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1단 - 한장의 사진 하나의 단상, 정현진 산문 사진집
정현진 지음 / 파랑새미디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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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1단》

 

 


한 때 사진에 매력을 느낀 적이 있었다. 한참 디지털카메라, 일명 ‘디카’가 유행하던 시절이었는데 친구가 찍은 나무 사진 하나를 보고 나도 그런 느낌의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다. 지금은 사진을 찍는 다면 좋은 카메라에 가격도 어마어마한 렌즈들을 모으는 것을 떠올리겠지만 그 때는 그냥 손안에 쏙 들어가는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누구나 갖고 있던 시절이었다.

 

결국 나는 나름 하이엔드 급 카메라를 샀고 처음으로 찍은 봄 꽃봉오리 사진을 아직도 갖고 있다. 그리고는 끝이었다, 멋진 사진을 찍는 사람과 나의 차이를 생각해 보니 그 사람들은 사진에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고 나는 그냥 그 사람들의 사진을 흉내 내고 있을 뿐이었다. 무엇을 담고 싶은지가 뚜렷하지 않으면 사진은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멋진 구도를 잡고 절경을 담고 속도가 느껴지는 사진을 찍는 조리개 값이나 노출 정보들은 인터넷에 널려 있었지만 그 안에 담을 이야기, 주제는 오로지 카메라를 든 사람의 것이다. 때로는 색감이 어둡거나 흔들리거나 초점이 흐려지는 사진도 멋지게 보이는 것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나 느낌 때문이다. 그 후로 사진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멋지게 느껴지는 사진은 내게 어떤 감흥을 불러일으킨 것이고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기술적인 시각으로 보면 ‘정현진’ 산문 사진집《1장 1단》의 사진은 특별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누가 봐도 끝내주는 절경을 담은 것도 아니고 그 어떤 사진에도 다른 작가들과는 다른 특별한 순간이나 그 무엇을 담으려는 노력을 했다는 것을 느낄 수는 없다. 다만 그 안에 작가의 시각, 작가가 렌즈 너머로 보았던 그의 ‘세상’ 이 있을 뿐이다. 그 세상을 보고 느낀 것들이 페이지 사이사이에 글로 적혀있다.

 

내가 좋아하는 그의 사진은 그 안에 사람, 관계맺음, 시간, 세월 등이 느껴지는 사진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어떤 때는 싱그러운 나뭇잎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추운 겨울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위태롭게 매달리듯 앉아있는 까치를 통해 나타나기도 한다. 너른 풍경 속에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도 하고 클로즈 업 되어 화면을 가득 채운 노신사의 주름살로 보여 지기도 한다.

 

마치 밤하늘을 빛나게 하는 별처럼 보이는 겨울 얼음은 그 속으로 빨려드는 듯도 하고 하늘이 가득 찬 풍경 속 작은 두 사람은 내가 우주의 일부분임을 깨닫게 하기도 한다. 분명 저자는 나름의 해석과 이야기를 담아 놓았지만 이 글을 읽고 사진을 보는 순간 저자의 세상이 아닌 바로 나의 세상을 만나는 듯하다. 결국 이렇게 그의 세상과 나의 세상은 만나게 된다.

 

그의 사진집 《아타락시아Ataraxia》를 접한 지 몇 년이 지났다. 첫 작품집은 사진이 주였고 꽉 차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이번 작품집은 그 때보다 더 따뜻하고 평온한 느낌이 들었고 좀 더 비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사이 작가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마 그 때보다 좀 더 여유가 생기지 않았을까. 짧은 글귀들은 이런 부분을 극대화 시키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작품이 나는 훨씬 좋다. 아마 내게도 ‘여유’라는 것이 생긴 건지 모르겠다. 그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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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아프리카 - 정규 4집 길 위에서
아프리카 (Africa) 노래 / 조은뮤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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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Africa) 4집 '길 위에서'



[앨범 리뷰] 결성 20주년, 밴드 스스로와 청자에게 건네는 독려와 위로

 

2018년은 밴드 아프리카(A-Frica)가 결성된 지 20년이 되는 해다. 밴드가 걸어온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 음악계에는 많은 일은 있었다. 아프리카는 결성 당시부터 지금까지 한 번의 외도도 없이 고집스럽게 정통 하드록을 추구했다. 음악계에 많은 일이 있었다고는 했지만, 아프리카가 결성되던 1998년 국내 정통 하드록의 위상과 현재 그것은 조금의 차이도 없다. 밴드의 출발부터 메인스트림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언더그라운드 신에서도 철저하게 외면 받았던 장르를 미련스러우리만큼 우직하게 지켜온 것이다. 지나온 시간들은 3집 음반에 등장했던 이들의 가사처럼 ‘포기하는 법’을 배우라고 계속해서 시련과 배신을 늘어놓으며 낙담을 종용했지만 아프리카는 포기하지 않았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정규앨범을 통해 새로운 곡의 공개와 함께 음반 발매 이전 발표했던 음악들을 되새기며 누구도 넘보지 못할 자신만의 영역을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했고, 세 번째 음반에서는 여타 장르의 장점을 흡수하며 앞서 개척한 영역의 횡적 확장을 선보였다. 아프리카의 네 번째 음반이 발매됐다. 지난 음반이 발표되고 꼭 5년만이다.

 

이제 사람의 나이로 따지면 정식 성인이 된 스무 살의 아프리카는 이번 음반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본다. 낙담을 종용했던 지난 시간들은 성숙이라는 나이테를 수록된 음악 가운데 진하게 새겨 넣었다. 그런데 분명 자신들을 돌아보는 가사인데도 불구하고 한마디 한 소절이 마치 청자의 처지를 대변하는 듯 공감되지 않는 구석이 없다. 어쩌면 이번 음반에서 아프리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힘들지? 수고했어.”라고 건네는 가슴 따뜻한 위로와 독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인 사운드에 있어서는 그 시작부터 고집스럽게 이어오는 시원스레 호방한 아메리칸 하드록의 향연이 펼쳐지지만, 보컬이 그리는 편안한 멜로디 라인은 이러한 밴드의 의도를 전달하는 데 적절하게 안배됐다. 그렇게 전작에서의 실험성은 이물감 없이 전체 사운드에 스며들었고, 의도적으로 힘을 뺀 멜로디 속에서 아프리카의 메시지는 오히려 살아 꿈틀대며 청자에게 흡수된다.

 

3집 음반 [Dreamer]와 이번 음반 사이에 약간의 멤버교체가 있었다. 데뷔부터 밴드를 지탱하고 있는 든든한 버팀목 정현규(드럼)와 자타가 공인하는 이 방면 최고의 보컬리스트 윤성(보컬), 그리고 3집 음반부터 다시 합류한 조건호(기타)는 변함없지만, 현재 공석인 베이시스트 자리에는 오랜 시간 공연을 통해 호흡을 맞춰온 크림(Cryim)의 유현진이 세션을 맡았다.

 

시원스런 기타 리프로 포문을 여는 하드록 넘버 ‘멈추지 마’는 좌절하고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 결국 모든 것은 지나가기 마련이니 후회하지 않도록 멈추지 말고 나가라는 의미를 담은 곡이다. 간결한 듯하지만 내공이 실련 연주를 들려주는 정현규의 드럼과 적재적소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조건호의 연주 역시 귀 기울일만하다. 특히 조건호의 치밀하게 계산된 기타 솔로는 전작에 비해 월등히 진보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건호는 기타 연주 외에도 ‘카피캣’에서는 작곡으로 참여하며 완벽하게 아프리카의 일원이 되었음을 선포한다. 남의 창작물을 모방하여 노력의 결과물을 가로채는 사람과 밀당하는 고양이의 행동묘사를 통해 풀어가는 가사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청자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는 중반부 와우페달을 이용한 솔로로 더욱 구체화된다.

 

수록곡의 가사는 정현규가 만든 ‘나나나2’와 ‘내가 가진 건’을 제외한 6곡 모두 윤성이 담당했다. 그리고 그 가사들은 단순히 어쿠스틱 소품이나 발라드에서는 힘을 빼고 하드록 넘버에서는 밀어붙이는 스테레오 타이프로서가 아니라, 같은 곡 안에서 능수능란하게 강약완급을 조절하며 살아있는 표정으로 전달된다. 앞서 의도적으로 힘을 뺀 멜로디 라인이라는 언급을 했던 것처럼 ‘바라는 대로’나 ‘나나나2’를 들어보면 최대한 곁가지를 쳐내고 단순한 근본으로 접근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라는 대로’는 음의 낭비를 최소한으로 줄인 기타 리프와 보컬 멜로디를 근간으로 하는 곡이다. 밴드 스스로 블랙 신드롬(Black Syndome)의 영향을 받은 곡이라고 밝힌 것처럼 자연스레 블랙 신드롬의 김재만이 작곡해 정규 1집 음반에 수록한 ‘Homeland’를 떠오르게 만든다. 그런가하면 ‘나나나2’는 밴드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나나나’의 연장선 아래 있는 곡이다. ‘나나나’에 비해선 다소 어두운 느낌이 드는 올드스쿨 포크록 넘버로 ‘돌아봐줘’와 함께 슬쩍슬쩍 들리는 하몬드 오르간의 음색이 빈티지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길 위에서’는 지난 2016년 겨울, 수많은 시민들의 손에 들려 차가운 거리 위를 뒤덮었던 촛불의 물결을 소재로 한 곡이다. 개인적으로 처음 아프리카의 공연을 보며 윤성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학창시절 노래패의 선두에 서서 학우들의 투쟁본능을 자극하는 당찬 소리꾼의 모습이 연상됐다. 이 곡은 그 모습을 재현한 확실한 선동가다. 그런가하면 ‘이별’에서 윤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덤덤하고 처연하게 청자를 보듬어 안는다. 전체적으로 중반부 얄밉도록 날카롭게 가슴을 파고드는 조건호의 기타 솔로만 제외한다면 피아노와 실내악 편성의 반주를 주축으로 구성됐다. 몸속의 무언가 서서히 빠져나가는 듯 잔잔한 몰입을 종용한다. 음반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내가 가진 건’은 “모든 걸 다 잃고 지쳐 쓰러져도 함께 한다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았던 고마운 사람”을 향한 마음을 담은 곡이다. 절망을 딛고 일어나자는 희망을 담아 전작에 수록됐던 ‘바보’를 떠오르게 만든다. 드러머 정현규의 오랜 친구들이 나눠 맡은 코러스 파트는 공연에서 관객과 함께 할 수 있는 감동의 무대를 만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우정훈이 담당한 아트워크의 콘셉트는 ‘Infinity Triangle’이다. 틀에 박혀 영원히 이어지는 무한의 삼각형을 깨는 그림은 결성 20년을 맞았지만 타성에 젖지 않고 꾸준하게 앞을 향해 나가려는 밴드 아프리카의 모습이다. 지난 시간동안 누군가에게 기대기도 하고, 가시적인 성공이라는 달콤한 꾐에 흔들리기도 했다. 하이에나와 같은 무리들은 밴드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자신들만의 이익을 챙긴 채 꼬리를 감췄다. 어쩌면 20년이라는 시간은 결국 남은 건 음악과 밴드 자신, 그리고 묵묵히 아프리카를 지켜봐왔던 팬들 뿐이었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밴드 스스로와 청자에게 건네는 독려와 위로를 담은 이 음반은 그래서 더욱 따뜻하다. 화려한 성인식의 축제가 아니라 조용한 내적 성숙을 통해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난 아프리카,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끝없는 도전과 투쟁의 새로운 시작이다.

 

글 송명하 (파라노이드 편집장)

 



[앨범소개] 밴드 아프리카 정규 4집 ‘길 위에서’

 

2018년 결성 20주년을 맞이하는 아프리카가 이를 기념하는 정규 4집 '길 위에서‘를 발표한다. 2013년 정규 3집 ‘Dreamer' 발매 후 약 5년 만인 이번 앨범은 결성과 동시에 쉼 없이 활동해온 아프리카의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함께 해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담아 미래를 향한 새로운 의지와 소망을 표현한 곡들로 구성되었다.

 

멤버는 데뷔부터 밴드를 지탱하고 있는 든든한 버팀목 드럼 정현규와 자타가 공인하는 이 방면 최고의 보컬리스트 윤성, 그리고 3집 음반부터 다시 합류한 기타 조건호로 변함없지만, 현재 공석인 베이시스트 자리에는 오랜 시간 공연을 통해 호흡을 맞춰온 크림(Cryim)의 유현진이 세션을 맡았다.

 

사운드는 안정적이며 밝고 따뜻하다. 총 8곡의 수록곡들은 록발라드, 포크 록, 팝 록, 올드 스쿨 록큰롤까지 록이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표현하고 있다. 보컬은 고음의 사용을 줄이고 드럼과 기타는 화려한 테크닉 보다는 안정적인 팀워크와 탄탄한 기본기로 깊이 있는 사운드를 만드는데 중점을 두었으며 록 마니아를 비롯한 다양한 감상자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대중적인 사운드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디자이너 ‘우정훈’ 이 담당한 아트워크의 콘셉트는 ‘Infinity Triangle’이다. 틀에 박혀 영원히 이어지는 무한의 삼각형을 깨는 그림은 결성 20년을 맞았지만 타성에 젖지 않고 꾸준하게 앞을 향해 나가려는 밴드 아프리카의 모습이다.

 

[수록 곡 소개]

 

1. 멈추지 마 (작사 윤성, 작곡 정현규, 편곡 A-FRICA)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시원한 기타리프로 포문을 연다. 좌절하고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 결국 모든 건 지나가기 마련. 후회하지 않도록 제발 멈추지 말 것을 응원하는 밝고 흥겨운 분위기의 하드록.

 

2. 바라는 대로 (작사 윤성, 작곡 정현규, 편곡 A-FRICA)

외롭고 힘든 길이라도 함께 걷는 사람들이 있다면 힘들지 않다. ‘살아가는 동안에 꿈을 꾸는 그대로 이루며’ 이대로 자신의 길을 걷겠다는 다짐을 담은 힘 있는 올드 스쿨 록큰롤.


3. 나나나2 (작사 정현규, 작곡 정현규, 편곡 A-FRICA)

하몬드 오르간과 어쿠스틱 기타의 바운스 있는 리듬에 단순하고 반복적인 코러스 라인 중심이 된 올드스쿨 포크 록으로 총 3곡의 타이틀 곡 중 3번째 곡이다. 정규 2집 수록곡 ‘나나나’의 두 번째 버전으로 한번 들으면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다. 늘 제대로 살고 있는 건지 자문하며 꿈을 찾아 방황하는 삶이지만, 이 모든 것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표현했다.

 

4. 이별 (작사 윤성, 작곡 정현규, 편곡 A-FRICA)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첼로와 바이올린의 실내악 편성에 보이스만으로 채워지는 담백한 발라드. 이별하는 연인의 모습을 담담하게 표현한 곡으로 아름다운 가사에 힘을 뺀 윤성의 청아하고 깊이 있는 보이스, 절제된 실내악 연주는 청자로 하여금 깊은 감상에 젖어들게 한다.


5. 카피캣 (작사 윤성, 작곡 조건호, 편곡 A-FRICA)

남의 창작물을 모방하여 노력의 결과물을 가로채는 사람들을 사람과 밀당 하는 고양이의 행동 묘사를 통해 재미있게 표현한 곡. 기타리스트 조건호의 곡으로 공격적으로 휘몰아치는 기타리프의 전형적인 하드록.

 

6. 길 위에서 (작사 윤성, 작곡 정현규, 편곡 A-FRICA)

지난 2016년 겨울, 수많은 시민들의 손에 들려 차가운 거리 위를 뒤덮었던 촛불의 물결을 소재로 한 강렬한 하드록. 보컬 윤성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강렬한 연주는 그날의 뜨거움을 상기시키며 듣는 이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아프리카의 오랜 팬이라면 분명히 손에 꼽을 만한 명곡.

 

7. 돌아봐줘 (작사 윤성, 작곡 정현규, 편곡 A-FRICA)

어쿠스틱 기타사운드 중심의 예쁘고 가벼운 컨트리 뮤직. 어른이라는 이유로 참고 외면해야 했던 모든 것들을 생각하며 늘 주위를 돌아보며 소중한 것을 잊지 않고 살자 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8. 내가 가진 건 (작사 정현규, 작곡 정현규, 편곡 A-FRICA)

앨범의 서브타이틀 곡으로 ‘힘든 시간 견뎌온 모든 분들께 바치는’ 아프리카의 마음을 담은 미들 템포의 팝 록이다. 윤성의 가창력이 빛을 발하는 곡으로 대중적인 멜로디와 연주, 특히 후렴구의 합창은 작곡자인 드러머 정현규의 오랜 친구들이 함께해 뭉클함을 자아내며 앨범의 대미를 장식한다.

 

 

[크레딧]

Producer : A-FRICA

Recording Engineer (Drums & Bass) : 황경수 at Sonic Boom Studio

Recording Engineer (Guitars & Vocals) : 신정엽 at Daegu Music Factory

Mixing & Mastering Engineer : 황경수

Mixing & Mastering Studio : Sonic Boom Studio

Art Work & Design : 우정훈

Photography : 권오형 (Brantist)

Musical Instruments : 정현수 (S.T.A)

Featuring :

Piano, Organ, Synth, String Arrange&Midi Programming 김우직

Percussion 변성환 (Band Live O)

Chorus (내가 가진 건) 윤정호, 강성수, 변성환 & 정남회 (장승원, 이경식, 우정임, 이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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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눈동자에 건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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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눈동자에 건배》

 


 

히가시노 게이고. 이 책을 한참 읽고 있는 기간에 또 다른 신간이 나온다는 광고를 보고 대체 이 사람은 단 한 순간도 글을 쓰지 않는 시간은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기 보단 그 아이디어는 대체 어디에서 샘솟는가 말이다. 그것도 아이디어가 제일 중요한지 모를 추리, 미스터리 작가인데. 국내에 소개 된 그의 대부분의 작품을 읽어왔지만 그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단지 즐기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고 여운을 남기는 작품들을 다작해왔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일이 아닌가.

 

이번에 읽은 작품은 단편집이다. 추리, 미스터리 작품이야 말로 기승전결이 너무나 중요한데 짧은 분량 안에 그런 요소를 다 표현할 수 있을지 히가시노 게이고라면 어떤 이야기를 할지 정말 궁금했다. 본격 추리소설에서 신비한 이야기까지 거침없이 넘나드는 그였기에 기대감은 컸다. 단편이라면 시간 날 때 한편씩 끊어 읽을 수도 있으니까 요즘 한창 일이 많아 장편에 손대기 꺼려지는 나 같은 사람에겐 너무나 반갑기도 했다.

 

전체적인 소감을 말하자면, 미스터리 마니아가 아니라도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었단 것이고 짧은 분량이자만 모든 작품이 구성상 아쉬움이 남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소재들도 다 달라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늘 새로운 기분을 느꼈다는 것이다. 신비로운 소재와 부모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도 있었고 [수정염주], 추리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작품들 [10년 만의 발렌타인데이], [고장 난 시계], [크리스마스의 미스터리] 그중 앞의 두 작품은 복수라는 소재가 긴장감을 주어 읽는 재미를 느꼈다.

 

동물과 사람과의 교감과 인간의 이기심 등을 느낄 수 있었던 [사파이어의 기적], 부패한 공권력을 살짝 비틀고 일반인이 사건을 해결하는 [새해 첫날의 결심],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대 눈동자에 건배], 딸의 결혼으로 다시 보게 된 먼저간 아내의 새로운 모습을 담은 [오늘 밤은 나 홀로 히나마쓰리], 멀지 않은 미래에 보게 될 지도 모르는 육아 가상체험 프로그램을 담은 [랜털 베이비]까지 실로 다양한 소재와 주제들의 작품들이 수록 되어 있다.

 

현 일본 사회의 모습과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그대로 담고 있는 작가의 작품들은 영미권 문화의 미스터리 작품들과는 상당히 다른 즐거움을 준다. 그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렇듯 가 지역만의 독특한 생활 방식과 문화와 풍경을 접하는 것도 그의 소설을 읽는 재미의 한 축이다. 그리고 본격 추리와 미스터의 조화 또한 그의 작품의 특징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너무 무겁거나 잔인하지 않아서 누구에게 추천해도 괜찮을 거 같다. 단편이라는 분량의 제약 때문에 치밀하게 짜인 구성이나 심리묘사, 미스터리 작품의 특징인 트릭, 반전 등을 기대하는 사람에겐 좀 심심할지 모르겠지만 이야기의 재미, 적당한 긴장감, 잔잔하게 남는 여운 등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아주 만족할 만한 작품이다. 하루에 한편 씩 읽으라고 했지만 아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하루에 다 읽어버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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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읽어낸 우리 고대사 - 대륙에서 열도까지
정형진 지음 / 휘즈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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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읽어낸 우리 고대사》

 

 


요즘처럼 신조어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경우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무리 관심을 가진다 해도 중, 고등학생들과는 대화가 조금 어렵겠다 싶을 정도로 다양한 말들이 만들어진다. 계층 안에 쓰이는 은어뿐만 아니라 사회적 현상으로 보이는 신조어 들이 있는데 그 중에 무슨, 무슨 충(蟲)이란 말이 있다. 어떤 말에 뒤에 ‘충’을 붙여 혐오하는 뜻으로 쓰는 말이 그것이다. 왜 이렇게 서두가 기냐면 바로 ‘환충’이란 말 때문이다. 이는 ‘환단고기’를 맹신하는 사람들을 혐오하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이 말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역사, 특히 사료가 부족한 고대사는 일제 강점기에 이미 왜곡 될 대로 되었고 조선사편수회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 주류 사학계의 문제점은 이미 다양한 자료를 접해 알려졌다. 게다가 동북아역사재단 조차도 제대로 된 역사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식민사학의 그것을 알리고 있음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우리 고대사를 연구하는 비주류 역사학자를 일명 ‘재야사학자’로 칭하고 나아가 ‘환충’이라는 한마디 말로 조롱하는 세태가 너무나 충격이었던 것이다.

 

역사는 결국 발굴과 발견 그리고 해석의 학문이 아니던가. 사료가 풍부한 조선역사 조차도 시대와 정권 사회의 분위기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지는데 절대적으로 사료가 부족한 고대사를 일평생을 바쳐 연구하는 사람들의 노력을 제대로 살펴보고 평가해도 늦지는 않을 텐데 그저 한마디 말로 그 노력을 매도하는 행위가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이 가지는 의의는 어떤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뭔가 기시감이 들어 저자를 확인했더니 전에 너무나 흥미롭게 읽었던 <고깔모자를 쓴 단군>, <천년왕국 수시아나에서 온 환웅>,<한반도는 진인의 땅이었다>를 쓴 ‘정형진’ 이었다. 난 그것도 모르고 그저 ‘문화로 읽어낸 고대사’ 라는 독특한 발상에 이끌려 읽게 된 것이었는데 얼마나 반가웠던지!

 

저자의 기본 기조는 고대사는 주변과의 접변보다는 ‘주민의 이동’과 함께 발전되었다는 것을 따른다. 즉 교류와 흐름의 관점으로 역사를 파악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리하여 현재 중국, 한국, 일본을 아우르는 공통분모의 역사를 이야기 하며 대립보다는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정설로의 역사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 고대사를 살펴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시간적 흐름에 따르기 보다는 현재 우리에게 남아있거나 발견된 흔적들에 남아있는 다양한 문화와 계층들의 원류를 추적하고 주변국에 남아있는 비슷한 흔적들도 비교하고 있다. 특히 신라인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환인 제석이 쓴 고깔의 의미, 편두와의 연관성, 태극기의 음양 태극과 과거 우리 역사에 남아있는 태양을 형상화한 삼태극의 차이점, 칠지도 전달의 이야기, 전작에서 다루었던 진인의 이동과 일본 역사와의 관계 등 이제껏 접해보지 못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사진과 사료들로 복원되고 있다.

 

나는 평소 자료가 부족해 더욱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되는 고대사에 관심이 많았다. 환단고기가 조작된 것인지 아닌지 이를 믿는지 아닌지 보다 다양한 학자들의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살펴보는 것이 좋았다. 정설은 없는 만큼 나에게는 모든 주장과 이론이 동등하게 중요하고 각각의 이론이었다. 그 중에는 과학자도 있어서 별자리와 사료에 나타난 자연현상의 연구로 상고사를 복원하는 저자도 있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떤 인물 혹은 어떤 세력이 어떤 경로를 거쳐 어떤 문화를 가지고 이동하고 다른 문화와 어떻게 융합하고 발전해 왔는지를 상상할 수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다. 역사는 바로 ‘상상력’이라는 것을. 어떤 틀을 정해놓고 바라보면 그 틀에 맞지 않는 것은 그저 조작이나 착각, 어리석음 밖에 될 수 없다.

 

역사는 우리에게 말한다. 늘 열린 시각을 가지라고. 어떤 주장이든 어떤 연구든 그 안에선 이를 받쳐줄 증거들이 존재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바와 그 증거들을 대조하고 확인해가는 과정을 즐겨보기를 바란다. 비판을 한다면 그 후에 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그 보단 이 책은 정말 재밌다. 그리고 그 증거들은 꽤 설득력이 있다. 적극적으로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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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우울 법의학 교실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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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우울》

 


 

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에 부검은 빼 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범죄에 희생 되더라도 살아만 있으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도움 받을 수 있지만 이미 사망한 후라면 시신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 과정이 부검이고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부검의다. 《히포크라테스 우울》은 이 모든 과정의 중심에 있는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히포크라테스 우울》은 TV드라마 시리즈로 만들어질 만큼 사랑 받은 소설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속편으로 ‘떨어뜨리다, 달구다, 태우다, 멈추다, 해달다, 폭로하다’의 총 6건의 사건을 담고 있다. 15미터 높이의 무대에서 떨어져 사망한 아이돌, 한 여름 차안에 방치되어 사망한 아이, 자신의 교회의 화재로 사망한 목사, 길에서 갑자기 쓰러져 사망한 노인. 목매달아 자살한 여성의 총 6건의 사건에 6건의 사법 해부가 주요 이야기다.

 

단지 부검이 있었던 범죄만 나열되어 있다면 단순한 단편집이 될 테지만 각각의 사건 해결, 즉 단순 자살이나 화재로 종결된 사건, 용의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사건에 부검이 하는 역할은 미스터리를 푸는 중요한 열쇠가 되어 소설을 흥미롭게 만든다.

 

또 하나 법의학 교실에 등장하는 인물, 괴팍하고 무뚝뚝하지만 고인에게는 늘 정성과 예를 다하는 법의학계의 권위자 ‘미쓰자키’ 교수, 조금은 괴짜 같지만 촌철살인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미국인 조교수 ‘캐시’, 그리고 소설의 주인공이자 이 두 교수의 영향으로 훌륭하게 성장하는 조교 마코토의 활약상은 마코토와 고테가와 형사와의 미묘한 러브라인과 함께 소설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마지막, 이 모든 것을 하나로 관통하는 인물 ‘커렉터’. 소설의 모든 사건을 알고 있으며 경찰청 게시판에 범죄를 암시하는 글을 적어 안 그래도 적은 예산과 인력문제로 고생하고 있는 법의학 교실에 일 폭탄을 안겨주는 미스터리한 범죄자. 이 모든 사건들을 그는 어떻게 알고 있으며 혹시 그 사건들의 배후의 인물이 아닌지, 사건 해결과 그의 정체를 밝혀내는 목적성이 바로 이 소설을 단단하게 응집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하나하나의 사건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 소설은 무시무시한 범죄를 다루면서도 이 이야기와 사람들을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에 잔인하지 않다. 범죄가 있고 희생자가 있지만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형사들과 법의학자들이 있기에 그들을 외롭지 않다. 예산문제와 조직 내 정치게임 때문에 늘 발목이 잡히는 말단들이지만 희생자들에겐 모든 장애물을 이기려 노력하는 그들이 구원자인지도 모르겠다. 다음 시리즈가 무척 기대된다. 주인공들이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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