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몽 1 - 운명의 택군
김시연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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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몽(異夢)

서로 다른 꿈을 꾸며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 중에 오직 사랑 하나만을 원한 남자 원범

 

 

 

기울어져가는 조선, 안동 김씨 일가의 세도에 숨 한번 크게 쉴 수 없었던 허수아비 왕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자신의 뜻과 의지가 아닌, 어느 날 갑자기 벼락처럼 주어진 용상 이란 자리는 어떠했을까. 사람들이 떠들 듯 만인지상의 자리이나 자신의 목숨조차 어찌될지 몰라 잠조차 편히 잘 수 없는 자리라면 어떠했을까. 인간이 느끼는 고통 중에 가장 크다면 클 수 있는 사랑하는 이를 볼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해내야하는 자리라면 과연 어떠할까.

 

현대에 살아가는 나에게는 참으로 먼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조선후기에는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의 대립, 나라를 빼앗기게 된 큰 일들 때문에 완전히 관심 밖이었던 철종 이란 임금을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참으로 좋았다.

 

이 소설은 철종과 봉이의 처절했던 사랑이 주된 줄기이다. 그를 중심으로 권력을 둘러싸고 안동 김씨 세력과 풍양 조씨 세력이 격돌하며, 철종을 보위에 앉혀 그들의 권력을 이어가려는 안동 김씨 세력과 훗날 풍양 조씨 세력과 손을 잡아 권력을 잡으려 한 흥선군의 절치부심한 세월이 그려진다.

 

철종(원범)은 조선왕조 제 24대 왕인 헌종이 후사 없이 승하하자 대왕대비 순원왕후에 의해 그녀의 양아들로서 덕완군에 책봉된 뒤 조선왕조 제 25대 왕으로 즉위하게 된 인물이다. 헌종 때 모반을 꾀하였다는 누명을 쓰고 그의 형과 함께 강화에 유배되었다가 봉이라는 여인을 만나 다친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깊은 사랑에 빠져 혼인을 약속하였으나, 헌종이 후사 없이 승하하게 되자 대왕대비 순원왕후를 주축으로 한 안동 김씨들에 의해 왕이 되는 격변을 겪게 된다.

 

아직 나이가 어렸던 원범이었고, 왕실에서 태어나 왕이 되기 위한 수업을 착실히 받은 경우가 아니었기에 당연한 수순으로 대왕대비가 섭정을 하게 되니 그녀의 일가 안동 김씨의 세도가 이어질 수가 있었던 것이다. 대왕대비 순원 왕후를 필두로 한 안동 김씨 세력과 조 대비를 주축으로 한 풍양 조씨 세력의 권력다툼에서 안동 김씨 세력의 승리이기도 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왕이 되었어도 사랑하는 여인 봉이를 잊을 수 없었던 철종은 안동 김씨 문중의 여인을 국모로 맞이한 후에도 그녀를 잊지 못하자 순원 왕후는 결국 자객을 보내 봉이를죽이게 되고 그 후로 병을 얻어 죽을 때까지 철종은 허깨비로 살아가게 된다.

 

겨우 14년의 재위기간 동안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조정을 가득 채운 안동 김씨 세력들의 허수아비 노릇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서도 그는 구휼을 위해 내탕금을 털고 서류문과를 만들어 서얼들을 숭문원에 등용하고, 방곡의 폐를 금지하며 암행어사를 파견, 수학자들과 천문학자들을 독려해 저술과 천문기구의 발전을 이룩한 훌륭한 임금이었다.

 

언제나 목숨이 위태로워 전전긍긍 하면서도 안동 김씨들이 허락한 권한 내에서는 언제나 백성들 편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도 안동 김씨 세력의 전횡으로 백성들의 환영을 받지 못했으며, 원망의 대상이 되었고 그가 낳은 자식들 모두 병으로 세상을뜨고, 굶주린 백성들이 일으킨 민란으로 끊임없는 고통을 받게 되는 불운한 왕이었다.

 

단 하나 원했던 사랑을 가지지도 못하고 평생을 죽음의 두려움과 권력의 허수아비 노릇을 하다 죽어간 왕의 애달픈 이야기가 순 우리말로 된 화려한 문장과, 고증을 통해 복원해 낸 어가행차,장례 등 왕실 행사의 자세한 묘사, 살아있는 캐릭터의 표현이 어우러져 참으로 멋진 드라마를 만들어 낸 듯하다.

 

사랑이야기를 크게 좋아하지 않는 나였지만, 조선 후기의 시대상황과 아름다운 우리말, 권력을차지하기 위한 캐릭터들의 대결구도와 봉이가 만드는 과 불가의 깨달음의 이야기 들이 참으로 짜임새 있게 그려지고 있어 읽는 내내 즐거웠다. 또한 우리에게 관심 밖이었던 철종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참으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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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소설 읽는 시간 - 세계 문학 주인공들과의 특별한 만남
정여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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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소설 읽는 시간

 

 

 

 

 

우리가 어떤 소설을 읽을 때 주인공이 꼭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거나 나와 처한 상황이 비슷하다고 느껴질 때 그 소설에 더욱 푹 빠지게 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소설은 바로 나의 이야기가 되고 주인공들과 함께 부대끼고 그들이 엮어가는 대서사에 나도 스며들게 되어 때로는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하거나 열정적인 사랑을 하거나 안타까운 이별을 해보는 그런 경험들 말이다.

 

저자는 거기에 한발 짝 더 나아가 책 속의 주인공들을 만나게 해보면 어떨까하는 엉뚱한 상상을 한다. 나를 중심으로 왼쪽, 오른쪽으로 선 주인공들과 느긋하게 산책을 하며 그들이 처하고 경험한 일들을 함께 얘기하다 보면 너무나 닮은 꼴인 그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기자신을 더 깊이 이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재미난 상상을.

 

그런 상상은 참으로 흥미롭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변태하기 위한 미칠듯한 시간을 각자 다른 힘으로 버텨낸 [데미안]의 싱클레어와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을 만나게 하고, 끔찍한 스캔들을 일으키는 인간의 억압된 욕망을 다른 식으로 추구한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지킬박사와 [도리언그레이의 초상]에서서 바질을 연결시켜 이야기 하는 식의 전개는 이제껏 상상해 보지 못한 재미와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런 식으로 11챕터 22권의 고전들을 만남의 광장으로 불러내고 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는 저자 정여울이 읽은 고전들의 서평이나 독후감이다. 그래서 그 책들을 읽은 작가의 생각과 해석을 볼 수 있으며, 여기에 소개된 책들은 모두 청소년기 학창시절 필독도서로, 혹은 시험지에서 많이 듣고 보았던 책들이다. 그러나 어렸을 때 이후로는 거의 떠올려 보지 못한 책들이기도 한 것이다.

 

다시 고전을 접할 기회는 토익, 토플등의 테스트를 보기 위한 실용서적들, 자기계발서나 취업에 관련된 경제, 경영에 관련된 책들을 공부하기 위해 후 순위로 자꾸만 밀려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렸던 건 어린 시절 보았던 이 책들의 줄거리나 내용뿐만 아니라 그 시절 내가 느꼈던 느낌들도 함께였다. 이해가 잘 되지 않아도 고전이기에 읽어 내렸던 기억, 혹은 그 깊이를 제대로 음미하지 못했던 시큼한 풋살구 같았던 그 느낌들까지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이 두 가지 점에서 참으로 만족할 만한 책이다.

여기에 소개된 책들은 이름은 누구나 한번쯤은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어떤 책이냐고물으면 막상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그런 책이기도 하고, 영화나 뮤지컬 등의 다른 장르의 예술로도 재 탄생한 작품들로 대충의 줄거리는 알고 있는 그런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어떤 시각으로 읽어야 하는지 그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으면 자칫 방대한 서술만 읽어버리는 의미 없는 책 읽기가 될 수도 있는 그런 위험을 안고 있기도 하기에 저자의 해석과 시각은 고전읽기의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작품들의 주인공을 만나게 한 것은 참신한 생각이기도 하지만, 각각의 작품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먼지가 쌓인 채 책장 속에 쌓여 있는 고전들을 다시 꺼내 읽어 보아야겠다 는 욕망이 솟아 오른다. 다시 읽는다면 아마 예전의 그 풋 살구 같은 시큼한 느낌은 사라졌겠지만 좀더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올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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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는 벽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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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는 벽

 

 

 

 

예전 공지영 소설가의 [고등어]를 읽었을 때의 느낌이 이러했다. 너무나 노골적이어서,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잘 벼려놓은 칼을 보는 것처럼 오싹한 느낌이 이럴까. 태백산맥 작가의 작품이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선택한 이 책의 느낌은 그러했다.

 

이미 오래된, 내가 태어날 때 즈음에 작가가 쓴 단편들을 모은 책인데 서른다섯이 된 지금의 내가 읽기에도 전혀 바래짐 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어쩌면 한결 같은 삶을, 한결 같은 정신을, 한결 같은 에너지를 살아올 수 있을까.

얼마나 고민하고, 얼마나 아파하고, 얼마나 자신을 채찍질 하면 이런 시간의 흐름과는 상관없는 작품을 남길 수가 있는 걸까. 그만큼 사회는 변하지 않고 그때도 지금까지도 여전히 아프고, 형태만 다를 뿐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서글픈 현실의 반증일 뿐인 걸까.

 

바위를 파 만든 한 줌 볕들지 않는 수용소는 사라졌지만 -비둘기-, 여전히 양심의 언어를 가두는 검열과 사찰로 건재하고, 양공주와 튀기’ –미운 오리 새끼-는 사라졌지만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시선과, 먼 나라에서 라이따이 한을 만드는 남성들의 이기심에서 또 다른 폭력을 본다.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면 칠수록 한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생 -진화론-들도 마찬가지로 빈익빈 부익부, 부의 대물림에서 여전히 볼 수 있으며, 전기와 텔레비전을 대표로 한 문명의 이기가 주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마술의 손- 결국은 그것의 노예가 되어버린 모습을 신용카드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에서 볼 수 있다.

 

또한 겉으로는 공동체를 위하는 듯 하면서 뒤로는 두려움과 공포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고 사람의 목숨도 쉽게 앗아가 버리는 이장의 앞 뒤 다른 모습을-두 개의 얼굴- 정치가들의 욕망에서 여전히 볼 수가 있다.

 

아파트는 어떨까. 단지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벽 하나 사이에 둔 이웃의 아픔 따위는-외면하는 벽- 헌신짝 취급하는 모습은 아파트 평수와 층수만 늘어났지 여전하지 않은 가. 자신들 또한 언제가는 겪어야 할, 결코 피할 수 없는 죽음앞에서 조차도 용납될 수 없는 개인들의 이익이 아파트 가격하락을 유발하는 모든 것은 용납될 수 없다는 집단 행동에서 여전히 나타난다.

   

이 모든 것은 오로지 급속한 산업화와 잘 살게 되는 것만을 위해 인간으로써 지니고 누려야 할 당연하고 소중한 것들을 유예시킨 체, 눈 감고 미친 듯이 달려온 우리의 아픈 자화상이며 실체인 것이다. 때로는 총칼 앞에서 무너지며 학습된 무기력이기도 했고, 뻔히 보이는 생채기들을 애써 외면한 비굴함과 치욕이기도 한 우리의 생생한 역사인 것이다.

 

세월은 흘렀으나 달라진 것은 없다. 그 소설들이 쓰여진 30여 년 전의 어린 나와 어른이 된 지금의 나, 그때의 부모님들과 지금의 우리들. 발달한 문명과 화려한 치적들 앞에서 우리는 당당할 수 있는가. 그 생채기들을 가리기에 급급한 것이 아닌가. 다른 것들로 포장하기에 급급한 것이 아닌가.

 

그 시대의 망령이 다시 살아나자 또 다시 흔들리고 있는 우리를 보면, 과연 지나간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과연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30년을 거슬러 다시 보아도 뜨끔한 진실의 무엇이 나를 부끄럽게 하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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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명랑하거나 우울하거나 - 서른 살을 위한 힐링 포엠
장석주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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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을 위한 힐링 포엠-

 오늘, 명랑하거나 우울하거나

 

 

요즘 들어 힐링 Healing 이란 말을 참 많이 쓰고 듣는다. 어느 TV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은 이유가 되기도 하고 또 그러면서 더욱 치유에 대해 관심이 많아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만큼 이 사회가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한 것이다.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가족이나 반려동물, 친구, 연인 혹은 책이나 음악, 사회적 멘토로 이름난 명사(名士) 들에게서 받는 위로는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어 주고 아직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걸 일깨워 준다.

 

저자 장석주는 시에서 치유를 찾았다. 저자가 월간 <탑 클래스> 에 지난 5년 동안 연재했던 원고들을 모아낸 이 책은, 크게 4개의 주제로 나눈 챕터마다 10편에서 14편 정도의 시를 소개하고 그 시를 읽은 자신의 해설 혹은 자신의 생각을 담고 있다.

 

나 또한 시를 즐겨 읽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괴롭거나 삶이 팍팍하다고 느낄 때 꼭 꺼내 읽는 책들이 있다. 이를테면 이외수의 책들이 그렇다. 그의 유머러스한 글들과 힘들게 살아온 삶을 특유의 재치로 풀어낸 글은 나를 우울함에서 건져내 주고 다시 삶의 에너지로 충만하게 한다.

 

그러나 오늘, 명랑하거나 우울하거나는 저자의 의도대로 나를 위로하고 치유해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좀더 엄밀히 말하면 이 책 속에 들어있는 들이 아니라 그 시에 대해 적어놓은 저자의 글들이 오히려 시와 그 시를 적어낸 작가들과 교감을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힐링이라는 말속에 들어있는 따뜻함, 위로, 따뜻한 포옹, 쉼 등의 이미지는 현란하고 현학적인 저자의 표현들로 여지없이 부서진다. 답답하고 힘들 때 꺼내 읽기 위한 책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여렵다는 것이다. 만일 그런 때에 이 책을 꺼내 든다면 첫 페이지에서부터 이 어려운 표현들을 이해를 위해 뇌를 가동시키면서 슬슬 열이 오르기 시작할 지 모르고, 답답한 차에 페이지들을 뭉텅이로 뛰어넘게 되고, 다시 목차로 돌아가 어떤 시를 읽을까 고민하게 되고, 어쩌다 반가운 시들을 만나도 여지없이 이어지는 저자의 휘황찬란한 글 놀림에 지쳐버릴 지도 모르겠다.

 

만일 힐링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시를 막연히 좋아하면서도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 할지, 그 뒷이야기는 어떤 것이 있는지, 이 시를 쓴 시인은 어떤 사람인지, 이 시집 외에 어떤 시집을 냈다거나, 그이의 인생관은 어떤지 여러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저자는 시를 소개하고, 그 시를 쓴 시인을 직접 만났던 이야기와 그 시인의 인생사를 이야기 해주기도 하고, 설명을 위해 공자, 노자, 카프카, 밥딜런, 임방울 등의 다양한 예술가들과 철학자들을 만나게도 해준다. 다양한 방면으로 공부를 많이 하고 깊은 사색을 통한 깨달음들을 말해주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한 편의 시마다 2페이지를 가득 채운 흑백사진은 좀더 사색의 깊이를 더해준다.

 

이 책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는 듯하다.

힐링이라는 말을 빼버리면 아주 훌륭하게 시와 우리를 조우하게 해 주는 것이다. 치유에 의미를 두지 않고 시를 좀더 깊이 있게 접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가 모르던 많은 시인들과 그들의 삶을 만날 수 있고, 좀더 나아가 시인들의 수도승 같은 삶과 고뇌들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며, 서점에 가 좋았던 시인의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은시집도 한 권 사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 한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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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리즘 철학 - 간결하고 매혹적인 철학에의 탐구
조중걸 지음 / 한권의책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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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리즘 철학-간결하고 매혹적인 철학 입문서

 

 

아포리즘 [aphorism]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

금언 ·격언 ·경구 ·잠언 따위를 가리킨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유명한 아포리즘은 히포크라테스의 《아포리즘》 첫머리에 나오는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말이다.

[출처] 아포리즘 [aphorism ] | 네이버 백과사전

 

 

 

나는 이 책을 짧은 격언들을 통해 고대에서 현대까지의 중요한 철학자들과 그들의 철학을 살펴볼 수 있는 아주 유용하고 훌륭한 철학 입문서라고 말하고 싶다.

 

철학이라 하면 학창시절 윤리시간에 무슨 뜻 인지도 모르고 시험을 위해 기계적으로 외웠던 기억 때문에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래서 성인이 된 후에도 한번쯤은 공부를 해 보아야지 하기만 했지 어떤 식으로 접근할 지가 막막했다.

 

그러던 차에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은 채 무심히 펼쳤던 책에서 내 오랜 갈증을 해소 할 수가 있었다. 아마도 처음부터 소크라테스, 플라톤, 칸트 등의 철학을 설명한 책이나 그들의 저서들을 접했다면 나의 오랜 선입견과 편견은 그대로 굳어질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간결한 한 문장에서 시작한 설명은 그 속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책의 내용을 근거로 철학은 크게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재론-자유의지론, 절대주의와 소피스트들의 경험론-결정론, 상대주의 대립의 발전과 진화에 있지 않나 한다.

 

그런 철학이 당시 철학자들이 활동하던 시대의 사회상을 공고히 하기도 했고, 새로이 발전하는 무역과 공업에 의해 부를 축적한 사회층의 입장을 대변해 주기도 했으며, 가톨릭에서 기독교가 새로운 종교가 되기까지의 명분이 되기도, 왕의 절대 권력과 귀족들의 폭정에서 벗어나 민주주의로 발전하는 동력이 되기도, 지동설과 진화론의 과학적 발전의 기저가 되기도 했다. 예전에 얼핏 들었던 철학에서 모든 학문이 발전했다는 이유, 철학과 정치경제, 과학, 윤리가 왜 따로 떨어질 수 없는지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고대 철학에서부터 현대까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대표적인 철학자들과 철학들을 설명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까지의 철학적인 논쟁과 쟁점들을 두루 살필 수 있고 과거를 부정하거나 보강하거나, 발전시키거나 반작용으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철학적 사조들을 만날 수 있다. 한 줄의 격언에서 그러한 진정한 의미를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이를 테면 니체의 신은 죽었다란 말은 흄과 칸트 이후의 신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말한다. 그 전 인식론상의 합리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경험의 범위를 넘어선 곳에도 이성을 적용시킨다는데 있다고 한다. 신은 우리의 감각인식을 넘어선 곳에 있으므로 신의 존재 유무는 우리가 이성의 작용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며, 신이 죽었다는 말은 즉 합리적인 인식론에 있어서의 신이 소멸되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키르케고르의 신 앞의 단독자란 말에서는 전통적 가톨릭과 개신교의 신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정통과 이단의 문제는 알 수 있는 신알 수 없는 신사이의 문제와 얽히게 된다. ‘오로지 신앙만으로라는 개신교의 이념은 신앙뿐 아니라 행위에 의해 구원받는다는 로마 가톨릭교의 이념과는 완전히 상반되며 경험론적 인식론 하에 있는 키르케고르에게 있어서는 신의 뜻에 부응하는 신앙의 행위는 없다는 것이며, 신에 대해 어떤 것도 모르는 채로 신에게 다가가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나처럼 철학의 문외한이라면 읽기가 조금 힘들지는 모르겠지만 철학에 입문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을 것 같다. 왜 시대에 따라 그런 철학 사조가 발전했는지, 철학의 전환으로 우리 사회가 발전해온 발자취 그리고 현재를 지배하는 철학은 무엇인지, 종교를 바라보는 시각, 정치경제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넓힐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깊이는 없지만 전체적인 흐름이나 특징들을 알게 되었으니, 나아가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된 철학자의 저서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용기가 생긴다. 아마도 한번 읽어서는 흐름이나 줄기가 잡히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한번 천천히 정독하며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참으로 오랜만에 좋은 책을 만난 기쁨을 만끽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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