 지몬과 막달레나는 예기치 않은 기회에 죽은 수도사를 발견하였다는 이유, 게다가 의사라는 직업 때문에 시체들의 조사를 맡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사라진 수도사의 불길한 ‘자동인형’은 과학이 발달하지 않고 여전히 마녀사냥이 횡행하던 시절 수도원과 순례자들 사이에 악마의 부활이라는 공포심을 조장시키기에 이른다. 시계공 수사가 만든 기괴한 구조물들, 벼락에 맞아 불타버린 수도원 종탑에서 의문의 실험을 하던 흔적 무언가 숨기는 듯한 수도사들의 모습에다 알 수 없는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까지.

 

사건을 조사하는 막달레나와 지몬을 암살하려는 시도는 결국 숀가우에 있던 사형집행인 ‘야콥 퀴슬’이 막달레나와 지몬의 아들 둘을 데리고 몰래 안덱스로 오게 만든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수도사의 고문이 시작되고 시일은 촉박하게 흘러가지만 어린 아들 둘 때문에 활동이 여의치 않다. 소설은 몇 건의 미끼를 던지고 교묘히 독자를 속이며 반전을 선사한다. 지하에서 들리는 자동인형의 음악소리, 끔찍하게 신체를 태운 것의 정체, 도난당한 수도원의 성체와 현시대의 비밀은 무엇이며 그들은 어려운 난관을 어떻게 헤치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만난 사형집행인의 딸. 이번 시리즈는 중세 맞벌이 부부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듯 아이를 돌보는 것과 사건 해결 사이에 갈등하는 막달레나 지몬 커플의 모습이 이상적이었다. 클라이막스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탈출 신과 지독한 사랑의 러브스토리는 역시 이 소설의 백미다. 역시 올리버 푀치. 끔찍함과 기괴함, 두려움, 광기, 반전 등의 요소를 잘 살려 멋진 작품을 선사한 것 같다. 이제 5권을 읽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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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의 도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8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8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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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의 도시》

 


무심코 책장을 바라보다 깜짝 놀랐다. 이 책이 표지를 정면으로 향한 채 세워져 있었던 것이다. 왜 읽지는 않고 장식만 하고 있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와 ‘파기환송’ 을 읽으면서 너무 재미있어서 ‘마이클 코널리’의 다른 시리즈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으면서.

 

작가나 작품에도 인연이 있는 건지 이제야 작가가 눈에 확 들어온다. 《유골의 도시》를 읽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이 소설의 주인공인 ‘해리 보슈’ 시리즈를 찾아본 것이다. (나중에 보니 책 맨 뒤에 연도별로 정리가 되어있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내가 읽은 책은 개정 전 것이고 지금은 화이트 색상에 세련된 표지로 옷을 싹 갈아입었다. 근데 난 개정 전의 표지 디자인이 더 좋다. 작품 내용을 좀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서.

 

작가의 작품은 크게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와 변호사 ‘미키 할러’시리즈로 나뉘는데 가끔씩 두 주인공이 겹치는 작품들도 있는 것이 소설 속에서 완벽한 세상을 창조해낸 것 같다. 좋은 작품들은 소설 속 주인공이 실제 현실에서 살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하는데 이 주인공들이 그런 것 같다. 게다가 얼마 전엔 ‘해리 보슈’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시리즈까지 만들어 졌다고 하니 소설도 읽고 드라마도 따라 잡으려면 한동안 고생 좀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해리 보슈’ 시리즈 8번째 이야기다. 한 은퇴한 의사가 키우는 개가 숲에서 어린이의 것으로 보이는 뼈를 물어오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유골은 20여 년 전 10대 소년의 것이었고 분석 결과 다년간 학대를 당한 흔적이 발견되어 끔찍한 아동 학대, 살인 사건 수사가 시작된다. 이미 시간이 너무 흐른지라 증거를 찾거나 피해자의 신원확인도 어려운 상태로 시간이 흘러가는데 유골이 발견된 근처에 아동 성 추행범이 살고 있음이 밝혀진다.

 

소설은 역시 이 성 추행범을 범인으로 의심하게 하지만 역시 그렇게 되면 이야기가 너무 심심해 진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장치들을 이용하고 있는데 다른 시리즈에 중요하게 등장 했을 법한 등장인물들, 남 녀 사이에 빼 놓을 수 없는 애정 사, 주인공의 일을 어렵게 만드는 듯 보이는 상사의 압박, 경찰 조직의 대 언론전, 파트너와의 묘한 기류 등이 사건을 추적하는 해리 보슈의 활약과 맞물려 경쾌한 리듬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작품은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마지막에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반전도 기대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 서사가 빠지면 재미가 없다. 주인공의 심리변화, 다양한 인간관계들에서 발생하는 신경전, 두뇌싸움 등도 빼 놓을 수 없는 구성요소이다. 그리고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까지. 이 소설은 이 모든 것을 갖춘 아주 훌륭한 작품이다.

 

게다가 난 소설 마지막 장면의 문장들은 너무나 인상 깊어서 소리 내 읽기까지 했다. 작가의 필력에다 이를 매끄럽게 번역한 역자 ‘한정아’의 역할도 컸으리라 짐작한다. 분명 적지 않은 분량인데 읽기가 힘들지 않았고 잠시 책을 놓고 있다가 다시 읽을 생각을 하면 막 설레기까지 했다. 해리 보슈가 어떻게 움직일지 어디에 누구를 찾아갈지, 어떤 증거가 더 나타날지 이런 걸 상상하는 게 너무 즐거웠다.

 

나는 인간사를 알아가는 데 미스터리만한 분야가 없다고 생각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별의 별 사람들과 사건들은 내가 가지고 있던 인간에 대한 틀을 여지없이 깨준다. 자극적인 것을 추구 한다기보다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할지 세상을 이해하는 틀을 더 크게 만들어 준다고 할지 뭐 그런 것들 말이다. 그래서 미스터리 작품들에서 헤어날 수가 없는 거다. 이제 해리보슈 시리즈를 차례로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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